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황용진 – Pieces and Parts

황용진 – Pieces and Parts

일우스페이스 7.10~9.24

중견작가 황용진은 인간, 동물, 자연과 같은 주변을 관찰하고 언어와 기호를 활용하여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익숙한 주제를 실험적이고 다양한 기법으로 보여주는 그의 회화는 전통적인 기법을 충실히 따르는가 하면 때로 팝아트 기법을 따르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회고전 형식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의 대학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에 걸쳐 다방면의 실험을 거듭해온 그의 회화, 에칭, 네온사인,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 작가의 작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오랜 세월 자기세계를 모색해온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을 이어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1980년대 명암과 색채 대비를 강조하고 화면을 분할하여 색면으로 처리하면서 종이를 붙이거나 뜯어내는 방식으로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던 ‘인간시리즈’에서 생물학적 형상이 강조된 초현실적 이미지로, 나아가 1990년대 접어들어선 점차 단순화되고 간접적인 표현으로 상징화되었다. ‘동물시리즈’를 거쳐 ‘풍경시리즈’에 이르는 과정에서 작가는 점차 삶의 애증 대신 생명의 순수성에 몰두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단번에 보이도록 부각시켰다. 이 전시는 한 작가의 작업을 주제별로 혹은 연대기 순으로 보여주는 일반적인 회고전의 면모를 벗어나 수업기 이래 30년간의 화업에서 21점을 선별해 한 벽면에 전시하고, 다른 벽면에는 ‘풍경시리즈’ 중에서 13점을 선별하여 마주보게 전시해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벽면의 한 편에서 반대편 모서리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벽 전체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시기와 주제의 작품들을 혼합 배치한 방식은 작가의 작업을 오랜 기간 가까이서 지켜본 기획자가 권하는 황용진 작업읽기이기도하다. 관람객은 이로 인해 철판을 잘라 붙인다거나 물감을 칠하고 나서 긁어내거나, 화면 위에 반투명 왁스로 덧칠하는 등의 작가가 시도해 온 다양한 기법과 소와 말 등의 동물이나 인물의 형상과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을 한 점 한 점 바라다보는 대신 다른 시기에 다른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이 방식은 작품 간의 대화를 읽어내고 작가의 작업을 새롭게 해석하게 하려는 것이다. 익히 알고 있던 작가의 전 시기 작업을 새롭고 다이내믹한  방식으로 해석하게 하는 것은 삶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출발한 작가가 추구해온 생명력을 또다시 작품에 불어넣음으로써 그 의미를 무한히 확장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시대를 뛰어넘어 주제와 장르를 가르지 않고 온전히 작품에 몰입하게 하고 풍부하게 생산해내는 전시,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금 읽게 하고 그 가운데 역동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원숙한 작업세계 못지않게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회이다.
박영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Review] 석성석 – Fare・Well Noise

석성석 – Fare・Well Noise

트렁크갤러리 8.7~31

소격동 트렁크갤러리 2층의 큰 테이블 위에는 각양각색의 LCD 모니터, 구형 포터블 브라운관 TV들이 길가의 돌탑들처럼 쌓여 있다. 그 사이로 증폭기와 분배기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각 연결된 장치들의 화면에는 동일한 이미지들이 떠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동일하지 않다. 원본 이미지를 내보내는 UHF 전파로 송신장치는 수신장치들 아래, 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다. 언뜻 과거 청계천 세운상가 주변에 즐비하던 TV가게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방송국을 여기에 구현해놓았다. 2012년 말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대전환한 이후 더는 구경하기도 힘든 아날로그 방송 시대의 한 장면이다.
이 장치들은 모두 1번부터 26번까지 일련의 번호 순서가 매겨진 잡음기계라 부른다. 그리고 벽면을 향해서 비스듬히 놓인 프로젝터가 뿌리는, 길쭉하게 늘어진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상 역시 같은 정보원으로부터 수신된 또 하나의 변주이다. 작가가 이미 송신 과정에 개입할 때 교란된 원본은 송신장치의 전파를 타고 각 수신장치에 입력되어 이미지와 함께, 그것을 잠식해가는 백색잡음을 재생한다. 거기에 재생 화면을 피드백하는 8밀리 비디오카메라가 마치 거울 속의 거울처럼 다른 송신장치로 입력한 화면을 다시 유선 전송하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이즈는 점점 증가하고 브라운관 주사선의 신호를 휘어지게 하여 원래 정보의 데이터를 교란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 작은 방을 가득 메운 혼잡한 아날로그와 초기 디지털 기술이 혼재된 시스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전파 생태계 내지는, 백색잡음 생태계로 부르려고 한다.
모든 통신에는 필연적으로 잡음이 발생한다. 정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보이론의 창시자 클로드 섀넌은 이미 전송 과정의 신호가 변하거나 왜곡시키는 노이즈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 개발이 한창이던 1940년대에 ‘잉여성’과 ‘노이즈’,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보를 다시 물질과 연결하였다. 그는 이미 관념이나 추상이 아닌 구체적인 정보와 공학적으로 대면하고 있었다.
석성석은 섀넌의 선구적인 정보이론, 정보의 엔트로피, 신호간섭효과를 설명하는 샘플링이론을 매체예술의 관점에서 적절하게 설명해주는 좋은 표본처럼 보인다. 수적 재현에 관한 설명은 여기서는 건너뛰자.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의 기술이 훨씬 풍부한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디지털 기술의 초창기 시절에 다음 단계로 넘어오면서 필연적으로 분절되는 데이터의 간격 사이에서 소실된, 섀넌이 ‘잉여성’라고 부르는 나머지에 대해 애석해 한다. 석성석 역시 디지털 기술로 이행하면서 아날로그 신호의 선적 파형은 작은 점들로 분절된 점에 착안하고 있다. 분절된 신호 사이의 간극이 노이즈가 되었다는 그의 언급은 기계, 기술 발전의 과도적 단계에서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강요하는 매체를 비판하고 과잉 시스템을 탈맥락화함을써 키틀러와 같은 기술결정론의 환원적 입장에 대한 저항 내지는 비판적인 태도로 읽힌다.
최흥철・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Review] 윤성지 – 신자유주의, 위험한 정신-YOUR SPIRIT

윤성지 – 신자유주의, 위험한 정신-YOUR SPIRIT

오픈스페이스 배 6.28~7.16
스페이스 K 서울 8.14~9.19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린 윤성지의 개인전 <신자유주의>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됐다. 직접적인 접근보다는 압축된 언어와 공간구성으로 말이다. 전시장 공간 사방에 각목으로 만든 벽면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Neoliberalism’과 ‘신자유주의’라고 적힌 텍스트가 프린팅 되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좁은 통로를 지나면 여러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메인 공간의 뒤편 벽을 비추고 있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시스템이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적층되어 꼭지점으로 갈수록 오므라드는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다. 하지만 작가는 지금의 시스템을 좀 더 섬뜩한 구조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안과 밖이 훤히, 너무나 잘 보이는 단순한 구조이며, 각목으로 설치된 벽면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룰은 단순하다.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벽을 허물지 말아야 된다. 드나듦은 언제나 자유롭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소속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보이듯 그 안과 밖은 모호하고 어둡다. 한 줄기 빛도 비치지 않는다. 따라서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안을 좀 더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의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좁디좁은 복도를 지나며 항상 내부를 힐끗 쳐다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포트라이트와 벽면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 혹은 누구, 즉 시스템을 만들고 조종하는 존재에 대한 정보의 부재에서 연유한다. 구호처럼 적힌 ‘신자유주의’의 기치는 안과 밖에 소속된 그 누구도 제시한 적이 없으며, 그들이 존재하기에 자연스럽게 마련된 것도 아니다. 후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만든 체계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공포감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스페이스 K에서 열린 윤성지의 또 하나의 개인전은 그간 펼쳐왔던 작업의 맥락을 대부분 호출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핑크 컬러와 그것의 오브제 설치는 작가가 이전 작업에 자주 사용하던 것이다. 텍스트를 구현한 프레임, 오브제도 그의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한 번은 봤음직한 것들이다. 그런데 작가의 이러한 구성은 필연이 아니었으나 필연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굳이 그러한 컬러와 형태, 구성을 띠고 그곳에서 관람객을 만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다만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에서 그는 선택했다. 사실 경계면에서 선택의 문제를 놓고 벌이는 작가의 줄타기는 이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태도다. 이미지와 텍스트, 오브제와 공간, 그리고 오브제와 텍스트 등 작업의 요소 사이에서 이해와 몰이해의 혼돈의 장을 펼쳐놓은 것이다. 그래서 의미는 사라진다. 아니 작가는 처음부터 의미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미 너무 많은 의미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의미파악의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스페이스K에서 열린 윤성지 개인전의 타이틀이 ‘위험한 정신_Your spirit’이었다.
황석권・본지 수석기자

 

[Review] 김기수 – 대단지 입구

김기수 – 대단지 입구

아트스페이스 풀 8.1~9.6

김기수의 근작 회화들은 어떤 과거의 이미지를 내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가 그린 낡은 건물, 황량한 길을 내달리는 버스, 탁자 위에 놓인 주스, 참외, 기념사진 같은 이미지들은 내 기억 메커니즘을 활성화시킨다. 나는 그런 이미지들과 더불어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대부분 유쾌하지 않다. 그 버스는 내게 고된 일과를 마치고 땀에 젖은 몸을 이끌고 부대로 귀환하던 20대 초반의 고단한 하루를 상기시키고 그 노르스름한 주스는 공부해야 하는 아들을 붙잡고 놀고 있는 아들 친구에게 어떤 어머니가 선사한 최소한의 성의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는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 복고적 향수 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몰입할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근작 회화들의 전시에 그는 ‘대단지 입구’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그 ‘대단지’는 지금의 서울시(수도권) 형성 과정에서 벌어졌던 어떤 사건 또는 아픈 상처-광주 대단지 사건-와 연관된 것이다. 강홍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전시는 “성남-광주 대단지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원주민의 후손이 가질 법한 트라우마”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 앞에 있는 낡은 사진같은 빛바랜, 흐릿한, 푸르스름하고 노르스름한 이미지들은 사라졌다고 믿지만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득달같이 나를 덮쳐오는 아픈 상처에 관계된 것이다. 다시 강홍구를 인용하면 지금 김기수의 정체성은 “자신도 모르게 상처받은 자의 그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이미지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 사라졌다고 믿지만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유령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김기수의 근작들은 봉합된 상처들을 헤집고 “잊지 말자 대단지”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근작들에서 대단지는 과거에 비해서(그는 과거에 사진과 영상, 설치 등으로 대단지를 다룬 적이 있다) 상당히 추상화되었다. 불분명한 문맥 속에 흐릿하게 제시된 이미지들은 롤랑 바르트식으로 말하면 “나를 꿰뚫기 위해 오는” 화살 끝을 무디게 한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매체로 택한 회화의 특성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회화는 순간에 관여하는 사진과 달리 시간(의 흐름)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순차적으로 가해진 붓질은 생생한 사물 또는 대상의 완벽한 유사물-사진과의 마주침이 가했던 충격을 완화시킨다. 게다가 회화의 이미지는 속성상 ‘코드 없는 메시지’인 사진과는 달리 코드가 부여된 이미지-환영이다. 그렇게 본다면 김기수의 근작 회화들은 환영을 통해 유령을 소환하는 작업 같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과거 주로 사진과 더불어 작업했던 김기수가 지금 회화로 ‘돌아선’ 이유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외상적 기억을 활성화하거나, 충격을 주기보다는-회화로써- 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숙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숙고에는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매개적인) 회화가 좀 더 어울릴 것이다. 물론 그러한 숙고는 외상을 장악할 수 없다. 김기수 자신은 이러한 작업을 ‘자각몽(lucid dreaming)’으로 비유한다. 자각몽 속에서는 깨어있는 자아가 꿈꾸는 자아를 바라본다. 여기서 두 자아는 서로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다. 이것은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외상과 더불어 사는 삶의 한 모델일 수 있다. 이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에 붙인 ‘스텔스’라는 표제는 또 어떤가. 스텔스는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이다. 그런가 하면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어떤 비행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외상과 부대끼며 사는 회화-삶에 그런대로 어울리는 표제가 아닌가.
홍지석・단국대 연구교수

[Review] 배종헌&양정욱-Bookmaking Project 2014

배종헌&양정욱-Bookmaking Project 2014

닻프레스갤러리 7.2~8.10
닻미술관 8.23~9.28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을 둘러싼 공기를 변화시킨다. 소리 없이 팽팽한 긴장이 흐르기도 하고, 말없는 눈빛에 적의가 담기기도 하며, 작은 움직임에도 서로를 향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기도 한다. 전혀 다른 두 작품의 만남도 그들을 둘러싼 공기를 변화시킨다. 배종헌과 양정욱의 작품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하고 조용한 두 사람의 만남 같다.
배종헌과 양정욱의 2인전은 닻프레스갤러리에서 지속해오던 북메이킹 프로젝트와 전시를 결합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전시 작품 가운데 두 작가의 책이 놓이는데, 이 책은 기존의 전시들에서 볼 수 있는 도록  개념이 아니라, 미술작품과 다른 형식의 또 다른 작품이다. 물론 두 작가의 드로잉과 글을 담은 이 책들은,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배종헌의 작품들은 그 스스로 만들어낸 별에 관한 긴 이야기와 관계된 것들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별이 사라지게 된 계기,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니 온 천지에 별들이 있고(벨큐브나 스타벅스의 로고 같은 인공물들), 그런 인공의 별들에 둘러싸여 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의 이야기는, 드로잉과 텍스트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설치작품으로 만들어져 각각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이어진 별자리와 같은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
양정욱은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내는데, 이 작품들의 형태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어딘지 사람을 닮아 있다. 물론 그 조각적 형태가 사람을 닮지는 않았지만, 그 움직임은 연약한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처럼 보인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예민한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그 반복적인 움직임들은, 거의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회사와 같은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몇몇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키네틱 작품으로 구현되는 것은 인물과 사건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의 모양인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보인 두 작가의 작품은 문학적 서사와 미술의 고전적 관계를 다시 숙고하게 할 뿐 아니라, 형태를 가진 ‘책’이라는 존재가 문학과 미술과 그리고 우리의 삶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문학과 책이 가져왔던 당연한 관계, 한 권의 책이 조형적 고려를 통해 특정한 형태로 만들어져 온 역사, 그리고 그 책이 우리의 손으로 들어와 열어 보여주는 세계, 책이 보여주는 세계를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삶… 등을 생각해보면, 책은 단지 정보를 담아 대량으로 복제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문학과 미술과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 되어 왔다.
형태를 가진 책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게 퍼지고 있는 지금, 배종헌 양정욱 두 작가와 닻프레스(이곳은 갤러리뿐 아니라 수제 책을 소량 제작하는 스튜디오이다)는, 작가의 텍스트와 미술작품, 그리고 그 자체로 형태이면서 내용인 책을 통해, 문학만으로 볼 수 없고 미술만으로도 볼 수 없는, 통합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윤희・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Review] 최치원 : 풍류(風流)탄생

최치원 : 풍류(風流)탄생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7.30~9.14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21세기 인문정신의 재발견을 위해 기획한 첫 번째 전시다. 그렇게 10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최치원이 현재 위로 호출되었다. 최치원은 신라 당시 이른 나이에 중국에 유학해 이름을 떨치다가 국내에 귀국한 이후에는 지리산 가야산 등지를 주유산하하다가 빈 신발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지며, 이후 신발은 신선을 상징하게 되었다. 전시를 위해 시서화 장르를 뛰어넘어 활동하는  작가들이 초대되었고, 여기에 영상설치와 춤이 가세했다. 작가들은 중국 유학 당시 최치원의 행적을 찾아서, 그리고 귀국 이후 최치원이 주유산하한 지리산 가야산 등지를 답사하면서 최치원의 인문정신을 되불러냈고, 그렇게 되불러낸 인문정신을 저마다의 작업에 담아냈다.
그렇다면 왜 최치원인가. 최치원은 무(巫俗)를 바탕으로 유(儒敎), 불(佛敎), 도(道敎) 삼교(三敎)가 회통하는 우리 문화의 전형을 풍류     (風流)로 처음 정의내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종교에 외래 종교를 흡수 통합한 예로 볼 수 있겠다. 보기에 따라선 무속으로 대변되는 종교, 유교로 대변되는 도덕과 윤리 내지는 정치철학, 불교로 대변되는 철학, 그리고 도교로 대변되는 예술의 결합을 시도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견지에 따라선 주관정신에 종교를, 객관정신에 예술을, 절대정신에 철학을 결부시켜 정신의 현상학을 전개한 헤겔과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종교가 지배적인 시대적 배경에서 삶의 다양한 루트와 채널을 종교에 버무려내, 종교와 인문정신의 등치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겠고, 종교를 매개로 한 인문정신의 승화를 꾀한 경우로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이런 통합의 정신을 풍류의 개념으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풍류란 바람처럼 흐른다는 말이고, 바람처럼 벽이 없고 경계가 없다는 말이고, 바람처럼 거침이 없다는 말이고, 바람처럼 정처가 없이 떠돈다는 말이다. 흐르는 것은 바람 말고도 또 있다. 물이 그렇다. 그래서 흔히 바람과 물은 자유정신과 예술혼의 귀감을 상징한다. 그 상징적 의미 혹은 보다 적극적으론 실천논리로 치자면 세속적인 지식이 갈라놓은 구별과 분별 너머로 흐르고, 그 경계와 벽 위로 범람하는 가벼운 정신이며 떠도는 정신, 부유하는 정신을 상징한다. 그 정신은 하릴없이 거니는 것을 의미하는 소요와 무목적적인, 그래서 그 자체가 이미 목적인 여기(餘技)를 하부개념으로서 아우른다. 특히 여기와 관련해선 전통적인 사대부 문인화가 바로 이 여기에 그 논리적 근거를 두고 있고, 서양의 논리로 치자면 아마추어 정신이며 딜레당트 개념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슨 말인가. 즉 풍류는 지금 여기서 무슨 의미를 가질 수가 있는가. 풍류의 정신은 한마디로 삶의 다양한 채널과 루트로부터 유래한 이질적인 지점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융합하고 통섭해 들이는 깔때기의 논리에 비유하고 정의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정처가 없이 흐른다는 점에서 보면 유목주의와도 통한다. 최치원의 풍류는 1000년 전에 이미 이런 통합과 융합 그리고 통섭의 논리를, 그리고 유목주의의 실천논리를 선취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 하나를 지적하자면, 이런 통섭이며 융합의 논리가 자칫 차이에 대한 억압의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차이를 인정하면서 속으로는 차이를 지우는, 말하자면 무늬만 차이를 양산하는 기제로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풍류와 더불어서 부는 바람은 이런 우려마저 휩쓸어가는 바람일 것이다.
이런 전시가, 말하자면 풍류의 정신을 현재에 계승한 전시가 서예박물관에서 열렸다. 과거로부터 출처를 얻어왔다는 점에서 예사롭고(혹은 박물관답고), 과거를 현재로 되불러온 것 아님 과거를 되불러와 현재를 조망한 것이란 점에서 예사롭지가 않다(혹은 미술관답다). 보통 박물관은 박물관으로서의 몫이 있고, 미술관은 미술관 나름의 됨됨이가 있다. 그러나 이건 선입관에 지나지 않는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박물관을 과거의 무덤으로 내몰고, 미술관을 현재에 붙박아 두는  생각이며 기획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미래마저 앞당겨 포개져 있는 것이 현재임을 인정하고, 그렇게 다층적이고 다공적인 현실인식을 되새길 일이다.
나아가 박물관은 시간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간직하는, 그런 시간의 집이다. 그 집에 현재가 탑재될 때, 어쩌면 미술관 전시가 간과하고 있을 어떤 미학적 공백을 채워줄지도 모를 일이며, 실제로 이번 전시는 그 일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있거나 최소한 예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전시는 시서화가 결국 하나의 뿌리에서 연유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는 한편, 풍류의 인문학적 정신을 통해 이미 1000년 전에 동시대적 담론의 중추를 담지하고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전해주고 있다.
고충환・미술비평

[Preview] 9월

코드 액트

코리아나미술관 9.5~11.15

퍼포먼스 영상에 주목해 온 코리아나미술관의 국제 기획전. 드로잉, 오브제, 설치, 미디어 테크놀로지, 사운드,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와 연계된 퍼포먼스와 그 의미 작용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신체 자체를 넘어 외부 미디엄과 연계된 제스처와 행위가 역사와 삶의 문맥에서 어떠한 다양한 코드를 함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기존의 일상적이고 관습화된 코드를 어떻게 전복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조안 조나스, 윌리엄 켄트리지, 캐서린 설리반, 욘 복 등 퍼포먼스, 드로잉, 설치, 영화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 10명이 참여하여 10여 점의 퍼포먼스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드로잉의 행위 자체가 퍼포먼스로 전이되고 오브제나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의해 원래 신체의 맥락들이 재번역되는 과정을 통해 퍼포밍하는 신체는 외부 미디엄에 의해 번역되고 ‘대안적 신체’로 전이되는 것을 보여준다. 정금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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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허수영_양산동09_캔버스에 유채_291x182cm_2013

시대의 눈-회화 : Multi-Painting

OCI미술관 9.12~10.31

다원주의 시대 멀티미디어 환경을 공유하는 회화의 현실을 살펴보는 전시. 인간과 함께 해 온 가장 오래된 예술 매체인 회화가 우리 시대의 문화환경 특성이 회화에서 ‘다층적, 다면적’으로 발화되는 양상을 함의하는 ‘멀티’로서 거듭나는 현대 사회에서의 모습에 주목한다. 우리의 사고방식 체계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습득과 재생산과 함께 쏟아지는 이미지들 속에서 회화의 위치를 살펴보기위해 기획되었다. 멀티미디어 환경에 친화적인 세대로서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기본 토양으로 삼는 강서경 공시네 박미나 박진아 배윤환 안두진 정수진 차혜림 허수영 9명의 작가의 ‘Multi-Painting’현상을 관통하는 회화적 발언을 살펴보고 자기 부정과 정체성의 재정립을 무수히 반복하는 회화의 현주소를 확인해 본다.허수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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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리지아 파페

역병의 해 일지

아르코미술관 8.31~11.16

아시아 지역 42명의 작가가 국가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사회적 맥락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하여, 도시를 둘러싼 전염병과 관련하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공포, 아시아의 국가주의적 긴장 등의 문제를 돌아본다.  리지아 파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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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하이트컬렉션 8.29~12.13

일상의 오브제와 언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온 안규철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타일, 벽돌, 구슬, 손수건 등의 오브제들을 사용해 실패의 과정에 존재하는 노동과 시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이며 결과만을 좇는 지금의 현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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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안토니 문타다스

안토니 문타다스

토탈미술관 8.25~10.19

초기 개념미술과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안토니 문타다스의 첫 번째 한국 개인전. 건축가, 리서처, 큐레이터들과 함께 조사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미지와 코드를 연관시키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유사점과 차이점, 충돌의 지점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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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의 예술

국제갤러리 8.28~10.19

한국미술의 대표적인 성과인 단색화와 이 흐름을 이끌었던 거장들의 작품을 재조명한다. 서구식으로 재편되던 당대 사회상과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예술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단색화운동의 면면을 미술사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정창섭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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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준호

전준호

갤러리 현대 8.29~9.28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특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영상 및 설치작품으로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아온 전준호의 개인전.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과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인간사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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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김성환

김성환

아트선재센터 8.30~11.30

비디오,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을 전시 공간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 재구성하는 김성환의 작업세계를 소개한다. 특히 작가가 런던 테이트 모던의 ‘탱크스’ 개관전 첫 번째 커미션 작가로 선정되어 제작한 <Temper Clay>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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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신상호2

신상호

금호미술관 8.29~9.28

전통도자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지속해 온 신상호의 개인전. 도자, 조각, 회화를 바탕으로 작가가 영감을 획득하는 대상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금호미술관을 비롯해 이화익갤러리와 예화랑에서 각각 9.18~10.5, 9.12~10.18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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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최정화

최정화

문화역서울 284 9.4~10.19

<총천연색>이라는 타이틀로 꾸며지는 최정화의 개인전. 한국 근대화를 상징하는 대량생산과 과잉소비 등의 키워드로 작업 활동을 지속하는 작가는 사람들이 쉽게 모였다 흩어지는 문화역서울 284라는 공간에서 그 덧없음, 공허함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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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리안

스테판 보르다리에

리안갤러리 서울 8.6~9.20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테판 보르다리에의 개인전. 2008년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연 이래 8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특유의 색과 화면의 질’ 에 집중한 다양한 사이즈의 최근작 13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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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중섭, 황소, 1953,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x52cm

황소걸음

서울미술관 8.5~9.21

서울미술관이 개관 2주년 기념 소장품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을 선보이는 특별 전시로, 한국의 미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전진할 서울미술관의 전망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이중섭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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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형구

이형구

갤러리 스케이프 9.2~10.19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신체의 변형과 왜곡, 확장을 실험적으로 선보여온 이형구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지식의 체계를 바탕으로 확장된 시지각을 선보이는 납판작업, 조각, 설치, 드로잉에 걸친 20여 점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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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수보드

수보드 굽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9.1~10.5

작가가 인도에 거주하며 경험한 삶과 애환, 일상과 문화 속에 녹아든 역사와 종교의 흔적들이 현대미술로 치환되는 과정을 공개한다. 30여 점의 음식 페인팅 등을 전시함으로써 음식문화에 녹아있는 정치, 종교, 사회적 이데올로기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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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오인환

오인환

갤러리 팩토리&윌링앤딜링 9.4~24

작가는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는 두 장소 ‘윌링앤딜링’과 ‘갤러리 팩토리’의 내부를 감시카메라를 이용해 상호연결한다. 이는 모니터를 매개로한 감상방식과 전시장에서의 실제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개인의 다양한 사각지대에 대해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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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부록

갤러리 잔다리 9.18~10.8

설치작가 이부록, 소설가 김연수, 그래픽디자이너 안지미의 협업 전시. 세 예술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영감을 받아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4년 서울에서 우리가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있는지 디스토피아를 표류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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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권오상 이걸로!!

권오상

페리지갤러리 9.12~11.8

사진이미지를 이용한 조각 작업을 진행하는 권오상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제 사물의 이미지를 차용한 <Mass Patterns>와 자신의 기존 작업에서 가지고 온 이미지를 재구성한 <New Structure>시리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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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류밍

마류밍

학고재갤러리 9.2~10.5

퍼포먼스와 회화를 긴밀하게 연결한 작업을 통해 중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마류밍의 개인전.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마류밍의 초기 퍼포먼스 작업을 기록한 영상과 사진, 여기에서 파생된 최근 회화와 조각작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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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연희

류연희&이민정

누크갤러리 9.12~10.11

일상적인 것들을 소재로 추상적인 형태를 만들어가는 류연희와 인체를 조형언어의 근거로 삼아 작업하는 이민정의 2인전. 전혀 다른 매체로 추상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두 작가의 만남은 뜻밖에도 예술세계의 조화로움을 이끌어낸다. 이민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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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박지나. 빗방울은 물이 없는 곳에서 생겨났다 2013 피그먼트 프린트, 150x100cm

박지나

대안공간 스페이스22 9.22~10.11

평소 시 쓰기로 단련된 독창적 사고와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사진과 조각, 설치작업을 하며 시적인 이미지를 펼쳐내는 박지나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22의 신진작가 지원전시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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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베르나르

베르나르 프리츠

부산 조현화랑 9.19~10.19

규칙성과 질서 그리고 우연성에 따라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향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상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프리츠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15점은 레진의 두터운 층과 아크릴 물감의 부드럽고 형태 변화가 용이한 성질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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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남진

김남진

부산 미광화랑 9.20~30

작가 김남진의 28회째 개인전. 이번 전시는 “숲-히말리야시다”, “The Actress”, “정물시리즈”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인물과 정물, 그리고 풍경 등  다양한 소재로 나누어져 있으나 작품 하나하나 저변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가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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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은희

 

전은희

서울시청하늘광장갤러리 8.20~10.19

사람과 사물의 공존이 장소의 진정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는 전은희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의 사라진 장소와 살아갈 장소의 문패로 보여지는 사람과 사물들의 존재를 장소가 가진 감정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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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희상작업사진

이희상

가나인사아트센터 9.24~30

열쇠가 있는 방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목재를 이용한 조형물과 반복적 사각패턴위에 시계와 열쇠를 접목시킨 작업으로 키는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작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의 생명과 소통의 의미를 재해석 해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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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장현주, So Happy, mixed media on canvas, 130x130, 2014

장현주

갤러리 가비 9.17~10.4

동시다발적인 감정에서 형성되는 이미지가 연결고리를 생성해가며 어우러지는 형상을 구현하는 장현주의 개인전. 작가는 ‘마치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듯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골라 마구 뒤섞는’ 단계를 통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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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류예지

류예지

갤러리 가이아 9.3~9

류예지는 자신을 태우며 무언가를 돕는 존재인 ‘성냥’의 이미지를 통하여 지치고 바쁜 현대인의 삶에 다가가고자 한다. 파스텔톤의 색채와 강렬한 원색의 조화를 통하여 심리적 안정감과 사유의 멈춤을 위한 작은 충격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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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김재범

잔상의 기억

가일미술관 8.1~9.28

김재범 뮌 박주욱 방혜자 서윤희 송영욱 조습 7명의 작가가 인간의 트라우마에 대하여 집중한다. 작가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 공동이 함께 겪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도출해서 이미지로 담아낸다. 김재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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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glakscjd

히만청

갤러리em 8.21~9.27

싱가포르 작가 히만청의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자 제10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인 전시. 작가는 퍼포먼스와 텍스트, 순수예술과 디자인,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경계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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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관

갤러리 GMA 9.17~23

살아오면서 잊고 있었던 유년시절의 아련한 진실, 각종 부조리에 찌든 현실에서 한순간 조용히 눈감고 바닥까지 내려가 잊었던 진실을 화면에 표현한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순수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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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박재동_-금보성아트센터_30

김선화&박재동

갤러리 마레 9.1~20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김선화와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손바닥 크기의 화폭에 담아내는 박재동의 2인전. 이 부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빚어낸 이 시대 소소한 일상과 풍경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박재동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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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태량

이태량

갤러리 그림손 9.10~23

회화에 기반을 두고 영상, 설치 및 공공미술에까지 폭넓은 예술적 실험을 이어온 이태량의 개인전. 언어와 사고에서 비롯한 회화의 확장을 추구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 견지해온 개념을 넘어 새롭게 시도하는 영상, 설치물 연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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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유현미 - 복사본

유현미

갤러리 분도 9.12~10.18

사진, 조각, 회화, 영화, 출판까지 아우르는 유현미의 작업세계를 면밀히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적 구도와 색감을 취해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대표작을 포함하여 모두 2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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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김종훈

김종훈

서촌재 9.1~10.15

투박하고 소담한 도자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김종훈의 개인전. 작가는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며 그를 바탕으로 소박한 멋을 담는 도자기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작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의 해소이자 일상의 공감을 담는 그릇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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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백현옥

백현옥

세종갤러리 9.16~28

자연물 속에서 발견한 색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패턴요소를 재해석하는 최준영의 개인전. 작가는 꽃과 나무를 소재로 친근감 있는 조형작품을 제작 추구하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패턴 제작에 역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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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김아영

김아영

갤러리 파비욘드 8.19~9.20

현대사회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전통적인 가치를 이어받은 이 시대의 한국현대미술을 릴레이 형식으로 소개하는 K-ART전. 이번에는 김아영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예술이 한국에서 어떻게 수렴되어 다시 세계로 향해 나가는지를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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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김영우_월간미술_9월_프리뷰

김영우

에이블서울갤러리 8.27~9.9

다양한 삶의 모습을 포착해 표현하는 김영우의 개인전. 현실을 다양한 각도로 받아들이는 표정이나 눈빛, 행동들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귀함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물질과 자본, 이념이 전부가 아니며 개개인이 현대사회의 주인공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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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박동균

박동균

가나인사아트센터 9.10~15

먹과 화선지만의 독특한 물성을 이용한 수묵의 추상성과 현대적인 표현을 모색하는 박동균의 개인전. 각기 다른 먹빛과 형상, 그리고 시간성을 담고 있는 먹조각들을 겹겹이 붙이는 작업을 통해 한국화의 현대적 조형 공간을 구축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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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희돈

제16회 2014 현대미술 12인전

예일화랑 9.12~21

제16회를 맞이하는 예일화랑의 가을 정기 기획전으로 서양화, 한국화, 조각 등 3개 장르에서 역량있는 작가 12인의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가는 오세영 이희돈 김수남 한춘희 조홍근 박상수 문홍규 박미레 한경옥 이종혁 장국보 이현희이다.  이희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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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박용일

박용일

갤러리 이즈 9.17~23

He-story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박용일 개인전. 재개발 지역 풍경을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는 거기살던 사람들 저마다의 숱한 사연을 간직한 장소이지만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풍경,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를 보따리에 담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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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윤수보

윤수보&정춘표

갤러리 조이 9.12~10.3

여체의 곡선을 사랑의 생명체로 표현하는 정춘표와 원색의 자연을 그리는 윤수보의 작품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2인전. 조각과 회화를 넘나들며 표현되는 꿈과 자유, 사랑, 싱그러운 자연과의 교감은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고 따뜻하게 한다. 윤수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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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김두하

김두하

청도 bk갤러리 8.1~9.30

<보통소녀>는 2013년 말부터 기획된 ‘일반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30대 여성의 신체를 기록하는 작업. 일반인 여성들은 <보통소녀>를 통해 사회가 규정한 ‘얌전한 여성’ 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본연의 욕구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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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장용주

장용주

아트링크 9.11~21

전문적으로 임모화를 그려오던 장용주의 개인전.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아크릴 표면에 전동드릴로 흠집을 내는 스크래치 기법과 에폭시패널 스크래치 기법의 작품을 선보이며 전통으로 단련된 작가가 현대의 기법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전한다.

 

 

 

 

[New Face 2014] 이미래

物性 고민의 실험장

작가 이미래의 작업은 물리적 공정에 의해 시작되고 결정된다. 그녀는 사전에 스토리를 면밀히 짜고 리서치를 기본으로 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에 대한 거대담론을 논하거나, 인간내면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출하는 형식을 띠지도 않는다. 다만 작업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천착한다. 그는 자신의 ‘정신성이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평하지만 그의 작업은 물성 자체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 꾸밈없이 순수하게 나아간다. 작가는 각 작업 본연의 기능을 극대화할 뿐 그 이상의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와 형태 자체가 가진 본질이 각각의 작업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현재 인사미술공간에서 진행 중인 이미래의 세 번째 개인전 <낭만쟁취>(8.14~9.14)는 작업 간 유기적 관계가 돋보인다. <수석장>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청개구리 엄마무덤> 작업 과정에 발생한 시멘트 폐기물들을 모아 조각으로 만든 것, 길거리에서 줍거나 혹은 지인에게서 받은 크고 작은 물체들을 마치 전시장에 진열하듯 정돈해 두었다. 이전 작업인 <일본식 꽃꽂이>에서 선보인 이미지와 함께 다양한 조각이 나열되어 있다. 본래 작업실에서 물성실험을 즐겨 하며 사이즈, 부피, 탄성을 고려해 이리저리 배열하고 배합해 보던 작가의 습관이 반영된 작품이다. 죽어있는 매체들이 모여 있는 쇼케이스와 같은 수석장은 나란히 배열된 그녀의 조각을 연상케 한다.
반면 함께 전시된 <청개구리 엄마무덤>과 <청개구리 엄마무덤을 위한 비, 천둥, 번개 구조물>에선 이미래의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 작업은 우화의 신파적 이야기 전개과정, 거친 날것의 재료와 단순한 움직임 장치 그리고 치밀하게 짜인 각 작업 간의 구성이 혼재되어 있다. 사실 <청개구리 엄마무덤>은 올해 초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연 전시 <앞에서 본 누락>(2.19~3.9)에서 선보인바 있는 동명의 작품에 다양한 요소를 더해 복합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천둥 효과에 육중한 무게를 주기 위해 시멘트 틀을 제작하여 볼링공을 굴리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웹투니스트 이자혜의 단편만화 <금덤판>을 협업형식으로 제작해 함께 설치한 점이다. 자신의 작업에 동시대 사회적 연결고리를 더하고 싶었던 작가는 이야기 전달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만화를 선택했다. 이와 같이 그녀의 작업은 면밀하고 명백하게 그 역할과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은 이전작업 혹은 함께 설치되는 작업 간 ‘얼기설기’ 엮어져서 서로 유동한다. 그렇지만 “청소를 하는 기분으로 정리정돈을 하면서 평면적이고 담백한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다분히 정제되어 있다.  작가 이미래의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함의가 담긴 행복이란 단어에 뒤엉킨 무수한 이해관계의 조합 속에서 ‘낭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는 단순하지만 이 시대에 참으로 얻기 힘든 낭만을 마치 작업이 가진 그 속성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이에 무한히 새로운 조형을 만들어내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근래의 조각이 디자인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으며, “오랜 기간 지켜볼 수 있을 만큼 조형적 의미가 깊은, 고전주의적 숭고미를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조각을 다루는 젊은 작가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가 포착할 물성의 조형적 변주가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이미래는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전공하고 영상연합매체를 복수 전공했다. 2013년 <문래3가에서 빛으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3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 외에 2011년부터 지금까지 10회의 그룹전 및 프로젝트 결과전에 참여했다.

이미래

<청개구리 엄마 무덤> 시멘트, 볼링공, 워터펌프, 스트로보, 마이크 대, 믹서,헤드폰 외 가변설치 2013

 

[New Face 2014] 인세인 박

모든 것은 이미지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접하는 이미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언제부턴가 작가들이 이미지를 생산하기보다 기존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편집해 작업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작업 전면에 내세우는 작가가 있다. 인세인 박은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생산되는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차용해 재편집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7.17~8.24)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연 그는 전시 제목으로 ‘디렉터스 컷’을 내세웠다. 그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영화, 동영상,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했다.
인세인 박은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TV나 컴퓨터 앞에서 뉴스, 컬트영화, 광고, 인터넷 이미지나 댓글, 포르노 무비 등을 보며 이미지를 수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이미지를 흡수하면서 전혀 관련 없는 이미지들을 뒤섞어 합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어느 날 북핵 뉴스를 접하고 나서 어느 영화사의 횃불을 든 여신상 로고를 보면서 핵이 폭발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겹쳐졌다고 한다. 이 장면이 바로 <Nuclear>로 만들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인세인 박은 이미지를 편집하는 방식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미지를 편집하는 데 작가의 의도를 주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거의 모든 작업에서 뭉개짐(Blur)이나 망점 확대(Pixelate)와 같은 포토샵 기능이 전시를 통해 구현되었다. 이미지 확대는 프레임의 크기 변화로, 흐리기 효과는 반투명한 유리를 덧씌워 보여준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출품된 사진들이 작가가 수집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가 직접 찍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수집한 이미지를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띄우고 촬영하다 보니 사진 이미지에 플래시가 터진 모습도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사진의 피사체가 하나의 화면인지, 무한히 바뀌는 이미지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작업에서 피사체의 의미는 모호해지고 이미지만 둥둥 떠다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세인 박은 개념미술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작업에서 의미를 버리는 데 2년이 걸렸단다. 몇 해 전 만해도 그는 작업을 통해 매스미디어가 정보를 조작하는 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러한 작업 태도에 대해 식상하다고 말한다. 물론 하루에도 생각이 수없이 바뀌듯이 자신의 작업관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매스미디어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다뤘지만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는 계속 변화했다”며 “전시장 1층의 영상작업은 짜깁기지만 언젠가 실제 이미지를  촬영하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인세인 박은 오는 10월 초 ‘2013 에트로상’ 수상을 기념해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무리해서라도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인물 이미지를 표현한 케이블 작업을 선보인단다. 그동안 케이블을 이용한 작품엔 ‘미디어가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가 작품에서 의미를 덜어내고 어떤 방식으로 연출할지 주목해볼만 하다.

이슬비 기자

인세인 박(본명 박영덕)은 1980년에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났다. 경기대학교 서양화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신한갤러리에서 열린 <Raid on Media>를 시작으로 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경기도미술관, 세네갈비엔날레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영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2013년 제2회 에트로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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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rint 36×36cm(9점) 2014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광경

 

 

kim shin’s design essay 3

싼값에 사서 버릴 때는 쓰레기 폐기하듯 냉정하게

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드디어 12월에 한국에 상륙한다. 이케아란 원래 차를 몰고 거대한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산 뒤 차에 싣고 집에 와서 직접 조립해 구매를 완성하는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매장이 없었다. 한국 소비자는 대개 수입상들이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뒤 배달을 받았다. 원래 이케아는 상품을 배달해주지 않는다.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 만큼 물건값을 내려준다는 게 이케아의 전략이다. 소비자는 싸게 구입한 대신 차 기름값과 조립이라는 노동력을 지불하지만, 싼값에 현혹돼 그런 건 계산하지 못한다. 아무튼 이케아뿐만 아니라 이른바 저렴하지만 세련된 브랜드들이 마구 들어오고 있다. 자라 홈, H&M 홈 등이 그것이다. 자라나 H&M은 패션 브랜드지만, 그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리빙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들 브랜드의 특징은 저가의 상품을 만들면서 교묘하게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제 리빙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진 건가? 한국인의 관심이 패션에서 리빙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패션이란 자랑거리지만 가구와 같은 집안의 물건은 자랑보다는 자기만족과 가족을 위한 것이다. 이 분야가 그동안 낙후된 것은 소비자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케아를 비롯해 자라 홈, H&M 홈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리빙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최근 미술관에서 가구 전시가 많아지고 흥행도 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관심을 보인 브랜드가 아주 대중적인 브랜드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몰테니 같은 최고급 가구 브랜드는 샤넬이나 루이비통처럼 대중화될 수 없고, 어차피 한국에서도 최고 부자들은 수입을 통해 이미 구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대중의 인식이다. 한국 대중에게 인식된 가구 브랜드는 한샘, 카사미아, 보르네오 같은 브랜드다. 이들과 견주어 이케아의 상품은 질이 훨씬 떨어진다. 튼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직접 운반하고 조립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 디자인은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를 흉내 낸 것이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케아는 실제 상품의 품질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케아는 스웨덴 브랜드다. 스웨덴이라는 훌륭한 복지국가의 좋은 이미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이케아는 심지어 환경친화적인 이미지까지 있다. 막대한 홍보활동 덕이다. 이케아는 가구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저렴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이케아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구매함으로써 이케아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세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가정 실내환경의 하향 평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비싸고 뛰어난 가구를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이케아를 사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핵심 가치는 사실 쉽게 버릴 수 있는 상품을 창조했다는 데 있다. 올해 한국에서도 개봉된 영화 <그녀>를 감독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만든 이케아의 광고가 있다. 한 여성이 테이블 램프를 쓰레기와 함께 집밖에 버린다. 램프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양이어서 원래부터 처량해 보이는데, 비바람 치는 밖에 놓이고 밤이 되자 더욱 불쌍해 보인다. 게다가 아주 슬픈 음악이 흐르면서 방 안의 새로운 램프와 버려져 비를 맞는 램프를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어 보는 이의 연민을 더욱 자극한다. 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어서 누가 저 가엾은 램프를 좀 구해주면 좋을 텐데.”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나 램프 앞에서 말을 시작한다. “여러분 중 많은 이가 이 램프에 대해 슬픔을 느꼈죠. 미친 거예요. 램프는 감정이 없어요. 새것이 훨씬 좋아요.” 1분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슬프게 하고 끝에 반전을 이끌어내는 걸 보니 역시 영화 연출자는 다르다. 이 짧은 광고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램프에, 넓게는 물건에 깊은 애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거다. 폐기하고 더 좋은 상품을 사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소비주의를 이토록 짧고 강하게 연출하다니. 자사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에게 인색한 이케아는 광고를 만드는 데는 엄청난 돈을 투입한다. 그게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카탈로그와 영상 속 이케아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이 광고에서 나타난 이케아의 본질, 질은 낮지만 세련된 디자인   (물론 B급 세련이지만), 싼값, 쉬운 폐기, 이런 것들은 우리 사회를 정확히 반영한다. 이케아의 소비주의는 물건을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모든 것을 소모품으로 보는 거다. 사람과 물건은 최대한 부려먹은 뒤 버릴 때는 냉정하게 버린다. 싼값에 구매했다는 사실이 어떠한 연민이나 죄책감도 차단해준다. 물건을 정성 들여 만들지 않듯이 사람 역시 쉽게 쓰고 쉽게 내친다. 기업에 고용된 사람 역시 소모품이다. 우리가 쓰다 버린 물건은 바로 우리 자신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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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카탈로그 이미지

위·홍인숙 <잘 보이는 마음과 잘 보이지 않는 마음> 혼합재료 113.5×153×60.5cm 2009
홍인숙은 “싼값에 사서 버릴 때는 쓰레기 폐기하듯 냉정”하지 않다. 버려진 자개장을 분리하고 새로 틀을 만들어 가구로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