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백순실 – 보이는 소리, 들리는 색

백순실  __  보이는 소리, 들리는 색

금산갤러리 5.28~6.20

같은 땅에서 한 해 두 번 농사짓는 일이 ‘그루갈이’다. 백순실의 작업을 떠올리면 그루갈이가 생각난다. 그가 캔버스로 도모하는 일을 경작에 견주어 보자. 가을 벼를 거두면 밀과 보리를 심고, 서둘러 푸성귀를 장만하거나 가욋일로 찻잎을 건사하고 꽃모종을 옮길 때까지, 백순실의 손놀림은 쉴 새 없이 재바르다. 심고 기르고 거두는, 그 지루한 노동이 일상화됐다. 그의 근면은 캔버스에 심은 실팍한 정성과 짝을 이루는데, 작가의 이름조차 ‘순직하고 참되다’는 뜻인 ‘순실(純實)’이다. 그의 성심은 지인들이 두루 인정하는 바여서 명실상부한 됨됨이가 작품에서 애쓴 흔적이 묻어나는 모양새와 여무지면서도 맵시로운 짜임새로 기어코 나타났을 테다.
하늘이나 땅에 대한 작가의 체화된 미더움은 이번 전시작에서도 한결같다. 머금은 침묵과 떠도는 지향, 또는 갈앉힘과 솟구침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작품들의 표정에서 감이 잡힌다. 미술의 해묵은 소재로 하늘과 땅, 자연만한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작가가 그 뻔하디뻔한 상투성의 병통에서 일찌감치 벗어난 데는 까닭이 있다. 선현의 가르침에 나오듯, 하늘과 땅은 비록 해묵었다 해도 끊임없이 새것을 낳고 나날이 새것을 기르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된 것이 가지는 겉치레에 물들지 않고, 새로운 것이 빠지는 허황됨에 혹하지 않는 것이 창작자의 숙원인바, 여느 작가처럼 백순실도 그쯤은 알고 있다. 그는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의 함의를 따진다. 하늘과 땅은 변치 않는 것으로 변하는 것을 만든다. 그의 화면에서도 느껴진다. 낯익은 것이 낯설고, 늘 보이던 것이 새로 보인다. 굳건한 작가의 항심(恒心)은 거기서 찾아야 한다.
음악에 부치는 백순실의 순정은 도탑다. 출품작들은 아스라이 사라진 선율을 붙든다. 화포에 깃든 선율이 꿈을 꾸고, 씨를 뿌리며, 꽃을 피운다. 그의 화포는 당연히 ‘연주되지 않은 악보’를 넘어선다. 그가 그린 베토벤 교향곡 6번을 보자. 아늑한 평화 그리고 요동 뒤에 오는 관조와 명상은 이 교향곡의 밑가락이 된다. 작가는 특유의 장기인 구성적 긴장미를 부러 외면하면서 들뜨리만큼 쾌활한 붉은 색조와 깊숙한 녹음의 포치를 선보이는데, 이것이 소리마디를 내키는 대로 조율하는 발랄함으로 ‘전원’의 지평을 낭만적으로 바꾸는 구실을 한다. 이와 다른 게 말러의 교향곡 1번을 그린 작품이다. 통제된 아름다움이 앞장선다. 이 작품은 말러리안들이 흔히 말하는 ‘치유로서의 말러’를 설핏 떠오르게 한다. 하늘은 연분홍빛, 수많은 공기방울이 흔들리며 반짝인다. 땅은 어두운 갈색, 허투루 쌓은 구조 아래 꿰맨 자국이 선연한 바닥이 보인다. 꿰맨 곳과 쌓은 곳, 그 사이에 노란색의 가느다란 가로대가 자리 잡았다. 붉고 푸른 색실이 그 속에서 꼼지락거린다. 그것은 캄캄한 땅속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인가. 말러 음악은 ‘압력솥처럼 짓누르는 현대사회에서 개성을 회복하려는 자의 안간힘’을 북돋운다고 흔히 말들 하는데, 백순실의 화면에 내재한 극복의 전조는 견인주의(堅忍主義)의 경건성에 가깝다.
백순실은 온갖 재료를 품는다. 화산석이나 커피, 매트 미디엄과 석고까지 동원해 바탕이 바탕답게, 땅의 켜가 결이 되도록, 버무리고 주무른다. 체취가 바탕에 스미어 그림이 뼈와 살이 되는 느낌을 기원하는 것일까. 음악을 빚어도 전기적 펄스나 음향적 비트에 기대지 않고 날숨과 들숨, 걸음나비의 생체적 리듬을 실을 줄 아는 백순실은 드디어 말한다. “바보야, 문제는 농사가 아니라 그림이야.”

손철주・학고재 주간

 

[Review] 이재삼 – 달빛, 물에 비치다

이재삼  __  달빛, 물에 비치다

갤러리 아트사이드 6.10~7.2

이재삼 개인전 <달빛, 물에 비치다> 연작은 달빛과 물에 비친 사물과 그 흑백의 경계를 검은 톤의 목탄으로 교교하게 표현한다. 교교하다는 것은 희면서 검고 검으면서도 밝은 사물의 어떤 정서적 순간을 지칭한다. 이 사물의 부드러운 드러남, 인간적인 정념, 자연에 대한 직관은  낭만주의를 상기시킨다.
<달빛> 연작에서 이목을 끄는 작품은 거대한 폭포 아래에 흰빛으로 부서지는 물결을 바라보는 뒷모습의 사람형상이다. 작품에서 연상되는 도상은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를 들 수 있다. 정상에 오른 한 남자가 자욱한 안개 속에서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산 정상에 도착한 남자의 뒷모습과 골짜기에 피어오르는 안개바다, 바위와 산봉우리 산맥들을 광활하게 보여준다. 산을 오르는 인생의 힘든 여정을 이겨내고 인생의 정점에 도달한 그는 안개바다 아래에 지상의 세계를 바라본다. 자연을 충실히 재현하기보다는 자연 속에 있는 인간의 존재와 영혼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거대한 자연의 광경을 대하는 방랑자의 시선을 통해 자연 앞에 선 인간의 왜소함, 우리의 지각 능력을 벗어나는 두려움과 공포, 즉 감상자에게 숭고의 느낌을 적절하게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낭만주의 회화에서 주요하게 거론되는 작품이다.
이러한 숭고의 의미를 이재삼의 <달빛>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재삼의 달빛은 인간을 압도하는 크기나 힘에 의한 두려움과 공포, 충격에 대한 감정, 그것을 알지 못해 느끼는 좌절과 그것을 극복했을 때 느끼는 쾌・ 불쾌의 모순된 감정에 기인하는 숭고와는 다르다. 그것은  정상에 오른 남자의 모습이 아니라 폭포 밑 지상에 발을 디디고 부서지는 폭포를 관조하는 한 인간, 압도적이지만 왜소한 영혼을 느끼게 하지 않는 폭포, 그 자체의 부서짐을 통해 보다 유연한 사물과 인간의 시선, 곧 ‘달빛’의 존재적 특성을 시각화한다. 달빛은 거대하고 단단한 돌과 함께 그 사물성을 빛내고 흐르는 물과 함께 가시적인 변동을 시각화한다. 인간존재의 유한은 이러한 한계 안에서는 왜소하지만 그것이 거대한 무한 앞에서 방향을 잃은 혼돈과 절망은 아니다.
자연과 마주한 인간을 그리면서 이재삼이 취한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취한 사물성이 ‘흑백의 무한’이 되는 세계이다. 흑백의 골격과 주름이 어둠 속에 빛나는 돌의 생명력과 존재감, 사물의 숨김과 은페, 존재의 밀도를 드러내는 것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무한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이재삼에게 숭고는 흑백의 세계가 교차되는 사물성의 극단에 대한 어떤 것이 될 것이다. 달빛, 그리고 폭포와 물, 물 위에 피어오르는 안개, 밤바다에 고요히 존재를 드러내는 섬의 연속된 풍경, 수석의 정원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달빛과 함께 그려진 존재라면 사물은 희미한 형상을 입고 한편으로는 형상을 오롯이 하고 한편으로는 형상을 지우면서 사물성을 빛내고 있다. 수석의 정원이 표현된 <달빛>은 이것을 극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숲과 정자의 어둠을 배경으로 달빛이 비친 정원의 돌은 표면의 질감과 물체감으로 정원에서 부유하듯 떠오르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는데 현실적이지도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이재삼의 작품을 말하면서 낭만주의와 프리드리히를 상기한 것은 감성과 직관을 통해 내면에 더욱 귀 기울이고 강력한 주관과 창조를 지향하려 했던 점을 생각하기 위해서다. 프리드리히가 인간의 고독과 자연의 황량한 아름다움 속에서 낭만주의적 숭고를 생각했다면 이재삼은 자연의 세계 자체를 흑백이라는 사물성의 추상 속에 구현함으로써 지극한 형상이기도 하고 형상을 넘어서는 ‘저 너머’ 무한이기도 한 세계를 보여준다.  확실히 달빛은 인간적인 정념과 사물의 부드러움을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이 감성적 매개의 전제 위에서 흑백의 사물성과 구분되는 주체의 전망, 시공과 흑백의 추상에 대한 보다 전진된 세계상의 제시가 필요하다.

류철하・독립 큐레이터

[Review] 윤지선 – Rag Face

윤지선  __  Rag Face

일우스페이스 5.8-7.2

윤지선은 자신의 초상 사진 위에 천을 덧댄 후 실과 바늘로 꿰매고 이어 붙여 새로운 얼굴들을 창조해낸다. 그렇지만 한 땀 한 땀 곱게 수를 놓아 사진 속 얼굴을 단장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공업용 재봉틀의 굵은 바늘이 사정없이 훑고 지나간 사진 위에 남겨진 것은 누더기처럼 기워진 그로테스크한 여자의 얼굴과 엉킨 실타래를 늘어놓은 듯 산발한 머리뿐이다. 얼굴이 온통 바느질의 흔적들로 뒤덮였지만 두 눈만은 선명하게 드러나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는데, 그 눈과 마주치고 나면 아무리 사진이라 해도 얼굴에 바느질을 하는 행위가 얼마나 기괴하고도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윤지선의 이 그로테스크한 여인들은 그리스 신화 속의 메두사를 닮았다. 메두사는 아테나 여신의 저주로 아름다운 여인에서 흉측한 얼굴과 꿈틀거리는 뱀 형상의 머리를 한 괴물로 변하게 된 비운의 주인공이다. 서양미술사 속의 메두사는 주로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린 후의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봉두난발에 바느질 자국으로 뒤덮인 흉물스러운 얼굴만 덩그러니 남겨진 윤지선의 얼굴들은 그래서 메두사의 잘린 목과 그 고통스러운 비극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신화 속 메두사의 비극은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엘렌 식수 덕에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반전을 맞게 된다.《 메두사의 웃음/출구》라는 텍스트를 통해 식수는 메두사, 마녀 등 저주받은 역사 속 여성상들을 불러와 그녀들에게 덧씌워진 주홍글씨를 벗겨주고 그들만의 신명나는 이야기판을 벌이도록 한다. 메두사의 비극을 웃음이 가득한 희극으로 변모시킨 식수의 텍스트를 통해 메두사는 비극의 주인공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주체적 이야기꾼이자 작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얼굴 사진 위에 가면처럼 덧씌워진 또 다른 얼굴이 메두사와 오버랩되면서 윤지선의 작품은 신화 속 메두사의 비극과 20세기 메두사의 희극이 씨실과 날실처럼 중첩되어 직조된 텍스트가 된다. 텍스트 같은 가면들을 바꿔써가며 이야기를 펼쳐가는 방식은 겹쳐 쓴 가면들을 한 꺼풀씩 벗어가며 관객들을 울고 웃게 하는 변검술사의 마술과도 유사하며, 윤지선의 얼굴들은 변검 쇼의 장면 장면을 기록한 사진 컷들의 집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희비극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변검 극장의 메두사와 무수한 내러티브들을 직조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메두사가 윤지선의 얼굴 위에서 다시 겹쳐지는 것이다.

전유신・독립 큐레이터

[Review] 정재호 – 먼지의 날들

정재호  __  먼지의 날들

갤러리 현대 5.30~6.22

최근 새롭게 행동주의미술이 주목받으며 미술가들이 사회, 정치, 경제분야를 두고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행동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전통적 매체를 사용하는 미술은 낡은 것이며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우리는 세계 미술사에 남을 ‘민중미술’ 전통을 지니고 있고 그 의의와 영향력은 여전히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를 거치며 겪은 ‘단절’ 이래 사회·역사적 이슈를 담은 작업은 일면 진부한 듯 여겨져 그 내용은 뒤로 밀리고 작가의 이름이 작업을 덮어버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재호의 회화 업은 행동주의미술과 민중미술적 태도와 닿아 있다. 허물어져버린 오래된 아파트와 건물들의 정면을 몸으로 기억하려는 듯 세밀하게 묘사한 일련의 작업은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사물의 현재를 기록하는 안간힘을 보여줬다. 커다란 화면을 빼곡하게 채운 건물 창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고, 그 창을 사용했던 개개인들의 삶을 환기하게 만든다. 결국 오래된 건물을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은 오랜 시간 그곳을 장소로서 사용했던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음을 정재호는 그리는 행위를 통해 온전히 체화하며 구체적 실존을 화면에 옮기는 시도인 것이다.
이렇듯 건물 파사드를 다룬 인상적 작업을 선보였던 작가가 ‘먼지의 날들’이라는 제목으로 사물과 인물, 상황 등을 그린 작업을 전시했다. 그가 그린 것들은 불이 붙은 채 덩그러니 놓인 타자기, 무채색의 카메라, 종점에 모인 전차들, 공항으로 쓰였던 황량한 들판에 놓인 프로펠러 비행기, 오래된 텔레비전, 그레이하운드 버스, 우주선과 외계 행성에서 헬멧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소변을 보는 듯한 남자들, 영화 포스터에 나올 법한 여인의 초상, ‘동양 최대’라는 수식어를 지녔던 인천 선인체육관 등 대부분 1960~1970년대의 흔적을 담은 것들이다. 화재로 연기가 오르는 홀리데이호텔 이미지와 버려진 차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 내 풀이 무성한 공터에 놓인 미끄럼틀과 시소 등은 모두 빛바랜 과거의 이미지다. 전시 서문을 쓴 정현은 “정재호에게 과거의 호출은 추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지워지거나 잊혀진 기억의 잔해들을 현재로 불러내기 위해 재현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과거 개발 시대 선진적 삶의 상징이었던 대상을 현재로 불러내기 위해 정재호는 그리기라는 신체적, 물리적 활동을 매개로 대상을 기억하고 다시금 제시한다. 다시 말해 과거 대상에 대한 ‘그리기’는 ‘기억하기’라는 행동과 다름 없으며, 스스로 기억한 대상을 회화의 형식을 통해 재제시(re-presentation)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관객들은 그가 겨우 붓끝으로 잡아놓은 빛바랜 이미지들의 마법에 기꺼이 빠져든다. 바스러질 듯한 무채색 화면으로 섬광 같은 공감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정재호가 제시하는 유토피아를 담지한 과거의 사물 이미지는 전시장을 나선 후 위력을 발휘한다. 마주치는 도심의 마천루와 거리는 주술에 걸린 듯 지상으로부터 몇 미터 떠 있는 듯하다. 선인체육관이 ‘먼지처럼’ 사라졌듯 우리를 둘러싼 단단한 현재와 사물들도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닐까. 이것이 미래를 주장하는 장밋빛 수사들의 속임수와 ‘현실’을 둘러싼 장막이 폭로되는 순간이라면 이토록 견결한 행동주의가 또 어디 있을 것인가.

서준호・스페이스 오뉴월 대표

[Review] 김시연 – CUP

김시연  __  CUP

갤러리 엠 6.12~7.12

갤러리 엠에서 열린 김시연 개인전 <CUP>에서 작가는 전반적으로 민트 회색을 사용하고 있다. 민트색의 산뜻하고 청량한 색채감은 회색톤에 그 화사한 채도가 눌리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창백한 우울감을 반영한다. 이러한 우울감은 인간관계 속에서 겪는 상호 단절의 어색함에 기인하며 흔하면서도 (사람에 따라서는) 꽤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한데, 이를 실제로 경험한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는 마치 초기 작업의 흑백 톤 사진으로부터 서서히 색채가 배어나오듯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표현된다. 푸른빛이 도는 혹은 노르스름한 색채들이 2011년부터 선보인 작업 시리즈들을 구분해 주는,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모호하고 어색한 감정을 색채로서 시각화하는 편리한 방법인 듯 보인다. 또한 작가가 감정을 사물화하기 위해 주로 사용해왔던 ‘연약한 오브제’들 중 한 가지가 유리, 도자기 재질로 만들어진 그릇, 컵 등의 깨지기 쉬운 것들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대화의 틈새에 놓인 찻잔(cup)이라는 대상을 마주 앉아 있는 상대방과의 시간을 이어나가는 매개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탁자의 모서리 끝에서 간신히 균형을 맞추고 서 있으나 이내 떨어져 깨질 듯 위태롭다. 이러한 감정적 표현은 초기부터 꾸준히 다루어 온 강박적 자기 불안과 타인에 대한 거리 두기 등을 다루기 위한 장치로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을 유지하는 장면으로 대변된다.
초기에는 공간에서의 설치 자체에 더 직접적이면서도 중요하게 비중을 두고 사진작업은 이를 기록하는 의미이자 개념화 과정으로서 사진 전문가에게 촬영토록 함으로써 그 도구를 자신이 직접 다루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설치 작가로서 공간 연출과 개념 시각화의 방법이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거나 작가의 손으로 직접 제작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끼던 시기의 작가적인 태도가 강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겠다. 직접 사진을 다루기 위하여 뉴욕에서 따로 촬영 기술을 배워 온 작가는 이제 설치작업의 현장성을 보다 사적이며 조밀한 시선으로 잡아내고 있다. 이는 뷰파인더 속에서 원하는 풍경을 작가만의 탐미적 시선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과 그 속에 담긴 오브제에 자신의 감정을 동시(同視)화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김인선・윌링앤딜링 대표

 

 

[Review] 작가 재조명 – 긴호흡

작가 재조명  __  긴호흡

소마미술관 5.30~7.27

스키타이 황금뿔잔, 클래식 카, 지모신과 옹관묘. 마치 미술관이 박물관으로 변신한 듯하다.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3인의 작가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궤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김차섭은 197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우연히 본 고대 스키타이인이 만든 황금뿔잔과 한국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은잔의 둘레가 7.2cm로 같다는 데 놀랐고, 그것이 야구공의 둘레와 같다는 데 또다시 놀랐다고 한다. 그는 그 은잔을 들 때마다 고대 스키타이인이 달리던 푸른 대지와 현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함성이 교차된다고 한다. 고대와 현대가 하나가 되고,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고, 신화가 과학을 만나는 것이 바로 미술이라는 생각을 김차섭은 버린 적이 없다.
김차섭과 마찬가지로 전수천에게도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문제는 언제나 그의 작품세계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전수천에게 양축은 언제나 현실이라는 현재적 시간 프레임 안에서 벌어진다. 김차섭의 경우 두 개의 상충하는 세계가 수학과 과학이라는 이성적 사고를 통해 이어졌고 그것은 다각형 같은 기하학적 기호로 그의 작품 속에 깊숙이 각인된다. 반면 전수천은 현대 자본주의라는 현실적 틀 속에서 과거와 현재, 동과 서의 문제가 충돌하면서 동시에 자본생산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수천은 이번 전시에서 발터 벤야민이 1936년에 쓴 논고에서 주장한 ‘아우라’의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술품이 대대손손 누려왔던 복제불가능성이 오늘날의 복제 기술력에 의해 해체되기보다는 도리어 신비화되는 현상을 냉철히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08년 <바코드를 넘어서전>에서 모든 문명적 가치를 상품화해내는 현대 자본주의의 괴력을 검은색 바코드로 압축해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품의 물신화를 비판하기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창조성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정서적 아우라’를 말하면서 이것은 ‘무형의 환상을 꿈꾸는 우리에게 미래 지향적으로는 충전작용을 하는 창의적 생산의 원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수천은 이번 전시에 발터 벤야민 시대에 만들어졌을 법한 클래식 자동차 앞에 벤야민이 현대 인류의 예술적 구원의 매체로 주목한 영화 스크린을 걸어 놓고,  아우라를 설명하는 벤야민의 문구를 통과시켰다. 실제로 1929년산 고풍스러운 스포츠카의 늘씬한 보닛을 보면 산업문명의 총아가 가지는 사용가치가 예술의 아우라를 충분히 위협하고도 남을 것 같다.
벤야민은 촉각적 가치가 결국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시각적 감상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고, 일상적 사용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촉각적 체험만이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스크린 문화가 자극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시각적 매체가 촉각성을 끌어내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방향을 잃은 충격요법은 정서적 피로감만을 가져오는 듯하다.
오늘날의 스크린 문화의 속도와 충격에 피로감과 식상함이 느껴진다면 한애규의 작품은 그것의 좋은 치유가 된다. 한애규는 일상에서 얻어지는 촉각성의 회복 없이는 현대 시각문화의 성과는 물거품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애규의 테라코타 작품은 점토질의 따스한 감촉과 함께 긴장감 넘치게 부풀어 오른 둥근 양감으로 우리의 시각을 이완시킨다. 특히 <기둥들>은 크기와 주제에서 관객을 압도한다. 진시황릉의 토용들이 죽은 황제의 보위를 위해 서있다면, 돌장승처럼 무뚝뚝해 보이는 한애규의 인체 기둥은 보이지 않는 뭔가를 머리에 지고 묵묵히 버티고 있다. 최근 들어 인류 선사시대의 몰락한 문명이 한애규의 손을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는데, 석기시대의 여인상, 삼한의 옹관묘, 키클라데스 원시조각이 그것이다. 과거의 신비로운 조형세계가 한애규의 밀도 높은 감각을 통해 생생하게 다시 태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놓고 보면 그의 <기둥들> 위에는 역사의식이라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역사적 체험이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차섭, 전수천, 한애규 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묶어낸 이번 전시는 소마미술관이 개관 이래로 꾸준히 기획해 온 작가 재조명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는 5년 만에 다시 열린 전시이지만, 선정 작가의 무게감이나 전시의 충실도에서 한동안 중단되었던 아쉬움을 다 갚아버리고 있다. 전시장 규모에 비해 작품이 좀 많은 듯하다는 느낌도 받지만, 작가 재조명이라는 기획의도를 고려한다면 납득이 간다. 작가마다 출품 작품의 시간적 폭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수천의 <아우라의 시간여행>에 출품한 1929년산 자동차가 실제로 달리는 자동차로 전시장 문턱을 넘을 때 큰 굉음을 냈다고 한다. 한애규의 작품을 위해 전시장 바닥면까지 바꾸고, 김차섭의 작품세계를 위해 작업노트와 드로잉 북을 대여하는 등 기획자의 노고도 전시명처럼 ‘긴 호흡’을 보여주었다.

양정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Preview] 7월

굿모닝미스터오웰 2014

백남준아트센터 7.17~11.16

1949년 조지오웰은 미래인 1984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며 1984년이 되면 세계는 매스미디어에 지배될 것임을 예언했다. 이후 1984년, 백남준은 조지오웰의 예언에 대해 절반만 맞았다고 말하며 매스미디어의 긍정적 소통을 보여주는 위성 TV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의 30주년 기념전으로 시대가 인지하지 못했던 미래의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살펴보고 오늘날 인터넷 시대의 원격통신이 가져다준 변화를 짚어보는 한편 또다시 미래를 전망해보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위해 기획되었다. 세계를 무대로 기념비적인 쇼를 벌였던 전시를 재조명하고 원격통신을 다루는 20여명의 현대미디어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로 매스미디어 발달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백남준이 열어놓은 새로운 예술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다. 백남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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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1942~ ), 달팽이 걸음, 1979, 퍼포먼스, 1980년 동덕미술관 공연(1)

이건용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6.24~12.14

한국현대미술사 연구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달팽이 걸음_이건용>전을 개최한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원로 작가 이건용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그의 대표작 80여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1971년 처음 발표된 이후, 파리국제비엔날레 등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오랜 세월 이목을 끌어 온 설치작 <신체항>이 대규모로 제작·설치된다. 또한 ‘왜 화면을 마주보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화면 뒤에서, 옆에서, 등지고 그리는 등 회화에 대한 독창적 접근을 보여준 <신체드로잉> 연작이 차례로 소개되어 작품세계 변천과 이념적 흐름을 살필 수 있다. 이외 이건용을 대표하는 퍼포먼스 작품과 관련한 영상, 사진 등의 자료를 다양하게 전시하여 그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며 특히 전시기간 중 매 월 1~2회 이건용이 직접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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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경민(아트선재)

전시의 즐거움

아트선재센터 6.14~7.13

노경민과 문지윤이 기존의 전시 기획에 내재된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전시를 통해 작품이 재현되는 방식과 전시 기획이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결정짓는 방식을 되짚어보며 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노경민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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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규태

황규태

북서울미술관 7.1~9.14

자유로운 상상력과 실험기법으로 한국 사진계의 발전을 도모해 온 황규태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2011년에 이루어진 작품기증을 통해 이루어진 전시로 1960년대의 초기작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40여년에 걸친 작가의 작업세계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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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문경서울대

가면의 고백

서울대학교미술관 7.10~9.14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기고백에 대해 생각해본다. ‘고백’을 소재로 작업을 진행하는 20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신에 대한 내적 탐색의 의미가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정문경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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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리오자코멜리

The Masterpieces

한미사진미술관 7.5~8.30

한미사진미술관이 10년 동안 수집해온 소장품 50여점을 공개한다. 출판물로만 소개해온 1900년대 빈티지 사진 컬렉션을 총망라했다. 사진이 지닌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고 사진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마리오자코멜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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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홍승혜(국제)

홍승혜

국제갤러리 7.10~8.17

유기적 기하학이라는 주제 아래 기하학적인 도형을 컴퓨터로 만든 후 조각 작품으로 제작해온 홍승혜의 개인전. 픽셀의 이미지를 쌓아 올리기도 하고 축소, 확대, 조합의 반복을 통하여 다양한 모양의 이미지들을 번식시키는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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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홍순명

홍순명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6.28~8.28

인간의 삶을 주제로 작업 해온 작가 홍순명이 한증 더 밀착된 인간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사회적 이슈가 있는 지역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모아 현장성이 강한 오브제로 만들어 우리가 잊었던 어두운 풍경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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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장잉난

장잉난

갤러리 스케이프 7.9~8.17

현대인의 일상적 풍경과 자연의 전경을 결합해 인간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중국의 화가 장잉난의 개인전. 작가는개인의 소외감, 공허한 실존 등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심도 있게 파고들며 깊은 사색의 정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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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주리

공간유희

LIG아트센터 7.10~8.14

현대인은 우리가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는 공간 속에서 어떤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 김수영 김용관 김주리 노상준 이수진 정승운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공간의 유희를 보여준다. 김주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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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신현림__그리스-모넴바시아-2013

신현림

갤러리 담 7.23~8.3

시인이자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신현림이 작품집 출판을 기념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난 6년간 50여 개국을 여행하며 인상깊은 자리마다 사과를 놓고 찍은 사진 80여 점을 모아 <사과여행, Apple Travle>이란 타이틀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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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진나래풀

제로-그라운드

아트스페이스 풀 6.20~7.20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가능한 문화 활동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전시. 신익균&윤두현 윤하민 진나래 최명숙이 참여해 효율성과 이윤 추구, 경쟁이 강요되는 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나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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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옌헝

옌헝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6.13~7.13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생존해야 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끊임없는 충돌과 갈등, 내면세계의 모순을 실제 경험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형상화하는 옌헝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벽에 작가가 직접 작업한 작품들을 포함해 신작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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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양유연, 진심, 장지에 채색, 41x53cm, 2014-앞표지로 부탁

양유연

oci미술관 7.17~8.13

<그들이 우네>라는 타이틀로 내면의 상처와 상실감, 깊은 무의식을 통찰하는 회화를 선보인다. 주로 인물과 풍경, 신체 일부의 상처를 채색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며 젊은 작가로서 마주한 현실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소외, 무기력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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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박미현(소소)

Love Minus Zero

갤러리 소소 7.17~8.17

김형관 박기원 박미현 이인현 작가가 전시 제목 ‘Love minus zero’를 모티브로 하여 4인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풀어낸 설치와 평면 작업을 선보이며 감정을 이루는 것은 그 상태의 총체이지 하나하나의 조합이 아님을 역설한다.박미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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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천대광

천대광

스페이스 K 6.16~7.15

건축 기반의 설치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온 설치작가 천대광의 개인전    <아이소핑크 Nr.1>. 아이소핑크라는 건축 자재를 표제로 내세운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연분홍빛 단열재로 가공의 자연을 연출해 신체의 경험을 통한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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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캔던 조현화랑2

캔던

조현화랑 7.4~18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호주의 풍경을 풍부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캔던의 개인전. 작가는 대상을 단순화시키며 투박한 선과 원색의 조화를 통해 생동감을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최근작을 중심으로 한 대표작 30여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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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양아치

양아치

학고재갤러리 6.20~7.27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되풀이되는 사회의 모습을 통해 존재의 불확실성에 의문을 던진다. 영화 <뼈와 살이 타는 밤>에서 제목을 차용한 이번 전시는 44점의 입체와 사진, 영상작품을 통해 빛과 어둠, 현실과 허구의 상반된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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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박돈

박돈

대전시립미술관 6.24~7.31

미술가, 교육자로서 미술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이동훈 선생을 기리고자 제정된 이동훈 미술상 수상자전. 작업을 시각적인 것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정신적인 문제로 접근해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해온 박돈의 70년 화업을 한자리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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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14 공예플랫폼-공예가 맛있다

문화역 서울 284 6.25~7.13

공예의 실용성을 조명하고 지역 공예 상품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 우수한 공예품을 소개하고 공예문화산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올해 첫발을 내딛는 행사로 공예의 현대적 쓰임새 선보이는 전시, 판매, 체험이 함께 이루어진다. 우상욱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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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뭉크

에드바르드 뭉크-영혼의 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7.3~10.12

표현주의미술의 선구자 에드바르드 뭉크의 그림이 한국 최초로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뭉크의 대표작인  <절규>를 비롯해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 등 인간 내면을 진솔하게 표현한 유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99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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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양대원(희)

양대원

갤러리 희 7.5~31

양대원은 불편한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치는 방법. 그걸로 인하여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중요한 감정들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을 작품을 통해 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의심 연작과 오래된 눈물 연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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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김미래(휴)

김미래

아트스페이스 휴 7.11~8.1

청년세대가 겪는 불안함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김미래의 개인전. 작가는 무한경쟁의 현실에서 분노와 열정, 패배주의의 혼돈을 겪고 있는 88만원 세대들의 불안함, 분노와 에너지 기괴하고 유쾌한 상상력을 더한 입체작품과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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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임창민

임창민

갤러리분도 6.23~7.19

정적인 분위기의 사진 속에 동영상 화면이 위치한 이중 구조를 통해 회화와 사진, 영화 장르를 결합시키는 임창민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대구 시내 공공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되며 수증기 막을 이용한 최신 작업도 함께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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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은우(팩토리)

이은우

갤러리 팩토리 7.2~25

사물의 관념적인 의미보다 현실사회에서 어떻게 사용, 유통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 이은우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표준과 규격’,  ‘사물의 관습적 용법’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탐구를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의 형태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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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박소영1-130x130cmx2_장지에_수묵,안료_2014

박소영

가회동60 7.7~16

대나무, 매화, 포도 등의 자연물을 통해서 우주와 자연을 이야기하는 박소영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주와 자연을 대상화시켜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서 유유히 거닐고 사색하고 만끽하는, 자연과의 공존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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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구이진

구이진

갤러리 이마주 6.24~7.12

사회적인 이야기가 주류가 된 현대미술의 경향속에서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집중한다. 개인을 이루는 이야기를 신화적 소재로 재해석하고 개인과 타인을 연결하는 자연이라는 소재에 주목해 사소한 모든 일들이 사소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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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이지수作-2014.5(2)

이지수

KDS센터 문화갤러리 7.21~8.7

푸른색이 지니는 의미를 형상화하는 작가 이지수의 개인전. 작가는 <Blue & Blue> 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푸른색을 색형상적으로 해석해 존재와 연속, 생명과 반영을 표현한다. 또한 시간의 공존과 존재의 정체성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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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권종한 作-뿌리깊게 인식된 장소의기억 그리고 site의재현

당대의 어법

이공갤러리  7.1~14

사회의식이나 그밖의 많은 관심사에서 비롯되는 작업의 의미 구축보다는 그 소재들을 어떻게 자신만의 표현어법으로 표현하는지 살핀다. 오세열 권종환 김동유 안치인 오윤석 이재규 이지현 하태범 함명수 작가가 참여한다. 권종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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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경혁(이음아트)

리징거

이음아트한옥갤러리 7.9~31

인류의 역사를 함께해온 말그림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중국작가 리징거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생명력과 의지를 나타낸 대표작 ‘만마도’, ‘팔준도’를 비롯한 다수의 말 그림과 산수화를 포함한 3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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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_Slave__35x_27x_120cm__Mixed_Media_on_F.R.P

최부윤

갤러리 제이원 7.1~12

유명작품의 패러디를 통해 ‘미(美)’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조각가 최부윤은 솔직하고 명확한 조각을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아름다움의 진정성을 모색하게 한다. 과거와 현대를 관통하며 공존하는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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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주은(갤러리두)

한주은

갤러리 두 6.17~7.12

1300도의 고온에서 구워지는 포슬린에 블루페인팅 기법을 적용해 그 속에서 일상의 편안함, 추억의 소중함, 자신 만의 고유성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일상적인 오브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추억을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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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하태임

색채와 사고의 조화

갤러리 이배 6.25~8.3

김현식 하태임 Saya Woolfalk 작가가 참여해 색채회화의 독창성을 살펴보는 전시. 세 작가가 고유한 색채로서 표현한 작업을 통해 감성과 조화롭게 결합된 사고의 형태를 눈으로 읽어볼 수 있게 하는 미적 체험을 제공한다. 하태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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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CSC

그룹 이노베이션

갤러리 조이 7.10~8.8

전시의 전형적인 형식이나 운영 방법의 개선을 위해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조형언어를 선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단체전. 다각도의 연구를 통하여 세상과 소통 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함을 엿볼 수 있다. 문성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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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은효진(예담)

이 시대의 누드작가 16인전

갤러리 예담 7.2~8

각양각색의 누드사진 40여점이 선보이는 ‘이 시대의 누드 사진가 16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은효진 정성근 이재길 김가중 김종택 이종걸이 참여해 가장 기본적인 피사체인 인간의 몸을 소재로 선택해 진행한 다양한 작업을 펼쳐낸다.은효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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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윤이

이윤이

인사미술공간 6.20~7.18

작가는 문헌, 사건, 역사, 신화 등의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사적인 해석을 더해 새로운 영상으로 재창조한다. 부분적인 은폐 또는 과장들을 통해 서로의 결속다지는 영상작업을 통해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속의 은폐와 결합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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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김혜옥

김혜옥

가나아트스페이스 7.16~22

중첩된 아크릴큐브에 투영된 빛의 굴절과 색채의 반사를 통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조명하는 김혜옥의 개인전. 작가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채와 빛의 예술인 루미나리에가 주는 이미지의 환영을 접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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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DIGITAL CAMERA

해운대아트3인초대전

해운대아트센터 7.1~16

예술 전문 인력의 창작 환경, 예술지원 정책 지원 사업 등의 일환으로 해운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신진작가 기획초대전. 이번에는 새로운 예술의 장르를 만들며 올바른 작업의 인식을 고민하는 최히라 한승주 홍초롱 작가가 참여한다. 최히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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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김승연(파비욘드)

별이 빛나는 밤에

갤러리 파비욘드 7.8~19

밤풍경이 자아내는 멜랑콜리함에 주목한 전시. 야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3명의 작가는 삭막해진 도시의 이미지를 서정적이며 아름답게 표현하며 야경을 통한 자신의 내면 세계를 투영한 평면회화, 판화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인다.  김승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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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강구원 (1)

강구원

숨갤러리 7.10~8.31

<포도밭에서>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강구원의 개인전. 자연을 대지위에 생겨나는 드로잉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자연스러운 자연의 모습을 간결하고 단순한 드로잉으로 꾸밈없이 담아 강인한 생명력과 힘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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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홍찬석

홍찬석

서산 여미갤러리 7.1~24

민화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와 이미지를 현대적 동화의 내용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의 내용적 의미를 말하자면, 크게는 평화를 추구하고, 작게는 우리의 일상에서 모든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조화를 이루는 소통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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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박현곤

박현곤

경남문화예술회관 7.4~9

현판을 통해 특정 장소, 특정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문자를 통해 직설적으로 제시하는 현판이 아닌 장소와 관련된 이미지나 개인적 회상, 기억 또는 전통적 도상들이 함께 들어있는 현판을 통해 사물의 존재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New Face 2014] 김다움

당신과 우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사물, 시스템 또는 인간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일시적 혹은 영속적으로 접근하게 해주는 매개. 이 매개는 특정 공간을 지칭하거나 특정 주체를 상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물리적, 가상적 매개체를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부른다. 작가 김다움은 바로 이것에 집중한다. 작가는 사람과 상황, 사회와 개인이 만나는 지점을 주목하고 그들이 남긴 흔적에 매료된다. 인터넷을 하면 우리의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지나간 웹사이트의 흔적이 쿠키파일이나 캐시파일로 남듯 우리의 일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란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작품은 인터페이스와 거기서 비롯된 흔적을  대화에 주목한 것과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다룬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대화에 집중한 작업으로 <리카(Rika)>, <프랜저(Frenger)>, <심심이> 등을 들 수 있다. <리카>와 <프랜저>는 모르는 사람과 채팅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기반을 둔 작업이다. 사주팔자를 보고 궁합이 맞는 대상과 대화를 연결해 주는 한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21살의 간호사인 닉네임 리카와의 대화를 정리한 영상작업인 <리카>. 반면 <프랜저>는 스마트폰 위치기반 서비스를 기반으로 제작한 ‘who’s here’이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위치한 곳과 원거리에 있는 어떤 이를 연결해 7개월간 나눈 대화를 보여준다. 이 두 작업에서 작가는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채팅의 일대일 대화에서 다수와의 대화로 관심의 범위를 차츰 넓혀갔다. 이는 <정일>에서 두드러진다. <정일>은 김정일의 죽음 소식을 알리는 트위터의 글을 본 작가가 같은 소식을 담은 약 3만여 건의 트위터 사용자의 글을 수합하여 영상으로 제작한 작업이다. SNS는 개인에 대한 최소의 정보만을 노출시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언뜻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인 김정일에 대한 사람들의 발언에는 나름의 자기검열과 동시에 자신의 색깔을 은밀히 밝히려는 욕구가 드러났다. 여기서 작가는 “이 가상의 공간을 오히려 물성이 강한 공간으로 느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제2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며  최소의 단어로 자신만의 표현을  최대로 나타내려 하면서도  공적인 부분이 함께 드러나는 SNS의 독특한  특성을 나타냈다. 모호하고 조심스러운 언어표현은 2012년 프랑스 대선 당시 유권자들이 SNS상에서 보인 일련의 과정을 모은 작품 <Still Life : Radiolondres>에서 극대화 된다. 프랑스인들은 각종 상징과 암호를 사용하여 후보의 득표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미지와 언어에 대한 약속 없이도 대부분이 가독한 토마토, 커스터드, 시계, 치즈 등의 암호와 암호 속 메시지를 작가는 각종 상징이 집합된 네덜란드 정물화의 모습으로 치환했다.
반면 전시 공간에 초점을 맞춘 작업도 진행 중이다. SNS에 정보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사라지듯 전시장이라는 공간도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지만 전시기간 종료와 함께  작품은 철거된다. 이에 김다움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남기는 역설적인 방법을 취했다. 보이지 않는 행위를 택하여 물리적으로 보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아마도예술공장에서 열린 <목하진행중>과 하이트 콜렉션의 <미래가 끝났을 때>(2014)에서 선보인 작품은 이러한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전시장 공간에 대한 흥미는 6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서 열리는 그의 첫 개인전 <RSVP>에서 확대되어 보여진다. 작가는 미술관의 라운지 공간에서 ‘환대(hospitality)’란 단어를 떠올렸다. 그는 전시장에 소장된 책과 자료들을 이용하여 라운지를 열람실로 재구성했다. 환대의 유효성과 조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결국 김다움은 인터페이스에 남겨지고 그곳에서 나타날 무언가의 흔적을 끊임없이 파고들고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그가 표현하는 매개는 무한한 지점에서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임승현 기자

김다움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국민대 입체미술과를 졸업하고 <미래가 끝났을 때>, <Censorship>, <목하진행중>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6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서 <RSVP전>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프로그램 입주작가로 작업하고 있다.

레터

<Letter by Letter Word for Word> 화면 보호기, 루프(5분 동안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동) 2014

[New face 2014] 조종성

이동시점은 상상의 발판

서울 한성대입구역 인근 갤러리 버튼에서 선보인 렌티큘러 작업은 동양화가로 알려진 조종성의 작업 면모에 ‘과연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물음표를 찍게 만든다. 렌티큘러에 엿보이는 집 형상의 구조물은 관람객의 움직임과 보는 각도에 따라 투명한 케이스가 씌워졌다 벗겨졌다 한다. 작가는 이 작업이 투명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규제와 개입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사실상 조종성의 작업에서 이동시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산수화 일부를 차용해서 마치 작가가 그림 속에 직접 들어가 산과 산 사이의 풍경을 거닐듯이 산과 산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머릿속에서 이동하고 상상한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동시점 자체는 머릿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계속 변화하는 산세들을 하나로 모았다가 펼쳐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서양의 원근법이 고정된 장소에서 바라보는 시점이라면 동양의 전통적인 시선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기 때문에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변화를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전통은 조금 특별하다. 보통 한국화에서 전통을 말할 때 화법이나 색채, 문양 등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종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 땅의 자연적인 지형과 기후에 대처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오히려 전통에 가깝다고 말한다. 과거 산세를 오르내리면서 바라보던 다양한 시점이 오늘날에는 고층빌딩이나 엘리베이터 등 현대 건축물을 통해 경험하는 시점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건축의 대표적인 전통을 상징하는 한옥, 기와보다 남향집이 더 전통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지역적 특성상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지어도 남향집이 많다.”
사실 무엇이 동양적인지, 서양적인지 구분하기 애매모호해진 지금 우리의 의식 속엔 우리의 전통보다는 서구의 문화, 그리고 현대적인 것이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조종성은 “자연 환경이 변하지 않는 이상 지역의 문화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다”며 “역사와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지역 간의 가치를 동등하게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시각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그의 작업에는 투명한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건축 모형 뿐 아니라 집의 형태가 자주 등장한다. 삶을 껴안은 장소인 집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좋은 경관을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선조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옆에 두고 보기 위해 경치가 뛰어난 곳에 정자를 짓지 않았던가? 이처럼 그의 작업에서 집이라는 메타포는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시공간을 담아내는 유동적인 개념이다.  예술가이자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종성은 고민이 많다. 우리의 삶에서 규제와 개입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식민지 시대와 그 잔재 청산 문제, 분단 이후 한국과 미국의 관계, 독재 권력과 지금의 정치 관계 등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견고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유롭게 이동하며 숨은 시점을 포착해내고, 우리만의 시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이슬비 기자

조종성은 197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동아대학교 회화과와 한성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 상하이, 파리 등지에서 개최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제5회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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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agaINst space, len. 05>(사진 맨 왼쪽) 렌티큘러 45×45cm 2014 갤러리 버튼에서 열린 개인전<상자 안의 고양이>(6.5~26) 광경

 

[World Report] 8th Berlin Biennale for Contemporary Art

비엔날레라는, 이제는 익숙한 형식의 전시행사는 논쟁과 그로 인한 담론 형성이 주된 목적임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5월 29일 개막해 8월 3일까지 열리는 제8회 베를린비엔날레(bb8)를 둘러싼 호불호의 논쟁이 격렬하다는 소식이다. 스펙터클한 광경을 자제하고 지적이고 진지한 감상에 주안점을 둔 작품이 주로 출품된 이번 베를린비엔날레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섬세하게 변주된 다양한 층위의 담론

신원정  미술사

2년을 주기로 베를린 미술현장의 여름은 두 달이 넘는 기간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른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의 한복판에는 바로 ‘베를린비엔날레’가 있다. 8회째를 맞은 올해의 비엔날레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최종 선정된 콜롬비아 출신 캐나다 큐레이터 후안 A. 가이탄이 제시한, 19세기 독일의 정치 및 인문학과 자연과학에서 큰 족적을 남긴 코스모폴리탄인 빌헬름과 알렉산더 폰 훔볼트 형제를 2014년의 베를린에서 재조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시 프로젝트 제안서는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지난 5월 28일 개막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제8회 베를린비엔날레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전시들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례적인 전시공간이다. 베를린비엔날레에서 전시 장소의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행사 주관기관이자 도시의 심장부라 할 미테 지역에 자리한 쿤스트베르케 전시관 외에 어떤 다른 장소와 지역을 선택하는지가 비엔날레 총감독이 미리 하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기 때문이다. 올해 비엔날레는 쿤스트베르케 외에 서베를린 깊숙이 위치한 달렘 박물관과 하우스 암 발트제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데 미테 지역을 기반으로 삼았던 이전의 비엔날레와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달렘 박물관의 비엔날레 세션은 유명 작가를 다수 포함하고 있고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기획 의도에도 가장 잘 부합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근원지라 해도 무방할 만큼 달렘 박물관의 의미는 크다. 베를린과 포츠담의 경계선에 위치한 하우스 암 발트제 전시관은 분단 시절 서베를린에서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 전시공간으로 손꼽혔지만 통일 후에는 변두리가 되어버린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베를린 중심부의 전시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베를린의 한복판에서 남서쪽 가장자리로 지축을 옮긴 이번 비엔날레는 미테나 크로이츠베르크처럼 화려하고 자유분방하며 소위 ‘핫’한 지역 대신 전원적이고 부유하며 보수적 분위기의 서베를린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허름하고 훼손된 버려진 건물이나 가능한 한 뜻밖의 장소를 택해왔던 그간의 행보와는 달리 전통적인 박물관을 주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확실히 이색적이다. 이번 전시 주제 또한 흥미롭다. 동서 냉전기간 높은 장벽이 도시 한복판을 관통했던 베를린은 독일 분단의 역사와 아픔의 흔적을 생생히 간직한 채 통일 후 조국의 건설적인 미래를 위한 독일인들의 의지와 노력이 특히 건축적인 부분에서 열매를 맺은 도시이다. 그렇다보니 이곳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당연하게도 베를린, 더 나아가 특히 치부를 포함하는 독일의 역사를 주요 테마로 삼았고 그래서 ‘베를린영화제’처럼 베를린비엔날레 역시 정치성이 기저를 이뤄왔다. 강한 정치성의 표방과 사회비판 성향은 그간 전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홍수 속에서도 베를린비엔날레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는 지난 회차의 비엔날레에서 그만 극단에 치우치고 말았다. 시위 운동가들이 쿤스트베르크 주전시실을 점령했던 제7회 베를린비엔날레는 정작 미술은 없고 정치만 보인다는 혹평을 받았고 심지어 비엔날레의 폐지가 거론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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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넬 <무역> 특별 제작한 쿠바산 목재 액자 10점(왼쪽 벽); 드로잉 약 48점(오른쪽 벽); 가운데 책상 위 오브제, 그래픽, 작가의 책 3권과 사운드트랙, 쿠바산 금속바 위 텍스트, 종이 위 디지털 프린트 가변 크기 2014

전년 대회의 위기를 극복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2014년의 베를린비엔날레는 선동적인 외침 대신 섬세하게 변주된 다양한 층위의 담론으로 채워진 모습이다. 식민지 상황을 겪은 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53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글로벌리즘에 대한 비판적 조명과 포스트식민주의적 담론이다. 지적 유희로서의 현대미술 감상을 강조하는 큐레이터의 의도는 다수의 전시작에 드라마가 빠지고 담백함과 절제가 전시장 분위기의 주조를 이루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디오작업의 수가 준 대신 종이를 매체로 하는 소규모의 작품이 훨씬 많고, 수집과 아카이빙을 키워드로 하는 작업이 많은 것도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에 한몫을 한다고 하겠다. 베를린 자유대학 캠퍼스에 인접한 달렘 박물관 건물에는 아시아미술관과 민속학박물관 그리고 유럽문화박물관까지 총 3개의 전시기관이 들어서 있다. 현대미술과 민속학적 유물을 융합시키려는 큐레이터의 의도는 성공적이다 —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의 민속유물과 고미술품 사이에 끼어든 현대미술 작품들에서 위화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식물도감과 표본을 연상시키는 알베르토 바라야(Alberto Baraya)의 <비교 연구, 인조식물 표본>(2002~현재)에서는 18~19세기 새로운 종의 발견자들에 의한(또는 이들을 위한) 드로잉과 오늘날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상징하는 인조식물이 유리진열장 안에 나란히 배치되었다. 정교함 덕분에 마치 생화처럼 여겨지는 조화는 자연과 인공의 가상 대치를 통한 원본과 모조품의 관계를 생각해보도록 고무하고, 박물관이라는 맥락 안에서 이런 모조품이 갖는 가치에 대한 숙고를 촉진한다. 흔한 교통표지판처럼 여겨지는 베아트리스 곤잘레스(Beatriz González)의 설치작업 <특별한 사진들>(2014)은 자세히 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픽토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간을 메고 홍수를 피해 도망가는 사람이나 사체를 나르는 사람 등 열악한 환경의 콜롬비아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담겨 있다.
플래시 전구를 사용한 카르스텐 횔러(Carsten Höller)의 <7,8헤르츠>(2001/2014)는 달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장소 특정적인 작업 중 하나이다. 작가는 콜럼버스 미대륙 발견 이전 시대 금 골동품 전시실의 조명을 7과 8.6헤르츠 사이의 진동수로 깜박이도록 조작했다. 안구를 격렬히 자극하는 무한 스타카토의 섬광은 원래 박물관 소장품인 황금빛 미술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한편 기존의 전시품과 새 미술작품의 경계도 허물어 버린다. 작은 전시실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설치작업 <무제>(2014)는 그 전시실의 원래 주제였던 테마를 작가 개인의 작업으로 흡수해버렸다. 예전부터 벽에 설치되어 있었던 안내판 위 문구 ‘유럽의 영향으로 인한 문화의 변화’는 작가가 따로 첨가한, 현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들(예를 들어 세관을 통과하는 수입 과일들) 및 오브제(유명 상표의 운동화 등)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수준 높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중심부와 동떨어진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오랫동안 등한시되어 온 달렘 박물관을 베를린비엔날레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고 동시대미술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새로운 담론 형성의 장을 마련한 비엔날레 총감독 후안 A. 가이탄의 용감한 시도에 대한 평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신진 작가가 중립적 화이트큐브가 아닌, 기존의 제도적 전시 공간에 자신의 작업을 채우는 경우 그는 과연 독자적인 색깔과 목소리를 살려낼 수 있을까.《  쥐트도이체차이퉁》의 비평가 카트린 로르히는 저명한 미술관에 전시할 기회를 얻었을 때 주최 측이 요구하는 규범과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입장의 작가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편 현대미술과 민속 유물을 융합시키려는 시도는 지나치게 성공적인 나머지 관람객이 자칫하면 상설전시품 속에 위화감 없이 섞여 있는 비엔날레 출품작을 간과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개인적으로 특히 아쉽게 느껴진 부분은 비엔날레의 모든 전시장을 다 돌고 났을 때 좋은 작품이 적지 않았음에도 딱히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작업이 떠오르지 않았던 점이다. 관심의 집중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인해 모든 혹은 여러 작품에 골고루 힘을 분산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모든 작품이 비슷한 강도의 (희미한) 인상을 남기게 된 것은 전시기획자 입장에서 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치열한 철학·정치·사회비판적 고민을 절제된 제스처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밀도 있게 풀어내려 한 제8회 베를린비엔날레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흥미롭게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호평과 혹평 그 어느 쪽이든 단편적인 평가에 그치지 않고 많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강점은 이런 모순성과 시끌벅적한 문제 제기 능력에 있는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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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아비디 <펀랜드(카라치 연작 중)> HD 비디오, 칼라, 사운드(비디오 스틸) 2014  Courtesy Bani A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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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암 수하일 <사색하는 주인공> 프로젝트 2013  Courtesy Mariam Suhail; GALLERYSKE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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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베를린비엔날레 예술총감독 후안 A. 가이탄

“비엔날레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바란다”

bb8 (2)이번 비엔날레는 특히 국제적, 다문화적으로 느껴진다. 참여 작가 선정기준은 무엇이었나.
일부는 예전에 함께 작업하면서 알게 된 작가들로 그들과는 그간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지적 토론을 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어 초대한 작가도 많다. 넓은 시각으로 전시에 어울리는 작업을 선정했기 때문에 선정된 작가들이 국제적인 면면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국가성이나 지역성 측면에는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중요한 건 개별 작가가 개인적 관심사와 흥미를 작업을 통해 표현하는 방식이다.
주요 전시장이 서베를린에 위치한 점은 이전 비엔날레와 완연히 차별되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베를린의 문화적 중심이 된 미테 지역뿐 아니라 베를린이라는 도시 전체로 전시의 포커스를 확장하고 싶었다. 하우스 암 발트제 전시관과 달렘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전시 공간을 바탕으로 현재 미테 지역에서 보이는 18/19세기의 부흥운동과 같은 경향을 능가하는, 더 광대한 전망과 가능성을 창조하고 싶다.
달렘 박물관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비유럽권 미술품과 민속학적 컬렉션을 보유한 달렘 박물관은 매우 흥미로운 장소이다. 방문객들이 여느 미술작품을 볼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기 소장품에 접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비엔날레 전시 외에도 박물관 상설전을 구경하며 현대미술과 민속학적 유물 간의 전시 및 수용상의 차이점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거다. 계몽주의를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를 추구하는 현대미술의 방법은 현대미술이 전시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식민주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민속학적 유물들은 전시 기획상 좀 더 특별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상이한 두 대상이 한 장소에서 만나면서 발생하는 현상들, 예컨대 얼마나 이단적인 전시방법이 각각의 맥락에서 다르게 적용되었는지 그리고 그때 사용된 장치들로 인해 미술품과 유물을 대하는 관람객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경험이다.
광활한 쿤트스베르케 미술관의 주전시실이 소규모 작품들로만 채워진 광경은 놀라움을 넘어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비록 개별 크기는 작지만 작품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거대한 군(群)을 이루는 모습을 보라! 우리는 논제라는 관점에서 미술작품에 접근했으며 또한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하는 데 드는 시간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종이를 매체로 한 작업이 특히 많이 보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사회·정치적 비판의 목소리가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는 미술매체로는 드로잉만한 게 없다. 어떤 작업이든 시작 단계와 아이디어의 윤곽을 잡아가는 과정에 드로잉이 있다.
화려함과 스펙터클 대신 절제되고 차분한 분위기를 택한 이번 비엔날레는 독일 특유의 정서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거대한 제스처와 시각적 이미지의 과잉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한국적인 모습이 아닐지? 내가 생각하는 독일의 정서는 좀 다르다. 이번 비엔날레는 지적이고 주의 깊은 감상을 요하는 작업들로 변주되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전시에서 놓치기 쉬운, 느린 템포의 명상적이고 축약적인 미술에의 접근을 이루었다. 소비와 토털패키지적 체험을 추구하는 현대미술계의 자본주의적 욕구에 지나치게 부합하는 거대 제스처를 지양하는 전시가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였다.
관람객이 전시에서 어떤 인상을 받기를 바라는가.
이번 비엔날레는 미술이 현재 처한 응급상황을 조명하고 특히 예술의 비판적 역할과 기능, 즉 우리의 정치·사회적 상상력을 발달시키고 촉진하는 길을 열어줄 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 방문객들이 비엔날레라는 형식으로 열리는 전시가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베를린비엔날레가 끝난 후 어떤 개인적인 계획이 있는가.
거의 2세기 동안 실종 상태인 고야의 머리를 찾는 탐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베를린 = 신원정 통신원

후안 A. 가이탄(Juan A. Gaitán, 1973년생)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과 밴쿠버 에밀리 카 미술디자인인스티튜트 출신의 작가 겸 미술사학자이다. 웨스트 프런트 협회 임원 및 밴쿠버 모리스 & 헬렌 벨킨 아트갤러리 객원 큐레이터(2006~2008), 로테르담의 비테 드 비트 현대미술센터 큐레이터(2009~2011),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아트 칼리지 겸임교수(2011~2012)를 거쳤다. 전시 기획 외에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 온 그는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프랑스 댕케르크 노르파드칼레 현대미술 지방재단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