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리즈 서울
《L’Immensité du Quotidien:
The Monumental Everyday》

프리즈 서울 신세계 라운지
9.2~5

정소영 부편집장

Sight&Issue

프리즈 서울 2026에서의 신세계 라운지 전경
사진: 아인아 아카이브

일상에서 더 가깝게 만나는 예술
프리즈 서울 2026이 펼쳐진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의 한편에 마련된 신세계 라운지에서는 프랑스 작가 폴 콕스(Paul Cox)의 《L’Immensité du Quotidien: The Monumental Everyday》가 열렸다. 올해부터 5년간 프리즈 서울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신세계그룹이 선보인 첫 전시였다. 신세계의 ‘일상 속 문화공간’이라는 그룹 철학이 이번 전시에서 폴 콕스의 작업을 통해 구체적인 감각으로 구현된 것이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336점의 작은 회화가 시야를 채운다. ‘Diary’ 연작은 수년에 걸쳐 매일 이어온 작가의 회화적 기록에서 출발했다. 동일한 크기의 종이 위에 그려진 풍경에는 시간과 빛, 색채에 대한 관찰이 담겨 있다. 각각의 그림은 한 장의 일기처럼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수백 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 서로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만든다. 한 사람의 매일이 쌓여 하나의 장면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익숙한 세계를 반복해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게 한다. 같은 풍경도 아침과 저녁의 빛에 따라 달라지고,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쌓일수록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차이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같은 세계는 매번 조금씩 다른 이미지가 된다. 콕스의 회화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반복은 장면의 복제보다 반복해서 바라보는 동안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를 감각하는 방법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 태도는 그의 작업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콕스는 회화를 중심으로 드로잉과 그래픽 디자인, 책, 무대, 설치, 게임 등 여러 영역을 오가며 이미지와 사물이 구성되고 배열되는 과정을 탐구해 왔다. 2005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선보인《Jeu de construction》에서는 수천 개의 나무와 컬러 폼 블록을 이용해 관람객이 건물과 도로, 도시와 다리를 직접 구성하도록 했다. 관람객의 조합과 배치에 따라 공간의 풍경이 계속 변화하는 방식이었다. 콕스에게 하나의 형태는 고정된 결과라기보다 여러 요소가 만나고 다시 배열되면서 만들어지는 과정에 가까웠다.

신세계 라운지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폴 콕스
제공: 신세계그룹

하루를 기록하는 일
‘Diary’ 연작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하루라는 시간 단위와 만나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난다. 블록을 조합하는 대신 하루하루의 관찰을 쌓고, 각각의 그림을 나란히 놓으며 하나의 풍경을 구성한다. 콕스는 회화를 자신의 중심적인 활동으로 설명하면서 다른 매체를 통한 활동에서도 회화를 둘러싼 탐구를 이어간다고 말한다.1

이번 전시에서 기록은 지나간 순간을 보존하는 행위보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경험에 가깝다. 삶을 이루는 대부분의 시간은 극적인 사건보다 반복되는 하루에 가깝다. 우리가 기억하는 몇몇 장면 사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평범한 날들이 있고, 콕스는 그 평범한 날들을 하나씩 화면 위에 올려놓았다. 수백 번의 작은 기록이 모인 일상은 하나의 생애라는 거대한 풍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프리즈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콕스의 작품 앞에 설 때 감상 속도는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작품과 갤러리, 작가와 컬렉터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아트페어에서는 새로운 이미지와 정보가 끊임없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그 한가운데서 신세계 라운지는 콕스의 작업을 통해 빠르게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게 하기보다 눈앞에 놓인 작은 그림 하나에 머물며, 이미 보고 있던 풍경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했다.

폴 콕스 《L’Immensité du Quotidien: The Monumental Everyday》 신세계 라운지 전시 전경 2026

일상 속 문화공간
이 지점에서 신세계가 내세운 ‘일상 속 문화공간’이라는 방향도 구체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 아트페어에서 만난 작품은 이후 컬렉터의 집이나 사무실로 옮겨져 다시 일상의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작품이 일상으로 들어가는 과정과 함께, 일상에서 작품을 바라보며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감각하는 경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신세계 라운지에서 폴 콕스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빠르게 다음 장면으로 이동한다. 콕스는 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매일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익숙한 하루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 예술이 일상에 놓이고, 그 예술을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을 이번 신세계 라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 퐁피두센터 홈페이지 폴 콕스의 인터뷰 내용 참고

2026년 10월호 (VOL.501)

© (주)월간미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