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쿵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타일벽 설치, 8채널 음향설치 가변크기 2017

 

[SPEC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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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상 희 Song Sa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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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상 희 Song Sanghee
1970년 태어났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첫 개인전 이후 삿포로, 총칭, 암스테르담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8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바 으며 암스테르담, 베를린, 브뤼셀, 타이완의 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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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프로젝트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에서 아기의 ‘죽음’과 ‘살아남’은 3번 반복된다. 첫 번째 아기는 인혁당/민청학련/동백림사건 그리고 보도연맹 학살 희생자들이다. 국가 혹은 집단 내에서 동일성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어떤 사람(들)을 살해함으로써 집단 안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전체주의/파시즘의 모습이다. 국가 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모습은 나의 영상 작업에서 또렷하게 다시 살아난다. 동시에 (다른 채널의) 풍경은 학살현장의 벽들이다. 나치수용소 포로들을 사살한 벽. 생체실험실 침대 타일, 보도연맹사건 희생자들을 암매장한 땅, 이것들은 역사의 피부들이다. 두 번째 아기는 생존과 번식의 극단적 상황을 드러낸다. 가운데 채널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mimicry 하는 곤충(드로잉)들의 이미지들이다. 오른쪽 채널은 파국의 극단적인 모습, 파시즘의 끔찍한 결과들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대기근 홀로도모르(Holodomor)와 나치의 인종교배실험프로젝트 레벤스보른(Lebensborn)의 영상 ’아기농장(Baby Farm)’이 교차 편집 되어있다. 왼쪽 채널은 멈춰진 시간. 파국 이후의 도시 풍경을 상상해 볼 수 있는 파산된 도시 일본 북해도의 유바리(夕張)시이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텅 빈 풍경이 등장한다. 그리고 세 번째 아기는, 그렇다면 과연 그 ‘살아남’이란 결국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미지들의 몽타주 형식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버텨내는 난민 아기들과 시리아 전쟁, 알레포 전쟁 아기들의 손이 드로잉으로 등장하고, 체르노빌, 프리피아트(Pripyat)의 풍경,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미텔베르크 V-1, V-2 로켓 지하생산기지 터널 A 등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수천 년 전의 시간. 그 멈춰진 시간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5000~7000 년 전의 지석묘들이 영상에 등장한다. 요즘 나는 지면과 인터넷에서 매일 세계 이곳저곳의 공습/폭격 뉴스와 미사일 폭격 사진들을 본다. 전쟁은 이젠 매일 보게 되는 일상 이미지가 되었다. 파국의 현실이 우리 옆의 <이미지>로 존재하고, 우리는 이 이미지들에 둘러싸여 감정 없이 공허하게 살고 있다. 나는 T.S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 The Hollow man〉 떠올랐다. 나의 타일 작업 제목은 이 시의 마지막 구절 〈세상이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쿵 소리 한번 없이 흐느낌으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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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쿵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타일벽 설치, 8채널 음향설치 가변크기 2017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3채널 영상 설치, 16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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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발 이미지들을 델프트블루 타일로 만들었다. 폭발의 뭉게구름, 먼지들을 연필로 그린 후에 이 드로잉들을 타일로 제작했다. 연필로 그린 드로잉들은 ‘2 차 세계대전 원자폭탄 폭발 버섯구름’ 부터 현재 ‘ISIS 의 중동지역 공습 폭발’까지, 시대별 지역별로 다양하게 그렸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그런 평범한 구름과 먼지 그림들이다. 하지만 이 공허한 구름과 먼지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도시들은 파괴되었다. 나는 타일들로 만들어진 폭발 그림 조각들이 마치 컴퓨터 그래픽의 픽셀처럼 느껴졌다. 나는 픽셀화된 폭발 그림 타일들을 드로잉 원본의 정렬 순서가 아닌, 무작위로 붙였다. 결국, 파국의 공허한 구름 / 먼지들은 픽셀로 전환되어, 파란색 모노크롬 회화처럼 보이게 된다. 나는 이 타일 벽들 속에 스피커들을 설치하였다. 스피커에서는 55 개국 언어로 녹음된 육성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등의 인사말들이 흘러나온다. 인사말들은 1977년 우주로 발사된 보이저 탐사선에 실린 55개국 언어로 녹음된 육성들이다. 공허한 픽셀들의 집합체로 드러나는 비극의 폭발 이미지들 표면 앞에서 우리는 40년 전 우주에 저장된 안부 인사들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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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홍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