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사진과 사회: 소셜아트

contents 2014.2. review | 사진과 사회: 소셜아트
롤랑 바르트는《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진은 침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과 사회전>의 사진들은 대체로 침묵과는 거리가 멀다. 네 개의 전시장을 채운 26인의 작품 150여 점과 37인의 팀 프로젝트의 사진작업들에는 이 전시의 담론인 ‘소셜아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목소리를 끌어내는 네 개의 프레임은 ‘비판, 행동, 공동체, 공공’이다. 먼저 ‘비판’이란 부제가 달린 전시공간에서 관객이 만나게 되는 첫 작품은 백승우의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현실의 시공을 자르고 붙인 듯 조합된 백승우의 허구적 건축물 사진은 이전시 전체가 이 땅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만드는 ‘초현실주의적’ 풍경을 수집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일상적 풍경의 내면을 꿰뚫는 카메라의 시선은 집요하고 긴장감을 유발한다. 후쿠시마의 바다 앞에서, 카메라가 시선을 던져야 할 길을 찾는 박진영의 <카메라의 길>은, 우리의 의식에 휘두르는 마치 쓰나미와 같은 폭력적 이데올로기의 쇠망치를 ‘쇠못’으로 가두고픈 박불똥의 <길>로 이어진다. 이는 폭력을 폭력으로 제어하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 어쩌면 자기 치유를 위한 동종요법과 같은 시어로 읽힌다. 아도르노를 따라 말하자면, 현실의 고통을 모방하는 ‘어둠의 미메시스’야말로창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동종요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진이 걷는 ‘길’은 현실 비판적이면서도 이처럼 자기 상처를 드러내 치유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

이때 상처의 노출은 보는 이의 시선에서 곧 비판의 언어로 전유될 수 있다. 장지아의 ‘서서 오줌 누는 여성’의 사진 또한 남근 중심적 폭력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금기한 것들에 대한 조소이면서, 그만큼 여성에 대한 사회의 통념이 만든 상처를 노출시킨다. 마찬가지로, 오형근의 카메라에 포착된, 꽃 같은 나이에 징집된 한국 남성들도 남근 중심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들일 수 있다.

어떤 사진들은 이러한 ‘비판’을 ‘행동’으로, 참여와 개입의 ‘새로운 퍼블릭아트’로, 즉 사회적 실천으로 옮기고자 한다. 이 때문에 이러한 행동주의 예술에 선 사진은 침묵하기가 어렵다.

보는 이의 시선을 명료하게 찌르는 ‘푼크툼’을 파생시키도 전에 충분히 의미가 전달될 만큼의 정보와 주장으로 보는 이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마는 즉, ‘스투디움’이 가득한 사진 속에서 행동주의 예술가들의 성마른 외침이 넘친다. “모래강 내성천을 함께 지켜요”(리슨투더시티)의 사진과 “표현의 자유”(이윤엽)의 목판, 여성그룹 입김의 시위적 퍼포먼스사진, 이하의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적 몽타주사진들, 공공예술의 프로젝트보고서 성격의 사진들은 ‘행동’의 프레임 안에서 오직 한 가지 목소리를 낸다. ‘비판’의 장에서 보였던 예술의 아우라와 다의성은 이 ‘행동’의 장에서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 어떤 공동체의 장소특정적인 사진작업들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낸다. 지워지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역사의 기억을 불러와 어루만지는 ‘공동체’의 프레임에 와서, 사진의 목소리는 낮아지고 조용해졌다. 그중에서도 재일조선인 김인숙이 유치원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다닌 13년간의 오사카조선학교시절에 대한 사진과, 지금은 폐쇄된 이강우의 정선탄광촌 사진은 오래전 그 장소를 거닐고 그곳의 물건들을 마음에 담아둔 이 작가들의 ‘지속된 기억’의 편린들을 나누게 한다.

개인의 역사와 공동체의 역사가 오버랩되는 역사적 궤적의 어딘가에서 그들이 본 어떤 ‘소중한 것’이 거기 있다. 그 사진들은 묘하게도 허구와 현실의 중간에서 부유하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럼으로써 소외된 공동체의 아픔에 우리 자신의 감정의 빛깔을 덧입히게 만든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 눈을 감을 것, 하찮은 세부로 하여금, 홀로, 감정적 의식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도록 내버려둘”(롤랑 바르트) 침묵 가운데 듣는 예술의 음성과 함께 말이다.

유현주・미학, 미술평론

왼쪽·박진영 <시리즈 사진의길 카메라들 14.7m>(사진 왼쪽) c-print 220×180cm
오른쪽·입김< 아방궁종묘점거프로젝트-거리행진>(사진 왼쪽 벽면)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