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THE GRAND ART TOUR 2017 –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2017 유럽 그랜드 아트 투어를 가다

전 세계 미술계를 흥분시키는 2017년 그랜드투어의 여정이 시작됐다. 유럽의 아테네, 베니스, 카셀, 뮌스터, 바젤에서 열린 비엔날레와 도쿠멘타, 조각프로젝트, 아트페어 등 그 상차림도 다양하다.
우선 물의 도시 베니스. 비엔날레의 제왕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가 5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린다. 파리 퐁피두센터 현대미술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이 총감독을 맡아 ‘Viva Arte Viva’를 주제로 본전시를 꾸몄다. 한국관에는 이대형 큐레이터의 기획 아래 코디최와 이완 작가가 참여했다.
‘Learning from Athens’를 주제로 한 카셀도쿠멘타14는 아테네(4.8~7.16)와 카셀(6.10~9.17)에서 각각 열린다. 폴란드 출신 큐레이터 아담 심칙(Adam Szymczyk)이 총감독을 맡았다.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할 시간”이라는 그의 말이 전시에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살펴보기 바란다.
세계 공공미술의 흐름을 주도한 뮌스터조각프로젝트 (Skulptur Projekte Munster)의 다섯 번째 대회는 6월 10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학도시 뮌스터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롭게 설치된 작품과 기설치된 작품을 비교하며 엄정한 화이트큐브를 벗어난 미술의 담론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세계 미술시장을 선도하는 〈제48회 바젤아트페어〉 (6.13~18)도 열렸다. 35개국 291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페어에는 9만5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오랜 세월을 지낸 공력을 보여주듯 〈아트바젤〉은 그간 행사의 다변화를 꾀하면서 생존의 방식을 개척하고 세계미술시장의 주도권을 이어왔다. 그 현장의 열기를 전한다.
《월간미술》은 아테네, 베니스, 카셀, 뮌스터 현지를 찾아 그곳의 분위기를 담아왔다. 이 지면의 다음 페이지부터는 바로 그 현장이다.
현지취재=이준희 편집장, 황석권 수석기자

Skulptur Projekte Munster 2017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2017.6.10~10.1
예술감독 카스퍼 쾨니히(Kasper Konig)

10년 만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준비했고, 그 결과물을 뮌스터 전 지역에 펼쳐놓았다. 40년 역사의 뮌스터조각프로젝트. 그 다섯 번째 대회 역시 카스퍼 쾨니히가 건재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 미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한 번도 ‘국제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지 않았다. 뮌스터에 설치되는 작업은 뮌스터만의 맥락과 역사, 이야기, 사람, 상황 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에 곳곳에 설치된 작업을 살펴보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자전거 탑승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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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찾으려면 지도와 함께 주의력이 요구된다. 작품 설치 근처에 형광색으로 표시했다. 피에르 위그 작품 관람을 위해 자전거를 몰고 온 이들이 주차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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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as Bunte 〈Laboratory Time〉 2017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행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재생된다. 뮌스터 시내 3군데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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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e Erkmen 〈On Water〉 2017 물에 잠기는 임시교량을 설치, 관람객이 물 위를 걷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관람객의 호응도가 가장 높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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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e Huygue 〈After ALive Ahead〉 2017 폐쇄된 아이스링크 내부를 마치 발굴 현장처럼 탈바꿈시켰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정적인 것과 움직이는 것 등의 대비가 비시각적이지만 항상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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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les Empire 〈Sculpture〉 이 여성 듀오작가(Barbara Wolff and Katharina Stover)팀은 대상과 그것의 복제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이들로 이번에는 뮌스터의 건축 역사와 그 시조로서 루마니아에 있는 Peles성(城)을 한데 묶으려 했다. 물론 가설치물과 외벽의 가짜 대리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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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m Bartholl 〈5V〉 2017 뮌스터 시내에 〈12V〉, 〈3V〉를 설치한 작가는 〈5V〉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열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를 이용해 전화기를 충전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디지털화된 현재의 모습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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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o Steyerl〈HellYeahWeFuckDie〉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에 참여했던 작가는 세계를 코드와 알로리듬, 광범위하게 분화된 상호연대성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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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a Favaretto 〈Momentary Monument-The Stone〉 언뜻 육중한 돌덩이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동전을 넣을 수 있는 틈새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작품은 파괴되며 관람객이 넣은 돈은 난민구호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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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ne Matherly 〈Nietzsche’s Rock〉 작품명은 스위스에 있는 ‘니체의  바위’에서 따왔으며 그곳에서 니체는 ‘영원회귀 사상’을 정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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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WL미술관 앞 Cosima von Bonin과 Tom Burr의 〈Benz Bonib Burr〉. 영구설치작품인 헨리 무어의 〈Three Way Piece No.2: The Archer〉 (1964~1965)를 실어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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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Smith 〈Not Quite Under_Ground〉 65세 이상 노인에게 문신비용을 깎아주는 행위를 통해 젊음의 전유물에 대한 인식을 얽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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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m Bartholl 〈3V〉 역시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지하도로에 설치된 LED샹들리에를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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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Deller 〈Speak to the Earth and It Will Tell You〉 2007년 뮌스터조각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는 50호에 달하는 시민농장협의회에 활동을 담은 일기를 보관할 것을 부탁했다. 그 활동을 담은 책이 33권에 달하며 이번 프로젝트에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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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a Rottenberg 〈Cosmic Generator〉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되는 물품은 열악한 작업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그 물품과 몸을 연계하여 노동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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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ra Wagner and Benjamin de Burca 〈Bye Bye Deutschland! Eine Lebensmelodie〉 1970년대풍의 디스코테크에서 상영되는 영상작업. 독일의 독특한 대중음악 장르인 Schlager의 히트송을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한 팝송과 함께 선보인다. 이를 통해 공공조각의 정의에 대한 인식을 환기한다

 

 

[SPECIAL FEATURE]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 땅으로 내려온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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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Koki Tanaka 〈Provisional Studies: Workshop #7 How to Live Together and Sharing the Unknown〉 ‘10일 동안 함께 사는 법’을 뮌스터 시민 8명에게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영상으로 담았다 아래 Nicole Eisenman 〈Sketch for a Fountain〉 편하게 산책을 나온 관람객이 전통과 현대, 유머, 관능 등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이다

땅으로 내려온 미술

황석권 | 《월간미술》 수석기자

올해 뮌스터조각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Munster 2017, 6.10~10.1)에 미술계의 다양한 기대감이 얹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의 일상 속 시야에도 공공미술 현장이 쉽게 잡힐 정도로 그 개념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리모델링해 시민에게 오픈한 ‘서울로 7017’에 설치된 <슈즈트리>가 큰 논란을 일으키며 공공미술에 대한 논쟁이 일반인 사이에도 흘러들어가 각종 대중미디어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대부분 자신의 미적 기준에 작품을 끼워 맞춰 호불호에 대한 단편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식이지만 공공미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설치한 무분별한 공공 조형물들의 문제점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놓았다.
이번 뮌스터조각프로젝트가 국내의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40년 넘게 행사 터줏대감을 자임해온 카스퍼 쾨니히가 총괄하는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1977년 프로젝트 출범 당시부터 기획에서 손을 뗀 적이 없는 카스퍼 쾨니히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데 양현미술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또한 뮌스터조각프로젝트가 서울의 도시길러리 프로젝트나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 등 국내 공공미술프로젝트의 롤모델이자 중요한 레퍼런스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오랜 기간 총감독을 맡는 것은 우리 상황에서는 좀처럼 없는 사례이기에 카스퍼 쾨니히의 뮌스터조각프로젝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우리의 상황과 맞물려 뮌스터조각프로젝트를 올해 유럽에서 열리는 이른바 ‘그랜드투어’의 메인 메뉴 중 하나로 넣기에 충분했다. 10년이라는 오랜 기간 준비하는 장대한 프로젝트라서도 그렇고. 화이트큐브 안에서만 유효한 매우 한정적이고 편협한 모더니즘적 미적 의미를 공공미술은 어떻게 넓혔을까. 바로 미술관을 뛰쳐나와 미술을 탈담론화 하고 탈제도화했다. 일상의 맥락과 연결시키려는 시도와 탐구를 선지식 없이 단순히 몸으로 느끼게 하며 오롯이 ‘site’의 숨은 맥락을 그곳에서 드러내는 이른바 ‘과정으로서의 미술’이 ‘발견’ 되는 지점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위한 전제 조건은 예술가와 그가 이룩한 현현물이 놓인 미술과 다른 레이어로서의 공간 상정이다. 우선 작가는 일상이라는 사회적 활동에 어떤 발언을 하여 개입할 것인가, 꼭 그래야만 하는가 혹은 그것이 미술의 문법 체계에서 온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뒤이어 작품이 놓인 공간이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서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따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고속열차(ICE)는 뮌스터 역에 당도했다. 인구 30만 중 5만5000명이 학생이라는 뮌스터는 인구 1인당 3대의 자전거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자전거의 도시’로 유명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는 평평한 지대인지라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다니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실제로 이번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자전거 대여소를 LWL미술관 뒤편에 마련해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작품은 대부분 공원으로 조성된 순환공원 겸 자전거 도로의 내부와 주변에 설치되었고 그간 뮌스터조각프로젝트에 초대되어 영구설치된 작품도 이번 프로젝트에 초대된 작품을 찾아보며 만나볼 수 있었다. 뮌스터에서 자동차를 타고 43번 도로 남쪽으로 1시간가량 질주하면 화려했던 광업도시 마를(Marl)에 당도하게 되는데 이곳에도서 연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가장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이끈 작품은 역시 피에르 위그의 <After ALive Ahead>였다. 시내 중심지에서 20~30여 분간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려온 이들은 입장객을 엄격히 제한하는 위그의 작업을 보기 위해 길게는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2016년 폐쇄된 아이스링크의 콘크리트 바닥을 절단하여 하부의 흙이 드러나게 했고, 천장에는 개폐되는 전동루프를 달았다. 해가 뜨고 지는 하늘 아래 마치 동토(凍土)의 발굴현장을 연상하게 한 이 작업은 인위적으로 만든 작은 풍경을 통해 그 안에서 보이지 않지만 치열하게 벌어지는 다양한 유기적 움직임을 담았다.
관람객이 작품에 참여하여 즐거워하는 현장도 볼 수 있었다. 뮌스터 역 동남부로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운하와 연결된 작은 항구가 있는데 이곳에 Ay?e Erkmen의 <On Water>가 설치되어 있다. 어른 무릎에 차일 정도 깊이의 물에 잠겨 있는 다리를 건너면 걸어서 족히 20분 이상 걸릴 거리를 가로질러 갈 수 있게 한 것. 안전요원이 배치된 가운데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기꺼이 신발을 벗고 물을 건넜다. 이 대단할 것도 없는 행위에 많은 이가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가 궁금했다. 미술행사라는 인식이 없다면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즐거움과 차이가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전까지 돌아가는 것을 당연시했던 곳을 마치 물을 걷는 듯한 체험을 통해 가로질러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삶의 변주를 느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작품은 그곳을 건너는 이들의 삶에 개입한 셈이 된다. 그래서 이는 공공미술의 범주에 들어오게 된다.
10년을 준비하여 개최하는 프로젝트의 면모를 드러내는 사이트도 있었다. 문화센터이자 Aram Bartholl <5V> 퍼포먼스가 열린 Theater Im Pumpenhaus 인근 시민농장의 회원들을 2007년에 섭외해 10년 동안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책으로 엮어 보여주는 Jeremy Deller의 <Speak to the Earth and It Will Tell You>가 그것이다. 개별 프로젝트를 10년 동안 준비했다는 점도 감탄스럽지만,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들의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한 참여자들의 의식도 놀랍다.
20년 전 백남준이 은빛자동차 32대로 제작한 <32 cars for the 20th century: play Mozart’s Requiem quietly>가 설치됐던 Munster Schloss를 찾았다. 뮌스터 베스트팔렌 빌헬름대학 건물 앞은 이제 백남준의 작품을 찾아볼 순 없었지만 후면의 공원에서 Jenny Holzer나 Dan Graham, Martin Boyce의 영구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물론 주변 공원에도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이 설치된 작품이 이곳을 찾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회사 LBS Westdeutsche Landesbausparkasse 사옥 내에 Hito Steyerl의 <HellYeahWeFuckDie>가 들어서 있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을 흡사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처럼 만든 화한 작가의 이번 작업은 로봇개발사의 홍보 영상물을 연상하게 했다. 화면에서는 로봇동물의 움직임과 그것을 더욱 정교하게 제어하려는 각종 실험이 3D시뮬레이션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오늘날 로봇은 미래의 공룡이다”라는 작가의 말은 이곳이 예전에 동물원 자리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디지털 영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의 연속을 보여주지만 이곳이 과거 인류의 출범 이전 공룡의 천국이기도 했다는 점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시간과 연계하여 보여주고 있다.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각각의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발견한 흥미로운 지점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뮌스터조각프로젝트가 세계 유명작가들을 불러 모아 벌이는 대형 전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런 프로젝트는 이미 세상에 널리고 널렸고, 이번 그랜드투어의 각 사이트가 그러했다. 도리어 기자의 머리에는 뮌스터라는 도시가 각 작품에 선명히 드러났다. 이는 설치물이 놓인 장소의 역사와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는 강박으로 다가왔다.
또한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도시를 꾸미는 장식프로젝트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작가가 이른바 점령군으로서, 도시의 어떠한 맥락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예술적 욕구를 펼쳐놓는 그런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의미다. 참여작가가 전 도시를 빈 캔버스 삼는다면 한 번 벌이고 마는 1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이미 40년을 이어왔고 그 스스로가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뮌스터라는 도시 안에서는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전에는 ‘미술’에 대해 ‘좋다’, ‘나쁘다’하는 가치판단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내리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미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부각되었다. 거대한 자본 앞에서는 그 자본을 보이지 않게 하기, 절대 권력 앞에서는 비껴서 가기, 다른 가치의 미술들과는 거리를 두고 뒷면을 살펴보기. 이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그랜드투어의 마지막 일정을 뮌스터로 잡은 취재 동선의 영향일 수도 있다. 오로지 사적영역에서 탄생한 작품과 개입이 전제되어야 할 작품이나 프로젝트는 분명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하늘길에서 처음 가졌던 공공미술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을 떠올렸고 뮌스터에서 확인하거나 다른 방식의 접근법과 비교해보았다. 우리 공공미술에 대한 논의의 해답을 뮌스터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전 카스퍼 쾨니히가 “서울의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어떻게 해볼 생각이냐”는 한 언론의 질문에 “뮌스터프로젝트를 했던 건 뮌스터 근처에서 자라나 그곳의 역사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 도시의 상황은 그 도시 사람이 잘 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내 머릿속의 해답은 없다”고 한 답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겠다.●

[SPECIAL FEATURE]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 치열한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바탕이 된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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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학생들이 2017년 뮌스터대학 내 설치된 Bruce Nauman의 < Square Depression > 에서 벌어진 프로그램 < from our perspective > 에 참여하는 장면, 아래 프레스콘퍼런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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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바탕이 된 행사

최정미 | Diskurs Berlin 대표

조각 프로젝트로 유명하지만, 유서 깊은 인문학의 도시이기도 한 뮌스터로 가는 열차 안에서 ‘연착되어 간담회에 늦겠다’는 통화 내용이 들렸다. 필자도 같은 신세라 왠지 모를 동료 의식과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 여성에게 뮌스터에 도착하면 기자회견에 같이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그도 내 제의가 반가웠는지 자신이 택시비용을 내겠단다. 택시 안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은 다름 아닌 연방문화재단(Die Kulturstiftung des Bundes) 홍보(Communication)부 수장인 프리데리케 타페-호른보스텔(Friederike Tappe-Hornbostel)이 아닌가. 참고로 연방문화재단은 국가적으로 굵직한 문화예술 관련 프로젝트만을 지원하는 곳이다. 서둘러 간담회장인 뮌스터 극장에 들어가니 국내외 기자들이 극장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세어 보니 대략 300명 정도는 되어 보인다. 홍보담당 야나 두다(Jana Duda) 씨의 말을 빌리면 등록은 약 600명 정도가 했단다. 잠시 후 시작된 회견장 무대에 필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온 그녀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앉아 조각 프로젝트에 왜 지원했는지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총감독 카스퍼 쾨니히는 회견 중 자주 물병을 만지는 등 다소 산만한 모습이었지만 정작 자기 차례가 돌아오니 원고도 없이 참가자들을 웃고 박수 치게 했다. 간담회 후 공동 큐레이터인 브리타 페터(Britta Peter) 씨와 대화를 나누며 루르 지방에서 여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우어바네 쿤스테 루르(Urbane Kunste Ruhr)에 디렉터로 임명된 것을 축하했다. 아무래도 조각 프로젝트 큐레이터로 활동한 것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한국작가는 없지만 35팀이 초대됐다는 조각 프로젝트 작품 사냥에 나섰다. 우선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주 전시장인 LWL 미술관으로 직행했다. 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노라 슐츠(Nora Schultz)의 카펫과 영상작품은 건물과 강렬한 햇빛에 가려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미술관 3층 외관 비상구를 통해서 2명만 입장할 수 있게 한 그레고르 슈나이더(Gregor Schneider)의 작품 〈N. Schmidt〉는 건축과 심리를 이용한 듯하다. 입장을 통제하는 담당자는 말이나 행동이 살짝 공포영화에 나오는 연기자와 같았다. LWL 미술관 주위에 14점이 설치되어 있는데 자전거 없이 걸어서 거뜬히 이동할 수 있었다. 보도에 형광 핑크로 작품이 있는 곳을 표시해놔 자전거든 도보든 어렵지 않게 시내 곳곳에 설치된 작품을 찾을 수 있었다. 행사용 지도 외에 앱도 마련되어 있어 방문자를 위한 배려가 읽혔다. 자전거도 조금의 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젊은 도우미들이 다리 길이에 맞춰 안장 높이도 조절해준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설치된 미하엘 스미스(Michael Smith)와 아이셰 엘크만(Aye Erkmen) 그리고 오스카 투아존(Oscar Tuazon)의 〈Burn the Formwork〉의 작품을 보려면 자전거를 빌릴 수밖에 없어 땡볕에 1.5리터 물을 장착하고 나섰다. ‘Not Quite Under_Ground’라는 타이틀의 타투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문신 가게에 도착하니 알고 지내던 바바라 헤스(Barbara Konches)가 반가이 맞아 준다. 그는 독일 가장 큰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예술지원재단 (Kunststiftung NRW)의?현대미술 부문 수장이며 상금이 1만5000유로가 걸려 있는 ‘백남준어워드’ 또한 총괄한다. 백남준이 교수로 있던 뒤셀도르프에서 그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독일치고는 꽤 큰 상금이 걸린 행사다.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라도 업적을 남긴 이를 기꺼히 대접하는 풍토가 그저 부러울 뿐이다. 타투를 하는 직원의 열성적인 설명을 뒤로하고 근처 도심 항구에 설치된 아이셰 엘크만의 〈On Water〉를 접하니 짧지 않은 자전거 여행에 쌓인 피로함이 싹 가신다. 물, 사람, 오리가 한 공간에서 조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진행되는 LWL미술관으로 길을 돌렸다.
카스퍼 쾨니히를 비롯해 공동 큐레이터 두 명 그리고 홍보담당 야나 두다 씨가 참여해 질의 응답식으로 토크를 펼쳤는데 이들의 질문하고 답변하는 속도와 진지함은 독일의 토론문화를 대변하는 듯했다. 저녁 7시 미술관 베스트팔리셔 예술협회(Westfalischer Kunstverein)에서 열리는 톰 부어(Tom Burr)의 오프닝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외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예술계 인사가 거의 다 모인 듯했다. 베혀 클라세 출신 작가 외에 주목할 사진작가 알브레히트 푹스(Albrecht Fuchs), 라우렌츠 베르게스(Laurenz? Berges), 카스퍼 쾨니히 씨의 아들이자 뉴욕에서 갤러리를 경영하는 레오 쾨니히(Leo Konig)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온 작가, 큐레이터들이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삼삼오오 모여 샴페인이나 예술 맥주를 즐겼다.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 앉은 카스퍼 쾨니히는 회복은 안중에도 없는 듯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10년 만에 맞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즐겼다. 참으로 독일다운 조각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행사가 된 데는 이들의 치열한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그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SPECIAL FEATURE] THE GRAND ART TOUR 2017-도쿠멘타 14

2017 유럽 그랜드 아트 투어를 가다

전 세계 미술계를 흥분시키는 2017년 그랜드투어의 여정이 시작됐다. 유럽의 아테네, 베니스, 카셀, 뮌스터, 바젤에서 열린 비엔날레와 도쿠멘타, 조각프로젝트, 아트페어 등 그 상차림도 다양하다.
우선 물의 도시 베니스. 비엔날레의 제왕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가 5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린다. 파리 퐁피두센터 현대미술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이 총감독을 맡아 ‘Viva Arte Viva’를 주제로 본전시를 꾸몄다. 한국관에는 이대형 큐레이터의 기획 아래 코디최와 이완 작가가 참여했다.
‘Learning from Athens’를 주제로 한 카셀도쿠멘타14는 아테네(4.8~7.16)와 카셀(6.10~9.17)에서 각각 열린다. 폴란드 출신 큐레이터 아담 심칙(Adam Szymczyk)이 총감독을 맡았다.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할 시간”이라는 그의 말이 전시에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살펴보기 바란다.
세계 공공미술의 흐름을 주도한 뮌스터조각프로젝트 (Skulptur Projekte Munster)의 다섯 번째 대회는 6월 10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학도시 뮌스터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롭게 설치된 작품과 기설치된 작품을 비교하며 엄정한 화이트큐브를 벗어난 미술의 담론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세계 미술시장을 선도하는 〈제48회 바젤아트페어〉 (6.13~18)도 열렸다. 35개국 291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페어에는 9만5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오랜 세월을 지낸 공력을 보여주듯 〈아트바젤〉은 그간 행사의 다변화를 꾀하면서 생존의 방식을 개척하고 세계미술시장의 주도권을 이어왔다. 그 현장의 열기를 전한다.
《월간미술》은 아테네, 베니스, 카셀, 뮌스터 현지를 찾아 그곳의 분위기를 담아왔다. 이 지면의 다음 페이지부터는 바로 그 현장이다.
현지취재=이준희 편집장, 황석권 수석기자

DOCUMENTA 14

Germany, Kassel 2017.6.10~9.17
Greece, Athens 2017.4.8~7.16
예술감독 아담 심칙(Adam Szymczyk)

지난 6월 10일 오전 10시, 독일중부 작은 도시 카셀 한복판 프리드리히 광장에 위치한 프리데치아눔 미술관 앞에서 독일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와 그리스 대통령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Prokopis Pavlopoulos)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4회 카셀 도쿠멘타〉 공식 개막식이 열렸다. 이에 앞서 그리스 아테네에선 4월 8일 도쿠멘타 연계전시가 이미 시작되어 7월 17일까지 계속된다. 예술감독 아담 심칙이 내세운 이번 도쿠멘타의 주제는 ‘Learning from Athens’ 5년 만에 드디어 베일을 벗은 도쿠멘타 현장인 아테네와 카셀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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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크로폴리스의 아테네 신전. 여전히 보수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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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YME-CMRC 〈EMS Synthi 100〉 1971 1979년 아테네에서 결성된 현대음악연구센터 (KSYME-CMRC)는 1971년 런던 Electronic Music Studios에서 한정판으로 제작 된 희귀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EMS Synthi 100〉을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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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ka Ogboh(b. 1977, Nigeria)〈The Way Earthly Things Are Going〉 2017 아테네음악원 ‘Odeion’ 전시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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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in Alada(b. 1972, Turkey)〈Music Room〉 Installation with furniture, housewares, musical-instrument components, and performances 2017
가구를 활용해 악기를 만드는 작가는 형식과 기능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리와 침묵, 움직임과 휴식을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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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ion’이라고 불리는 Athens Conservatoire는 1959년, 실현되지 않은 도시 계획의 일부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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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미술대학(ASFA) 전시장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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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hibumba Kanda Matulu(b.1947∼1981 disappeared, Congo) 〈101 Works〉 Acrylic on canvas, Dimensions ranging from 33.5×62cm to 41×70.5cm 1973~1974 (Nationaal Museum van Wereldculturen, Amsterdam) 베네키 미술관 전시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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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키 미술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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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ia Vicuna(?(b. 1948, Chile)〈Quipu Womb(The Story of the Red Thread, Athens)〉(사진 왼쪽) Dyed wool 800×600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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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tr Uklaski(b. 1968, Warsaw)/ McDermott & McGough 〈The Greek Wa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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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 Dick(b. 1955∼2017 Canada) 〈Twenty masks from the series “Undersea Kingdom”〉 201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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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국립현대미술관 EMST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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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wa K(b. 1975, Iraq) 〈When We Were Exhaling Images〉 2017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인 작가는 현재 베를린에서 작업한다. 오쿠이 엔이저가 예술감독을 맡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중동지역 고대 미술품과 분쟁으로 생긴 구호품을 이용한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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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Garcia Andujar(b. 1966,Spain) 〈The Disasters of War/Trojan Hors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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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et Anne Sara(b. 1983, Norway) 〈Pile o’ Sapmi〉 2017 노르웨이 순록의 머리뼈 200개를 이어 붙여 커튼 형식으로 만든 이 작품은 강제로 추방된 토착민의 아픔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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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Hassabi(b. 1973, Nicosia)〈STAGING〉 2017
관객은 전시장 곳곳에서 매우 느리게 퍼포먼스를 펼치는 댄서의 움직임을 통해 익숙한 신체의 형상이 매우 낯설고 기괴한 느낌으로 변형되는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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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don Hookey(b. 1961, Australia) 〈MURRILAN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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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퍼포먼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은 우체국 건물인 Neue Neue Galerie(Neue Hauptpost) 앞에서 펼쳐진 퍼포먼스다. 퍼포머들은 머리에 책을 얹은 채 조심스럽게 걸어서 카셀 중앙역, 하웁트반호프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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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llermo Galindo(b. 1960,Mexico) 〈Fluchtzieleuropahavarieschallkorper〉(사진 가운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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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rahim Mahama(b. 1987,Ghana) 〈Check Point Sekondi Loco 1901∼2030〉 2016∼2017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작가는 코코아, 커피, 쌀, 콩, 숯 등을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할 때 사용하는 자루를 이용해 세계 무역의 불공정한 역사를 고발한다.


Olu Oguibe 〈Monument for strangers and refugees〉 concrete 16.3×3×3m 2017 photo: Michael Nast
이 작품은 카셀에서 가장 번화하고 교통의 요충지인 쾨니히광장 (Konigsplatz)에 설치됐다.

[SPECIAL FEATURE] 도쿠멘타 14 – 예술감독 선정 위원회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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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 도쿠멘타14〉 예술감독 선정 위원회 참가 후기

김홍희│전 서울시립미술관장

2017년 〈카셀 도쿠멘타 14〉는 13회가 열린 2012년 바로 다음 해인 2013년부터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해 1월 도쿠멘타 예술감독을 선정하는 위원회(Finding Committee)를 결성하고 4월, 6월, 11월 세차례 회의를 통해 감독 선임을 마무리한 것이다. 행사 사이년도 첫해에 감독 선정을 끝내고 남은 3~4년간 기간 감독이 전시 준비에 집중하게 한, 그야말로 미술을 위한, 미술에 의한 미술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에 쫓기며 준비하고 서둘러 행사를 치르는 한국 현실에 비하면 낯설고 부러운, 문화 선진국의 일면을 보여준 모범 사례였다.
예술감독 선정위원은 Suzanne Cotter (포르투갈 포르토 The Serralves Museum of Contemporary Art 관장), Chris Dercon (당시 Tate Gallery of Modern Art 관장), Susanne Gaensheimer(프랑크푸르트 Museum fur Moderne Kunst 관장), Koyo Kouch(세네갈 다카 RAW MATERIAL COMPANY 예술감독), Joanna Mytkowska(폴란드 바르샤바 Museum for Modern Art 관장), Muhling Matthias(뮌헨 Galerie im Lenbachhaus 큐레이터), Osvaldo Sanchez(멕시코시티 inSite, Mexico-City, Mexico 예술감독 ) 그리고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장이던 나를 포함해 총 8인이었다.
2013년 4월19일부터 21일까지 카셀 현지에서 진행된 1차 회의에서 처음 만난 위원들은 GmbH재단 CEO인 Bernd Leifeldemfd와 Annette Kulenkampff로부터 행사관련 준비와 일정을 숙지받은 후, 14회 도쿠멘타의 방향성과 차별성에 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시아 대표격 위원으로 참가한 나는 탈식민주의 시각에서 아시아의 지리정치적, 미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행사가 카셀에서 열리는 비서구적, 비유럽적, 탈카셀적 도쿠멘터가 될 것을 제안했다.
2차 회의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던 6월 초에 개최되었다. 위원 대부분이 베니스에 들렀다 도쿠멘타 회의에 참가하는 일정이라 이번에는 교통이 편리한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났다. 마침 광주 비엔날레가 주도한 세계비엔날레대회가 베니스에서 열린 까닭에 나 역시 대회 참석 후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이 회의 주요 과제는 이미 5월 위원들이 이메일로 추천, 공유하고 사전에 리서치한 후보군을 토론을 통해 좁히는 일이었다. 내가 추천한 한국과 아시아 지역 후보자를 포함해 모두 24인이 후보자 명단에 올랐지만 토론을 거쳐 6인이 선정되었다. 이 6인의 후보자는 마지막으로 열릴 11월 3차 회의 때까지 제안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준비해야 했다.
3차 회의는 11월 19∼22일 카셀에서 진행되었다. 19일 6인 후보에 대한 일반적 정보와 의견을 공유한 후, 20일 인터뷰를 거쳐 최후 3인을 선정하였다. 후보자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시차를 두고 별도 안내하는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당일 당선을 통보받은 3인 후보는 21일 최종 심층 인터뷰에 임했다. 이런 철저한 과정을 통해 아담 심칙 Adam Szymczyk이 14회 도쿠멘타 예술감독으로 탄생하였다. 22일 시청 도쿠멘타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GmbH 이사장인 Bertram Hilgen 시장이 인사말에 이어, 신임 예술감독을 발표했고 이어, 위원회를 대표한 Koyo Kouch가 심사평을 했다.
14회 도쿠멘타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아담 심칙은 바젤의 쿤스트할레 관장이자, 다수의 유명작가 개인전과 시의성 있는 그룹전 기획을 통해 유럽 미술인들로부터 기량을 인정받은 젊은 기획자이다.
그는 이번 도쿠멘타가 2차 대전 후 폐허 속에서 일종의 문화적 절박함으로 창설된 1955년 1회 도쿠멘타의 선구적 태도를 되돌아보고 도쿠멘타가 현대 정치사회 현상에 개입하는 현장이자 용기가 될 것을 다짐했다. 도쿠멘타가 대중이나 미술시장이 요구하는 미학적 광경과 타협하지 않고 수동적 문화에 대항하고 통상적 예술개념에 도전하는 비판적 음성이 되어 절박한 현재를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문화적 절박성은 단지 카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견지에서 그는 카셀 도쿠멘타가 다른 도시로 확장될 것을 제안하며 그 대상지로 아테네를 지목했다. 그가 말한 아테네여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고 절실했다. 지금 아테네는 폭력적 모순, 경제적 위기, 이주를 둘러싼 공포의 도시이지만 그리스의 내적 문제로만 추방될 수 없는 한줄기 희망이 필요한 극단적 모델이다. 서유럽 민주주의의 불확실성을 예증하는 그리스의 위기. 그로 인해 아테네라는 도시는 초지역적 미래를 생각하고 배우게 하는 가장 생산적인 위치로 자리매김된다는 것이다.
그가 언급하듯이, 카셀과 아테네에서 동시 개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두 도시를 이동하게 하는 아이디어는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여행의 메타포”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개발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자의적 소외, 타자화를 위한 “표류”로서 여행이다. 그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두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병치되지 않는 2개의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두 도시 참여 작가나 관객 모두에게 이 두 개의 그림은 경계와 차별을 붕괴시키고 변화와 변형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문화적 촉진제가 된다. 결국 자율적인 2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는 형식을 취한 도쿠멘타14는 긴박한 공동체 형성 과정의 살아있는 기록이자 이러한 과정을 목도하는 현대미술의 문화생산자적 역할을 촉구하는 문명비판적 전시라고 볼 수 있다.
아담의 이러한 제안은 탈서구 전시를 지향한 나의 의견과 동떨어지지 않아 개인적으로 기뻤고 무엇보다 선정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유럽 미술계의 호응을 받아 다행이었다. 그러나 아테네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일부 카셀시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GmbH는 위원회의 지지 성명을 이끌어내고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이 난관을 무사히 넘겼는데, 주최 기관의 현명하고 진지한 초동 대처 역시 배울 점으로 주목되었다.●

위 사진 예술감독 아담 심칙을 선정한 선정위원. 왼쪽 두 번째부터 Joanna Mytkowska, Muhling Matthias, Suzanne Cotter, Susanne Gaensheimer, 김홍희, Koyo Kouoh , Osvaldo Sanchez

[SPECIAL FEATURE]도쿠멘타 14 – 그들이 ‘아테네’를 호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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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카셀 하웁트반호프. 광장 바닥에 뚫린 통로를 통해 지금은 폐쇄된 옛 기차역 지하 전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래 Zafos Xagoraris < The Welcoming Gate > 2017 이 작품은 지하 역사 플랫폼에서 철로를 따라 외부와 연결되는 지점에 설치됐다.

그들이 ‘아테네’를 호출한 이유

이준희 | 《월간미술》 편집장

카셀 도쿠멘타의 시작은 6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5년, ‘모던아트’를 ‘퇴폐미술’로 규정하고 금지했던 과거 나치정권의 과오와 문화적 어둠에 대한 독일인의 반성과 자각에서 탄생했다. 그만큼 여느 국제전시에 비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많이 출품된다. 14회 도쿠멘타 예술감독을 맡은 아담 심칙(b. 1970)은 기존 비엔날레 같은 일반적인 국제전시와는 차별화된 도쿠멘타만의 성격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둔 듯하다. 폴란드 태생으로 쿤스트할레 바젤 관장을 역임한 아담 심칙이 내세운 주제는 일찌감치 알려진 대로 ‘아테네에서 배우기’. 어느 정도 예상한바 대로, 이번 도쿠멘타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현재 유럽이 직면한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딜레마를 드러내는데 있었다. 다시말해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문명부터 근현대사를 지나서 현재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유럽의 정치적 상황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시각이미지 보고서’라고 정리 할 수 있겠다.
아테네와 카셀을 과거와 현재의 경제·사회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다른 도시다. 이런 두 도시의 차이는 유럽 국가의 양극화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아담 심칙 외에 7명의 협력 큐레이터와 수십 명의 어시스트가 참여한 큐레이터 팀은 아테네와 카셀 두 도시가 지닌 문화적 특성을 극대화시키고, 도시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만큼 이번 카셀 도쿠멘타는 어느 해 보다 많은 출품작과 다양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유럽인이 바라보는 세계
《월간미술》 그랜드 아트 투어 첫 일정은 아테네였다. 6월 4일 밤늦게 아테네에 도착했다. 대충 짐을 풀고 몇 시간 잠을 자지도 못하고 조급한 마음에 다음날 아침 일찍 프레스센터를 부랴부랴 찾아 갔다. 하지만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관공서나 상점이 오전 11시가 돼서야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게다가 그날은 공휴일이어서 도시 전체가 거의 올스톱 상태. 아테네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야외 전시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가이드 맵 위엔 1번부터 47번까지 전시가 열리는 장소가 점으로 표기되어 있다. 빠듯한 일정에 47곳 모든 장소를 찾아가 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주요전시장을 사전 답사하고 아크로폴리스 아테네 신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1번부터 4번까지 ‘BIG 4’ 메인 전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먼저 프레스 센터와 가장 가까운 1번 전시장 아테네 음악원(Athens Conservatoire). ‘Odeion’으로 불리는 이 건물이 음악과 관련된 장소다 보니 특히 악기 혹은 사운드와 어울린 작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의자 같은 가구나 각종 가정용품을 악기로 만든 아날로그 조형물이 있는가하면,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전위적인 음향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건물 지하 고대 원형극장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공연 홀에 설치된 나이지리아 작가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 작품이 압권이었다. 세계 주요 도시 주식시장 형황이 LED 전광판에 실시간 중계되는 가운데 레게 음악가 밥 말리의 음악이 공간을 채우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어서 2번 아테네 미술대학(Athens School of Fine Arts). 도시 외곽에 있어서 택시로 이동했다. 미술대학 안에 마련된 전시장 분위기는 마치 한국에서 본 〈공장미술제〉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전시처럼 익숙하다. 시설은 열악했지만 미술대학이 풍기는 특유의 생동감으로 활력이 넘쳤다. 기존 미술관 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스펙터클하고 실험적인 설치작품이 특히 많았다. 이어서 3번 베나키 뮤지엄(Benaki Museum)은 그리스 고대유물을 비롯해 이슬람 문명권 소장품으로 유명한 박물관이다. 2000년 신축한 건물은 현대미술품 전시장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전시작품은 주로 아프리카 신생국가의 민주화 내용과 유럽 제국에 의한 식민통치를 당한 제3세계 국가의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탈식민주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4번 그리스 국립현대미술관(EMST-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은 ‘BIG 4’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입지 조건과 건축 환경이 뛰어났다. 원래 양조장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건물은 한 쪽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마감됐고, 일직선으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 전시장까지 올라가면서 통유리를 통해 멀리 아크로폴리스 아테네 신전이 보인다. 개방된 이동공간과 달리 전시공간은 외부 빛이 완전 차단된 채 인공조명으로 꾸며진 화이트 큐브 전시장으로 꾸며졌다. EMST는 1960년대부터 그리스 현대미술 작품과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컬렉션 해 왔다. 이 소장품은 카셀 도쿠멘타 메인 전시장인 카셀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에서도 전시된다. 한국작가 김수자의 작품 〈보따리〉가 그런 예다.
카셀도 도시 전역에 작품이 분산되어 전시된다. 프리데리치아눔(Fridericianum) 미술관이 카셀 도쿠멘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1779년 영주와 귀족의 수집품을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유럽 최초의 박물관으로 건축된 이 건물은 도서관으로 사용되던 중 1941년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파괴된 것을 다시 복원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김수자의 〈보따리〉 외에도 그리스 국립현대미술관(EMST) 컬렉션이 전시되고 있다. 한편 이번 카셀도쿠멘타 출품작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띠는 작품은 프리드리히 광장에 설치된 대형 설치작품 〈The Parthenon of Books〉이다. 실제 파르테논 신전 규모로 지어진 이 기념비적 구조물을 만든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마르타 미누인(Marta Minujin, 1943). 파르테논 신전은 인류 최초로 민주주의를 실현한 아테네의 정치적 이상을 상징한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사용되던 프리데리치아눔은 35만 여권의 장서가 불에 타버린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마르타 미누인은 전 세계 고전문학 작품 가운데 정치적 이유로 금서(禁書)로 낙인찍힌 적 있는 책 10만여 권을 기증 받아 신전 외벽에 붙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중이 적극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표현의 자유를 금지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저자에 대한 박해를 반대하는 이상적이고 민주적인 ‘지성의 상징물’이다. 이 밖에도 대다수 작품이 정치적 이슈를 다룬다. 난민문제를 비롯해 독재, 인권, 인종, 전쟁, 신자유주의, 종교, 테러, 성정체성, 제국주의, 탈식민지주의…. 민감한 현실적 주제를 제각기의 시각언어로 표현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이번 카셀도쿠멘타를 통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한 유럽(인)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발언하고 표현했다. 물론 반성과 성찰, 미래에 대한 절망과 희망도 빠뜨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카셀도쿠멘타는 철저히 그들만의 잔치였다. 오직 유럽만 있었다. 명색이 국제규모 미술전시 임에도 참여작가와 출품작이 특정지역 국가와 작가에 편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여전히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푸념하거나 평가절하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 사정이 그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역대 카셀 도쿠멘타에 참여한 한국인 작가는 1977년 백남준과 이우환, 1998년 육근병, 그리고 2012년 문경원&전준호와 양혜규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정치, 경제, 군사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세계유일의 패권국가가 되었지만, 유럽(인)이 보기에 적어도 문화와 예술에선 그들은 여전히 전통과 뿌리가 없는 대상이다. 이처럼 참여작가 리스트에 드러나는 표면적 이유가 아니라 그들이 이번 카셀 도쿠멘타에서 선보인 작품에서 주로 다루는 이슈를 보면, 여전히 유럽(인)중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이 확인된다. 한편으론 근대 이후 유럽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지탱해 온 독일은 여전히 전범국(戰犯國)이란 굴레를 벋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제2의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아테네’를 다시 호출해낸 저의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SPECIAL FEATURE] 도쿠멘타 14 – 독일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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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카셀 프리데리치아눔 앞에서 열린 〈제14회 카셀 도쿠멘타〉 공식 개막식 광경. 레드카펫 가운데 보이는 가장 키가 큰 사람이 예술감독 아담 심칙이다. 아래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마르타 미누인의 < 파르테논 신전 > 을 위해 한때 금서로 낙인찍혔던 책을 기증받고 있다.

독일은 조심스럽다

최정미 | Diskurs Berlin 대표

독일에서 의전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종종 느끼지만 이처럼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독일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와 그리스 대통령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Prokopis Pavlopoulos)가 주빈으로 참가한 공식 오프닝이 6월 10일 오전 10시에 진행되었다. 도쿠멘타14 예술감독 아담 심칙(Adam Szymczyk) 및 녹색당의 유명 정치인 클라우디아 로트(Claudia Roth) 등 정치, 예술가들이 모인 행사지만 편하게 진행됐다. 기자들의 신상 체크는 메일로 이루어졌으며 입장은 리스트에 올려진 손님과 기자만 가능했다. 기자들은 아테네 출신 작가 마르타 미누진(Marta Minujin)의 <Parthenon der Bucher>이 설치된 계단 같은 철조 물에 앉아 그저 소풍 온 듯이 행사를 보거나 떠들거나 각자 제멋대로다. 경찰은 자기들이 서 있는 선만 넘지 않으면 따로 통제하지 않았다. 거창한 연설도 없었으며 행사 공간 확보를 위해 설치한 간단한 구조물 밖에는 구경꾼 외에 행사 반대 시위대가 간간이 있을 뿐이었다.
아테네에서 열린 도쿠멘타 오프닝에 참여한 동료나 작가들은 한결같이 실망감을 표현했다. 전시 자체 외에도 독일과 그리스 사이 불협화음을 방문객도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카셀은 다르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아담 심칙은 폴란드 출신 큐레이터이며 전체 큐레이터(Curator at Large) 보나벤투어 소 베젱 디쿵(Bonaventure Soh Bejeng Ndikung, 이하 보나벤투어)은 카메룬 출신이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에 점령되었고 카메룬은 1919년까지 독일의 식민지였다. 보나벤투어는 베를린에서 비영리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탈식민지와 아프리카인의 인권운동 관련 전시를 꾸준히 해왔다. 요즘처럼 종교, 정치 관련 테러가 빈번한 시대에 카셀에서 보여준 탈식민지 주제의 전시는 시기에 딱 맞았을까?
전시 주제가 ‘Learning from Athens’이어서 유럽 철학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그리스와 엮어 탈식민지라는 소재가 철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살짝 있었다. 또한, 역대 도쿠멘타 전시감독인 로저 M. 뷔르겔(Roger M. Buergel),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기에프(Carolyn Christov-Bakargiev), 캐서린 데이비드(Catherine David))가 풀어낸 도쿠멘타를 봤을 때 그리 허황된 기대감은 아니었다.
독일 언론은 과거에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무척 조심스러워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신문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은 한 논평에서 “Die Schuldigen stehen immer bereits fest”라고 이 행사를 함축했다. 우리말로 대략 ‘죄지은 놈은 항상 정해져 있다’인데 신자유주의, 탈식민지주의가 대세인 시대에 과거 패전국가는 아직도 나쁜 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비교적 온건한 논조의 신문 《디 차이트》는 6월 13일 논평을 통해 “독선의 신전(Im Tempel der Selbstgerechtigkeit)”이라는 타이틀로 도쿠멘타를 평했다. 메인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에 대하여는 “Offenbar ist es Szymczyk und seinem Team herzlich egal, was im Fridericianum gezeigt wird. Fur sie zahlt allein die Geste: Wir offnen euch unser Haus!”라고 했다. 대략 “분명한 것은 아담 심칙과 큐레이터 팀에게는 프리데리치아눔에서 무엇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만 중요할 뿐이다. 즉, 그들에게는 이 공간을 대중에게 열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이란 뜻이다. 도이칠란드풍크 방송은 6월 10일 기사 제목을 “Eine Kunstausstellung als Politikum”으로 뽑았는데 “현대미술 전시가 정치가 되었다”는 의미다. 예술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인 담론의 형성보다는 작금 벌어지는 정치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만화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다. 즐거움을 선사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기능과는 조금 거리를 둔다. 사고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문제의식의 자율적 발현에 그 중요한 가치를 둔다.
도쿠멘타14에 700만 유로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한다. 또한 도큐멘타는 카셀뿐만 아니라 독일의 행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언론은 조심스럽다. 또 주요 신문도 별다르지는 않지만, 지역 신문은 행사에 부담되는 기사는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영구 티켓이 현재 1만 장이나 팔렸다고 자랑한다. 전범 국가인 독일에서 탈식민지, 난민 이야기를 정제 없이 쏟아내고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나치 독일 때문에 괴로워 하는 독일은 조심스럽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 처럼 죄지은 놈이 정해져 있으니 그저 닥치고 있을 수밖에.●

[SPECIAL FEATURE] 베니스 비엔날레 2017 – 한국관의 코끼리 – 누가 봐도 보이는, 그러나 감히 말 못한 진실

코디최 〈Venetian Rhapsody – The Power of Bluff〉 네온, LED, 철, 캔버스, PVC 1243×1033×111cm 2016~2017 한국관 외관 전경. 마카오,라스베가스 카지노를 연상시키는 베니스비엔날레의 허세를 비판하며,수잔 스트레인지의〈카지노 캐피탈리즘〉을 소환한다.

한국관의 코끼리 – 누가 봐도 보이는, 그러나 감히 말 못한 진실

이대형 |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안에 거대한 코끼리가 앉아 있다. 누가 봐도 명백한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코끼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코끼리가 방안에 들어오게 만든 직간접적 관계자이기 때문에 혹은 코끼리가 두려워 코끼리를 보고도 코끼리가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글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콘셉트에 대한 글이 아니다(전시 콘셉트 전문은 http://korean-pavilion.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대신 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만난 한국 미술계의 고질적인 배타주의, 계급주의, 그리고 파벌문화라는 비대한 코끼리에 대한 고발이다.
“중국, 홍콩, 대만은 정치적인 입장이 서로 다른지만, 예술을 논할 때만큼은 서로를 격려하고 포용하고 응원한다. 그들은 예술이 경계를 초월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다름’을 수용하는 활동으로 생각의 유연함을 끌어낸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한국은 서로 헐뜯고 비방하며 상대를 끌어내리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난 6월 11일 저녁 베니스의 한 식당에서 미국의 저명한 미술사가가 한 말이다. 그는 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한 국제학술행사 공식석상에서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모 큐레이터가 이번 한국관을 거론하며 “감독은 상업화랑 출신이고, 전시 콘셉트는 난해하고, 작가 선정을 두고 논란이 많다. 참으로 이번 한국관 전시가 걱정스럽고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한 데 대해 그/그녀의 기행을 가리켜 “마땅히 학술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자국의 동료 큐레이터와 작가들을 비방하기 바쁜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별로 놀랍지 않은 장면이다. 이와 똑같은 흠집내기는 1년 전 광주비엔날레 VIP 만찬장에서도 있었다. 당시 만찬에 참여한 해외미술 관계자 역시 “전시 내용은 보려 하지 않고, 출신성분을 따지는 한국 미술계의 시대착오적인 배타주의와 계급의식”을 비판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논하는 데 미술언어가 아닌 정치언어가 동원되어야 하는가? 매번 예술감독과 작가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흑역사’는 있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역대급 ‘흑역사’의 소설을 쓰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전시 준비 과정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과도한 경쟁을 틈타 의혹과 루머가 사실인 것처럼 전달되었고, 이는 곧바로 악의적인 기사가 되었다. 필자 역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다룬 페이크 뉴스로 고통스러운 2달을 보냈다. 24시간 만에 진실은 밝혀졌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인 후원금이 취소되어 설치작품(베네치안 랩소디)의 40%를 덜어내야 했고,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급속도로 퍼져나간 기사는 또 다른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며 예술감독, 작가, 전시 모두에 ‘최순실’, ‘차은택’ 낙인을 찍어버렸다. 그 결과 예정되어 있던 비엔날레 특강은 취소되었고, 모 대학과 모 기관의 학술세미나 담당자로부터는 “참석이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낙인’ 효과의 위력은 지난 3월과 4월에 잡혀 있던 해외 미술매체와 글로벌 유력 매체와의 인터뷰까지 취소시켰다. 한국관을 둘러싼 악의적인 소문은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또한 전시 준비기간 내내 “상업화랑 출신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안타깝게도 이는 조선시대 양반, 농민, 상민, 천민 계급을 연상시키는 출신성분 논란으로, 수많은 미술계 청년을 좌절시키는 구시대적 적폐의 하나이다. 진보적인 지식인이라면 미술계를 수직 계급 구조로 해석하는 그 어떠한 시도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수직적인 줄세우기, 편가르기식 문화를 극복하고, 조금 더 포용하는 문화로 바꿀 수는 없을까? 비엔날레라는 글로벌 플랫폼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황금 기회를 조금 더 많은 사람과 나눌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지난 10년 이완 작가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함께한 류병학, 류지연, 김노암, 유진상, 김희진, 정신영, 구경화, 안대웅, 장-루이 푸아트방(Jean Louis Poitevin), 신현진 등 10명의 큐레이터와 평론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긴 세월인 지난 30년간 코디최 작가를 연구한 마이크 켈리(Mike Kelly), 데이비드 페이걸(David Pagel), 제러미 길버트-롤프(Jeremy Gilbert-Rolfe), 사울 오스트로(Saul Ostraw), 제리 살츠(Jerry Saltz),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 피터 할리(Peter Halley), 리나 야나(Reena Jana), 사라 다이아몬드(Sara Diamond), 데이비드 리마넬리(David Rimanelli), 강수미, 로렌스 리켈(Laurence Rickels)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들의 평론글을 묶어 신문으로 펴낼 수 있다면 코디최, 이완 작가를 연구하려는 전 세계 학생, 큐레이터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완 작가의 10년 역사와 코디최 작가의 30년 역사를 압축 게재한 신문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관의 전시 역사와 Mr. K를 둘러싼 근대사연표를 담아낸 한국관 신문에는 미술사가 존웰치먼(John Welchman)과 큐레이터 스테파니 로젠탈(Stephanie Rosenthal)의 작가 연구관까지 실었다. 이를 위해 2달 동안 매주 금토일 연속 ‘하루 한 시간 잠자기’에 돌입했고, 별도의 편집팀을 꾸렸다. 그렇게 탄생한 한국관 발행 신문 3종 2만 부를 통해 적어도 35명 이상의 큐레이터와 평론가의 목소리를 전 세계 미술계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김도형 디자이너와 네이버, 삼성물산과 협업해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10인을 소개하는 디자이너 가방을 기획하였다. 그 결과 한국관의 디자인 기획물들이 미국의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 라이브러리(Clark Art Institute Library)로부터 컬렉션 요청을 받는 성과도 거뒀다. 비엔날레가 예술감독과 참여작가만을 위한 전시에서 벗어나 수십여 명의 큐레이터와 평론가, 디자이너, 에디터, 번역가, 건축가 그리고 텀블벅 기금마련에 참여한 개인 후원자까지 함께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생태계로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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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 Proper Time > (부분, 벽면 시계 설치작업) 668개의 시계 2017 서로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부정확한 668개의 시계가 역설적으로 668명의 삶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 For a Better Tomorrow > (전시장 가운데 조각설치) 플라스틱 60x70x70cm 2016~2017 가짜 대리석, 가짜 브론즈, 표정을 잃어버린 가족상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오늘.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공허한 미래

드디어 5월 9일 한국관이 오픈했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지키는 동시에 국가를 비판할 수 있을까?” CNN의 아마-로즈 맥나이트 아브라함(Amah-Rose McKnight-Abrams) 기자가 한국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들며 던진 질문이다. 한국에서 “난해”하다고 비판받은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3대의 관점과 전시 콘셉트 “Counterbalance” 그리고 한국에서 인색한 평가를 받아온 코디최의 작품과 순수 국내파 이완의 작품에 대한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기대 이상이었다. FT,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아트뉴스페이퍼, AP뉴스 등의 해외 매체에서 앞 다투어 꼭 봐야 할 전시로 평가했고, 전시장을 방문한 크리스 더컨(Chris Dercon, 전 테이트모던 관장),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Ulrich Obrist,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마크 브래드퍼드(Mark Bradford, 미국관 대표작가), 아담 와인버그(Adam Weinberg, 휘트니미술관 관장), 나이젤 허스트(Nigel Hurst, 사치갤러리 대표) 등 각국의 인사들은 “‘트랜스 내셔널(trans-national)’의 문제와 ‘트랜스 제너레이셔널(trans-generational)’의 문제를 교차시켜 한국?아시아?세계의 문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 매우 명쾌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잘 이해받지 못한 전시 콘셉트가 한국을 벗어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세상에 나와 오히려 날개를 달았다.
전시 <Counterbalance: The Stone and the Mountain>은 3가지 지정학적 관점과 3가지 세대의 관점을 결합시킨 뒤, Mr. K를 둘러싼 한국 근대사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 위에 코디최와 이완을 위치시켰다. Mr. K라는 고스트를 소환하면서까지 3세대의 관점을 구성한 이유는 가족사진에 있었다. 가족이야말로 인류가 지금까지 존재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고, 앞으로도 용서와 화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인류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한국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국관에서 전시의 3세대 관점을 설명하고 있으면, 나이든 유럽의 관객이 손을 들고 말한다. “우리 역시 트랜스 제너레이셔널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어요.  3대의 관점 차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발생합니다.”
이렇듯 어렵지 않게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온 전시개념이 왜 한국 미술계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못했던 것일까? 왜 우리는 전시내용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정치적인 프레임을 통해 보고 싶은 것만 보며, 트집잡고 흠집내기에 열중할까? 인맥과 친분 관계를 극복한 작가 선정을 왜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가?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마추어 마리노 아우리티(Marino Auriti, 세무서 직원)의 《백과사전식 전당》(1955)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타이틀이자 메인 작품으로 섭외한 파격을 기억하는가? 미술계를 인간의 몸에 비유하면 심장, 혈액순환, 뇌, 골격, 허파, 피부, 입, 항문 등 각자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을 텐데 자칭 미술계의 “주류”입장에서 바라본 오장육부는 상호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수직적이고 배타적인 어떤 것처럼 보인다.
자, 지금 당신 눈앞에 비대하게 살찐 코끼리가 보인다. 명백하게 보이는 저 코끼리 앞에서 당신은 코끼리가 있다고 직접 말할 수 있는가?●

 

[SPEACIAL FEATURE] 베니스 비엔날레 2017 –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장나윤 | 미술사

지난 5월 13일,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가 기대와 관심 속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수상 도시 베니스에서 격년 단위로 개최되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실상부 세계 최대, 최고(最古)의 미술 축제로, 미술가들과 큐레이터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히곤 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진두 지휘를 맡은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Musee National d’Art Moderne?Centre Pompidou)의 수석 큐레이터로, 125년의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네 번째 여성 총감독이다. 그러나 마셀이 주목을 받은 것은 단지 그가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시 개막에 앞서 발표된 이번 전시의 주제는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 직역하면 ‘만세, 예술 만세’를 뜻한다. ‘예술가와 함께하는, 예술가에 의한, 그리고 예술가를 위한’ 비엔날레를 만들겠다는 마셀 감독의 선언은 자연히 그녀를 지난 2015년 총감독을 맡은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와의 비교선상에 놓이게 했다. 엔위저 감독은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라는 주제 아래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전시를 선보였으며, 이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시대가 당면한 문제들에 직접 개입하고 발언하는 것이야말로 동시대 예술가의 역할이라는 찬사가 이어졌지만, 반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거나 단식 투쟁을 하는 것은(실제로 2015년 당시 우크라이나 국가관 참여 작가는 전시의 일부로 단식 투쟁을 했다)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같은 오쿠이 식 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을 의식이라도 한 듯, 마셀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혼란한 사회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예술의 진정한 역할’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최근의 국제정세를 이번 비엔날레가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두고 미술계의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마셀 감독의 ‘예술 우선주의’라는 선택은 특히나 눈길을 끌었다. 13일에 예정된 일반 공개에 앞서 VIP와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전 공개가 이루어진 지난 5월 10일, 이처럼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드디어 비엔날레의 막이 올랐다.

독일관의 선전 그리고 한국관의 약진
베니스 비엔날레는 크게 국가관 전시와 본전시, 그리고 각종 연계 전시들로 구성된다. 국가관은 총감독이 선정한 그해의 주제에 맞추어 각 국가별로 기획자 및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를 조직하며, 본전시는 총감독이 직접 기획한다. 전시관들은 본관과 총 29개의 국가관이 위치한 자르디니(Giardini) 지역 그리고 일부 국가관 전시 및 대규모 본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Arsenale) 지역을 중심으로 베니스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배치되어 있다. 베니스는 작은 도시이지만, 비엔날레 기간에 열리는 수많은 연계 전시 및 기타 갤러리, 미술관 전시들까지 모두 돌아보려면 1주일 체류로도 시간이 빠듯하다. 과연 ‘세계 최대의 미술 축제’ 다운 규모다. 1995년 故김석철 건축가와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의 협업으로 지어진 한국관은 전통적 문화 강국들의 국가관이 위치한 자르디니 섬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5년 재건축된 호주관을 제외하면 자르디니에 마지막으로 지어진 국가관으로, 이후 국가관 건립이 금지되어 자르디니에 입성하지 못한 많은 국가의 부러움을 샀다.
유력 미술 매체들은 VIP 오픈 직후 앞다투어 탑 5, 탑 10 국가관을 선정하여 발표했다. 그중 미국관, 영국관, 독일관, 프랑스관, 스위스관 등 일부 국가관은 여러 매체에 주요 전시로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관객을 압도하는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인 미국의 마크 브래드퍼드(Mark Bradford)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미국관 건물 내부 원형홀의 벽면을 콜라주와 혼합 매체 설치를 활용하여 마치 폐허처럼 연출했다. 흑인이자 동성애자로서 인권 문제에 몰두해온 그가 자신과 같은 소수자에게 등을 돌린 오늘날의 미국을 대표해야만 하는 역설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영국관이 기획한 필리다 바로(Phyllida Barlow)의 개인전 또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바로는 지난 몇 년간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등 영국의 주요 미술관들에서 소개되며 뒤늦게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된 73세의 원로 작가이다. 그는 다양한 재료를 쌓거나 뭉쳐서 만든 엉성한 형태의 대형 조각작품들을 설치했는데, 이 작품들은 층고가 높은 영국관 건물을 뚫고 나갈 듯한 불안한 형태로 관객을 압도하고, 그들의 동선을 방해한다. 전시 제목인 〈폴리(Folly)〉(바보스러움, 어리석음 등을 뜻한다)는 자연히 오늘날의 위태로운 영국 정치 상황을 연상하게 하지만, 전시장 어느 곳에서도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덕에 크리스틴 마셀 총감독이 선언한 ‘예술을 위한 예술(Art’s for art’s sake)’이라는 지향점에 부합하는 전시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오프닝 주간 내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끈 것은 단연 독일관이다. 수잔느 페퍼(Susanne Pfeffer)의 큐레이팅으로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파우스트’를 선보인 독일관 앞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는 퍼포먼스 공연을 보기 위한 인파가 연일 몰려들었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다섯 시간여 동안 퍼포머들은 건물 전체에 설치된 유리 바닥 아래 좁은 공간을 넘나들며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노래하거나, 춤추는 것은 물론 자위 행위를 하는 등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움직임들을 선보였다. 이를 유리 바닥 위에서 지켜보는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것이 은유하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타인에게 노출되기를 자청하는 오늘날 우리의 삶, 그리고 그속에서 경험하는 개인적, 사회적 단위의 갈등이다. 독일관 외부에 설치된 철창과 그 안을 어슬렁거리는 도베르만 두 마리는 전시의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에 일조했다. 세계 유수의 미술 매체들이 개막과 동시에 독일관을 호평하는 기사를 타전했으며, 결국 독일관은 최고의 국가관에 수여하는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관의 약진이다. 이대형 감독의 총괄 아래 코디최, 이완 작가의 2인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의 제목은 <카운터발란스: 돌과 산(Counterbalance: The Stone and the Mountain)>이다. 코디최의 작품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소화제인 형광분홍빛의 펩토비즈몰(Pepto-bismol) 3만 병과 두루마리 화장지를 섞어 만든 설치작품이다. 이민자로서, 그리고 한국의 급격한 세계화 및 서구화를 목격한 세대의 일원으로서 극단적인 문화 충돌에 대한 ‘소화 불량’ 상태를 인상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외 언론의 찬사를 받은 또 하나의 작품은 이완의 <고유시>로, 이는 작은 방의 벽면을 668개의 시계로 채운 설치작업이다. 이완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직업군에 속하는 이들에게 한 끼의 아침 식사에 들어가는 비용 및 그들의 노동 시간, 수입 등을 묻고, 소속 국가 GDP(국내총생산) 정보 등을 토대로 수식을 만들어 각각의 시계가 고유의 속도로 작동하도록 제작했다. 각기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668개의 시계는 관객들로 하여금 소위 신자유주의로 요약되는, 오늘날 개인에게 강요되는 삶의 속도와 그 이면에 잊힌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서로 다른 세대를 대변하는 코디최와 이완의 작품들을 통해 뻔하지 않은 변주를 선보인 한국관은 현대 한국 사회의 ‘오작동’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통, 자연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
마셀 총감독이 기획한 본전시는 ‘예술 우선주의’라는 기획 의도에 맞게 자연으로의 회귀, 전통의 보존, 인간성 회복 등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였다. 강력하거나 노골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은 배제되었으며, 토착문화 혹은 수공예적 전통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두루 소개되었다. 알록달록한 색의 거대한 실뭉치들을 설치한 실라 힉스(Sheila Hicks),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 위치하는 천 구조물을 벽면에 설치한 프란츠 에르하르트 발터(Franz Erhard Walther) 등이 좋은 예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주변을 걸어다니며 촬영한 비디오와 관련 오브제들을 설치한 코키 타나카(Koki Tanaka)의 작품, 강물을 북처럼 두드리는 아프리카 청년들의 퍼포먼스를 촬영한 마르코스 아빌라 포레로(Marcos Avila Forero)의 작품처럼 비서구권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국 작가로는 미국 사회의 소수 인종, 특히 아시아인의 경험에 집중하여 공식 역사 이면에 존재하는 약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김성환의 영상작업 <러브 비포 본드(Love before Bond)>, 깨진 도자기를 이어 붙여 설치미술을 제작해온 이수경의 신작 <번역된 도자기: 신기한 나라의 아홉용>이 포함되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마셀의 전시가 원시성 및 이국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에 갇혀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영국의 주요 일간지 텔레그래프(Telegraph)는 자르디니 본관에서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작품의 일부로 워크숍을 진행한 수십 명의 이민자 및 난민 출신 참여자들의 모습이 식민주의 시대 박람회에 설치된 토착문화 체험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비서구권의 토착문화를 인간성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듯한 마셀의 기획 태도가 1989년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문제적 전시 <지구의 마술사들(Magiciens de la Terre)>의 잘못된 타자화의 방식을 답습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폭넓게 포함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들이 서구 문명의 이성 중심적 세계관과 상반되는 비이성, 주술성, 자연성 등의 가치로 환원될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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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nzo Quinn 〈 Support 〉 2017 베니스 대운하 ( Grand Canal )에 위치한 호텔 Ca’ Sagredo 벽면에 설치한 작품.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았다

우리 시대 예술의 역할, 그 열린 결말의 질문에 대하여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를 두고 오가는 엇갈린 평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세계화에 대한 환상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이며, 국제 질서는 자국 이익 우선주의, 극우 국수주의의 중심으로 재편되는 걱정스러운 양태를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폭력성 또한 오늘날 필수적으로 재고되어야 할 사안이다. 국가관들을 중심으로 시의성이 민감하게 반영되는 비엔날레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번 비엔날레가 평가되는 것은 따라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셀의 ‘예술 우선주의 비엔날레’가 얼마나 성공적인 시도였는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열린 결말로 남아있다. 이는 무엇이 예술을 예술답게 하는가, 나아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인간답게 하는가는 질문과도 닿아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이번 비엔날레가 우리에게 던지는 생각할 거리(food for thought)이다.●

 

[SPECIAL FEATURE] THE GRAND ART TOUR 2017-베니스 비엔날레 2017

2017 유럽 그랜드 아트 투어를 가다

전 세계 미술계를 흥분시키는 2017년 그랜드투어의 여정이 시작됐다. 유럽의 아테네, 베니스, 카셀, 뮌스터, 바젤에서 열린 비엔날레와 도쿠멘타, 조각프로젝트, 아트페어 등 그 상차림도 다양하다.
우선 물의 도시 베니스. 비엔날레의 제왕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가 5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린다. 파리 퐁피두센터 현대미술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이 총감독을 맡아 ‘Viva Arte Viva’를 주제로 본전시를 꾸몄다. 한국관에는 이대형 큐레이터의 기획 아래 코디최와 이완 작가가 참여했다.
‘Learning from Athens’를 주제로 한 카셀도쿠멘타14는 아테네(4.8~7.16)와 카셀(6.10~9.17)에서 각각 열린다. 폴란드 출신 큐레이터 아담 심칙(Adam Szymczyk)이 총감독을 맡았다.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할 시간”이라는 그의 말이 전시에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살펴보기 바란다.
세계 공공미술의 흐름을 주도한 뮌스터조각프로젝트 (Skulptur Projekte Munster)의 다섯 번째 대회는 6월 10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학도시 뮌스터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롭게 설치된 작품과 기설치된 작품을 비교하며 엄정한 화이트큐브를 벗어난 미술의 담론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세계 미술시장을 선도하는 〈제48회 바젤아트페어〉 (6.13~18)도 열렸다. 35개국 291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페어에는 9만5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오랜 세월을 지낸 공력을 보여주듯 〈아트바젤〉은 그간 행사의 다변화를 꾀하면서 생존의 방식을 개척하고 세계미술시장의 주도권을 이어왔다. 그 현장의 열기를 전한다.
《월간미술》은 아테네, 베니스, 카셀, 뮌스터 현지를 찾아 그곳의 분위기를 담아왔다. 이 지면의 다음 페이지부터는 바로 그 현장이다.
현지취재=이준희 편집장, 황석권 수석기자

57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Venice Biennale 2017

제57회 2017 베니스 비엔날레 2017.5.13~11.26
총감독 크리스틴느 마셀(Christine Macel)

그랜드투어의 첫 방문지는 베니스다. 57회를 맞이한 베니스비엔날레는 ‘Viva Arte Viva’를 주제로 했다.
총감독의 말대로 ‘휴머니즘에서 영감 받았다’라거나 혹은 유미주의(唯美主義)의 향을 풍기는 워딩이라서 그랬을까?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의 날은 무디고 비판의 목소리는 다소 누그러져 보인다.
그래서 어느 외신은 이렇게 전했다. “베니스는 도쿠멘타와 아트페어 사이의 달콤한 지점을 찾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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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JA-KWADE 〈Pars pro Toto〉2017 경험하지 못해 이해할 수 없는 우주나 사물의 근원에 대해 묻는 작업이다. 태양계 행성처럼 보이는 이 작업은 손으로 만지면 사운드가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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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관 〈Il mondo magico(The magical world)〉 나폴리 출신 인류학자 Ernesto de Martino의 책에서 전시명을 따온 이탈리아관 전시광경. 입구에서 보게 되는 부패한 듯한 인체 형상은 전시장 끝에 가면 왜곡되어 완전히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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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o Neto 〈Um Sagrado Lugar(A Sacred Place)〉?2017 관객은 신발을 벗고 이 텐트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영적인 치유가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종교적 힘이 필요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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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rgos Sapountzis 〈Sculptures Cannot Eat〉?2017 토기에 식품재료와 무늬천을 감싼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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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Love before Bond〉 2017 이수경과 더불어 한국작가로 초대됐다. 서구 사회에서 기록조차 되지 않는 약자, 즉 아시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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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Erhard Walther?〈Die Erinnerung untersockelt(Drei Zitate)(Wallformation Series)〉 면과 나무 365×600×40cm 1983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행위와 조각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의 작업은 미니멀리즘, 개념미술부터 행위미술과 보디아트까지 전반에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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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Medalla 〈A Stitch in Time〉?1968/2017 필리핀 출신 작가는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조우한 옛 연인이 과거 자신이 선물한 손수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이에 시적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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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ila Hicks〈Escalade Beyond Chromatic ands〉600×1600×400cm 2016~17 2014년 파리 팔레드도쿄에 설치되었던 작품. 옷과 실, 천 등을 이용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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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na Korina 〈environment Good Intentions〉2017 알루미늄으로 외벽을 꾸민 전시실을 마련해 키치성 가득한 왁자지껄한 방을 만들었다. 동물 문양이 프린트된 벽 위로 네온빛을 발하는 전쟁훈장을 연상하게끔 하는 설치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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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a Fontes 〈The Horse Problem〉 2017 작가는 조각의 조화로움이 전시된 제도화된 공간의 기초에 도전한다. 그것은 서유럽을 지배하던 이데올로기로 인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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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관 (천장에 둥그런 설치) Mark Bradford 〈Tomorrow Is Another Day〉 2017 개인의 삶이 어떻게 위대한 역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캐나다

캐나다관 Geoffrey Farmer 〈A way out of the mirror〉 2017 건립 60년이 된 캐나다관은 2018년 건축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재정비한다. 공사장을 방불케 하는 설치작업으로 바로 앞에는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분수도 설치됐다

프랑스
프랑스관 Xavier Veilhan 〈Studio Venezia〉 2017 “거대한 사운드 조각”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관은 비엔날레 173일 기간 내내 음악가를 초대, 공연한다(본지 2017년 3월호 참조)

헝가리
헝가리관 GYULA VARNAI 〈Piece on Earth!〉 전 유럽의 정치적 불안 상황을 헝가리의 현재 모습과 이전 사회주의자를 평행선상에 놓고 보여준다

호주
오스트리아관 Erwin Wurm〈stand quiet and look out over the mediterranean sea〉 240×274×874(높이)cm 2016~2017 관람객은 작품 내부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 올라 자르디니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는 ‘1분 조각(one minute sculpture)’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자르디니의 국가관들
Participating Countries’ Pavillions in Giardini

070-119 특집_그랜드투어(엡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