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강원 – 풍경의 이면

이강원 __ 풍경의 이면

갤러리 플래닛 11.7~12.5

이강원은 전통적인 조각의 방식을 고수하지만 풍경을 소재로 하면서 재료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조각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개인전이 갤러리 플래닛에서 열렸다. 다소 아담한 전시공간에 단색조를 띤 일련의 입체물들이 차분하게 놓이듯 설치되어 있어 전반적인 분위기가 단아하게 느껴졌다. 2005년 “A Scene”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 후 활발하게 활동해오다, 2008년 전 소마미술관에서 열린 <흔적전> 이후 6년 만의 전시이니만큼 작가에게는 의미가 더할 것이며, 미술계의 기대치가 가중된 만큼 부담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이전과 다를 것 없이 작가의 성격만큼 차분했고, 공간은 작아도 내용은 풍성했다. 이는 작가가 조각으로 풍경을 표현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소재 선택에서 재료, 그리고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게 노력하고 심사숙고했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일반적으로 미술에서 조각은 크게 재료를 깎아내는 ‘조각’ 과 재료를 붙이는 ‘소조’ 로 나눈다. 거기에 소조로 만든 형틀에 액체 상태의 물질을 부어서 굳히는 ‘주조’ 가 있다. 이강원 작가는 이를 ‘구르기’와 ‘흐르기’라고 설명한다. 돌이 구르면서 깎이고 용암이 지표 위로 흐르면서 굳어가는 자연 생성의 과정이 조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로서 조각은 어찌됐든 인위성을 갖는데, 조각의 기본 형식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작가는 자연과 도시를 포괄하는 풍경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풍경의 가장 큰 범주인 빛과 어둠을 표현하기 위해서 크레파스를 녹여 색덩어리를 만들고, 가공고무를 깎아서 그림자조각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알루미늄, 브론즈, 레진 등 더욱 다양해진 재료를 사용해서 풍경의 요소들을 표현하는데, 이는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고려해서 재료의 빛깔, 가공성, 질감 등의 적합 여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료의 특이성에 주목하기보다 표현의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스테인리스는 강도가 높아 가공이 어렵고, 알루미늄은 주조 시 유동성이 약한데, 작가는 이미지를 구상하면서부터 이러한 재료의 성질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현대조각은 “풍경 속에 있는 풍경 아닌 것”(로잘린드 크라우스)이 되었다. 조각은 예전에 벗어났던 건축과 결합하거나, 미술 외적인 것을 다시 끌어들인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건축의 부분이거나 삶과 완전 분리되지 않고, 조각의 주체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중심으로서 그들과 결합한다. 이강원 작가의 작업이 전통조각을 고수하면서 풍경을 다루는 방식은 이러한 현대조각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순영·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