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창신(暢神)’의 즐거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 전용훈 책임기획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 글항아리 2012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독서와 여행을 통한 인격 수양과 경험의 가치를 중시해왔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라는 말이 있다. 가슴 속에 독만권서(讀萬卷書)의 학식과 행만리로(行萬里路)의 기상을 담고서야 인생의 참뜻을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독(讀)’과 ‘행(行)’을 모두 담은 책이 있는데, 바로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이다.
이 책은 와유에 대한 글로 시작된다. 조선여행의 첫 모습이 ‘와유’로 나타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와유’는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종병(宗炳, 375~443)에 이르러 와유라는 용어로 한층 발전된 내용을 갖추어 제시된 것이다. 이 와유 개념은 산수화론 전개에 근간을 이루며 지식 계층 사이에 지속적이고 폭넓게 보편화되었다. 조선 문인들의 문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와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의 첫 장이 ‘와유’로 시작되는 것은 참으로 적절한 것 같다.
18세기 초에 이르면, 금강산으로 향하는 문인들의 유람 풍조가 열풍처럼 불게 된다. 조선 사람들은 금강산 여행의 감동을 화폭에 담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금강산 여행 중에 그려진 금강산 그림의 사연을 만날 수 있다. 그 사연들 속에서 조선시대 예술론의 화두를 꺼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금강산 이상으로 특별한 백두산이 있다.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불리며, 조종산(祖宗山)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남선은 백두산을 ‘근참(覲參)’하고 민족 고대사의 기원에 접근해 갔다. 그의 백두산 여행길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여행 시점이나 여행자의 의식 수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있다. 바로 왕실의 온천 여행이다. 표면적으로 병구완의 목적으로 행해진 온천행일지라도 우리는 온천 여행의 논의 시점부터 궁으로 돌아오는 시점까지의 모든 상황의 행간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왕실의 모든 행보는 정치적 시험의 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의 정치사 가운데 우리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두 가지 주제를 고르라 한다면, 암행어사와 유배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며 암행어사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19세기 조선 정치 체제의 한 단면을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조선의 여인이 여행을 꿈꾸고 실천에 옮기는 여정이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조선 여인을 틀 속에 가둔 것은 조선이 아닌, 우리의 닫힌 사고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조선 여인의 여행에 얽힌 이야기들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다 보면, 조선 여인의 실제 삶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조선의 실상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던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행의 범주는 우리의 관념을 넘어선다. 별자리 여행에 대한 글이 그 예이다. 하늘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뿐만 아니라 관념상의 하늘 모습 또한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 사람이 보았던 밤하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우리 선조들의 별자리와 별에 대한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동아시아의 ‘천문관(天文觀)’을 엿볼 수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에 갇혀 있던 눈과 귀와 가슴이 활짝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로부터 옹색한 생각이 넓어지고 정신이 맑게 트이는 창신(暢神)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은 조선 사람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강산을 누비며 길 위에서 진정한 삶을 펼친 조선인들의 여행기는 우리에게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고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김취정 고려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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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2)천경자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최광진 지음
삶의 고통과 역경을 예술로 승화시킨 천경자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50여 점의 주요 작품 사진과 그 안에 서린 사연 등을 통해 현실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전하고자 했다.
미술문화 25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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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글로벌 아트마켓 크리틱
정연심 외 8인 지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한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가 오늘날 국내외 미술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미술평론가 9인(정연심, 정종효, 심상용, 양정무, 김지연, 윤진섭, 정현, 함영준, 김해주)의 글을 엮어 발간한 책이다.
미메시스 235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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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
이은기 지음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다룬 미술작품을 정치와 권력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예술(가)과 권력(가)의 관계를 모색하고자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함이를 표현하는 작품을 선별해 7가지 관점으로 살펴본다.
아트북스 32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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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

사진이론
리즈 웰스 엮음/ 문혜진·신혜영 옮김
초판이 출간된 1996년 이래 5번째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사진이론 입문서로는 정평이 난 책을 번역했다. 사진 ‘찍기’보다 사진 이미지 ‘읽기’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사가 아닌 사진이론서라는 성격을 부각시켰다.
두성북스 544쪽 ·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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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허나영 지음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60주년인 2016년을 맞아 이중섭의 삶을 살펴본다. 남겨진 기록이나 증언을 바탕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간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곳을 직접 찾아가면서 저자는 ‘인간’ 이중섭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아르테 280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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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명화가 내게 묻다
최혜진 지음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발견해 그것을 표현한 화가의 그림을 통해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을” 이야기한 그림에세이. 나, 일, 관계, 마음에 대해 그간 저자가 느껴온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북라이프 352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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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내 생애 마지막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이지수 옮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 미술을 이끌어온 15인의 작가가 남긴 최후의 작품에 주목해 그 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예술세계와 인생을 꿰뚫어보고자 했다. 작품을 통한 예술적 감동을 예술가의 인생으로 확장시켰다.
다산초당 284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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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그림 같은 여자 그림 보는 남자
유경희 지음
작가의 삶이 오롯이 녹아있는 작품을 통해 상처와 위기에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로하고자 한 책. 인간의 삶을 ‘사랑, 인생, 가족, 성공, 취향’의 5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매경출판 313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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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현대미술의 시공간과 존재의 미학
김성호 지음
시간과 공간, 존재와 부재의 문제에 천착하는 현대미술가 18인의 예술세계를 다뤘다. 그들이 탐구하는 작품의 존재론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존재론 등을 미술비평가 김성호만의 호흡으로 담아냈다.
시문난적 447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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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0)제주를 품다 예술을 낳다
고미 지음
제주도를 작업의 근간으로 삼은 작가 15인을 만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기간 제민일보의 문화부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바라본 제주 예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대숲바람 351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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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예술로서의 삶
재커리 심슨 지음/김동규·윤동민 옮김
니체 이후 현대미학의 원천을 삶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창조적 삶의 의미와 가치를 통찰하고 예술가적 주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니체, 하이데거, 메를로 – 퐁티 등철학자들의 통찰을 보여준다.
갈무리 500쪽 · 2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