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신여성 도착하다》전시 연계 모노드라마 <노라를 만나다>특별 공연

2018년을 사는 모던걸K. 그녀는 1890년대에 태어나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세 명의 ‘근대기 신여성’과 만난다. 독립 운동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 주세죽, 문학가 김명순,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과 맞닥뜨리는 모던걸K는 ‘신여성의 삶과 사랑, 여성으로서의 주체적 삶’에 대한 고민을 그들과 나누는데..

서울의 봄, 경회루 누각에서 따뜻하게 맞이해볼까

문화재청은 고품격 문화유산인 ‘궁궐’이 국민 누구에게나 널리 향유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길 바라며 오는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회루 특별관람’을 시행한다. 특별관람은 경회루의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봄나들이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의 또 다른 역사, 25회 4.3 미술제 개최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의 또 다른 역사, 4·3미술제”

올해 개최되는 4·3 미술제 <기억을 벼리다(Forged into Collective Memory)>는 ‘제주4·3사건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관심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총감독은 아트스페이스 씨의 안혜경 대표가 맡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제주 4⋅3사건의 ‘현재적 해석’에 관심을 기울인다. 전시 참여작가는 총 37팀 40명으로 회화, 판화, 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되며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사진 | 25회 4·3미술제 공식 포스터)[/caption]

⠀⠀⠀⠀⠀⠀⠀⠀⠀⠀⠀⠀⠀⠀⠀⠀⠀⠀⠀⠀⠀⠀⠀⠀⠀⠀

예술인들은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에 누구 보다 앞장섰다. 미술인들은 1994년에 <닫힌 가슴을 열며>라는 제목으로 처음 4·3 미술제를 개최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미술제를 진행해왔다. 4·3 미술제는 21회부터 외부 감독 제도를 도입하여 제주 출신뿐만 아니라 국내외로 참여작가 폭을 과감하게 확장해 규모 있는 연대 기획 전시로 발전했다. 올해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주목되리라 보인다. 

(사진 | 왼쪽부터 4·3 미술제 6회 도록표지 스캔본, 7회 포스터 촬영본, 8회 도록표지 스캔본, 9회 도록표지 스캔본)

⠀⠀⠀⠀⠀⠀⠀⠀⠀⠀⠀⠀⠀⠀⠀⠀⠀⠀⠀⠀⠀⠀⠀⠀⠀⠀

올해 제목은 <기억을 벼리다>. ‘벼리다’는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든다.’는 뜻으로, 제주 4·3 사건의 기억을 되새긴다는 의미다. 제목은 팔레스타인의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Zakaria Mohamed)의 <재갈>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저 검은 말은 무얼 저리 씹고 있을까?/소년은 묻는다/대체 무얼 씹고 있을까?/검은 말은/깨물어 씹고 있다/차가둔 쇠로부터 벼리어진/한 조각 기억의 재갈을/죽을 때까지/씹고 또 씹어야 할/그 기억의 재갈을” 의 내용처럼 전시 제목은 제주도민들에게 제주 4·3사건은 검은 말이 씹고 있는 기억의 재갈과 같음을 표현한다.

전시는 아트스페이스 씨의 안혜경 대표가 감독을 맡았다. 원도심 중앙로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씨는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예술로 소통하기 위한 전시 공간으로 2006년부터 제주도 내외의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일을 해 왔다. 안혜경 감독은 2008년 제주 4·3 평화공원 개관 특별전 <동백꽃 지다>를 기획·진행했고, 2014년 미국 캘러포니아주 소노마카운티뮤지엄 초대전 을 개최하는 등 제주 4·3사건과, 이를 기억하는 예술가들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그는 영화에도 조예가 깊어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약했으며 최근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로도 선정되었다.

(사진 | 25회  4·3미술제 공식 포스터)

전시는 제주 4⋅3사건의 현재적 해석에 관심을 기울인다. 전시는 최근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난민’,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이슈와 ‘이주’, ‘노동’, ‘환경’ 등 우리 삶에 밀접한 사회문제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안혜경 전시 감독이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70년 전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을 염원하며 피어오른 제주 4⋅3사건의 횃불이 부정부패 청산을 요구하며 타오른 광장의 촛불, 민주적 시민의식의 표출로 재점화된 점이다.    

‘2018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된 4.3미술제는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홍보람 작가는 커뮤니티 아트 워크숍 <마음의 지도>를 선보인다. 작가는 제주 4·3사건 유가족들과 함께 <마음의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워크숍은 삶의 경험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지금 여기’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작가가 참여자와 직접 소통하여 참여자가 자신의 느낌과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박주애 작가와 제주대학교 미술학부 학생들은 함께 만드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예술가와 함께하는 제주 4·3사건 유적답사, 예술포럼,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추천 등 다양한 전시 연계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작가는 총 37팀 40명으로 회화, 판화, 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다. 탐미협 회원 및 도 내외, 국외 작가도 포함되어 있다. 명단은 아래와 같다.

강동균, 강문석, 고경일, 고경화, 고길천, 고승욱, 고혁진, 김수범, 김영화, 김영훈, 김옥선, 노순택, 박경훈, 박소연, 박진희, 서성봉, 송동효, 송맹석, 신소연, 신예선, 양동규, 양미경, 양천우, 연미, 오석훈, 오현림, 이경재, 이승수, 이종후, 이준규, 이지유, 임흥순, 정용성, 정현영, 홍덕표, 홍보람, 홍진숙, Guston Sondin-Kung 거스톤 손딩 퀑(미국), Jane Jin Kaisen 제인 진 카이젞(덴마크), Kip Kania 킵 카니아(미국)

○ 전시 기간 : 2018.04.03.(화) ~ 04.29(일)

○ 장소 :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씨

⠀⠀⠀⠀⠀⠀⠀⠀⠀⠀⠀⠀⠀⠀⠀⠀⠀⠀⠀⠀⠀⠀⠀⠀⠀⠀

⠀⠀⠀⠀⠀⠀⠀⠀⠀⠀⠀⠀⠀⠀⠀⠀⠀⠀⠀⠀⠀⠀⠀⠀⠀⠀

글: 김민경 (monthlyartmedia@gmail.com)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강자 2018. 1. 31 – 2. 25 아라리오갤러리

정강자 :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2018. 1. 31 – 2. 25 (서울)
2018. 1. 31 – 5. 6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천안 동시 개최

사진 :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전시 전경 / 사진출처 : 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는 故 정강자(1942~2017)의 첫 회고전《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를 개최한다. 정강자는 한국 초기 전위예술을 이끌었던 작가. 평생 ‘한계의 극복’과 ‘해방’이라는 주제를 탐구했으며 국내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의 선발주자 같은 존재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이번 전시에서 故 정강자의 50년간 화업을 조명한다.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그의 생을 기리기 위해 전시는 서울과 천안에서 동시에 개최되며 서울전시관에는 대표작을, 천안 전시관에는 최근작과 아카이브 자료를 배치했다. 두 전시관을 통해 故 정강자 작가의 화업 전반을 미술사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균형 있게 재조명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2월 25일까지, 천안은 5월 6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웹사이트: http://www.arariogallery.com

2012년 8월 제331호

특별기획 080

아시아 무빙이미지
통칭 ‘미디어아트’는 시간을 거치며 세분화되었다. 비디오아트, 인터랙티브아트, 넷아트, 영상설치 등으로 쪼개진 이 분야를 ‘무빙이미지’의
개념으로 통섭하려는 시도가 지난 세기말부터 계속되었다. 시간성을 바탕에 둔 영상작업은 현실의 재현을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지금, 여기를
카메라에 담으며 시작된 비디오는 이미 회화 조각 사진 등의 미술 장르 또는 미술 분야 자체를 뛰어넘어 영화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무빙이미지’ 분야에서 아시아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아시아와 비아시아, 또는 서구와 비서구를 나누는 것이 지금 무슨
의미를 갖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시아성’이라는 개념에 불편함을 내비치는 이도, 서구 미술계가 새로운 이론과 미학을 정립할 시간을
벌기 위해 아시아 미술을 끌어들인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20세기의 경험은 결코 적지 않고,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공통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직시하려는 작가들의 시선이 ‘내부 발생적’이며 지금, 여기를
포착하기에 ‘무빙이미지’가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월간미술》은 ‘무빙이미지’를 다루어온 아시아 작가 7인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2004년부터 아시아의 ‘무빙이미지’를 소개해온 전시
<무브 온 아시아>에 참여한 작가들로, 자국의 사회·정치적 현실과 역사를 건드리거나 나아가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태국), 호 추 니엔(싱가포르), 날리니 말라니(인도), 임민욱(한국), 고이즈미 메이로(일본), 좀펫 쿠스위다난토(인도네시아),
쑹둥(중국)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무빙이미지’의 구성 요소와 주제, 전략 등을 살펴본다. 

작가
작가리뷰
130 이세현・사우스 코리아 진경(眞景) _ 정형탁
136 김상돈・욕망의 떨림이 빚어낸 목마름의 풍경 _ 박수진

전시
화제의 전시
156 <아트스펙트럼 2012展>
        아트스펙트럼? 삶의 스펙트럼! _ 이선영
전시 초점
162 <히든 트랙展>
        그들을 잊어라, 그들은 거기에 없다 _ 윤제
전시와 테마
168 <비틀즈 50년_한국의 비틀즈 마니아展>
        오! 비틀즈, 예! 비틀즈 마니아 _ 김영훈
142 전시리뷰
        최태훈・버티컬 빌리지・사이의 변칙・홍승일・이림
148 전시프리뷰

해외미술
월드토픽
114 <신디 셔먼展>
        포스트 페미니즘, 그때(1980년대)와 지금 _ 고동연
122 <스기모토 히로시展>
        숨기면 꽃 _ 최재혁

학술·자료
작업의 비밀 8 서민정
062 시간은 쌓여 힘을 발휘한다 _ 이슬비
아트 포럼
174 지젝, 희망과 함께 가는 염세주의자 _ 임민욱, 이택광
반이정의 9809레슨 3
180 2000년. 아주 오래된 브랜드 뉴, ‘일상’ _ 반이정

인물·정보·기타
028 영문요약
059 에디토리얼

핫피플
060 더그 에이트킨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그것이 예술 _ 이슬비

현장
064 <10큐레이터 & 10개의 미래展>
        신진기획자와 작가의 균형추 맞추기 _ 이대형
066 <삼성 올림픽 게임 미디어아트 콜렉션전>
        미디어아트로 품은 올림픽 정신 _ 이건수
068 런던에 선보인 한국 현대미술
        런던을 장식한 한국미술의 열기 _ 이숙경

186 아트저널
192 아트북
194 회원동정
197 모니터 광장
198 독자선물
200 편집후기

[컬럼] 필요와 신뢰 그리고 자생의 공간

필요와 신뢰 그리고 자생의 공간

1997년 여름, <(가칭)300개의 공간展>은 아주 단순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한 작가를 비롯 미술계 젊은 일꾼들이 그나마 가능한 정보를 서로 자발적으로 교류해보자는 의도였다. 당시의 환경은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몇몇 작가에게는 등기우편 또는 전보로 전시참여 의사를 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 그나마 신세대인 젊은이들에게는 삐삐라는 무선호출기가 보급되어 비교적 수월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큐레이터 명함을 지닌 이들은 손에 꼽혔으며, 대부분 전시공간에 컴퓨터는커녕 팩스조차 없었다. 그 흔한 기관의 지원은 경력이 미천한 젊은 작가들에게는 무의미했으며 기금공모 기간조차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20여 명의 전시공간 ‘실무자’가 모여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작가들의 목록을 서로 교환하며 현장에서 진짜로 쓸모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보고자 힘을 모았다. 각 실무자들이 5~10명 내외의 작가를 추천하여 중복된 작가들이 있을 경우 300명이 될 때까지 계속 추천을 더 받는 복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다. 혹 물의가 있을 수 있어 다수 중복 추천된 명단은 실무자들끼리만 공유하며 되도록 외부에 공개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 대부분 기관장이나 전시공간의 관장들은 권위를 내세워 특정 학력 또는 공모전 특선 이상 경력을 가진 작가를 선호하던 시기여서 기존의 모든 타성을 버리고 오직 실무자의 소신으로 작가를 추천하도록 유도했음은 물론이다. 단, 이 행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요경비였다. 어떤 정치적 이슈도 조형적 이념도 아닌 미술현장 실무자들의 단순한 정보교류 성격의 자발적 행사에다 어떤 기관의 지원과 관여도 없는 탈권위적 행사였기에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십시일반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실무자와 작가 모두에게 일정의 비용이 부담되었다. 돌이켜보면 작가와 실무자들의 ‘필요와 신뢰’가 소요경비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비결이었던 셈이다.
농담으로 미술현장에서는 양식산과 자연산을 구분한다. 주는 것만 받아먹어 수렵과 채취에는 허약하지만 곱게 자라 고귀한척 하는 부류와 어디에 갖다 놓아도 굶어 죽지는 않으나 길들지 않아 다소 엉성하고 거친 야생의 부류를 의미한다. 어차피 미술현장은 현대미술 초기부터 굳건하게 유지된 사다리 구조에 속하지 못한, 불만과 불안에 가득 찬 대다수 자연산들로 득실댄다. 그래서 개체수로 보아 자연산이 더 우세일 것 같으나 막상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은 양식산 성향이 더 짙다. 아마도 양식산은 가늠이 가능하나 자연산은 이름 그대로 야생이기에 그들의 성깔과 습성 또한 제각각인지라 파악하기 난해한 탓이리라. 이제 와서 굳이 <(가칭)300개의 공간展>의 성과를 들추자면 딱딱하게 굳은 메마른 땅에 아직 덜 갖춰진 유연한 창작의 감성을 작가와 실무자가 힘을 합쳐 ‘내 땅 갈아 내가 먹기 식’으로 대거 주입시킨 일이었다.
요사이 넓어진 문화지평에서 흔히들 창작 또는 예술활동과 단순 문화행사를 너무 쉽게 혼동한다. 특히 기관의 지원을 받는 행사인 경우, 자신들이 행정 그리고 복지 차원의 일에 복무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물며 일정 비용을 받고 투여되는 행사인 경우 그 목적에 부합한 용역을 요구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개별 창작자나 행사 주관자 또는 실무자에게 행사에 참여 할지 결정하는 데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리고 자신의 습성과 어울리지 않다면 가볍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행사 참여로 개인적으로 얻는 성과 또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함을 떠나 그 결과의 득실이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본의 아니게 영향을 주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구태의연한 행정이나 얍삽한 처세술을 예술행위 또는 권위라 착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탓에 작가나 실무자 모두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부실한 난파선에서 그나마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건강한 환경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현실의 면면에서 체감되는 남한 사회를 비롯한 창작환경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신뢰에 선행되어야 할 의사소통 자체가 어긋나고, 행정 또는 여론의 과잉으로 비판의 대상자가 잘못 설정되거나, 생산 없이 유통 경쟁만 부풀려지는 식상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족분단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를 낳는 세대단절은 한동안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모두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

최금수·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

[핫피플]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이숙경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이숙경

커미셔너와 작가의 파트너십을 기대한다
1995년 건립된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이 2015년 건립 20주년을 맞이한다. 한국관은 그동안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미술의 맥락에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2008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오쿠이 엔위저(Okui Enwezor)가 진두지휘하는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5. 9~11. 22) 한국관 커미셔너로 이숙경 영국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가 선정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커미셔너를 지명하는 종래의 방식에서 탈피해 최종후보 4명이 작가 및 전시 기획을 제안하고 이를 토대로 선정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로써 이 커미셔너가 제안한 문경원 전준호 작가가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최종 선정됐다.
이숙경 신임 커미셔너는 “이번 기회를 통해 동시대미술의 가장 첨예한 이슈들을 다룰 뿐 아니라 그 미래 또한 이끌 수 있는 선각자적 시각을 제안하고 싶다”며 “중심과 주변이라는 틀이 깨지고 상대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오늘의 미술계에서 한국 미술 또한 전지구적 미술 담론의 중요한 일부임을 강조할 생각”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문경원, 전준호를 한국관 작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두 작가는 카셀 도쿠멘타, 올해의 작가상, 광주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에서 지난 수년간 주목할 만한 작품을 보여주었다. 미술뿐 아니라 디자인, 건축, 영화, 문학 등 미술 외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광범위한 인류 생존의 문제, 미술의 본질적인 역할 등 한국이라는 지리적, 문화적 조건을 넘어서는 보편적 이슈들을 다룬 점이 내게 긍정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관 전시를 위해 두 작가는 이전에 보여온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으면서도 새로운 예술적 도전이 될 만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신작의 내용과 전시로 구현되는 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진 않았다. 작가 문경원 전준호는 2012년 카셀 도쿠멘타에서 첫선을 보인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부터 공동작업을 해왔으며 후속작 <순수존재(AVYAKTA)> 이후 특히 영상작업을 통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두 작가는 분단국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반영한 단편영화 <묘향산관>과 루이비통코리아의 후원으로 전통 악기장 이영수·이동윤 부자의 ‘장인정신’을 현대미술 다큐로 풀어낸 <공무도하가>를 제작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경원, 전준호를 비롯해 최근 미디어아티스트들이 다양한 협업의 과정을 통해 영화를 선보이는 현상에 대해 이 커미셔너는 이렇게 말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등장한 비디오아트가 시간적 요소에 바탕을 두고 기계적으로 생산된 이미지를 기본 개념으로 했다면, 최근 보이는 영화적 영상 작품들은 확장된 혹은 해체된 시네마 등, ‘영화’의 내러티브 및 시각적 관행에 대한 질문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경원 전준호 또한 주류 시네마의 언어를 의도적으로 도입하여 익숙한 듯하면서도 비관습적인 시각적 내러티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이 커미셔너는 올해 하반기 테이트 모던에서 열릴 백남준 신소장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테이트 모던의 신관 개관을 위한 소장품 전시와 기획전 큐레이팅에 참여하고 있다.
이슬비 기자

이숙경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았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영국 에섹스 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미술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홍익대학교 강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2006년 영국예술위원회 펠로우 큐레이터로 한국 현대미술전을 포함한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2007년부터 테이트 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백남준, 더그 에이트킨 등 대규모 기획전과 다수의 소장품 전시를 기획했으며 테이트 아시아태평양 작품 구입위원회 큐레이터를 겸임하고 있다.

준호경원 (2)

문경원 전준호 <세상의 저편> 2012 광주비엔날레 전시광경

 

[핫피플] 제5회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부문 수상자 서진석

제5회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부문 수상자 서진석

대안공간 1세대, 혁신적인 창의성을 인정받다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디렉터가 제5회 ‘홍진기 창조인상’문화부문을 수상했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재단법인 유민문화재단과 <중앙일보>가 제정한 시상제도로 매년 과학·사회·문화부문에서 “혁신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가치를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선도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공적 중심의 시상에서 탈피하여 앞으로의 부문별 기여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시상한다고. 대표적인 역대 수상자로는 반크(사이버 외교사절단, 1회,사회부문), 박종선(가구디자이너,2회,문화부문), 이자람(공연예술가,3회,문화부문),박재상(PSY,대중음악가,4회,사회부문)등이 있다. 상금은 500만원.
1999년 대안공간 루프를 개관한 이래 우리 대안공간의 산증인 역할을 했던 그이기에 이번 수상의 감회가 남달랐을 터. 그 소회를 물었다. 꼭 수상을 계기로 질문한 것이 아니라 현재 별다른 담론 제기가 전무해 동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미술계가 과거로부터 무엇인가 취득할 단서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사실 15년 전과 지금의 한국 미술계는 너무나도 다르다. 1990년대 한국 미술계는 유형적, 무형적 미술의 향유시장이 부재했기 때문에 창작과 매개영역이 심하게 왜곡되는 현상이 팽배했다. 대관화랑의 비율이 95%가 넘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러한 1990년대 한국 미술계에서 대안공간들의 초기 활동은 그 공유되는 목적의식이 뚜렷했다. 젊은 작가 발굴, 지원과 이를 통한 창작-매개-향유의 거시적인 순환구조 확립. 즉 형식이 내용적 대안이 될 만큼 젊은 작가 지원이 절실한 시기였다”며 “결과적으로 루프를 비롯한 초창기 대안공간들과 참여 작가들은 서구 주류 미술계와 한국미술의 간극을 줄였다”고 말했다.
물론 당시에 기치로 내걸었던 ‘대안’이 지금 2014년에 통용되는 ‘대안’과 그 뜻을 같이할 리는 없다. 아니 시간을 거치면서 그 의미는 매번 달라졌을 것이다. “예전에 대안성은 한국 미술계의 대안성이었지만 지금의 대안성은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미술계의 대안성이 되어야 되는 시기가 되었다.” 글로컬 시대 한국미술은 세계와 교유하며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안공간 루프도 2005년 이후 디지털기술의 발달, 후기자본주의 시작, 아시아성의 재정립이라는 시대적 어젠다를 중심으로 또 다른 대안성을 모색해왔다. , <비디오아카이브 네트워크포럼>,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예술과 자본> 등의 국제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 답변에서 디렉터가 열거한, 대안공간 루프가 변화의 시기에 수행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이번 수상의 이유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 디렉터는 이에 덧붙여 “미술계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생태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예술 창작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공간 루프의 발전적 활동을 위해서는 예술정책, 예술교육, 국내외의 전시기획 등등 예술 사회의 다면적인 환경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며 그간의 능동적인 행적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간의 공적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분야에 대한 기여도도 참작해 수상자로 선정된 만큼 이후 행보를 물었다.
“8월 말 광주에서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행사의 일환으로 <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과 모니터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민주주의의 다양한 양상과 공공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중국에서 한국의 신진작가 그룹전도  개최될 예정이다.
황석권 수석기자

서진석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원대 응용미술과와 시카고 미술대학원, 필라델피아 텍스타일 과학대학 PCT&S를 졸업했다. 1999년 대안공간 루프를 설립 현재까지 디렉터를 맡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운영위원, 인천아트플랫폼 운영위원, HOMA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경원대(2007~2010), 경희대(2009)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2001년 ‘티라나비엔날레’(2001), ‘리버풀비엔날레’(2010) 등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의 기획에 참여했고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센트럴이스탄블, 카사아시아, ZKM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150아시아현대미술작가》, 《예술과 자본》, 《동양적 은유》 등의 미술서적을 기획, 발간했다.

SSS-7

2001년 대안공간 루프 구관(舊館)에서 열린 ‘작가 만들기 매니저’ 김홍석 기획 <레트로비스트로전> 광경

 

[Sight & Issue] 제주 4・3, 기억 화해 치유

제주 4・3, 기억 화해 치유

1894년 갑오년의 동학민중혁명으로부터 두 갑자가 돌았다. 새날 새 세상이 올 것인가? 하늘 모심이 사람 모심이고(侍天主),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며(吾心卽汝心), 내 안에 하늘 기르기(養天主)의 철학이 들 싹으로 피어야 한다. 나(주체)와 너(타자)를 폭력적·강제적으로 구분했던 위험사회의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동학의 포접제(包接制)는 계급적 조선사회를 변혁하려는 사회적 대전환이요, 아방가르드 운동의 요체였다. 접(接)마다 접주(接主)를 두었던 것은 신라 최치원의 접화군생(接化群生)과 상통한다. 모든 생명과 만나서 관계를 맺고 변화하라는 그 정신! 하늘·땅·사람·정신·마음을 공공(公共)하는 철학으로서 “지극한 기운이 오늘에 이르러 크게 내리도록 빕니다. 하늘님을 모셔 조화가 정해지는 것을 영세토록 잊지 않으면 온갖 일을 알게 됩니다(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를 주문했던 그 실심(實心)을 위해서!
동학 100주년이던 1994년 제주 4・3미술제는 시작되었고 올해 20주년이 되었다. 1948년 4・3사건이 터진 뒤 46년이 흐른 뒤였다. 1988년 무렵 제주 미술동인 ‘바람코지’ 작가들이 미학적 접근을 시도했으나 본격화한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올해 4・3미술은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하고 나섰다. 동학의 접화군생과 다르지 않다. 첫 접화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샌타로사시(市)다. 그곳 소노마카운티미술관에서 지난 2월 7일부터 5월 4일까지 <동백꽃지다 : 제주 4・3을 다룬 한국의 현대미술가들전>이 개최된 것이다. 소노마카운티는 제주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4・3사건이 미군정기의 일이라 전시 장소의 상징은 매우 컸다. 기억, 화해, 치유 등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 전시는 로비와 아트숍을 비롯해 기획전시실과 소전시실까지 1백여 평의 1층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트스페이 씨의 안혜경 디렉터가 기획하고 다이앤 에반스 관장과 소노마카운티의 작가 마리오 우리베가 서로 공공하는 예술기획으로 협력해서 탄생시킨 전시는 향후 4・3미술 국제교류의 신호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소노마카운티미술관은 전시개막 후 첫 토요일과 일요일을 ‘특별주간’으로 기획했는데, 토요일 오전에는 강요배 작가의 4・3미술 연작 작품으로 4・3사건의 전개과정에 대한 강연과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김종민의 “제주 4・3민중항쟁과 미국” 주제 강연이 진행되었고, 오후에는 캘리포니아대 크리스틴 홍 교수의 “한국전쟁” 주제 강연과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상영회가 있었다. 일요일에는 소설가 현기영의 “기억투쟁으로서의 문학” 주제 강연, 임흥순 감독의 시적 다큐멘터리 <비념> 상영회, 필자와 캘리포니아대 민영순 교수, 작가 강요배의 토론회, 그리고 딘 볼세이 리임과 램지 리임 감독의 다큐멘터리 <잊혀진 전쟁의 기억> 상영회가 진행되었다.
두 번째 접화는 4월 1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오키나와 타이완 제주 사이 : 제주의 바다는 갑오년이다!전>이었다. 4・3미술제 20년 만에 처음으로 예술감독제가 도입되었고 필자가 그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4・3미술제는 탐라미술인협회의 프로젝트형 기획전시였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미협, 한라미협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들을 대거 초대하여 국제전으로 치렀다. 접화군생의 핵심이 다른 생명들과의 만남, 관계 맺기, 변화이기에 4・3을 제주로부터 아시아로 확대해 전유하고 공유하는 공공지(公共知)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66년이 된 4・3사건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잊혀진 지 오래일뿐더러, 제주 밖의 사회가 4・3사건을 회억하거나 또는 그것을 미학적 사건으로 기획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2차 세계대전 중 10만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타이완에서는 1947년 2월 28일 중화민국 통치에 맞선 본토인들의 항쟁으로 3만여 명이 희생했던 2・28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1948년 제주 4・3사건이 벌어졌다.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동아시아 세 섬에서 벌어진 이 비극적인 학살은 21세기 새로운 동아시아를 상상하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평화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40여 명이 참여한 이 전시도 또한 제주 내에서 시작한 국제교류의 첫 신호탄이라 할 것이다. 안팎으로 제주 4・3미술이 확장되고 있다. 공공하는 예술로서 4・3미술은 홀로주체가 아니라 서로주체의 서로 삶을 위한 미술운동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종길・미술비평

제인 진 카이젠  5채널 비디오 설치 2011

제인 진 카이젠 <거듭되는 항거> 5채널 비디오 설치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