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더 넓은 예술의 교차 지점을 향하여

ADRIAN CHENG

에이드리언 쳉 | 홍콩 뉴월드그룹 CEO & K11 그룹 창립자

 홍콩 뉴월드그룹 CEO이자 부회장으로, 보석 브랜드 저우다푸(周大福)의 전무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그는 2008년 뉴월드그룹을 모기업으로 한 문화 및 상업 유통그룹 K11을 설립하고, 2009년 뮤지엄 리테일 스토어 K11 아트몰을 개관했다. 2010년 K11 예술재단(KAF)을, 2018년 자선단체 K11공예&길드재단(KCG)을 설립했다. 2017년 프랑스문화예술훈장 오피시에(Officier)를 받았으며, 현재 MoMA PS1의 이사직을 담당하고 있다.

K11 예술재단(이하 재단)은 문화와 패션, 미술 등이 결합된 큐레이션 공간들을 소속 기관으로 두고 있다. 재단의 목표는 무엇이며, 소속 공간들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말씀해달라.

나는 2010년 동서양 예술가들과 함께 현대미술의 미래를 탐구하며 그들을 세계적 규모로 연결해 교류를 활성화하고 예술의 대중화를 이뤄내겠다는 비전과 열렬한 바람을 가지고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의 첫 번째 사명은 예술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창립 후 몇 년간, 우리는 특히 새로운 기술적 측면과 그것이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련한 중국 본토의 현대 예술과 문화 담론을 연구하는 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주목할 만한 중국 신진 예술가들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 후, 재단은 지역민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문화적 교류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재단은 독특한 문화-소매(cultural-retail) 경험을 창출하는 데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빅토리아 독사이드(Victoria Dockside) 항구처럼 가장 상업적이고 교통량이 많은 환경에서 미술을 전시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미술을 발견하고 알아갈 수 있게 한다. 두 번째 목표는 디자인과 작가의 영향력을 함께 성장시켜가는 것이다. 2023년에는 100여 개의 기획 프로젝트가 재단의 각 공간에서 열려 홍콩에 세계적인 작가, 디자이너, 유명 기관 출신 큐레이터들의 시각을 퍼뜨릴 예정이다. 세 번째 목표는 그럼으로써, 창조적인 삶을 고양하는 것이다.

《러브 오브 쿠튀르: 시대를 초월한 패션의 장인정신》(2022.12.8~1.29, 홍콩 K11 Musea) 전시 전경 2022

쇼핑몰이자 시각예술 전시 공간인 K11 뮤제아(Musea)의 특성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K11 뮤제아는 미술 작품을 위한 시각문화 예술 공간이면서도 지금까지 약 14년간 문화와 예술과 상업 서비스의 융합을 시도해왔다. 우리는 수년간 퐁피두센터, 팔레 드 도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모마, 베이징 울렌스현대미술센터(UCCA) 등 저명한 기관들과 협력을 계속해왔다. V&A 뮤지엄과 함께 한 《러브 오브 쿠튀르: 시대를 초월한 패션의 장인정신》도 그 일부다. 우리의 콘셉트는 ‘뮤지엄 리테일’이다. 이는 뮤지엄을 대중화하는 것이자, 예술이 대중 공간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각 층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예술, 장인정신에 대한 존중과 상업 활동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공간을 추구한다. 또한 저는 K11 뮤제아가 3월 연례 축제 《Art Karnival》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 2023년 《Art Karnival》은 홍콩, 베이징, 광저우, 톈진, 상하이, 선양, 우한 등 7개 도시에서 열린다. 홍콩에서는 세계적인 미술 동향을 추적하는 중국 최초의 대형 그래피티 및 거리예술 전시회인 〈City As Studio〉를 조직하고 있다. 제프리 디치(Jeffrey Deitch)가 큐레이팅하고 재단이 지원하는 이번 전시는 바스키아, 푸투라(FUTURA), 키스 해링, 레이디 핑크(Lady Pink) 등 장르 개척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온 컬렉터들의 소장품 100여 점으로 구성된다.

K11 아트 빌리지(K11 art village) 소개와 프로그램 설명을 부탁드린다.

우리는 재단의 핵심적인 미션 수행에 필수적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2011년 중국 우한에 K11 아트 빌리지를 설립했다. 이는 7개의 스튜디오와 상주 작가 프로그램을 위한 500㎡의 전시 공간을 포함하는 혁신적 플랫폼으로서, 지역사회와 지역 예술인들 간의 담론과 교류를 장려하는 한편 신진 작가들을 양성하고 그들의 경력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 최근의 괄목할만한 프로그램으로는 영국 왕립예술원에서의 3년 레지던시 프로그램, 우한 주재 프랑스총영사관과 홍콩 비디오타지(Videotage)와의 제휴로 시네마 뒤 릴(Cinéma du Réel)에서 진행한 미크로메가스(Micromégas) 레지던시 2기 등이 있다. 곧 있을 《Art Karnival》의 또 다른 핵심적인 문화 교류 프로그램도 장기 협력자인 아트리뷰(ArtReview)가 공동 기획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파트너십에서 도출될 예정이다. 아트리뷰와 재단이 지명한 다국적 멘토들의 지도 아래 활동할 20명의 예술가 공개 모집도 2월 말 시작됐다.

《Metavision》 K11 뮤제아 전시 전경 2022

파워 컬렉터이신 회장님의 컬렉션과 K11 재단의 대표적인 컬렉션에 대해 알고 싶다.

저는 제 개인 컬렉션과, 재단 컬렉션 모두에 ‘뮤지엄 퀄리티’의 작품들만을 선별해 모으고자 한다. 물론 비영리 재단인 K11 재단에는 소장품이 없다. 그러나 재단의 각 독립체에는 다양한 재료와 매체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컬렉션이 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개인적으로 타카 이시 갤러리에서 자데이 파도주티미(Jadé Fadojutimi)의 작품 〈Resonate rain, rain down, down on me, and you, and ourselves〉(2022) 대규모 작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소속 공간들의 경우 모두에게 개방될 전시를 위해 재단의 의뢰로 각 공간의 성격을 고려해 제작된 장소특정적 작품과 설치 미술품을 주로 수집한다. 물론, 이불의 〈천지〉(2007)는 장소와 관계없이 소장한 작품 중 하나지만. 나는 재단의 각 공간이 보유한 컬렉션을 ‘떠오르는 현대 중국 예술’, ‘비평적으로 호평받은 국제적인 예술’, ‘상호적이고 공공적인 예술’이라는 세 범주로 정의하고 싶다. 최근 K11 뮤제아에 설치된 주요 컬렉션 중 하나는 영국 작가 필리다 발로우(Phyllida Barlow)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에서 공개한 〈untitled: folly; baubles〉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이 작품은 인양된 재료들로 파괴와 건설, 손상과 수리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에 경의를 표하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제시한다. 물론 제가 언급한 작품만으로는 각 공간의 컬렉션 특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없겠지만 우리는 중국 및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교류와 발전을 촉진하는 더 많은, 더 나은 예술 작품을 컬렉션에 포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데믹 이후 K11 재단이 예술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어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와 NFT 아트에 관련한 재단의 활동을 소개해달라.

우리의 디지털 프로그램 역시 국제 기관들과 협력하고, 교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중국 및 전세계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관계 구축을 목표한다. 나는 창조적 능력과 아이디어의 교환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문화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재단이 여러 작가, 큐레이터, 기관과 협업해온 이유다. 최근 우리는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K11 마스터 클래스, K11 컬처 아카데미 워크숍 등을 기획해 지역 예술가와 대중에게 세계적인 문화 담론의 발언권을 부여하고자 한다. 그중 ‘K11 마스터 클래스’는 다양한 미학적 경험을 더 널리 공유하기 위해 시작된 문화 학술 프로그램이다. 최대 조회수는 3만회 이상이고, 클래스별 평균 조회 수는 1만회가 넘는다. 클래스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위챗 미니 프로그램즈(WeChat Mini Programs) ‘K11 GO’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저는 아즈키 NFT 컬렉션 개발자 치루 랩스(Chiru Labs)등의 후원자이지만, 재단에서는 NFT 아트를 수집하지 않고 각 공간에 맞는 전시 및 프로그램만 진행하고 있다. 근래의 NFT 아트 전시 《Metavision》(K11 뮤제아, 2022)에서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 뮤턴트 에이프 요트 클럽(Mutant Ape Yacht Club), 문버즈(Moonbirds), 두들스(Doodles), 조앤 코넬라(Joan Cornellà) 등이 제작한 작품 200여 점을 볼 수 있었다. 전시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NFT 아트 강연 등으로 온·오프라인의 세계를 연결하고자 했다.

필리다 발로우(Phyllida Barlow) 〈untitled: folly; baubles〉 판지, 시멘트, 페인트, 종이, 폴리우레탄 보드, 폴리스타이렌, 철망 등 가변크기 2016~2017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 〈Van Gogh’s Ear〉 철, 유리섬유, 스레인리스 스틸, 조명 951×496×210cm 2016

정리=조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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