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시 paul maccarthy
9.14~10.29 국제갤러리
폴 매카시 Paul MacCarthy
1945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 출생이다.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1972년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영화, 영상, 아트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2002년까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서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미술사를 가르쳤다. 197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테이트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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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한 멈추지 않는 변곡점
2012년 국제갤러리 K3 개관전시로 열린 〈Paul McCarthy: nine dwarves〉 이후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폴 매카시. 지난 9월 14일 그의 두 번째 개인전 〈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를 공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출품된 전 작품이 최근에 제작된 신작이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 하다. 국제갤러리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매카시는 간담회 직전까지 설치된 작품과 조명 등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는지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새롭게 선보인 〈White Snow Head〉와 〈Picabia Idol〉(2015~2017)의 제작 과정을 세세히 설명하는 모습에서 잘나가는 작가의 명성과 기세보단 그저 예술에 심취해있는 작가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간의 매카시 작품을 조금이라도 아는 관객이라면, 그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신작들이 그 이전 작업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예상은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전시를 할 때마다 선보인 작품들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보며 더 이전에 한 작업들은 물론,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는 동일한 작품일지라도 스튜디오와 전시장에서 볼 때가 다르고, 5~10년 전과 지금 작품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른 사실과 연결된다”는 매카시의 말을 통해 끊임없이 본인의 작품을 반복하고 ‘재’구성하며 ‘재’해석하는 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는 주된 활동 영역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작가로 꼽힌다. 잭슨 폴록의 ‘행위’ 개념이 작가의 신체가 작업의 주체와 대상이 되는 신체 작업으로 발전되는 양상은 매카시에게도 나타나며, 회화와 비디오 매체가 접목된 형태의 급진적인 퍼포먼스 작업을 제작하였다. 또한 같은 시기에 전개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역시 그의 작품 전반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언제부턴가 매카시는 자신의 신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조각작품을 표현 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디즈니 캐릭터나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콘을 차용한 설치 작업들이 그에 해당되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백설공주의 두상을 묘사한 2가지 버전의 조각 작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신체’는 창조의 주체이자 담론의 대상으로서 다뤄진다. “신체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재료로 이용된다. 여기서 ‘재료’를 단순히 ‘물리적’ 측면으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정신적인 측면’으로까지 넓혀 생각해야 한다.” 결국 신체는 매카시의 전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또 다른 신작 〈Cut Up〉(2015~2017)은 그가 신체를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던 초창기 때로 되돌아오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존재의 과정과 회귀하는 과정이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10월 29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개인전을 보러 갈 계획이라면, 근래 그가 빠져있는 ‘코어(core)’개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각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이것이 신작 〈Picabia Idol〉 〈Picabia Idol Core〉 〈Picabia Idol Core Core〉로 탄생됐다. 이에 대해 매카시는 “추상화”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곧 내부 공간(negative space)을 탐색해가는 행위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핍진성’에 다가가기 위한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이에 관해서도 그는 조각에 가하는 자신의 신체 행위를 빼놓지 않았다. 수행적인 신체에서 개념적인 신체로, 그리고 다시 수행적인 신체로 돌아오는 그의 작업적 행보에서 작가의 생각과 사고의 과정을 중시하는 개념미술과 실제 시간 개념이 개입되는 미니멀리즘, 그리고 과정 자체에 주목하는 프로세스 아트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그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변곡점을 기록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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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곽세원 기자 / 사진:박홍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