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아라리오를 아시나요?

씨킴에게 선물 받은 행복한 외로움

강형구 작가

언젠가 친하게 알고 지내던 기자가 내게 물었다. “아라리오 씨킴 회장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그 질문은 씨킴 회장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전제된 것이었고, 사업가의 개인적 취미에 불과하지 않냐는 비아냥거림이 강하게 풍겼다.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유명하지만 게으른 작가보다 그가 훨씬 작가답다고 생각한다”고. 이런 나의 반응에 그는 당연히 머쓱해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기자는 나와 친하다는 생각에 그 비아냥거림에 내가 동조하리라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지금 제주도 성산 하도리라는 아름다운 마을에 자리 잡은 아라리오 스튜디오 ‘생각곳’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곳에 와서 보니 씨킴 회장의 작업장에는 그의 작업 흔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씨킴 회장은 평소 “I have a Dream, 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슬로건을 입버릇처럼 자주 말한다. 그의 말처럼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결과물과 그 과정은 앞선 기자의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증거인 셈이다. 그는 이렇게 꿈을 꾸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욕망이 큰데 세속의 요구에만 충실한, 그래서 꿈을 포기한 소위 잘나가는 작가가 많은데 비해 이런 점에서 그는 정말 훨씬 더 작가다웠다. 나는 여기서 씨킴 회장의 꿈에 대한 실천과 결과물에 대해 언급하려는 게 아니다. 그 작품에 대한 실천은 바로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예술을 향한 그의 유별난 애착을 검증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말하려 함이다.
이런 씨킴의 열정으로 지금의 이 스튜디오가 만들어졌고 나는 지금 여기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록 제주도가 고향은 아니지만, 지금 나는 마치 낙향한 선비처럼 내 마음의 세속성과 서울이란 중심에서 일탈해 있다. 대인관계가 없는 외로움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내가 세상에 소위 이름이 알려지기 전, 이와 비슷한 외로움이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당시 미술의 시장성은 아예 고려조차 않고 확대된 얼굴을 200호 크기로만 그려댔던 무모함 속의 외로움은 공포였지만 그 순수성 속의 내가 생각난 것이다. 감상자들의 고마운 사랑을 받으며 아라리오와 함께한 지난 10년은 영광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세속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고 나는 제주 스튜디오를 택했다. 나는 요즘 젊을 때 꿈속으로 다시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아라리오와 씨킴 회장은 내게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뿐만 아니다. 나는 그의 진취적 엉뚱함에서 뜻밖의 에너지를 얻는다. 누군가는 내게 외롭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나는 다시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했다. 나는 지금 행복한 외로움을 즐기고 있다. 나는 행복할 때 외롭기를 각오한다. 가끔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야, 강형구! 너 요새 잘나가더라?” 나는 답한다. “아냐! 요새도 작업실에서 잘 안 나가!”라고. ●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제주도 하도리 해변에 있는 아라리오 창작 스튜디오 외관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제주도 하도리 해변에 있는 아라리오 창작 스튜디오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