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휴먼

전 재 홍 개인전

2021.05.26 – 2021.06.01
토포하우스

신사참배 거부죄로 단종된 장기진. 전남 고흥 소록도. 2003.08.10

때는 2003년 전남 고흥 소록도.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신사(神社)를 기록하기 위해 녹동항에서 배에 올랐다.

환우회 총무인 김경행씨의 안내로 신사를 촬영하고 얽힌 사연을 들었다.

김씨의 설명에 단종이라는 단어가 나와 재차 물어 보았다. 일제강점기 소록도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환자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해 단종을 당했다는 것이다.

일제기 단종을 당했다는 장기진(蔣基鎭)씨를 만나기로 했다. 4륜 전동스쿠터를 탄 장씨가 신사 앞에 도착했다. 순간 내 시야에 들어 온 그의 사지는 멀쩡한 것이 없었다.

두 손은 뭉떵 잘려 있었고 두 다리는 의족이었다.

일제기 전쟁물자 만들기에 동원된 그는 한 겨울에 가마니를 짜다 동상에 걸렸으나 치료를 받지 못해 썩어 들어가 손을 잘랐다.

거기다 벽돌을 만들 때 발에 난 상처로 파상풍에 걸려 1953년과 1960년 각 각 절단해 의족을 하고 있었다.

내 등에 업힌 그는 가벼웠으나 응어리진 내 가슴은 한없이 무거웠다.

암막 속에서 그에게 초점을 맞춘 뒤 뷰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다시 자리를 옮겨 소록도병원 시체해부대에서 촬영을 했고, 시신 보관소에서는 신사참배를 거부해 단종을 당한 정활수씨가 합류했다.

한센인 장기진씨를 만나기 이전의 나의 작업은 강점기 건축물들을 기록하며 건축주, 건축년도, 건축물 용도 등에 대해 거주민과 주민의 인터뷰를 해 왔다.

그러나 장기진씨와의 만남을 계기로 일제기 체험자들 기록의 절실함을 느껴 2003년 ‘제국의 휴먼’을 시작하는 단초가 되었다.

프로젝트의 큰 틀은 동북아시아에서 발생한 일본제국의 침략과 전쟁으로 발생한 제 현상에 대해 접근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과 사안의 장소에서, 관련 인물을 찾아 기록이 이뤄졌다.

히로시마 원폭피해를 입은 1세와 2세 환우문제, 한센인 강제입원과 신사참배 거부로 인한 단종, 일본군위안부, 강제징용, 만주로의 농업이주, 사할린동포의 영구귀국과 중국에서 일어난 남경대학살, 731부대가 그 대상으로 한국, 일본, 러시아 연해주, 중국 길림성에서 이뤄졌다.

사진가/전재홍

신사앞 장기진, 200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