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고양이로부터

세기말의 ‘코디 최’는 말했다. “21세기의 지배적인 사조는 디지털리즘 Digitalism이 되고, 가상과 실재가 공존하는 이중 뇌 Double-Brain 구조가 보편화될 것이다!” 호들갑스럽던 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작가는 그의 확신으로부터 실천해온 예술적 사유를 펼쳐 보인다. 이는 무분별한 복제와 시장의 이벤트로 점철된 NFT 아트의 의미를 반문하며 미술사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시점임을 고하기 위함이다.

≪”헬로 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의 작품들은 코디 최의 아들 조이 Joy가 유치원생이던 시절 만든 디지털 이미지로부터 시작한다. 당시 아들이 가지고 놀던 `크레욜라 매직 3D 컬러링 북 Crayola Magic 3D Coloring Book`은 마우스 클릭으로 입체감 있는 색칠 놀이를 할 수 있는 드로잉 프로그램이었다. 이 장치를 통해 아이는 연필이 아닌 마우스로, 창의력보다는 사전에 제공된 템플릿의 조합으로 가상 세계의 이미지를 탄생시켰고, 이를 현실 세계의 이미지와 동일시했다. 1997-98년에 이미 데이터의 창조 개념을 고민하던 작가는 아들의 그림 데이터를 채굴하고 증폭하고 쪼개어 그만의 창조 데이터로 발전시켰다. 그의 시도는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사슬 형태로 무수히 연결해 확인하는 블록체인 기법과 흡사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앞선 것이었다. 본 전시는 코디 최가 세기말 당시 남겨 둔 고양이와 강아지 창조 데이터에 그만의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산출한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및 NFT 신작들을 새롭게 소개한다.

Installation view of Cody Choi: “HELLO KITTY” Database Painting Totem + NFT at PKM & PKM+.
Courtesy of PKM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