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승: TRANS

2020. 4. 2 – 5. 2

아트스페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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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승, < 죽음과 소녀들 >, 린넨에 유화, 260x320cm, 2019.

임동승은 2010년까지 대체로 회화적 완성과 관련된 방법적 확장에 천착했다. 2016년에서 2017년을 지나면서 자신이 ‘수행과정의 탐구’로 표현하는, 일련의 새로운 회화 노선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의 회화론은 방법이나 기술로서의 회화를 넘어서는 것에서 시작해 회화를 문학적으로 운용하는, 또는 문학적 요소를 회화적으로 재배치하는 것까지 확장된다. 후자 역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그의 작품은 임동승의 사유에서 비롯되는, 더욱 진전된 참신하며 음미할만한 미적 성과를 보여준다.

임동승, < 전원의 합주 혹은 폭풍우 >, 린넨에 유화, 240x260cm, 2019.

< 전원의 합주 혹은 폭풍우 >, < 수난극 >, < 공룡과 의사당 >, < 죽음과 소녀들 > 같은 작품이 그것으로, 모두 2019년에 그린 신작이다. 문학적으로 조련된 이미지의 출처는 어린 시절 환상, 대중매체, 무의식, 꿈으로 이어지는 너른 스펙트럼을 이룬다. 호명된 이미지들은 불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행해진 자기수행적 회화의 여정에서 자주 임의로 수집되는 의미가 모호한 기록물이다. < 죽음과 소녀들 >이나 < 수난극 >처럼 대체로 ’죽음과 관능에 대한 강박‘의 관념과 관련되며 그것들을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은 < 공룡과 의사당 >이나 < 돌핀몬스터와 가면라이더 >처럼 헛헛한 아이러니, 유머의 기조, 희화화된 은유를 동반한다. 의미가 모호한 기록물은 작가가 내용이 명료한 메시지 구성이나 첨예한 해석으로의 초대를 목적으로 삼지 않음을 드러낸다.

임동승, < 수난극 >, 린넨에 유화, 194x130cm, 2019.

임동승의 회화가 스토리를 구성하고 전개하는 방법은 통상적 의미의 줄거리나 연출에 대한 혐의에 기반을 두며 명료한 전개나 식상한 결말과 결별한다. 그는 수수께끼나 완성되지 않는 퍼즐 같은 방식을 선호한다. 불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행해진 수행적 회화 여정에서 수집된 모호한 기록물을 통해 메시지 구성이나 해석으로의 조급한 직진을 만류하고 각각의 사건과 뒤틀린 상황에서 기인하는 긴장 어린 대기상태에 머물도록 한다. 사건의 세부 내용은 생략되고 그것들의 관계는 추상적이다. 모든 개별 요소는 사실적이지만 그것의 상호배치, 관계설정은 사실주의를 비켜나간다. 분명 무언가가 발화되지만, 그 내용은 수용자의 인식에 포섭되지 않는다. 결국 소통은 덜 종결된 채 미지의 어떤 지점을 배회한다. 부단히 시작될 뿐, 그의 작품 속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자료제공: 아트스페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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