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도쿠멘타 14 – 독일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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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카셀 프리데리치아눔 앞에서 열린 〈제14회 카셀 도쿠멘타〉 공식 개막식 광경. 레드카펫 가운데 보이는 가장 키가 큰 사람이 예술감독 아담 심칙이다. 아래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마르타 미누인의 < 파르테논 신전 > 을 위해 한때 금서로 낙인찍혔던 책을 기증받고 있다.

독일은 조심스럽다

최정미 | Diskurs Berlin 대표

독일에서 의전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종종 느끼지만 이처럼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독일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와 그리스 대통령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Prokopis Pavlopoulos)가 주빈으로 참가한 공식 오프닝이 6월 10일 오전 10시에 진행되었다. 도쿠멘타14 예술감독 아담 심칙(Adam Szymczyk) 및 녹색당의 유명 정치인 클라우디아 로트(Claudia Roth) 등 정치, 예술가들이 모인 행사지만 편하게 진행됐다. 기자들의 신상 체크는 메일로 이루어졌으며 입장은 리스트에 올려진 손님과 기자만 가능했다. 기자들은 아테네 출신 작가 마르타 미누진(Marta Minujin)의 <Parthenon der Bucher>이 설치된 계단 같은 철조 물에 앉아 그저 소풍 온 듯이 행사를 보거나 떠들거나 각자 제멋대로다. 경찰은 자기들이 서 있는 선만 넘지 않으면 따로 통제하지 않았다. 거창한 연설도 없었으며 행사 공간 확보를 위해 설치한 간단한 구조물 밖에는 구경꾼 외에 행사 반대 시위대가 간간이 있을 뿐이었다.
아테네에서 열린 도쿠멘타 오프닝에 참여한 동료나 작가들은 한결같이 실망감을 표현했다. 전시 자체 외에도 독일과 그리스 사이 불협화음을 방문객도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카셀은 다르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아담 심칙은 폴란드 출신 큐레이터이며 전체 큐레이터(Curator at Large) 보나벤투어 소 베젱 디쿵(Bonaventure Soh Bejeng Ndikung, 이하 보나벤투어)은 카메룬 출신이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에 점령되었고 카메룬은 1919년까지 독일의 식민지였다. 보나벤투어는 베를린에서 비영리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탈식민지와 아프리카인의 인권운동 관련 전시를 꾸준히 해왔다. 요즘처럼 종교, 정치 관련 테러가 빈번한 시대에 카셀에서 보여준 탈식민지 주제의 전시는 시기에 딱 맞았을까?
전시 주제가 ‘Learning from Athens’이어서 유럽 철학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그리스와 엮어 탈식민지라는 소재가 철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살짝 있었다. 또한, 역대 도쿠멘타 전시감독인 로저 M. 뷔르겔(Roger M. Buergel),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기에프(Carolyn Christov-Bakargiev), 캐서린 데이비드(Catherine David))가 풀어낸 도쿠멘타를 봤을 때 그리 허황된 기대감은 아니었다.
독일 언론은 과거에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무척 조심스러워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신문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은 한 논평에서 “Die Schuldigen stehen immer bereits fest”라고 이 행사를 함축했다. 우리말로 대략 ‘죄지은 놈은 항상 정해져 있다’인데 신자유주의, 탈식민지주의가 대세인 시대에 과거 패전국가는 아직도 나쁜 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비교적 온건한 논조의 신문 《디 차이트》는 6월 13일 논평을 통해 “독선의 신전(Im Tempel der Selbstgerechtigkeit)”이라는 타이틀로 도쿠멘타를 평했다. 메인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에 대하여는 “Offenbar ist es Szymczyk und seinem Team herzlich egal, was im Fridericianum gezeigt wird. Fur sie zahlt allein die Geste: Wir offnen euch unser Haus!”라고 했다. 대략 “분명한 것은 아담 심칙과 큐레이터 팀에게는 프리데리치아눔에서 무엇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만 중요할 뿐이다. 즉, 그들에게는 이 공간을 대중에게 열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이란 뜻이다. 도이칠란드풍크 방송은 6월 10일 기사 제목을 “Eine Kunstausstellung als Politikum”으로 뽑았는데 “현대미술 전시가 정치가 되었다”는 의미다. 예술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인 담론의 형성보다는 작금 벌어지는 정치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만화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다. 즐거움을 선사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기능과는 조금 거리를 둔다. 사고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문제의식의 자율적 발현에 그 중요한 가치를 둔다.
도쿠멘타14에 700만 유로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한다. 또한 도큐멘타는 카셀뿐만 아니라 독일의 행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언론은 조심스럽다. 또 주요 신문도 별다르지는 않지만, 지역 신문은 행사에 부담되는 기사는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영구 티켓이 현재 1만 장이나 팔렸다고 자랑한다. 전범 국가인 독일에서 탈식민지, 난민 이야기를 정제 없이 쏟아내고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나치 독일 때문에 괴로워 하는 독일은 조심스럽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 처럼 죄지은 놈이 정해져 있으니 그저 닥치고 있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