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서기 2000 년이 오면
국제갤러리
2019. 9. 3 – 11. 17
국제갤러리는 양혜규의 《서기 2000년이 오면》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펼쳤던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양혜규는 흔히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역사적 인물의 발자취나 사건을 실험적인 방법으로 읽어왔다. 이를 통해 사회적 주체, 문화, 시간이라는 개념에 다원적이고 주관적인 접근을 꾀한다. 이번 전시는 소리 나거나 움직이는 일련의 조각 연작이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조우하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상상과 연대의 공간이다.
전시 명 《서기 2000년이 오면》은 가수 민해경이 1982년에 발표한 노래 < 서기 2000 년 >에서 비롯되었다. 미래를 향한 낭만적 희망을 담은 이 노래는 전시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관객은 노래가 가리키는 미래 시점에서 훌쩍 지나버린 위치에서 과거의 희망을 바라본다. ‘2000년’이라는 말에는 과거와 미래의 시점이 동시에 녹아 있다. 따라서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우리는 노래에 담긴 당시 정서를 더듬으며 시간을 보다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
《서기 2000년이 오면》전은 양혜규의 독특한 어법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그는 일상적 어휘를 특유의 반복과 상호 교차, 혼성으로 뒤얽는 어법을 통해 인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파고와 너비를 아우른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개인적인 기억을 되짚기도 혹은 관습적으로 분류되거나 의도적으로 간과된 집단의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로써 작가는 과학의 합리성과 자본주의가 소거한 수공, 자연의 가치, 사변적 영역을 비롯해 야만의 역사가 폄훼한 원시 문화, 인간세계의 산물인 시스템이 소외하고 고립시킨 정치 사회적 인물과 공간을 다시금 폭넓게 바라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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