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존 듀이의 교육미학

_MG_4516삶에서 예술을 찾으라

김연희 지음 《존 듀이의 교육미학》 교육과학사 2012

이 책은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의  경험으로서의 예술(Art as Experience》(1934)을 바탕으로 예술적 배움의 핵심인 질적 사고(qualitative thought)의 개념과 탐구활동으로서 예술경험에 관한 이론을 정리한 책이다. 듀이에게 ‘교육’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배움’이며, 이는 경험의 성장과 완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듀이가 주장하는 미적 경험과 예술은 훌륭한 배움의 경험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미학’으로 이름지워졌고, 예술과 삶, 예술과 과학, 정서와 인식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존 듀이의 예술적 배움과 사고 이론을 통하여 오늘날 새롭게 조명되는 예술교육의 철학을 제시하는 심도있는 이론서이다.
듀이 미학사상의 출발점은 ‘직접적 경험론’으로 불리며 경험의 ‘연속성(시간)’과 ‘상황(공간)’을 강조하는 프래그머티즘 경험관이다. 우리에게 프래그머티즘은 퍼스(Charels Sanders Peirce, 1839~1914)와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 듀이 등을 주축으로 한 고유한 미국 사상으로 ‘실용주의(實用主義)’, 내지는 ‘실제주의(實際主義)’로 불린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실제적 유용성을 존중하는 사상이라는 우리의 통념보다 훨씬 심오한 사상이다. 프래그머티즘은 의미내용보다는 ‘방법’을 중시하고, 관념 형성에 있어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리 자체가 아니라 진리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사고를 철학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책의 구성은 우선 프래그머티즘 철학 속에서 듀이의 경험론과 예술론이 갖는 의미를 살펴본 후 제1부 ‘존 듀이, 이론적 탐색’을 통해 듀이의 이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예술교육, 실제적 이론’이라는 주제하에 듀이의 경험과 예술의 개념이 미술비평이나 미술관 활동 등의 예술적 배움의 사례를 통해 20세기 말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예술교육의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예술을 배움의 중심에 둔다는 것은 예술을 일상적 삶의 맥락에 위치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듀이의 예술론은 일상의 미학, 삶의 미학, 관람자 중심의 수용미학, 대중예술의 미학을 최초로 이론화한 매우 독창적인 예술론이다. 그런데 순수예술의 관념아래 모더니즘 예술관이 팽배했던 시절에는 예술은 일상과 분리되어 특별한 미적 지위가 부여되었고 예술품의 감상에도 예술작품의 가치와 관람자의 경험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이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그 방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듀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68혁명 이후 유럽에서 등장한 포스트모던 철학과 근친성이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21세기에 듀이 예술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지각적 사고를 강조하며 미적 경험을 사고가 완성된 표지로 본 듀이는 절대적이고 투명한 지식을 거부하고 지식의 상대성과 가변성을 인정하는 포스트모던 인식론을 예견했다.”
듀이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는 모더니즘이 형성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이다. 이 시기는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기차나 자동차, 광학도구, 카메라가 발명되었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혁명적으로 달라졌다. “19세기 이전에는 인간의 지각이 그들을 둘러싼 삶의 환경을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기술의 발전이 보여준 지각세계의 급격한 변화로 사람들의 지각방식은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따라서 예술은 순수예술과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도피하게 되었고 현실로부터 분리된 자유를 주장하게 되었다고 듀이는 진단했다. 이렇게 듀이는 인간을 둘러싼 총체적 환경의 변화가 지각방식의 변화와 유기적으로 맞물린다고 보았다.”  이는 순수예술과 모더니즘의 종말에 대한 일종의 ‘예견’이었다.
“박물관에 모셔져 있는 작품은 당시에는 순수예술이 아니었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지각방식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미술가들은 인상주의, 입체주의, 추상주의 등 모더니즘 실험 및 기술문명에 민감했던 20세기 초 아방가르디스트들의 예술실험이 등장했다. 이런 첨단 지각실험 행위가 순수예술을 낳았다. 듀이는 그런 측면에서 순수예술은 지각을 훈련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도구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순수예술은 대단히 교육적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한 10년 연구의 결산이다. 저자가 책을 펴내게 된 계기는 과거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로 근무했던 경험(1996~2001)에 기인한다. 교육에 대한 관심은 당시 관장이자 은사였던 임영방 선생의 영향이 컸다.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술관 큐레이터를 하면서 미술현장과 학문 간 괴리를 많이 느꼈다고 한다. “현장에 이론을 끌어왔을 때 괴리감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 보통은 어떤 미학이론에서 출발하여 그것의 예술사례를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미술의 교육적 기능을 해명하는 미학이론을 정립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논문을 섭렵하면서 넬슨 굿맨의 이론이 예술교육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되었고 그 지점에서 존 듀이의 예술론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프래그머티즘 미학의 맥락에서 굿맨의 예술론과 듀이 예술론의 유사성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앞으로 계획을 묻자 미술이론의 맥락에서 듀이의 예술론이 21세기를 향해 던진 예견들을 검토하고 싶단다. 이를 위해 다시 현대미술사 책과 씨름 중이다. “다음 저작은 참여(partici-pation)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듀이에게 교육은 배움이다. 활동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대한 참여와 개입, 상호작용이 없으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삶과 결합한 예술은 이러한 배움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최근 미술의 트렌드에서 비상업적인 흐름은 듀이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황석권 수석기자

김연희는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예술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서울대 교육연구소 연수연구원,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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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이중섭평전

최열 지음

이중섭을 둘러싼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미술사학자 최열이 인간 이중섭의 삶을 살펴보는 평전을 출간했다. 주요 문헌 500여 종을 분석하여 추려내 이중섭의 생애를 다층적으로 이해한 글로 그의 연구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돌베개 932쪽·4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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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사진철학을 만나다

백승균 지음

사진철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설명한다. 특히 디지털로 바뀌는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빌렘 플루서와 그의 대표저작 <사진의 철학>을 면밀히 분석한 3장과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등의 철학자와 플루서를 비교하며 설명한 마지막 장이 주목된다.
북길드 256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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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바티칸: 바티칸 회화의 모든 것

안야 그리브 지음/이상미 옮김

비티칸 미술관의 예술 컬렉션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회화, 프레스코, 태피스트리, 필사본을 포함해 총 976점의 예술작품을 소개한다. 작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요 작품 180점에 대해서는 저자가 심도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그마북스 526쪽·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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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백상현 지음

라캉은 유령이미지를 품은 예술작품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선 작품들로 감상자에게 충격을 주고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했다.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지는 미술사 속 라캉이 말하는 유령이미지의 특징을 설명한다.
책세상 320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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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상징

조셉 피어시 지음/임상훈 옮김

블루투스, sns의 해시태그 등 일상 속 범람하는 기호와 상징을 역사적인 맥락으로 분석하고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 본 책. 저자가 선택한 현대 이전부터 미래의 상징들을 짧고 간결한 글로 이어가 쉽게 읽힌다.
새터 28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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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MG_4663사물의 이력

김상규 지음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우리 주변 사물의 속성을 파고든다. 사물이 현재 모습을 갖게 된 역사 및 과정을 추적한다. 사라지는 것, 동물을 닮은 것, 도시의 일상 속의 것 등 6가지의 테마별로 사물들의 형상 변화 과정을 글로 살펴볼 수 있다.
지식너머 303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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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위대한 망가

강상준 지음

한국 만화 전문웹진 ‘에이코믹스’인기 연재물 ‘강상준의 불가항력 만화방’ 망가에 대한 칼럼을 엮은 책. 32편의 일본만화에 대한 간단한 스토리 소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 작품을 예술작품으로서 진중하게 접근한 해석이 돋보인다.
로그프레스 392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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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현대미술의 이해

홍창호 지음

동시대미술의 난해한 이론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20세기부터 파헤친 책이다. 후기인상주의부터 팝아트까지 대표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동시대미술에 내포되어 있는 키워드를 간단, 명료한 글쓰기 방식으로 찾아 나간다.
양서원 21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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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선을긋다

이흙·김용철 지음

젊은 예술가 김용철의 20년간의 예술 활동을 정리한 책. 림프암 4기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보이는 그의 강렬한 예술혼이 담겨있다. 작품사진, 작업노트, 작업실 풍경 등 그의 예술 흔적을 상세하게 맛볼 수 있다.
굿플러스북 280쪽·18,000원

[art journal]

제주특별자치도에 아주 특별한 미술관 문열어

아리리오뮤지엄 제주 공식 개관전시 <By Destiny> 열려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작가로도 활동하는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이 또 다시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았다. 지난 9월 1일, 건축가 故김수근이 설계한 공간사옥을 미술관으로 꾸민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개관한지 꼭 한 달 만이다. 이번엔 제주도에서다. 미술계 괴짜로 통하는 김 회장이 제주도에 새로운 미술관 세 개를 동시에 오픈했다. 각 미술관의 명칭은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왼쪽),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오른쪽 아래),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오른쪽 위). 이름 그대로 제주시 탑동에 있던 극장건물과 상가건물, 그리고 모텔로 사용되던 건물을 매입해 새로운 미술관으로 꾸민 것이다.
10월 1일 공식 개관한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개관기념전으로 열리는 <By Destiny>는 김창일 회장이 35년간 수집한 3,500여점의 컬렉션 가운데 150여점을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와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에서 선보이는 전시다. 이와 별도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에서는 한국 원로작가 김구림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원래 4개의 상영관이 있던 복합상영관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며 독특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설치된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아래 사진)는 20미터가 넘는 초대형 설치작품으로 일반 화이트 큐브전시장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작가 장환이 소가죽으로 만든 거대한 인체형상 작품 <영웅 No. 2> 또한 공간과 어울리는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5층 전시장에서는 지그마르 폴케의 초대형 회화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탑동시네마 바로 뒤편에 있는 바이크샵에서는 1970년대부터 전위적인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 김구림의 작품 27점이 집중 소개되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의 또다른 컬렉션을 보여주는 동문모텔은 탑동시네마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 제주 동문시장과 산지천 사이에 위치해있다. 역시 숙박시설로 사용됐던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살려 여러 개로 나뉜 전시실로 꾸며졌다. 내년 3월에는 근처에 또 다른 여관 건물을 활용한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Ⅱ’를 개관할 예정이라고.
한편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의 탄생은 서귀포와 중문관광단지 등 제주 남부지역 중심으로 형성된 제주미술 지형도를 보다 넓게 확장하고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이준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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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미술대전 (2)

우울한 이 시대의 인간을 그리다

배윤환, <제36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

국내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역사가 깊은 <제36회 중앙미술대전>에서 배윤환(가운데) 작가가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 <클리프 행어>는 가로 8m의 캔버스에 70개의 액자그림을 그려 넣은 대작으로 일그러지고 괴기스러운 표정의 이 시대 지하철 안 군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JTBC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후원한 이번 중앙미술대전은 올 2월 공모를 시작해 지원자 190명의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20명을 선정해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치른 후 그중 10명을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10인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제작기간을 주고 완성한 신작을 공개하도록 했다. 대상을 수상한 배윤환, 우수상을 수상한 유목연을 포함 최종 선정된 10인 작가(김민호, 박경종, 유목연, 윤병주, 이윤희, 임지윤, 장재민, 정지연, 최은정)의 신작은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된 바있다. 최종심사는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 미술평론가 정현이 맡았다. 대상에는 1000만 원, 우수상에는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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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1)

국내 최대 미술시장이 열리다

2014한국국제아트페어 개최

국내외 미술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는 2014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삼성동 코엑스 전시관에서 열렸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2002년 시작해 13회를 맞이했다. 올해는 국내 126곳, 해외 22개국 60곳의 화랑이 참여했으며 이우환, 김창렬, 백남준, 오치균, 데미안 허스트, 수보드 굽타, 야요이 쿠사마, 자비에 베이앙 등 국내외 유명 작가 900여명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최근 미술시장에서 부상하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6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해 주목됐다. 싱가포르의 STPI와 챈 함프, 인도네시아의 에드윈스 갤러리 등 13곳의 화랑이 작품 200여 점을 소개했으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는 강연과 세미나도 진행했다. 또한 미디어특별전 <2014 아트플래쉬>에는 이명호, 에브리웨어, 한성필&백진욱, 폴씨(조홍래), 하이브의 인터랙티브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여 관객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행사 기간 중 관람객과 VIP를 위한 도슨트 및 강연이 이어져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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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 퍼지는 수상소식

<올해의 작가상> <양현미술상><구본주미술상> <아마도전시기획상>

9월은 다양한 비엔날레 개최 소식만큼이나 미술상 수상 뉴스도 넘쳐났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상2014> 최종 수상자로 노순택이 선정됐다. 사진작가가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외 그의 작품들은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미술을 후원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3회째를 맞았다. 은 올해는 SBS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양현미술상>은 태국의 현대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영국 테이트 모던 관장 크리스 더콘과 미국 휘트니 미술관장 애덤 와인버그는 아핏찻퐁을 “정글의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이라며 “설치미술, 사진, 아티스트 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영상의 새로운 시학을 정립한 작가”로 평가했다. 시상식 및 수상작가 강연은 11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한편 조각가 구본주의 예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4회 구본주예술상 제4회 수상의 영예는  임승천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사회를 직시하는 비판적 리얼리즘과 마술적 리얼리즘이 혼재한 임승천의 작품은 방향을 상실한 채 부유하는 우리사회를 잘 드러낸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그의 작품은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구본주의 친구들전>에서 9월 5일부터 16일까지 전시되었으며 시상식은 전시 첫날인 9월 5일에 개최됐다.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상 외에 기획자를 위한 시상식도 열렸다. 아마도예술공간은 기획자를 양성하고 미술의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올해 아마도 전시기획상을 제정했다. 첫 번째 수상자인 김수정은 글로벌 시대에 발생하는 한국 사회 내 정체성의 혼란을 다자간의 시선으로 살펴본  < 제3의 국적>으로 주목 받았다. 이 전시는 9월 1일부터 한 달간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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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진 (29)

현대사진의 경향을 한눈에

<대구사진비엔날레 2014>

국내 최대 사진전시인 <대구사진비엔날레2014>가 9월 12일에 개막해 10월 19일까지 주전시장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대구예술발전소와 대구시내 30여 개의 화랑에서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Photographic Narrative>라는 주제로 구본창, 이명호, 구동희 등의 국내 작가와 마르코스 로페즈, 루이스 곤잘레스 팔마, 안젤리카 다스 등 31개국 250여 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주전시는 스페인 출신 사진기획자 알레 한드로 카스테오테가 맡아 ‘기원, 기억 패러디’를 주제로 사진의 시작에서부터 이미지를 통한 잊혀진 기억의 환기 및 흩어지는 이미지의 재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진의 역사적 흐름과 우리 시대 이미지에 대한 지각적 인식을 보여주는 거대한 이야기의 전개다. 사진이라는 하나의 매체로 다각도의 방향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동안 국내에 자주 소개되지 않았던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작가가 대거 참여했고 ,콜라주, 비디오, 대형 포토그램 등 사진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유희를 꾀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다. 무한 확장 가능한 주제와 확장된 시각적 스펙트럼은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할 만하다. 그렇지만 전시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결성은 부족하다는 점,  주제 전달이 모호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엘리오 그라치올리가 기획한 <이탈리아 현대사진전>은 주목할 만하다. 이 전시는 바스코 아스콜리니 , 다비데 브라만테, 비토리아 두소니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현대 이탈리아 사진이 가진 독특한 미학적 감수성을 전달한다.
전시와 함께 9월 13, 14일 이틀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는 포트폴리오리뷰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아아린 아팅거,(프랑스 유럽사진미술관 출판팀장), 엘리나 하이카(핀란드 사진미술관장)를 포함한 국내외 사진전문가가 24명이 리뷰어로 참여했다. 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눈 후 우수 작가 4인을 선정했다. 우수 작가로 선정된 권도연, 최현진, 윤아미, 정지현 작가는 2016년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전시 기회를 갖는다.
대구=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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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전시실 23

한글의 무한변주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한글날인 10월 9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한다. 상설전시실에는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역사에서 중요한 <훈민정음 해례본>과       <용비어천가>, <월인석보>를 포함 70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된다. 개관에 맞춰 열리는 기획전시<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에는 정연두, 이지연 함경아 등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해석하는 한글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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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1입체

진달래로 수놓은 《아함경》

김혜련이 그린 《학담평석 아함경》 표지

한길사 창립 38주년을 기념해《  학담평석 아함경》을 기획출판했다. 30년 전 기획을 시작해 저자가 집필에만 4년의 시간을 쏟은 중요한 불교경전이다. 전12권의 표지는 작가 김혜련이 맡았다. 표지를 장식한 작품 <초봄>은 진달래를 그린 작품이다. 불교의 상징적 꽃인 연꽃을 그리기 보다 작가의 경험이 내포된 ‘진달래’를 그림으로서 신선한 발상으로 현대적 해석과 감각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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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한국근현대미술사의 기초자료 정립

《한국미술 전시자료집1945~1969》

한국미술의 아카이브 구축 및 활성화의 일환으로《  한국미술 전시자료집1945~1969》가 발간됐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김달진미술연구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발행했다. 1945~69년 국내외에서 개최된 1천624건의 전시가 열린 장소, 일시 등을 수집한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기초자료로서 앞으로 다양한 2차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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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 (2)

모여 만든 공간, 모여 펴낸 문화비평지

부산 협동조합 ‘비아트’, 전시공간 스페이스 비아트 개관

부산 미술인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 ‘비아트(Bart)’가 마련한 전시공간 스페이스 비아트가 8월 30일 개관했다. 약 30명의 조합원으로 결성된 ‘비아트협동조합’은 기존 비영리공간이나 대안공간이 드러낸 문제점을 극복해보고자 결성됐다. 협동조합은 자생성이나 운영의 지속성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보다 많은 인원이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형태다. 이에 10개월에 걸쳐 조합원을 모집하고 운영방안을 모색한 결실로 마침내 부산 청사포 해월정사 앞(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청사포로 73-3)에 스페이스 비아트를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개관전에는 3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편 비아트협동조합은 2012년 휴간된 미술문화비평지《  비아트》를 재창간했다.《   비아트》는 격월간지로 간행주기를 바꿔 발간된다. 이와 연계해 예술인문아카데미  ‘아트랩B’도 운영한다.  문의 magazineb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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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OSIUM

•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와 경기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하라>라는 주제의 콘퍼런스가 10월 23~30일 서울시립미술관과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개최한다. 강연뿐 아니라 워크숍, 공연도 진행하는 복합적인 형식으로 박찬경, 양혜규, 정도련, 박노자가 참여하는‘왜 귀신 간첩 할머니인가?’, 리앙, 최원준, 권헌익이 참여하는‘괴력난신’ 등 6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한다. 콘퍼런스 장소에 따라 서울시립미술관은 www.mediacityseoul.kr , 계원예술대학교는 www.ggcf.kr에서 참여신청할 수 있다.
• 2014 아르코미술관 전통 재발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9월 26,27일 이틀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국제심포지엄 <<Tradition (Un)Realized>가 열렸다. 아시아의 전통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동시대의 문화비평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에 집중했다. 26일에는 윤영도, 전지영, 정은영, 모은영, 메이 아다돌 인가완지가 발표하고 27일에는 자랄 투픽, 샤비르 무스타파, 안젤링 프랑케, 데이비드 테가 발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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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엠 (3)

갤러리 탐방 | 스페이스 비엠

찰떡궁합 두 디렉터의 전시공간

외향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벨라 정(왼쪽)과 단아하고 차분한 인상의 이승민, 두 디렉터가 만났다. 국제갤러리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두 동갑내기가 2012년 12월 12일 자신들만의 공간인 ‘갤러리101’을 열었다. 파격적인 행보였다. 주변에서는 미술시장이 어려울 때 갤러리를 차린다는 이유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더욱이 그들이 마련한 공간은 갤러리 밀집지역이 아닌 미술공간 불모지인 동빙고동이다. 필리핀, 레바논, 쿠웨이트대사관 등이 있는 조용한 동네다. 위치가 이렇다보니 전시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관람객의 주를 이룬다. 이들은 2013년 초 ‘스페이스 비엠(SPACE BM)’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다채로운 전시로 미술계에 신선한 공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위험부담이 큰 시기에 의외의 장소에 갤러리를 열면서도 그들만의 뚜렷하고 확고한 색깔과 전략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벨라 정 디렉터는 “우리 갤러리가 추구하는 색깔, 우리 공간의 정체성을 아직은 하나로 정의내리고 싶지 않다. 저희의 전시 행보로서 다른 사람들 입을 통해 우리의 특색을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비엠은 작년에 8차례의 전시를 기획했고 올해는 12월에 있을 오픈파티를 포함하여 6차례의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처음 공간 문을 열 때 갤러리 역할보다 미술관련 업무를 시도하는 사무실의 개념이 앞섰다. 두 사람의 사무실로 시작한 이 공간은 미술사업의 지향성을 나타내기 위해 ‘갤러리’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면서 화랑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들은 오랜 기간 미술계에서 갤러리스트로 일을 해온 경험을 십분 발휘하면서 그 아이덴티티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두 사람은 공동 회의를 통해 작가 선정 및 전시기획을 하며 각자 담당하는 전시의 서문을 직접 쓴다. 또 편안한 살롱 같은 분위기의 공간을 활용하여 소규모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단발성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여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에 문을 연 신생 갤러리 중에는 미술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을 꾸리는 곳이 종종 있다. 스페이스 비엠도 이에 해당된다. 이승민 디렉터는 “실무를 담당하던 이들이 세운 갤러리들끼리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있다.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며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며 신생 갤러리들 사이의 풍속도를 살짝 언급했다. 갤러리를 오픈하면 힘든 고비에 맞딱뜨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이 잘 맞는 동료와 함께하기 때문에 어려울 때 서로 의지가 된다고 한다. 성향이 다르기에 각자의 역할이 뚜렷하여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이제 부부 같은 기분이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임승현 기자
문의 spacebm.com 02-797-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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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미술관 부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우환미술관’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 찬반 양론

예술가도 예술에서 비롯된 문제를 예술적으로 풀 수 없다. 대구시가 진행 중인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하,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두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논란은 예술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잃은 채, 언론과 정치권 등으로 확산돼 쟁점의 불이 범시민권으로 번졌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당사자인 이우환 작가가 한 일간지를 통하여 자신과 관련된 대구의 미술관건립에 관하여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새로 취임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모든 면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의 미술 주체들이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이우환미술관 건립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 준비는 이미 수년간 계속되었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약 2만5000㎡의 땅에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설계된 이우환미술관을 올해 중 착공할 예정이었다.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300억 원에 가까우며, 이 가운데 상당액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맡은 기본 설계비 등으로 이미 지출 된 상태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9월 11일 대구시청에서는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과 관련된 설명회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 이우환 작가는 “대구에 지어질 미술관은 세계를 빛낼 것”이라며 건립에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러한 태도는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그의 입장과 달라진 결과이므로, 번복된 그 속사정에 긍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우환미술관을 둘러싼 논쟁은 지역에서 현대미술과 정통미술, 정치적 진보와 보수, 미술 전문가 집단과 일반 시민이 등 합종연횡하는 양상을 띠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반대 측 입장은 “지역 출신 이인성 화가의 미술관도 못 짓는 마당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이우환미술관이 웬 말”이라는 구호에 집약 표현돼 있으며, 찬성 쪽은 “이우환 개인의 미술관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미술가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지금 건립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결국 대구시장으로 상징되는 외부의 중재나 개입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건립 여부 결정은 여론이 가라앉아 무관심으로 돌아설 때까지 시간을 끌 것이 분명하다. 또한 다음 선거 혹은 차기 인사 승진이나 선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 행정가, 예술 이익단체장 등은 찬반 양 진영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쪽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보상책을 지금부터 궁리하는 게 괜찮은 출구전략일지도 모른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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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2)

강암의 문인화 정신을 엿보다

<강암 송성용 선생 탄신 101주년 기념 특별전>

<강암 송성용(1913~ 1999) 선생 탄신 101주년 기념 특별전>이 9월 18일 개막해 10월 12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강암(剛菴)은 정신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특별전에는 전주 강암서예관 소장 작품 77점과 개인 소장작 58점 등 135점이 전시되었다.
강암 선생은 김제시 백산면 상정리 요교마을에서 태어나 부친 유재 송기면(宋基冕 1882~1956) 선생으로부터 유년 시절부터 한학과 서예를 배우고, 중국의 여러 법첩과 한국의 갖가지 서예 자료는 물론 화보를 중심으로 그림을 익혀,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5체와 사군자와 소나무, 연, 파초 등을 주요 소재로 하는 독자적 문인화를 개척했다. 강암은 안분(安分),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근본이 서야 방법이 생긴다), 이검양덕(以儉養德, 생활을 검소하게 하여 남에게 덕을 베풀자),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을 좌우명으로 삼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전시는 5개의 주제로 기획됐으며 주제별로 작품을 묶어 4개의 전시실에 분산 배치했다. 제1전시실은 ‘삶이 아름다워 예술이 더욱 빛나다’라는 주제로 소박한 삶을 살았던 강암의 의복, 붓, 벼루, 서신 등 유품을 모았다. 제2전시실은  실용적 서사를 위한 서예와 예술적 표현을 위한 서예 사이를 가늠해보는 ‘서사(書寫)와 서예(書藝) 사이’와 강암의 전서와 초서를 프리미티비즘과 추상표현주의와 연계시킨 ‘원시주의와 추상주의 서예’라는 두 가지 주제 아래 작품을 서보였다. 제3전시실에서는 ‘교감(交感)의 창(窓)’이라는 주제로 특별한 일을 기념하거나 위로할 때 받는 사람의 이름까지 써서 낙관을 하는 쌍낙관(雙落款) 작품을 한곳에 모았고 제4전시실에서는 ‘문기(文氣)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강암의 문인화를 선보였다.
개막식에는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강암 한·중·일 삼국서예의 화이부동 (和而不同)과 강암서예의 정신’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ditor’s letter]

감히 바란다

이번호까지 헤아려서 지금까지 170권의 책을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들어 왔다. 작년 10월 편집장이 된 후로는 열한 번째 책이다. 10권 째도 아니고 12달 한 바퀴를 돈 1주년도 아니다. 그냥 11번째란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10진법을 기준으로 뭔가 특별한 기념일을 삼아 따지는 것을 좋아한다. 백일잔치부터 시작해, 만나거나 이별한지 100일, 무슨무슨 10주년, 아무개 탄생 100주년 등등.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에 리움 개관 10주년에 맞춰 특집기사를 만들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리움과 좀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한국 미술계에서 리움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고 막강하다. 그야말로 적수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드러내지는 못하고 뒤꽁무니에서 괜히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사적인 술자리에서 가끔 리움에 대한 볼멘소리를 듣곤 한다. 그들은 주로 ‘명품, 고급, 폐쇄적, 권위적, 부자, 스타작가’ 같은 수식어를 동원하면서 침을 튀긴다. 하지만 하나씩 따지고 보면 그런 불평불만은 하나같이 무책임한 투덜거림에 지나지 않다. 정작 어떤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거나 손해를 입지도 않았으면서 (실체도 없이)막연히 아쉽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뱉을 뿐이다. 나는 거기다 대고 이렇게 말한다. “괜히 쓸떼없는 참견 말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고. 나라고 왜 못마땅하거나 불만이 없겠는가? 다만 잠자코 있는 이유는 리움 전시를 통해 누리는 안복(眼福)과 미적체험의 기회에 대한 만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국공립 미술/박물관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능과 역할을 리움이 어느 정도 대신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리움의 존재감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런 것처럼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라이벌 없는 경쟁은 긴장감이 떨어지고, 견제 없는 독주는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감히 바란다. 한국 미술계에서 리움과 제대로 한번 맞장뜰 만한 라이벌 미술관이 하루속히 생기기를.
다시한번 지난 10달의  《   월간미술》을 되돌아본다. 내심 걱정했던 바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상궤도에 안착했다고 자평한다. 예전에 비해 파격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래도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씩 변화를 모색해 왔다. 이런 성과가 있기까지 무엇보다  맡은 일을 헌신적으로 묵묵히 성실하게 (133.3%)달성해준 기자들과 포토그래퍼 그리고 디자이너의 공이 크다. 황석권 이슬비 임승현기자는 각자 전공과 관심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해 냈다. 포토그래퍼 두 명은 사진 본연의 역할과 기본에 충실하면서 생생한 현장 기록과 인물 포착에 주력했다. 편집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책의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크리에이티브로서의 고유한 컬러를 발산하고 있다. 이처럼 책을 만드는 주체가 의기투합해 한권의 책은 매달 내놓는다. 모든 책의 완성은 독서! 이제 나머지는 독자의 몫이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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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선박민선 삼성미술관 리움 홍보팀장

7월 플라토에서 열린 <스펙트럼-스펙트럼전> 이후 리움 측은 3주간 미술관 문을 닫고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 준비에 힘을 쏟았다. 이어 10월 진행되는 공식적인 10주년 행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에 근무한지 올해 20년째를 맞는 박 팀장은 홍보 업무를 시작하고 리움 개관 이래 가장 큰 행사라며 기대도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부터 취재 협조까지 홍보 업무를 총괄하면서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씩씩한 에너지를 잃지 않으며 기자들을 환대해 주었다. 모든 행사를 성공리에 마치시고 에너지를 200% 충전하시길.

 

 

이종률문원원장이종률 중남미한국문화원 원장

외교부 소속 참사관 신분이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문화부 공무원 역할에 가까웠다. 중남미 30여 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아르헨티나에만 있는 중남미한국문화원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 한다. 유창한 스페인어로 <동시적 울림전> 취재를 적극 도와줬다. 덕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서 깊은 공연장에서 탱고가 아닌 현대무용을 관람하기도 했다.《  월간미술》의 오랜 독자인 부인은 미술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문학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 애정이 각별했고, 민간외교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li zong color이동림 포스갤러리 디렉터

2010년에 베이징 798예술단지에 들어선 포스갤러리의 디렉터. 애니메이션 제작사 CHOCO프로듀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만난 그녀는 전시 준비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때로는 세심하게 주변을 챙기고 때로는 화통하게 대규모 교류전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포스갤러리는《  BAZAAR ART》에서 꼽은 중국 신진 갤러리 TOP5에 들어 입상하는 등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장부다운 그녀의 포스가 갤러리를 움직이는 강력한 포스의 원천이 아닐까.

[Sight & Issue] Arario Museum in Space

아라리오뮤지엄 9월 1일 공식 개관

최고의 컬렉션, 제대로 된 ‘공간’을 만나다

_MG_2493“두려움과 흥분하는 감정이 뒤섞여 이 자리에 섰다”는 김창일 회장의 목소리는 다소 뜰떠 있었다. (구)공간사옥에 자리 잡은 아라리오뮤지엄 개관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의 심정이 이 한마디로 대변되었다. 그리고 김 회장이 직접 나서 기자간담회를 주도할 정도로 이곳에 대한 그의 애착이 느껴졌다.
이번 아라리오뮤지엄의 개관전은 <Really?>. 정식 개관일은 9월 1일로 맞춰졌다. 이 전시에는 김 회장이 35년간 수집한 약 3700점의 작품 중 총 43명 작가의 100여 점이 소개된다. 마크 퀸이 자신의 피를 수집해 만든 <셀프(Self)>, 피에르 위그의 <반짝임 탐험, 제2막>, 바바라 크루거의 <무제(끝없는 전쟁/당신은 영원히 살거야)>, 수보드 굽타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 등이 회장작이다. 이밖에도 강형구, 소피 칼, 신디 셔먼, 백남준, 네오 라우흐, 요르그 임멘도르프 등 동시대미술을 조망할 수 있는 컬렉션을 선보인다.
김 회장은 공간사옥이 경매에 유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날 제주에서 올라와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고 한다. 유찰된 경매물건에 대해서는 차후 유찰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호가를 시작하는 것이 룰. 그러나 김 회장은 유찰된 가격 그대로 공간사옥을 매입했다. 김 회장은 “유찰은 결국 이곳이 버림받았다는 말 아닌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현재 이곳은 유적으로 지정되어 증개축을 하려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역사적으로 의의가 큰 이 건물의 원형이 보존되길 바라는 김 회장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이다.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이 건물을 뮤지엄으로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는 김 회장은 “창문 하나라도 가급적 원형 그대로 보존할 것을 주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뮤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라며 “이곳에 어울릴 작품을 선택하여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도드라지게 할 조명과 시설까지 김 회장이 일일이 다 챙겼다고. 아라리오뮤지엄은 1개의 방을 1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원칙을 세우고 전시를 열 계획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이 들어선 (구)공간사옥은 1977년 故 김수근이 설계해 지금의 서울 원서동 자리에 세워졌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건축물로 손꼽힌다. 문화재청은 이 건물을 올해 2월 27일부로 파격적으로 등록문화재(586호)로 지정했다. 이곳은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현대적 기법으로 해석, 각 공간이 막힘없이 연결되고 가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연중무휴로 운영될 예정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다(수요일은 오후 10시까지). 단, 개관을 기념해 9월 5일까지는 오후 10시까지 개관하며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장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편, 아라리오갤러리는 10월 1일 제주 탑동시네마와 탑동바이크샵, 그리고 동문모텔에도 아라리오뮤지엄을 개관할 계획이다.
참조  www.arariomuseum.org

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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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ht & Issue] 베이징 798 아트팩토리 한・중 작가 교류전

The East Bridge
In the Absence of Avant-garde Reading

베이징 798 아트팩토리 한・중 작가 교류전

장기적 한·중 문화교류의 장을 열다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베이징의 역사적인 공간, 798아트팩토리라는 가교에서 만났다. 국가 간 교류전시는 통상적으로 자국의 유명 작가들을 내세워 타 국가에 선보이는 형태를 띠거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쉽다. 그러나 베이징 798단지에 자리한  포스갤러리(Force Gallery)는 이같은 기존 교류전의 성격을 지양한다. 포스갤러리는 베이징 현지에서 한국인 디렉터 이동림이 운영하는 곳이다. 지속가능한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한·중 문화교류를 도모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의 서막으로 <The East Bridge: In the Absence of Avant-Garde Reading전>(8.16~9.7)을 열었다.
<The East Bridge> 프로젝트는 포스갤러리가 주관하고 한국교류재단과 베이징 798문화창의산업유한공사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이번 베이징에서 열린 한 차례의 전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서울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열 예정이다.
한국 작가로는 문범, 이용덕, 유근택, 한진수, 임태규, 유정현이, 중국 작가로는 탄핑, 인슈전, 양융량, 황징위안, 저우밍, Polit-Sheer-Form Office가 작품을 선보였다. 이들의 작품은 마오쩌둥 시대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베이징의 798아트팩토리에 설치되어 동아시아 현대미술의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특히 전시가 열린 798아트팩토리는 798예술단지 중에서도 중국 근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장소로서 이곳을 운영하는 준정부기관인 문화창산하 산업투자유한공사는 엄격한 잣대로 이곳에서 열릴 전시를 선별하기로 유명하다. 마오시대에 무기공장으로 쓰인 798아트팩토리 공간은 중국의 공업화와 냉전시대의 긴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오쩌둥 시절의 선전선동 구호, 옛 공장의 잔여물 등이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시대적인 배경과 긴 터널형의 정돈되지 않은 건축물이 자아내는 압도적인 분위기로 인해 작품이 눈에 들기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작업은 공간과 묘한 조응을 이뤘다. 문범의 작품은 전통 산수화적인 이미지와 옛 공장의 잔해가 겹쳐졌고, 정돈되지 않은 시멘트 바닥 위에 키네틱아트를 설치한 한진수의 작업은 회전하는 기계부품들 속에서 계속해서 변화하는 형태로 공간을 유영했다. 친숙한 환경에서 유토피아를 찾아 보여주는 임태규의 작업은 전시장 한 면에 집 형태의 구조물을 세워 천장이 높은 전시공간을 적절히 활용했다.
798아트팩토리의 역사적 의미에서 읽을 수 있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변화의 흐름은 한·중 양국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다. 전시는 바로 이 점에 집중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작가 개개인의 내면적 소리에 집중하여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기획자로 참여한 케이트 림은 “단순히 각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메시지 강한 작품을 나열하는 교류전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한국과 중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은 아방가르드 미술에 내재하는 ‘개념의 전복’이나 ‘구조의 파괴’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에 명확한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기에 오히려 관람객으로 하여금 동시대를 이해하는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임승현 기자

포스 (4)

전시장 건물에 마오쩌둥 시대에 쓰여진 문구가 남아있다. 작가 문범의 <Secret Garden> 시리즈가 정면에 보인다

[Hot People]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을 연 畵手 조영남

가수의 탈을 쓴 화가 조영남의 미술계 왕따미술전

가수 조영남의 <왕따 현대미술전>(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제7전시실 8. 3~ 24). 이번 쇼는 미술계에 있는 사람에겐 유감스러운 불량형 전시로 분류된다. 겉으로나 무늬로나 40년 회고전을 빙자한 이 전시는 분명 “왜 우리 놀이터에까지 와서 놀려고 하냐”는 미술계의 아니꼽고 치사한 시선에 대한 그의 강렬한 저항성 퍼포먼스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조영남만큼 현대미술에 해박하고, 책도 내고, 백남준 최욱경 곽훈 등 미술계의 인맥을 아우르고 있는 스타는 단연코 없다. 다만 흠이라면 그가 미술을 너무도 잘 알아 잘난 척하여 화가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것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그가 딴따라가 미술을 한다고, 십수 년 동안 미술계로부터 화가로 인정받지 못한 억울함을 풀기로 작정한 듯 40년간 쌓은 미술 유전인자를 내장까지 다 끄집어 내보였다.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일과 다른 사람이 낚시하는 일은 총체적으로 똑같다”며 그림 그리는 이유를 낚시에 빗대 설명한 적이 있다. 물론 이렇게 그는 향수 달래기 겸 취미로 유화에 손을 댔다고 일찍이 고백한 바 있다. 또한 백수 시절에 행복해지기 위해 음악보다 훨씬 강도 높은 열정으로 미술작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진술했다. 조영남은 프로 화가이다. 다만 노래로도 돈을 벌고, 그림으로도 돈을 벌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전시는 우리가 그를 왕따시킨 것이 아니고, 거꾸로 그가 미술계를 왕따시켰음을  환기하는 자리였다.
화가는 참 많다. 그러나 몇 년에 한 번씩 개인전도 안하고, 그런 너희들이 미술대학 나왔다고 그래 다 화가냐? 그는 우리에게 들이대며 따져 묻는다. 이 발언은 틀리지 않다. 30여 회의 국내외전을 연 그는 이 점에서 대단히 박식하고 부지런하며 천재적 감성을 가진 예술인임에 틀림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그림도 그릴 줄 알고 노래도 참 가수답게 잘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어느 분야든 어느 정도 텃세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 것이 죄라면 조영남은 유죄이다. 현대미술에 박식한 만큼 이 바닥에도 텃세가 좀 있다는 것을 일찍 그리고 조금 눈치 챘어야 옳았다.
그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끈질기게 화투패를 그리고 화투에 집착했다. 그는 현대미술이 요구하는 독창성을 고민하다 화투라는 오브제를 선택했다. 화투를 통해  곡절 많은 인생사를 보려 했고, 화투를 통하여 한국적 팝을 내다보았다. 화투를 통하여 작가적 메시지를 토해냈다. 그는 시작부터 조영남표 브랜드와 독창성을 노래하듯이 주장했다. 태극기와 음표들은 그러한 부속품이었다. 그리하여 화투는 꽃이 되기도 하고, 지붕이 되기도, 스무 끗짜리 5광(光)은 영광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일찍이 1969년의 청계천 풍경에서 시작해, 1973년 안국동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1980년대를 화투작업으로 이어갔고 1990년대 실험 오브제 설치작업 등 그는 정말 피카소처럼 미술과 음악,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화투인생의 철학에 올인했다.
우리는 그에게 왜 화투를 그리느냐고 물을 수도, 항의해서도 안 된다. 이번 전시 대표작은 <극동에서 온 꽃>으로 보이지만 그의 작품 중 압권은 보이스에게 헌정한 것처럼 보이는, 죽음에 관한 콘셉트의 발상의 관에 놓인 화투로 덮인 그의 자화상이다. 나머지 요강을 비롯한 회화, 콜라주, 입체 조각,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온통 평면에 대담용 글쓰기, 자기 PR과 변명 등은 그가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위해 화폭 가득 묻어놓은 위한 지뢰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문제는 작품에 작가로서의 철학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조영남의 40년 왕따 회고전은 콧대 높은 미술계 사람들에게 아부 혹은 엿 먹이는 전시 둘 중 하나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 전시를 보고 모두가 마냥 즐거워하는 것을. 조영남의 패러디, 오만불손, 자뻑이 모든 그의 잡학과 상상력이 비빔밥처럼 섞여 우리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판사는 오로지 판결로 말한다고 했다. 화가도 오직 그림으로 말할 뿐이다. 2000점이 훌쩍 넘는 작품. 그는 이 작품들을 조수도 없이 해냈다. 조영남 어쩌면 그는 가수의 탈을 쓰고 오광이 든 화투 패를 만지작거리며 재미있게 인생을 즐긴 보기 드물게 썩 훌륭한 화가일지도 모른다.

김종근·홍익대 겸임교수
조영남은 1945년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명예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 트리니티 바이블 칼리지를 졸업했다. 1973년 한국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3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저서로 《조영남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 《현대인도 못알아 먹는 현대미술》, 《이상은 이상이상이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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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Art Space]

‘2014 세계수학자대회’가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한국에서 열렸다. 이를 기념하고자 <매트릭스: 수학_순수에의 동경과 심연전>이 8월 12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전시 타이틀 ‘매트릭스’는 수학에서는 ‘행렬’을 뜻하며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 이후 수와 계산 또는 행렬과 연산에 의해 통제 받는 ‘수학화된 오늘’을 상징”한다. 국내외 작가 15명의 작품 11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절대 진리를 추구하는 수학과 그 반대 영역에 놓인 예술의 사유의 세계가 만나는 장이 될 것이다. 사진은 국형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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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7월 15일부터 10월 26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우리 삶의 빛나는 순간들전>은 발레단, 곡예단과 함께 하여 이룬 아크로바틱한 순간과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벌이는 삶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선보이는 자리다. 일상에서 찰나에 벌어졌다 소멸되는 현상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조던 매터의 프레임은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을 포착해 ‘찬란한’ 기억으로 변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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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

조미영의 <감행된 풍경전>(갤러리 조선, 8.13~9.4)에서는 공중에 떠 있는 작품에 가상의 경계면이 존재한다. 또한 개인의 기억에서 연유하는 확장된 구조도 존재한다. 그렇게 구축된 구조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현재 모습이다. 작가는 이렇게 형성된 도시 풍경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천착 거기에서 인지한 다양한 요소 사이에서 무모함을 읽어내 시각화하기를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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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2)

임영선의 캔버스는 표현된 어린아이 등의 인물을 점묘로 표현한다. 단순하다. 그러한 임영선의 캔버스를 만날 수 있는 전시 <On the Earth>가 7월 17일부터 8월 29일까지 갤러리 로얄에서 열렸다. 주로 중화권과 아시아의 아이들을 모티프로 작업하는 임영선은 작업을 위해 순례자가 되기를 기꺼이 자청한다. 대형 캔버스에 등장하는 어린이를 묘사하는 작업은 작가에게 치유의 과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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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

호주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전시 <Vertigo>가 7월 24일부터 8월 27일까지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렸다. Asialink (The University of Melbourne 연계 호주 문화기관)에서 기획되어 아시아 순회 전시로 진행 중이다. 10명의 호주 작가가 내일에
대한 불안함, 불안정성에서 오는 현기증적인 상황을 비디오, 네온 콜라주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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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2)

인간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될 삶의 요소이다. 그래서일까. 고대부터 지금까지 물은 생명을 위한 필수요소일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8월 15일부터 10월 26일까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Water_천진난만>은 물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22명의 작가는 물의 의미, 조형적 이미지, 있음에 대한 사유 등 물을 다각도의 측면에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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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2013년 제4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김영나의 전시. <선택표본>(두산갤러리 서울, 7.16~8.23)으로 명명된 그의 전시는 관람객이 전시장 내부로 들어오기 만나게 되는 전시 홍보매체, 사인 등의 전시 관련 시각언어들을 전시장으로 끌어오는 작업을 모은 것이다. 이에 관람객은 전시를 둘러싼 내외 요소들의 충돌지점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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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리 (1)

<제14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 8월 7일부터 15일까지 미디어극장 아이공, 한국영상자료원, 산울림소극장, 서교예술실험센터, 갤러리잔다리, 더 갤러리에서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 시대의 민속지.’ 출품된 630여 편의 작품 가운데 경쟁부문인 <글로컬 구애전>에 오른 50편과 비경쟁부문에 오른 94편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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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2)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습을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감각적이고 시적으로 담아내는 정희승의 개인전이 8월 8일부터 9월 12일까지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을 포함한 신체, 식물, 공간 등 5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간결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긴장감을 잘 포착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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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5)

김동유 김인 문형민 서은애 이중근이 참여한 <의미의 패턴전>이 8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들은 패턴을 작업에 적용한다는 형식적 공통점을 띠고 있는 바, 이 전시는 각 작가의 이러한 공통점을 넘어 그들의 맥락과 의미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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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호_쿤스트독 (1)

박치호의 개인전 <실체라는 부유-파편을 매만지는 분절들>이 쿤스트독갤러리에서 8월 1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알려졌다시피 토르소는 로고스적 인간을 지향한 고대미술에서 기원했으나 신체의 일부가 결여된 상태로 발견되어 그 의미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역설적인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는 토르소를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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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연 (1)oci

남혜연 (2)oci

OCI미술관이 신진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OCI YOUNG CREATIVES’ 프로그램이 남혜연과 양유연의 개인전으로 마무리되었다. 7월 17일부터 8월 13일까지 미술관 1, 2층 전시장에 두 작가의 작품이 각각 나뉘어 전시된 것이다. 남혜연(사진 아래)은 인터렉티브 설치와 영상 등으로 사회체계 내에 편입돼 살아가는 인간을 표현하며 양유연은 인간 내면의 상처와 상실감, 무의식 등을 회화의 언어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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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1)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을 이끌어온 작가 김구림의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천안(7.29~10.5)과 서울(7.17~8.24)에서 열렸다. 천안에서 열린 <그는 아방가르드다>는 작가가 지난 60여 년간 선보여온 실험적인 작품들을 시대별로 조망했고, 서울에서는 ‘진한 장미’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잡지, 광고 등 대량 생산된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서울 전시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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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선 (1)

제주에 살며 작업하는 김옥선의 사진전 <The Shining Things>가 8월 9일부터 9월 6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의 아무런 감정없이 정면성을 강조하는 작업방식으로 나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에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나무는 관람객을 만나 뿌리를 박고 자라는 진정한 ‘나무’가 되는 것이 다. 한편 이번 전시와 함께 그의 작업 50여 점을 담은 사진집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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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3)

세월호 참사를 희생자를 추모하는 전시 <세월호 추모전-2014, 대한민국 봄>이 8월 10일부터 24일까지 아마도 예술공간/연구소에서 열렸다. 가천대 윤범모 교수가 총감독을 맡고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겨레》에서 <잊지 않겠습니다> 캐리커처를 연재하고 있는 박재동 화백이 특별초대작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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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개인전 <We’re all made of>가 8월 8일부터 30일까지 플레이스 막에서 열렸다. 작가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의 음식재료를 담은 포장지로 제작한 캐스팅 작업과 박스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해당 업체의 파트타임 노동자이기도 한 작가는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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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 (1)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의 여름기획전 <21세기 풍속화>가 7월 30일부터 9월 21일까지 열린다. 김태연(사진) 김혜연 김홍식 서기환 이동연 이상원 최현석 최석운 8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대상과 일상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동시대 풍속을 담은 작품을 통해 지금을 바라보는 작가 나름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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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P

울산 소재 레지던스 공간 모하(MOHA) 창작스튜디오 5기 입주작가 상반기 성과전으로 <MOHA N°5>가 8월 12일부터 30일까지 CSP111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참여작가는 문진욱 서리 이원주 윤혜정 이진명. 한편 이번 전시는 7월 7일부터 13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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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물결 (4)

서초구에 위치한 흰물결아트센터의 화이트홀에서 김필래와 임정은의 2인전 <빛과 선이 만드는 이야기>가 7월 10일부터 8월 28일까지 열렸다. 김필래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선, 실이라는 도구를 통해 나타냈고 임정은은 유리나 거울을 투과한 빛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공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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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2014년 1월에 창립된 단기 프로젝트 전시모임인 동네사람들(대표 정복두)은 젊은 작가로 구성되어 서로의 작업에 대한 기탄없는 비평과 작품활동 모색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그들의 두 번째 전시 <사람탐구>가 8월 6일부터 8월 12일까지 경인미술관에서 열렸다.

 

 

[Special Feature]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교감

Beyond and Between

交感

올해는 삼성미술관 Leeum(이하 리움)이 개관한 지 10주년 되는 해다. 2004년 10월 13일 공식 개관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선보인 리움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은 어떠할까? 개관 당시 리움은 세계적인 건축가 3명이 참여해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미술관 건축으로 먼저 이목을 끌었다. 또한 당시 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 ‘제20회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 총회’ 기간 CIMAM(ICOM의 현대미술분과위원회) 총회가 리움에서 열리면서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 관계자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수준 높은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상설전과 기획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처럼 리움은 개관 이후 현재까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미술관으로서 그 명성과 권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리움의 시원은 1965년 삼성문화재단 창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문화재단은 1982년 경기도 용인에 호암미술관을 건립해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이 30년 넘게 수집해 온 한국미술품을 정리했고, 이후 서울 서소문에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현 플라토)를 운영하면서 국내외 미술품 전시를 끊임없이 개최해왔다. 이와 같이 국보급 고미술품과 세계적 수준의 근현대미술이 총망라된 삼성문화재단의 컬렉션이 2004년부터 한남동 리움에서 한데 모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리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교감(交感, Beyond and Between)전>이 8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리움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월간미술》은 리움 10주년의 의미와 미래를 조망하는 특집 기사를 마련했다. 먼저 이번호에서는 리움 전관에서 펼쳐지는 <교감전>을 집중 조명한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그리고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과 소통을 시도하는 <교감전>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사진・박홍순 조영하

시대교감 – Beyond time – 時代交感

“고미술 전시실 Museum1은 장르적인 특성과 시대를 반영한 4층 청자, 3층 백자・분청사기, 2층 고서화, 1층 불교 및 금속공예의 현재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미술과 교감할 수 있는 적절한 지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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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청자가 전시된 4층 비디오실에서 작가 김수자의 영상작품 시리즈 <대지, 물, 불, 공기>(2009~2010> 중에서 <대지의 공기>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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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양각운룡문매병> 고려 12세기 고려청자(보물 제1385호)와 고려의 비색을 소재로 한 바이런 김(Byron Kim)의 회화작품 <고려청자 유약 #1, #2> (캔버스에 유채 213×152.4cm(각) 1995~1996)이 함께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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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달의 이면> 도자파편, 에폭시, 스테인리스 스틸, 동분, 금분, 24K 금박 135×135×135cm 2014
오른쪽 뒤에 <백자 달항아리>(국보 제309호)가 보인다. 이수경은 함경도 회령지역에서 만들어진 흑자와 옹기 파편을 이어 붙여 이 작품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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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걸작 <금강전도>(왼쪽)와 <인왕제색도>를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볼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최초다. 세로 79.2cm
가로 138.2cm인 <인왕제색도>는 국보 제216호, 세로 130.7cm 가로 94.1cm 크기의 <금강전도>는 국보 제217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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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도호의 조각 <우리나라>가 함께 전시되어 있는 2층 고서화실 전시광경. 오른쪽에 보물 제1394호로 지정된 작자미상의 <경기감영도 12곡병> (135.8×442.2cm 조선 19세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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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도호의 부조작품 <우리나라> 청동 137×194.3×8cm 2014는 한반도 지도 형태 위에 서 있는 수많은 인물상을 통해 역사 속에 명멸한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을 표현했다.

 

동서교감 – Beyond Space – 東西交感

“한국 근현대미술부터 동시대 세계 미술을 전시하고 있는 현대미술 상설실은 ‘동서교감’을 큰 틀로 하여 현대미술의 표현적 경향의 흐름, 예술의 근원적 요소에대한 탐구, 최근 확장적이고 혼성적인 미술의 특성을 담는 세 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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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심연> 폴리우레탄 주물, 아크릴 릭, 거울, 쌍방향 거울, 유리, LED 조명, 목재, 에나멜 페인트 370×360×33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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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형근 <청다> 캔버스에 유채 259×182cm 1976, 김환기 <하늘과 땅 24-IX-73 #320> 캔버스에 유채 263.5×2.6.5cm 1973, 하종현 <접합 75-1> 캔버스에 유채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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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이응노 <인간> 한지에 먹 265×182cm 1988과 오른쪽에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조각 <거대한 여인 Ⅲ> 청동 235×29.5×54cm 1960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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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설치된 로니 혼 <열 개의 액체 사건>(표면 가공하지 않은 유리 주물 2010)과 벽에 걸린 아그네스 마틴 <무제#9> 캔버스에 아크릴, 연필 183×183cm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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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루이즈 부르주아 <밀실 XI(초상)>(왼쪽)(177.8×109.2×109.2cm 2000)과 세실리 브라운 <무제> 캔버스에 유채 246.4×195.6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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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피할 수 없는 진실> 유리, 강철, 비둘기, 해골, 포름알데히드 용액 222×176×74cm 2005
작가는 기독교에서 성령을 상징하는 흰 비둘기와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을 영구적인 보존을 가능케 하는 방부액 속에 설치함으로써, 종교나 과학이 결코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지 못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며, 그것이 바로 피할 수 없는 진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관객교감 – Beyond Art and People – 觀客交感

“예술에서의 관람객의 역할은 점점 더 커져서 이제 예술 작품을 담는 그릇인 미술관의 중심은 사람이며 사람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획전시실은 두 개의 상설전시실의 주제, 즉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교감을 포괄하면서, 관객의 능동적 참여가 중요시되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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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웨이웨이 <나무> 2009~2010 중국 남부지방에서 수집한 고목을 절단하고 재조합한 이 작품은 중국 역사의 비극적 이면을 은유함과 동시에 예술과 인류의 영속성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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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경 <카페트 위의 머리카락> 2014
리움 로비에서 기획전시실로 이어지는 경사면 바닥 전체를 뒤덮은 카페트에 수놓아진 문양은 머리카락을 강력 접착제로 붙여서 만든 것이다. 때론 불결하고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머리카락을 의도적으로 점잖은 미술관 공간 속으로 끌어 들인 작가는 예술과 삶의 의미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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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네스토 네토 <심비오인테스튜브타임-향기는 향꽃의 자궁집에서 피어난다> 합판, 폴리아미드 망, 강황, 정향, 커민, 프리아미드 천, 발포고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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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재닛 카디프 & 조지 뷰어스 밀러 <F# 단조 실험> 2013
관람객이 72개의 스피커가 설치된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가 주변을 거닐면 신비로운 선율이 흘러 나온다.

 

[Special Feature]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interview

성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장 우혜수

 “Beyond and Between은 리움의 비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DF2B4191먼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특히 처음으로 리움 전관(全館)에 걸쳐 전시하는 것도 꽤나 부담이 컸으리라. 전시 개막 후 주위 반응이나 평가는 어떠한가?
많은 분이 리움 개관 10주년을 축하해주신다. 이번 전시는 개관 10주년 기념전시이자 첫 전관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감(交感)’이라는 주제는 이 시대의 화두이기도 하고 리움의 향후 방향 설정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해주신다. 전시 면에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상설전시실의 변화에 중점을 두었는데,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교감을 시도한 고미술 상설전시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밖에도 국내외 작가의 신작을 준비했고, 로비 같은 공용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볼거리가 많은 전시로 준비했다. 어떤 분이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분 표현대로 어릴 때 특별한 날 선물로 받았던 ‘종합선물세트’의 행복한 느낌 일거라는 생각을 하니 매우 감사하고 덩달아 기뻤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함께 보여준 점이 특히 돋보인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리움의 소장품 특성이 잘 드러난 것 같다. (현대미술 전공자로서) 고미술에 대한 이해나 접근 방식을 어떻게 설정했는가?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로부터 가장 주목 받는 전시가 고미술 전시실, 즉 Museum 1에서 열리는 ‘시대교감’이다.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관객의 호응과 관심이 이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 소장품 전시실 가운데에서도 특히 고미술 소장품 전시실에서 이루어지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고미술은 그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움을 그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점으로 불러들여 지속적으로 새롭게 해석해내고 맥락화할 때 생명을 갖는 존재가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고미술에 대한 연구와 해석은 미술사를 전공한 학자에 의해서만, 혹은 고미술 전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반면 이번 리움에서의 시도는 고미술에 대한 작가들의 연구와 해석이다. 이것은 분명히 생동하는 가치 부여이며 유의미한 예술적 연구라고 확신한다. 많은 분이 이런 시도가 지속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이야기해주셔서 반갑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두 분야 큐레이터의 연구는 물론이고 현대미술 작가와도 오랜 시간 연구와 토론을 통해 작품과 전시 구성을 완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번처럼 완성도 높은 전시를 다시 기획하려면 최소한 1~2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교감(交感)’이라는 타이틀은 시기적으로나 주제를 드러내는 면에서도 적절한 것 같다. 영문으로는 ‘Beyond and Between’이라고 표기하는데, 타이틀에 대한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교감, 소통, 공감 등은 우리 사회의 화두이다. 이것은 예술과 사람이 함께 하는 미술관에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특히 한국의 고미술과 현대미술, 외국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리움의 소장품은 전통과 현대의 단절 문제, 동양과 서양의 복잡한 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시대적 간극을 뛰어넘는 교감, 현대미술에서 한국과 서양이라는 지역을 초월한 교감을 통해 예술 간의 단절을 극복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리움이라는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더욱 가까운 도심의 휴식처가 되고자 하는 바람을 관객교감이라는 주제에 담고자 했는데, 이 세 교감은 미술관이 중점을 두게 될 미래를 담는 것이기도 하다. 영어로 Beyond and Between은 많은 의미를 담기 위해 다소 의역한 면이 있다. Beyond는 경계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Between은 예술과 사람, 과거와 현재, 예술과 과학 등 다양한 가치들을 포괄하고 예술로서 매개하고자 하는 뜻을 갖고 있다. Beyond and Between은 미술관의 슬로건이기도 한데, 리움의 비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소장품 외에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 혹은 특히 눈여겨볼 작품을 소개해달라.
<교감전>에는 리움 소장품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이 제작된 작품이 여럿 있다. 특히 로비의 작품들은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용공간에 설치되어 누구나 가까이 접할 수 있다. Museum 1 계단 공간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네온 설치, 플라스틱 바구니로 만든 최정화의 18미터 높이의 기념비적 기둥, 카페 공간을 변화시킨 리암 길릭의 벽 설치작업과 파티션은 모두 리움 공간을 면밀히 관찰, 분석하고 주제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신작이다. 특히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고미술 상설전시실과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을 연결하는 계단에 위치하는데, 이 공간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사실 외국 작가가 이 공간의 의미를 해석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고미술관을 나오면서 마주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고려가 있었다. 오랜 기간 작가와 논의해 우리는 태양계 우주공간을 창조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주라는 영원한 시간과 공간을 표현한 것으로 인류와 예술이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영속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고미술 상설전시실과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을 연결하는 상징적 의미다. 로비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고헤이 나와의 유리구슬로 뒤덮인 사슴도 매우 아름답다.

‘관객교감’이라는 주제가 눈에 띄는데 기획의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관객교감이라는 주제는 세 관의 주제를 하나의 주제 아래 놓고 볼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미술관은 어렵고 엄숙한 듯 보이며, 특히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대중에게 미술이 어떻게 하면 흥미롭고 즐거우며 가끔은 단순하게 몸을 움직여 걸어 다니기만 해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관객교감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구성했다. 네토는 자칫 현대미술이 간과하기 쉬운 아름다움, 즐거움, 휴식 등과 같은 요소들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작가로 이해되며, 티라바닛은 예술작품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관점의 변화를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작가이다. 재닛 카디프 & 조지 뷰어스 밀러의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통한 공간 창조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온 작가이다. 그리고 인사이트씨잉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젊은 작가들이다. 리움이 이태원에 자리 잡은 이래 이 지역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것은 예술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리움과 이태원은 알게 모르게 소통하며 서로를 변화시켜왔다고 보며, 작가들이 이태원을 연구함으로써 리움과 개인을, 나아가 예술이 사회와 세계를 매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흥미로 작품을 즐기는 것도 충분히 좋고,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맥락들을 해석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모두 보는 사람의 몫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대로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삼성미술관 학예사들에게도 이번 전시는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이었을 듯싶다. 전시를 준비하며 고미술과 현대미술 전공-담당 학예사 간의 의견 조율은 어떻게 했나. 혹시 이견은 없었는가?
리움의 고미술 학예실과 현대미술 학예실이 통합된 지도 이제 6년이 넘었다. 리움 개관 이전 오랫동안 서울과 용인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있었던 두 학예실이 통합된 후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늘 가까이 대화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전시에 대해 토의한다. 처음 ‘교감’과 ‘시대교감’이라는 주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간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4년 리움이 개관할 당시 고미술 학예실과 현대미술 학예실은 ‘고미술 상설전시실은 조선말기까지,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은 그 이후부터’라는 시기 구분 외에는 함께 논의한 것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서로 놀랐다. 고미술 전시실은 고미술 작품의 크기를 고려한 전시실의 형태와 작품 보호를 위한 고정된 진열장으로 인해 장르 간의 교류나 전시 실간 교체 등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큰 제약이었다. 또한 현대미술과의 표피적인 교류가 되지 않기 위해 현대미술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고미술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작품이 나오기를 서로 원했고, 따라서 오랜 기간 학예사들 간에 주제와 작가 선정을 위한 토론, 고미술/현대미술 학예사와 작가의 토의를 거쳐 작품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길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의미 있고 뿌듯한 일이었다.

리움 전시실의 전시환경은 국내 최고수준이다. 소장품을 보존 관리하는 수장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소 소장품 관리와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미술관의 근간은 소장품이다. 리움은 사립기관으로는 드물게 보존연구실이 있는 미술관으로 늘 소장품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상설전시에 처음 나온 박노수의 <산정도>는 오랜 기간 복원처리를 통해 공개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고미술, 근대미술의 보존과 복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레지스트라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빠짐없이 관리한다. 크기, 서명, 재질 등은 물론이고, 이동에 대한 세세한 기록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일은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의 기본적 활동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임을 늘 생각한다. 학예사들은 소장품으로 구성되는 상설전시를 위해 각각의 소장품을 늘 연구하며 또 그 작품들의 맥락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리움처럼 한국 고미술, 현대미술, 외국 현대미술에 이르는 방대한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에서는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이번 10주년 기념전은 오랜 기간 소장품 연구의 축적으로 맺은 열매이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소장품 전시들을 기획할 계획이다.

개관 10주년 기념전 이후 계획하고 있는 일정이 있다면 소개 바란다.
올 연말까지 <교감전>이 열리고, 내년 상반기에 작가 양혜규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2015년은 삼성문화재단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삼성미술관의 근간이 되었던 고미술 분야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호암미술관과 리움에서 기획하는 2개의 고미술 특별전이 있고, 연이어 한국 고건축을 다루는 전시가 리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새로이 개편한 아트스펙트럼도 지속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등 시대와 지역, 장르를 초월하여 다양한 분야와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아우르는 전시들을 기획하고자 한다.

이준희 편집장

[Special Feature]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 특별전을 둘러보고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2014년 8월 20일 오후 나는 그동안 써오던 논문 한편을 대충 마무리 짓자마자 서둘러 삼성미술관 리움으로 향하였다. 전날 공개하기 시작한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交感)>을 빨리 보기 위해서였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지윤·이승혜 학예원이 나와서 맞아주었다. 모처럼 만난 이 제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고미술 상설전시관인 Museum1의 4층으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고려청자 전시부터 보기 시작하였다. 평소 상설전시를 통하여 눈에 익은 작품들 이외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자기들도 여러 점 볼 수 있어서 반갑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고려청자들은 구면이든 신출이든 단 한 점도 예외 없이 지고(至高)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뛰어난 조형성과 형태미, 그윽하고 고운 비색(秘色, 翡色)의 유약(釉藥), 섬세하고 세련된 문양 등 무엇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송나라의 태평노인(太平老人)이라는 학자가 그의 저술 《수중금(袖中錦)》에서 ‘천하제일(天下第一)’을 꼽으면서 고려의 비색, 즉 청자를 꼽은 사례가 떠올랐다. 고려청자는 하버드대의 박물관 전시에서도 ‘천하제일(The First under the Heaven)’으로 소개되었을 정도로 서양에서도 그 진가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최고 중의 최고(The best of the best)라고 부를만하다. “어떻게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낮은 신분의 고려 도공들이 이처럼 놀라운 수준의 아름다움을 그토록 다양한 방법으로 창출할 수 있었을까” 늘 경이롭게 느꼈지만 이번에는 더욱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역시 자신들의 비법을 소중하게 여기고 철저하게 지켜낸 ‘청기와쟁이들’의 작품 답다. 청기와도 청자를 굽던 청자 도공들이 만든 것이어서 ‘청기와쟁이’는 ‘청자쟁이’로 바꾸어 불러도 상관없을 것이다. 청자는 공예이면서 유약의 제조법과 번조법 등 전 제작과정이 당시로서는 최첨단 과학기술이었던 것이다. 영국의 한국도자기 전문가 곰퍼츠(Gomperts)가 고려청자의 4대 업적으로 꼽았던 ‘아름다운 조형성’, ‘신비로운 유약색깔’, ‘상감기법(象嵌技法)의 창안’, ‘진사(辰沙)의 최초사용’ 등도 절감하며 재확인하였다.
평생 걸작들 앞에서도 알량한 미술사가의 냉철한 객관성을 보도(寶刀)처럼 앞세워 표정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자 애를 썼건만 이제는 늙어서일까 이번에는 보석 같은 청자들 앞에서 자제력을 잃은 듯 한숨과 감탄이 입에서 저절로 주체할 수 없이 튀어나왔다. 실로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의 높은 격조와 다양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였다. 이어서 보게 될 다른 전시도 대단한 것임을 예감케 하였다. 4층의 고려청자실에서 나는 이미 미적 포만감을 충분히 느꼈고 설령 더 이상 다른 전시를 못 본다 해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두 제자는 3층의 조선시대 도자기실로 나를 이끌었다. 조선왕조 전반기에 우리 도공들이 발전시킨, 다른 나라에는 없던 조선 고유의 각종 분청사기와 조선시대 초기부터 말기까지 간단없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진 순백자 및 청화백자를 위시한 다양한 백자들은 잠시 동안이지만 나를 시각적 충격 속에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마치 4층에서 3층으로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별개의 세계로 옮겨진 듯 혼미하게 느껴졌다. 한국의 도자기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아마도 4층의 고려도자실을 본 다음에 3층의 조선도자실로 들어서면서 ‘같은 나라의 도자기 맞아?’라는 의문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고려와 조선왕조의 도자기들이 드러내는 차이는 새삼스럽게도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전에는 늘 같은 층의 다른 전시실에서 두 시대의 도자기들을 수평적으로 이동하면서 보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했으나 이번의 리움 전시에서는 같은 건물의 4층에서 3층으로 수직 이동한 후 층을 달리하여 보니 그 차이가 그렇게 별나게 두드러져 보일 수가 없었다. 이번의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를 통하여 겪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이었다.
이 방의 압권은 그 유명한 얼룩진 달항아리이다. 둥글고 아담하고 덕스러운 몸매, 희고 깔끔한 피부, 넘치는 안정감 등등 흠잡을 데 없는 보름달 같은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얼룩마저도 흰 캔버스 위의 담갈색 추상화같이 보여서 전혀 밉지가 않다. 다음 기회에는 조그만 별실을 만들어 따로 모셨으면 좋겠다. 주변에 누구의 어떤 작품을 갖다 놓아도 압도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귀얄문 편병도 형태의 특이함과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귀얄무늬가 돋보이는 세계 유일의 대표작이다. 그렇다고 다른 분청사기들이 그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각종 분청사기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와 무늬와 유약의 안정적인 소박성, 넘치는 창의성과 누구도 지울 수 없는 또렷한 한국성, 확연한 시대성과 지역성을 이번 전시에서 다시 한 번 절감하고 거듭 확인하였다.
15세기의 <청화백자매죽문 항아리> 앞에서는, 중국 것보다 뛰어난 우리나라 미술의 대표작들을 선정하여 기술한 졸저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사회평론, 2010)에 여러 차례의 주저 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거듭거듭 후회하며 개탄하였다. 중국에서 워낙 뛰어난 청화백자들이 원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이 가작을 누를 수 있는 작품이 혹시라도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앞서서 포함시키기를 망설였던 것인데 역시 포함시켰어야 마땅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참으로 후회스러운 일이다. 이 항아리에 그려진 매화와 대나무 그림은 일류 화원의 작품이 분명하여 회화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처럼 도자사 뿐만 아니라 회화사의 측면에서도 더없이 중요한 작품인 것이다. 이 청화백자의 아름다움과 뛰어남을 거듭 재확인한 것을 소득으로 여기며 마음을 달랬다. 이번 전시에서 얻은 또 다른 큰 소득이다.
2층으로 내려가니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정선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군선도> 등 국보들이 반겨주었다. 정조대왕의 화성 능행(陵幸) 장면을 그린 그림 중의 한 폭인 <환어행렬도>도 낙폭이지만 최고 수준의 궁중기록화로서 눈길을 끈다.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였다는 서도호의 <우리나라>는 수많은 아주 작은 인물상을 군집시켜 한반도 형태를 재현했는데 작품 속에 깃든 젊은 작가의 남다른 창의적 생각과 수고로움을 마다않는 성실함이 합쳐져 관객들의 눈길을 끌어들인다. 평면미술인 회화의 방에서 회화도 아닌 엑스트라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작가의 능력과 평판, 작품이 지닌 한반도의 지도와도 같은 조형성이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불교미술과 금속공예를 감상하였다. 국보 제196호인 통일신라의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과 변상도, 국보 제218호인 고려의 불화 <아미타삼존내영도>와 삼국시대 및 후대의 불상들, 금관을 비롯한 각종 금속공예들이 각기 뛰어난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 의미를 드러낸다. 불화와 불상 곁에 배치된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와 자코메티의 조각은, 이번 전시의 기획자들이 보여주고 싶어 한 ‘교감’에 대한 강한 의도를 엿보게 한다. 이로써 Museum1의 고미술전시관을 터질 듯한 미적 포만감 속에서 떠날 수 있었다.
이어서 ‘동서교감’을 느끼게 하고자 계획된 한국의 근현대미술과 서양의 미술을 Museum2 현대미술관에서 보게 되었다. 현대미술의 조형적 변화, 예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 다양화하는 여러 가지 특성 등을 엿볼 수 있었다. 현대미술 전시는 Museum2의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차지하고 있다. 동서 현대미술의 여러 경향과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실험적 성격의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현대미술 전시는 기획전시실과 로비로 까지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 상설전시관인 Museum1과 현대미술 전시관인 Museum2 등 삼성미술관 리움 전체의 공간을 모두 활용하여 한국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위주로 하면서 서양 및 중국 등 외국의 현대미술까지 포함하여 최대한 많은 작품을 ‘교감’이라는 시각에서 효율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번의 삼성미술관 리움 10주년 기념전은 종래의 전시들과 원칙적인 점에서는 공통된다. 다만 전시의 규모가 훨씬 더 커지고, 박물관 전시공간을 비우지 않고 꽉 메우듯 최대한 활용하여 동서고금의 다양한 미술의 흐름과 특성을 되도록 많이 소개하되 ‘교감’이라는 큰 명제로 조화롭게 묶어보고자 한 점이 두드러진 차이일 뿐이다.
지금까지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설립 이후 호암미술관, 호암갤러리를 거쳐 삼성미술관 리움, 플라토(구 로댕갤러리)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삼성미술관 리움만이 할 수 있는 전시’, ‘삼성미술관 리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전시’를 개최해왔다. 1990년대에 호암갤러리에서 개최했던 <고려, 영원한 美>, <大고려 국보전>, <조선전기 국보전>, <조선후기 국보전>, 리움에서 열었던 <조선말기 회화전>, <금은보화전>, <조선화원 大展> 등은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리움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은 특히 더욱 주목할 만한 전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아니면 어떤 박물관이 이런 대규모의 폭넓고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고미술은 물론 현대미술, 그리고 서양의 현대미술까지 어우르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막강한 소장품, 대규모의 전시가 가능한 넉넉한 전시공간, 뛰어난 전문 인력, 옹색하지 않은 예산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같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전시들이다. 이런 전시들을 통하여 국민은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려왔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실제로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생각만 하고 글로써 드러내지 않았던 몇 가지를 이번의 전시를 핑계 삼아 털어놓고자 한다. 만약 삼성미술관 리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와 문화재, 현대미술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전제로 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움이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열 수 없는 ‘굉장한’ 전시회를 끊임없이 열어왔으나 그 중요성을 제대로 아는 국민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막연히 ‘돈이 많으니까 하는 일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문화를 키우고 문화재를 보전하겠다는 투철한 인식과 애국심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크나큰 중대사가 바로 문화재와 미술품을 수집하고 박물관을 세워 국민을 위해 전시하고 교육하는 일인 것이다. 실로 국가를 위해서 또는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해서 하는, 숭고한 애국적 문화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고마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리움은 지나치게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홍보를 보다 적극화하고 국민들은 그런 전시들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현대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둘째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오랫동안 수집해온 수많은 문화재와 현대미술품의 엄청난 가치를 정부와 국민 모두가 올바르게 인식하고 인정해야 마땅하다는 점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 이후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 홍라희 관장 부부, 호림박물관의 윤장섭 회장을 비롯한 문화재 및 미술품 수집가들이 없었다면 간송선생 사후의 문화재 분야의 공백을 누가 메우고 가꾸며 끊임없는 문화재의 해외 밀반출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었겠는가. 간송선생과 더불어 후대의 애국적 문화재 수집가들에 대해서도 올바른 평가가 똑같이 공평하게 이루어져야만 하고 대등하게 고마운 존재들로 대우해야 마땅하다.
셋째는 삼성미술관 리움 같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문화융성’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1000개의 박물관 늘리기는 언뜻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진정으로 견실한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은 지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훤히 알고 있다. 우선 돈 많은 재벌들이 리움 수준의 튼실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는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정책적 배려를 하는 것이 장족의 국가 발전과 문화융성을 위해서 절실하게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산하는 재벌은 자동차박물관, 소비재를 주로 만들어내는 재벌은 소비재박물관의 설립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나라가 선진국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숫자가 얼마나 되며 그것들이 또 얼마나 알찬지도 중요한 잣대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10주기를 충심으로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마지않는다. 훌륭한 전시를 위해 애쓴 홍라희 관장과 홍라영 상임부관장, 우혜수 학예실장을 위시한 직원 모두에게도 전시를 만끽한 관람자의 한 사람,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오늘의 리움이 있게 한 이건희 회장의 빠른 쾌차를 마음으로부터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