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제주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던 그날
〈바람 잔 날, 그때 제주〉 2016.12.15~3.15 제주 4·3평화기념관

김남흥, 김산, 김성오, 김시현, 조기섭, 강술생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32점의 작품을 선보인 〈바람 잔 날, 그때 제주〉는 2018년 4·3사건 70주년을 준비하는 프롤로그 성격의 전시로, 4·3 이전의 제주 풍경을 보여준다. 전시제목 ‘바람 잔 날’은 4·3 ‘이전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때보다 과거인 때를 돌아보며 그날 이후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전시된 작품에는 하나같이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적막한 골목과 초가집, 파도가 일지 않는 침묵의 바다, 어둠과 빛이 대비되는 동굴의 모습 그리고 앙상한 가지들. 작품에 나타난 풍경들은 곧 다가올 광풍을 예견하는 듯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고요하며 정적이다. 역사와 예술이 끊임없이 맞물리며 이어져온 4·3미술의 한 예를 보여준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가 담긴 공간을 예술로 시각화하고 공유하려는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올해로 24회를 맞이하는 4·3 미술제 또한 한 달가량 앞두고 있다. 4·3을 직접 경험한 세대와 현 세대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요즘, 예술과 문화가 하나의 매개가 되어 무엇을 기억하고 드러낼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이승미 미술사
위 강술생 〈그리운 얼굴〉철 구조물, 천, 끈, 돌,스마트스트립조명,거울, 아크릴판,300×300×300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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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이정기〈표리부동-사과〉혼합재료 60×60×60cm 2015

전주
호남 미술, 작품으로 말하다
〈호남의 현역작가들〉 2.10~3.26 전북도립미술관

호남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전라도’라는 동질성을 갖는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 현역 미술가 교류전 형식이며 서로의 역량을 살피고 호남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전시로 총 16명의 전업 작가가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전북작가는 김성민, 김영봉, 박성수, 서완호, 이가립, 이주리, 조헌, 홍남기 등이고, 광주·전남 작가는 김명우, 박세희, 박정용, 송영학, 설박, 이인성, 이조흠, 이정기 등이다. 김영봉은 인간의 생리적 현상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에너지원을 모으고 이를 생태계로 되돌리는 설치작품인 〈생태화장실〉을 출품했다. 조헌의 〈상대적 시간1〉은 자화상 연작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잊고 있다가 가끔씩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됐을 때 느끼는 여러 결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정기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경험을 빛깔은 좋지만 속은 곯아있는 사과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김명우는 흰 바탕 위에 검은 모래를 사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링크된 포털 사이트의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만들었다. 최신 기법이지만 정작 재생되는 영상은 엉터리 한국어 강좌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과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전북도립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이 지난해 호남 미술 발전을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라 두 미술관이 협력하여 진행한 첫 번째 전시이며 오는 2018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동일한 주제로 새롭게 작가들을 구성하여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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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주
아카이브로 만나는 원로작가 3인의 작품세계
〈호남미술을 말하다〉2016.11.15~2.19 광주시립미술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후기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이 한 말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1993) 서문에 인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애정 어린 호기심으로 지식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녹아들 것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번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동선을 따라 아카이브(기록물 자료)를 효율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원로작가 3인, 탁연하, 조규일, 박행보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 작가별로 구획된 독립 공간에 창작물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 기사, 도록, 사진, 문헌 등의 1차 자료와 원작을 함께 배치해 그들의 예술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증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또한 작품 제작 동기와 과정을 채록한 인터뷰 사운드가 전시장을 은은하게 감싸며 분위기를 환기시켜 관객이 작품 설명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하였다. 1970~1980년대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한 3인의 원로작가 활동 전개과정을 담은 기록 자료는 지역 미술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단순한 구도와 밝은 색감으로 생동감 있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조규일, 간결한 필선과 먹의 농담, 그리고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한국화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박행보, 4·19기념탑(1961), 어린이헌장탑(1966)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초기 광주 조각계의 기반을 다진 탁연하의 작품을 아카이브 속에서 감상하다 보면, 그 동안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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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ture accidentee dans une rue du quartier de Songpa-gu, Seoul. Air -Terre Projet Korea - ON/OFF Tendance Floue / Coree France 2015-2016

파트릭 투르는뵈프〈대기/땅〉 2,524장의 사진, 비디오 1,290,000초, 2015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낯선 이곳의 익숙한 시선
〈KOREA ON/OFF〉 2016.12.17~2.22 고은사진미술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마지막 공식프로그램인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사진창작집단 탕당스 플루가 지난 16개월(2014.10-2016.1)간 한국의 면면을 기록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사진전이다. 총 14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탕당스 플루는 독립성을 원칙으로 삼아 1991년부터 협업해오는 그룹으로, 이번 전시에는 12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태극기의 구성 요소인 음양과 사괘를 모티프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경향’을 뜻하는 ‘탕당스(tendance)’와 ‘희미함/흐릿함’을 뜻하는 ‘플루(flou)’의 합성어이기도 한 이 작가그룹이 바라본 한국은 어떠했을까? 인종이 다르다는 이질감에서 기본적으로 받게 되는 낯선 자극을 초월한 ‘한국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파트릭 투르는뵈프는 궁전이나 저택의 외관을 흉내 낸 채 원색적인 네온사인으로 괴이함을 더하는 ‘한국적’ 모텔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플로르-아엘 쉬렁이 담은 무당들의 굿판 표정은 수많은 영혼을 담아낸 그들에게서 비선형적 시간성이 감지되기도 했다. 알랭 빌롬은 2015년 메르스(MERS) 사태에 공포를 느끼며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사람들에게서 탈(가면/탈이 나다)을 발견해냈다. 한국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근대성을 언제나 낯설게 느껴온 필자지만 남성적이고 피상적인 근대성 그 자체인 한국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고 왠지 모를 민망함이 느껴졌다. 프레임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단지 보이는 것을 찍었을 것이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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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구
지난 10년, 대구 미술의 변화와 흐름
〈2017 DAC 소장작품전 [지난 10년]〉1.25~2.26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예술회관은 해마다 전년도 수집 작품을 선보이는 〈소장작품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10년’이란 제목으로 2007년 이후 수집한 작품 가운데 40점을 선별했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사유와 몽상 사이’에는 대구의 대표 작가 이명미, 정은주의 작품을 비롯한 회화 15점이 전시되며, ‘두 개의 현실’은 미디어, 설치작품을 통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의 조형 언어를 제시한다. ‘보다, 다시 보다’는 사진 등을 중심으로 사회, 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 대구 미술계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는데, 신진 작가 양성을 위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해온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이 두드러졌다. 참여 작가 40명 가운데 37명이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발된 작가들로 꾸려졌으며, 이들은 점차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는 추세이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고 신진작가 지원 정책이 어떻게 지속적인 작업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민정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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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전
공동체를 보는 방식
〈대전다큐멘타 2016: 공동체감각〉 2016.12.16~3.1 dtc갤러리

복도의 끝에서 끝까지 걸으며 텍스트와 그림을 보는 사이 승하차 승객들이 서로 반대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버스처럼 아쉬움을 남기고 작품 앞을 떠나는 모습. 대전복합터미널의 dtc갤러리에서 열리는 〈대전다큐멘타 2016: 공동체감각전〉의 제목은 필자에게 어떤 공동의 목적도 이념도 없는 ‘무위의 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에 포함된 4인의 작가는 ‘임동식, 석용현, 우평남, 전범주’이며, 이들은 전문 화가의 길을 걸어온 작가와 일상 속에서 예술을 몸으로 습득한 작가로 분류된다. 문화관광박사로 일하면서 구름, 나무 등에 부처의 얼굴을 그리는 작가 석용현과, 산에서 주운 무뿌리 그대로 조각(자연물조각)을 만드는 우평남, 이들은 임동식의 그림 〈자연예술가와 화가〉에서 만나게 되는 일상의 화가들이다. 화가를 화가로 규정하는 것도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결정되는 관점일지 모른다. 전범주의 알록달록한 아크릴판 작업 〈The Way of See the World〉에서 눈에 힘을 주어 글자를 찾아 읽으면 ‘블랙’은 흰색 점들로 쓰여 있고 ‘화이트’는 검은색 점들로 쓰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시선이 편견이나 선입견의 망점들로 뒤덮인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화가와 비화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에 대해 갖는 우리의 환상 혹은 선입견들은 공동체 내부를 가르고 반목시킨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여기 예술가들처럼 오로지 그림이 좋아서 자신의 전시를 할 뿐이다. 어떤 특정한 목적으로 공동체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시는 말하는 것 같다.
유현주 미술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