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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9

2019 04.01. – 04.30.

Contents

특집

이것은 쓰레기가 아니다

현재를 인류세(Anthropocene), 더 나아가 자본세(Capitalocene)라고들 한다. 21세기에 들어서자, 20세기 자본주의 산업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해온 쓰레기가 문제가 되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쓰레기 대란과 바다 플라스틱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예감했는지 꽤 오래전부터 전시장에서는 낡은 오브제는 물론이고, 쓰레기인지 작품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것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들 작품은 정크아트처럼 익숙한 형상에 갇히지도 않기 때문에 미술관 청소부가 작품을 쓰레기로 오인해 내다버렸다는 에피소드도 종종 만든다. 예술가들은 쓰레기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버려진 부스러기와 폐자재들을 주워 전시장으로 자꾸 들이고 있는 걸까. 왜 그들이 만지면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범접할 수 없는 예술작품이 될까. 이번 호의 기획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새로운 것에 밀려나 버려지고 잊혀가는 것들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만났다. 쓰레기 산, 고물상, 재개발 지역 같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황량한 폐허 풍경의 한 부분이었을 사물들은 이들에 의해 발굴·채집·구조되어 수집된 후 나열되거나 재조합되면서 낡은 사물의 의미를 그대로 지닌 채 새로운 미디어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작가들 중 누구도 자신의 작품 소재가 쓰레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에서 살짝 비켜난 예술가들에게 눈앞에서 치워야 할 쓰레기라는 대상은 없다(한 작가에게는 쓰레기가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존재였으며, 또 다른 작가는 오히려 새것들이 가득한 마트에서 쓰레기를 보았다). 그들에 의하면 ‘이것은 쓰레기가 아니다.’ 생활자원이고, 사회생태의 지표이며, 기억이자 우리를 규정하는 잔여물이다. 작가의 제작물이나 새 물건 등 이것저것과 어울려 작품이 되었을 때에는 타자와 긍정적으로 관계 맺는 소통의 도구로 작동한다.

예술가 9인의 작가노트와 인터뷰 외에도 현대의 ‘멀쩡한 쓰레기’에 대한 상황 진단, 역시나 쓰레기라는 말은 쓰지 않는 비평가가 비미술 재료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며 특정 사물이 작가의 ‘브랜드’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쓴소리도 더했다. 과연 쓰레기 ‘포스트-프로덕션’이 우리 존재 방식을 확인하고 재조직하는 공감의 예술이 될 수 있을지는 독자의 몫에 달렸다. 다만 예술가처럼 쓰레기를 저편으로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끌어안고 드러내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인류세는 더 이상 가속화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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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제 32

편집장 브리핑 52

모니터 광장 54

칼럼 56
대안공간이 할 일 하나: 미술제도의 입시화에 저항하기 | 안소현

기자의 시각 58

핫피플 64
정재숙 | 황석권, 김정헌 | 곽세원, 김성연 | 황석권, 최웅철 | 배우리

사이트앤이슈 70 72
〈전통에 묻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 염하연
2018년 한국 미술시장 보고서 | 서진수

핫 아트 스페이스 76

코디 최의 문화 지형도 다시 읽기8 82
포스트모던, 포스트구조주의 그리고 동시대문화 연구와 통섭적 연구 | 코디 최

특집 86
이것은 쓰레기가 아니다
버려진 자아의 표상, 쓰레기 | 김창호
비미술적 재료의 실험과 논리, 그리고 오늘의 쟁점 | 임근준

테마기획 108
1919년의 바우하우스 그리고 2019의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 100주년 | 최정미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에 있다”의 작용과 반작용 | 김대균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영향 또는 활용 | 김상규

작가 리뷰 120 126
금민정 공간에 각인된 시간 | 신혜영
황수연 그것이 당연히 그렇게 되는 상상 | 장혜정

화제의 전시 132
〈로버트 마더웰–비가(悲歌)〉
유럽과 동양, 미국 미술의 교차점 | 전유신

월드 리포트 136
ben Quilty & 〈adelaid//international〉
호주에서 만나는 포스트콜로니얼 담론들 | 박신의

월드 토픽 142
〈make it new〉 새롭게 하라. 이것이 지적인 전시다! | 심은록

크리틱 146
이교준ㆍ양정욱ㆍ제여란ㆍ신건우의 47, 조혜진의 32ㆍ안종현ㆍ백정기ㆍ리킷ㆍ박원순 개인전

리뷰 154

프리뷰 158

전시표 170

유선경의 곁을 보는 시선들 17  178
당연한 것은 당연하지 않다 | 유선경

위대한 사진 시리즈 – 한미사진미술관 소장품 노트 8  180
한국 사진은 그를 빼고 말할 수 없다, 임응식 | 정재숙

아트북 184

아트저널 186

독자선물 190

표지

금민정 〈살아있는 시선〉
led 미디어 월(40&48inch), 나무 170×170×30cm 2015
공간에 녹아든 타인의 흔적이 작가가 만든 영상과 이미지와 만나면서 생성되는 관계를 작가는 ‘호흡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을 나만의 ‘벽’으로 명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