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TOPIC 숭고의 마조히즘

과거 미술관에서 관객들이 제한된 동선 안에서 작품을 만지는 것도 금지되었다면 오늘날에는 관객참여형 작품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관객과 작품 사이에는 항상 긴장관계가 팽배하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숭고의 마조히즘전>(2.4~4.19)은 관객과 작가, 작품과 관객이 맺는 새로운 관계를 ‘숭고’와 ‘마조히즘’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조명한다.

예술의 권력관계를 의식하라

이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숭고의 마조히즘전>은 관객과 남다른 소통을 꾀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작가와 관객의 권력관계에 문제를 제기한다. 숭고가 쾌와 불쾌의 감정을 동시에 주는 미학적 개념이라는 점에 착안해 관객의 참여를 끌어내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과 관객의 긴장관계를 ‘불편한’ 관객의 입장에서 조명한다. 전시 기획자가 관객이 작품을 대할 때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전시공간에서 작품과 관객 중 누구에게 더 큰 힘이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전시 기획자는 뉴미디어 시대의 작품이 관객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지만 그것이 곧 관객이 권력을 이양받았다는 사실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이는 마조히즘적 성행위에서 여성이 남성을 가학하는 권력을 부여받았으나 그 권력은 가학을 즐기는 남성에 의해 주어졌기에 진정 여성의 것이 아니라는 점과 비유된다. ‘숭고의 마조히즘’이라는 제목은 숭고의 경험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쾌의 감정의 공존을 마조히즘의 처벌과 쾌락이라는 이중적 관계에 대입한 것이다.
이 전시는 숭고를 느끼는 주체를 관객이 아니라 작가로 상정했다. 전시서문에서 밝혔듯이 기획자들은 숭고라는 개념을 작가 안에서 일어나는 쾌와 불쾌의 감정의 이중성으로 보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관객이 개입하는 것에 불쾌의 감정을 느끼지만 동시에 관객이 계획대로 움직일 때 불쾌의 감정은 쾌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이는 숭고를 작가와 관람자의 권력관계로 이해한 개념적 혼란에서 빚어진 오류로 보인다. 기획자들은 작가와 관객, 남성과 여성,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비정상적인 마조히즘적 성관계에 비유하고 권력을 가진 자가 느끼는 지배의 쾌락을 숭고의 감정에 비유한 것이다. 숭고는 관찰자가 대상을 보고 느끼는 체험적 감정이다. 그렇다면 전시에서 숭고는 대상을 마주하는 주체, 즉 관람자가 작품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 좌절, 감동, 불쾌와 쾌가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어야 마땅하다.
숭고는 본래 롱기누스의 미학과 문학비평에 대한 글인 <숭고에 대하여>에서 뛰어난 수사학을 구사해 위대한 사고와 강렬한 감정 등을 표현한 작품을 칭송하는 개념이었지만 그 정의는 변해왔다. 18세기 유럽에서 숭고는 장대한 자연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좌절의 감정으로 묘사됐다. 버크는 숭고의 심리적 효과로 공포와 끌림이라는 감정의 이중성을 지적하며 이러한 혼란스러운 감정의 격앙 끝에 고통의 감정이 제거될 때 인간은 쾌를 느낀다고 했다. 칸트에게 숭고는 절대적으로 위대한 것으로, 대상의 형태와 결부된 감정인 미와는 달리 웅장, 장려, 두려움을 주는 무한대적 무정형의 형태에서 이성이 개입해 느끼는 공포의 감정으로 초감각적인 것이다. 쇼펜하우어에게 숭고는 관찰자를 위협하는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쾌로, 격동하는 자연이 그 예이다. 리오타르는 인간의 마음이 이성적으로 정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대상의 존재가 있다는 점, 그 대상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경험하는 위기감, 감정과 이성, 마음과 개념의 ‘갈등the differend’을 모던기의 근간이 되는 변화라고 보고 이를 숭고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숭고는 18세기의 장엄한 자연을 대상으로 한 인간의 경험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해 모던시기의 웅대한, 산업적이고 도시적 대상으로, 동시대에는 상상을 초월한 새로운 기술을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마리오 코스타는 뉴미디어아트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네트워크는 그 소통방식에서 주체를 약화시키고 예술과 그 각 경계가 무너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유동flux’의 상태를 심화시키는데, 이를 ‘테크놀로지의 숭고the technological sublime’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구동희  혼합재료 2015

구동희 <무제> 혼합재료 2015

박준범  8채널 HD비디오, 2싱글 채널 HD 비디오 5분 2015

박준범 <7개의 언어> 8채널 HD비디오, 2싱글 채널 HD 비디오 5분 2015

작품과 관객, 작가와 관객의 역학관계
<숭고의 마조히즘전>을 찾는 관객은 작품을 통해 경험하게 될 숭고의 감정을 기대하며 설렌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관객은 전통적 의미의 숭고의 경험도, 예견치 못한 숭고에 대한 동시대적인 새로운 개념적 접근도 쉽지 않다. 관객은 전시된 작품을 통해 숭고와 관계된 장대함, 거대함, 무한함, 공포, 위협감 혹은 유사 숭고 등을 만나지 못하고 전시 개념의 난해함 속에 남겨진다. 이는 ‘숭고’를 느끼는 기본 구도인, 대상 (이 전시에서는 작품)과 관찰자의 조우에서 관찰자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발생이라는 틀을 기획자들이 작가와 관객의 권력관계로 치환한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데서 기인한다. 예술작품의 의미 생성에 작품과 관객, 작가와 관객의 역학관계를 다루는 전시라면 숭고라는 개념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다.
전시 기획자가 던진 명백한 주제는 관객 참여적인 작업에서 작품과 관객의 권력관계이다. 예술에 있어 작품과 관객의 권력관계의 전회는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 <작품에서 텍스트에로>에서, 미셸 푸코가 <저자란 무엇인가>에서 피력했고, 후기 구조주의자들과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논의해왔다. 그들의 논의에서 작품의 의미를 통치하는 존재인 저자의 권력이 약화되고 작품이 미처 의도하지 않은 의미마저 자유롭게 생성하는 전제조건은 독자 혹은 관람자의 권력 획득이다. 미술사적 맥락에서 관객 참여적인 미술은 다다, 초현실주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등 20세기 미술운동의 주된 관심사였다.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신체와 심리, 긴장 등 관객 참여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미국의 미니멀리즘에서다. 이 전시가 관객과 작가/작품 간의 긴장, 혹은 그러한 권력관계의 이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라면 이러한 미술사적 미술이론적 맥락을 놓친 점이 아쉽다.
작가와 관객의 권력관계에서 드러나는 마조히즘을 다루고자 한 기획자의 입장에서 작품 선정을 이해하자면 고창선, 구동희, 박준범의 작품은 사전에 설정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된 관객에 임상빈과 오용석은 조작된 일루전을 제시하는 숨은 권력을 행사하는 작가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몽주와 정재연의 작업에서 관객은 억압적인 권력관계나 가학, 긴장을 느끼기 어렵다. 고무 밴드로 구축한 손몽주의 역동적인 공간을 체험하는 관객과 정재연이 제공한 하얀 벽에 즐거이 흔적을 남기는 관객들의 쾌마저 마조히즘적 관계에 대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전시는 저자(작가)의 죽음을 부인하고 독자(관람자)의 탄생을 논하는 관객 참여적인 미술에서 관객에게 권력이 이양됐다는 사실이 허구임을 드러내고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작가의 힘을 드러내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동시대미술의 대세적인 관점을 부정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관객과 작품의 권력관계를 재조명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숭고와 마조히즘이라는 개념 및 상호 연관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

정재연  스틸 파이프, 밧줄, 공 2014

정재연 <라는 제목의(Entitled)> 스틸 파이프, 밧줄, 공 2014

2007년 5월 제268호

특별기획
110 한국 현대도예의 뉴제너레이션

지난 4월 27일 제4회 세계도자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이천, 광주, 여주의 3개 전시관에서
30일간 열리는 이번 도자축제의 주제는 ‘미래의 아시아를 빚자’. 아시아 국가들은 수천년
간 도자를 사용하며 생활도자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지만 근대기에 들면서 서양의
도자산업에 밀려 점차 그 위상이 흔들리게 되었다. 도자는 ‘그릇’이라는 생활공예로 인류
와 함께 발전해왔으며, 흙과 불, 유약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표현의 다양함과 가능성으로
현대 작가들은 도전의식을 갖고 지금도 흙 반죽과 불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조형,
생활디자인, 전통의 세 갈래 길을 걷는 한국의 젊은 도예가, 그들은 지금 어떤 작업을 하
고 있을까? 《월간미술》은 4회째를 맞이한 세계도자비엔날레에 맞춰 한국의 젊은 도예가
들을 소개하고 한국 현대도예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지상(紙上) 관람을 통해 현대도예의 면모를 살펴본다.

작가
140 작가를 찾아서 윤광조
        흙의 음유시인, 달을 긷다 _ 이건수
162 작가 리뷰 류병엽
        色과 形의 원초적 파라다이스 _ 최병식
186 나의 예술론 4 코디최
        新문화지형도를 그리는 예술가
192 젊은작가구역
        김도균ㆍ차민영ㆍ이진혁ㆍ최병진

해외미술
148 월드 토픽 글로벌 페미니즘
        글로벌 페미니즘즈, 현대미술의 새지평 _ 정연심
154 해외단신

전시
104 화제의 전시 이종상展
        ‘자생성’에 대한 예술적 실천 _ 윤진섭
168 전시리뷰
        명화의 재구성ㆍ막긋기ㆍ공간을 치다ㆍ작업실 들여다보기ㆍ왕열ㆍ이일ㆍ함연주ㆍ
        이영희ㆍ유근택ㆍ사석원ㆍ문경원ㆍ이강일ㆍ강영민ㆍ이용욱
177 전시프리뷰

학술ㆍ자료
200 한국의 미 청록산수, 이상향을 꿈꾸다 _ 문동수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85 에디토리얼
086 독자편지
088 아트러버 2 조태권 _ 심정원
090 사이트 앤 이슈
        오르세미술관展 _ 류동현
        부산 빛 미술관 _ 황석권
        아트사이드 베이징 오픈 _ 황석권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작가 _ 이준희
204 아트마켓 소식
        해외에서 활약하는 작가를 주목하라 _ 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208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222 독자선물
224 넥스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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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REPORT 제2회 CAFAM 미래전 : 관찰자 창조자 ·중국청년예술의 현실 표징

을미년 새해 목표를 세우는 첫 달, 베이징은 수년 뒤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달리는 젊은 작가들의 패기로 가득하다.
지금, 여기 젊은 작가들은 구정(춘절) 연휴 가족들에게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에 담을 소중한 인연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대학 미술관은 대륙의 호방함으로 학연으로부터 자유로운 전시를 개최하고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참여 작가와 미술 관계자들로 베이징 미술계는 연일 잔칫집 분위기이다. 이는 바로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CAFAM(China Cental Academy of Fine Arts Museum)이 3년 만에 선보인 <CAFAM 미래전>이 선사한 새해 선물이리라. 대륙의 미술계계 점치는 미래상은 어떤지 미술관으로 향해 보자.

관찰하고 창조하는 중국 젊은 예술가의 오늘

권은영 중앙미술학원 미술사 박사과정

우리의 오늘은 지난날 청춘을 불태운 선배들이 일군 미래이며, 오늘의 젊은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것이다. <CAFAM 미래전>은 중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고 지지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표방한 정기 기획전이다. 2012년 대학 미술관임에도 졸업장과 무관한 <CAFAM 미래전: 서브-현상亞现象: 중국 청년예술 생태 보고>로 테이프를 끊으면서 본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이 대학 교정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전국구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것은 2008년 아라타 이소자키矶崎新 디자인 신관을 개관하고, 2009년 난징예술학원을 졸업한 광둥 출신의 왕황성王璜生 교수가 관장에 취임하는 파격 인사, 그리고 2010년 ‘국가 중점미술관’에 선정되면서 국공립 미술관의 면모를 갖춘 덕분이다.
작가 쉬빙徐冰과 파리 소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관장 장 드 루아지 Jean de Loisy가 공동 총감독을 맡은 이번 전시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창객創客, Observer-Creator’로 정의하고 그들의 오늘을 분석했다. 여기서 ‘創客’은 금세기에 이르러 출현한 신조어로 ‘Maker’로 번역하는 서구의 DIY 문화에서 비롯됐다. 본래 ‘客’는 ‘-쟁이’를 의미하는 접미사로 ‘創客’는 ‘창작쟁이’로 이해할 수 있는데, 영문 제목을 통해 “관찰하고 창작하는 사람”으로 보충 설명하고 있다. 쉬빙은 전시 서문에서 오늘날 젊은 작가 작업 방식에서 “관찰하고 창작”하는 예술 창객의 특징이 발견된다며, 동시대예술의 양식화와 제도화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러한 경향은 1회 <CAFAM 미래전>에서도 강조된 바 있는데, 당시 주제인 ‘서브-현상’ 역시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가치를 높이 사고 있다.
<CAFAM 미래전>의 특징 중 하나는 넓은 범위의 여러 단체와 맺은 긴밀한 협력 관계다. 이번 전시는 대륙, 대만,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역의 64개 기관에서 추천한 작가들을 바탕으로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기획자 2명과 외부 독립 기획자 2명이 팀을 이루어 기획했다.
《예술시대艺术时代》, 《미술문헌美术文献》 등 잡지사,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 선전 OCT 당대 예술센터深圳OCT当代艺术中心, 광저우시대미술관廣州时代美术馆, 난징예술학원 미술관南京艺术学院美术馆, 타이베이 당대 예술센터台北当代艺术中心 등 미술관, 리셴팅 영화기금栗宪庭电影基金, 비타민 예술공간维他命艺术空间, AAAAsia Art Archive, 청년예술100青年艺术100 등 비영리 기구를 비롯해 젊은 작가를 후원해 온 중앙미술학원 ‘천리길千里之行’, 중국미술학원 ‘TOP 15’와 같은 프로젝트도 하나의 기관으로 작가 추천권을 행사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232개 조의 작가가 도록을 통해 문헌전 형식으로 예선을 치르고, 95개 조가 최종 선정되어 대망의 본선, 즉 실제 전시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시는 총 5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4개의 본전시는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에서, 하나의 특별전은 798예술공장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83개 조가 참여한 본전시의 첫 번째 소주제는 ‘공동 지식共智場’으로 지식 공유의 시대를 사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인터넷, SNS, APP 등을 통해 자신의 인식과 행동 나아가 예술과 주체에 대한 인식에 끼치는 변화에 주목한다. 미술관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허샹위何翔宇(랴오닝성, UCCA 추천)의 <탱크 프로젝트> 역시 시각을 통한 간접 경험이 주는 충격과 내면의 갈등을 시각화하고 있다. 샤오반뤄肖般若(후베이성, 우한미술관 추천)는 전시 기간 동안 화초를 관객들에게 나누어주고, 각자의 방식으로 키우는 화초 사진을 수합하여 작품의 일부로 삼는 보다 적극적인 공유를 실험하고 있다.
객관적인 코드를 생성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설명하는 ‘원시 코드源代碼’는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두 번째 소주제는 바로 사회를 관찰하고 해체해서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오늘의 젊은 작가들이다. 3층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빠른 비트의 힙합 선율을 따라가면 한껏 힘을 준 영상설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그 주인공 천톈줘陳天灼(베이징, K11예술재단・상하이비엔날레・격월지 《예술계》 등 추천)는 종교적 기호를 해체해 일상 생활용품과 주변 이미지에 삽입하고 재조합하여 가상의 종교적 경험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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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룽룽(毕蓉蓉) LED 스테인리스 스틸 유리 가변크기 2013 © 사진 권은영

양민스(楊牧石)  나무 먹 알루미늄 가변크기 2014 ©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사진 권은영

양민스(楊牧石) <소모> 나무 먹 알루미늄 가변크기 2014 ©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사진 권은영

중국 젊은 작가에 대한 새로운 기대
분홍빛 네온 등을 원시 코드로 사용하는 왕신王欣(후베이성, 상하이 다룬多伦 현대미술관・지하실6 추천)의 <여기서 우리는 미래의 작가를 창조한다>는 꽉 막힌 틀 안에 가두어 작가를 찍어내듯이 교육시키는 현실의 한 단면을 재치 있게 풍자하고 있다.
세 번째 소주제 ‘클라우드 생산云生产’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며 연동 기능이 장착된 생활 기기에 익숙한 청년 작가들의 모습에서 도출했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서로 다른 물리적 위치에 존재하는 컴퓨터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통합 처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클라우드 생산의 분절과 통합의 논리는 천페이링陳佩玲(마카오, C&G Apartment 추천)의 담청색 나뭇잎 상자들 곁에 놓인 남청색 별자리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봄직하다. 대상을 픽셀로 분절시켜 작은 색점의 통합으로 다시 형상화하는 타오나陶娜(후난성, 청년예술100・중국 청년예술가 프로젝트 추천)의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인터넷이 교류와 소통의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사고의 틀을 깨는 전환점 구실을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본전시의 마지막 주제는 “E 순환循环”으로 요약되었다. 쉬저위許哲瑜(대만, 타이베이 당대예술센터 추천)의 영상작품은 기억과 망각,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매체가 가진 전달력에 집중하고 있다. 린저우林周(광둥성, 53미술관 추천)는 과학 기술과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어느덧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CAFAM 미래전>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본전시와 더불어 798예술공장에서 같은 기간 동안 <미래 방정식: 제2회 CAFAM 미래전 추적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특별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1회에 참여한 작가들 중에 2회에 재차 추천받은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전시를 연 바 있는 차이위안허蔡遠河(광둥성, 53미술관 추천)를 비롯하여 겅쉐耿雪(지린성, 중앙미술학원 천리길 추천), 리칭李青(저장성, 벌집 당대예술센터 추천)의 작품이 포진해 있다. 총감독을 맡은 쉬빙은 기존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특별전을 통해 다시 참여케 하여 그들의 성장을 관객과 함께 목도하고, 전후 전시의 연결고리를 견고히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중국 작품가격의 거품 논란이 지나간 자리에 언젠가부터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대륙의 중소도시에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요즘이다. 이러한 시점에 상하이와 홍콩 순회전도 기획하고 있는 <CAFAM 미래전>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중국 젊은 작가 항해의 든든한 지원군처럼 보인다.
대륙의 호방함은 학연과 지연의 굴레를 벗어나, 대만, 홍콩, 마카오에 이르는 거대한 중국을 아우르며 미래를 설계하는 추진력이 되고 있다. 물론 냉혹한 사회에서 일정 선별과정을 거치고 십수 년 뒤 과연 몇 명의 작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오늘을 버티는 젊은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샤오반루오(肖般若) 종합재료 가변크기 2013~2014 ©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사진 권은영

샤오반루오(肖般若) <식물 키우기 프로젝트> 종합재료 가변크기 2013~2014 ©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사진 권은영

 

리우지아위(劉佳玉)  300개 바람개비 및 LED 가변크기 2014 ©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사진 권은영

리우지아위(劉佳玉) <투명한 안에서> 300개 바람개비 및 LED 가변크기 2014 ©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사진 권은영

2007년 4월 제267호

특별기획
090 워홀의 신화, 날아 오르다

20세기 아트계의 슈퍼스타 앤디 워홀. 그는 대중미술과 순수미술 간의 경계를 한순간에
와해시키고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디자인, 광고 등 시각예술 전반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순식간에 현대미술의 총아로 떠올랐다. 그의 예술세계는 사후 20년이 지나
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미술계 또한 지난해부터 서울대미술관 등 여러 전시
공간에서 앤디 워홀 붐을 서서히 불러일으켰다. 앤디 워홀 타계 20주기를 맞아 삼성미술관
리움은 미국 피츠버그 앤디워홀미술관과 공동주최로 대규모 회고전 〈앤디 워홀 팩토리전〉
(3.15~6.10)을 개최한다. 이 전시를 계기로 《월간미술》은 팝아트의 슈퍼스타 앤디
워홀의 작업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현대 사회의 흐름을 꿰뚫어본 앤디 워홀 미학의
면면과 그의 ‘팝아트’적인 생애를 살펴본다. 이제 기계가 되고 싶었던 앤디 워홀의 팩토리
를 견학할 시간이 되었다.

테마기획
172 해외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의 영 아티스트
         어떻게 국제미술시장으로 나아갈 것인가 _ 유진상

작가
128 작가 탐구 임민욱
         네 이웃의 미술, 명작에 反하여 _ 강수미
146 작가 리뷰
         윤영석ㆍ미술의 영원한 화두, 크로노콤플렉스 _ 윤난지
         문봉선ㆍ현대 문인화의 가능성에 대하여 _ 김백균

해외미술
134 월드 토픽 세리스 윈 에반스
         덧없는 존재의 아름다움 _ 박진아
140 해외단신

전시
086 화제의 전시 쩡판즈 1989~2007展
         쩡판즈와 붉은색의 이미지 _ 윤진섭
154 전시리뷰
         자인-마리이야기ㆍ보다 보여지다ㆍ차동하ㆍ한영섭ㆍ김혜련ㆍ김기라ㆍ장지아ㆍ최석운ㆍ
         노정란ㆍ천성명ㆍ홍순환ㆍ이동재ㆍ이주희ㆍ박은하
163 전시프리뷰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71 에디토리얼
072 독자편지
074 아트러버 조재진 _ 심정원
076 핫피플 바네사 비크로프트 _ 심정원
078 사이트 앤 이슈
         백화점과 미술관 _ 심정원
         걸프아트페어 _ 서진수
184 아트마켓 소식 3월 경매시장 _ 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186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98 독자선물
200 넥스트 이슈

2007년 3월 제266호

특별기획
080 386세대 미술인의 지금 여기

올해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20돌이 되는 해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을
한 단계 높인 결정적 분수령이 된 당시를 청년기에 경험한 이들은 이제 저마다의 자리
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견세대가 되었다. 이들을 상징적으로 일컫는 용어가
바로 “386세대”다. 이 말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그 용어가
제기되었을 때, 즉 1990년대에 30대 나이였던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연말 대통령 선거
를 앞둔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계에선 이들 386세대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런 관심과 문제제기는 미술계에서도 유효하다. 《월간미술》은 “386세대”
를 화두로 삼아, 이제 40대에 접어든 작가들의 변모과정과 현재모습을 그려보는 특집
기사를 마련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시대정신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펙
트럼을 보여주는 386세대 미술인의 오늘을 점검하기 위함이다. 먼저 사회․정치적인
시대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고,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면서 숨가쁘게 달려
온 미술계 동향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되짚어본다. 그리고 ‘386세대 미술인의 오늘’
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 4인의 좌담을 통해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더불어 386세대 작가의 최근작과 초기작을 그들의 육성을 곁들여 소개한다. 아무쪼록
이번 특집 기사를 계기로 우리 미술계의 허리세대인 40대 작가들이 지나온 길을 되짚
어보고,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감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작가
112 3545작가 공성훈
        20세기, 라는 소년 _ 황세준
144 나의 예술론 3 최봉림
        당신, 현대미술의 적(敵)이지?

해외미술
122 월드 토픽 _ 아르코 2007
     이머징 아티스트의 국제장터 아르코 _ 성하영
132 월드 리포트 _ 타이완 국립고궁박물원
       올드 이즈 뉴! 타이완 국립고궁박물원 _ 류동현
136 해외단신

전시
150 전시초점 〈서양식 공간예절展〉
       서양식 공간예절 “살짝” 비틀기 _ 이영준
156 화제의 전시 〈마리노 마리니展〉
       세기의 비극을 초월한 기마상 _ 기혜경
160 전시리뷰
       디스커버링 서울ㆍ심철웅ㆍ방정아
       상관없는 기술 아무것도 남기지 말아라
       김성수ㆍ탈루 L.N.
166 전시 프리뷰

학술ㆍ자료
174 논단 국내외 미술품감정의 대안들 _ 최병식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62 독자편지
068 사이트앤이슈
       김수남 1주기展 _ 황석권
       故 백남준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 인터뷰 _ 류동현
       바깥미술회 _ 황석권
     〈천년여우 여우비〉 감독 이성강 _ 황석권
       청관재 컬렉션展 _ 최열
182 아트마켓 소식
         2006 국내외 미술시장 분석 _ 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186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98 독자선물
200 넥스트 이슈

2007년 2월 제265호

특별기획
066 보편적 미술인이 되는 법 50

아직도 미술계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한
미술인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미술의 거리를 활보하는 그림은
너무나 먼 환상일까? 이에 광활한 미술 영토의 야전사령부 《월간미술》이 미술과
두루두루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월간미술》 편집부는 미술 애호가를
포함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50가지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교양있는 미술인’이 되기
위한 길라잡이가 되고자 한다. ‘보편적 미술인이 되는 법 50’은 항목마다 난이도를
표시해 접근방식을 세분화했으며 전문성에 가까울수록 난이도의 등급을 높였다. 또한
상황별 예시나 구체적 자료를 제시해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번 기사는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에서부터 어떻게 정보를 얻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작품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미술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하거나 미술품 구입 및 재테크
하는 방법, 여러 공모전이나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 등 광범위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으로
꾸며졌다. 50가지 방법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사항을 체크해 보거나, 난이도에 따라 읽
는 것도 본 기사를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비록 ‘보편적 미술인’이란 말에 정답은
없지만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미술에 한발 다가가는 계기가 마련되고, 미술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자, 이제 시작해 보자.

작가
104 작가탐구 마이클 주
        자연과 문명의 경계 지우기 _ 전영백
110 3545작가 정주영
       자신을 위치시키는 진경의 의미 _ 이관훈
128 작가리뷰 서승원
       차원의 정체를 넘어 소(素)를 향하여 _ 김미경

해외미술
116 월드 토픽 자비에 짐머만
       일상의 풍경을 보는 또 다른 시선 _ 김영애
120 해외 단신

전시
132 화제의 전시 〈요나스 달버그展〉
        기억의 심연, 심연의 기억 _ 강태희
136 전시초점 〈Somewhere in Time展〉
        미술과 정치, 그 오래된 커플의 재회 _ 진휘연
140 전시리뷰
        차이나 게이트ㆍ프린트 스펙트럼ㆍ김정욱ㆍ큐레이터의 사물함
        김진환ㆍ나현 프로젝트ㆍ마시모 비탈리ㆍ오리엔탈 메타포
        박정숙ㆍ이계원
148 전시 프리뷰

학술ㆍ자료
156 미술인 회고 이일
        시적 감수성의 비평가 _ 오광수
160 논단
        미술과 패션, 그리고 패션사진 _ 강태희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46 독자편지
048 핫피플
         신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유희영 _ 황석권
054 사이트 앤 이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_ 류동현
         몽인아트스페이스 오픈 _ 이준희
        〈 인도현대미술展〉_ 심정원
        〈서도호展〉_ 이건수
         미리보는 2007년 주요전시 _ 류동현
168 아트마켓 소식
        아트펀드의 수익ㆍ안정성 잘 따져야 _ 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170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82 독자선물
184 넥스트 이슈

NEW FACE 2015 유은석

“유은석의 작업은,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소한 상상력에서 출발해 차츰 현실로 다가가 보이지 않던 문제들을 조금씩 들춘다. 때문에 무겁지도 그리 가볍지도 않은 그의 (비)현실적인 상상은 어찌 보면 현실의 이면을 꼭 닮아있는 듯하다.”
– 안소연 미술비평

유쾌함 이면의 냉소

지난해 5월 말, 부산시내 모 백화점 외벽에 설치된 한 작품이 문제가 되었다. 유명 만화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다소 민망한 생리적 현상이 도드라진 작업이었다. 이른바 ‘발기 스파이더맨’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태는 끝내 작품이 철거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일반인이 오고가는 장소에 설치되기에는 부적절했다는 의견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을 코믹한 소스를 첨가해 표현했다는 의견이 맞서고 외설시비도 일었다.
이 작품은 부산 출신 작가 유은석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에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일로 주저없이 이 사건을 언급한 유 작가는 최근 다녀온 라오스 여행과 함께 작업활동의 일대 전환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유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 이면의 의미를 살펴보는 <건축된 농담>, 영웅캐릭터를 곤충의 형상과 이종교배한 <곤충영웅기>, 그리고 영웅캐릭터의 반전된 행동을 담은 <사적인 시간> 등으로 나뉜다. 대부분 일상성에 근거해 다소 희화화한 요소가 눈에 띄는 작업이다. 유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유머러스한 상황을 항상 작업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이 항상 유머러스한 상황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에 보수적인 성향의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터번을 씌워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화려하게 건설한 두바이와 보수적인 종교성향의 모순을 표현했습니다.”
유 작가의 작업은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의 면밀한 연구로부터 시작한다. <건축된 농담>의 경우 해당 건축물에 대한 역사, 상징성, 뒷이야기 등을 수집했다. “뭔가 재미있는 이미지가 나오면 사전 조사한 정보에 이리저리 끼워 맞춰서 의미를 부여해봅니다. 그러다보면 신기하게도 퍼즐처럼 잘 맞춰집니다. 간혹 제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해석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에 반해 <곤충영웅기>는 사회적 비판의식을 기저에 깔고 시작했는데, 거미줄은 우리 법구조를 상징한다고. “<곤충영웅기>는 음주 사고를 일으킨 사회지도층 자녀가 부친의 인맥과 재력으로 풀려났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 시작했어요. 힘없는 곤충들은 거미줄에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동물들은 거미줄을 찢고 지나가버립니다. 곤충은 서민, 동물은 사회지배층에 비유했어요.”
그 자신도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하는 것이 바람이었다고 밝힌 유 작가는 만화의 영웅캐릭터를 소재로 작업한다. 유 작가의 작업에는 우스꽝스러운 영웅이 등장한다. 우락부락 헐크는 스마일맨 트렁크를 입고 쥐를 무서워하고, ‘쫄쫄이’를 입은 스파이더맨은 발기된 상태로 거꾸로 매달려 있다. 웃고 있는 원더우먼은 치아교정 장치를 달고 있다. 단 하나의 장치를 이용해서 관객의 허를 찌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관객을 겨누는 이 뾰족한 반전은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거죠. 바로 <사적인 시간>은 방안에서 스스로 완전히 무장해제한 상태를 말하는 겁니다. 방귀를 손에다 뀌고 냄새를 맡는다든지, 코딱지를 먹어본다든지, 웃긴 춤을 춰본다든지…. 뭐 그런 모습들을 영웅들에게 적용한 겁니다, 영웅의 일반인 같은 모습들이 더 코믹하게 느껴지는 거죠. 아! 그렇다고 제가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하.”
유은석의 작업에 대한 비평문 하나에 눈길이 간다. “그의 쓴웃음에는 세습에 의해 강력한 권력을 획득한 자에 대한 냉소와 인간적인 연민이 동시에 응축되어 있다.”(안소연) 따라서 그의 작품을 대할 때는 그가 은닉한 이면의 ‘무엇’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올 하반기에 있을 개인전과 얼마 전 다녀온 라오스 기행전을 준비 중이라는 유 작가. 현재 ‘내 청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화두로 삼고 있다는 그는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황석권 수석기자

유은석은 1986년 태어났다. 부산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조소를 전공했다. 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9년부터 다수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특선(2011), 부산미술대전 특선(2013), 제5회 맥화랑 미술상(2014) 등을 수상했다.

위  포맥스 레진 자동차도색 90×60×20cm 2013

위 <태권의사당> 포맥스 레진 자동차도색 90×60×20cm 2013

 

NEW FACE 2015 유한숙

“유한숙 작가는 이를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유머러스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병치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나만 좌절하고 불안한 건 아니잖아요?”라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다.”
– 김윤영 큐레이터

내겐 너무 뒤늦은 그 말

한 여성의 뒷모습이 보인다. 뒷모습의 그녀와 너무나 닮은 한 여인이 마주보고 서서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들 위에 한마디 글귀가 떠오른다. “그래 넌 성공하겠다.” 또 다른 여인이 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도로로 흐르는 순정만화의 여주인공 같은 모습이다. 그녀의 머리 위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한마디의 말이 적혀 있다. “아마 난 실패한 인생이 되고 말 거야.”
작가 유한숙의 작품은 허를 찌르는 사회 풍자적 한마디와 만화적인 인물 표현, 그리고 어린 시절 학교에서 한번쯤 그려봤을 ‘포스터’형식을 차용해 어수룩한 매력을 뽐낸다. 누군가에게는 공감 가는 한마디로 작용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일상 속 흘러가는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텍스트의 의미는 세대의 공감을 자아내는 힘을 갖는다. 텍스트에 얽힌 스토리와 무관하게 말은 무겁지 않게 다가온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내뱉는 어구와 포스터 형식 덕분일 것이다. 작가가 처음부터 포스터를 차용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던 것은 아니다. 유한숙은 작업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고민했다.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쉬쉬하는 것을 해보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한 셈이다. “만화의 형식을 취하지 말라”는 한 교수님의 조언은 지극히 만화요소가 다분한 인물 표현과 그의 눈에 욕설을 적은 ‘개년미술’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인물의 눈동자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기에는 자리가 부족했다. 보다 긴 텍스트 표현이 가능한 포스터 형식을 택한 이유다.
유한숙은 말수가 적다. 목소리도 작고 유난히 차분하다. 그렇다보니 누군가를 만났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채 다 풀어내지 못하고 뒤돌아서서 상황을 되새기며 전했어야 하는 말, 하고 싶었던 말을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뒤늦게 떠오른 적절한 표현이 그의 작업에 등장한다. 지인들과의 대화, 인터넷상의 끊없는 대화와 발언 등 일상 속 매 순간 쏟아지는 말들이 그에게는 윌리엄 텔의 화살처럼 대뇌에 꽂혀 잊히지 않는다.
사실 그녀가 적은 가볍지만 풍자적인 문장은 SNS를 뜨겁게 달구며 최근 책으로도 출간된 하상욱의 《서울 시》나 최대호의 《읽어보시집》을 떠올리게 한다. 트위터라는 공간에 두어 줄의 짧은 시를 써 많은 이에게 공감과 웃음을 주는 이들 시의 형식은 문학적 수사가 아름답거나 표현력이 뛰어난 일반적인 시와는 미감이 다르다. 생활 속 툭툭 내뱉는 말을 짧게 압축해 적어 둔 “일상의 말”을 하나의 주제로 묶는 식이다. 이 키치한 방식의 글은 유한숙의 어수룩한 포스터와 묘하게 일치하는 점이 있다. SNS상에서는 무겁고 긴 글 보다는 싫지만 단순하면서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할 만한 내용이 환영 받는다. 포스터는 최고의 프로파간다 수단이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하나의 캔버스에 압축돼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눈에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렬한 한 방”이 필요하다. 유한숙의 작업은 단순히 그 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는 많은 이에게 공감을 사는 요소가 있어 주목받고 응원을 받고 있는 듯하다.
전시장에 걸린 그녀의 작업은 생각 많은 작가의 복잡한 머릿속을 살펴본다는 관음증적 자극을 준다. 하지만 일방적 선언이라기보다 대화를 시도한다. 심각한 내용을 가볍게 표현한 방식은 전시장에서는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서서 한참이 지나도 이미지와 텍스트가 머릿속에 맴돈다. 관객과의 간접적인 대화를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서 공감을 찾아낸 작가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주변에서 만류하던 형식을 취해 하던 작업을 오래하다보니 작업의 형식이 반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또 다른 금기를 찾아낸 작업으로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까. 말을 곱씹는 작가의 머리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과 고민이 스치운다.
임승현 기자

유한숙은 1982년 태어났다.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2012년 조선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3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월 27일부터 6월 5일까지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리는 〈두렵지만 황홀한전〉에 참여한다.

〈시집이나 갈까〉 캔버스에 아크릴 60×60cm 2012

〈시집이나 갈까〉 캔버스에 아크릴 60×60cm 2012

 

2007년 1월 제264호

특별기획
052 이상한 나라의 마그리트

초현실주의 작가로 분류되지만 그안에서도 독특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1898년 벨기에의 리센에서 태어난 이 초현실주의자의 작품세계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의식
의 수면 위로 올려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실제세계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서울시립미술관 2006.12.19~4.1)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고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계기로 《월간미술》은 마그리트
특집을 내보낸다. 우선 《월간미술》은 마그리트의 고향 벨기에를 현지 취재하여 태어난
곳부터 그가 일상을 보낸 곳은 물론 영면한 곳까지 흔적을 찾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또한 미술사는 물론 철학ㆍ문학ㆍ심리학에서의 그를 둘러싼 사유방식과 대중적인 문화 영역,
즉 광고ㆍ영화ㆍ패션ㆍ연극과 마그리트 작품세계와의 접점을 살펴볼 것이다. 현재를 문화의
시대라 정의한다면 그것의 코드와 가장 가까이 닿아있다는 마그리트의 선문답과도 같은 환타
지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작가
098 작가를 찾아서 주명덕
         카메라를 든 사회학자_이건수
124 해외 한인작가 5 정재규
         시간의 힘, 보이는 것의 느림_장 루이 프아트방
168 작가리뷰
         황영성ㆍ가족과 고향, 그 무한한 예술의 話頭_김종근
         김용식ㆍ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내면의 빛_고충환
         장금원ㆍ차이로 동요하는 바탕, 그 자유로움_이선영

해외미술
106 월드 토픽
         제27회 상파울루비엔날레_유진상
         제5회 아시아-퍼시픽 현대미술 트리엔날레_이숙경
116 해외 단신

전시
158 전시와 테마 〈드로잉에너지展〉〈잘긋기展〉
         넘지도, 모자람도 없는 선의 향연_심상용
164 화제의 전시 〈문화적 기억展〉
         야나기가 발견한 조선의 아름다움_이인범
168 전시리뷰
         커넥티드ㆍ한운성ㆍ김준기ㆍ2006 아시아의 지금ㆍ땅 길 선ㆍ노주환ㆍ이정연ㆍ
         구동희ㆍ박소영ㆍ우순옥ㆍ홍현숙ㆍ양만기ㆍ남경민
178 전시 프리뷰

학술ㆍ자료
130 테마기획
         미술과 돈_정준모 서진수 김소영 윤승준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38 독자편지
040 사이트 앤 이슈
         공공미술 프로젝트_황석권
         임동락 라데팡스展_황석권
         되돌아본 2006년 미술계
185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98 독자선물
200 넥스트이슈

NEW FACE 2015 이은새

“이은새는 프레임(인식의 창) 밖에서 일어나는 현실적 풍경을 대하고 자신만의 감각적 레이어로 그 현상들을 쪼개어 파장이 증폭되는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일상에서 다양한 층위로 몸을 이동하듯 일렁이는 현상을 목격한다. 다른 회화 작가들의 장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풍경은 쉽게 번역될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연속성을 띤다.”
– 이관훈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불안정한 순간의 기록

작가 이은새의 회화는 뚜렷한 내러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난히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 균열을 일으키며 터져 나오는 것, 구멍이 뚫린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때로는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닥에 무엇을 덮은 검은 천을 바라보거나 거대한 구덩이를 지켜본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무기력한 모습이다. 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계속 비집고 들어오고, 때로는 가슴 깊숙한 어느 부분이 툭 터져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은새는 변화가 발생하는 불안정한 순간을 탐구한다. 자신의 실제 경험이나 신문기사, 인터넷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분류되지 않은 채 작업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그녀가 탐구하는 변화의 순간은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구체적인 의식보다는 현실 속에서 감각적으로 언뜻언뜻 인식하게 되는, 결코 이성적인 순간도 아니다. 이은새는 “변화가 일어나고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흔들리고 뒤집힐 수 있는 파장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것은 대다수 심리적인 풍경에 가깝다. 일상에는 이러한 크고 작은 파장이 수없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화에 곧 무뎌지고 파장이 자신에게 남긴 상처나 타인의 고통에 무심해진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요즘 제가 느끼는 세상은 엉터리로 둘러싸였지만 그것들이 단단한 벽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굳어진 상태에서 가끔 터져 나오는 부분들이 결국 금방 다시 굳어 단단해진다고 해도 그때의 작은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붙잡아두고 싶습니다.” 이은새는 무력함 때문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보다는 그런 상태를 먼저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굳이 잡아내지 않으면 금방 잊히거나 아예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순간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기록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여긴다.
최근 그녀는 첫 번째 개인전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갤러리 조선에서 열린 <틈; 간섭; 목격자>(1.23~2.3)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개최한 <틈; 간섭; 목격자들>(2.1~13)이 그것. 전시 제목에서 미묘하게 드러나지만 작가는 다른 콘셉트로 두 개의 전시를 구성했다. 갤러리 조선에서 전시한 작품이 작가 자신이 일상 체험에서 발견한 이미지들을 파편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 서교예술실험센터에 설치된 대형작품은 복수의 인물이 등장해 일종의 상황극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순간은 주체적인 관점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 힘에 의해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저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그런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는 사람들, 같이 경험하고 느끼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기에는 다양한 인물이 존재하고 그들의 역할이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이죠.”
긴장된 순간, 어떤 사건들이 변화하는 순간을 담아낸 작업은 과도한 색상이나 반전된 색상을 통해 실제의 감각을 벗어나 다른 감각이 뒤섞여 나오는 시각적 뒤틀린 효과를 드러낸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인 색의 조합과는 거리가 멀다. 때로는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전혀 다른 색으로, 다른 분위기로 변주된다. 그 순간들이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작가는 그에 대한 회화적인 표현 자체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새가 표현하는 세계는 불안정하고 무기력한 세계인 동시에 언제 어디서라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일상에서 정체를 알 수 없게 숨어있던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매체를 회화에 한정해 작업했지만 앞으로는 계속 변화하는 상황을 움직이는 조형물로 구현해보고 싶단다. 한 젊은 작가의 변화무쌍한 실험과 탐구가 기대된다.
이슬비 기자

이은새는 1987년 출생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무겁고 깊고 검은>(이목화랑), <오늘의 살롱>(커먼센터), <Unfamiliar air>(스페이스BM)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캔버스에 유채193.9×260.6 2014

<떨어지는 물 앞의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193.9×260.6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