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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의 확장 – 경험의 가치를 넓히는 공간

엘리펀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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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늘 새로운 것을 앞서 제안한다. 우리가 예술을 보고, 듣고, 느끼는 방법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플랫폼을 벗어나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예술을 단순히 ‘디지털 아트’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 블록체인, 4차산업혁명,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예술은 그 가치와 경험을 확장하는 단계로 이미 진입중이니까. 데이터 아카이빙과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엘리펀트 스페이스의 등장도 그 지점 어디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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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가장 큰 뮤지엄

 

  

엘리펀트 스페이스는 망원동에 위치한, 20평 규모의 자그마한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으로는 책과 굿즈를 전시한 ‘굿즈 월’이, 오른편으로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겸 데스크가 전부처럼 보인다. 하지만 검은 철문 입구인 ‘큐리어스 큐브’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큐리어스 큐브’는 인터렉티브 아트, 퍼포먼스, 공연, 강연 등 모든 창작활동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공간이다. 선명한 고화질의 대형 캔버스와 고퀄리티의 사운드 시스템은 가상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는 네트워크 기술과 만나 이 공간을 하나의 우주로 만든다. 이 작은 미술관 안에서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디지털적 상상이다. 엘리펀트 스페이스는 이 검은 큐브를 관람객이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왔다. 개관전 <띵스 뮤지엄>에서는 전세계 뮤지엄 컬렉션을 들락거리며 희노애락을 느끼도록 했고, <들숨날숨-요가와 모닝커피>에서는 맵핑한 자연과 예술 작품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밤이 깊어질 즈음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함께 보면서 고독한 도시를 마주하기도 한다. 엘리펀트 스페이스는 아카이브를 베이스로, 관람객의 경험을 이끌어내는 곳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관람 경험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 주요한 비전으로, 전시와 공연 퍼포먼스,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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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하는 미디어 경험

엘리펀트 스페이스를 보고 나면 이 공간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2016년 설립한 레벨나인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그래픽 디자이너,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아키비스트 등이 뭉친 디지털 전문 회사다. 디지털 아카이빙을 베이스로 기술과 물리적인 공간을 융합하는 것이 이곳의 모태였던 셈. 레벨나인은 서울시립미술관의 ‘백남준 버추얼 뮤지엄’ 프로젝트를 통해 백남준의 생애, 작품 등의 데이터를 프로그램화 했고(2017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 1주년 기념전 에서 개관 전후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관의 행적과 미래를 가늠하는 전시(2016년)를 선보였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을 재현한 <프레스코부터 가상현실까지(From Fresco To Virtual Reality)>(2016년)는 권위있는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7’에서 ‘인테리어 아키텍쳐-전시’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작품의 재현을 넘어 다면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몰입형 체험’을 이끌어냈다는데에 큰 평가를 받았다. 처음부터 단순 재현보다 새로운 공감각의 경험을 목표로 했기에, 오리지널의 오라(Aura)과는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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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다큐멘터리 전시, 죄의 정원

올해 6월, 엘리펀트 스페이스는 개관 1주년을 맞아 기념전 <죄의 정원>을 선보였다. ‘아트 다큐멘터리’를 키워드로하는 시리즈 프로그램의 첫 번째 프로젝트기도 하다. 전시는 ‘죄를 누가, 무엇으로 분류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출발한다.  죄를 ‘분류’ 행위가 낳은 산물로 보고 선과 악을 나눈 세계관을 다시 들여보자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 1450~1516년)를 소환했다. 보쉬가 구축한 선과 악의 세계인 <쾌락의 정원>은 죄악에 대한 교훈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선과 악 이분법적인 관점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상상과 재해석을 바탕으로 개인 혹은 집단의 관점을 담았다. 죄는 어쩌면 ‘분류’라는 장치를 통해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안전장치일 수 있다. 죄의식과 도덕관념은 이미 니체(Nietzsche, 1844~1900년)가 폭로하였고 철학자들은 죄의 기준이 흔들릴 때 새로운 세계가 등장할 것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 역시 촘촘히 짜여진 분류와 낙오, 안전장치의 매트릭스이다. 그 시스템에 대한 실마리를 보쉬가 줄 수 있을까? 레벨 나인의 프로젝트 그룹인 프로젝트-레벨나인(Project Rebel9), 식물상점, 문정민(밴드 이상의 날개) 세 팀은 보쉬의 세계를 각자의 방법대로 재해석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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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전시장에 들어가 마주하는 것은 대형 스크린에 비친 보쉬의 제단화다. 양 옆에 비치된 대형 거울은 작은 공간을 더욱 확장시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가운데 설치된 설치 작품은 <포스트 아틀라스>, 끊임 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팩스 용지같은 두루마리 종이에 올려진 미니 피규어들 무리는 각각의 세계를 상징한다. 기계는 계속 움직이며, 결국 피규어들을 세상 밖으로 밀어낸다. 하나 둘 툭툭 떨어지는 조형물들은 파괴된 세계다. 동시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로 상징되는 기계 팔은 새로운 피규어 무리들을 하나씩 컨베이어로 데리고 온다. 이미 입력된 시스템에 의해 지면에는 그들이 속한 세계를 그려낸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세계는 조금씩 밀려 아까와 같은 수순을 밟는다. 거대한 팔과 컨베이어에는 작은 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어 이 세계의 출몰을 찍어 화면으로 송출한다. 섬뜩한 감시의 눈이다. 프로젝트-레벨 나인은 이 작품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에 주목한다.

화면에 비친 <쾌락의 정원> 역시 프로젝트-레벨 나인의 프로젝트로, 관람객은 공간에 각각 놓인 3권의 책을 열람하여 직접 작품 속 44개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책 속 아이폰의 화면을 움직이면 전면 프로젝션이 움직이는 형태다. 생생한 화질 덕분에 작고 복잡한 보쉬의 그림을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공간 안은 보쉬의 그림 속 식물을 재현한 식물상점의 ‘그림 정원’과 문정민 작가의 사운드 작업으로 더욱 풍부하게 꾸려졌다. 식물상점은 낙원, 지상 쾌락, 지옥의 식물들을 관찰하여 유사점이 있는 식물을 전시했고, 문정민 작가는 보쉬의 정원을 비물질의 소리의 형태로 표현했다. 태초의 어둠에서 빛이 만들어지고 빛이 다시 어둠으로 향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전시의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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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엘리펀트 스페이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 459-4

매주 월요일 휴관

운영 시간: 15:00 ~ 21:00

www.elespace.io

페이스북: www.facebook.com/elephs

인스타그램: @elephantspac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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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전시명 | 죄의 정원 : Garden of Sins

일시 |  2018.6.7(목) – 6.30(토)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 엘리펀트스페이스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 459-4

후원 | 서울문화재단

참여작가 | 프로젝트 레벨나인, 식물상점, 문정민(이상의날개)

전시관람료 | 5,000원

전시기획 | 김선혁, 김정욱

예매 | 엘리펀트스페이스 홈페이지  (www.elespac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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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글 |  이소진 (sojin.chlo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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