SIGHT & ISSUE
백동(白銅)명장 조성준
2021.10.20 – 25 갤러리 인사아트
조성준 명장은 1999년 제99-17호 대한민국 명장(금속공예)으로 지정되었으며, 2011년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2006년 노동부장관 표창, 2005년 전승공예대전 공로상, 2000년 국무총리 표창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1년 송광사의 국보 제42호 목조삼존불감 금속경첩 보존수리, 2020년 이화여대박물관의 의걸이장 경첩 보존수리를 수행했다.
백동대야
금접시
가마화로
백동등잔대
소박하고 단단한 삶의 그릇
〈백동명장 조성준展〉이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열렸다. 1969년부터 금속을 만져 온 조 명장의 작품들은 단아하고 아름답다. 특히 육각백동촛대는 배흘림기둥과 조립기법이 뛰어나 2011년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백동(주석) 장인으로 유명한 조 명장은 이번 전시에서 은잔, 육각백동촛대, 백동대야, 백동등잔대, 노리개, 비녀자물쇠, 사주함 등 30여 점을 선보였다. 오랜만의 개인전을 마치고 다시 오랜 세월의 무게가 쌓인 작업실로 돌아간 조 명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07년 개인전 이후 오랜만에 연 개인전입니다.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금속쟁이로서의 손재주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특히 금잔은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청동받침 은그릇(동탁은잔)을 재현해서 만들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금을 다뤘는데, 재질이 까다로워서 상당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만족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엔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일상적인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백동은 다른 동이나 합금보다 단단하고 질겨서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도구와 틀을 개발해야 하는 등, 작업 난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백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골동 수리도 했고, 조각, 금속도 했습니다. 백동은 ‘저머니 실버(Germany Silver)’라는 니켈 합동인데, 100원, 500원짜리 주화에 사용되는 재질입니다. 단단하고 비싸고 까다로운 소재예요. 백동을 선택한 이유는 백동이라는 재질이 가진 매력도 있지만, 백동을 다루는 사람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남과 똑같은 걸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이번 전시에서 특히 의미를 두신 작품이 있다면?
화로는 사대부 집안에서 딸을 시집보낼 때, 요강과 함께 가마 안에 넣어 주었어요. 우리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잘 느낄 수 있는 물건이에요. 육각백동촛대도 마음에 드는데, 육각형이라는 형태가 아주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빼고, 깨끗하고 강직한 마음만 가지고 만들었어요.
공예는 예술 분야 중에서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전시 중인 작품 모두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실용적이고 외양도 아름답습니다.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장인라기보다 ‘쟁이’이고 싶어요. 쟁이는 순수 우리말이고, 더 친근하죠. 쟁이는 행위 그 자체를 뜻하기 때문에 인간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금속쟁이’로서 제 솜씨를 사람들에게 계속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행을 가서도 항상 작업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이 작업실 한켠의 내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네요.
갤러리 인사아트 전시 전경
염하연 기자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자세히 보기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월간미술》 2021년 12월호 SIGHT&ISSUE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