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정우-TRACE

하정우-TRACE
표갤러리 2.6~3.5

‘그는 우리의 얼굴에 잠시 정박했다 사라지는 잡을 수 없고 정의되지 않는 감정의 미묘한 곡선을, 화면 위에 새기고 자아를 화면에 투영하여 지우므로 우리에게 영혼의 카타르시스를 허락한다.’
우리 몸 가운데 얼굴은, 내면 깊숙이 흐르는 미스터리한 감정의 곡선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사유의 영역이며, 상징적 의사를 담고 지우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적 교환이 이루어지는 성역이다. 종종 이 감정의 의사 표시는 음성언어보다 더 즉각적이고 놀라운 효과를 이끌어 오는데, 이것은 우리 내부 감정 변화의 불확실성을 명쾌함에 이르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기 자아와 실존 그리고 타자에 대한 성찰을 통한, 내적치유의 과정을 조형요소(점, 선, 면 그리고 색채)로 제안하는 작가 하정우가 있다.
그에게 예술의 행위는 “우리 정신에 깊숙이 숨고 자리한 ‘존재의 실체’를 대결과 화해를 통해, 거칠지만 감성어린 이미지를 2차원의 화면 위로 유도하여, ‘그리기’로 현상계의 수면에 풀어놓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호흡이 있고 없는 사물과 대상의 관찰과 교감하여, 그 내부의 심리적 상태를 극도로 함축한 조형언어로 사유의 장에 재현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적 행위는 그 자신의 자아와 실체를 인식하고, 가상과 실상(은막 위의 역할과 현실)의 경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의 방에 있는 스스로를 직시하고 경계하고자 하는 최소이자 최선의 몸부림이다.
이제 그의 화면을 바라보자! 우리 눈앞에 등장한 이미지는 저 미지의 영역에서 경험한 격정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만 말문을 열기가 그리 쉽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다만 그곳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 의사표시가 역력하고, 화면에는 아직 그곳에서 본 것으로 인해, 흔들리는 불안한 눈동자만이 가녀린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다. 하정우의 또 다른 화면에는, 그와 인연이 된 인물들의 감정곡선뿐만 아니라 우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식물과 기물들에게도, 내면에 흐르는 감성과 감정이 허락되고 있다. 나아가서 그에 의해 호흡을 부여받은 사물들은 마치 인간의 그것과 같은 몸짓과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하정우의 이미지가 재현된 장소는 그의 정신과 육체가 합일되는 경계에 있다. 그곳은 그가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고 통제하는 ‘확장성을 가진 다른 자아의 영토’이다. 그가 표현하길 원하는 ‘사실의 실체’는 그 자신의 ‘자아의 방’에 있는 낯선 폭력성과 두려움 그리고 정의되지 않는 슬픔들(은막 위의 등장한 모든 가상과 실상의 환영)이다. 그가 우리에게 소개한 이미지들은, 점과 선 그리고 면이 교차하여 그 우연성과 필연성의 획득을 통한 ‘내적 치유’의 흔적들로 제안되고 있다. 그는 이 조형적 접근법을, 그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상처 입은 영혼의 내적인 치유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기수・미술비평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