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레슨 제로
3.31~6.1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현대미술을 통해 동시대 삶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배움과 가르침, 교육의 관습과 상황에 대해 질문한다. 작품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인간의 행동과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사고 방식, 문화의 양식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전제하는지 묻는다. 또한 그와 같은 방식이 어떻게 작동되며 어떠한 사회적 실재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지를 성찰케 한다. 김범 로와정 안정주 양혜규 오석근 오재우 오형근 이완 이유진 브렌단 페르난데스 팡후이 히로코 오카다 존사사키 타카유키 야마모토 발레리오 로코 오를란도가 참여해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은 예술적 관찰과 발상을 통해 한 인간을 형성하는 교육의 전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학교와 교실 등 집단의 규범과 사회화의 문맥 속에서 대항하는 개인의 존재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존사사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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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5-05

김보희
4.7~31 학고재갤러리

김보희의 작품세계 전반을 살필 수 있는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 사계절 내내 따뜻한 초록의 풍경이 좋아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는 작가는 자연의 푸른 생명력과 신비로움에 주목해 사실성과 추상성을 미묘하게 뒤섞어 현실과 환상이 만나는 어딘가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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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위대한 퍼포먼스 5- 태안반도 기름유출(1993), 2017, C-프린트, 70x100cm

윤동천
4.12~5.14 금호미술관

동시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로 독자적인 시각언어를 구축한 윤동천의 개인전 〈일상_의 Ordinary〉. 작가 작업의 기본 전제이자 출발점인 ‘일상’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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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도운 브레익스, 서울
3.24~5.14 아트선재센터

이주요 정지현이 3번째 협업프로젝트를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 선보인다. 정확하게 규정된 사회적 언어가 아닌 수많은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을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 전’에 비유해 기존 논리에 속하지 않은 작가들의 규제없는 모험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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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이진주
3.31~5.7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낯익은 소재를 사용해 지극히 직관적이며 초현실적인 화면을 구현하는 이진주의 개인전. 작가는 정해진 해답이 아닌, 보는 이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기억과 작가의 기억이 공존하는 공간을 이끌어 냄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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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김원정

정원사의 시간
4.1~6.25 블루메미술관

크고 작은 정원을 직접 만들고, 찾아 다니며 식물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요즘, 점점 더 빨리 변하는 현대문명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왜 지극히 정적인 식물과의 일, 정원을 꿈꾸는 지를 고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현대인이 자신의 일상 공간에 식물을 들이는 것처럼 사람의 공간인 미술관에서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강운 김원정 김이박 임택 최성임이 참여해 정원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간성에 주목한다. 예술의 언어를 통해 작품들은 생명의 원리로 질서화된 정원의 시간성이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힘을 얻게 하는지 되묻고 식물과 함께 하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 식물과 사람 사이의 비밀스러운 일을 들여다본다. 김원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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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갠더

라이언 갠더
3.29~5.7 갤러리 현대

영국의 개념미술 작가 라이언 갠더의 개인전 〈소프트 모더니즘〉. 설치, 미디어, 회화, 조각,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예술, 문화 개념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연관지어 개념적으로 재치있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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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득

김호득
3.30~6.17 파라다이스 집

‘흔들림, 문득’, ‘사이, 겹’ 등 공간과 시간을 다루던 기존 전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차다’ 와 ‘비다’ 같은 서로 반대되는 두 단어의 역설을 통하여 실재와 허상에 대한 연장된 사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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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_010317_  004

조르제 오즈볼트
4.6~5.6 갤러리 바톤

드로잉, 회화, 조각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조르제 오즈볼트의 개인전. 이번 개인전은 여러 이미지, 레퍼런스, 장면, 기호의 충돌을 유도하는 작가 고유의 화법을 총망라하는 자리로 다양한 실험을 거쳐 탄생한 독창적인 전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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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스-권순영

이야기 없는 이야기
3.17~4.27 갤러리 룩스

화면 속에 서사 구조를 만들어 세계를 연출하고, 감정의 상태를 재현하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하는 권순영 우정수 전현선의 작품을 모았다. 서사구조가 없는, 이야기가 없어진 그림을 통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을 전달한다. 권순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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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은_누워있는_조각가의_시간_archival_pigment_print_120_x_180_cm_2016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3.31~6.24 하이트컬렉션

4회째를 맞은 젊은 작가 그룹전. 강희정 김세은 노혜리 박천욱 서정빈 이준용 장종완 전명은 한우리 황효덕이 참여해 회화, 사진, 조각,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전명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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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권혁
4.7~29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스티치 기법으로 대상을 재현하고 이를 채색된 캔버스와 결합해 여러 겹의 레이어를 만들어 독특한 평면을 구성하는 권혁의 개인전. 작가는 삶이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상황’의 우연성과 세상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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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 슬라브스와_타타스_Larry_Nixed,_Thrachea_Trixed_2015

더 보이스
4.20~7.1 코리아나미술관

국내외 작가 12명이 참여해 ‘목소리’를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예술적 매체이자 장치로 간주하고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소리와 관련된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시각예술영역으로 침투한 ‘목소리’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슬라브스와 타타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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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이명미
3.20~4.22 대구 갤러리 분도

단순함과 간결한 조형성으로 어린아이의 그림 같은 느낌을 주는 이명미의 개인전. 작가는 함축된 기호로서의 소재 사용, 강조와 생략, 원색을 통해 천진난만함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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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남

윤석남
3.17~4.9 자하미술관

여성주의 미술가 윤석남의 드로잉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작가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979년의 미발표작 1점과 1985~2000년대 드로잉 100여 점, 신작으로 구성된 작가의 자화상 7점 등 다수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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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03b

내가 사는 피부
3.16~4.30 소마미술관

인간의 실존과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피부를 직시한다. 인간의 피부부터 디지털 스킨까지 ‘스킨’을 화두로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 18인의 작품 99 점과 영화감독 7인의 영화 8편을 해설과 함께 볼 수 있다.
김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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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미

노석미
4.6~28 갤러리 조선

노석미가 을 타이틀로 작업실 근처에서 만난 자연을 펼쳐놓는다. 작가는 담담하게 머물러 있는 자연을 그려낸다. 단순하지만 소담스럽고 자연스러운, 노석미의 자연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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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김선태
4.6~5.3 갤러리 초이

동양화의 기초 화법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선, 여백으로 강한 화면을 구성하는 김선태의 개인전. 작가는 인간이 겪는 위안에 대한 욕구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작업을 통해 그 너머의 어떤 지점을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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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김신영

00의 기억
3.24~4.27 신한갤러리 역삼

곽이브 김신영 장서영 최태훈 최형욱이 ‘00’으로 대표되는 익명성의 본질을 찾아나선다. 익명에 기댄 사람들이 우리 사회 현상들에 어떤 목소리로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메아리는 다시 어떤 형태로 세상에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김신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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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
4.14~5.10 갤러리 조은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이란 자화상시리즈로 잘 알려진 변웅필의 개인전. 작가는 감정이 배제된 자화상을 통해 외적인 모습에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독창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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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이상용
4.6~29 갤러리 BK

회화 · 조각 · 설치 · 사진 등을 매체로 작업하는 이상용의 개인전. 작가는 단순한 형상의 기록이 아닌 정교한 의미의 서사를 구축해 삶의 깊은 곳을 세심하게 건드리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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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익

서상익
4.14~5.10 아트팩토리

면 분할이 이뤄진 실내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광경을 담은 회화를 선보이던 작가는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겠다는 기조를 견지한다. 무엇을 그리는지 보다 작가가 무엇으로도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표현법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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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_엄마의창_이즈반도 2016

박진영
4.11~5.25 아트스페이스 J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도해 온 박진영의 개인전 〈엄마의 창〉. 작가는 치매환자인 엄마와의 대화 속에 등장한 장소, 물건 등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제껏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엄마에게 바치는 헌정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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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_Katz_flowers_2_22.9x30.5cm_oil_on_board_2011

알렉스 카츠
4.13~6.3 PIBI 갤러리

페인팅, 드로잉, 조각, 판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왕성한 작업을 선보이는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거대한 크기의 인물 초상화와 풍경을 비롯해 일상의 단면을 독창적인 제스쳐로 담아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물, 풍경, 꽃을 소재로 한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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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택

임택
4.4~29 트렁크갤러리

산수풍경을 디지털 이미지로 제작해온 임택의 새로운 작업을 볼 수 있는 〈점경와유〉. ‘옮겨진 산수’를 야외 공간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 중 조선시대 전통정원을 답사하면서 그 주변에 있는 바위들을 촬영하여 작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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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나점수

풍경의 두면
4.6~30 누크갤러리

식물적 사유에서 따온 나점수의 풍경과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임동승의 풍경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지극히 사색적인 두 작가의 그림과 조각을 통해 같은 풍경이 다른 형상으로 나타나지만 예술이라는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결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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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노원희

2017 풀이 선다
3.20~4.9 아트스페이스 풀

아트스페이스 풀의 기금마련전. 이 전시는 공간 운영 기금마련이라는 목적에서 시작하였으나, 이에 앞서 대안공간이 존속하기 위해 어떤 경제적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일반적인 시장논리와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노원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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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수, 고독을 소독하는 사람 91x72.5cm 캔버스 위에 유화 1978

정복수
4.20~5.10 부산 미광화랑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인간이라는 대상에 천착해 온 정복수의 부산시절을 되짚어본다. 부산에서 작업의 바탕이 되는 감성을 키워온 정복수의 그림을 살펴보며 작가가 쌓아온 인간 탐구의 근원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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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김지수

피드백과 식생
4.12~5.8 아트스페이스 휴

자연생태계, 식물과 관련된 작품을 모아 서로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식생을 연출한다. 식물을 소재로 작업하는 강정헌 김지수 김준은 인공 재배,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 채집과 기록의 방식 속에서 새로운 창작의 단서를 발견한다. 김지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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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트라이앵글
3.30~4.30 갤러리 아트사이드

하나로 선으로 이어진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각기 다른 점에서 자신의 고유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안창홍 오원배 최진욱 장샤오강 쩡판즈 쩌춘야를 모았다. ‘현실(사회)-예술-작가’로 이어지는 세 꼭지점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 오원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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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박경희
4.25-4.30 대구 봉산문화회관

자연을 모티프로 작업하는 박경희의 개인전. 자연에서 경험한 것을 전달하고 자연에서의 사색을 재구성하는 작가는 생동하는 자연의 움직임에 착안하여 숲속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함께 존재의 숨결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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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린이-제럴드 맥더멋

칼데콧이 사랑한 작가들
3.30~6.25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권위의 ‘칼데콧 상’을 수상한 미국 그림책분야 대표 작가들의 원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칼데콧 수상 도서의 작품세계를 문화 · 사건 · 관계로 풀어내며 그림책 작품의 교육, 문학, 미학적인 의미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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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_이완정 작품사진

이완정
4.19~24 가나아트스페이스

고층 건물이 빼곡이 들어찬 빌딩숲에서 인간은 하나의 부속품인양 쉼 없이 되풀이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작가는 연약하지만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인간의 존재를 나뭇가지에 담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친 일상에 휴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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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표

홍경표
3.30~4.19 부산 갤러리 조이

‘그림이란 풍경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기운을 색을 통해 시각화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홍경표의 개인전. 작가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동적으로 표현하며 생명의 기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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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대표이미지_작은사이즈

문승현
4.4~16 세종갤러리

오전, 아침에 일어나 일과를 준비하는 시간. 오후, 급한 일들을 끝내놓고 한숨 돌리는 ‘나’의 시간. 문승현이 그리는 오후는 그렇게 스스로의 진지한 고민을 품어 안아주는 시간이자,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감미롭고 따스한 자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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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빈

엄상빈
4.14~5.2 스페이스22

분단, 환경 사진 등으로 익숙한 엄상빈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중 근간에 해당되는 분단을 다룬 작업의 연장선으로 군사정권, 문민정부 등 정권의 흐름과 통치이념이 작품 속에 그대로 담겨있어 남북관계에 따른 철조망 변모의 연대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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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갑

정진갑
4.4~20 최정아갤러리

섬세하고 예민한 손놀림으로 소녀와 소년을 빚어내는 정진갑의 개인전.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는 작가의 다짐이 투영된 작업을 통해 보는이들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아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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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선영

변선영
4.1~9 한전아트센터

콜라주를 이용해 사물로부터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변선영의 개인전. 작가는 연계되지 않은 것들의 우연한 만남을 예측되지않은 낯선 만남이 아닌 익숙한 우연으로 이끌어내며 내면으로부터 가까운 화면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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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이분다 아트셀시

최윤아
4.23~5.2 갤러리 아트셀시

본래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색을 찾고자 노력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 〈푸르름이 분다〉를 통해 대상의 근본을 탐색한다. 색과 형상, 구도를 통해 자신이 가진 조형어법을 그대로 드러내며 ‘결’이라는 언어를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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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김수연
3.16~4.15 갤러리2

평면의 이미지를 출력해 입체로 만들고 그것을 다시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평면과 입체의 틀을 깨는 김수연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하늘을 날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화면에 펼쳐보인다.

REGIONAL NEWS

광주
양림동에 들어선 이색 문화공간
〈양림의 화가들〉 2.23~3.25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

양림(楊林), 버드나무 가득한 마을에 서양인 선교사들이 들어온 건 1904년의 일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은 이곳에 교회와 집, 학교와 병원을 짓고 봉사와 나눔의 복음을 실천하며 정착했다. 1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로부터 받아들인 광주 최초의 서양 문물은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대로 이어지고 있다. 호젓한 자연과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이 잘 보존된 거리를 배경으로 찻집과 맛집이 곳곳에 숨어있어 20~30대들의 명소가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개관한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은 생동하는 양림동의 현재를 보여주는 접점이다. 폴리곤(Polygon, 다각형)은 규정되지 않은 장르의 융복합이 이뤄지는 현재의 예술 활동이 모이는 곳이다. 과거 선교사 사택 차고지였던 이곳은 이제 현대예술가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식 개관전시로 양림동과 인연이 깊은 6인의 작가를 초청하여 〈양림의 화가들전〉을 개최했다. 양림동에서 뛰어놀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긴 황영성과 우제길, 삶의 터전이자 정착지로서 평생 이곳을 떠나지 못한 한희원과 정운학, 이곳에 작업실을 짓고 창작의 영감을 얻은 신수정과 이이남 모두 고즈넉한 분위기의 양림동과 호랑가시나무의 매력에 매료되어 일생을 함께한 작가들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한껏 머금은 4월,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새로운 창작물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성장해가길 바란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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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
지속가능한 폐허를 발굴하는 페인팅
〈감만동 발굴展: UNEXPECTED WALL〉 3.21~4.14 감만창의문화촌 갤러리

부산의 재개발구역은 현재 160여 곳에 육박한다. 그리고 그 수는 검색할 때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중 재개발예정지 선정 문제로 오랜 기간 주민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공가(空家)가 늘어나는 등 마을의 본모습을 잃어버린 감만동에서 작가 양자주의 개인전 〈감만동 발굴展: UNEXPECTED WALL〉이 열렸다. 작가가 부단히 일궈온 페인터(painter)의 정체성은 예술과 사회 문제에 페인팅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 탐구해온 과정에 여실히 드러난다. 쌓고 부수는 문명의 반복행위가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가 하면(〈Untitled Series〉) 재개발 현장의 공가 담벼락을 지름 2cm도 채 되지 않을 지문으로 도배(〈Dots Series〉)하기도 했다. 최근엔 부산의 대규모 재개발 구역에 속하는 못골, 초량, 온천장, 감만동에서 채집한 건축폐기물, 여러 겹의 벽지, 덧칠해진 페인트 조각, 단열재 등을 재구성한 페인팅(〈Material Series〉)을 선보이고 있다. 인류의 페인팅에 대한 사유의 궤적을 이번 양자주 작가의 개인전에서도 볼 수 있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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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은주+haniitter’s, 〈 로스트 (포)레스트 Lost (for)rest 〉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7

대구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만들다
〈대구예술 생태보감〉 3.2~4.23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예술발전소는 ‘청년다움·다원적 가치·공간미디어’라는 기치 아래 시각예술뿐 아니라 음악과 무용 등의 공연예술을 포함한 대구 예술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구예술 생태보감전〉을 기획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가가 협업 지점을 모색하고, 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예술 생태보감’이란 제목을 붙였다. 대구의 선데이페이퍼를 주축으로 경산, 울산 등 지역 간 연대를 준비한 ‘테트라포드 연합 준비팀’을 비롯해 방천시장에 거점을 둔 작가 모임 ‘방천밸리’, 1980년대에 활발히 활동한 중견 작가 ‘그룹 6·7’, 회화 작가로 구성된 ‘PPT(Painting-Painter, Team)’, 대구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작가들이 모여 만든 ‘Individuality’, 광주에서 활동하는 ‘코끼리협동조합’과 대구의 애니메이션 작가가 공동 작업한 ‘코끼리협동조합 협업프로젝트’ 등 총 6팀이 각기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지역 중심의 작가 모임, 자생적으로 결성된 작가 집단, 혹은 이번 전시를 위해 그룹으로 결성된 작가들이 느슨하게 경계 지어진 범주 안에서 대구의 예술 생태계를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생태계는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그 자체로서의 완결성을 가지고 독립된 체계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대구예술 생태보감〉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대구예술발전소가 신진 작가를 발굴·지원하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여러 예술 장르가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대구 예술생태계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민정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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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
버리는 것과 버려지는 것의 관계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3.6~5.5 중선농원 갤러리2

봄을 맞이해 중선농원에서는 윤석남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선보인다. 회화와 드로잉, 조각, 설치작업 1025점이 중선농원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신문에서 유기견을 돌보는 이애신 할머니의 기사를 우연히 접한 작가는 버려진 개 1000여 마리를 20년 넘게 보살피고 있는 할머니의 보금자리 ‘애신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곳에 머물며 버려진 동물이 받는 충격과 버리는 인간의 비정함을 작품에 담았다. 1,025개의 조각은 이애신 할머니가 보살피던 유기견 수를 의미한다. 유기견 제각각의 생김새와 표정들을 드로잉한 후 나무를 잘라 표면을 갈고 밑칠 하는 과정을 무려 5년 동안 지속해 작품을 완성했다.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관람자를 응시하는 개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움을 넘어 이들을 버린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버려지는 존재를 통해 버리는 존재를, 약자의 모습을 통해 그들을 휘두르는 권력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025’라는 숫자는 자기중심적,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환기이기도 하다.
이승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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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사진전_누에_나방

2016년 12월 16일 사진작가 장근범과 관람객 100여 명이 완주 복합문화지구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록사진전 누에-나방〉을 마련했다.

전주
공장의 품격 있는 변신
복합문화지구 누에, 팔복예술공장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되살리는 ‘재생’. 최근 들어 구도심 활성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폐산업시설 재생’이 주목받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따라 완주와 전주에서도 ‘공장의 품격 있는 변신’이 진행되고 있다. 완주군은 2016년부터 용진면의 옛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의 누에를 키우고 관리하던 잠업시험지 21개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복합문화지구 누에 (nu-e)’라는 새 이름을 걸고 작년 한 해 동안 전시, 레지던시, 공연, 파티 등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된 2차부지 공간 재단장에 들어가며 주민 놀이터 형태로, 공연장, 전시장, 휴식 공간 등을 마련해 주민들이 언제든지 방문해 머물며 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해 리모델링을 완료한 1차 부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편, 전주시 팔복동 제1산단 내에 위치한 팔복예술공장에서는 매주 한 차례 인근 주민과 예술가, 공단 근로자가 참여해 공간이 지닌 역사와 특성, 이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함께 고민하고 공간의 성격과 쓰임새를 모색하는 집담회가 열린다. 또한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무료대관 전시 〈Grey Matter〉를 개최했다. 오늘날의 정치, 경제 및 투쟁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회색 물질’이란 주제 아래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8명의 외국 작가 작품에 녹여내었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 사진, 자수 작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문화재생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집담회 및 파일럿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공간의 성격을 최적화하는 중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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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전
삶은 여전히 아름답지 않다!
〈2017 Next Code〉 3.2~4.26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대전충청지역 청년작가 등용문 〈Next Code전〉이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우리 앞의 생’이라는 다소 무거운 느낌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40세 미만의 작가 51명의 경쟁자 중 5명의 작가가 최종 선발됐다. 이들은 ‘생의 안으로’와 ‘생의 밖으로’에 해당된 섹션에서 작업을 전시한다. 먼저 ‘생의 안으로’ 섹션에 속하는 작가 중 박은영은 염료를 먹이는 먹지에 무수한 선 드로잉으로 숲을 전사하는데 이는 점차 자신을 초극하는 구도자의 고행이자 삶-예술을 창조하는 유희의 행위가 된다. 신기철은 ‘바니타스’를 주제로 불안의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정의철은 자아에 대한 성찰로 〈Unfamiliar〉라는 제목의 연작을 선보인다. 뭉개져버린 얼굴은 자아의 껍질 속 알맹이에 닿고자 하는 작가의 고통스러운 내면의 흔적이기도 하다. 한편 ‘생의 밖’ 섹션에는 철과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해 교회나 골목, 창문, 전봇대, 주택가 등의 소외된 공동체 공간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이홍한과 사회적 규범과 자아의 영향 관계, ‘표류’하거나 표류했던 자아의 연극성을 반성하는 작업을 보여준 정미정의 작업이 전시된다.
‘생의 안’과 ‘생의 밖’ 어디에도 이들 청년이 쉬어갈 공간은 없어 보인다. 고단함과 치열함이 교차하는 그들의 땀내 젖은 그림이 유독 가슴을 저리게 하는 이유이다.
유현주 미술평론

ART BOOK

에고(ego)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

할 포스터 지음/김정혜 옮김 《콤플렉스》 현실문화 2014

얼마 전 ‘강적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청와대 건축 구조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동인 위민관이 직선거리로 500미터나 떨어져 있어 업무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미국의 백악관조차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부통령실 및 내각회의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을 민주공화국의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조선 시대 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더군다나 청와대 본관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지붕만 한옥 양식으로 되어 있는 정체불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권위적이면서 키치적인 건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청와대가 전통 계승 강박과 근대화 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날것으로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책장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콤플렉스 complex》. 《실재의 귀환》으로 잘 알려진 할 포스터가 미술과 건축이 친연성을 뽐낸 지난 50년의 궤적을 살펴보는 책이다. 센세이셔널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예술계에 건축이 개입하는 방식과 예술이 건축에 개입하는 태도에 대해 섬세한 분석을 시도한다. 그래서 그는 ‘콤플렉스(complex)’라는 개념에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첫째, 미술과 건축이 병치되고 결합되는 여러 조합의 경우를 가리킨다. 이는 사전적인 뜻에 충실한 해석인데, 사실 미술은 모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건축과 운명을 같이했다. 건축사가 미술사의 한 부분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둘째, 문화를 경제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의 포섭력이 어떻게 미술과 건축의 조합을 매력적인 지점 혹은 디스플레이 장소로 재용도화하고 있는지를 지적하기 위해 콤플렉스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살짝 의심의 뉘앙스를 가지고 미술과 건축에 접근한다. 그는 ‘미술-건축 콤플렉스’가 ‘군산 복합체’처럼 불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경계심을 가질만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된 F1963이라는 공간은 기업의 자본력과 예술 자본이 만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미술을 통한 축제의 장이 펼쳐졌지만 F1963에서 단연 으뜸은 테라로사 카페였다는 사실은 할 포스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셋째는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것, 장애나 증후를 가리킨다. 할 포스터는 여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표명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문화 활동에서 장애나 증후가 매우 내재적이고 자연스럽게 나타나기에 극복은 차치하고 있는 그대로 밝히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건축구조가 정통성에 대한 강박장애를 쉽게 드러내는 것과 달리 미술과 건축의 만남은 형태와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어 그 뒤에 숨은 강박 증후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전제 아래 그는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미술가가 회화, 조각, 영상을 건축 공간으로 확장하고 건축가들은 그만큼 시각예술과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분석한다. 협업과 경쟁으로 나타나는 이 두 분야의 조우는 현재의 문화경제 지형에서 이미지 만들기와 공간 구성하기의 근간이 된다. 예술센터나 페스티벌 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이나 도시를 브랜드화하려는 정부가 미술과 건축의 연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기관의 정체성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더불어 미술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은 흔히 신소재, 신기술, 뉴미디어에 주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 우리는 유휴공간 활용이라는 명분과 스펙터클을 은연중에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폐공장이나 창고 등을 개조한 미술 공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이유로 건축적 요소와 미술적 요소가 뒤섞이는 공간에 흥미를 느낀다. 할 포스터는 이를 미학적 테크노의 숭고함으로 해석하고, 프로이트가 말한 ‘에고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면, 생산자로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간학제성(間學際性)이다. 한때 도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간학제성이 이제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으로 자리 잡아 상호 연결, 협력, 네트워크를 강제하는 규범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의심하는 그의 말은 융합과 협력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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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1선사 · 고대 회화
홍선표 지음
한국회화사가 탄생하고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회화적 요소부터 삼국시대 고대국가들의 회화를 다룬 개관적 연구서이다. 지역별 · 시대별 변화 및 영향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국미술연구소 460쪽 ·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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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0생활예술
강윤주, 심보선 외 5인 지음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자원으로서 예술을 ‘생활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다. 학자 · 활동가 · 행정가 등 예술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생활예술 이론을 집대성하고 관련 사례들을 검토했다.
살림 432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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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6시네마 인문학
정장진 지음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영화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화 속 예술작품의 이야기를 다룬 책. 예술가들의 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와 남다른 감각으로 예술작품을 영화에 녹여낸 감독들의 영화 21편을 소개한다.
동녘 26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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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3성찰하는 티칭 아티스트
캐스린 도슨 외 1인 지음 / 김병주 옮김
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교육자와 예술가의 중간 위치인 티칭아티스트(teaching artist)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 연극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티칭아티스트들의 사례 25가지를 소개한다.
한울 아카데미 408쪽 ·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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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9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
홍명섭 지음
‘예술로서의 철학’과 ‘철학으로서의 예술’의 실천을 꿈꾸는 저자가 정년퇴임 후 교육현장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 저자는 자신이 ‘사용’해본 현대철학을 바탕으로 ‘효과’를 본 예술적 사유를 소개한다.
아트북스 33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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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8이연식의 서양미술사 산책
이연식 지음
미술사 입문자를 위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르네상스의 작품들부터 서양미술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는 책. 저자는 현대미술까지 순차적으로 소개한 뒤 행위예술에서 샤머니즘과의 연관성을 찾아 예술의 태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나무 28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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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3한국인이 캐낸 그리스문명
김승중 지음
토론토대학 고미술학과 교수이자 도기화(vase painting) 연구로 정평이 난 저자가 그리스문명을 재해석한 책. 그리스신화와 역사의 상호 관계, 그리스인 특유의 시간관을 중심으로 그리스예술과 문화를 설명한다.
통나무 392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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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5전진하는 페미니즘
낸시 프레이저 지음 / 임옥희 옮김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향후를 전망한 책. 저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입장에서 기존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을 지적하고 이로부터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돌베개 15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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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2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유현주 지음
매체 이론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의 디지털 문학의 궤적을 짚어보고 향후를 조망한 책. 디지털 문학의 미래를 전망하는 저자의 시각은 디지털 시대의 생산자(창작자), 소비자(수용자)의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문학동네 16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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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7미래를 위한 디자인
조원호 지음
디자인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계 각지의 혁신적인 디자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공존을 돕는 디자인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다.
미술문화 26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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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4북해에서의 항해
로절린드 크라우스 지음 / 김지훈 옮김
모더니즘적 매체로서 그 한계에 직면한 현대미술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편을 제시한 책. 저자는 책과 동명의 작품으로부터 예술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포스트 – 매체’ 담론을 펼친다.
현실문화A 13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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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5게이트웨이 미술사
데브라 J. 드위트 외 2인 지음 / 조주연 외 3인 옮김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주제라는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한 미술 안내서. 시대순으로 미술사를 나열하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키워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술을 이해하는 나름의 길을 찾도록 의도했다.
이봄 624쪽 · 55,000원

ART JOURNAL

자연 속 뮤지엄 SAN 2017년 첫 기획전 개최
〈색채의 재발견〉 〈한국미술의 산책 Ⅱ: 단색화〉와 제임스 터렐 작품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강원도 원주에 오크밸리리조트에 위치한 뮤지엄SAN에 찾아든 봄기운을 맞아 ‘색채’를 주제로 한 전반기 기획전 〈색채의 재발견〉을 지난 3월 17일 개최했다. 색채가 갖는 의미를 미술과 색채를 구현하는 작가를 통해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이다.
미술에서 색채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아 왔다. 형태에 존속된 조형적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 색채는 19세기로 들어서야 그 자체로 독립된 미술의 요소로 자각된다. 이번 뮤지엄SAN의 〈색채의 재발견전〉 기획의도 역시 이 같은 미술사적 맥락에서 비롯됐으며 전시를 담당한 노은실 뮤지엄SAN 학예연구사는 이를 “색채의 반란”으로 표현했다.
전시에 참여한 13명의 작가는 전통적인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독자적인 색채미를 보여주는 작품부터 환경과 시대의 상징으로서의 색채, 현 사회의 소비문화를 비판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교감의 색채’와 ‘시대의 색채’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서 천경자, 김종학, 전혁림, 박생광, 이중희, 박지혜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예술적 영감을 색으로써 표현한 작가로 꼽혀 첫 번째 섹션 ‘교감의 색채’를 채웠다.
이어지는 ‘시대의 색채’ 섹션에는 정철교, 서용선, 홍경택, 함경아, 최인선, 이상원, 김병호의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큰 캔버스가 이미지로 강렬하게 다가와 시각뿐만이 아니라 촉각적인 경험을 하게 한다.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단색화를 다룬 〈한국미술의 산책 Ⅱ: 단색화〉도 동시 진행된다. 지난 3월 열린 〈한국미술의 산책 Ⅰ: 서양화전〉에 이은 두 번째 상설 기획전시다. 권영우, 김기린, 박서보, 서승원, 윤형근, 이우환, 정창섭, 정창섭, 하종현 등 대표적인 단색화가 13명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한국의 단색화가 태동된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든 작품과 현전된 근작을 소개하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단색화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미술관은 이와 같은 뮤지엄SAN의 근현대 컬렉션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시리즈 형식의 전시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원주 = 곽세원 기자

위 최인선 〈날것의 빛〉(사진 왼쪽) 캔버스에 유채 260×484.5cm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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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시 공간 (재) 개관 소식
백남준기념관, 페이스갤러리, 갤러리 BK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백남준기념관(오른쪽 사진)이 개관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의를 수용해 백남준이 1937년부터 1950년까지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 집터에 위치한 작은 한옥을 매입하여 백남준기념관으로 재건립했다. 건축가 최욱이 리모델링을 맡았으며 28평 남짓한 단층 한옥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기념관 조성과 운영을 맡은 서울시립미술관은 이곳에서 작년 7월 백남준 서거 10주기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으며, 개관식과 함께 첫 전시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를 열었다. 전시 제목은 백남준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백남준이
30여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한 1984년을 출발점으로 하여 백남준의 기억과 상상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백남준 이야기’, ‘백남준 버추얼뮤지엄’, ‘백남준의 방’, ‘백남준에의 경의’ 총 4부로 이루어진 각각의 주제는 기념관의 입구와 중정(中庭)을 포함한 공간 전체에서 상이한 주기와 형태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진행된다.

현대미술 전문으로 뉴욕미술계를 이끄는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가 3월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페이스서울’을 개관했다. 페이스서울 디렉터는 아라리오갤러리 출신으로 2015년부터 페이스홍콩에서 활동한 바 있는 이영주 씨가 맡았다. 페이스서울은 개관전으로 도널드 저드, 아그네스 마틴, 장샤오강 등 전속작가 10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갤러리 BK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재개관했다. 재개관 기념전으로 김대수와 손진아의 개인전을 3월 9일 동시 개최했다. 김대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나〉라고 명명한 이번 전시에서 빛을 상징하는 백색을 통해 바라본 자연 풍광을 담은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의자를 모티프로 한 회화작업으로 잘 알려진 손진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의자 대신 식물의 다양한 패턴과 흐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 전시 모두 4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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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예술공원

예술은 쉼을 만들고, 쉼은 예술을 만든다”
3월 30일 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작품 첫선

서울의 자랑, 시민의 안식처 한강이 ‘예술’이란 옷을 입고 보다 아름다운 쉼터로 거듭난다. ‘한강예술공원’ 조성을 위해 내건 슬로건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한강의 자연성을 존중함으로써 인간의 쉼을 넘어 한강의 쉼을 추구한 “회복하는 한강”, 도시 자연 사람의 관계를 다시금 짚어보며 서로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관계 맺는 예술”, 이 두 가지를 통해 새로운 쉼의 경험을 주는 “경험하는 공원”이 바로 그것.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한강을 배경으로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신진작가가 참여 제작한 공공예술작품 8점이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마당 일대에 선보였다. 인간 형상을 2차원의 선으로 단순화하여 자연 환경으로 확장된 함영훈의 〈무제(두 사람)〉, 원기둥 모양의 슈퍼미러로 제작하여 작품이 놓인 하단부가 그대로 투영되는 김지윤의 〈도깨비 스툴〉, 선재로만 이뤄진 오픈형 작품으로 시민들이 그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조재영이 〈바람의 집〉이 오픈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됐다. 또한 ‘2016 한강한장 공개공모’ 한강상 수상작인 〈그린풀장〉이 조경가 최재혁에 의해 잔디풀장으로 구현됐다. 건축가 심희준, 박수정은 폐어선 남해호, 경동호, 해춘호를 재료로 한강을 찾은 시민에게 쉼과 공간의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KEAB (백희성)+JHA(정진호)+HLD(이호영, 이해인)가 협업한 〈온더리버 아트플랫폼〉(위 사진)은 건축, 선박, 조경 분야 전문가가 프로젝트팀을 이뤄 진행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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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행사29

〈제35회 2017 화랑미술제〉 폐막
한국화랑협회 94개 회원관 참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 10~12일

한국화랑협회(회장 이화익)가 주최하는 〈제35회 2017 화랑미술제〉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 10~12일에 열렸다. 작년보다(89개) 늘어난 총 94개의 갤러리가 참가해 국내외 작가 500여 명의 작품 2500여 점을 선보였다. 가나아트센터,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동산방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등 국내외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주요 갤러리들이 모두 참가했다. 3월 9일 개막식에는 김영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들과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네이버와 협력해 신진작가의 작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특별전 〈나의 공간, 나의 취향(My Space, My Taste) 2nd Edition〉이 열렸다. 참가 화랑들은 45세 이하 작가들의 작품 중 가격 3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 크기 100호 이하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채널 ‘아트윈도’에서 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졌다.
한국화랑협회는 이번 행사기간 동안 작품 거래액이 약 3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행사의 37억 원보다는 적은 액수다. 관람객 수는 작년보다 3000여 명 늘어난 3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한국화랑협회는 “작년보다 일일 평균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면서 “미술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랑미술제〉는 1979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로 한국화랑협회 회원관들의 대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품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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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융성을 위한 다각적인 모색
〈2017 국제건축문화정책 심포지엄〉, 〈2017년 박물관 교육 심포지엄〉 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회장 배병길)가 주관하는 〈2017 국제건축문화정책 심포지엄〉이 3월 10일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개최되었다. ‘문화의 숨 : 건축(Air of Culture: Architecture)’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세계 각국의 건축문화정책 사례와 성과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 적합한 건축문화정책을 논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3월 28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국내 국·공·사립 박물관 교육 관계자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2017년 박물관 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1부 ‘박물관 교육의 발전적 성과’, 2부 ‘박물관과 지역의 동반 성장’, 3부 ‘박물관 교육의 확장 가능성’이라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립전주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박물관 교육의 최근 연구 동향과 다양한 운영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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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아트갤

640 아트타워 첫 신진작가 기획전 개최
한영국 〈타오를 준비가 돼 있는가〉

640아트갤러리가 참신하고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2016년 9월 진행한 〈2017 제1회 신진작가 공모〉에 4명의 작가 김은미, 이다희, 이마리아, 한영국이 최종 선정됐다. 우수작가에 선발된 작가에게 지원되는 개인전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영국으로, 〈타오를 준비가 돼 있는가〉 제하의 전시가 3월 19일 열렸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성냥에서 인간 삶 그리고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성냥을 불에 타오르기 전, 타들어가는 순간, 다 타버린 후로 나누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삶과 죽음, 빛과 어둠 같은 필연적이고도 순환적인 관계를 이야기한다. 타버린 성냥이 감각적인 묘사와 색채로 표현된 회화 작품이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4월 19일 막을 내리며, 오는 5월엔 이다희가, 9월에는 이마리아가, 마지막으로 11월에 김은미가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640아트갤러리’는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에 개관한 복합문화예술공간 640아트타워 내 위치한 전시공간이다. 총 5개 룸으로 구성된 이곳은 감각적이고 역량 있는 국내외 미술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그밖에 최신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연주회, 공연, 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640 아트홀’과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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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청년 작가의 예술을 향한 애정
허동화 화업 60년 수집인생 40년 특별전 개최

2017 환기미술관 특별기획전으로 허동화의 화업 60년을 되돌아보는 〈허동화 : 충만充滿〉이 3월 10일 열렸다. 작가의 순수 회화작품과 전통 보자기에서 착안한 아상블라주 작품과 색천, 종이를 이용한 콜라주와 금속 오브제 등의 작업에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녹아 있다.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넘쳐나는 창작욕과 예술을 향한 애정은 그가 평생 일궈온 수집과 창작의 다양한 작품 군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환기미술관의 독특한 전시공간과 이루는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이어진다. 허동화는 오랜 기간 전통 보자기와 자수 등 규방문화재를 수집, 보존하는 데 힘써왔다. 규방문화를 일반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1976년 개설된 한국자수박물관 관장직을 박영숙과 공동으로 위임해오고 있다. 40여 년간 꾸준한 수집활동을 통해 보자기, 자수, 다듬잇돌, 발, 침장, 의상과 장신구 등 3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2017년 4월 제387호

특집

상처받은 세상, 예술은 우리의 삶을 치유하고 위로하고 애도한다 70
4월이다. 잔인하게 찬란한 계절. 극한 아름다움은 슬픔을 동반한다. 그래서일까? 오늘, 우리의 봄날은 눈부시게 애처롭고 구슬프다. 오늘, 우리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역사의 현장에 서있다. 허탈한 심정과 분노와 저항의 교차로를 지나 진실이라는 정거장에 한발짝 다가섰다. 그리고 또다시 희망과 미래의 이정표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 여정의 종점이 어디일지는 여전히 누구도 알 수 없다. 착한 사람들이 상처받은 세상, 그들이 받은 고통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깊은 곳에 남아있다. 우리에겐 서로를 감싸주고 보듬는 치유와 위로, 그리고 애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상처받은 세상에서 예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미술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월간미술》은 지난해 겨울부터 이런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왔다. 이번 특집 역시 이런 맥락에서 마련했다. 여느 때와 달리 화려한 이미지는 없다. 글 중심이다. 인간 존재와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유가 담긴 책 《애도하는 미술》 저자 박영택 교수의 글을 시작으로, 예술인문학을 바탕에 두고 유‘ 경희예술처방연구소’를 운영하는 예술테라피스트 유경희 박사의 자전적 에세이, 그리고 본지에 ‘달콤한 작업실’을 연재하는 에세이스트 최예선의 글을 싣는다. 각기 다른 문체로 엮인 삼인삼색의 글을 차분히 곱씹어 읽으며 독자 스스로 위안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더불어 2011년 3월 11일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엄청난 재해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예술로 삶의 무기력을 극복했는지 살펴본다. 성격이 다르지만 세월호 아픔을 온전히 치유하지 못한 우리가 타산지석 삼아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서울문화재단 산하 ‘서울예술치유허브’와 ‘마음약방’을 소개한다.

편집장 브리핑  44

모니터 광장 46

칼럼 48
현대미술 시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려야 | 정희철

기자의 시각 50

핫 피플  56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침체된 한국화 중흥을 위한 메세나 | 이준희
이화익 한국화랑협회 회장 “어려운 미술계, 화합과 소통으로 힘을 합쳐야” | 곽세원

사이트 앤 이슈  62
〈화성에서 온 메세지展〉 화성에서 쓴 지구 환경 보고서 | 황석권

변호사 캐슬린 킴의 예술법 세상 8 64
“국가는 예술가의 적인가” | 캐슬린 킴

핫 아트 스페이스 66

특집_상처받은 세상, 예술은 우리의 삶을 치유하고 위로하고 애도한다  70
파국의 삶과 예술, 그리고 애도 | 박영택
미학적 취향의 진화를 위하여, “치유보다는 성찰” | 유경희
빛의 항해도 | 최예선
망각에 대한 저항 | 마정연
예술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하는 방식 ‘서울예술치유허브’와 ‘마음약방’ | 박유리

테마기획 90
〈제1회 광주화루 공모전〉 현대 한국화의 젊은 보루
모순의 극복과 새로운 바탕의 건립 | 김상철

전시와 테마  114
〈예술만큼 추한展〉 추(醜)의 현대적 존재론 | 김정락

전시 초점  122
〈상상적 아시아展〉 확실성에 관하여 | 이병희

화제의 전시  128
〈안상수_날개.파티展〉 파롤(parole)도 랑그(langue)도 아닌, 방법 | 최범

월드 토픽  132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그의 ‘다르게 보기’에 관하여 | 장나윤

크리틱  142
아이작 줄리언ㆍ서윤희ㆍ배윤환ㆍ김근태ㆍ윤종숙

큐레이터스 보이스 148
〈Various Whites〉 | 전민경

리뷰  150

프리뷰  152

전시표  158

월드 프리뷰  162

지역  166
강성원의 인문학미술觀 14  168 장치ㆍ부담ㆍ감각의 논리 | 강성원

아트북  172

아트저널  174

독자선물  178

편제  180

표지
이호억 〈관음(觀淫)에서 관음(觀音)으로 – 붉은 나무〉(부분) 장지에 먹과 식물성 안료 76×144cm 2015
〈제1회 광주화루 공모전〉 대상 작가로 선정된 이호억은 현장에서의 모필 사생을 통해 시간성과 감정을 필선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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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Briefing 44

Monitor’s Letters 46

Column 48 Jung Heecheol

Editor’s view 50

hot people 56
Kim Han | Lee Junhee
Lee Hwaik | Gwak Seweon

sight & issue 62
〈A Message from Mars〉 | Hwang Sukkwon

Kathleen Kim’s art laW societY 8 64 Kathleen E. Kim

hot art space 66

special feature 70 Wounded World: Heal, Comfort and Mourn Through the Arts
Park Youngtaek, Yu Kyunghee, Choi Yesun, Ma Jungyeon, Park Yulee

THEME FEATURE 90
Kwangjuhwaru_The New Wave of Hangookhwa | Kim Sangchul

EXHIBITION & THEME 114
〈Ugly as Art〉 | Kim Jungrak

exhibition focus 122
〈Imaginary Asia〉 | Lee Byunghee

exhibition focus 128
〈Ahn Sangsoo_Nalgae.PaTI〉 | Choi Beom

WORLD TOPIC 132
David Hockney | Jang Nayun

critic 142

review 150

preview 152

exhibition Guide 158

preview of overseas 162

region 166

KANG SUNGWEON’S ART&HUMANITIES 14 168
Dispositif. burden. logic of sensation

art book 172

art Journal 174

readers Gift 178

credit 180

Cover
Lee Houk 〈From voyeurism(觀淫) over Guanyin(觀音)-The burning tree〉(detail) 2015

BRIEFING

제품설명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말이 딱 와 닿는 요즘입니다.” 우리 책 교열을 봐주시는 선생님이 내가 보내드린 마지막 교열 원고 말미에 덧붙여 주신 글귀다. 그렇다. 엄동설한 동짓달 매서운 추위보다 이 무렵 꽃샘추위가 오히려 더 춥게 느껴지는 법, 특히나 올 봄은 이래저래 어느 해 봄보다 물심양면 더 추울 것만 같다. 가뜩이나 미술판에 재미있는 일이 통 없는 요즘, 시국마저 이 지경이니 마땅한 기삿거리 찾기가 녹록치 않다. 매달 초, 우리 기자들은 머리를 쥐어 짜낸다. 이런 와중에 이번달은 내가 자진해서 총대를 맸다. 기자들이 제안했던 기획안은 숙성시켜 다음 달 이후에 소개할 예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얼마 전 술자리에서도 엉뚱한 주제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제품설명서〉와 〈사용설명서〉의 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얼핏 보면 그게 그거 같지만 작정하고 따져보면 둘 사이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아무튼 그 자리에선 〈사용설명서〉가 〈제품설명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라는 데 의견일치 했다. 제품의 제원(諸元)에 대한 단순정보가 담겨있는 〈제품설명서〉와 달리 〈사용설명서〉는 제품에 대한 객관적 소개를 넘어 그 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또는 효용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안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설명서〉를 〈사용설명서〉로 승화해서 활용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는데 공감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특집에 대한 〈제품설명서〉(절대로 〈사용설명서〉가 아니다)를 필자별로 구분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다.

김권정 _ 태극기 역사에 대한 일반론적인 개론. 이번 기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관람을 적극 추천 권장함.
목수현 _ 구체적인 문헌과 사료에 근거해 태극기의 역사를 서술. 한국 근대미술 전공자인 필자는 논문 〈일제강점기 국가 상징 시각물의 위상 변천〉 등을 발표했고, “미술을 단지 특정 영역의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시대의 정치와 문화를 통해 조망”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 2014년 김복진미술상을 수상했음.
노형석 _ 자칫 누락될 뻔 했던 해방공간 시기 태극기의 위상을 거론하면서, 태극기가 특정 세력의 독점물이 아님을 확인시킴. 이한열 영정을 그린 최민화 작가의 후암동 자택 모임자리에서 특집기획 얘기를 듣고 적극 참여의사를 밝히고 글과 자료를 보내왔음.
이경민 _ 10년 전 기획된 전시 서문임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둘러싼 표상의 정치학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시킴. 게재된 모든 사진은 정식 절차를 거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용했음.
이경란 _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동분서주 바쁜 와중에도 “태극기 잘못이 아니야”라는 제목의 짧지만 깊은 울림의 글을 보내줌. 새로운 공동체 속에서 누가 상징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누가 상징을 소비하는지 가려내자고 주장함.
노순택 _ ‘역시 노순택이야!’ 소리가 절로 나옴. ‘이미지 전쟁’이란 타이틀을 내세운 이번 특집의 의도와 내용을 이보다 더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작가는 없을 듯함. 2007년 3월 특집 ‘386세대 미술인의 지금 여기‘를 비롯해 2016년 12월 동상 특집에도 결정적 사진자료를 제공했음.
최 범 _ 태극기는 공화국의 국기로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 기호라고 지적함. 도상과 신화로서의 태극기를 도상학/계보학/ 역사학 관점에서 분석하고, ‘태극기=대한민국’이라는 기호(기표와 기의의 조합)를 공유하면서도 이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데 이견을 제시함. 그러면서 태극기 신화에서 벗어나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펼침.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작은 글씨를 읽을 때 말이다. 그래서 자주 인공눈물을 주입한다. 그러면 잠시라도 눈앞이 맑아진다. 누진다초점 렌즈를 장착한지도 이미 오래. 큰 효과는 없다. 안경을 벗은 채 코를 박고 보는 게 차라리 편하다. 종합감기약 같은 약(藥)을 사면 들어있는 ‘사용상 주의사항’ 설명서나 보험약관 같은 글씨는 왜 그리도 작은지 불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HOT PEOPLE 이태호

2014년 5월호에 첫 연재를 시작한 〈이태호 교수의 진경산수화 톺아보기〉가 이번 호를 맞아 일단락된다. 때마침 이태호 교수가 기획한 〈한국미술사의 절정展〉이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노화랑에서 열렸다. 전시를 통해 우리 미술사의 절정을 톺아보는 그를 만났다.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된 옛 유물과 과거 민주화운동, 현 시국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진심 어린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좋은 그림 실컷 보며 나름대로 인생을 즐겼습니다.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태호의 ‘절정’은 지금 이 순간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미술사 인생 이모저모를 들어보자.

변곡점을 맞은 한국미술사가 이태호의 절정

2004년 노화랑에서 연 〈20세기 7인의 화가들〉 이후 13년여 만에 갖는 기획전입니다. 우선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네. 〈20세기 7인의 화가들〉을 기획한 때가 2004년이었어요. 그때부터 노승진 노화랑 대표와 이와 유사한 전시를 꼭 다시 하자는 논의를 꾸준히 해왔고, 드디어 이번 2월에 〈한국미술사의 절정〉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지금 시기에 〈한국미술사의 절정展〉을 연 이유가 특별히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지속적으로 논의는 해왔지만 우리 둘 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했어요. 그러다 지난 2016년 6, 7월 무렵 ‘한국미술사의 절정’을 얘기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좀 말씀해주세요.
그동안 연구해온 자료를 정리해서 그걸 토대로 최근 몇 차례 강의를 진행했어요. 그중 이번 전시의 기틀이 된 건 2012년 8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 ‘한국미술사의 라이벌’ 강좌입니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대향 이중섭과 미석 박수근, 그리고 연암 박지원, 고암 이응로, 수화 김환기를 더해 조선 후기 도공부터 김환기까지 12명의 작가를 통해 우리 미술의 지난 300년을 되짚어 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총 5차례 진행한 그 강의는 제게 조선시대와 근현대의 경계가 해체된, ‘우리’의 미를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 보는 계기가 되어줬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많은 혼란기와 식민지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의 문화유산과 예술작품이 턱없이 저평가되었죠. 그렇게 안 좋은 상황을 다시 회복시켜 놓은 사람이 바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입니다. 무척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과 중국만 봐도 이 세 작가의 스타일을 찾을 수 없어요. 우리 고유의 현대 형식을 그들이 일궈낸 셈이죠.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추구한 근본적인 아름다움은 다름 아닌 ‘조선미(美)’라는 겁니다. 저의 이러한 깨달음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16년 K옥션 아카데미에서 ‘한국미술사의 거장, 조선과 근대 12인의 화가’를 주제로 진행한 강의와 현장답사 수업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이 두 경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절정’을 키워드로 그에 맞는 작가를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전시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한국미술사의 절정展〉에 참여한 작가 모두 한국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더군요. 교수님과 노 대표님 두 분의 노고가 컸을 듯합니다.
얼마 전 전시장을 다녀간 분이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평을 남겨 주셨어요. “미술사가와 화상과 소장가의 콜라보레이션이 잘된 전시”라고. 40여 년간 미술사가로서 개인 소장가의 작품을 발굴하며 논문을 쓰고 발표해왔어요. 그리고 노 대표는 40년 동안 화랑을 운영하며 두터운 인연과 신뢰, 경험 등을 쌓아왔고요. 우리 두 사람의 연륜을 조합한 결과물이 이번 전시로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노화랑이 올해로 창설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40주년을 내세우자고 제안했지만 노 대표가 극구 반대했어요. 본인 때문에 전시의 의미가 퇴색되는 걸 원치 않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370억 원이 넘는 보험가액과 야간 경비 비용 지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전시기간 동안 전시장에서 함께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득도하는 모습에서 단지 그림을 사고파는 화상이 아닌 ‘문화사업’으로써 미술계에 보답하고 싶다고 한 그의 깊은 뜻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전하고 싶네요.

전시 제목에서 유독 ‘절정’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미술의 절정은 언제였는지 고민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교수님께서 보시는 한국미술의 절정은 언제인가요.
도록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우리의 역사에서 ‘절정’의 위업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의 시기를 겪으며 이룩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도기를 거치고 조선이 몰락한 후엔 식민지와 분단 시대를 연이어 겪었습니다. 분단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남한은 근대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격변을 또 한 차례 겪어야 했어요. 그러한 시대를 지나오며 우리는 승리와 좌절을 맛보고 패배감과 갈등을 경험했습니다. 이 300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미술사에서는 가장 조선적인 것 또는 한국적인 것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들이 배출됐어요. 그야말로 ‘절정’이 창출된 시기인 셈이죠.

지난 300년이 한국미술의 절정이라고 보신다면. 지금 우리의 미술은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시나요.
그렇지 않아도 ‘절정 그 이후’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한국미술의 과거를 돌아보면, 1960~1970년대에 서구의 모더니즘 미술을 수용하면서 앵포르멜과 단색화 물결이 이어졌고,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을 계기로 민중미술이 운동처럼 떠올랐죠.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지는 촛불집회의 정신이 그때부터 이어져온 게 아닐까 싶네요. 저도 그 열기에 함께 호흡하며 “과연 우리가 지금의 하강기를 딛고 또 하나의 절정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린 절정을 찍고 난 후 하강하는 지점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 같습니다. 단색화, 민중미술에 이어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디지털아트까지. 하강기이면서 혼란기인 것 같아요. 현재 한국 사회가 퇴행 몰락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잖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 앞서 말한 저의 의구심이 실현될 수 있기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지금 이 같은 ‘절정’의 작품들을 톺아보며 민주주의 사회가 성숙하고 문화의 격조가 상승하기를 바랍니다.

계속해서 리홀아트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미술사가들이 사랑한 질그릇과 무낙관 그림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전시에 참여한 윤용이, 유홍준, 그리고 저, 이렇게 우리 세 사람은 미술사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친했습니다. 윤용이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함께 근무했었고 유홍준 교수는 《월간미술》의 전신 《계간미술》 기자로 일하면서 알게 됐죠. 저흰 유독 사람들이 눈길을 잘 주지 않는 토기나 질그릇, 민화, 무낙관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미술사적 감동에 관심을 뒀어요. 유 교수는 “사람들이 사지 않는 게 화가 나서 샀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것을 볼 때마다 눈물겨워 구입하게 됐어요. 근대 수묵화의 작품성이 뛰어남에도 대다수가 서구 미술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안타까웠죠. 마침 명지대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제자 리우식이 성북동에 갤러리를 개관하는데 개관 기념전으로 저희 세 사람이 소장한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어요. 처음엔 잠시 망설였지만 학문적 도반으로 한 생을 같이하며 명지대 미술사학과를 세운 보람을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전시장을 방문했는데 관객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작한 도록이 다 떨어졌다고 하니 반응이 좋은 게 아닐까요? 사실 예상하지 못햇습니다.

작품을 구입할 때 교수님만의 특정한 기준이나 취향이 있나요?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 위주로 보는 편입니다. 토기의 경우 평범하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게 많아요. 신라 이전 토기, 질그릇을 보면 한국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갖고 있어요. 고려 청자, 조선 백자도 작품성 면에서 좋긴 합니다만, 중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태나 제작방식 등이 변형된 부분이 있죠. 그래서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백제 시대의 항아리도 백자 달항아리 못지않게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제 교수님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저희 《월간미술》과는 2015년 5월호부터 오는 3월호까지 12번의 연재를 하셨는데요. 교수님 인터뷰를 앞두고 첫 회를 읽어보았습니다. 본문글에 앞서 “이 연재는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럽고 색다른 시도”라는 말이 쓰여 있더군요. 그동안 《월간미술》 독자들과 만나온 소감을 짤막하게 말씀해주세요.
지난 연말에 정년 기념강연을 준비하며 그 동안 쓴 글을 세어 본 적이 있어요. 무려 583편이나 되더군요. 논문만 보면 180여 편 정도 될 것 같아요. 글 목록을 죽 훑어보니 대체로 청탁을 받고 쓴 글이었어요. 그런데 《월간미술》에 연재한 글들은 제가 ‘쓰고 싶은’ 글이에요. 미술사를 연구해온 4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정년을 앞둔 나 스스로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제가 먼저 제안했죠. 12편의 〈진경산수화 톺아보기〉 연재를 통해 서울 전체를 아울러 봤어요. 서촌 필운대에서 시작해서 인왕제색도, 한강, 그다음에 북한강, 동대문파, 도봉산, 북한산, 이번 3월호에 실리는 서대문파까지. 한편으론 2010년에 쓴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2011년 우현 고유섭 학술상 수상)를 좀 더 세부적으로 다룬 겁니다.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글로써 담아내고 수묵스케치를 해봤네요.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좋았던 것 같아요. 연락도 많이 받았거든요.

연재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계획하고 있어요. 퇴임 후엔 ‘서울산수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 동경, 북경, 파리, 베를린, 뉴욕 등으로 진출하고 싶어요(웃음). 사실 연재를 계속하고 싶긴 했습니다. 그러나 정년과 함께 백수가 되고 주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5~6개월 정도. 정리가 끝나면 다시 서울 연재를 시작하고 싶어요. 그땐 서울 전체가 아닌 ‘서울의 속살보기’를 콘셉트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생각해두신 얘깃거리가 있다면요?
서촌의 옥류동 계곡 등지에 아름다운 풍경이 굉장히 많아요. 또 북한산도 전체만 봤지 면밀히 들여다보면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숨은 명소가 많습니다. 그러한 곳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나도 그렇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자연 풍경이 알고 보면 작품 속에서만 봐온 인왕산, 보현봉, 문수봉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좋잖아요? 서울의 이야기를 보다 지엽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그동안 좋은 그림 실컷 보며 행복했습니다. 나름대로 인생을 즐겼다고나 할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겠지요.

진행 ㆍ정리 = 곽세원 기자

이 태 호 Lee Taeho
1952년 전라북도 옥구읍에서 출생했다. 1974년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8년 홍익대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로 근무했다. 1982년부터 전남대학교 교수, 2003년부터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2016년 2학기에 정년퇴임했다. 전남대박물관장, 명지대박물관장, 문화재위원, 홍성 고암이응로생가기념관 명예관장, 한국은행화폐도안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까지 ‘고구려고분벽화’ ‘진경산수화’ ‘초상화’ ‘근대미술’ ‘민중미술 관련 논문 평론 등 600여 꼭지의 글과 저서 25권(공저 포함)을 발간했다.

SPECIAL FEATURE 이미지 전쟁, 누구의 것도 아닌 태극기

세상 모든 나라는 저마다 특색있는 국기(國旗)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태극기가 있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이미지다. 2017년 3월, 과거 어느 때보다 태극기의 의미가 각별히 여겨지는 요즘이다. 모든 국민이 익히 알고 있듯이, 그 이유는 올해가 3·1만세운동 98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로 인해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까닭이 더 크다. 그래서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은 복잡 미묘하고 착잡할 수밖에 없다.
1919년 3·1만세운동을 필두로 그동안 태극기는 소용돌이치듯 급변해온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결정적이고 역사적인 현장에서 어김없이 펄럭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학생운동과 진보진영 중심으로 항쟁과 투쟁의 상징이었던 태극기는, 최근 ‘박사모’나 ‘어버이연합’ 같은 보수성향 단체세력의 상징으로 적극 활용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처럼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태극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그러나 이런 갈등 속에서도 ‘애국의 상징’이라는 공통분모로서 태극기 본연의 의미와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배경에서 《월간미술》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전제로 태극기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맥락을 되짚어 보고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특정 대상을 모티프로 설정하고 그것을 시각이미지 문화연구라는 측면에서 심층 분석한 이번 특집은 2016년 12월호 ‘시대의 얼굴, 동상의 진실을 파헤치다’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후속 기사인 셈이다. 부디 이 두 특집을 통해 ‘미술과 함께’ 그리고 ‘사회와 함께’하고자 하는 《월간미술》의 의도와 진정성이 읽히고 전달되길 바란다. 기획 · 진행=이준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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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 세종대로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1전시장.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O.N.Denny ) 태극기’(1890년 추정)를 비롯해 김구 서명문 태극기(사진 오른쪽 위), 광복군 태극기(오른쪽 아래) 등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태극기가 전시되고 있다.

태극기의 등장부터 오늘까지

김권정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학박사

국기(國旗)가 오늘날처럼 국가를 상징하게 된 것은 근대국가 성립 이후의 일이다. 근대 시민사회와 근대국가가 형성됨에 따라 국적(國籍)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국기가 발전하였다. 근대 시민사회 출발의 계기가 된 프랑스혁명 때 3색기(三色旗)가 사용된 이후 하나의 깃발이 국가를 상징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속속 등장한 유럽의 근대 시민국가들에서는 자유 · 평등 · 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3색기를 모방해 나름의 국기를 제작 · 사용하였고, 현대 유럽 국가의 국기 대부분이 이때 제정되었다.

태극기가 대한민국 국기로 등장한 것도 이런 세계사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개항 이후 외국과 통상을 시작하며 국가 정체성을 상징할 국기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1882년(고종 19년) 5월 22일 미국과 정식 외교관계를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때 사용된 태극기 모습이 그 해 미국 해군부 항해국이 제작한 《해상국가들의 깃발》이란 책자에 ‘Ensign’기란 이름으로 실렸다. 또한 1882년 9월 박영효가 고종의 명을 받아 특명전권대신 겸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 배 위에서 국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태극 문양과 그 둘레에 8괘 대신 건곤감리의 4괘를 그려 넣은 ‘태극 · 4괘 도안’의 기(旗)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국기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한 고종은 1883년 3월 ‘태극·4괘 도안’의 태극기를 국기로 제정 · 공포하였고, 이후 태극기가 공식적인 국기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883년 박정양 일행이 외교사절단인 보빙사(報聘使)로 미국에 갔을 때 호텔 숙소에 태극기를 공식 게양하였고, 1888년에는 미국 주재 조선공사관을 워싱턴에 개설하여 태극기를 국가의 국기로 사용하였다. 1893년 우리나라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참여했을 때도 태극기를 사용하였으며,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에 참여하여 한국관을 개설하고 태극기를 사용한 것이 당시 책자에 표현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기 제작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지 않은 까닭에 이후 다양한 형태의 국기가 사용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1942년 6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기 형태를 일치시키기 위해 국기제작법을 제정한 적도 있으나, 한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태극기 제작법 통일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949년 10월 국기 제작법 고시를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이후 여러 규정이 제정 시행되어 오다가 최근 국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규정을 완비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태극기는 흰색 바탕 가운데 태극문양과 네 개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로 구성되어 있다. 태극기의 흰 바탕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의 순수성을 상징하며,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뜻이 있다. 태극문양은 우주 만물이 음과 양의 상호 작용으로 생성되고 궁극적으로 발전한다는 우주 자연의 생성원리를 표현한 것으로 붉은색은 존귀와 양을, 파란색은 희망과 음을 나타낸다. 4괘는 음양이 생성, 발전한 모습을 표현하며, 천지일월, 춘하추동, 동서남북, 인의예지 4가지를 각각 조합한 것이다. 이렇게 태극기는 우주 만물이 생겨난 근본 원리인 태극의 원리를 따라 제작된 것으로 우리 민족의 창조성과 궁극적인 발전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태극기가 단순한 상징 차원에 그치지 않고 역사 현장에서 우리의 열망을 담아내는 통합과 공존의 상징으로 오늘까지 함께 해왔다는 점이다.

국기 제정 이후 태극기는 공식 행사에 국가적 상징으로 등장하였다. 1896년 11월 독립문 기공식에 대형 태극기가 등장하였고, 독립협회 활동에 태극기가 게양되며 국기의 의미가 강조되었다. 국기가 국가의 권위 및 국가 자체를 대표한다는 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면서 태극기가 국권 회복과 독립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일제 침략이 본격화되자, 안중근 등 12명의 동지는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단지동맹을 한 후 태극기를 펼쳐놓고 각자 무명지를 잘라 ‘대한독립’이라고 쓰며 항전을 다짐하였다.

태극기의 의미가 독립운동사에서 폭발적으로 등장한 것은 1919년 3·1운동 때이다. 3·1운동이 곧 태극기와 함께 준비되고 진행된 것이다. 수많은 학생 및 시민들이 만세운동을 위해 각자 태극기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만세운동의 시위가 시작되면 맨 선두에는 대형 태극기가 앞장섰다. 태극기에는 독립에 대한 수많은 한국인의 열망이 글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독립선언서 및 시위 격문 등과 같이 태극기가 만들어져 전국으로 배포되었다. 이런 이유로 일제는 한국인이 태극기를 만들거나 지니고만 있어도 독립운동으로 간주하여 탄압하였다.

국권 상실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태극기는 민족, 국권 회복 의식을 일깨우는 상징이었다. 국외 민족교육 현장에서 국기가(國旗歌)를 지어 부르며 민족의식을 키웠다. 3·1운동 기념식에는 태극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였다. 상해의 한국인들은 매년 3월 1일 독립만세기념일 축하식을 거행한 후 태극기를 들고 시내를 행진하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설립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태극기를 큰길에 세워 놓기도 하였다. 6·10만세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때도 태극기는 독립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이봉창 의거와 윤봉길 의거에서도 태극기는 독립운동의 얼굴이 되었다. 이봉창은 1932년 의거 이전 한인애국단 입단 때 태극기 앞에서 한인애국단 선서문을 가슴에 걸고 사진을 찍었다. 같은 해 4월 윤봉길도 거사 직전 자신의 집에서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양손엔 폭탄을 들고 가슴에 선서문을 걸고 사진을 촬영하였다.

이처럼 태극기는 국권을 상실한 국가를 의미하며 독립사명을 고취하는 상징이 되어 독립을 외치는 이들과 함께 하였다. 일제의 감시망을 뚫고 각종 기념식에 태극기가 등장하였고, 태극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하였다. 태극기가 한국인이 있는 세계 곳곳의 독립운동 현장에서 휘날렸다. 독립운동을 거치며 태극기가 국가 민족 독립의 상징으로 한국인의 뇌리에 깊이 인식되었다.

광복 이후 그 역사적 의미는 더욱 깊어져갔다. 광복 직후 개최된 3·1운동 기념식에서 태극기가 가장 높이 배치되었고, 전면에 내세워졌다. 각종 모임마다 태극기는 구성원들을 통합하는 상징으로 등장하였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축하식에서도 태극기가 기념식장 가장 높은 곳에 전면으로 배치되었다. 국민은 태극기 밑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

태극기는 6·25전쟁과 같은 민족적 비극의 현장에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전쟁 이후 국가의 경제적 기반을 재건하고 경제개발을 통해 땀을 흘려야 했던 그자리에도 국민과 함께 하였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중동의 근로자 등이 일터 현장에서 태극기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하고 자랑스러워하였다.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인 세일즈맨이 팔던 상품에도 태극기가 새겨져 있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열망을 담은 4·19혁명, 유신반대운동,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등에서도 태극기가 휘날리며 민주주의의 정신과 민주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갈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감동적인 스포츠 현장인 올림픽에서, 2002년 한일공동 월드컵 현장에서도 태극기가 선수와 국민을 대한민국이란 울타리에서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태극기는 단순히 추상화된 국기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하는 존재다. 태극기에는 한국인의 고난과 영광이라는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새로운 국가와 가치를 향해 함께 달려온 역사적 경험이 그대로 들어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빈번히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을 넘어 역사의 현장에서 통합과 포용의 상징이 된 태극기를 보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찾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남상락 자수 태극기〉 등록문화재 제386호 독립기념관 소장 견직물에 자수 1919 1919년 4월 4일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 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사용하기 위해 독립운동가 남상락이 부인과 함께 명주천에 손바느질로 만들었다.

〈남상락 자수 태극기〉 등록문화재 제386호 독립기념관 소장 견직물에 자수 1919 1919년 4월 4일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 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사용하기 위해 독립운동가 남상락이 부인과 함께 명주천에 손바느질로 만들었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 등록문화재 제388호 독립기념관 소장 견직물에 바느질 1941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1941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매우사(梅雨絲, 미우스오그) 신부에게 준 태극기. 광복군에 대한 지원을 당부한 김구 선생의 친필 묵서가 쓰여 있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 등록문화재 제388호 독립기념관 소장 견직물에 바느질 1941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1941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매우사(梅雨絲, 미우스오그) 신부에게 준 태극기. 광복군에 대한 지원을 당부한 김구 선생의 친필 묵서가 쓰여 있다.

1-003722-000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등록문화재 제389호 독립기념관 소장 면직물에 바느질 1945 광복군 제3지대 2구대에서 활동하던 문웅명이 1945년 2월경 동료 이정수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1946년 1월 문웅명이 다른 부대로 이임하자 동료 대원들이 독립을 염원하는 글귀와 서명을 남긴 태극기다.

〈불원복(不遠復) 태극기〉 등록문화재 제394호 고영준(전남 담양) 소유 면직물에 바느질 1907 조선말 전남 구례 일대에서 활약한 의병장 고광순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극기로 “머지 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뜻의‘不遠復’글씨가 수놓아져 있다.

〈불원복(不遠復) 태극기〉 등록문화재 제394호 고영준(전남 담양) 소유 면직물에 바느질 1907 조선말 전남 구례 일대에서 활약한 의병장 고광순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극기로 “머지 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뜻의‘不遠復’글씨가 수놓아져 있다.

SPECIAL ARTIST 강영민

하트는 사랑의 상징이다. 그런데 강영민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하트는 깊이 들여다보며 그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언뜻 사랑의 의미가 사라지고 기호만 덜렁 남아있는 듯한 그의 작업은 익살스럽지만 예리한 정치적 목적성이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번뜩인다. 그렇다면 강영민의 작업세계는 한 마디로 설명된다. “사랑의 부재를 통해 사랑을 말한다”는.

〈만국기 시리즈〉 벨벳에 잉크프린트 85×117cm  2012

〈만국기 시리즈〉 벨벳에 잉크프린트 85×117cm 2012

사랑의 화가 강영민론

이택광 | 경희대 교수

팝아티스트 강영민을 정의하는 말은 ‘발칙함’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조롱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발칙하다는 수사학에 걸맞은 작가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런 평가가 다소 단편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강영민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이력을 뽐내지만 지금의 작가를 이해하는 시발점은 <사랑하면 진다>는 네 번째 개인전이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그가 ‘하트 화가’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의 작품 주제에서 하트는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사랑의 화가’이다. 하트를 그려서가 아니라, 겉으로 장난스럽게 보일망정 그는 끊임없이 사랑을 그리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렇게 부를 만하다고 본다. <사랑하면 진다>가 개인의 사랑을 그리고자 했다면, <만국기전>은 집단의 사랑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이미지와 구성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이 사랑은 언제나 하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누구는 “하트야말로 사랑 아니냐”고 항의할 것이다. 그러나 하트는 하트지 사랑일 수 없다. 사랑은 휘발되어버리고, 하트만 남는다. 하트는 싸늘히 식어버린 사랑의 화석이다. 강영민은 이 사랑의 흔적을 화폭에 남긴다. 그의 하트는 귀엽게 웃거나 입맛 다시거나 울고 있지만 도형으로 전락해 있다. 도형은 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표정마저 기호화되어 있다. 이렇게 표정의 기호에 지나지 않는 하트가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혼란일까.

그의 하트는 사랑의 기호에서 누락되어 있는 것, 말하자면 사랑 자체를 지시한다. 사랑이 지워진 자리에 하트가 온다. 마치 사랑하는 것처럼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상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은 하트 기호일 뿐이다.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지점은 바로 <만국기전>이었다. <만국기전>에서 그는 태극기를 비롯한 이른바 국가 상징에 예의 무표정한 하트를 그려 넣고 ‘내셔널 플래그’라고 이름 붙였다.

태극기를 예로 들어보자. 그가 태극기에서 태극문양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하트를 채워 넣자 갑자기 태극기는 다른 무엇이 되었다. 태극문양이 없는 태극기는 태극기가 아닌 것이다. 생긴 모양은 태극기처럼 착시를 일으키지만 곧 태극기라고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을 관객은 깨닫는다. 태극문양의 자리에 하트를 그려 넣으면 하트기라고 불러야 할 터이다. 강영민은 이 작업을 통해 ‘내셔널 플래그’ 또는 ‘국기’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태극기는 태극문양이지 깃발 일반이 아니다. 다른 ‘내셔널 플래그’ 역시 그렇다.

그는 ‘내셔널 플래그’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트로 교체함으로써 ‘내셔널 플래그’의 의미를 드러냈다. 그 의미는 결과적으로 특정한 ‘내셔널 플래그’를 특별한 장소에 고정시키는 특수성의 산물이라는 것이 강영민의 메시지이다. 세상의 반응은 구태의연했다. 발칙하다는 찬사에서 신성 모독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그가 건드린 지점은 어디일까. 강영민은 이런 작업을 통해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지던 국가와 상징의 결합 관계가 허구임을 폭로했다. 무릇 예술이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상성의 범주’를 해체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실에 도전해서 그 허구성을 드러내야 한다.

강영민의 작업은 이런 전략을 구사한다. 일단 하트라는 기호 자체가 사랑의 물신화에 대한 폭로이다. 왜 사랑은 하트로 표현되어야 하는가. 이 관계는 자명하지 않다. 그의 하트는 사랑을 대체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사랑의 상징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이 사랑 자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귀엽고 아름다워야 할 사랑의 기호가 괴이하고 수상쩍은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사랑의 화가’라고 불려야 하는 것일까. 그는 사랑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구조를 드러내고자 한다는 점에서 사랑의 급진성을 주장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사랑의 뿌리를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다.

그의 하트는 사랑의 신화에 대한 패러디이다. 하트가 무엇인가. 바로 심장, 또는 마음의 상징이다. 심장에 마음이 담겨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신화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과학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랑의 상징으로 하트를 인준한다. 강영민의 하트를 보면서 관객은 아무 의심 없이 ‘사랑’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이 하트의 기호에 없다. 이 공식을 그의 ‘내셔널 플래그’로 옮겨 오면 더 심각해진다. ‘내셔널 플래그’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뀌면 그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그렇다면 ‘내셔널 플래그’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요소가 혼연일체를 이루어야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 상징은 무엇일까.

강영민은 ‘내셔널 플래그’에 하트를 그려 넣음으로써 국가적 상징과 국가의 동일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가 하트를 집어넣은 지점은 이데올로기와 주체가 만나는 접점이다. 이데올로기가 주체를 호명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이데올로기를 요청한다. 이데올로기는 주체의 쾌락을 취한 필수요소이다. 태극기는 이런 의미에서 주체의 증상을 지속시키는 쾌락의 대상이다. 주체는 이 쾌락의 대상을 사랑한다. 이 주체의 사랑이 곧 증상이다. 강영민은 이 사랑의 대상을 하트로 기호화한다. 태극기의 태극문양이 곧 국가의 정체성이라면, 이 정체성이야말로 사랑의 대상이고 하트다.

광화문에 모인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면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태극기라는 국가적 상징의 의미이다. 태극기는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애국자’, 다시 말해서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태극기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상징이다. 그러나 이 상징을 하트로 기호화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 이 ‘애국자’에게 이런 화가의 ‘개입’은 불순하게 보이거나 불경하게 받아들여진다. 왜 그럴까.

그 까닭은 이데올로기야말로 일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체와 특수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모두가 국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나의 사랑’만이 특별하다고 ‘애국자’는 믿는다. 그런데 강영민의 하트는 그 사랑이 실제로 일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증하는 것이다. ‘나의 사랑’이어야 할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하트의 일반성으로 환원될 때, ‘애국자’는 국가와 동일시했던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나만 태극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의 사랑은 가짜다라’는 구별짓기가 등장한다. ‘국가에 대한 사랑’이 결코 ‘나의 사랑’만일 수 없다는 것, 더 나아가서 그런 국가에 대한 사적인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영민의 하트는 ‘애국’의 외설성을 적나라하게 증언한다.

역설적으로 강영민은 이처럼 사랑의 부재를 통해 사랑을 말하는 화가이다. 그에게 사랑은 유토피아적 충동이기도 하다. 사랑을 통해 강영민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허무주의를 넘어선 우리 존재의 지속성이다. ●

강영민은 1972년 태어났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2004년부터 7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국내외에서 열린 다수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1999), 거리예술시장 희망시장 전시기획팀장(2002) 등을 지냈으며, 〈팝아트협동조합전〉(2014) 등 다수의 전시에 기획자로 참여했다. 현재 김포에서 작업하고 있다.

EXHIBITION TOPIC 사임당, 그녀의 화원

사임당, 그녀의 화원

더 이상 신사임당을 ‘한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상’ ‘현모양처의 표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길 바라는 전시가 서울미술관에서 한창이다. 개관 5주년을 기념하는 이 전시에는 이미 뛰어난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14점의 〈초충도(草蟲圖)〉를 비롯하여 총 15점의 작품이 관객을 찾아간다. 무엇보다 KBS 1TV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2005년 공개된 후 처음으로 전시장 나들이에 나선 〈묵란도(墨蘭圖)〉에 주목하자. 이젠 사임당을 단순히 ‘女人’이 아닌, 시 · 서 · 화에 능한 예술가로, 시대적 제약에 굴하지 않고 자기 계발에 매진한 능동적인 한 ‘사람(人)’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오죽헌에는 정말 그 꽃이 피었을까

이홍주 |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사임당 신씨(1504~1551), 현재를 사는 우리는 조선시대 여성의 전형으로 흔히 그를 떠올린다. 그는 출중한 기량의 화가이면서 효녀이자 양처이자 현모인, 가부장적 유교사회에서 요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추앙되어 왔다. 2009년에는 신사임당을 수수하고 점잖은 부인으로 그린 초상이 고액권 지폐의 도안으로 선정되어 과연 그를 한국역사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엔 일련의 소설과 드라마가 신사임당을 새롭게 해석하며 또다시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16세기 전반의 조선을 살았던 한 여성이 왜 이렇게 끊임없이 관심의 대상이 되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신사임당이라는 여성의 실체와 얼마나 가까운가.

지금 서울미술관에서는 화가 신사임당을 조명한 작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이라는 제목으로 안병광 서울미술관 관장이 소장한 신사임당 전칭의 〈초충도〉 15점을 선보이고 있다. 공개된 작품은 검은 종이에 채색으로 그린 〈초충도〉 10폭, 유지에 채색으로 그린 초충도 4폭과 송시열의 발문이 함께 장황된 〈묵란도〉 1폭이다. 규모는 작지만 그동안 공개된 적 없었던 작품들이 전시되는 것이라 주목할 만하다.

〈초충도〉는 수박, 양귀비, 구절초, 원추리, 가지, 오이, 달개비, 여뀌, 추규, 봉선화, 패랭이꽃, 맨드라미 등 우리 정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담한 풀꽃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생쥐, 개똥벌레, 개구리, 잠자리, 나비, 벌, 방아깨비와 같은 동물들을 윤곽선 없이 화사한 채색만을 사용하여 묘사하였다. 색색의 화폭들은 과연 신사임당이 가꾸었을 법한 오죽헌의 정원으로 관람자를 이끄는 듯하다. 전시장의 두 면을 차지한 흑지 바탕의 10폭 초충도는 2002년 일본에서 열린 “조선왕조의 미(朝鮮王朝の美)” 순회전에서 공개된 바 있다. 매 폭을 신사임당 그림에 대한 조선시대 문인들의 찬사와 병치하여 대학자 율곡을 키워낸 어머니, 현모양처라는 타이틀 뒤에 가려진 위대한 예술가 신사임당의 면모를 드러내고자 하는 전시의도를 보여준다.

사실 ‘신사임당 초충도’가 한국회화사에서 16세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혀왔음에도 신사임당의 화가로서의 진면목을 증명하는 확실한 진작(眞作)은 남아있지 않다. 현재 전하는 작품들은 모두 그의 화풍을 반영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전칭작(傳稱作)이다. 두세 종의 식물을 조합한 장식적인 구도와 도안적으로 평면화하여 단순하게 그린 꽃잎과 잎, 열매의 형태, 이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배치한 점에서 신사임당 작으로 전칭되는 초충도들은 자수를 놓기 위한 밑그림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특히 검은 공단에 색실로 〈오이와 개구리〉, 〈맨드라미와 도마뱀〉과 같이 유사한 구도와 소재의 화면을 수놓은 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 〈자수초충도병〉의 존재는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특히 이번에 출품된 흑지 바탕의 채색 초충도는 자수로 제작했을 때의 효과를 최대한 살려 그린 것이다. 장식성과 생동감이 묘하게 공존하는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은 10폭 중 7폭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초충도10폭병〉과 구도와 경물이 정확히 일치하고, 2폭이 강릉시 오죽헌시립박물관 소장 〈초충도병풍〉 속 화면과 일치한다. 이러한 사실은 ‘신사임당 초충도’로 일컬어지는 범본들이 반복적으로 자수와 회화로 모사되었던 정황을 시사한다.

이 전시에 출품된, 유지 바탕에 채색으로 그려진 4폭 초충도는 이보다 좀 더 원작으로부터 멀어진 모사도로 보인다. 화면의 한쪽 모서리로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식물을 배치한 구도는 장식의 목적에 보다 충실하며, 화면에 등장한 검은 나비는 다른 작품에 대칭형으로 등장하는 나비와 달리 19세기 남계우 풍의 나비에 훨씬 가깝다.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묵란도〉는 2005년 KBS TV쇼 “진품명품”에 출품되어 진작으로 인정받아 1억35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 이후 문인들의 관심을 촉발시킨 송시열의 발문이 함께 장황되어 있다. 사실 이 그림에 그려진 것은 난이 아니라 원추리꽃이다. 원추리 외에도 두어 가지 풀이 함께 자라고 있고 꽃을 향해 나비 한 마리, 벌 한 마리가 날아들고 있으며 바닥에는 방아깨비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이 역시 채색은 아니지만 수묵으로 그린 한 폭 초충도인 것이다. 이 그림이 난데없이 ‘묵란도’로 알려진 것은 그림에 쓰여진 송시열의 발문이 그의 문집 《송자대전》에 ‘사임당화란발(師任堂畵蘭跋)’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기 때문이다. 송시열은 발문에서 이 그림이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손가락 밑에서 표현된 것으로도 오히려 능히 혼연히 자연을 이루어 사람의 힘을 빌어서 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하물며 그가 낳은 아들은 어떻겠는가, 과연 그 율곡 선생을 낳으심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신사임당_초충도_연도미상_종이에 채색 _27x24cm (2)

신사임당 〈초충도〉 종이에 채색 27×24cm연도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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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초충도〉 종이에 채색 27×24cm 연도미상

시대와 해석에 묻힌 사임당

서울미술관의 이 짧은 전시는 신사임당과 그의 〈초충도〉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을 규정한 많은 찬사를 그림과 나란히 보여주면서도 그 찬사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모습으로 ‘화가 사임당’을 빚어냈는지를 고찰하지는 않았다. 이 전시를 보고 나서 뇌리에 남는 위대한 예술가 신사임당은 어떤 화가인가. 오죽헌의 정원을 가꾸며 이를 화폭에 옮긴 여성화가? 조선시대에는 이례적으로 당대 저명한 문인들에게 그 예술성을 인정받은 여성? 이것이 아쉬운 이유는 한국회화사에서 ‘신사임당 초충도’가 가지는 기존의 명성이 여러모로 문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신사임당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수박과 생쥐〉, 〈가지와 개구리〉 등의 작품들을 우리는 교과서에서 보아왔고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초상이 있는 오천원권과 오만원권 지폐에도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들어있다. 그러나 신사임당 회화에 대한 근래의 연구에 따르면 신사임당이 살았던 16세기의 문헌 기록에는 그의 산수화나 묵포도도를 언급하였을 뿐 그가 초충도를 잘 그렸다는 기록은 전혀 발견되지 않으며, 초충도가 신사임당의 대표작으로 주목되고 여러 작품이 출현하는 것은 18세기의 현상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현상의 단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이 전시에 출품된 〈묵란도〉에 적힌 송시열의 발문이다. 이 그림은 율곡의 종증손 이동명이 한양의 어떤 이에게 구하여 1659년 송시열에게 발문을 요청한 것이다. 이 그림에 대해 송시열은 신사임당이 “율곡 선생을 낳았음이 마땅한” 근거로 삼아 이이의 학통을 이은 서인계 인사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그림으로 만들었다. 이동명은 1676년에는 16세기 문인 소세양의 제화시가 있는 사임당의 산수화에도 송시열의 발문을 요청하였는데, 그 산수화에 대한 송시열의 태도는 ‘묵란도’와는 사뭇 달랐다. 송시열은 이 그림이 율곡의 모친이 그린 그림으로서는 적절치 않다 보았는데, 그림의 수준과 규모가 전문적인 화가의 것이고 소세양의 제화시에 스님이 등장하며, 외간 남성이 여성의 그림 위에 제화한 상황 등이 모두 가당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송시열은 신사임당의 그림을 그들 서인계 문인들이 존숭하는 율곡의 어머니에게 어울리는 화목과 성격으로 재규정했다. 이후 18세기부터 신사임당의 산수화는 역사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그의 그림은 초충도로 대표되었다.

이후 서인 노론계의 핵심인물 정필동이 1707년경 양양부사로 재임하며 입수한 사임당의 초충도 7폭에 송시열계 문인이자 숙종비 인경왕후의 오빠 김진규를 비롯한 신정하, 송상기 등 노론계 인사들의 발문을 받았다. 이 화첩은 결국 숙종의 장인 김주신의 소장품이 되었고 1715년 궁궐에 내입되어 숙종이 열람하게 된다. 숙종은 제시를 지어 무골법(無骨法)의 채색으로 그린 교묘한 그림의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이를 모사하고 한 폭을 더하여 8폭 병풍을 만들어 대전에 들였다. 이 전시에 인용된 찬사 대부분이 사임당의 초충도에 대한 숙종과 노론계 문인들의 글이다.

신사임당을 둘러싼 여러 의미와 평가에는 두 가지 사실이 재료가 되었다. 그가 뛰어난 화가였다는 사실과 조선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사실. 신사임당의 그림 재주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대학자의 어머니라도 주목받을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 아들이 율곡이 아니었다면 그의 그림이 아무리 뛰어났어도 조선시대 일반 사가의 여성이 이렇게 풍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사임당이 뛰어난 화가이자 대학자를 길러낸 어머니였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가 어떤 화가였고 어떤 어머니였는지는 후대에 그를 평가한 남성들의 필요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어왔다. 특히 ‘화가’ 신사임당은 후대 율곡 이이의 학통을 이은 서인-노론계 문인들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그들이 존숭하는 율곡의 어머니로서 어울리는 성격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후 19세기, 20세기에도 신사임당의 그림은 계속해서 율곡과 그를 키워낸 모범적 모성(母性)의 표상이 요구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문화적 기능을 위해 호출되었다.

그러면 우리에게 남은 이 〈초충도〉들은 무엇을 반영하는가? 18세기의 상황에서 신사임당이 자수를 위한 밑그림으로 그린 초충도가 실제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여러 신사임당 전칭의 초충도 양식을 비교하여 어떤 것이 신사임당의 실제 화풍에 가까운지를 규명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 초충도들의 매력이 반감하는 것은 아니다. 이 그림들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던 동식물들을 아름답게 도안화하여 자수로 제작했던 전통의 산물이며, 또한 그림을 감상하고 평하며 그에 대한 시문을 적는 미술사적인 활동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문인-정치가들의 관습이 낳은 그 시대의 흥미로운 문화현상이기도 하다. 아들을 대학자로 길러낸 어머니의 자질을 드러내는 자수풍 초충도의 화가로만 신사임당을 수용할 것인가. 이 전시가 단순해 보이는 그림을 둘러싼 복잡한 여러 층위를 들추어 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

신사임당_초충도_연도미상_종이에 채색_36x25cm (2)

신사임당 〈초충도〉 종이에 채색 36×25cm 연도미상

신사임당_초충도_연도미상_종이에 채색_36x25cm (1)

신사임당 〈초충도〉 종이에 채색 36×25cm 연도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