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타이페이 비엔날레 2014 총감독 니콜라 부리요

 

 

“관계항을 확장시켜라”

1990년대 니콜라 부리요가 현대미술 비평서《관계의 미학(Relational Aesthetics)》을 출간했다. ‘관계의 미학’은 1990년대 미술에서 나타난 새로운 시도들을 예리한 관점에서 바라본 시기적절한 비평적 키워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해석될 수 없는 현대미술의 작가군을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의 제안이었다. 현재 매우 영향력 있는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리크릿 티라바니자, 리암 길릭, 피에르 위그,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은 《관계의 미학》에서 언급된 후 미술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반면에 니콜라 부리요가 제시한 비평이론에서 ‘인간 상호관계(inter-human relationship)’ ‘참여미술(participatory art)’등의 특징을 호출한  몇몇 이론가들은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이 현장비평 이론은 현재까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니콜라 부리요는 이후 계속되는 전시(<플레이리스트>(2004, 팔레 드 도쿄), <2009 테이트 트리엔날레>(2009, 테이트 모던)와 이를 근간으로 한 비평서 (《포스트프로덕션)》(2002),《   레디컨트》(2009)) 출간을 통해  개념을 발전 및 확장시키면서 새로운 모색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 그는 자신이 감독한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4에서 새로운 개념인 ‘Exform’을 제시해 재주목 받고 있다. 《월간미술》은 지난 10월 13일 삼성미술관 리움개관 10주년 강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지금까지 제시한 일련의 개념과 최근 전시에서 제시한 새로운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관계의 미학》이 출간된지 어느덧 약  20년이 흘렀다. 당대의 미술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으로서 제시했던 ‘관계의 미학’이 오늘의 미술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가.  세월이 흘러도 의미는 같다고 본다. 사실 이는 《   관계의 미학》에 주로 등장하는 1960년대 출생 작가들의 삶의 배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관념이 사라지고 동네슈퍼가 아닌 대형마트가 출현하는 새로운 시각환경의 산업사회구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다. 이들은 1990년대 서비스 중심 사회로 접어 들었을 때 인간상호 관계만이 완전히 상업화, 상품화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영역이라 생각했다. 당시의 작가들은 이 점을 매우 정확히 꿰뚫었고 이 상업화 경향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들은 미술에서 만큼은 시장과 거리가 먼 새로운 형태를 만들려고 애썼다.  결국 ‘관계의 미학’의 의미는 같다. 하지만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외려 확장되었다. 내가 《   관계의 미학》을 저술한 1998년만 해도 스마트폰, SNS는 존재하지 않았고 인터넷도 지금처럼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기계는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전시 <교감>은 ‘관계의 미학’에 기반을 두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전시에 일명 ‘관계의 미학 작가들’(리크릿 티라바니자, 리암 길릭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전시가 ‘관객 참여’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인상도 든다. 사실 관계의 미학이 참여미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관계의 미학’을 처음 제시한 큐레이터로서 이번 전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생각에 <교감전>의 핵심은 ‘대화(dialogue)’인 것 같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대화 말이다. 특히 바이런 킴의 청자 유약색 회화와 고려청자,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고려불화가 함께 놓인 구성은 전시의도가 잘 살아난 큐레이팅이라 본다. 반면 리크릿 티라바니자와 리암 길릭 등의 작품이 있는 기획전시실과 로비의 전시는 비교적‘관계의 미학’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하지만 ‘참여’는 ‘관계의 미학’의 일부일 수 있지만 결코 필수적인 개념은 아니다. 내가 관계(relational)라고 말한 것은 예술에서 이론적, 형태론적으로 인간상호 관계(inter-human relationship)의 장을 여는 시작점을 뜻했다. 이는 일종의 ‘생산의 형태’다. 예술가는 어떤 구조를 통한 사회적 만남을 만든다. 특별한 방법과 미학적 의미에서 ‘관계’는 전시 자체의 관객 참여 여부보다는 전시 이전, 중간,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열린‘장’이다. 그러므로 훨씬 포괄적인 의미이다.
전시감독을 맡은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4 는, 당신이 기존에 제시한 인류 상호(inter-humanity) 관계의 범위가 확장된 듯 보인다.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4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상에는 인간보다 로봇의 개체수가 더 많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생태학적 알고리즘과 로봇의 관계는 충분히 이야기될 만하다. 기계와의 대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러한 기계의 알고리즘에 ‘관계’가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계의 미학’의 원본적인 개념을 우리의 새로운 세계에 좀 더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보고 다가가려고 했다.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4에서 선보인 개념을  Exform이라는 용어를 앞세워 곧 책으로 출간한다고 들었다. 그동안 포스트모더니즘의 실체 없는 불가해성을 이야기하며 모더니즘 안에서 대안을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제시하는 개념 Exform을 대안적 모더니즘(얼터모던)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전시는 알터모던을 포함한다. 모든 전시는 그다음 전시를 수반하는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9년 기획한 테이트 트리엔날레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다음 전시를 준비하면서 되돌아보면 내가 이전 전시를 준비하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전시들의 어떤 연결성말이다. Exform의 영향을 준 인류세(Anthropocene)는 훨씬 폭넓은 개념이다. 이는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준다. 전체성과의 관계 말이다. 알터모던(Alter-modern)이 ‘문화적 재평가와의 관계’였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즉 규모나 범주에서 알터모던과 다르다.
인류세(Anthropocene)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인류세(Anthropocene)란  1980년대에 대두된 과학용어다. 즉 후기빙하기 시작 이후 약 1만 년간 인류의 활동이 지구의 생물권에 영향을 미쳐온 시간의 발생을 말한다. 인류가 세계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인데 이 개념에는 자명한 모순이 있다. 우리의 변화가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삶에서는 우리를 해치고 있고 개인의 무력감은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화된 경제시스템에 직면한 인간은 자신이 만든 인프라스트럭처의 희생자이자 방관자가 되고 있다. 우리는 개인 혹은 시민과 종속계급 사이의 전례없는 정치적 연합이 출현하는 시대의 목격자들인 셈이다. 기계 산업 시스템은 시민사회와 확연히 분리된 구조다.
결국 과학용어인 인류세(Anthropocene)의 개념을 철학용어인 사변적 실재론(speculative realism)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서 논의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사변적 실재론(speculative realism)은 철학적 동향으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완전한 평등을 말한다. 그리스철학에서부터 데카르트의 ‘코기토 아고숨’까지 인간의 사고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인간중심주의)는 서양철학의 오랜 개념이다. 즉 인간이 경험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것만이 존재할 수 있었다. 사변적 실재론은 객체를 넘어서는 인간의 사고 우위를 비판한다. 사변적 실재론의 대표적 학자인 그레이엄 하만의 ‘객체지향 존재론(object oriented philosophy)’이나 레비 브리언트의 《  The Democracy of Objects》에서 이들은 형이상학적 자율성을 부여해 의식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객체를 시도한다. 다른 요소들 간에 계급이 없는 존재론(flat ontology)을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적 의미로서 사변적 실재론을 해석하자면, 이는 pre-marxist의 상황이다. 내 생각에 그 배경은 자본주의의 논리적 결말로도 분석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것은 객체가 된다. 우리는 모두 물질/객체(object)고 거기에는 어떤 인식도 없고 각 물질/객체 간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예술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뒤섞임의 장을 연다. 결국 사변적 실재론이 제안하는 존재론은  Exform의 새로운 예시가 되고 이는 현대미술에 주요한 영향을 끼친다. 모든 객체가 같이 놓일 때(flat ontology) 오직 예술만이 예외적인 상황을 즐길 수 있기에 객체는 예술 속에서 변주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베이 비엔날레2014는 관계의 미학의 이론적 내용과 사변적 실재론 사이의 대화라고 볼 수 있다.
당신의 미학은 미학화한 정치, 정치적 미학이라는 표현으로 묘사된다.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술을 읽는 방법 및 시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정치적인 것’이란 어떤 의미인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알랭 바디우가 철학에 대해 설명하며 “세계는 철학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은 사고의 방식으로서 스스로 변화한다”라고 한 말을 깊이 생각한다. 예술은 예술 내부의 변화로서 세계를 바꾼다. 어떤 정치적인 콘텐츠나 발언보다 예술 스스로의 변화가 더 정치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그들은 예술을 정치적으로 생산해낼 수고 혹은 작품에 정치적 해설을 부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페이 비엔날레2014에서 정치적이란 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말한 인류세(Anthropocene)의 명백한 역설은 상기시키는 바가 크다. 즉 자연, 기계, 인간 간의 역할과 관계 맺기가 “정치적인 것”이다. 모든 관계는 정치적인 것의 메타포다.
‘예술이 보다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일종의 ‘정치적 선언서’ 역할을 해야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술작품은 늘 정치적인 것에 대한 해설이다. 그러나 한 시민으로서의 입장과 생산자로서의 예술가가 취하는 내용은 다를 수 있다. 작가가 정치적인 내용을 포함한다고 그 인물 자체가 진보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정치색과 작품 속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은 일치되지 않고 혼동되고 섞일 수 있다.
글로벌한 이슈를 다룬다. 동일한 개념을 다른 지역에서 전시한다면 그 의미와 표현이 동일하게 이해될 수 있을까.  우선 이번 타이베이 비엔날레2014의 주제는 대만의 상황에서 고안했다. 현재 대만은 동서양의 대화에 대한 그들의 관심, 즉 에고(ego)를 중심으로 하는 서양철학적 근간과 그 외의 다양한 시각적 측면을 다루는 수많은 타래의 동양철학 사이 어디에도 발을 내디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성은 전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비엔날레의 특성상 지역 작가들의 전시참여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많은 비엔날레를 진행해왔다. 당신의 전시기획 방식이 궁금하다. 또한 아직까지 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어떤 전시도 구상의 시작점은 이미지로부터 나온다.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아이디어의 언어들을 생각해낸다. 그 후 이들을 건설할 나의 시각을 구축한다. 사실 내가 구상한 대로 정확히 되지는 않는다. 마치 영화를 찍을 때 구상을 하고 크랭크인을 하더라도 촬영을 하면서 여러 요인에 의해 시나리오가 중간 중간 변경되는 것과 같다. 현실적인 예산, 지역, 상황 등 현실적 문제와의 싸움에 끊임없이 봉착한다. 나 역시 비엔날레가 가진 특정한 의미에 대한 인식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비엔날레가 열린다. 전시는 단순히 같은 장소에서 작품을 나열하기보다 그 속에 많은 지적인 주장이 담겨 있어야 한다. 물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장소의 우연성에 기댄 전시를 이끄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대안적 비엔날레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임승현 기자

니콜라 부리요는 1965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큐레이터이자 평론가, 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롬 상과 함께 팔레 드 도쿄의 공동 창립자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공동 디렉터를 역임했다. 1990년부터 베니스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테이트 트리엔날레 등 다수의 비엔날레 감독을 맡았으며 최근에는 타이베이비엔날레 2014 의 감독을 맡았다. 현재 파리 국립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의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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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관계’의 장을 여는 작가 리크릿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

리크릿 (6)“작품을 통한 메시지의 강요를 원하지 않는다”

‘팟타이’작업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다. 그 이후 작업을 하면서 부담감은 없었는가.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고 나서 그에 대한 짐을 갖지 않는다. 수많은 명작을 남긴 피카소가 어떤 작품을 끝내고 난 후 부담감을 가졌겠는가. 내 작업들 사이에 간극을 만들어 오히려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는 작업을 보여주고 싶다. ‘팟타이’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짐이 될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 예상하지 못한 것을 만들어 작은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넓은 생각을 펼치게 하고 싶다.
팟타이를 만들어 나눠 먹고, 티셔츠를 제작해 거리로 나가는 등 기존 미술관의 전시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식으로 전시를 이어왔다. 화이트큐브 전시와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가.
매체보다는 소재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나의 작업 소재는 ‘삶’과 ‘삶 속의 시공간’이다. 전시와 작업의 장소는 중요치 않다. 예술적 경험이란 ‘무엇이 예술이 될 것인가’에 대한 것인지 ‘무엇을 만들고 보여주냐’에 대한 것이 아니다.
당신 작업은 끊임없이 유동(flux)하는 것 같다.
내 작업은 변화하고 부유한다. 사실 예술은 상품화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예술을 특정 장소에 두고 소장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예술이 분명 존재한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무한히 확장가능하지 않은가.
‘관계의 미학’에 해당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정치적 유토피아를 나이브하게 펼친다는 비판적인 견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모두는 사람들이 삶을 이해하도록, 그래서 더 자유롭게 되기를 바란다. 그 방법은 다양한데 그중 하나가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자유란 무엇인지를 교육학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서구적인 헤게모니다. 나는 동양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모든 것은 자기 내부에서 일어난다. 스스로 내린 결정은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 결국 정치적 자각은 내부에서 일어난다. 차를 나눠 마시며 그 차가 시작된 식물에서부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정치적인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적인 것은 특정 그룹의 의견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어야 한다. 장을 여는 것까지가 나의 작업이다. 나머지는 관객의 몫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관계의 미학》을 읽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작업은 작가가 아니라 이론가와 세상이 하는 것이다.
현재 준비 중인 작업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인위적인 개입없이 식물이 스스로 자라도록 하는 방식의 식물 키우기에 푹 빠져있다. 나의 사고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3년 전부터 타이완에 사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제작 중이다. 얼마 전 퇴직한 농부에 대한 작업을 마친 상태다.
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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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리움 <교감전>에 설치된<데모 스테이션 N.5> 2006~2014

 

[Sight & Issue]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4: 옆으로 자라는 나무

자연을 품은 예술, 예술을 품은 자연

공주 금강변을 따라 모래사장과 강물이 햇볕에 반짝이고, 강변의 모래땅에는 나무와 풀들이 제각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보(洑)가 설치되고 수변공원이 조성되면서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땅에서 자라던 나무와 풀들은 물속에 그 뿌리를 박게 되었다. 천변을 따라 난 사람의 걸음을 닮은 산책길과 그 주변에 자라던 야생화의 고운 시선과 향기들도 시멘트 블록과 자갈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사라졌다. 그런데 공주 금강변의 과거와 현재의 풍경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를 생성시키는 자연미술운동 그룹이 있다. 1981년 여름, 젊은 작가들이 금강 백사장에서 만나 ‘자연의 품에 예술가의 몸을 던지기’를 약속하며 의기투합한  그룹 ‘야투(野投)’다. 고승현, 허강, 임동식, 정장직, 이종협 등 당시 청년작가들은 1970년대 개념미술, 대지미술의 유행과 추종적 행위로부터 벗어나 예술가의 원초적인 몸짓에 초점을 맞추었고, 예술의 형식이나 개념을 창출하기보다는 예술가와 자연의 순환적 관계, 예술가 자신의 주된 방법론을 벗어나 자연과의 동화와 생성적 감응을 예술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였다. 이러한 자연미술운동은 1991년 첫 국제전을 시작으로 2004년  <제1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개최하고 2014년 6회를 맞이했다. ‘야투’ 그룹운동의 역사는 33년에 달하고, 국제전으로서는 23년을, 비엔날레로서는 11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갖게 되었다. 현재의 전시에 부쳐 긴 과거사를 짧은 지면에 설명한 의도는 자연미술운동이 오늘날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가?를 되묻고자 함이며 현행의 다양한 비엔날레 중 하나인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떻게 그 의미를 생성시키고 차이를 발생시켜 나아갈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공주 금강변 자연공원은 올해 설치된 작품과 2012년에 설치된 작품들이 금강의 자연-작품-풍경을 이루고 있어 일회성 전시와는 사뭇 다른 감상을 제공한다. 자연미술이 갖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며 자연과 동화되는 작품들과 인간의 환경개입과 파괴로 인해 생명의 질서를 벗어나 언제든 소멸해버리는 자연세계가 한 공간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이번 <6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4> 전시총감독 김성호는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피상적이고도 관성적인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순환과 네트워크의 자연 본성을 성찰하게 만드는 하나의 화두”로 ‘옆으로 자라는 나무(Horizontally growing trees)’를 제안했다. 주제 안의 키워드 ‘옆으로’는 ‘대결’이 아닌 ‘조화’를 도모하고, ‘하나’가 아닌 ‘더불어’를 지향하는 자연의 근원적 본성에 관한 하나의 메타포임을 강조한다. 자연이 미술 표현의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자체가 미술 안에서 직접 작용하는 실험적 태도를 중시한다. 이 주제 아래 본전시-숲(林)과 특별전-비밀정원을 기획하고, 부대행사로 어린이자연미술전, 시민강좌,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프로그램 등의 참여프로그램과 쌍신공원,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의 상설전시를 마련하여 자연미술운동에 대한 폭넓은 체험과 이해의 기반을 구축한다. 공주 금강변의 쌍신공원(야외)에 마련된 본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26명이, 특별전(실내전)에는  12명이 참여한다.
본전시 ‘숲’은 복수성, 유목성, 우연성, 메타포적 자연미술 등을 내용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베티노 프란치니(Bettino Francini) 작가의 <안(inside)>은 인간과 자연의 재결합을 시도하는 작품으로 아슬아슬 수면을 걷듯 그물다리를 지나 물고기의 몸으로 들어가면 강의 세계를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인공물이 자연에 대한 신체적 경험을 제한하는 것과 달리 작품을 통해 자연의 내부로 직접 들어가 보는 신체적 경험을 제공하고 인간이 본디 자연과 하나였다는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허강 작가의 <흐르는 나무(Flowing Tree)>는 강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나무나 식물, 열매를 상기시킨다.
노란색 부표로 제작한 이 작품은 물의 흐름과 바람에 의해 유동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인식하게 한다. 제임스 에드워드 토윌리스(James Edward Towillis)의 작품 <MC2=E>는 나무를 둘러싼 큐브와 빈공간을 드러내는 큐브를 병렬설치한 작업으로 ‘나무와 인간=에너지’ 혹은 그 역이 주제다. 관객이 빈 공간을 채우는 인간-오브제로서 작품의 일부가 되고 자연과의 관계성을 경험케 한다.  특별전 ‘비밀정원’은 “자연의 소소한 요소들이 확산해서 또 다른 전일체 구현”이란 형식에서 ‘인공(일상) 안의 자연’과 ‘자연 안의 인공(일상)’을 오고가며 탐구한다. 이이남 작가의 <옆으로 자라는 산>과 이명호 작가의 <사진-행위 프로젝트>, 석리(Seok Lee) 작가의 <공공연한 반항 II> 등은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아트가 그릇이 되어 자연을 담아낼 뿐 아니라 자연물과 아날로그적 사유가 그릇이 되어 일상과 인공을 담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트랙터마차를 타거나 걸어서 전시장 곳곳을 탐색하는 중에 고승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위원장은 올해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모태로 추진한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자연미술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차이성을 강조했다.
필자는 세계의 자연미술 관계자들이 집결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인간에 의한 자연의 훼손 내지는 생태의 위기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보다 건강한 삶의 조건과 환경을 복원하고자 하는 염원과 의지가 충만함을 느꼈다. 만연한 비엔날레의 관행으로부터 탈주하여 신선한 대안을 찾고자 하는 세계 자연미술가들이 함께 하는 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자연미술운동의 참뜻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란 기대를 품게 되었다. 황찬연・대전시립미술관 객원큐레이터

제임스 에드워드 토윌리스 (나무/인간/바위=에너지) 2014

제임스 에드워드 토윌리스 <MC2=E>(나무/인간/바위=에너지) 2014

베티노 프란치니   혼합재료 설치 2014

베티노 프란치니 <안(inside)> 혼합재료 설치 2014

 

[Sight & Issue] Moving Triennale Made in Busan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인 부산

부산의 중심에서 대안을 외치다

<무빙트리엔날레_메이드인부산전>은 부산의 미술단체와 공연예술, 인문학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9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부산연안부두터미널을 본전시장으로 하고 용두산공원 입구 (구)노인복지회관,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 부산지방기상청, 복병산 창작여관, 하동집 등 부산일대에서 열렸다. 다양한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인 만큼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Last Exit-가방, 텍스트, 사이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공연과 학술행사, 그리고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복합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취재를 위해 찾은 부산연안부두터미널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다. 과거 인근 도서지역으로 향하는 배가 출항하던 곳이지만 거가대교 개통 등으로 그 기능이 축소돼 매우 한산했다. 전시는 과거 여행객의 승선편의를 위해 설치된 길이 240미터에 달하는 무빙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금은 가동을 중단했지만 과거 섬과 뭍을 오가던 수많은 이의 족적이 아로새겨진 곳이다. 전시에 참여한 100여 명의 작가는 ‘여행용 가방’을 매개로 작품을 출품했다. 이를 보면 본전시는 장소 특정적 작업들로 채워진 것 같다. 전시 장소가 부산을 대표하는 항구에서 산 꼭대기까지 고루 분포하니 그렇게 생각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번 전시 주제는 ‘무빙’은 아니다. 전시감독인 김성연 전 대안공간 반디 대표는 “무빙은 전체 ‘행사명’일 뿐입니다. 공간의 특성에 따른 전시구성과 추후계획 등 무빙을 전제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출품작가들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나 일상 등을 가방 속에 담아 표현하고 있어요.  다만 가방이 여행과 이동을 전제로 하니 무빙과도 연관되어 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네요”라고 설명했다. 기계적인 해석을 경계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에게 주어진 제안은 오로지 가방을 매개로 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시각적 효과나 미학적 관점으로 작품의 수준을 논하기는 곤란한 성격”임을 전제로 했다. 그렇다면 출품작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수준차를 논한다는 것은 전시의도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그래도 무빙워크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장소가 주는 아우라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가방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마치 멀리서 여행 온 이방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과 관객의 괴리는 오히려 작품 내부를 관찰하게끔 유도하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된다.
이번 전시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 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잡음과 무관하지 않다. 무빙트리엔날레의 김성연 전시감독이 바로 그 문제의 핵심에 있었고,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단체가 부산비엔날레 보이콧 선언을 하면서 무빙트리엔날레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40여 개 문화예술단체와 300여 명의 작가가 동참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부산비엔날레의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지역의 단체들이 모여 행사를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들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행사가 비엔날레의 ‘안티’라기보다는, 이러한 시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대안 제시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전시만을 두고 평가하기보다 인문학과 공연 등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벌어지는 전체 프로그램을 두루 살피고 그 맥락을 살펴야 이번 대회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로서 비엔날레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다양한 층위의 예술적 시도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의미가 큽니다. 소모적이거나 일회적이지 않으면서 많은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준비과정에서 벌어진 다양한 논의와 협업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참여 작가의 층위와 지역도 다양하다. 130여 명의 작가 중 부산 출신 작가는 30여 명 정도이며 나머지 작가는 비영리 활동을 하는 국내외 기획자들의  추천을 받았다. 따라서 무빙트리엔날레를 부산비엔날레에 반하는 전시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다만, 전시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속살이었다며, 만약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강하게 느껴졌다면 이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드러낸 반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제 전시는 끝났다. 이 대회가 지속성을 갖는 대회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지역의 단체들과 예술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3년에 한 번씩 회합해 행사를 지속하자는 취지의 트리엔날레지만, 조직이나 예산 등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방프로젝트의 경우, 연내에 다른 국가, 다른 도시로 ‘무빙’할 것을 계획 중입니다. 그 도시의 예술가와 시민들이 참여하여 가방 속에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또 텍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그 지역 예술인들의 생각을 추가해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하며 여행을 하다 3년 후에 다시 돌아오면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감독이 남긴 마지막 말이 3년 후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하다.부산=황석권 수석기자

이창진  2014

이창진 <캐리어에는 짐만 넣어지길 바란다.> 2014

 

 

[Sight & Issue] Jirisan Project 2014: Universe-Art-Zip

2014 지리산프로젝트:우주 예술 집

지리산, 우주를 품다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산은 지리산(智異山)이다. 전라남북도,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종착지라는 지리적 의미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의 장였던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이른바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예술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리산프로젝트추진위원회(예술감독 김준기)가 주관한 ‘지리산프로젝트 2014: 우주예술집’이 바로 그것. 이 프로젝트는 10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남원의 실상사(南原 實相寺), 산청의 성심원 그리고 하동의 삼화에코하우스에서 각각 나눠 열린다. 참여작가는 총 30여 명(팀)이다.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의도는 “개인과 공동체와 자연의 생명평화의 가치를 담아 우주를 품는다”이며, 개별의 집합체로서 우주가 되듯 모든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에 특정예술, 융합예술 그리고 서로예술이라는 3가지 방향성을 제시하여 전시로 구체화했다.
먼저 실상사를 찾아 전시 관람을 시작했다. 알려졌다시피 실상사는 신라시대(828년)에 창건되어 국보 제10호인 백장암 3층석탑을 비롯 국가지정 보물을 품은 천년고찰이다. 그러한 실상사가 이번 지리산프로젝트를 통해 품은 작품은 오랜 시간의 켜를 현재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작가가 풀어내거나, 분열을 극복하고 상호 ‘존중’의 가치를 담아내는 내용으로 설치된 것들이다. 이에 현재 실상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발굴현장을 기록하고(장유정, <천년 묵은 먼지>), 구(舊) 해우소(解憂所)에서 사찰 주변에서 채집된 소리를 재생하거나(정만영, <실상사의 소리풍경>), 불상의 광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김기라, <광배프로젝트>) 등의 작품이 선보였다. 또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이들의 원혼을 달래고(장영철, <실상사 기도소>/안상수 마고 신믿음, <생명평화깃대, 빛 304>), 타인과 상처에 대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한(천경우, <하늘이거나 땅이거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발걸음을 산청으로 옮겼다. 이곳에 위치한 성심원은 개원한 지 50여 년이 지난 곳으로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이룩한 마을이다. 강제적으로 격리되었던 한센병 환자의 한과 원이 서려있는 이곳은 현재 지리산 둘레길과 연결돼 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한센인들이 생활하던 공간은 작가들의 레지던스 공간으로 변모했다. 성심원은 지리산을 매개로 만난 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등 주변 커뮤니티와 교류가 활발하다. 이곳에 이방인과도 같은 작가들이 또 하나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전시에 담았다.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은 곳에 낯섦을 선사하고(구헌주, <‘교환, 서로 다른 익숙한’ 그래피티 프로젝트>), 지리산의 신화를 소재로 작업했으며(서용선, <지리산 풍경, 역사, 신화_마고성 사람들>), 자신이 머물렀던 타지에서 만난 이들과 성심원을 세우고 살아온 신부를 투사한 작업(인진미, <패러럴 시티>, <미상(nobody) 트레일러>),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본인의 이름 밝히기를 꺼려했던 이들의 존재를 찾아나선 작품(정용국, <첫 번째 사람>) 등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하동의 삼화에코하우스에서는 강영민과 팝아트조합이 함께 한 캠핑과 무궁화나무 심기, 감따기 농활 등의 퍼포먼스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전시 개막일과 그 다음날까지 이틀간 열린 학술심포지엄도 이번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구축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장소로서 지리산의 의미를 상정하고, 예술이 공동체와 바로 여기 지리산에서 무엇을 매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제안과 질문, 그리고 대담이 쏟아졌다.
지리산프로젝트는 1회성 사업이 아니다. 10년을 생각하고 기획한 프로젝트라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적이다. 기획의도에도 밝혔듯 지리산프로젝트가 우주의 마음의 품고 개인과 자연의 에너지 운행을 어떻게 화(和)할 것인지 향후 행보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남원/산청=황석권 수석기자

정재철  경내에 흩어져 있는 자연석으로 쉼터를 만들었다

정재철 <백자만다라> 경내에 흩어져 있는 자연석으로 쉼터를 만들었다

허태원  과거 성심원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던 배(船)의 일화를 담았다

허태원 <정원 정원(庭園, 正圓), 장소 특정적 꽃심기> 과거 성심원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던 배(船)의 일화를 담았다

 

[art book] ‘미술학’의 탄탄한 기초 다지기

최병식 인물 (3)‘미술학’의 탄탄한 기초 다지기

최병식 지음
《뉴 뮤지엄의 탄생》 동문선 2010
《박물관 경영과 전략》 동문선 2010
《미술품 감정학》 동문선 2014

동양미학에서부터 미술관·박물관 경영, 미술시장과 투자, 그리고 최근에는 미술품 감정학까지 저자 최병식의 저술 활동은 그 범위가 상당하다.  현재 경희대에서 ‘미술비평과 경영’을 강의하는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30여권의 저서와 편저를 출간했다. 동양회화미학을 연구하던 그가 어떻게 감정학연구서를 낼 수 있었을까. 그는‘도대체 전공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학시절 실기를 하면서 현대미술 속 빛바랜 한국미술의 뿌리, 정신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대만 유학길에 올라 미술사를 전공했다. 귀국 후 중국회화론뿐 아니라 미술비평 분야의 저술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저자의 불타는 열정에도 불구하고 동양미학에 대한 주변의 관심은 냉랭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미술품양도세 문제’에 대한 연구의뢰를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술경영에 대한 본격적 리서치를 시작했고 2001년 미술시장의 역사와 미술품 유통구조, 개선방향 등을 정리한《  미술시장과 경영》을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현재까지 다수 대학에서 미술시장 강의의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2010년 그는 미술관 시리즈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뉴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경영과 전략》《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을 출간했다. 시장에서 박물관학으로 또다시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2004~ 2005년 국가 정책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전국의 박물관 미술관을 둘러보며 미술관 평가단장을 역임했다. “당시 국내의 뮤지엄을 돌아다니며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현장 실태를 조사하면서 저자는 열악한 환경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박물관학에 대해 연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최근에 출간한《  미술품 감정학》도 뮤지엄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내 뮤지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유럽 7개국의 박물관들을 함께 조사했다. 이때 저자는 감정학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10개국을 직접 방문하여 감정 시스템, 판례, 감정과정을 알아봤다. 감정가의 자격기준, 활동규모, 교육과정, 진위판정사례, 과학적 분석방법 등에 관하여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각각의 자료를 모아 하나로 정리하고 합친 결과물은 쉽게 읽힐지 모르지만 그 과정은 물리적으로 긴 시간을 요한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약 5년의 시간이 드는데《  미술품 감정학》은 제작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작품에 대한 감정은 미술시장과 미술경영의 기본요소다. 기초학문이 턱없이 얕은 우리나라에 비해 유럽지역 감정사들의 전문성은 뛰어났고 시스템은 체계적이었다. 카탈로그 레조네의 부제가 대표적인 예다. 카탈로그 레조네란 작가의 작품 이미지와 기본정보를 모은 아카이브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욱진만이 미흡하게나마 기초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 “작품 기록의 기본 틀도 맞춰져 있지 않다. 표기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술품 감정의 요소 및 용어’를 설명하는 제2장은 일반적 미술품 감정 용어와 국가별 용어를 함께 표기해 눈길을 끈다. 용어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만큼 저자 또한 기록의 방식을 세밀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외래어의 정확한 표기, 외국 박물관 이름의 띄어쓰기까지 정형화된 규칙 없이 사용되던 것을 바로잡으려 했다. 또한 그는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의 표지, 디자인, 책에 실리는 사진까지 모두 직접 관여했다. 책에 게재된 통계자료가 시간이 흐르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저자 또한 이 부분을 고민했다. 그러나 책 후반부에 통계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게재해 정보를 제시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병식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매년 원고지 7만 장 분량의 글을 쓴다”고 말한다. 글을 쓰면서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현장과 이론의 접목이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학문은 결국 묻힐 수밖에 없다. 현장과의 연결성을 염두에 둔다”라고 말했다. 미술 현장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임승현 기자

최병식은 1954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경희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대만 중국문화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 석사, 성균관대 예술철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한국사립박물관협회,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등의 자문위원이며, 한국박물관협회 자문위원장, 박물관협회 복권기금 지원 평가단장을 역임했다. 미술평론·박물관 및 미술관·예술경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희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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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진경문화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엮음

우리 문화를 꽃 피운 진경시대의 사상, 문화, 예술, 생활을 다양한 분야의 글을 통해 소개한다. 18인의 전문가가 조선시대 역사문화의 안목을 제시하는 책으로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적절한 도판을 수록해 비전문가도 다가가기 어렵지 않다.
현암사 416쪽·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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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이주헌 지음

서양미술을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정신을 이해하려 애써온 저자의 강의를 집대성한 책. 서양미술 강의를 17년간 진행하며 서양미술의 핵심으로 꼽은 인간중심, 사실주의, 감각적 성격이란 세 가지 특징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아트북스 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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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2)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이규현 지음

거래 가격이 알려진 최고가 작품 100점을 순위대로 나열했다. 한자리에서 볼 수 없는, 총액 7조 원에 달하는 100점의 작품 도판을 모두 실었다. 단순히 그림가격을 명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높였다.
알프레드 560쪽·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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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1)예술적 원숭이

데지먼드 모리스 지음/정미나 옮김

털 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한 저자가 300만 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미술의 변화에 따라 추적했다. 인간과 비인간군의 미술 진화, 아동, 부족미술 등의 설명은 인류 시각예술의 오랜 역사를 아우른다.
시그마북스 320쪽·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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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발칙한 현대미술사

윌 곰퍼츠 지음/김세진 옮김

테이트갤러리 관장을 지내고 BBC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저자가 미술 입문자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책이다. 약 150년의 현대미술사를 사조별 특징을 적절히 표현한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이야기 서술 방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알에이치코리아 56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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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미술사방법론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지음/박은영 옮김

전통적인 방법부터 오늘날 작품 해석의 다양한 이론까지 소개해 미술사방법론 입문서로 사랑받아온 책의 개정판. 주요 이론가들의 핵심이론을 11장에 나눠 설명하고 이 방법론을 접목해 티치아노의 작품을 해석한 에필로그가 주목된다.
서울하우스 368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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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다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

토비 레스터 지음/오숙은 옮김

다 빈치가 인체 비례를 표현한 그림, <비트루비우스>. 다수에게 익숙하나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는 이 그림을 통해 젊은 시절의 다 빈치와 그의 그림을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특히 이 그림이 자화상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뿌리와이파리 32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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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날마다 한 걸음

하정웅·권현정 지음

테이트갤러리 관장을 지내고 BBC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저자가 미술 입문자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책이다. 약 150년의 현대미술사를 사조별 특징을 적절히 표현한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이야기 서술 방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알에이치코리아 56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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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아트 비지니스

박지영 지음

아트 비즈니스 전공 1세대 저자의 미술시장과 미술경영에 대한 개론서.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미술시장을 풍부한 최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시장, 마케팅, 투자 그리고 미술관련 법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요소를 짚어준다.
아트북스 272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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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0)

뭉크

스테펜 크베넬란 지음/권세훈 옮김

그래픽노블 작가인 저자가 뭉크의 우울한 분위기를 특유의 필치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7년간의 작업으로 완성된 이 책은 그의 생애 중 1880~90년대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뭉크와 주변인들의 글을 그대로 발췌해 생생한 목소리를 살렸다.
미메시스 228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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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쉽게 하는 현대미술 컬렉팅

베아트릭스 호지킨 지음/이현정 옮김

미술 컬렉팅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생소한 미술전문용어부터 작품 고르는 안목 키우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미술시장 지침서. 런던 파이낸셜 타임tm에서 발행하는 주간 <How to Spend it>의 부편집장인 저자의 현장감이 돋보인다.
마로니에북스 248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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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폰트의 비밀2

고바야시 아키라 지음/이후린 옮김

모노타입사의 타입디렉터로 일하는 저자가 세계 각지 거리의 간판, 표지판, 인쇄물, 광고판 등에서 발견한 다양한 글자체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전작에서 다루지 않은 폰트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등 실용적인 측면을 더했다.
예경 208쪽·18,000원

[Art Journal]

평화의 목소리를 높이다

파주평화발전소 미술제 <끝과 시작>

파주출판단지를 중심으로 도라산역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파주평화발전소 미술제 <끝과 시작>(10.3~11.30)이 열렸다. 파주평화발전소는 대북 교류와 협력 창구로서 동시대미술을 통해 인류 보편적 의미로서 평화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키고자 이번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장소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살리되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주제에 한정짓기보다 보편적인 이슈를 생성하고자 했다.
본전시는 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렸다. 백남준, 이우환, 이불, 최우람, 전준호, 올라퍼 엘리아슨 등 국내외 작가 18명의 설치·영상을 비a롯 다양한 장르의 작품 20점이 전시되었다. 이들의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곳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미술전시가 열린 남북 군사분계선에 위치한 판문점이다. 김혜련 작가는 <마지막 철조망>와 <동쪽의 나무>를 전시해 평화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켰다. 자유의 집 공간을 가득 메운 16개의 캔버스가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남한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에서는 마리코 모리의 대형 사진작품 <종말의 시작>과 김승영의 <공사 중인 평화의 탑>이 설치되었다. 높이 6m가 넘는 김승영의 작품은 역사 내부를 꽉 채운다.
전시에 맞춰 파주평화발전소는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후원으로 ‘평화’를 주제로 10명의 발표자가 4회에 거쳐 발제와 논의를 이어가는 형식의 대담을 진행한다. 이들은 서구의 제도와 문화가 팽배해서 생기는 문제와 그에 대한 해법, 평화 실천을 위한 예술의 가능성 등을 모색한다. 도라산역 방문 방법은 코레일 홈페이지(http://www.letskorail.com/ebizprd/EbizPrdTrainDMZ Intro_info.do)에서 확인 가능하며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리는 김혜련 작가의 전시는 단체 신청으로 전시관람이 가능하다. 한편 도라산역과 판문점에 전시 중인 작품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모니터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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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수림사진

예술가 지원을 위한 시상식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제1회 수림사진문화상〉시상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 시상식이 10월 16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공연부문은 이경성이, 미술부문은 강동주, 이윤성, 안정주(왼쪽 사진)가 수상했다. 미술부문 수상자들은 각각 1000만 원의 상금과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 두산갤러리 서울과 뉴욕에서의 전시기회 등 9000만 원 상당의 지원을 받는다. 두산연강예술상은 성장가능성이 기대되는 만 40세 이하 예술가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한편 수림문화재단이 올해 제정한 사진분야 상인  <제1회 수림사진문화상>이 작가상과 공로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작가상은 류은규 박현두 이원철 임수식 임인나가, 공로상은 윤세영 이규상(오른쪽사진)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가상 수상자에게는 각 500만원, 공로상 수상자에게는 각 300만 원의 지원금이 수여된다. 이번 문화상 시상식은 10월 22일 시행됐고 작가상 수상자 5인의 전시는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한벽원갤러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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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3)

자연을 보는 예술가의 태도

닻 미술관 <Flow, 무아 경(無我 景)>

자연을 삶 속으로 끌어들여 승화시킨 작가 바바라 보스워즈와 내면의 풍경을 나타내는 김윤수 그리고 물속 생의 역동성을 표현한 웨인 레빈의 3인전 <Flow, 무아 경(無我 景)>이  10월 11일부터 12월 28일까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닻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바바라 보스워즈와 웨인 레빈은 협업 작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자연스레 이어진 흑백사진으로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3인 작가의 예술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자연에 대한 맹목적 찬미를 넘어 삶에 대한 작가들의 예술적 이해를 담고 있다. 전시와 더불어 10월 17일에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닻프레스 스튜디오에서 바바라 보스워스와 웨인 레빈과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해 작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닻미술관뿐 아니라 닻프레스 스튜디오에도 작품을 배치하여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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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김지은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가의 대화

북서울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전 <타이틀매치>

북서울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원로작가와 차세대 작가를 매치한 2인전을 진행한다. <타이틀매치전>의 첫 번째 전시로 원로작가 강은엽과 주목받는 젊은 작가 김지은을 선정했다. 두 작가는 세대는 다르지만 한 전시공간에서 대립하면서 한편으로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연출해 시대를 뛰어넘는 협업전시를 만들aaaa
전시는 두 작가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간다. 강은엽은 ‘나무와 함께 걷기’라는 주제를 내걸고 자연 속의 일상을 보여준다. 함께 살고 있는 개 10여 마리와 숲을 산책하며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기록했는데 청계산 계곡마을 근방에 사는 그에게 자연은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숲을 거닐며 자연의 생성소멸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숭고미를 작품에 담았다. 반면 레지던시를 옮겨 다니며 작업하는 김지은은 거주지를 이동할 때마다 예민한 관찰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도시_돌아보기’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과 벽제, 디트로이트와 뉴욕의 풍경을 통해 도시 속의 비일상적인 일상을 예리한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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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플랫폼 전경

참여작가 보이콧에 이은 행사 중단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 무산

지난 4년간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에서 분단과 평화를 주제로 전시를 펼쳤던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의 올해 전시가 결국 무산됐다. 본래 8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두 달 가까이 일정을 연기해왔다. 본래 예술감독이었던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이 직위해제된 상황에서 인천시의 참여 작가에 대한 지원이 보류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프로젝트를 주최한 인천문화재단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참여 작가 60명 중 20여명이 9월 30일과 10월 16일에 참여거부와 김윤식 재단 대표이사 사퇴 요구 성명을 냈다. 결국 10월 20일 조직위원회는 행사 중단을 공식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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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마 (1)

충남지역민의 문화예술 거점을 열다

아트센터 고마의 개관기념 특별전

백제의 고도(古都) 공주에 세워진 아트센터 고마의 개관기념 특별전〈  고마, 예술로 물들다: 다빈치에서 잭슨 폴록까지〉가 10월 22일 개막, 12월 10일까지 50일간 열린다. ‘고마’란 ‘곰’의 옛말로, 현재 아트센터가 위치한 곳의 옛 지명 고마나루에서 따왔다. 충남의 문화예술 중심지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지난 2014년 9월 25일 공식 개관한 복합문화예술센터 고마는 공주 한옥마을 옆 7만1294㎡ 부지에 연면적 6123㎡,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되었으며, 3개의 전시실과 7개의 세미나실, 수장고, 야외 전시장, 인공 호수 및 산책로를 갖추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미국 시카고 소재 로이드 신 갤러리(신성균대표)의 소장품 중에서 76점을 엄선하여 르네상스에서 현대미술까지 서양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회화, 판화 그리고 올림픽 예술판화로 나뉘어 구성된 1층 컨벤션홀에서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작품을 비롯하여 뒤러, 렘브란트, 르누아르, 모네, 마티스, 잭슨 폴록 등의 회화 원작을 감상할 수 있다. 판화 중에는 드가, 로트레크,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이 원판에 서명한 희귀본과 달리, 술라주, 타피에스 등 초현실주의와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돼 주목된다. 올림픽 예술판화는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공식 예술판화 사업권자였던 로이드 신 갤러리가 제작한 것들로 15개국 24명의 작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와 함께 10월 31일까지 특별전〈   환태평양 미술축제〉도 열려 동·서양의 현대미술을 비교 감상할 수 있었다. 충남 도민들은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거점 공간이 탄생했다며 깊이 있고 다양한 전시를 통해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대전=이정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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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애

나노입자에서 우주를 보다

이명애 개인전 <공존과 변이-이명애전>

세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들 사이의 공존과 변화의 관계를 고민하는 작가 이명애의 초대기획전이 10월 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실생활의 재료를 활용해 직접 제작한 캔버스를 사용해 자연의 생명력을 더했다. 가공하지 않은 다양한 매체를 혼성하여 자연스러우면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제주의 자연과 우주의 순환을 표현한 작품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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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촌미술관

남도의 정서와 예술의 기록

행촌문화재단 설립

평생을 해남과 장흥, 진도 지역 예술가들을 후원해온 미술애호가 고(故)행촌 김제현 박사. 행촌의료재단의 설립자였던 그는 지난 200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름없는 작가들을 후원하는 등 남다른 예술 사랑을 펼쳤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술인들은 그의 사랑채에서 몇 달씩 기거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고, 김 박사는 그들이 떠날 무렵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평생 낙으로 여겼다. 그가 그렇게 수집한 작품은 200여 점에 달한다.
행촌 선생의 아들인 해남종합병원 김동국 원장이 부친의 뜻을 계승해, 그와 함께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기 위해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을 설립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 인가를 받은 행촌문화재단은 10월 17일 해남종합병원 내에 행촌미술관을 개관하고 첫 전시로 고인의 예술 사랑과 삶을 의미하는 <인생-풍류가인(人生-風流佳人)전>을 개최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김 원장은 부친이 수집한 작품들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다가 지역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살펴보자며 올봄부터 행촌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해왔다. 재단 대표이사는 이승미 전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이 맡았다.
행촌문화재단은 미술관과 함께 해남 문내면 임하도에 있는 수련원을 작가 창작 레지던시 공간으로 꾸미고, ‘임하도 작업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도와야 한다”는 고인의 유지를 따라서다. 아름다운 낙조와 풍광을 자랑하는 우수영 인근 임하도 작업실은 4~5명의 작가가 입주해 작업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이중섭미술상 수상자인 서용선(전 서울대 교수) 작가가 지난 6월부터 입주해 현재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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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혜

고(故) 육영혜를 기억하다

《기억의 정원》 출간

지난 10월 6일 류가헌에서 열린 고(故) 육영혜 일주기 추도모임에 맞춰 지인들이 고인이 생전에 쓴 글을 모아 책을 출간했다.
기억발전소 공동대표이자 사진전문 잡지   《   포토넷》 편집장을 엮임하며《   포토넷》에 게재한 ‘에디터스 레터’, 기자로 썼던 ‘애프터 노트’를 비롯해 외부 기고 등 사진에 대한 열정이 담긴 글을 엮었다. 더불어 그를 그리워하는 지인들의 추모 글을 엮은 부록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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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감만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리는 주민 참여형 축제

감만아트페스티벌 개최

부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문섭)이 운영하는 감만창의문화촌에서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감만아트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감만아트페스티벌은 주민 참여형 축제를 표방해 준비 단계부터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했다. 패시티벌은 감만동 거주 할머니들로 구성된‘감만할매 합창단’과 시민 문화예술동아리의 합창공연, 감만창의문화촌 입주 예술가들의 콘서트로 막을 올렸다.
전시작 중에선 감만창의문화촌 운동장 전체에 걸쳐 설치된 리사이클링 아트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동천초등학교 교실에서 나온 폐자재를 재활용해 지은 상상오두막집, 헌옷을 이용해 만든 만국기와 털실 옷을 입힌 나무, 페트병 트리와 수직정원 등 주민과 함께 만든 작품이 건물과 운동장 곳곳에 설치되었다. 야간에는 작품에 조명이 더해져 감만동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외에도 감만동 추억의 사진전과 음악다방, 예술시장과 더불어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한편 감만창의문화촌의 두 번째 오픈스튜디오〈   감만사계〉도 같은 기간에 열려 방문객들이 더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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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도

문명을 반영하는 고지도

계간 《고지도》창간

고지도를 다룬 대중 잡지가 출간되었다. 창간호 기획으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다루고 모사 축쇄본을 제작했다.
《   고지도》를 제작한 티미카코리아의 김태진 대표는 “국제지도수집가협회 한국 대표로 타 국가에 비해 고지도 확보 수준이 뒤처지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도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고취시키고, 국문뿐 아니라 영문 기사를 상당부분 작성함으로써 세계에 우리 고지도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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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3)

신생 미술관 | 이상원미술관

“자연 속에 들어선 예술과 치유의 공간”

강원도 춘천 화악산 자락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아늑한 봉우리를 마주하고 계곡이 흐르는 면을 따라 서있는, 전면이 유리로 된 둥근 모형의 건물은 산을 오르는 중턱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엠아이건축의 안병호 소장과 토아건축의 윤태주 대표가 설계·시공한 이 건물은 안과 밖이 모두 유리로 지어졌다. 설계자들은 건물의 둥근 면을 캔버스 삼아 자연을 담았다고 한다. 한폭 그림처럼 자연과 동화된 이곳은 이상원 작가(위 사진)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60여 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따 세운 이상원미술관이다. 1952년 춘천에서 서울로 온 이상원은 약 20년간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했다. 1960~7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에 숱한 극장 간판을 그린 그는 세밀하고 독특한 필치의 인물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중 1970년 건립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영정초상 작업을 맡은 것을 계기로 그는 상업초상화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인물묘사에서 보여준 그만의 탁월한 감각에 매료된 이들로부터 초상화 의뢰가 쇄도했다. 한동안 많은 이의 상업초상화를 그리고 수많은 그림을 판매하며 경제적인 성공가도를 걸었지만 내면에서 순수예술에 대한 열정이 끓어올랐다. 결국 1970년대 중반 돌연 상업화 그리기를 중단하고 예술작품 세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예술세계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존경해온 아들 이승형은 아버지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갤러리 상’을 운영하며 미술관 설립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해 나갔다. 세계 미술관의 운영 방식과 전시형식을 조사하며 새로운 형식의 미술관 건립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쳤다. 2000년부터는 작가의 고향인 춘천을 포함한 강원지역 일대를 답사하며 부지를 물색했다. 그렇게 면밀히 살펴본지 10년 만에 미술관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상원미술관은 이상원의 초기작부터 미발표된 근작까지 총 60점을 선보이는 〈버려진 것들에 대한 경의〉로 전시의 문을 연다. 그의 대표적인 연작 〈시간과 공간〉〈동해인〉〈영원의 초상〉과 미발표작인 〈대자연〉까지 높이160cm가 넘는 대작이 대부분이다. 그의 작품은 화악산의 넓은 자연과 어우러져 압도적인 감흥을 준다. 이상원 미술관 큐레이터 신혜영은 “앞으로 이상원 작품 전시뿐 아니라 예술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한국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도 기획하려 한다. 특히 강원 춘천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할 예정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1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상원미술관은 넓은 부지에 미술관 건물 외에도 작가 스튜디오, 식당, 숙박시설 등의 부대시설을 겸비했다. 사립미술관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대규모의 공간이다. 이상원미술관은 단순히 전시만 보는 곳이 아니라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자연 속에서 문화를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 공간으로서 단단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춘천=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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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화랑 (3)

한국적 종교화를 그리다

방오석·방학기의 성작 도예·성화 전시 열려

38년간 한국적인 성화를 그려온 방오석과 10년 이상 흙과 먼지로 아름다운 도예를 빚어낸 방학길이 함께 회화와 도예를 선보이는 전시가 열렸다.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평화화랑에서 개최된 이 전시는 고모와 조카 사이인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작품 세계를 발전시켜 간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방학길 신부는 1994년 수도회 총원장을 역임하며 성소후원회를 발족시킨 후 20년간 성소자를 양성해왔다. 이들은 “이번 전시의 수익금을 수도회 성소후원회 발전기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히 방오석의 경우《   한국의 성화》 2집 발간을 기념하는 전시로서 그 의미가 새롭다. 서구 성화와 구별되는 토착화된 모습으로 한복을 입은 성모와 아기예수를 그린 그의 성모자상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오석은 1938년 강원도 풍수원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회화과와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청전 이상범, 철농 이기우에게서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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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1)

한이 서린 그곳, 상처를 어루만지다

2014매향리 평화예술제 <보다전> 열려

50여 년간 미 공군 폭격연습장(쿠니사격장)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포화소리는 9년 전에 멎었고 그로 인해 미군반환부지를 매향리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인 가운데  ‘매향리 평화예술제’가 열렸다.
전시는 <보다전>으로 명명됐다. 참여 작가들은 10월 6일부터 이곳에 머물며 50여 년간 총소리와 매연, 공포에 시달린 주민들의 상처를 달래는 설치작업을 진행했고, 10월 17일 전시가 공식 개막했다. 바깥미술회와 초대작가 등 총10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주민과 작가 사이 소통과 공동작업을 통해 예술로서 치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작가들이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에도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개막 이후 이곳을 관리하는 국방부와 화성시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시장 접근이 아예 금지되었다. 시장이 참여해 개막식을 치렀지만 결국 이같은 상황이 벌어져 이래저래 작가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좋은 취지로 열린 전시가 행정절차 문제로 전시관람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았다.  화성=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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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주

고전의 새로운 맥락을 열다

장용주 개인전 <Beyond the Vestige>

한국고전을 차용하여 고전적 방법과 동시대적 감성을 연결하는 작가 장용주가 9월 11일부터 21일까지 아트링크에서 개인전 <Beyond the Vestige>를 열었다. 전통과의 단절로 불안해하는 현대인에게 장용주의 작품은 극복과 치유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아크릴 표면에 전동드릴로 흠집을 낸 스크래치 기법, 에폭시패널 스크래치가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그림자의 사용이나 겹겹이 칠하고 스크래치하기를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서 쌓이는 역사적 층위를 캔버스에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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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진4

정신과 물질의 관계연구

정성진 개인전

작은 사각형을 합치는 작업으로 사물의 근본과 절대성을 상징하는 작가 정성진의 개인전이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년간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는 회고전 형식을 취했다. 외형적으로는 단순한 사각의 반복으로 보일지 모르나 감각적인 색과 풍부한 그라데이션으로 합쳐진 사각형의 조화는 음과 양, 연과 바람, 정신과 물질 등 생과 예술에서 깊은 의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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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옹 (1)

관계를 사유하다

서양화가 양해웅 개인전

서양화가 양해웅이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덕대 아정미술관과 10월 11일부터 31일까지 고흥 도화헌미술관에서 연이어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는 오랫동안 금속,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구조체를 만들고 표면에 회화를 입히는 방식을 구사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관계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추상적 언어로 담아낸 <관계의 사유> 시리즈 등 지난 수년간 제작한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양해웅은 중앙대 회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여수미술협회장을 역임하고 한국미술협회 이사와 에뽀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ditor’s Letter]

오래된 것이 좋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이다. 지금처럼 계절이 바뀔 무렵 풍경을 표현할 때 아주 적절한 수식어가 있다. 평소에 자주 쓰지는 않지만 조금씩, 틈틈이, 점차, 천천히, 차츰차츰 같은 뜻을 지닌 ‘시나브로’가 그것이다. ‘시–나–브–로’라고 발음할 때 오물거리게 되는 입술 모양새도 예쁘고 듣기에도 참 달콤하다. 받침 없는 글씨 또한 정감이 간다. 계절 뿐 아니다. 가끔씩 집에 있는 화분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고 거기에 매달린 이파리가 미세하게 넓어진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고양이에게 시달리면서도) 요란하게 티내지도 않고 묵묵히 꿋꿋하게 시나브로 저 혼자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약하게만 보이는 식물의 생명력이야말로  웬만한 동물을 능가한다.
이렇게 ‘시나브로’는 무엇보다 ‘자연’의 법칙과 섭리를 설명해주는 적절한 말이다. 새삼스레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새국어사전》에서 ‘자연’의 뜻을 찾아봤다. “①사람의 손에 의하지 않고서 존재하는 것이나 일어나는 현상(산·강·바다·동물·식물·비·바람·구름 따위) ②사람이나 물질의 본디의 성질. 본성(本性) ③철학에서, 인식의 대상이 되는 외계(外界)의 모든 현상을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더라. 나는 이런 자연을 동경하고 좋아한다. (다른 의미일지는 몰라도) 삶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자연스러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막상 세상을 살다보면 맘처럼 그렇지 못하다. 자연스럽기는커녕 부(不)-자연스런 경우가 훨씬 많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에 틀림없지만 현실에서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고 거역하며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 자연재해도 무섭지만 인간이 더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인사동 밤거리에서 눈에 익은 건물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1990년대 중후반 특히 동양화가들의 전시공간으로 각광 받았던 공평아트센터가 있던 건물이었다. 약간의 술기운도 있었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그 커다란 건물이 통째로 철거됐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적이었다. 서울에서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너무 쉽게 없어지고 너무 빨리 사라진다. 뭐든지 한곳에 진득하게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게 없다. 카페, 술집, 갤러리, 사람… 다 마찬가지다. 인사동에선 이제 관훈갤러리와 부산식당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세상이나 사람이나 모두 자연처럼 시나브로 변해갈순 없는 것일까? 나는 오래된 것이 좋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김연수(왼쪽 벽면 시계 없애주세요)김연수  소설가

소설가는 대개 부지런하지만 특히 성실한 작가로 알려진 그는 평소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는 안지미 이부록과 협업해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 오프닝에 맞추어 김연수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갤러리를 방문해 깊은 첫인상을 남겼다. 디자이너 안지미와는 동갑내기로 1990년대 말《  출판저널》 기자였을 당시 안지미가 잡지 디자인을 맡으면서 알게 된 오랜 인연이라고. 대표적인 저서로 소설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등과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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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렬김옥렬  2014강정대구현대미술제 전시감독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2014강정대구현대미술제>를 알차게 이끌었다. 디아크 내부에 설치된 전시과정 소개 기록사진, 영상 속 작가와의 인터뷰 모두 발로 뛰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매사에 중립적인 편이지만 전시기획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취재차 만난 그녀는 숨 쉴틈 없이 이번 전시기획에 대해 설명했고, 한국현대미술 현장의 이모저모에 대한 열변을 토했다. 그녀가 하는 미술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전시를, 그리고 블로그를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현재 아트스페이스펄과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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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강홍구  작가

사진작가이자 글 쓰는 작가.《  미술관 밖의 미술이야기1,2》 《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외 꾸준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언제 사라질지 모를 한국의 풍경을 렌즈에 담아 <녹색 연구>, <그집> 시리즈 등을 발표했고 수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2014>의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어에 그가 먼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고향인 신안군 섬마을의 추억을 담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전시를 풀어낸 맛깔난 그의 글이 독자들과 교감될 수 있길 바란다.

 

 

 

 

 

[Column]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이다

20세기 미국 추상미술계 우상인 작가 프랭크 스텔라는 자기의 회화작품을 설명하면서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이다(What you see is what you see)”라고 말했다. 이 명언은 한편으로 그의 회화가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즉 그의 회화가 제시하는 것은 화면의 바깥세계에 실재했던 혹은 실재하는 (관객이 직접 경험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화면의 형식 자체가 투명하고 실제적인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매체가 곧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다른 한편 그 명언은 ‘우리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본다’라는 인식론적인 명제도 의미한다. 즉 화면의 현실 자체가 관객의 관점과 관심에 따라 특수하게 지각된다는 뜻이다. 이 지각의 한계는 곧 하나의 현실을 놓고 상반된 두개의 현실을 재구성할 수 있는 모순의 근원이다. 따라서 그 명언은 그 모순을 극복하고 두 현실의 공존과 화합의 장을 이룩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요청을 암시한다.
예술감독 선정 과정에서 물의를 빚었던 부산비엔날레가 8월 20일 드디어 개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공정하게 선정되었다고 구설에 오른 그 예술감독이 자국 프랑스 문화권 출신 작가들을 대거 선정하여 또 한 차례 물의를 빚고 있다.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렇다 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감독 선정이야 행정적인 문제로 보고 그 선정절차와 규정을 재검토해 오해의 여지가 없게끔 말끔하게 정리하면 되겠지만, 감독의 작가 선정은 까다로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와 전시기획자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미술의 근본적인 대전제에 연루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서 예술감독에게 각국의 작가 수를 고르게 맞추어 달라고 주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올해 부산비엔날레가 ‘프랑스판 비엔날레다’라는 지적은 정당하다. 그 지적은 부정적이지만 그 자체로 부산미술계의 건강한 상태를 시사한다. 그러나 그 지적이 부산미술계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지 분열의 무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프랑스 문화권에서 다수의 작품이 선정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조건들을 확인해야 한다. 우선 전시기획의 개념을 검토해봐야 하고, 또 그 외의 조건들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편중된 작가 선정 결과만 놓고, 프랑스 예술감독의 ‘정치적 발상’이라거나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문화사대주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단편적이다. 더욱이 ‘비엔날레를 볼 필요가 없다’라든지 ‘비엔날레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식의 ‘전부가 아니면 제로(all or nothing)’라는 극단적인 태도는 궁극적으로 우리 미술계 발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술은 스스로의 생성조건을 드러내고 그것을 생산한 사회와 시대를 반영한다. 미술작품도 그렇고 미술작품들을 발표하는 전시도 그렇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협소하게는 부산미술계, 광범위하게는 우리 미술계와 우리 사회, 나아가서 동시대미술의 편향적이고 승자독식적인 성향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동양 지역에 편중되거나 서구지향적인 부산비엔날레가 될 것이라는 예고는 이미 물의를 일으킨 ‘공동 감독론’에서 명백히 경고되었었다. 보도된 공동 감독론에서 ‘서구지향적’이란 용어가 ‘프랑스판’을 의미한다는 구체적인 지표는 없었다. 아무튼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그 경고의 긴박성은 충분하게 전달되지 않았고 부산지역 미술인들은 그 예고를 무시했다. 결국 그 예고는 현실로 다가왔고 현재 부산지역 작가들은 부산비엔날레 ‘파행’의 대안으로 새로운 트리엔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 트리엔날레가 대결의 경쟁심리에서 나온 발상이라면 이 역시 승자독식적인 자세를 의미한다. 비생산적인 대결의 상황보다 생산적인 화합의 장을 구성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지난 20여 년간 한국은 경제면에서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제 문화적으로 발전해야 할 단계이다. 이 과제는 한국의 작가들과 큐레이터들, 예술행정가들에게 성숙함을 요구하고 세계 동시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승자독식이라는 동시대미술의 극단적이며 경쟁적인 대립 성향은 지난 20세기 냉전시대의 특수한 산물이다. 21세기 한국에서 그런 구태의연한 자세와 미학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동시대미술의 성향을 개선하는 일에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작가들이 세계 동시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헌들 중의 하나이다. 2014년 부산비엔날레는 신자유주의의 허점을 보완하고자 글로컬 개념으로 포장된 미학이 현재 부상하고 있음을 우리 눈앞에 엄연히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컬 미학 역시 과거 냉전미학의 사고방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냉전미학에 마침표를 찍고자 하는 우리는 그 미학을 직시하고 그 미학의 맹점을 간파해서 보완하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미학을 탐색해야 한다. 즉 동시대 미술을 힘의 논리에 입각한 대립의 시각이 아닌 상생의 논리에 입각한 화합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냉전의 유산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대결논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대결논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세계시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그 대결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잠재력을 개화시킬 수 있는 도상에 서 있음을 지각해야 할 것이다. 이견이 많은 2014년 부산비엔날레와 <무빙 트리엔날레>의 생성을 새로운 화합의 미학을 개척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즉 우리는 갈등이 아니라 미래에 다가올 화합의 싹을 지금 여기서 적나라하게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비엔날레를 혁신할 동력을 부산미술계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행길・뉴욕 코리아아트포럼 공동설립자 겸 디렉터, 독립 큐레이터

[Hot People] 큐레이터 JEAN-LOUIS FROMENT

달콤한 덫에 사로잡히다

<문화 샤넬전>을 진두지휘한 큐레이터, 장 루이 프로망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7년 모스크바의 푸슈킨 미술관을 시작으로 2011년 상하이, 베이징 그리고 2013년 광저우와 파리를 거쳐  8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문화 샤넬전>을 기획한  인물이다.  올해로 6번째 전시를 기획하다 보니  그는 누구보다 샤넬을 깊이 연구하고 탐구한 명실공히 샤넬의 삶과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다.   지금까지 이어진 <문화 샤넬전>은 가브리엘 샤넬이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거대한 주제는 일맥상통하지만 그 소주제와 전시에서 보여주는 자료들은 전시가 열리는 도시마다 다르게 꾸며졌다. 동대문디자인 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리는 <문화 샤넬: 장소의 정신전>은 샤넬에게 의미가 깊은 장소 10곳을 선정해서 샤넬의 패션, 주얼리, 시계, 향수 등의 창작품들과 함께 500점 이상의 다양한 사진, 책, 예술작품 등을 선보이는 기존 전시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인물보다 장소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샤넬을 중심으로 한 당시 미술가와 문학가들의 유럽 문화계 네트워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장소를 테마로 정한 것에 대해 장루이 프로망은 “샤넬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아직까지 이 장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 장소성이 깃들어 있기때문”이라고 답했다. 장소성을 보여주는 전시이기에 전시장소 를 신경써서 선택했다.  DDP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건축한 DDP는 건축가의 선정부터 개관 이후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비록 DDP가 다양한 시각으로 읽힐 수 있지만 경계를 무너뜨리고 혁신적인 시각문화를 창출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샤넬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언급했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독특한 공간의 문을 열고 전시장에 입장하면 무척이나 어둡다. 그곳에는 노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투명한 유리 쇼케이스들이 반듯이 정렬되어 있다. 서랍장 같은 쇼케이스에 놓인 그림 및 사진자료는 대부분 누워있다. 오브제와 관람객 간의 거리를 줄이려는 시도다. 그래서일까.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은밀하게 펼쳐진다. 장 루이 프로망은“보물상자 속의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한 샤넬이 살던 공간의 내부 조명이 황도 빛이 나는 따뜻한 조명이이서 그 느낌을 살리고자했다”고 설명했다.
장 루이 프로망은 <문화 샤넬전> 외에도 <장 누벨의 건축전> <르 몽드 장 폴 고티에전> 등 패션과 건축을 다루는 매체 간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전시를 꾸준히 기획해왔다. 이에 대해 그는 “모든 예술가는 자기 안에 상반되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며 “여러 형식을 연결시켜 관람객이 하나의 인물, 사물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함께하는 장르들에 정당성이 늘 확보돼야 한다”며 크로스오버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샤넬에 빠져 살면서 향후 프로젝트를 계획하기 힘들다는 그는 주변에서 “샤넬 전시를 진행하면 달콤한 덫에 빠질 것”이라던 말을 절실히 느끼고 즐기고 있다. 임승현 기자

장 루이 프로망은 보르도 현대미술관의 설립자로 관장을 지냈다. 다수의 국제 전시와 대학 강의 및 출판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기획자다. 1990년과 1994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 파빌리온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바르셀로나 카이사(CAÏXA) 컬렉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고문을 지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르 몽드 장 폴 고티에전>, <패션의 열정 – 패션의 100년전>, <장 누벨의 건축전> 등 패션 또는 건축 관련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문화샤넬전>으로 총 6회의 전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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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전시장 전경(사진제공 CHANEL)

 

 

[Sight & Issue] 2014 강정대구현대미술제

대구현대미술의 발판을 넘어

<강정대구현대미술제>가 어느덧 3회를 맞았다. 2012년 물문화관 디아크(The Arc)와 시민공원이 강정고령보 근처에 자리 잡으면서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첫발을 내디뎠다. 거대한 활 모양의 디아크가 위용을 뽐내는 문화공원 일대는 첩첩이 둘러싼 산을 배경으로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이루고 있다. 올해 <강정대구현대미술제>는 지난 8월 하순 ‘강정에서 물·빛’이란 타이틀로 개막해, 9월 21일까지 성황을 이루며 거의 한 달간 진행되었다.
미술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1970년대 바로 이곳, 강정의 낙동강가에서 펼쳐진 <대구현대미술제>를 기억할 것이다. 1970년대 이강소, 이건용, 김구림, 박현기, 최병소 등 주로 대구 출신 젊은 작가들이 국제미술계의 선진적 경향을 수용하여 한국미술에 ‘아방가르드’의 작위를 부여했다. 미술관 밖에서 벌이는 퍼포먼스나 이벤트, 설치미술, 개념미술은 1970년대 뉴욕에서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새로운 충격이었고 예술적 반란이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그것도 타블로나 오브제 위주의 전통미술 방식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져갈 개념예술 형식으로 선보였다는 것은 지금도 대구미술인들의 예술적 자긍심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강정에서 물·빛’에 출품된 20여 점의 작품은 디아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원 곳곳에 위치하면서 나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정이라는 장소가 지닌 역사성과 공간성의 무게도 만만치 않거니와, 디아크 문화공원에 장소특정적으로 설치된다는 조건 때문에 참여 작가 대부분은 전시 주제만큼이나 장소의 역사성을 의식한 것 같다. 출품작 중 다수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급성장하던 시절을 오늘에 비추어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술문명의 상징인 디아크와 지금은 섬처럼 떠있는 옛 토지 사이의 공간에 사직단을 쌓아 현대적 제식 행위를 한 김광우, 농경지대였던 강정이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변화한 모습을 반추하며 강정자리라는 별자리를 설치한 차현욱, 팝송가사를 차용하여 아방가르드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과 더불어, 변화한 강정 강변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김승현, 디아크의 초현실주의적 형태와 대조적인 원초적 형태의 알을 세 가지 다른 재료로 제작하여 산업시대 ‘백일몽’의 표상인 디아크를 배경으로 설치한 황성준 등은 시간의 간격만큼 변모해온 강정과 한국사회의 모습을 반성적으로 돌아본다.
그런가 하면 과거보다는 현재에 방점을 두고 지금 여기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고찰하는 작업들도 꽤 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타인의 피를 섭취하며 생존하는 일군의 모기들로 추상화한 강대영이나, 대지의 기운을 흡수함으로써 거대하게 자라난 말의 역동적인 형상을 통해 욕망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질주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황우철은 다소 직설적으로 동시대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이에 비해 간접적인 표현방식을 택한 나현은 디아크 뒤편에 네 개의 환기장치를 설치했는데, 인공적 아름다움을 지닌 시민공원 뒤편에 감춰진 자본주의적 욕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술회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현대인의 모습을 5미터 상공의 나룻배에 앉은 피노키오의 모습으로 표현한 김봉수와, 일견 꽃처럼 보이는 화분들을 채우고 있는 현대적 건축재료 콘크리트의 양면성에 주목한 최두수도 우회적인 방식을 취해 동시대 한국사회의 단면들을 꼬집는다.
2012년의 ‘강정랩소디’와 2013년의 ‘강정가다’에 이은 ‘강정에서 물·빛’은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의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행사들이 단기간의 이벤트적 성격을 띠었다면, 이번에는 주제의식을 지닌 꽤 안정된 전시행사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동식물을 막론한 모든 유기체는 물과 빛이 없다면 탄생할 수도 생존할 수도 없다. 참여 작가들은 모두 제 나름의 방식으로 ‘물과 빛’의 화두를 장소성과 어우러지게 구체화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가령 조숙진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강렬한 영상을 장소특정적 설치를 통해 보여주었고, 김성수는 마치 풍향계처럼 강바람을 따라 회전하는 채색 나무조각들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상처와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한국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대구현대미술제>가 부활하고, 성공적인 전시행사로 진행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반가움과 함께 아쉬움도 없지 않다. 비록 달성문화재단이 지원하는 공공 문화행사일지언정,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러 우리는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들과 전혀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다 할지라도, 역사적 의의가 큰 이 미술행사가 과거 선배들의 실험성, 도전성, 급진성을 계승할 방법이 없을까? 1977년 <대구현대미술제>에 국내외 2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창조의 열정을 불살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의 <강정대구현대미술제>는 다소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이제까지 개최된 <강정대구현대미술제>의 진화 단계를 돌아보며 이런 아쉬움을 잠시 유보하고, 앞으로 미술계에 던져줄 신선한 충격을 기대해 보고자 한다. 강미정·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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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철 <세속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욕망은 진화한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