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르 칸
“AIR” plane mode

2023. 4. 8 – 8. 27
브리가서울

베트남 출생 응우엔 만 칸 카사르 Nguyen Manh Khanh는 15세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다. 공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패션 디자이너 에마뉘엘 Emmanuelle과 결혼한 후 수백만 광년 멀리에서 빛나는 블랙홀, ‘카사르 Quasar’를 그의 새 이름으로 선택한다. 60년대 이후 공학자이자 과학자,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활약한 카사르 칸의 업적은 그의 이름처럼 별과 같이 빛났다.

엔지니어링 회사에 근무하며 댐 건설에 참여했던 칸은 건설 과정에서 사용되는 자재가 방출하는 독성 문제에 직면했다. 시행착오 끝에 질량이 매우 높은 ‘압축 공기’라는 개념을 고안하게 되었고 이는 공기 주입식 가구의 아이디어가 되었다. 오랜 연구 끝에 칸은 압축 공기와 비닐을 활용한 《에어로스페이스 Aerospace》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고 이 특별한 가구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에어로스페이스 내부에 설계된 기둥은 가구의 내구성을 10배 이상 높여 2톤 이상의 지지가 가능하게 해주며 표면에 부착된 금속 고리는 가구들끼리 연결을 통해 확장성을 높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비닐과 철이라는 이질적 소재의 결합을 비판하기도 했으나, 이 독특한 고리는 오히려 이후 칸 디자인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손쉽게 꺼졌다 부풀릴 수 있는 특성 덕분에 환경의 영향 없이 자유롭게 설치될 수 있는 점은 가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당시 낯설던 유색 투명 PVC를 활용한 에어로스페이스는 물놀이 기구를 만들던 파리의 장인 손에서 탄생하였는데 팔걸이가 설치된 안락의자부터 귀여운 스툴, 차양이 설치된 의자, 데이베드 그리고 백열등을 삽입한 우아한 조명까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구가 제작되었다. 공개와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에어로스페이스는 1968년부터 1976년까지 단 3년간 생산되어 현재는 전 세계에 70여 점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작품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인식했던 카사르 칸의 환경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60년대 무분별한 산업 개발과 자동차의 증가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칸은 사람들에게 공기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 했고, 이에 “NO AIR = NO LIF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미래지향적인 가구도 공기가 없으면 무의미한 조각에 불과함을 역설했다. 환경의 중요성에 공감한 브리가서울은 의도적으로 바람을 뺀 볼품없는 조각을 함께 전시하여 칸의 뜻을 이었다.

전시는 카사르 칸이 영감을 받았던 우주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카사르 칸이 당시 파리에서 느꼈던 황량함과 척박함은 달의 것이 되었고, 그곳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아폴로 APOLLO〉의 원형이 되었다. 우주로의 도약을 꿈꿨던 카사르 칸의 꿈을 담은 전시는 8월 27일까지, 브리가서울에서 열린다. 사전 예약은 필수이며 방문 시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시원한 아페롤이 제공되니 뜨거운 여름, 칸의 상상의 나래에 함께 발을 딛어보시길 바란다.

글, 사진: 문혜인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