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동무론》 《동무와 연인》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김영민 지음, 한겨레출판
20여 년 전, 예술이 가진 의미와 가능성 그리고 예술가에 대한 환상(?)을 품은 한 민간인이 사표를 던지고 미술계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동시대 예술이 학연, 지연 그리고 제도와 자본에 의존적일 수 있다는 현실 혹은 조건을 확인한다.(심지어 학원과 화실 인연까지 등장한다!) 현대예술의 가치와 맥락 아래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하고 농담처럼 성골과 진골 그리고 육두품이라 이야기한 미술계 내부 시스템과 제도는 여전히 가려져있다. 그렇게 학연과 지연이란 연고의 공동체, 공공미술에서 전형화된 공동체가 아닌, 세 번째 공동체를 위한 조건과 가능성에 관심을 두면서 송도 삼부작(2009~2011)을 기획할 무렵 김영민의 동무론 3부작을 한 번에 만났다.
동무론은 《동무와 연인》(2008) 《동무론》(2008) 이후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2011)로 이어진다. 《동무와 연인》은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이란 부제 아래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지적이고 예술적 관계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살핀다. 종합 일간지 연재 성격의 글인지라 비교적 수월하게 읽히는데, 순우리말 ‘동무’는 친구(親舊)도 동지(同志)도 연인(戀人)도 아닌, 동무(同無)로 재구성된다. 차이의 서늘한 긴장 속에 함께 길 없는 길을 걷다 그림자조차 감춰버릴 수 있는 모호한 관계다. 《동무론》은 ‘인문 연대의 미래 형식’이란 타이틀을 가지며 신뢰를 바탕으로 실천적 관계를 지향한다. 신자유주의의 물신주의자들과 세속에 상처받는 선량한 바보들의 사잇길, 그 틈 속에 동무의 길이 있다고 말하며 무능의 급진성을 이야기한다.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는 ‘공부가 된 생활’과 ‘생활이 된 공부’가 겹치는 장소, 즉 “비평과 생활이 일치하는 곳”으로서 “비평의 숲”을 탐색한다. 필자는 비평을 제도권 학제의 ‘인식의 노동’이 아닌, ‘체계의 노동’과 ‘정서의 노동’을 가진 모든 활동으로 재구성한다. 비평은 “동무로서의 생활을 말하는 것”으로, 비평이 성숙, 만남, 사귐, 평등, 자유, 해방, 치유, 구원이 되면서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하되 하나가 되지 않음)과 ‘화이불류’(和而不流,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음)하는 나무들의 숲, ‘비평의 숲’으로 나아간다. ‘동무 공동체’는 비평의 숲을 이루는 ‘인문학적 교양’의 공동체로 타자와 함께 사유하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가능하다. 또한 공동체의 기원과 전유를 재구성하여 다른 공동체성을 위한 정치성을 상상케 한다.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의 장소는 기존의 사유와 실천을 온전히 재배치하는 개입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희망의 공간’이다. 이 책은 앞선 2권의 책에 비해 쉽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인문’을 ‘미술’로 바꿔 생각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주장할 때, 삶과 예술의 일치라는 수사가 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정권이며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어 내밀화하던 때에 이 수사는 문화 정책의 슬로건 혹은 공공 기금을 따내기 위한 기획서용 키워드로 재생산됐다. 동시대 예술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예술의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 방식과 과정은 신자유주의에 더욱 포섭되어왔다. 비평을 예술가(작가와 기획매개자들을 모두 포함한)가 자본과 제도에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갖기 위한 모든 사유, 상상 그리고 실천이라 한다면, 지금 여기에 든든한 뿌리를 가지고 진지전으로 비평과 생활이 일치하는 장소성을 가진 숲을 함께 이루어가려 한다면, 세월호 사건 이후 혹은 현 시국에 예술의 무용(無用)과 무능(無能)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공동체 담론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장 – 뤽 낭시, 자크 랑시에르, 조르주 아감벤, 모리스 블랑쇼, 알폰소 랑기스, 마이클 테일러, 막스 베버, 알렉상드르 마트롱, 안토니오 네그리 등 서구 이론가들의 책들과 이론들이 소개됐다. 공동체 담론은 커먼스(Commons) 이론까지 확장되었지만 역시 서구 이론이 압도적이다. 예술의 사회적 의미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 겸 기획자로서 현대미술과 공동체 담론의 관계를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좋은 말이고 좋은 의미인 건 알겠다. 그런데 붕 떠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주 살짝 떠있는 긴장을 유지하면서 지금 여기에 비평적 상상과 실천을 위한 연대를 이야기하는 김영민의 동무론은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전형적이고 세속적인 공동‘체’가 아닌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동무 ‘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사회에서 예술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되지 않을까.
채은영 미술이론, 임시공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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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한국미술2
김영나 지음
미술사학자인 저자의 《20세기의 한국미술》 시리즈의 두 번째 책.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가운데 형성된 미술의 양상과 시대정신, 작가별 특징 등을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세밀하게 조명한다.
예경 383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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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박규리 지음
산을 모티프로 하는 비구상적 형태의 자연을 선, 면, 색채로 탐구한 화가 유영국의 예술 여정을 다룬 책.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추상미술의 터전을 개척해가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담았다.
미술문화 2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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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
스튜어트 프랭클린 지음 / 허근혁 옮김
국제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Magnum) 소속 사진가인 저자가 다큐멘터리 사진의 미학과 의미를 재조명한다. 인간의 삶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사진 역사 속 주요 사건과 쟁점들을 분석한다.
토러스북 21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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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화가들
디미트리 조아니데스 지음 / 주일령 옮김
미술사학자이자 근 · 현대미술 분야 전문 경매사인 저자가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미술 대가 52인과 가상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새로운 기법, 당시의 시대상 등을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이숲 220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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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유홍준 지음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세 번째 시리즈. 안목의 본령이 예술을 보는 눈이라는 관점을 통해 우리나라의 훌륭한 역대 안목들이 미를 어떻게 보았고 그 안목을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소개한다.
눌와 320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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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미술관에 가다
김홍기 지음
2008년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동일한 책의 개정증보판. 시대별 복식의 변천사, 패션 용어의 유래, 역사적인 배경 등을 통해 그림 속에 등장하는 패션 아이템의 역사와 패션과 미술의 관계를 설명한다.
아트북스 30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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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역사
질리언 라일리 지음 / 박성은 옮김
예술작품을 통해 음식문화사를 연구하는 저자가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다양하게 변모해온 미식의 역사를 담았다. 그림, 조각, 시 등 18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인류가 사랑한 요리법들을 살펴본다.
푸른지식 408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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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노그라퍼
뤼크 부크리스 외 4인 지음 / 권현정 옮김
연극 · 오페라 · 무용 · 전시 등 다양한 공연예술작품에 적합한 공간을 구상하고 연출하는 ‘시노그라퍼’ 57명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171점의 사례를 통해 각 세대별 시노그라퍼들의 작품세계와 작업 방식을 설명한다.
미술문화 304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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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예술에 미치다
전기열 지음
20대 때부터 고미술을 수집해온 저자가 조선 도자기에 깃든 한국인의 미의식을 자신의 소장품과 함께 들려준다. 한중일 도자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수집 체험을 바탕으로 조선 예술을 보는 기준을 제시한다.
아트북스 336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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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의 시간을 걷다
최경철 지음
영국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유학 기간 동안 가이드 일을 했던 저자가 관광객의 눈으로 유럽의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중세의 로마네스크부터 근대의 모더니즘까지 도시를 명소로 만든 건축물의 역사를 안내한다.
웨일북 53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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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축의 10가지 원칙
루스 슬라비드 지음 / 김주연, 신혜원 옮김
각양각색의 목적에 부합하는 건축의 기본을 알려주는 입문서. 건축 전공자나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축의 10가지 기본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시공아트 19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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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지음 / 오숙은 옮김
유럽과 북미를 오가며 미술 위조 범죄 사례를 추적, 연구해 온 저자가 르네상스 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성공한 위조 범죄와 실패한 사례를 분석한다. 돈, 권력 등이 뒤얽힌 범죄의 배경을 파헤치며 예술품 위조의 위험성을 알린다.
학고재 352쪽 ·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