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Robert Frost의 시 The Road Not Taken중 발췌
로버트 프로스트는 자신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산책하면서 느낀 감상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소박하고도 목가적인 숲의 풍경과는 달리 시는 인생에서 매일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를 고민하게 한다. 선택과 포기의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우리는 ‘유행’이라는 강요받은 쉬운 길을 택함으로써 다수가 주는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미술계에서 유행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존중받아야할 작가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개성은 개인의 ‘취향’이 되어 유행의 대척점에 놓인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대중 매체와 SNS를 통해 다수의 선택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오늘날, 미술은 “큐레이팅”에 다시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한 작가와 작품이 왜 소개되어야 하고 그것이 커뮤니티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은 전시에 깊이를 더하고 작가와 관람자 모두를 존중하는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갤러리바톤의 이번 그룹전, 《Off the Beaten Track(당신이 가보지 못했던 길)》에서는 국제적 명성을 가진 여섯 명의 작가들을 소개한다. 바톤이 오랫동안 주의 깊게 살펴보며 그 행보에 집중해 왔던 그들은 페인팅,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그 독창성과 심미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바톤을 따라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한명의 여행자로서 각자의 길을 발견하고 취향을 향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전시전경
Jim Lambie
관람객을 처음 맞이하는 Jim Lambie의 설치 작품,
SUN NECKLACE, 2022
sunglass lens, lead came
148 x 244 x 4.5 cm
Victoria Morton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한 〈About Listening〉(2021)은 한 편의 실내악의 운율과 음의 고저, 청취자와의 상호 작용의 도해가 응축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형과 형상, 직선과 사선의 자유로운 표현은 화음과 불협화음을 오가며 서로의 영역을 즐겁게 침범하는 듯하다. 작가가 특정한 시기 동안 집중해온 감정의 시각적 분출과 같은 그녀의 화풍은, 오토마티즘의 현대적 해석으로도 읽히며 뚜렷한 직관성을 매개로 관람객에게 감각적이고 지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ABOUT LISTENING, 2021
oil on canvas
230 x 220 cm
Ji Xin
중국의 고전적 인물 화풍을 계승하고 이를 현대적 회화 언어로 재해석해왔던 작가는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과 이미지와 색채 간의 균형을 중시하며 전통적인 동양 미학의 형식을 적극 수용한다. 베르메르의 걸작과 같은 제목의 〈Girl with Pearl Earring〉(2022)는 서정적인 묘사에 충실하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미소 짓고 있는 여인의 옆모습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GIRL WITH PEARL EARRINGS , 2022
oil on canvas
40 x 30 cm
Matt Connors
색유리와 다양한 철골 구조로 여러 겹 중첩된 외부의 정경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은 입체적으로 표현된 흩뿌려진 점들과 결합하여 캔버스 전반에 생동감 넘치는 역동성을 가져온다. 적층 구조로 발현된 색들이 창조하는 공간감과 색 선들이 교차하며 캔버스에 부여하는 형식미는, 순수 추상의 영역에 창의적으로 접목한 미니멀한 구성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음미하게 한다.
ARDENT PARTNER, 2022
oil, acrylic and pencil on canvas
76.2 x 68.6 cm
Alex Dordoy
아르누보 시대의 광고나 디자인 이미지를 차용하여 새로운 맥락을 창조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색감과 구도에 따라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작 두 점을 선보인다. 작가 특유의 그래픽적이고 단순한 형태와 그림 안의 영화적인 구성이 대비되며 시적인 효과가 극대화된다.
THE INSTINCT OF FLIGHT, 2022
acrylic on canvas
90 x 60 cm
Noémie Goudal
고요한 열대 습지를 배경으로 야자수와 그것과 흡사한 외형의 장치가 수면 위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제목에서 유추되는 대로 ‘들숨(Inhale)과 날숨(Exhale)’의 인터벌에 따라 삐걱거리는 사운드가 덧입혀진 영상은 초창기 연극의 수동 무대장치를 연상시키며 기괴한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INHALE, EXHALE, 2021
single channel HD video, 8:16min, sound
Edition of 5 + 2AP
글: 문혜인
자료: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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