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피 – 내 얼굴의 전세계

이피  __  내 얼굴의 전세계

갤러리 아트링크 9.23~10.14

이피의 <내 얼굴의 전세계>는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핑크색 작품의 제목이면서 전체 주제를 집약하는 개념이다. 그것은 몸과 얼굴로 대변되는 성적이미지와 정체성, 환영과 초현실을 섞은 ‘장소’에 시각적인 강렬성을 갖춘 세계상이 펼쳐져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피에 따르면 <내 얼굴의 전세계>는 “하나의 전체로서의 장소”이자  “복잡다단한 시간과 사건, 인물, 관계, 사회구조가 새겨져”있다. 그런 ‘장소’의 몸들은 그 구축의 방법에서 부분과 전체의 조합이라는 ‘분절적 재현’의 조각을 사용한다. 만개한 꽃처럼 생명 발화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조각들은 세계의 욕망을 온몸에 부착한다. 인형과 시계, 알약과 향수, 목걸이와 입술, 꽃병과 장미 등 온갖 사물이 혼합 병렬된 이 다층적인 조각은 다양한 이미지와 형태, 장식, 패턴을 융합한다. 그것은 동일하지 않은 공간과 사건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임을 말하고 있다. <내 얼굴의 전세계>는 사물과 타자가 동시에 공존하는 다수의 공간과 그 타자가 나임을 보여주는 전략을 취한다. 이 공공의 타자들을 내 몸에 부착함으로써 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타자를 감응하는 나의 몸이 부풀어 오르고 거대한 감각적 실체가 되어 물질화되는 동안 <내 몸의 전세계>와 <내 얼굴의 전세계>는 인간사원의 주술이나 기형의 기념비가 되었다.
이피는 내면이라는 주관이 물질과 타자에 대한 생생한 감응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그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전환시킨다. 가령 다리가 여덟 개인 문어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심해의 발광체와 같은 아름다움이 뭍으로 나오면 흉물스러운 것으로 변하는 것을 <내 몸의 전세계>와 연관시킨다. 심해가 무의식의 깊은 미망이고 여덟 개의 다리는 육근(六根, 眼耳鼻舌身意)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이피가 만든 환원은 거대한 무의식이 부풀어 오르는 기형의 어떤 것인가? 그러나 이피의 드로잉은 그러한 물질적 기형과 상상의 이면에 기계장치로서의 몸과 메커니즘이 순환한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작동되는 환영은 ‘자기’ 라는 탐구대상이 명확히 있는 환영이다. 그러므로 이피는 몸이라는 기계장치 속에 숨은 감각의 이면을 탐구하면서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어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금빛 세안>은 화장실에서 세수하는, 온몸이 금빛 물방울로 덮여있는 여인(독신기계)의 감각적 환영을 보여준다. 그것은 거울을 통한 나르시스이면서 모든 것이 흐르는 사물의 틈을 보여준다. 온몸에 흐르는 물은 육화가 진행되는 타자의 몸이면서, 물질의 몸이고 내 몸의 전세계이다. 이 사물의 틈에서 이피가 본 것은 색으로 표현한 존재 전체의 세계이기보다는 존재의 갈래를 보여주는 조형요소와 장치들, 부분과 전체가 기계처럼 환원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환원에서 이피가 진정으로 보여주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핑크로 표현된 육체에 가까운 색과 물질성, 나와 사물의 무분별, 이 모든 세계상의 전체를 아우르면서 구현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물들을 단일한 전세계로 보려는 욕망을 시각화한다는 점에서 이피의 작업은 지적인 미술의 관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사물과 존재의 색에 가까운 마력적인 핑크의 현상학에도 불구하고 이피의 작품은 그 단일성으로 인해 너무도 이성적이고 경쾌하다. 역설적으로 타자마저 단일한 어떤 것으로 빨아들이는 강력한 접착이 전세계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류철하·미술비평

[Curator’s Voice] 선무 개인전 – 홍·백·남(紅·白·藍)

선무 개인전  __  홍·백·남(紅·白·藍)

중국 베이징 원전 미술관 7.27~8.27 / 트렁크 갤러리 10.30~11.25

“나에게도 부모님이 주신 심장이 있다. 누군가 그 심장 위에 빨간 휘장을 달아주었다. …(그리고)… 누군가 달아주었던 내 심장 위의 휘장은 떨어졌다. …(지금)… 온전히 나를 위해 뛰는 심장이 나에게도 있다. 나는 선무다.”
2002년, 대한민국이 붉은악마의 물결로 일렁이던 해에 선무는 남한에 왔다. 마치 북쪽의 집단체조를 연상시키며 모두가 하나 되어 외치는 ‘대한민국’은 선무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었기에 북이나 남이나 별다를 것 없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비치기도 했다. 다만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연습된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북과 남 사이에 높게 쌓인 벽들이 서서히 선무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 대한민국에 초짜인 선무에게 한갓 볼 차기 게임을 놓고 밤새도록 광란하며 거리를 무리지어 싸돌아다니는 무정부 상태가 결코 옳을 수만 없는 일이었다.
선무가 북쪽을 벗어난 것은 세계가 세기말 몸살을 앓고 있던 1998년이었다. 남한 사회에서는 아직도 휴거(携擧)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었으며, 외환위기로 인해 새천년의 기대감이 상쇄되던 때였다. 남한에 들어오기까지 3년 반 남짓한 시간은 선무에게는 암흑기였다. 아시아의 덜 성숙된 몇몇 국가를 표류하며 20세기 야만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한 채 무지막지하게 팽창된 제도들에 의해 봉인된 삶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거울로 된 유리방에 갇혀 무수히 반복되어 반사된 헤아릴 수 없는 자신들에 의해 정작 나 자신의 실체가 실종되어버린, 기억조차 떠올리기 싫은 유치된 자아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에겐 동물처럼 오직 생존만이 중요했을 뿐이다. 아직도 이로부터 홀연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의 인생에서 유리방을 빠져나와 거울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생긴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10여 년간의 남한생활이 30여 년의 북쪽생활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개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유하며 보낸 시간이 짧은 선무에게 전체주의의 환영과 지배와 피지배의 틈을 교묘히 노리는 욕심들의 악취를 떨쳐버리기는 버거운 일이다. 그래도 남한에서의 시간은 여러 사람과의 상봉과 이별을 만들어주었다. 그 사이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수차례의 개인전과 각종 국제전에 초대되어 뜻하지 않은 외국여행의 기회도 있었다. 이제는 몰래 숨어들거나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예술가의 자격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나름대로 지구인이 된 셈이다.
2014년 7월 27일, 선무는 또 하나의 소란을 겪었다. 베를린과 뉴욕 그리고 오슬로 등 외국 전시 및 행사에 초대된던 그가 올해에는 베이징의 한 비영리공간에서 초대전을 열 참이었다. 이를 위해 동료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봄부터 베이징에 들어가 이런저런 작업을 완성했다. 도톰한 도록이 인쇄되고 남북의 철조망을 재현한 공간 디스플레이도 끝났다. 천여 평의 전시공간에 울려퍼질 음향도 가수 강산에와 협업해 거칠지만 멋지게 제작되었다. 중국에서 붙여준 개인전 제목은 <홍·백·남(紅·白·藍)>. 남한과 북한의 국기에 들어간 세 가지 색을 상징으로 그 경계를 넘나드는 선무의 활동을 부각시켰다. 이미 여러 통로로 각국 관계자들에게 초대장도 발송했던 터라 선무는 뉴욕 개인전 때보다도 더 들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전시 개막일, ‘전시봉쇄’라는 생뚱맞은 상황에 맞딱뜨려 다급히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물론 전시 개막 전후로 남북한 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경색되고 있어 중국의 정치적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중국 비영리 미술관의 지원을 받은 순수 예술활동이고 중국 당대미술가들의 발언 수위도 만만치 않기에 전시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접어두었던 참이다. 미술관 입구의 커다란 현수막은 공안에 의해 철거되었고 개막연에 참석기 위해 미리 방문했던 사람들은 조사를 받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선무의 2014년 베이징 개인전은 중국 공안에 의해 전시공간 입구가 봉쇄되고 도록을 비롯한 관련 인쇄물을 압수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 후 잠시 베이징 선무 개인전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미술관이 폐쇄된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전시를 보았다는 사람도 몇몇 있었으나 미술관 측은 곧 다른 전시로 대체했다. 그리고 연일 중국 인터넷에서는 작가 선무에 대한 조회수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 주변 정황을 정리해보니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선무의 작품이라기보다는 ‘탈국경자’라는 신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베이징에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도 살고 있다. 선무 또한 이미 북한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전에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 그래서 순탄치 못한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좋지 못한 기억들을 되도록 제어하며 차가운 과거가 아닌 지금과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남북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개인전을 준비했던 것이다. 누구보다도 이데올로기의 함정에 빠져 더 많은 삶의 기회를 놓쳐버리는 실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선무인 까닭이다.
아직까지 선무의 작품은 베이징에서 발이 묶여있다. 전시를 주최한 중국의 미술관 및 남한의 외교부나 통일부에서도 별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남북한 교류는 더욱더 아슬아슬한 살얼음 질곡을 디디고 있다. 선무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나 그 또한 막연히 기다리는 수밖에 별 방도가 없다. 다행히 중국 공안도 선무의 작품에 대해선 가타부타 간섭하지 않았으며 다만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돌연 전시행사만 봉쇄했을 뿐이다. 어찌되었든 선무의 작품이 압수되거나 손망실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북한 응원단도 오지 않은 뒤숭숭한 시점에 선무는 늦었지만 <귀국보고전>을 트렁크갤러리에서 연다. ‘탈북자’도 ‘새터민’도 아닌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람새끼’로서 말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반만년 오랜 역사에 /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오락가락이지만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선무가 술 취해 부르는 애절한 애국가다. 특히 올해 베이징 전시를 준비하며 오가던 중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나란히 서 있는 대한항공과 고려항공 비행기를 보면서 이 요상한 애국가에 대한 감정이 더 애틋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베이징 전시에 출품할 작품으로 비무장지대에서 가져온 녹슨 철조망을 줄기 삼아 남북의 국화 및 야생화가 피어있는 꽃꽂이 작품 및 남북의 국기가 실루엣으로 엉킨 작품 등이 준비된 바 있다. 이미 탈국경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예술가로서 낡은 국가체제에 대한 애증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전쟁을 직접 겪지않은 세대들에게 민족분단을 초래한 엄청난 이데올로기 대리전은 괴상하게 부풀려지면서 실제 전쟁 경험보다도 더 두렵고 무서울 수도 있다. 누구에게는 망각되거나 무시될 수도 있겠으나 아직도 일상이 자유롭지 못한 선무에게는 민족분단 해소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채 점점 안락에 빠져드는 자신의 삶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창백한 분단 상황에 휘말려 소모적인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더 끔직한 일이다. 더구나 지금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새로 꾸린 단출한 식솔과 동료들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태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선무는 잘 알고 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것이 행복이라면 행복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전부라면 살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이 아닌 나를 알았습니다. 이제 세상에 대고 소리칩니다. 나는 선무라고”

최금수·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

20140722_163730전시_디스풀래이중

[Priview] 11월 – 1

강북의 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0.7~11.23

북서울미술관이 위치한 강북지역에 주목한 전시로 도시의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풍경들과 잊혀진 삶을 돌아보며 옛 서울의 모습을 다시금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강홍구 김정헌 안세권 원성원 유영호 정재호 정희우 이성국 작가가 참여해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도시화 과정에 본격적인 개발에서 비켜나 여전히 옛 삶의 모습을 간직한 곳들을 작품에 담아 개발 과정에서 사라진 집들, 거센 변화 속에서도 간직해 온 삶의 모습들, 그리고 옛 도시에 얽힌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사진, 영상, 설치, 회화작품들과 함께 중계동 104마을에 관련된 아카이브를 구성하여 도시의 변화양상을 보다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미 사라진,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그리고 곧 사라질 풍경들을 바라보며 옛 삶의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향수와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원성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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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희, O을 찾아서,  타일드로잉 140cmX80cm, 28개의 타일들, 2014

청춘과 잉여

커먼센터 11.20~12.31

<청춘과 잉여>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동시대적 시각성을 성취해낸 한국의 기성작가와 ‘바로 지금’을 고민하는 젊은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0년대 문화 낙관주의를 ‘청춘’으로 2010년대의 불안정함을 ‘잉여’로 상정하고 각기 다른 세대의 두 작가가 협업을 진행한다. 5개의 주제 (아시아의 문화, 90년대 트라우마, 신화와 테크놀로지, 유토피아/불가능성, 현대적 매체의 조건)에 대해 다른 세대의 두작가 박찬경-이완, 안규철-김영글, 정연두-백정기, 송상희-이자혜, 박미나-이상훈이 함께 이야기한다. 전시는 이들의 신작과 이에 연관된 구작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시대미술의 파편적 지형에서 1990년대로 소급해 약소한 계보를 찾아보며 1990년대 이후 한국 동시대미술 지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양상과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다.송상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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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근택

유근택

OCI미술관 11.6~12.28

일상 속에 내재된 개인의 삶의 체험과 정서의 문제를 다루며 동양화 지평을 확장해온 유근택의 개인전, 그동안 개인의 일상을 다루어온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풍경과 그것에 맞물려 있는 개인의 삶을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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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민석

조민석

플라토 11.20~2015.2.1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건축가 조민석의 12년간의 작업을 돌아본다. 건축물 완성 이전의 구상단계와 건축물이 완성된 이후 단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된 건축물의 미래까지 시간 순으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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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공성훈

공성훈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10.14~12.28

전통회화를 고수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진 공성훈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웅장하고도 서정적인 자연을 화폭에 담은 150호 대형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작품 에 담겨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대중과 공유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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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근영

자연 대 자연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10.17~12.14

풍경화’라는 개념으로는 그 의미를 포괄할 수 없는 유근영과 송창의 작품을 통해 회화적 깊이와 현실 인식을 인지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두 작가의 사유를 통해 이들이 대상으로 하는 자연, 혹은 자연을 연상케 하는 형상에 집중해 본다. 유근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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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도날드저드 (1)

도날드 저드

국제갤러리 10.30~11.30

1960년대 미니멀리즘운동의 주요한 개척자이자 비평가인 도널드 저드의 개인전. 대상과 재료에 있어 동일하고 일정한 방식의 단위 구조를 탐구해온 작가의 이번 전시는 물리적이고 현상적인 개념을 강조하는 조각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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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박병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서

리서울갤러리 11.12~18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화첩사생을 통해 내공을 키워온 작가들의 기획전시.  박병춘 조풍류 박영길 양광우 이현열 다섯 명의 작가가 여러 차례 여수를 방문하며 그린 현장 사생작품을 비롯한 30여 점의 산수풍경 작품을 선보인다. 박병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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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숙-성곡

김윤경숙

성곡미술관 10.17~12.19

개인의 기억을 객관적 사건에 투영시키고 작업을 통해 망각이라는 인간의 방어기제를 해체하는 김윤경숙의 개인전. 성곡미술관의 중견작가 지원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일회성이 강한 오브제인 얇고 약한 비닐테이프를 사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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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세진-문신미술관

A View from the Other Side

문신미술관 10.22~11.20

한국, 핀란드 작가 12팀이 참여하는 전시로 시각적, 방법적, 개념적으로 연결성이 있는 작가들을 나라별로 한 팀씩 짝지어 진행된다. 각각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는 ‘풍경’을 통해 한국과 핀란드 작가들의 시선의 차이를 느껴본다. 김세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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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안두진

안두진

부산 조현화랑 11.14~12.14

예술의 철학적 본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예술가의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안두진의 개인전. <어떤 돌>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만들어낸 패턴의 관계망을 관통해 그 자체로 발생하는 회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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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남경민

남경민

사비나미술관 11.7~12.19

서양미술 속 대가들의 작업실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화가의 일상적 삶과 내면의 세계를 표현해 온 남경민의 개인전. 2010년 이후 4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대가들의 작업실을 소재로 한국인의 철학과 정서를 탐구한 신작 15점이 출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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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스케이프)

김성수

갤러리스케이프 11.5~12.19

현대사회가 야기하는 욕망과 그 이면의 공허함, 그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의 정서를 회화로 접근해온 작가 김성수의 개인전. ‘얼굴없는 장소들’이라는 부제 아래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지금 우리의 도시 풍경을 다룬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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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신당동

신당동-사대문 밖 사람들

충무아트홀 11.3~19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하자는 의미에서 기획된 전시로 추후 발전과 보존 가치가 있는 신당동의 모습을 문화적 차원에서 해석한다. 시장 상권에 기대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양상을 사진, 영상 등으로 기록하고 시장의 조형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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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송원

모바일홈프로젝트

송원아트센터 11.21~12.19

국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20팀의 미술가, 건축가가 참여해 이동 가능한 공간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살핀다. 작가들은 각기 자신이 상주하는 장소를 기반으로 사회적, 물리적 맥락을 짚어 형상화하고 모바일홈의 실험적 사례와 대안적 모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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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백순실

김기철

블루메미술관 11.1~2015.1.4

지난 20년간 일관되게 소리를 조각의 재료로 다루면서 ‘소리조각’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김기철의 개인전. 침묵도 소리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리의 결말로써 침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소리에 관한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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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김지연

김지연

전주 서학동사진관 11.15~30

<삼천원의 식사>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김지연의 사진전. 작가는 ‘삼천원’이라는 객관적인 액수가 우리의 삶속에서 어떤 의미, 어떤 무게인지에 대해 질문하며 자본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땀과 밥과 꿈과 돈에 관한 소박한 기억들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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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소연

정소연

이화익갤러리 11.19~12.6

다장르의 작가로 불리며 여러 가지 새로운 흐름에 동참해 온 정소연의 개인전. 작가는 도감에서 차용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실현 불가능한 기호의 숲을 ‘네버랜드’라고 지칭하며 꿈과 현실이 해체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또 다른 현실로 표현한다.

[Priview] 11월-2

다른공기

스페이스비엠 10.24~11.23

회화라는 매체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김희연 이은새 최윤희의 3인전. <다른공기>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풍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들이 생각하고 추구해 온 세계의 모습을 주관적으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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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박부곤

박부곤

관훈갤러리 11.5~11

사진작가 박부곤이 경인 아라뱃길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현대사회 이면에 도시권 개발과 파괴, 이상과 현실, 인식과 해석 사이의 문제를 제기한다. 개발인해 등장한 낯선 풍경과 그로 인해 깨닫게 되는 인식의 한계와 불편함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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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후창

이후창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11.19~24

유리에 투영되고 굴절되어 분열되는 효과를 통해 인간의 타자성을 조각으로 표현하는 이후창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시도로 거울과 특수유리를 이용한 입체 및 설치작업을 통해 유리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리조각의 영역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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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철

권기철

인당박물관 10.21~11.23

대구 대구보건대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지역 출신 예술가 후원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작가 권기철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5개의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며 작가는 구상과 수묵추상을 아우르는 회화작업 230여 점과 설치, 입체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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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김용오-롯데

아트브릿지프로젝트

롯데갤러리 영등포점 10.14~11.13

기업의 사회적 책임, 상생경영이 대두되는 요즘 새로운 방식의 상생 프로젝트. 12인의 작가가 만들어낸 35개 이미지를 중소 협력사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협력사들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생산에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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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박윤희

박윤희

부산 티엘갤러리 11.7~25

작가는 검은색 유성매직으로 수없이 직선으로 그리는 기계적인 반복작업을 통해 현대의 도시풍경을 만들어낸다. 빌딩의 창문이나 입구를 드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여백만 남기고 온통 빛과 그림자로 표현된 작품은 도시의 고독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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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DSC

이강원

갤러리 플래닛 11.7~12.5

특정 공간 속 사물들의 잔해와 파편의 이미지들을 모아 관념적인 풍경 이미지를 조각으로 만드는 이강원의 개인전 <풍경의 이면>. 네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대지, 물, 숲, 새 시리즈에 해당하는 조각작품 7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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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_145x112cm Mixed media on canvas 2014

여소현

가나인사아트센터 11.12~17

무채색의 배경과 인물로 시대의 우울과 불안. 슬픔을 표현하는 여소현의 개인전. 작가는 그림 속 인물을 통해 고통의 근원에 관해 사유하며 그 불안을 드러내는 이 시대의 우울한 상징적 존재들을 표현하며 스스로와 타인에게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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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차종례

차종례

대구 갤러리 분도 11.3~29

나무 합판을 층으로 쌓아 만든 부조를 벽면에 붙이는 작업을 진행해 온 차종례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연미와 인공미의 순환적 결합을 보여주는 18점을 선보인다. 보는 이에 따라서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조각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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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1

이동수

가나인사아트센터 10.29~11.3

흔한 공산품을 작품을 하나의 존재로 해석하는 이동수의 개인전. 작가는 사물이 지닌 본질과 더불어 사물에게서 느껴지는 ‘정서적 공허함’의 간극을 ‘은유’로 플어내며 사물의 존재와 그에 관계된 것들이 결합되어 만들진 이미지 이면에 감춰진 세계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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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박수용

박수용

부산 갤러리 조이 11.19~12.19

자연의 이치와 교감을 주제로 생명 예찬과 순환을 이야기하는 박수용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돌과 브론즈를 결합해 표현한 ‘산수시리즈’와 토속적인 서정성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 ‘청산송 시리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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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성석진-가비

달항아리와 몽중경

갤러리 가비 10.29~11.19

사발 두 개가 하나의 항아리로 변모하는 달항아리 작업을 이어가는 성석진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붓으로 켜켜이 쌓아가며 내면의 풍경을 그리는 구나영의 2인전. 먹빛의 숲과 밝은 빛으로 환하게 떠오른 달항아리가 대조를 이루며 어우러진다. 성석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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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김재신

집, 기억 속으로

갤러리 두 11.1~20

누구나 공유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이자 지극히 사적인 기억을 품은 ‘집’을 주제로 김재신 박춘매 배종훈 이보윤이 이야기한다.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반추하며 ‘집’에 얽힌 다양한 기억을 풀어내고 함께 공유한다.김재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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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이승신

이승신

갤러리 온 11.4~16

<고백, 마음속의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승신의 13번째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삶의 근원에 대해 질문하며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그 끊임없는 삶,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 바로 삶에 대한 애착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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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황미정

황미정

춘전 파피루스 갤러리 11.15~29

선물을 소재로 타인과의 관계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황미정의 개인전. 작가는 요즘 세상의 각박한 인간관계와 대비되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선물상자의 관조하는 마음으로 표현하며 희망과 치유의 바람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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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김민경-몽마르트

김민경

부산 몽마르트르갤러리 11.18~27

<지각하는 공간>에 대해 연구하며 회화와 영상설치 작업을 병행해온 김민경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것들을 반성하며 처음의 빛, 마음을 <새벽에너지>라는 테마로 이미지화해 아지랑이 같은 새벽기운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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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김병주-쌍리

김병주

대전 갤러리 쌍리 11.1~30

자신의 거주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꽃과 자연을 소재로 판화를 제작하는 김병주의 개인전. 작가는 손의 노동을 통해 꽃을 보았던 순간의 기억, 느낌, 감각, 분위기를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간직하기 위해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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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김성수

김성수

경주 예술의전당 11.11~30

전통가옥 지붕에서 볼 수 있는 기와에 조각과 색을 더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김성수의 8번째 개인전. 작가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폐기와를 역사의 산물이라 생각하고 기와에 현대의 감성을 담아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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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김영식_달에게_길을_묻다_45.5x53.0cm_캔버스에_아~

김영식

대구 갤러리 제이원 11.21~29

<달에게 길을 묻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김영식의 개인전. 작가는 사실풍경이 아닌 꿈속에서 바라본 몽환적 산수풍경과 지금까지 여행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그려왔던 실경산수의 모습과 옛그림을 감상하고 얻은 경험들을 함께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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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오영재_초설01

오영재

부산 미광화랑 11.8~26

부산의 서양화가 1세대이며 초기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오영재의 회고전이 열린다. 초기 작업부터 작고하기 직전까지의 작업세계 전반을 담은 총 30 여점의 작품을 통해 논리적으로 확고한 예술관을 정립한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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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조상은

조상은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11.20~28

<상승과 하강이 뒤범벅된 세상>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조상은 개인전. 캔버스 속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시점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며, 이 여행에서 만난 각각의 이미지들을 상징적인 풍경으로 재조합하여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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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건

정하건

한국미술관 11.5~11

한국 서예계 원로인 송하건의 팔순기념전인 <송천 정하건 산수전>, 작가의 여섯 번째 전시이자 지난 고희전 이후 10년 만인 이번 개인전에는 행서, 해서, 전서 등 송천의 서예관이 깃든 다양한 서체의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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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베르너사세-서촌재

베르너 사세

갤러리 서촌재 11.1~30

미술 전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독일작가 베르너 사세의 개인전. 작가는 민족 개념을 초월해 한국전통의 그림에서 느끼는 감정을 수묵으로 표현한다. 수묵화의 먹과 획, 힘의 조화를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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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강숙자

강숙자

상상갤러리 11.12~18

실크 천 위에 염색작업을 하는 강숙자의 개인전.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느낌과 자신이 견지해 온 신념을 파스텔톤의 부드럽고 은은한 색채가 깔린 비단위에 꽃, 여인 등의 형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섬세하고 또렷하게 나타낸다.

 

[World Topic] Gilbert & George

그 존재 자체로 동시대 서구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길버트와 조지(Gibert & George). 그들의 전시 <희생양(Scapegoat)>이 영국 런던(화이트 큐브 갤러리, 7.18~9.28)과 프랑스 팡탱(테데우스 로팍 갤러리, 9.7~11.15)에서 열리고 있다. 70을 넘긴 나이임에도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은 그들의 미적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것은 둘인 듯 하나인 작가 그룹의 대명사인 그들의 작가로서의 행보와 꼭 닮아 있다.

창조하면서 창조되는 예술

심은록  미술비평

루브르 박물관이나 퐁피두센터 앞에 못 보던 조각상이 하나 놓여 있다. 얼굴과 손뿐만 아니라 옷과 장식품까지 모두 골드 브론즈 물감으로 뒤덮여 있다. 관광객들은 진짜 조각상인지 궁금해 하며 가던 발길을 멈춘다. 용감한 아이들은 조각상을 살짝 건드려 보기도 한다. 부모에게 동전을 얻은 아이가 조각상 앞에 놓인 작은 소쿠리에 동전을 넣는다. 그러자 기계의 작동버튼이 눌린 듯, 갑자기 조각이 움직인다. 유럽의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이러한 퍼포먼스가 약 반세기 전에 처음 시작됐을 때는 혁명적이었다. 비록 서두에 언급한 길거리 퍼포먼스가 ‘태도’(작품 동기, 과정, 의미)는 제거하고 ‘형식’만 취했다고 할지라도, 그 원조는 길버트와 조지의 <노래하는 조각(The Singing Sculpture)>이라 하겠다. 주변을 돌아보면, 현대미술이 이처럼 새롭게 각색되어 우리의 일상과 섞여 있다.
1969년, 전설적인 전시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의 <태도가 형식이 될 때>의 오프닝에 길버트와 조지가 참여했다.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이들의 얼굴과 손에는 온통 골드 브론즈 물감이 칠해져 있었다. 탁자를 조각받침대 삼아 두 점의 조각상이 되어, 플래너건과 앨런의 “아치 아래서”(Underneath the Arches)를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들은 서서히 움직이는 커다란 태엽 인형 같았다. 이때부터 길버트와 조지는 ‘퍼포먼스’ 대신에 “살아있는 조각”, 혹은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왜냐하면 ‘퍼포먼스’나 ‘해프닝’은 작가가 잠시 동안만 예술행위를 하는 것이지만, 이들에게는 삶 자체가 예술의 연장이며, 예술의 연장이 삶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체는 이처럼 살아있는 조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포토몽타주로 확장되어 지금까지 계속된다. 길버트와 조지의 포토몽타주는 세르게이 트레차코프(Sergei Tretyakov)의 말처럼, 사진과 사진만의 몽타주가 아니라, 사진과 텍스트, 사진과 색채를 몽타주한다. 특히 예술과 삶을 몽타주한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유럽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적 작가인 길버트와 조지, 이들은 “두 사람이지만 한 작가”라고 불린다. 이탈리아 출신 길버트 프뢰슈(Gilbert Prousch, 1943~)와 영국출신 조지 패스모어(George Passmore, 1942~)는 1967년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함께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해 벌써 반세기 가까이 되었다. 그들이 대학을 다닐 때, 지나치게 많은 색깔, 지나친 감정, 섹스는 예술의 터부였다. 길버트와 조지에게도 이러한 경향이 잠시 보였으나 곧 그 반대로 방향을 완전히 돌렸다. 그들의 작품에는 “너무나 많은 색깔, 너무나 많은 섹스, 너무나 많은 알코올” 등이 나타났다. 이와같이 그들은 미니멀아트나 신체가 제거된 개념미술에서 “휴먼아트(human art)”, 즉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예술로 전향했다. 초기 퍼포먼스부터, 길버트와 조지의 용어로 말하면, ‘살아있는 조각’부터 현재까지 그들의 가장 중요한 마티에르는 ‘신체’이며, 이를 사용한 예술은 ‘살아있는 작품’이다. 삶 자체가 예술이 되면서, 승화되거나 고상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동안 예술화 할 수 없었던 새로운(묻혀 있었던) 소재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적 터부가 거침없이 재현되고, 삶과 예술의 경계선에서 구분되었던 기존 질서와 고정된 체제가 무너진다. 사회 관습적인 용인의 한계를 의도적으로 일탈한다. 길버트와 조지는 자신들의 현실적인 삶  (살고 있는 장소, 현재의 사회정치적 문제 등)과 연관된 주제를 화면 위에 신체언어로 구사한다. 애브젝트 이미지(Abject Image, 땀, 대소변, 토사물, 정액처럼 신체에서 나오는 불결한 것들에 대한 이미지), 생식기관의 적나라한 노출, 기독교적 자아분열 이미지 등이 여과 없이 사용된다. 이 같은 충격적인 이미지들로 대중의 관심을 얻는 만큼 강도 높은 비판도 끊임없이 받았다.
‘살아있는 조각’은 창조자와 피조물이 구분되지 않으며, 작가와 작품이 이분화 되지 않는다. 작가자 조각품이고, 만드는 동시에 만들어지는 행위가 동일체에서 이뤄진다. 창조자와 피조물이라는, 신화시대부터 현대까지 고수된 이원론적 구분이 무너진다. 또한 전시장 안과 밖이, 무대 위와 아래가 구분되지 않으며, 예술과 일상 삶이 나눠지지 않는다. 이들에 의해 살아있는 작품은 미셀 푸코가 말한 “삶의 예술(미학)화”로 표현되고 실천된다. 푸코는《  성의 역사》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자기 배려와 단련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창조하며, 일상의 삶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존재’의 미학이 아니라 ‘삶’의 미학이다.
현재, 길버트와 조지는 이 삶의 미학을 <희생양(Scapegoat)>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런던 화이트 큐브 갤러리(White Cube, 2014.7.18~9.28)와 프랑스 팡탱(Pantin)의 테데우스 로팍 갤러리(Galerie Thaddaeus Ropac, 2014.9.7~11.15)에서 진행 중이다.
“여기가 어디인가?”
물론 파리 근교에 있는 테데우스 로팍의 전시장이지만, 작품 속 배경은 아랍의 어느 중소도시 같다. 런던을 배경으로 많은 작품을 해온 길버트와 조지이기에 당혹감마저 든다. 작은 폭탄 같은 오브제가 넘쳐나는 화폭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이슬람적이다. 인도나 아랍 상점들이 배경에 나타나기도, 눈만 내놓고 온통 검은 천으로 가린 니캅(Niqab) 차림의 무슬림 여인들과 토브(thobe)를 입은 무슬림 남성, 무슬림 청년들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몇몇 작품은 마치 비행기에서 폭탄이 연이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공중투하(AIRDROP)>)
이처럼 새로운 주제와 낯선 분위기 속에 길버트와 조지의 전형적인 원칙(표현방식)들도 눈에 띈다. 화면이 그리드    (사각형 격자무늬)로 구획되고 확장되며 긴장되게 하는 것, 이 그리드 안에서 끊임없이 자기 복제가 이뤄지는 것, 좌우 혹은 상하로 거울효과를 내면서 반복되는 것. 이 반복에 의해 발생된 균형을 작가들 자화상으로 깨는 것 등등, 이들 특유의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희생양>, “이슬람은 진리가 아니다”
전시의 첫인상을 잠시 접고, 이제 차근차근 작품을 흩어본다. 작은 폭탄 같은 오브제 사이로 “어떻게 이슬람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영어 신문 제목이 보인다. 오브제 너머 가게들의 간판이 아랍어가 아니라 모두 영어로 쓰여 있다. 무슬림들 사이로 영국 전통 건물양식이 보이기도, ‘ER II(Elizabeth Regina 엘리자베스 여왕 2세)’라는 영국왕가의 표지가 등장하기도, 또한 런던의 랜드마크인 대형 시계탑 빅벤(Big Ben)도 보인다. 결국 <희생양> 연작의 배경은 아랍의 어느 한 도시가 아니라 런던이었다. 작은 폭탄처럼 보이는 오브제는 ‘휘펫(whippets, 혹은 히피 크랙, 웃음가스)’이었다. ‘휘펫’은 <이산화질소(Nitrous Oxide)> 성분의 기체로 영국에서는 합법적인 향정신성물질이다. 호흡질환, 발작, 뇌졸중을 야기할 수도 있다. 길버트와 조지는 길거리에 버려진 휘펫을 보고 마치 작은 폭탄을 연상했으며, 그 순간 우연히 니캅 차림의 무슬림 여인들을 보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123점의 <희생양> 연작(2013)이 탄생한다. 그 크기도 세로 2미터, 가로 3미터가 훨씬 넘는 대작들이다.
관람객은 이슬람적인 분위기에 ‘휘펫’을 작은 폭탄으로 여기게 됐다. 문제는 순수한 무슬림 들을 보면서도 폭탄을 지닌 테러리스트를 연상하는 비무슬림들의 선입관이다. 만약 이 작품의 배경이 프랑스이고 백인들이 등장했다면, 휘펫은 포도주 병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영국의 런던이 배경이더라도 백인들이 등장했더라면,  ‘휘펫’과 폭탄을 연결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파티에서 기분을 고조시키고자 휘펫을 사용하기도 한다. <희생양>연작 중 <휘펫(WHIPPETS)>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에는 젊은 청년들이 휘펫에 취해 미소 짖고 있다. 런던의 랜드마크인 대형 시계탑 빅벤이 파티가 무르익기 시작하는 시각인 <8시 45분>을 가리킨다. <가스(GASEOUS)>를 흡입한 뒤의 기분 좋은 상태를 나타내는 듯 꽃이 만발해 있다.
이번 전시의 유일한 삼부작(<Scapegoated. A triptych>)의 중심에 적혀있는 “이슬람은 진리가 아니다(ISLAM IS NOT TRUTH)”라는 문구가 시선을 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서구에선 이슬람 관련에 관한 발언 자체가 터부가 됐다. 그런데도 길버트와 조지는 그들의 예술을 통해 노골적으로 이슬람을 말하고 있다. 이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서구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들은 꼭 이슬람뿐만 아니라 “다수의 기성 종교도 우리가 수백 년간 싸우며 쟁취한 자유를 가져가버린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서 “이슬람은 진리가 아니다”라는 문장 옆에는 “교회를 단념하라”는 문장도 나란히 쓰여있다. 길버트와 조지는 이처럼 거짓으로 포장된 평온을 뒤흔드는 것도 예술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들은 항상 현실적 삶에서 발생하는 중요 주제와 자신들을 연결해 작품에 등장 시킨다. 즉, 그들의 몸은 바깥세계와 연결되는 일종의 연결고리다. 신체는 더 큰 신체인 외부의 일부일 뿐이다 (메를로퐁티). 현대는 도용예술의 등장과 가상현실적 환경으로 사진의 고유한 특성이었던 ‘리얼리티’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또한 리얼리티를 가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회화적 몽타주가 사용되기도 한다. 반면에 길버트와 조지가 회화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리얼리티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리얼리티와 관련된 사진의 기록성은 다른 예술에서는 볼 수 없는 강한 현실적 힘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White Cube Bermondsey, 18 July - 28 September 2014 © 18 July - 28 September 2014 Gilbert&George Photo: Jack Hems


White Cube Bermondsey, 18 July – 28 September 2014 © 18 July – 28 September 2014 Gilbert&George Photo: Jack Hems

위 <Scapegoated. A tryptych>(부분) 혼합재료 381×1963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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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Gilbert and George (6)

<희생양전>을 개최한 길버트와 조지

“좋은것과 나쁜것은 계속 바뀐다”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작은 병들은 무엇인가?
조지 __ 히피 크랙 (‘hippy crack’, 휘펫의 또 다른 명칭)인데, 3년 전 런던 거리를 산책하다가 버려진 히피 크랙의 빈 용기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작은 폭탄 같다고 느꼈는데, 그때 니캅을 입은 무슬림 여성이 지나갔다. 당시 경험이 이번 <희생양> 연작의 동기가 되었다.
거대하고 많은 양의 작품을 하는데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러한 끊임없는 영감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조지 __ 우리가 살며 일하는 이스트 런던이 우리에게 영감을 제공한다.
길버트 __ 런던인들은 각각 특정한 방식으로 다른 문화를 표현하기에 언뜻 정신분열적인 것처럼 보인다. 다른 인종, 다른 종교, 다른 뿌리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기 때문이다. 이곳에 산다는 것은 좀 더 관용적이고 포용적이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인 상태를 이해해야 한다.
조지 __ 서로 다른 문화의 복합체인 이곳은, 그래서 지역적(국부적)이면서 동시에 글로벌하다.
길버트 __ 우리는 전통을 좋아하며 보수적이나, 경직된 도덕은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계속 바뀐다. 보들레르는 “예술에서는 나쁜 발상조차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것도 완전하게 굳혀질 수 없다.
당신들의 관심은 주로 ‘지금 이곳(hic et nunc)’에 집중되어 있는가?
조지 __ 비록 우리는 현실을 재현하지만, 모든 문화는 미래를 창출하기에, 우리 작품도 미래를 건설하고 미래를 조금 달라지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들의 작품은 지역적이면서도 글로벌하고,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말하지만 당신들의 예술은 혁명적이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가벼움과 유머가 엿보인다. 당신들의 예술이 지나치게 양의적(兩意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길버트 __ 인생보다는 덜 양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당신들은 더 이상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가?
길버트 __ 퍼포먼스가 아니라 ‘살아있는 조각’ 혹은 ‘살아있는 작품’이다.
퍼포먼스와 ‘살아있는 작품’의 차이는 무엇인가?
조지 __ 우리의 삶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퍼포먼스는 잠시만 하는 것이지만, ‘살아있는 작품’은 삶 전체를 의미한다.
팡탱=심은록

길버트(사진 왼쪽)는 1943년 이탈리아 산 마르틴 데 토르에서 태어났다. 조지 패스모어는 1942년 영국 플리마우스에서 태어났다.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에서 만난 그들은 이후 ‘길버트&조지’란 그룹명으로 협업작업을 시작했다. 터너프라이즈(1986), Special International Award(1989), South Bank Award(2007) 등을 수상했다.

 

[world report]The 5th Fukuoka Asian Art Triennale 2014

아시아의 진짜 모습은?

‘미래세계의 파노라마-새롭게 피어나는 시대 속으로(Panorama of the Nextworld-Breaking out into the Future)’를 주제로 한 <제5회 후쿠오카 아시아미술 트리엔날레 2014>가 9월 6일부터 11월 30일까지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및 주변 지역에서 열린다. 미술관이 직접 개최하는 이 트리엔날레는 올해 ‘새로움’을 화두로 삼고 대회의 방향성을 더욱 공고히 하려 했다. 이번 대회가 이야기하고자 한 ‘아시아성’을 직접 보고 들은 필자의 글을 소개한다.

김주원  미학, 일본 CCA 기타큐슈 비지팅 펠로

타자(他者)의 인식은 공간의 구획을 가능하게 한다. 이전까지 추상적 공간 개념으로 여겨지던 ‘아시아’가 후쿠오카 아시아 트리엔날레(The 5th Fukuoka Asian Art Triennale 2014, 이하 ‘FT5’))를 통해 명시화된 것도 어느새 5번째가 되었다. 1999년 이래 아시아 현대미술에 관한 담론 형성과 전개를 이끌어온 FT의 이번 주제는 ‘미래세계의 파노라마 -새롭게 피어나는 시대 속으로(Panorama of the Nextworld-Breaking out into the Future)’이다. 아시아 21개국 지역의 젊은 시각미술가 46명의 작품이 초청, 소개되었다.
잘 알다시피 FT는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The Fukuoka Asian Art Museum, 이하 ‘FAAM’)의 지속적인 조사연구, 교류사업의 성과와 축적을 기반으로 한다. 일회성의 블록버스터로 지형 변동을 꾀하는 여타 국제 비엔날레류 전시의 과감함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며,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지금’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아시아 각국의 미술전문가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번 FT5의 예술감독 역시 FAAM 사업관리부장이자 학예과장인 구로다 라이지(黒田雷児)가 맡았다. 그는 FT의 ‘새로움’을 강조한다. 먼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작가 선정위원회를 폐지하고, 미술관 내부 협의를 통해 작가를 선정했다. 트리엔날레의 방향성과 성격을 보다 확고히 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구로다 라이지의 표현대로 갱신의 의지를 보여준다. 30여 년에 걸쳐 미술관이 축적한 방대한 자료, 정보는 물론 미술관의 지속적인 교류사업을 통해 구축한 전아시아에 걸친 인적 네트워크의 협력도 중요한 동력이라는 것이다.
트리엔날레/비엔날레가 미술관의 미션, 컬렉션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국제적인 스타급 큐레이터나 예술감독 개인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에 크게 의존하는 여러 비엔날레 등을 비교대상으로 두고 보면, 서구 시각에 종속되는 오리엔탈리즘이 재생산될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의지일 수도 있다. 또한 정치적, 전략적으로 제국의 시대 이후 아시아에 관한 한 해석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일본의 강한 자신감의 발로인 듯도 하다.
어쨌든 트리엔날레와 미술관의 깊은 관계 속에서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각국에서 전개되는 현대미술의 ‘가치’와 ‘의미’는 미술관적 조사연구와 교류의 지속성 속에서 전시되고 호명됨으로써 그 다양한 변주가 리얼한 무게를 갖게 될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24. WATAGATA 후쿠오카부산 Arts Network, 2010년 발족. Tanaka Chisato(후쿠오카 거주)의 전시장면

WATAGATA 후쿠오카부산 Arts Network(2010년 발족) Tanaka Chisato(후쿠오카 거주)의 전시광경 Photo by 김주원

트리엔날레, ‘어느 것이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시도
FT5는 ‘열려있는’ 미래를 주목하면서 일상과 밀접한 시각문화예술 전반을 다루고 있다. 열려 있는 미래는 결코 이미지로서의 유토피아가 아닌,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궁 같은 현실의 일상이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대회에 비해 작가성이 두드러지는 작가 개인보다 출판, 게임, 애니메이션 등 대중에게 친근한 장르를 다루는 작가이거나 그룹, 또는 교류활동 자체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예술개념의 정의 불가능성 논제가 ‘어느 것이나 예술이 될 수 있다(an open concept)’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는 미국의 미학자 모리스 와이츠(Morris Weitz)를 인용하면서 시작되는 전시는 총 5개의 세부 범주로 구성되었다. ‘글로벌리즘의 끝에서(From the Far Corners of Globalism)’, ‘집단이라는 환상(Beyond the Collective Illusion)’, ‘일상 속의 소실점(Into the Dead Zone)’, ‘이미지의 연금술(Through Visual Trans-mutations)’, ‘멋진 신세계로(Towards a Brave World)’가 그것이다.
작품은 구분된 범주와 상관없이 전시 되었고《  트리엔날레 비주얼가이드 북》도 마찬가지로 편집되었다. 기획자들은 작품이 여러 내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자의 상상력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른 재해석을 기대한다고 하는데, 결국은 작품과 작품, 작품과 전시, 전시와 관객 사이의 해석적/이해적 관계망 구축에는 실패한 감이 없지 않다. 국가별 또는 주제에 따른 범주별 구분방식도 아닌 전시에서 결국 관객이 마주하는 건 작품 개별이거나 전시 전체이다.
국제전시에서 관객에게 작품 개별을 강조하는 경우, 흔히 그렇듯이 21개 국가 개별의 섬세하고 특정한 역사와 그로 인한 현재적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관객에겐 이번 트리엔날레가 선택한 46명의 작품을 대면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었다는 인상이었다. 대중적 감각에 호소하는 시각문화 일반이라 하더라도 현실 속 우리의 일상은 그리 녹록하거나 만만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컨대, 국가와 민족, 전쟁과 이데올로기, 난민과 이민, 정치와 종교 등의 역사적, 사회사적 이슈가 이미지와 기억, 자연과 소멸, 관계 등의 일상성과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문경원 전준호의 신작 <묘향산관>(2014), Studio Revolt, Sugano Masahiro, Kosal Khiev의 <Unite Us>(2013), Nguyen Trinh Thi의 <Landscape Series>(2013), Haider Ali Jan의 <Survival>(2010) 등등은 그 예다. 더군다나 이 작품 대부분이 시간을 요하는 영상작업이라는 점도 관람의 어려움을 더했다.
반면, 개별 작품이 아닌 전시 전체를 덩어리로 대면했을 경우, 관람객은 감각적으로 기획자의 시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일본 FT5에서 호명된 각 나라의 시각예술은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관객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이해와 오해의 가능성 사이에서 공명한다. 다소 과장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시아에 관한 셀프-오리엔탈리제이션의 충동을 자극하거나 투어리즘의 변종 등을 생산할 위험도 다분하다. 올해 새롭게 설치한 특별전시에 소개된 <몽골화의 새로운 시대 : 전통에서 현대에로>의 대다수 작업과 Prilla Tania(인도네시아)의 <E(Japan)>(2014), Pema Tshering(부탄)의 <Sound of Time>(2010), The Maw Naing(미얀마)의 <Between the Pages>(2011), Muhammad Alinormin Hj Omarali(부르네이)의 <Life of a Pensioner>(2013), Lu Yang(상하이)의 <UlterusMan>(2013-14), Bu Hua(베이징)의 <The Last Phases of the Future>(2014), PHUNK(무국적)의 트리엔날레 포스터와 월페인팅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작업에도 근대적 이미지 속의 지역성이 강조되거나 일본의 망가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SF적 요소가 눈에 띄었다. 물론 내용적 측면에서는 상이하지만 감각적으로는 기획자의 시각을 가늠케 하는 하나의 이미지 덩어리로 다가왔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질서의 변동과 경제발전을 토대로 아시아는 통합에의 전망을 품게 되었다. 그 통합의 실마리를 ‘미술’에서 찾는 FT5는 올해의 특징으로, 일본은 물론 국제적으로 전혀 소개된 바 없는 각국의 신진작가 소개에 중점을 두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던 시대가 있었던가. 이제 아시아의 모든 길(미술)이 후쿠오카로 통할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국제전람회로서 FT에 전시 이후 출품을 미술관에 컬렉션하는 등의 적극성도 대회와 미술관에 대한 신뢰를 배가된다.
FT나 미술관은 ‘아시아성’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근대적 기제로서의 미술관과 전시라는 형식은 그것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호명, 전시, 출판되는 시스템 안에 배열되는 한 어느새 후쿠오카 초, 후쿠오카 발 ‘아시아다움’은 만들어 질 것이다.
‘몽골화’ 등 일반적인 미술개념의 기준으로는 소재도 기법도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작업과 ‘일본 대표’ 작가가 아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쿠오카의 일러스트레이터 요시나가 고타쿠의 작업, 그리고 후쿠오카와 부산을 잇는 지역 간 네트워크 그룹인 WATAGATA Arts Network의 활동과 프로그램 등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의 선택은 분명 미술관을 기반한 갱신과 새로움에의 도전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과 활동의 성격들이 미학적 조형적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는데 올해 트리엔날레가 다시 되묻고 있는 질문, 즉 ‘예술/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끝나지 않는 반성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계는 국제전으로서 30여년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아시아 미술을 조사, 연구, 수집, 데이터화해 온 FT가 이미 역사가 되고 있음에서 비롯된다. 어느새 5회 째의 후쿠오카초(初), 후쿠오카발(發) ‘아시아’의 역사가 말이다. ●

본격적으로 트리엔날레가 시작되는 7층 미술관 입구 최정화 작품 Photo by 김주원

본격적으로 트리엔날레가 시작되는 7층 미술관 입구 최정화 작품 Photo by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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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35. 구로다 라이지<제5회 후쿠오카 아시아미술 트리엔날레 2014>예술감독 구로다 라이지(黒田雷児)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FAAM) 학예과장

“ ‘지역’의 문화와 그 사회에 기초한 표현을 주목했다”

FT는 다른 비엔날레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가?
아시아의 21개국・지역에서 반드시 한 명 이상의 작가를 선정한다. 이는 전지구화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둘째, 미술관 내부의 지속적인 조사에 기반을 둔 기획과 운영, 작품 수집에 있다. 이와 같은 전시 운영방식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번 FT5의 특징 중 하나는 신진작가를 대거 초청한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작가를 소개하는 것이 FT의 특징이다. 또 이전의 전람회와는 다른, 새로운 경향을 보여야 하는 것이 트리엔날레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FT4에서 FAAM 10주년과 맞물려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도 출품했다. 우리는 철저하게 로컬리즘에 기초한다. 후쿠오카의 지방성도 아시아의 지역성과 같은 무게로 존중한다.
FAAM과 FT가 표방하는 ‘아시아성’은 무엇인가?
공식 정의된 적은 없다. 아마 앞으로도 아시아성을 정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실천으로 탐구되고 실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성’이 아니라 ‘아시아 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특정 아시아 지역의 문화·사회·역사를 아시아의 작가가 주체적으로 표현한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FT5에 대한 내 인상은 상당 부분 팬시하고 망가적이었다.
젊은 작가의 만화적 애니메이션적 혹은 SF적인 작품이 이번 FT5에 많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주제로 삼지는 않았다. 일본 만화가 세계에서 인기를 모으는 거대 산업인 것은 맞지만, ‘만화=일본문화’ 식의 인식은 동아시아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미국 만화의 영향이 크다.
당신들 관점에서 ‘아시아’와 서양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구체적으로 어느 작품을 말하는지 모르지만 흥미로운 의견이다. 왜냐하면, 완전히 정반대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FT가 작품의 ‘무국적화’를 진전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 FT처럼 아시아의 전통예술 양식, 형식, 주제를 다룬 ‘전근대적’ 성격의 작품은 지양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Prilla Tania는 인도네시아의 전통문화와 예능을 참조하여 국제미술계에서 평가 받는 작가와는 다르다. 서양과 아시아라는 이분법이 아닌 ‘지역’의 문화와 그 사회에 기초한 표현을 주목했다.
당신들이 보는 한국미술계의 특성은 무엇인가?
‘한국미술’ 아님 ‘한국미술계’? 잘 모르겠다. 다만 일본보다는 미술관 건축, 행정적 지원, 개인 컬렉터 같은 현대미술을 둘러싸고 큰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고 국제적 경험이 있는 작가와 큐레이터가 부쩍 늘었다.그러나 예술로서의 근원적인 충격력을 잃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내외에서 이해할 수 없는 과대평가를 받는 작가가 적지 않은데 특히 서구 경험이 있는 작가가 그렇다고 본다. 후쿠오카=김주원

 

[kim shin’s design essay 4]

장식이 된 근육

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예전에는, 그러니까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남자배우 몸이 지금처럼 근사하지 않았다. 스크린에서 남자배우가 옷을 벗었을 때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얻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옷을 많이 벗지도 않았던 거 같다. 반면에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남자 배우들이 얼굴은 물론 몸매에서도 눈부신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내가 대학생 때, 그러니까 1980년대 말쯤에 본 <탑건>이란 영화에서는 전투기 조종사로 분한 남자 배우들이 웃통을 벗고 비치발리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톰 크루즈를 비롯한 남자들이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근육질 몸매로 배구를 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그리고 잘게 편집된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은 사실 영화의 줄거리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아예 사라져도 아무 상관없는 장면이다. 순전히 관객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할 뿐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수영복 심사처럼 순수하게 예쁜 남자 몸 감상하는 시간인 거다. 그렇지만 이 장면은 굉음을 내는 전투기들의 화려한 공중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 1980년대뿐만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도 할리우드 남자배우의 몸은 늘 근사했던 거 같다. 어릴 때는 미국 남자들 몸이 다 그런 줄 알았다. 남자 몸이 그렇게 근육질의 광택이 나게 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남자인 나 자신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남자, 보통 사람 말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젊은 연예인이라면 근육질 몸매를 가져야 하는 게 기본이 된 거 같다. 배우는 당연하고 가수, 이른바 아이돌 스타들, 심지어는 개그맨까지 빨래판 복근 자랑하는 걸 TV나 잡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한국 영화에서도 남자들이 웃통 벗는 장면을 예사로 볼 수 있다. 톰 크루즈 부럽지 않은 시대가 된 거다. 사실 젊은 남자 배우들이 죄다 조각 같은 몸을 자랑하는 건 영화의 리얼리티에 흠집을 낸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신의 한수> 예고편을 보았다. 고수 두 명이 얼음창고에서 웃옷을 벗고 바둑을 두는 장면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서 영화를 보고 싶단 마음이 달아나게 할 정도다. 옷 벗고 얼음창고에서 목숨 걸고 바둑 둔다는 설정보다 고수들의 몸매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서다.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이세돌, 내가 아는 바둑 고수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의 이미지는 몸매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바둑은 가슴을 처지게 하고 배를 나오게 할 수는 있어도 근육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관객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리얼리티의 결함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흥행이 먼저 아니겠는가.
영화와 TV, 잡지에 근사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자꾸 노출되는 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 같다. 보통 사람들도 그런 몸매를 갖고자 노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은 물론 40~50대, 심지어는 60~70대 할아버지들까지 복근 자랑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디어는 이들을 자꾸 노출시키고 이들의 자기 관리와 절제, 의지력을 칭찬한다. 마치 한국 사람 전반이 미학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거 같은 분위기다. 체육관에서 몸을 단련한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TV에 나와 어떻게 그런 몸매를 갖게 되었는지 증언한다. 그런 몸이 화면에 등장하면 방청객들이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는 건 이제 진부한 장면이다.
나는 남자들의 아름다운 몸을 대할 때마다 그게 장식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들의 몸은 노동으로 단련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냥이나 전투와 같은 기능을 위해 자연스럽게 근육질 몸이 되었다. 대부분 사무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은 바둑의 고수만큼이나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몸을 만들 기회가 없다. 그런 몸을 가지려면 억지로 시간을 내서 체육관에 가야 한다.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얻은 탄탄한 가슴과 복근은 쓸 일이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애써 단련한 근육의 힘으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용도가 생겼다. 남들 눈에 보여주는 거다.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과시다. 굳이 맨몸이 아니더라도 잘 단련된 몸은 옷을 입었을 때 맵시가 나게 만든다. 이건 무슨 뜻인가? 근육은 그 기능에서 해방돼 순수한 장식이 된 거다. 아이에게 젖을 주지 않는, 즉 수유 기능을 제거하고 미적 감상만을 남긴 여자의 가슴과 똑같다. 한마디로 근육은 더 이상 어떠한 기능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예술이 되었다.
이 예술품을 만드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독한 훈련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 예술품은 단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건강을 덤으로 준다. 그런 혜택을 알지만 대다수 사람은 박약한 의지와 바쁜 일정으로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그런 몸을 얻은 사람들이 위대해 보이고 미디어의 각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각광을 받는가? 첫 번째는 연예인. 몸이 재산인 직업인이다. 두 번째는 좀 연세가 든 분들. 이 분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다. 세 번째는 돈 많은 여성들. (요즘은 여자들도 근육을 단련한다.) 이들이 근육을 얻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의지보다는 돈이다. 개인 트레이너를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 박약한 의지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몸이란 기능과 무관한 장식이며, 의지보다는 돈의 결실이다.●

속옷광고

속옷 광고 속 남자 모델의 근육은 노동의 의미를 제거하고 순수한 장식적 아름다움을 과시하도록 연출된다.
맨즈헬스

《맨즈헬스》와 같은 남성 잡지는 아름다운 몸매를 단련하고 과시하는 것이 현대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음을 반영한다

위·최수앙 <Condition for Ordinary–colonization> Oil on Resin, steel 45×52×103cm 2013

 

[art book] ‘미술학’의 탄탄한 기초 다지기

최병식 인물 (3)‘미술학’의 탄탄한 기초 다지기

최병식 지음
《뉴 뮤지엄의 탄생》 동문선 2010
《박물관 경영과 전략》 동문선 2010
《미술품 감정학》 동문선 2014

동양미학에서부터 미술관·박물관 경영, 미술시장과 투자, 그리고 최근에는 미술품 감정학까지 저자 최병식의 저술 활동은 그 범위가 상당하다.  현재 경희대에서 ‘미술비평과 경영’을 강의하는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30여권의 저서와 편저를 출간했다. 동양회화미학을 연구하던 그가 어떻게 감정학연구서를 낼 수 있었을까. 그는‘도대체 전공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학시절 실기를 하면서 현대미술 속 빛바랜 한국미술의 뿌리, 정신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대만 유학길에 올라 미술사를 전공했다. 귀국 후 중국회화론뿐 아니라 미술비평 분야의 저술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저자의 불타는 열정에도 불구하고 동양미학에 대한 주변의 관심은 냉랭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미술품양도세 문제’에 대한 연구의뢰를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술경영에 대한 본격적 리서치를 시작했고 2001년 미술시장의 역사와 미술품 유통구조, 개선방향 등을 정리한《  미술시장과 경영》을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현재까지 다수 대학에서 미술시장 강의의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2010년 그는 미술관 시리즈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뉴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경영과 전략》《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을 출간했다. 시장에서 박물관학으로 또다시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2004~ 2005년 국가 정책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전국의 박물관 미술관을 둘러보며 미술관 평가단장을 역임했다. “당시 국내의 뮤지엄을 돌아다니며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현장 실태를 조사하면서 저자는 열악한 환경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박물관학에 대해 연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최근에 출간한《  미술품 감정학》도 뮤지엄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내 뮤지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유럽 7개국의 박물관들을 함께 조사했다. 이때 저자는 감정학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10개국을 직접 방문하여 감정 시스템, 판례, 감정과정을 알아봤다. 감정가의 자격기준, 활동규모, 교육과정, 진위판정사례, 과학적 분석방법 등에 관하여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각각의 자료를 모아 하나로 정리하고 합친 결과물은 쉽게 읽힐지 모르지만 그 과정은 물리적으로 긴 시간을 요한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약 5년의 시간이 드는데《  미술품 감정학》은 제작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작품에 대한 감정은 미술시장과 미술경영의 기본요소다. 기초학문이 턱없이 얕은 우리나라에 비해 유럽지역 감정사들의 전문성은 뛰어났고 시스템은 체계적이었다. 카탈로그 레조네의 부제가 대표적인 예다. 카탈로그 레조네란 작가의 작품 이미지와 기본정보를 모은 아카이브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욱진만이 미흡하게나마 기초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 “작품 기록의 기본 틀도 맞춰져 있지 않다. 표기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술품 감정의 요소 및 용어’를 설명하는 제2장은 일반적 미술품 감정 용어와 국가별 용어를 함께 표기해 눈길을 끈다. 용어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만큼 저자 또한 기록의 방식을 세밀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외래어의 정확한 표기, 외국 박물관 이름의 띄어쓰기까지 정형화된 규칙 없이 사용되던 것을 바로잡으려 했다. 또한 그는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의 표지, 디자인, 책에 실리는 사진까지 모두 직접 관여했다. 책에 게재된 통계자료가 시간이 흐르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저자 또한 이 부분을 고민했다. 그러나 책 후반부에 통계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게재해 정보를 제시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병식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매년 원고지 7만 장 분량의 글을 쓴다”고 말한다. 글을 쓰면서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현장과 이론의 접목이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학문은 결국 묻힐 수밖에 없다. 현장과의 연결성을 염두에 둔다”라고 말했다. 미술 현장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임승현 기자

최병식은 1954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경희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대만 중국문화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 석사, 성균관대 예술철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한국사립박물관협회,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등의 자문위원이며, 한국박물관협회 자문위원장, 박물관협회 복권기금 지원 평가단장을 역임했다. 미술평론·박물관 및 미술관·예술경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희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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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진경문화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엮음

우리 문화를 꽃 피운 진경시대의 사상, 문화, 예술, 생활을 다양한 분야의 글을 통해 소개한다. 18인의 전문가가 조선시대 역사문화의 안목을 제시하는 책으로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적절한 도판을 수록해 비전문가도 다가가기 어렵지 않다.
현암사 416쪽·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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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이주헌 지음

서양미술을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정신을 이해하려 애써온 저자의 강의를 집대성한 책. 서양미술 강의를 17년간 진행하며 서양미술의 핵심으로 꼽은 인간중심, 사실주의, 감각적 성격이란 세 가지 특징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아트북스 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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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2)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이규현 지음

거래 가격이 알려진 최고가 작품 100점을 순위대로 나열했다. 한자리에서 볼 수 없는, 총액 7조 원에 달하는 100점의 작품 도판을 모두 실었다. 단순히 그림가격을 명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높였다.
알프레드 560쪽·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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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1)예술적 원숭이

데지먼드 모리스 지음/정미나 옮김

털 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한 저자가 300만 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미술의 변화에 따라 추적했다. 인간과 비인간군의 미술 진화, 아동, 부족미술 등의 설명은 인류 시각예술의 오랜 역사를 아우른다.
시그마북스 320쪽·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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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발칙한 현대미술사

윌 곰퍼츠 지음/김세진 옮김

테이트갤러리 관장을 지내고 BBC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저자가 미술 입문자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책이다. 약 150년의 현대미술사를 사조별 특징을 적절히 표현한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이야기 서술 방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알에이치코리아 56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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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미술사방법론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지음/박은영 옮김

전통적인 방법부터 오늘날 작품 해석의 다양한 이론까지 소개해 미술사방법론 입문서로 사랑받아온 책의 개정판. 주요 이론가들의 핵심이론을 11장에 나눠 설명하고 이 방법론을 접목해 티치아노의 작품을 해석한 에필로그가 주목된다.
서울하우스 368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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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다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

토비 레스터 지음/오숙은 옮김

다 빈치가 인체 비례를 표현한 그림, <비트루비우스>. 다수에게 익숙하나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는 이 그림을 통해 젊은 시절의 다 빈치와 그의 그림을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특히 이 그림이 자화상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뿌리와이파리 32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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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날마다 한 걸음

하정웅·권현정 지음

테이트갤러리 관장을 지내고 BBC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저자가 미술 입문자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책이다. 약 150년의 현대미술사를 사조별 특징을 적절히 표현한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이야기 서술 방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알에이치코리아 56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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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아트 비지니스

박지영 지음

아트 비즈니스 전공 1세대 저자의 미술시장과 미술경영에 대한 개론서.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미술시장을 풍부한 최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시장, 마케팅, 투자 그리고 미술관련 법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요소를 짚어준다.
아트북스 272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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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0)

뭉크

스테펜 크베넬란 지음/권세훈 옮김

그래픽노블 작가인 저자가 뭉크의 우울한 분위기를 특유의 필치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7년간의 작업으로 완성된 이 책은 그의 생애 중 1880~90년대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뭉크와 주변인들의 글을 그대로 발췌해 생생한 목소리를 살렸다.
미메시스 228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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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쉽게 하는 현대미술 컬렉팅

베아트릭스 호지킨 지음/이현정 옮김

미술 컬렉팅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생소한 미술전문용어부터 작품 고르는 안목 키우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미술시장 지침서. 런던 파이낸셜 타임tm에서 발행하는 주간 <How to Spend it>의 부편집장인 저자의 현장감이 돋보인다.
마로니에북스 248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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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폰트의 비밀2

고바야시 아키라 지음/이후린 옮김

모노타입사의 타입디렉터로 일하는 저자가 세계 각지 거리의 간판, 표지판, 인쇄물, 광고판 등에서 발견한 다양한 글자체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전작에서 다루지 않은 폰트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등 실용적인 측면을 더했다.
예경 208쪽·18,000원

[Art Journal]

평화의 목소리를 높이다

파주평화발전소 미술제 <끝과 시작>

파주출판단지를 중심으로 도라산역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파주평화발전소 미술제 <끝과 시작>(10.3~11.30)이 열렸다. 파주평화발전소는 대북 교류와 협력 창구로서 동시대미술을 통해 인류 보편적 의미로서 평화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키고자 이번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장소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살리되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주제에 한정짓기보다 보편적인 이슈를 생성하고자 했다.
본전시는 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렸다. 백남준, 이우환, 이불, 최우람, 전준호, 올라퍼 엘리아슨 등 국내외 작가 18명의 설치·영상을 비a롯 다양한 장르의 작품 20점이 전시되었다. 이들의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곳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미술전시가 열린 남북 군사분계선에 위치한 판문점이다. 김혜련 작가는 <마지막 철조망>와 <동쪽의 나무>를 전시해 평화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켰다. 자유의 집 공간을 가득 메운 16개의 캔버스가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남한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에서는 마리코 모리의 대형 사진작품 <종말의 시작>과 김승영의 <공사 중인 평화의 탑>이 설치되었다. 높이 6m가 넘는 김승영의 작품은 역사 내부를 꽉 채운다.
전시에 맞춰 파주평화발전소는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후원으로 ‘평화’를 주제로 10명의 발표자가 4회에 거쳐 발제와 논의를 이어가는 형식의 대담을 진행한다. 이들은 서구의 제도와 문화가 팽배해서 생기는 문제와 그에 대한 해법, 평화 실천을 위한 예술의 가능성 등을 모색한다. 도라산역 방문 방법은 코레일 홈페이지(http://www.letskorail.com/ebizprd/EbizPrdTrainDMZ Intro_info.do)에서 확인 가능하며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리는 김혜련 작가의 전시는 단체 신청으로 전시관람이 가능하다. 한편 도라산역과 판문점에 전시 중인 작품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모니터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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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수림사진

예술가 지원을 위한 시상식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제1회 수림사진문화상〉시상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 시상식이 10월 16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공연부문은 이경성이, 미술부문은 강동주, 이윤성, 안정주(왼쪽 사진)가 수상했다. 미술부문 수상자들은 각각 1000만 원의 상금과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 두산갤러리 서울과 뉴욕에서의 전시기회 등 9000만 원 상당의 지원을 받는다. 두산연강예술상은 성장가능성이 기대되는 만 40세 이하 예술가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한편 수림문화재단이 올해 제정한 사진분야 상인  <제1회 수림사진문화상>이 작가상과 공로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작가상은 류은규 박현두 이원철 임수식 임인나가, 공로상은 윤세영 이규상(오른쪽사진)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가상 수상자에게는 각 500만원, 공로상 수상자에게는 각 300만 원의 지원금이 수여된다. 이번 문화상 시상식은 10월 22일 시행됐고 작가상 수상자 5인의 전시는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한벽원갤러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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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3)

자연을 보는 예술가의 태도

닻 미술관 <Flow, 무아 경(無我 景)>

자연을 삶 속으로 끌어들여 승화시킨 작가 바바라 보스워즈와 내면의 풍경을 나타내는 김윤수 그리고 물속 생의 역동성을 표현한 웨인 레빈의 3인전 <Flow, 무아 경(無我 景)>이  10월 11일부터 12월 28일까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닻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바바라 보스워즈와 웨인 레빈은 협업 작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자연스레 이어진 흑백사진으로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3인 작가의 예술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자연에 대한 맹목적 찬미를 넘어 삶에 대한 작가들의 예술적 이해를 담고 있다. 전시와 더불어 10월 17일에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닻프레스 스튜디오에서 바바라 보스워스와 웨인 레빈과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해 작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닻미술관뿐 아니라 닻프레스 스튜디오에도 작품을 배치하여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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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김지은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가의 대화

북서울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전 <타이틀매치>

북서울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원로작가와 차세대 작가를 매치한 2인전을 진행한다. <타이틀매치전>의 첫 번째 전시로 원로작가 강은엽과 주목받는 젊은 작가 김지은을 선정했다. 두 작가는 세대는 다르지만 한 전시공간에서 대립하면서 한편으로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연출해 시대를 뛰어넘는 협업전시를 만들aaaa
전시는 두 작가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간다. 강은엽은 ‘나무와 함께 걷기’라는 주제를 내걸고 자연 속의 일상을 보여준다. 함께 살고 있는 개 10여 마리와 숲을 산책하며 느끼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기록했는데 청계산 계곡마을 근방에 사는 그에게 자연은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숲을 거닐며 자연의 생성소멸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숭고미를 작품에 담았다. 반면 레지던시를 옮겨 다니며 작업하는 김지은은 거주지를 이동할 때마다 예민한 관찰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도시_돌아보기’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과 벽제, 디트로이트와 뉴욕의 풍경을 통해 도시 속의 비일상적인 일상을 예리한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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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플랫폼 전경

참여작가 보이콧에 이은 행사 중단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 무산

지난 4년간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에서 분단과 평화를 주제로 전시를 펼쳤던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의 올해 전시가 결국 무산됐다. 본래 8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두 달 가까이 일정을 연기해왔다. 본래 예술감독이었던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이 직위해제된 상황에서 인천시의 참여 작가에 대한 지원이 보류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프로젝트를 주최한 인천문화재단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참여 작가 60명 중 20여명이 9월 30일과 10월 16일에 참여거부와 김윤식 재단 대표이사 사퇴 요구 성명을 냈다. 결국 10월 20일 조직위원회는 행사 중단을 공식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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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마 (1)

충남지역민의 문화예술 거점을 열다

아트센터 고마의 개관기념 특별전

백제의 고도(古都) 공주에 세워진 아트센터 고마의 개관기념 특별전〈  고마, 예술로 물들다: 다빈치에서 잭슨 폴록까지〉가 10월 22일 개막, 12월 10일까지 50일간 열린다. ‘고마’란 ‘곰’의 옛말로, 현재 아트센터가 위치한 곳의 옛 지명 고마나루에서 따왔다. 충남의 문화예술 중심지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지난 2014년 9월 25일 공식 개관한 복합문화예술센터 고마는 공주 한옥마을 옆 7만1294㎡ 부지에 연면적 6123㎡,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되었으며, 3개의 전시실과 7개의 세미나실, 수장고, 야외 전시장, 인공 호수 및 산책로를 갖추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미국 시카고 소재 로이드 신 갤러리(신성균대표)의 소장품 중에서 76점을 엄선하여 르네상스에서 현대미술까지 서양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회화, 판화 그리고 올림픽 예술판화로 나뉘어 구성된 1층 컨벤션홀에서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작품을 비롯하여 뒤러, 렘브란트, 르누아르, 모네, 마티스, 잭슨 폴록 등의 회화 원작을 감상할 수 있다. 판화 중에는 드가, 로트레크,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이 원판에 서명한 희귀본과 달리, 술라주, 타피에스 등 초현실주의와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돼 주목된다. 올림픽 예술판화는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공식 예술판화 사업권자였던 로이드 신 갤러리가 제작한 것들로 15개국 24명의 작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와 함께 10월 31일까지 특별전〈   환태평양 미술축제〉도 열려 동·서양의 현대미술을 비교 감상할 수 있었다. 충남 도민들은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거점 공간이 탄생했다며 깊이 있고 다양한 전시를 통해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대전=이정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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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애

나노입자에서 우주를 보다

이명애 개인전 <공존과 변이-이명애전>

세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들 사이의 공존과 변화의 관계를 고민하는 작가 이명애의 초대기획전이 10월 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실생활의 재료를 활용해 직접 제작한 캔버스를 사용해 자연의 생명력을 더했다. 가공하지 않은 다양한 매체를 혼성하여 자연스러우면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제주의 자연과 우주의 순환을 표현한 작품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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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촌미술관

남도의 정서와 예술의 기록

행촌문화재단 설립

평생을 해남과 장흥, 진도 지역 예술가들을 후원해온 미술애호가 고(故)행촌 김제현 박사. 행촌의료재단의 설립자였던 그는 지난 200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름없는 작가들을 후원하는 등 남다른 예술 사랑을 펼쳤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술인들은 그의 사랑채에서 몇 달씩 기거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고, 김 박사는 그들이 떠날 무렵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평생 낙으로 여겼다. 그가 그렇게 수집한 작품은 200여 점에 달한다.
행촌 선생의 아들인 해남종합병원 김동국 원장이 부친의 뜻을 계승해, 그와 함께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기 위해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을 설립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 인가를 받은 행촌문화재단은 10월 17일 해남종합병원 내에 행촌미술관을 개관하고 첫 전시로 고인의 예술 사랑과 삶을 의미하는 <인생-풍류가인(人生-風流佳人)전>을 개최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김 원장은 부친이 수집한 작품들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다가 지역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살펴보자며 올봄부터 행촌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해왔다. 재단 대표이사는 이승미 전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이 맡았다.
행촌문화재단은 미술관과 함께 해남 문내면 임하도에 있는 수련원을 작가 창작 레지던시 공간으로 꾸미고, ‘임하도 작업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도와야 한다”는 고인의 유지를 따라서다. 아름다운 낙조와 풍광을 자랑하는 우수영 인근 임하도 작업실은 4~5명의 작가가 입주해 작업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이중섭미술상 수상자인 서용선(전 서울대 교수) 작가가 지난 6월부터 입주해 현재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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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혜

고(故) 육영혜를 기억하다

《기억의 정원》 출간

지난 10월 6일 류가헌에서 열린 고(故) 육영혜 일주기 추도모임에 맞춰 지인들이 고인이 생전에 쓴 글을 모아 책을 출간했다.
기억발전소 공동대표이자 사진전문 잡지   《   포토넷》 편집장을 엮임하며《   포토넷》에 게재한 ‘에디터스 레터’, 기자로 썼던 ‘애프터 노트’를 비롯해 외부 기고 등 사진에 대한 열정이 담긴 글을 엮었다. 더불어 그를 그리워하는 지인들의 추모 글을 엮은 부록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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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감만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리는 주민 참여형 축제

감만아트페스티벌 개최

부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문섭)이 운영하는 감만창의문화촌에서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감만아트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감만아트페스티벌은 주민 참여형 축제를 표방해 준비 단계부터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했다. 패시티벌은 감만동 거주 할머니들로 구성된‘감만할매 합창단’과 시민 문화예술동아리의 합창공연, 감만창의문화촌 입주 예술가들의 콘서트로 막을 올렸다.
전시작 중에선 감만창의문화촌 운동장 전체에 걸쳐 설치된 리사이클링 아트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동천초등학교 교실에서 나온 폐자재를 재활용해 지은 상상오두막집, 헌옷을 이용해 만든 만국기와 털실 옷을 입힌 나무, 페트병 트리와 수직정원 등 주민과 함께 만든 작품이 건물과 운동장 곳곳에 설치되었다. 야간에는 작품에 조명이 더해져 감만동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외에도 감만동 추억의 사진전과 음악다방, 예술시장과 더불어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한편 감만창의문화촌의 두 번째 오픈스튜디오〈   감만사계〉도 같은 기간에 열려 방문객들이 더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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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도

문명을 반영하는 고지도

계간 《고지도》창간

고지도를 다룬 대중 잡지가 출간되었다. 창간호 기획으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다루고 모사 축쇄본을 제작했다.
《   고지도》를 제작한 티미카코리아의 김태진 대표는 “국제지도수집가협회 한국 대표로 타 국가에 비해 고지도 확보 수준이 뒤처지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도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고취시키고, 국문뿐 아니라 영문 기사를 상당부분 작성함으로써 세계에 우리 고지도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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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3)

신생 미술관 | 이상원미술관

“자연 속에 들어선 예술과 치유의 공간”

강원도 춘천 화악산 자락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아늑한 봉우리를 마주하고 계곡이 흐르는 면을 따라 서있는, 전면이 유리로 된 둥근 모형의 건물은 산을 오르는 중턱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엠아이건축의 안병호 소장과 토아건축의 윤태주 대표가 설계·시공한 이 건물은 안과 밖이 모두 유리로 지어졌다. 설계자들은 건물의 둥근 면을 캔버스 삼아 자연을 담았다고 한다. 한폭 그림처럼 자연과 동화된 이곳은 이상원 작가(위 사진)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60여 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따 세운 이상원미술관이다. 1952년 춘천에서 서울로 온 이상원은 약 20년간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했다. 1960~7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에 숱한 극장 간판을 그린 그는 세밀하고 독특한 필치의 인물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중 1970년 건립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영정초상 작업을 맡은 것을 계기로 그는 상업초상화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인물묘사에서 보여준 그만의 탁월한 감각에 매료된 이들로부터 초상화 의뢰가 쇄도했다. 한동안 많은 이의 상업초상화를 그리고 수많은 그림을 판매하며 경제적인 성공가도를 걸었지만 내면에서 순수예술에 대한 열정이 끓어올랐다. 결국 1970년대 중반 돌연 상업화 그리기를 중단하고 예술작품 세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예술세계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존경해온 아들 이승형은 아버지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갤러리 상’을 운영하며 미술관 설립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해 나갔다. 세계 미술관의 운영 방식과 전시형식을 조사하며 새로운 형식의 미술관 건립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쳤다. 2000년부터는 작가의 고향인 춘천을 포함한 강원지역 일대를 답사하며 부지를 물색했다. 그렇게 면밀히 살펴본지 10년 만에 미술관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상원미술관은 이상원의 초기작부터 미발표된 근작까지 총 60점을 선보이는 〈버려진 것들에 대한 경의〉로 전시의 문을 연다. 그의 대표적인 연작 〈시간과 공간〉〈동해인〉〈영원의 초상〉과 미발표작인 〈대자연〉까지 높이160cm가 넘는 대작이 대부분이다. 그의 작품은 화악산의 넓은 자연과 어우러져 압도적인 감흥을 준다. 이상원 미술관 큐레이터 신혜영은 “앞으로 이상원 작품 전시뿐 아니라 예술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한국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도 기획하려 한다. 특히 강원 춘천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할 예정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1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상원미술관은 넓은 부지에 미술관 건물 외에도 작가 스튜디오, 식당, 숙박시설 등의 부대시설을 겸비했다. 사립미술관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대규모의 공간이다. 이상원미술관은 단순히 전시만 보는 곳이 아니라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자연 속에서 문화를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 공간으로서 단단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춘천=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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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화랑 (3)

한국적 종교화를 그리다

방오석·방학기의 성작 도예·성화 전시 열려

38년간 한국적인 성화를 그려온 방오석과 10년 이상 흙과 먼지로 아름다운 도예를 빚어낸 방학길이 함께 회화와 도예를 선보이는 전시가 열렸다.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평화화랑에서 개최된 이 전시는 고모와 조카 사이인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작품 세계를 발전시켜 간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방학길 신부는 1994년 수도회 총원장을 역임하며 성소후원회를 발족시킨 후 20년간 성소자를 양성해왔다. 이들은 “이번 전시의 수익금을 수도회 성소후원회 발전기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히 방오석의 경우《   한국의 성화》 2집 발간을 기념하는 전시로서 그 의미가 새롭다. 서구 성화와 구별되는 토착화된 모습으로 한복을 입은 성모와 아기예수를 그린 그의 성모자상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오석은 1938년 강원도 풍수원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회화과와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청전 이상범, 철농 이기우에게서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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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1)

한이 서린 그곳, 상처를 어루만지다

2014매향리 평화예술제 <보다전> 열려

50여 년간 미 공군 폭격연습장(쿠니사격장)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포화소리는 9년 전에 멎었고 그로 인해 미군반환부지를 매향리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인 가운데  ‘매향리 평화예술제’가 열렸다.
전시는 <보다전>으로 명명됐다. 참여 작가들은 10월 6일부터 이곳에 머물며 50여 년간 총소리와 매연, 공포에 시달린 주민들의 상처를 달래는 설치작업을 진행했고, 10월 17일 전시가 공식 개막했다. 바깥미술회와 초대작가 등 총10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주민과 작가 사이 소통과 공동작업을 통해 예술로서 치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작가들이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에도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개막 이후 이곳을 관리하는 국방부와 화성시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시장 접근이 아예 금지되었다. 시장이 참여해 개막식을 치렀지만 결국 이같은 상황이 벌어져 이래저래 작가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좋은 취지로 열린 전시가 행정절차 문제로 전시관람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았다.  화성=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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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주

고전의 새로운 맥락을 열다

장용주 개인전 <Beyond the Vestige>

한국고전을 차용하여 고전적 방법과 동시대적 감성을 연결하는 작가 장용주가 9월 11일부터 21일까지 아트링크에서 개인전 <Beyond the Vestige>를 열었다. 전통과의 단절로 불안해하는 현대인에게 장용주의 작품은 극복과 치유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아크릴 표면에 전동드릴로 흠집을 낸 스크래치 기법, 에폭시패널 스크래치가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그림자의 사용이나 겹겹이 칠하고 스크래치하기를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서 쌓이는 역사적 층위를 캔버스에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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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진4

정신과 물질의 관계연구

정성진 개인전

작은 사각형을 합치는 작업으로 사물의 근본과 절대성을 상징하는 작가 정성진의 개인전이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년간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는 회고전 형식을 취했다. 외형적으로는 단순한 사각의 반복으로 보일지 모르나 감각적인 색과 풍부한 그라데이션으로 합쳐진 사각형의 조화는 음과 양, 연과 바람, 정신과 물질 등 생과 예술에서 깊은 의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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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옹 (1)

관계를 사유하다

서양화가 양해웅 개인전

서양화가 양해웅이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덕대 아정미술관과 10월 11일부터 31일까지 고흥 도화헌미술관에서 연이어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는 오랫동안 금속,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구조체를 만들고 표면에 회화를 입히는 방식을 구사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관계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추상적 언어로 담아낸 <관계의 사유> 시리즈 등 지난 수년간 제작한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양해웅은 중앙대 회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여수미술협회장을 역임하고 한국미술협회 이사와 에뽀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ditor’s Letter]

오래된 것이 좋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이다. 지금처럼 계절이 바뀔 무렵 풍경을 표현할 때 아주 적절한 수식어가 있다. 평소에 자주 쓰지는 않지만 조금씩, 틈틈이, 점차, 천천히, 차츰차츰 같은 뜻을 지닌 ‘시나브로’가 그것이다. ‘시–나–브–로’라고 발음할 때 오물거리게 되는 입술 모양새도 예쁘고 듣기에도 참 달콤하다. 받침 없는 글씨 또한 정감이 간다. 계절 뿐 아니다. 가끔씩 집에 있는 화분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고 거기에 매달린 이파리가 미세하게 넓어진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고양이에게 시달리면서도) 요란하게 티내지도 않고 묵묵히 꿋꿋하게 시나브로 저 혼자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약하게만 보이는 식물의 생명력이야말로  웬만한 동물을 능가한다.
이렇게 ‘시나브로’는 무엇보다 ‘자연’의 법칙과 섭리를 설명해주는 적절한 말이다. 새삼스레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새국어사전》에서 ‘자연’의 뜻을 찾아봤다. “①사람의 손에 의하지 않고서 존재하는 것이나 일어나는 현상(산·강·바다·동물·식물·비·바람·구름 따위) ②사람이나 물질의 본디의 성질. 본성(本性) ③철학에서, 인식의 대상이 되는 외계(外界)의 모든 현상을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더라. 나는 이런 자연을 동경하고 좋아한다. (다른 의미일지는 몰라도) 삶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자연스러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막상 세상을 살다보면 맘처럼 그렇지 못하다. 자연스럽기는커녕 부(不)-자연스런 경우가 훨씬 많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에 틀림없지만 현실에서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고 거역하며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 자연재해도 무섭지만 인간이 더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인사동 밤거리에서 눈에 익은 건물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1990년대 중후반 특히 동양화가들의 전시공간으로 각광 받았던 공평아트센터가 있던 건물이었다. 약간의 술기운도 있었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그 커다란 건물이 통째로 철거됐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적이었다. 서울에서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너무 쉽게 없어지고 너무 빨리 사라진다. 뭐든지 한곳에 진득하게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게 없다. 카페, 술집, 갤러리, 사람… 다 마찬가지다. 인사동에선 이제 관훈갤러리와 부산식당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세상이나 사람이나 모두 자연처럼 시나브로 변해갈순 없는 것일까? 나는 오래된 것이 좋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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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왼쪽 벽면 시계 없애주세요)김연수  소설가

소설가는 대개 부지런하지만 특히 성실한 작가로 알려진 그는 평소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는 안지미 이부록과 협업해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 오프닝에 맞추어 김연수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갤러리를 방문해 깊은 첫인상을 남겼다. 디자이너 안지미와는 동갑내기로 1990년대 말《  출판저널》 기자였을 당시 안지미가 잡지 디자인을 맡으면서 알게 된 오랜 인연이라고. 대표적인 저서로 소설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등과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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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렬김옥렬  2014강정대구현대미술제 전시감독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2014강정대구현대미술제>를 알차게 이끌었다. 디아크 내부에 설치된 전시과정 소개 기록사진, 영상 속 작가와의 인터뷰 모두 발로 뛰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매사에 중립적인 편이지만 전시기획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취재차 만난 그녀는 숨 쉴틈 없이 이번 전시기획에 대해 설명했고, 한국현대미술 현장의 이모저모에 대한 열변을 토했다. 그녀가 하는 미술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전시를, 그리고 블로그를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현재 아트스페이스펄과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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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강홍구  작가

사진작가이자 글 쓰는 작가.《  미술관 밖의 미술이야기1,2》 《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외 꾸준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언제 사라질지 모를 한국의 풍경을 렌즈에 담아 <녹색 연구>, <그집> 시리즈 등을 발표했고 수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2014>의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어에 그가 먼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고향인 신안군 섬마을의 추억을 담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전시를 풀어낸 맛깔난 그의 글이 독자들과 교감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