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this is being art-5

예술은 경계가 아니라 관계다

김최은영  A-아트페어 예술감독

얼마 전 작고 50주기 기념전이 열린 작가 ‘손상기’에게 우리는 그 누구도 ‘장애’예술가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물론 ‘쿠사마 야요이’도 마찬가지로 ‘여류’작가, ‘장애’작가로 불리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 <제1회 장애예술인창작아트페어>라는 작위적인 제목의 페어를 준비하여 왜 굳이 ‘장애’라는 수식어가 필요한지 몸으로 알아가고 있다.
장애예술가라 일컬어지는 작가군은 어쩌면 신진작가, 지역작가나 여류처럼 특정단어의 보호장치가 필요한 또 다른 이름의 작가군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irony)하게도 이들의 궁극 목적은 수식어를 삭제함에 있다.(사실, 필자는 이런 식의 분류법이 옳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나, 진부한 설명이 오히려 이해를 돕기에 용이할 듯하여 사용하니, 지나친 오해는 없길 바란다)
신진작가는 기성작가의 예술적 능숙함에 상대적 가치절상의 위치에 놓이기 쉽다. 지역작가는 문화중심권인 서울(중앙이라고도 불린다)작가에 비해 발표의 기회나 장(場)이 계량적으로 적다는 박탈감을 안고 있다. 장애예술가는 신체적, 정신적 불편함, 인식적 소외 속에서 위치한다. 오늘의 사회는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고자 한다. 그것은 정책으로 시작된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현실적 결과물에서 드러난 문제항목이 역으로 주장되어 사실이 정책에 반영되었거나 소수 식자의 배려로 마련된 새로운 관계항이다.
천재를 제외한 대다수의 신진 작가가 활동 10여 년의 작가와 동등하게 비교, 분석, 판단 대상이 된다면 순위 안에 들어 지원을 받고, 작품 활동의 도움을 받겠는가.
어떻게 입으로 붓을 물고, 발가락으로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평등’이란 명목에 같은 평가의 잣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 앞에서 ‘장애’를 떼고 ‘예술’로만 말하자 하면 그것은 ‘평등’이 아니고 ‘역차별’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시대의 예술가는 필요이상의 정규교육과정(미술교육에 한정)을 요구받는다. 전시도록에서 빠지지 않는 작가 약력의 영문인 CV는 Curriculum Vitae로 번역하자면 이력서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이 글에서 학력타파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애예술가 대부분은 후천적 장애, 다시 말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정규교육을 받고 장애 전 사회생활을 했거나, 정규교육을 받을 수 없는 선천적 장애(자폐, 정신지체)로 미술교육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대다수임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들은 불의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입고 고뇌의 시간을 거쳐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을 택한다. 여기서 이들의 선택이 절대적이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장애 이후의 수많은 재활교육이나 재교육을 통해 다른 직업군을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점이 장애예술가들이 왜 하고많은 직업 중에서 미술을 선택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며, 이들의 선택은 장애가 없이도 일반교육에서 전문적인 미술가의 길을 걷기 위해 미술전공을 선택한 무수한 미술인의 선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주목해야 할 이들의 절대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미술교육 환경은 열악하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파운데이션 없이 테크닉을 배우고, 개념을 훈련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대상을 예쁘게 묘사하거나 기성작가의 그림을 그럴싸하게 흉내 내어 오늘 한 장의 만족스러운 자위로 작품의 수를 채워나가기 일쑤였고, 그것으로 만족했다.
진짜 문제는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이 지점부터 진짜 예술가로 서기 위한 더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되던가, 아니면 그 만족의 지점을 마침표 삼아 아마추어 작가지만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나뉘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분류는 스스로 행하기 매우 힘들다. 이때부터 행정과 교육체계의 적극적 도움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들을 이끌며 예술가와 취미미술가, 양쪽의 삶이 있음을 제시했어야 한다.
입문의 방식은 예술장르마다 조금씩 다르다. 언론의 공모에 당선되거나(문학), 불규칙적이지만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거나(미술), 해당 분야에서 어시스턴트를 거치며 본인의 시나리오로 수장이 되는(영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떠한 장르의 예술이든 아마추어와 프로 집단은 존재한다. 유독 장애예술작가(미술)만이 아마추어와 프로가 혼재되어 있다.

장애예술을 위한 인큐베이팅
필자는 현실적 범주 안에서 생각하기로 한다. 위에서 언급한 신진, 소외, 학습, 분류법 등을 떠나 오늘의 장애예술을 보기로 한다. 인큐베이팅(incubating) 없이 독자적으로 유지해 온 장애예술가 집단을 미적 평가 기준에 의거, 외면하거나 보호 속에서 무작위적 옹호론을 펼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들에게 방치되어 홀로 버텨온 세월에 대해 기초가 없으니 ‘제대로’라는 명목으로 비장애의 잣대를 들이대며 걸음마부터 다시 시키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물리적 나이로는 기성작가의 연령을 가지고 있고, 전시 횟수나 수상 경력 등 그들만의 세계에서 벌여온 사투의 결과물이 너무도 선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련된 아트페어다. 소모적이며 의례적인, 그들만의 모임으로 끝나는 전시 말고, 현실적이며, 구현가능하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인큐베이팅을 객관화하여 제공하는 것. 아트페어를 통해 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 혹은 전문 기획자에게 그들의 면목을 제시하는 것. 성과를 통해 현실의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하는 것. 단 한 명이라도 뛰어난 작가를 발굴하여 그들의 모델링으로 삼게 하는 것. 한 단계를 끝내야만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식 학습법이나 적용론이 아닌 동시에 골고루 끌어올리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제1회 아트페어의 실제 목적이다. 동시에 기성작가와 협업을 통해 교집합으로 가지고 있는 조형적 감수성을 교류(access)하고, 장애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작품만으로 보았을 때 그들에게 충분히 승산 가능한(able) 지점을 짚어주고 싶었다.
결국, 결론은 관계항이다.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바라보는 지점과 소통의 고리들. 관계라는 예술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다차원적 지점과 문제들의 관계항 속에 그들을 자연스럽게 용해하고 싶었음을 고백한다. 분명하게 나뉘어 있어 불편했던 그들과 그들의 예술이 결국 한 덩어리, 한 가치로 섞여 있을 때 분류도 없고, 나뉨도 없어 불편하지 않게 되는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룬 것과 부족한 것. 반성과 성찰. 성장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며, 발전을 위한 출발점이다. 부족한 사회의 역할과 무관심 또한 더 이상 수준 높은 작품을 할 수 없는 그럴싸한 핑계나 불만이 되어서도 안된다. 장애가 있건 없건 이 시대의 예술가는 언제나 사회의 무관심과 미술계가 인정해주지 않는 ‘나의 노력’과 싸워왔다. 그 지루하고 반복된 싸움 속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길은 장애가 있건 없건 같은 길일 것이다. 그리고 ‘승자’가 된 후 그 앞에 ‘여류’작가 아무개, ‘장애’작가 누구씨로 부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그림 앞에서  보다 객관화할 것. 타자에게 들킨 예술작품의 부족한 점은 작가가 더 먼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믿는 필자다. 도망가지 말고 화면과 한판 정면승부를 펼칠 것! 그들은 손을 잃었을 때도, 떨리는 사지(四肢)를 가지고도 붓을 들지 않았던가. 삶과 작품을 분리하여 볼 수 없는 것이 예술이라 생각한다. 삶이 이미 예술인 그대들이다. 그대들의 삶의 열정만큼 그림의 열정을 객관적으로 보여달라. 그들이 펼치는 내러티브(narrative)에 흠뻑 빠져 미술계가 허우적거리도록!  ●

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 전시광경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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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 6.9~13 문화역 서울284

장애미술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

장애 미술가의 작품 판로 개척과 장애 예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사)한국장애인미술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6월 9일부터 13일까지 문화역 서울284에서 그 첫발을 내디딘다. 아트페어 전시, 콜라보 전시, 특별 전시, 미디어 전시 등의 다양한 전시 공간이 구성되며, 별도의 경매 프로그램도 진행하여 장애미술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을 마련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88명의 장애미술가와 관훈갤러리, 갤러리 담, 갤러리 이레, 갤러리 터치아트, 스페이스 오뉴월,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등 국내 22개 화랑과 전시공간이 공동으로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꾸준한 작품 활동을 선보여온 작가 데니스 한과 갤러리 한옥이 전속 계약을 맺고, (사)한국장애인미술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김충현이 미술 전문 출판사 ‘헥사곤’과 출판계약을 체결한다.
이번 행사에는 장애작가뿐 아니라 김명범, 김태은, 노동식, 로와정, 박성연, 변대용, 하원 등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비장애 작가들도 참여한다. 권기수, 한진수, 장승효 등은 장애작가와 협업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가 아닌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작가들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특별한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은 전시기획자 김최은영은 ‘장애 예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아트페어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장애작가는 대중에게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장애 작가나 비장애 작가나 열정은 똑같다.” 김 감독은 그동안 장애 미술에 관한 행사가 많았으나 비효율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많다며 이번 아트페어는 미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마켓을 통해 장애작가와 비장애작가의 간극을 현실적으로 좁혀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장애인의 경우 작품 값도 제대로 매겨져 있지 않고 들쑥날쑥하며 전체적으로 하향조정되어 있다. 이번 기회에 그들의 작품도 실력에 의해 정당하게 값을매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장애작가와 화랑의 긴밀한 협조 체계가 마련돼  행사 종료 후에도 장애작가들의 예술 활동과 미술시장 진입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www.a-af.or.kr

 

권기수+김태호 콜라보레이션 영상 스틸컷 2014

권기수+김태호 콜라보레이션 영상 스틸컷 2014

석창우  2014

석창우 <평택 농악>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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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잠실창작스튜디오 강득주 총괄매니저

 “작가들의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쓴다”

잠실창작스튜디오 강득주 (2)

그동안 어떤 점이 달라졌다년 당시만 해도 작업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상황이었개월간 공사를 진행해 스튜디오가 입주.
 현재 입주 작가의 구성은 어떻게 됐나? 2013년 8월 입주한 6기 작가는 작가 12명, 기획자 1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부터 기획부문을 신설했다. 기획자의 경우 현재 비장애인이다. 장애에 관심있고 활동성 있는 기획자가 늘어야 작가들도 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경우 장르가 한국화, 서양화, 사진, 설치, 돌조각 등 다양하다.
작가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작가로 한정하고 역량, 성장가능성을 중요시한다. 작업계획서를 받아 그 계획성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본다. 더불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장애를 가진 경우 움츠려 있어서 소통이 활발하지 않고 사회성이 부족할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동시대미술에서 융화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비주류, 언더그라운드 등 일반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와는 다른 리그로 보는 것 같다. 실제 장애를 가진 작가와 이야기해보면 작업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데 항상 장애인이라는 꼬리표가 먼저 붙으니까 스스로 위축되는 면이 있다. 그걸 해소해야 하는데 쉽지 없다. 또 개인적인 성향 차이도 있고,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를 가진 경우 성인이 되어 뒤늦게 미술을 시작하거나 대학에서 전공을 안하다보니 동시대미술의 변화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클래식한 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도록 교육해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가 쉽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장애인 작가들끼리 모이는 것 같다.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나, 협업도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젊은 작가들은 스스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기획자들도 장애를 가진 작가를 주목하고 작가 스스로도 밖으로 한발 더 나가서 비장애 작가들과 융화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길 바란다.
현재 스튜디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환경적 인프라는 충분히 잘 갖춰놨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씨티은행 후원을 받아서 사진 기자재, 전기 가마, 대형 이젤, 판화 프레스 등 기자재도 많이 구비했다.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먼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레지던스 공간의 1회 프로젝트 비용이 이곳의 1년 예산에 해당한다. 예산을 늘려 직원도 늘어나야 작가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저 포함해서 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을 케어하려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가들도 더 성장해서 모범적 사례를 보여줘야 스튜디오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 육성하고, 장애를 가진 작가와 비장애 작가의 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는 이곳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관심을 받아야 예산도 지원되고 새로운 서포터도 생긴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내년에는 서울시창작공간 통합공모에 합류한다. 7기 입주작가부터는 어떤 식의  변화가 생길지 고민이 많다. 그리고 국제적인 교류 프로그램, 장애예술 관련 세미나 포럼을 기획하는 등 하고 싶은 일은 무궁무진하다. 예산이 뒷받침 된다면 신진기획자 인턴십을 통해 장애예술가 대상 기획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

이슬비 기자

구족화가 김경아의 작업실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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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합성수지 14.5×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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