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불온한 시대를 떠도는 미광(微光)의 미학

조르주 디디 – 위베르만 지음 / 김홍기 옮김 《반딧불의 잔존 : 이미지의 정치학》 길 2012

1960~1970년대에 유럽에서는 전후 네오파시즘의 등장과 산업화에 대한 반발로 정치적인 비관론과 절망의 움직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1975년,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는 (후에 〈반딧불에 대한 논고〉로 재출간될) 〈이탈리아 내 권력의 공백〉이라는 짧은 소고를 통해 동시대에 자행되는 “문화적 집단학살”에 대해 절망적인 어조로 이야기했다. 파솔리니가 “권력의 공백”이라 일컫는 이 “무차별성의 권력”, “상품으로 변형된 권력”은 지금껏 여기에 저항해온 대항문화를 무너뜨리고, 예술의 단독성을 획일화시키며, 문화를 그 스스로 전체주의적인 야만의 도구가 되게 만들어 종국에는 파솔리니로 하여금 반딧불의 죽음을 선언하게 만든다. 이보다 30여 년 전, 이탈리아의 진정한 파시즘 시대에도 파솔리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욕망의 춤을 추던 (“빛나고, 춤추고, 떠돌고, 잡히지 않고, 저항하는”) 반딧불, 즉 민중에 경탄을 보냈건만, 이제 그는 “파시즘의 폐허 위에 파시즘 자체가 부활했다”고 절망하며 민중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긍정을 거둔다. 민중이라는 작은 반딧불들은 모든 형태와 모든 차이를 집어삼키는 산업화와 소비주의의 사나운 불빛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반딧불은 소멸했을까?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질문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반딧불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공간, 즉 ‘틈새의 공간’, ‘산발적인 공간’에 여전히 잔존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파솔리니가 (어떤 비관적인 심정으로) 이를 ‘보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진 것이다. 조르조 아감벤은 《유아기와 역사》에서 파솔리니와 동일한 논리로 “경험의 파괴”를 주장하며 정치적인 비관론의 철학적인 토대를 제공했다. 아감벤은 지금 이 시대에 동시대인이 일상적으로 겪는 그 어떤 사건도 경험으로 변하지 못하며 우리는 경험을 몰수당했다고 선언한다. 그는 “반딧불이처럼 멸종되었을 경험”을 언급하며 우선은 근본적인 파괴를, 그 후 절대적 구원이 펼져질 묵시록적인 풍경(지평)을 제시한다. 그리고 디디-위베르만은 아감벤의 이런 비관론을 반박하기 위해 발터 벤야민을 소환한다. 일상적인 저항의 몸짓으로 이미지를 통해 ‘비관주의를 조직’하려 시도하는 벤야민에게 경험은 ‘퇴조’하는 것일 뿐 ‘파괴’되지 않는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이미지는 ‘예전’이 ‘지금’과 충돌하며 생겨나는 단속적이며 유동적인 이미지로 디디-위베르만은 벤야민의 이 “변증법적 이미지”를 통해 이미지에 대한 사유를 정치적인 범위까지 확장시킨다. 무엇보다 디디-위베르만에게 “산발적이고, 취약하고,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출현하고, 소멸하고, 재출현하고, 재소멸”하는 이미지는 연약하지만 끈질긴 미광(微光)을 발산하는 반딧불과 다르지 않다. 이 이미지-반딧불은 끊임없는 소멸의 상태지만, 이 소멸은 경험의 파괴가 아닌 소멸과 재출현의 순환을 창조하기 위한 변모이며, 이미지-반딧불은 새로운 형태로 영원히 재등장하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와 지평이 다른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미지는 가까이 있는 여러 미광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지평은 멀리 있는 강한 빛을 우리에게 약속한다.” 그는 우리에게 시선을 광대한 지평이 아닌, 우리와 매우 가까운 곳을 지나가는 미세하고 유동적인 이미지로 돌리라고 말한다. 지평을 본다는 것은 우리를 산발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이미지들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말처럼 스스로 반딧불이 되어 미광을 발산하고 사유를 전달하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이 은밀한 공동체가 후퇴하고 소멸한다 해도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또 다른 반딧불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미술사학자로 이미지의 역사와 이론을 다룬 30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다방면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그는 〈L’Empreinte〉(1997년, 퐁피두센터), 〈아틀라스〉(2010년,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Nouvelles histoires de fantomes〉(2014년, 팔레 드 도쿄)를 비롯한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파리의 주드 폼 국립미술관에서 미학적, 정치적 의미의 ‘민중’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Soulevements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강영희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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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4)뒤샹 딕셔너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주은정 옮김
작가를 연대기별 혹은 작품별로 살펴본 기존의 연구서와 달리 마르셀 뒤샹의 삶과 예술에서 추출되는 단어 208개를 사전처럼 A부터 Z순으로 풀이했다. 현대미술사의 판도를 바꾼 뒤샹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29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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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3)현대미술 현실을 말하다
신채기 외 지음
오진경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석·박사 제자들이 연구해온 논문을 책으로 엮었다. 19세기 말 상징주의에서 1960년대 신구상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이 시대를 증언하는 인간의 창조물이자 기록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GOHG 371쪽·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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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8)전통공예와 현대공예의 개념
용주 지음
공예를 형(形)·기(氣)·신(神)이 결합된 총체로 보고, 철학적 차원에서 연구 분석하였다. ‘공예형기신론’이라는 공예 중심의 이론체계를 제시하며 이를 토대로 인본주의와 천인합일을 추구하고자 했다.
역사비평사 32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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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9)당신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보여요
이윤희 지음
오랜 기간 미술 심리치료를 진행해온 저자와 함께 17장의 그림을 그려가며 내면의 상태를 파악해간다. 유명 화가의 작품과 내담자의 그림 등을 사례로 들어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팜파스 30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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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1)예술, 역사를 만들다
전원경 지음
《런던의 미술관 산책》의 저자인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 저자는 고대 이집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를 아우르며 예술과 역사가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시공아트 632쪽·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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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2)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안진옥 옮기고 엮음
1995년에 발견된 프리다 칼로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그녀의 친필 편지와 글,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정신과 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내면의 진솔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비엠케이 30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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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5)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프랑크 베르츠바흐 지음/정지인 옮김
‘삶, 예술, 일’이 통합된 삶, 이른바 ‘창조적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혼자 있기, 침묵하기, 연습이 바로 그것. 저자는 근원적인 자기 성찰과 헌신적인 몰두가 평범한 일상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불광출판사 256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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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12)애드호키즘
찰스 젠크스·네이선 실버 지음/김정혜·이재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 새로운 디자인/건축 시대를 규정하는 용어로 이해되어 온 이 용어를 미술, 영화, 도시계획… 에서부터 정치혁명, 진화론, 우주론까지 관통하는 삶의 근거를 구축하는 뜻으로 확장시켜 바라보았다.
현실문화 424쪽·3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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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6)취미는 전시회 관람
한정희 지음
다년간 에듀케이터로 일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담았다.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막연한 거리감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예술을 통한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었다.
중앙북스 28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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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11)

경험으로서 예술 1, 2
존 듀이 지음/박철호 옮김
경험을 중시하는 질성적 사고가 인간 사고의 전형임을 얘기해온 존 듀이의 철학 사상을 담았다. 일상적 삶과 예술 그리고 이 둘을 통한 경험에 주목해 예술의 성격과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였다.
나남 382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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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7)잃어버린 창조성을 찾아서
박진희 지음
20여 년간 회계 및 세무분야에 종사하다 2012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늦깎이 화가의 작품 98점과 그를 뒷받침한 철학을 담았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예술가의 본질을 발견하여 자신처럼 ‘신생 예술가’가 되기를 제안한다.
북랩 224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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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뗡뀫_먤뀽_뉌뀸__(10)색의 놀라운 힘
장 가브리엘 코스 지음/김희경 옮김
색이 인간의 심리와 생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들을 소개한 책이다. 색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터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색의 비밀,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정보들까지, 색의 전모를 알려준다.
이숲 168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