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확장’하는 사람들 ①
윤승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
이영민 매그 피알 앤 이미지 대표
이소영 미술 에세이스트, 미술 유튜버
4월 특집기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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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언제 끝나는가
윤승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전경 2026
전시는 어떤 ‘다른 몸’으로 확장되는가?
전시는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천, 수만 개의 몸’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전시의 기획 의도와 작가의 메시지를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매체에 맞춰 효과적으로 소구하고 궁극적으로 관람객을 전시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오늘날 관람 경험은 전시장 내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관람 전후로 다양한 플랫폼을 거치며 전시는 반복적으로 재맥락화되고, 각자의 감흥과 해석 속에서 다시 소비된다. 이는 전시가 물리적 공간을 넘어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다층적으로 확장되는 동시대적 특성을 보여준다.
예컨대 《소멸의 시학》 홍보 콘텐츠에 달린 “신선하다”는 기대 어린 반응과 “제목부터 난해하다”는 회의적 시선들, 그리고 지인을 태그하며 관람을 권유하는 행위는 전시를 사회적 네트워크 속으로 확산시킨다. 이는 또 다른 잠재 관람자의 인식을 자극하고 전시에 대한 호기심과 검증 욕구를 환기한다. 그 결과 전시는 관람 대상을 넘어 다양한 해석과 감정이 순환하는 하나의 ‘유통되는 경험’으로 기능한다.
전시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가?
대중이 전시를 처음 접하는 언론 기사나 SNS, 뉴스레터의 출발점에는 보도자료가 있다. 보도자료는 기획자의 초안을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과 일반 독자의 관점에서 다시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기획자가 선택한 단어나 표현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난해할 경우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거나 생략되기도 한다.
가능한 한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려 노력하지만, 모든 표현을 단순화하지는 않는다. 현대미술에서는 단어 하나가 품은 뉘앙스와 개념적 결이 중요한 만큼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의미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각자의 해석과 감흥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것, 그것이 전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태도라고 본다. 모든 일에 항상 결론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다.
전시 홍보에서 지키고자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전시 기획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되 언론과 대중의 시각에서 홍보 포인트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통합홍보마케팅회의를 열어 기획자의 언어를 직접 듣는 과정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전시 발의부터 작품 선정, 전시장 동선과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시에 대한 브리핑을 듣는 홍보 담당자는, 사실상 사전 정보 없이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과 가장 유사한 위치에 놓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단서들이 포착된다. ‘지금 이 전시를 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여야 하는가?’,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에 대한 방향성이 여기서 정리된다. 정보 전달은 기본이다. 여기에 관람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카피와 티저 영상이 더해져야 하지만, 단순히 논란을 유발하기보다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열린 구조를 지향하고자 한다.

《론 뮤익》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관람 장면 2025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오늘날 전시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전시의 ‘소비기한’이 있다면 언제까지라고 생각하는가?
스마트폰과 SNS가 없었다면 전시의 잔상을 각자의 기억 속에만 간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개인의 기억은 타인과 연결되며 ‘나만의 추억’은 ‘공유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타인의 사진첩 속 이미지와 언어로 정리된 소감을 들여다보며 전시를 다시 떠올리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전시는 관계 속에서 순환하는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한편 오늘날 미술관은 전시 관람을 넘어 일상과 맞닿은 복합적인 경험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진을 남기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이미 종료된 전시조차 SNS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공유된다면 전시는 더 이상 물리적인 시간에 갇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시의 소비기한은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윤승연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수학했다. LG전자 홍보팀을 거쳐 카카오다음과 CJ푸드빌 전략마케팅팀에서 근무했으며, 2016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이영민
매그 피알 앤 이미지 대표

《안도 타다오-청춘》뮤지엄 산 전시 도록 친필 사인 현장 2023
안도 타다오(왼) 이영민 대표(오)
전시는 어떤 ‘몸’으로 확장되는가?
전시는 보통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경험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시가 열리는 순간부터 다양한 언어와 매체를 통해 다른 형태로 확장된다. 서문과 보도자료는 전시의 맥락을 정리하는 텍스트가 되고, 기사와 인터뷰는 전시를 사회적 담론 속으로 이동시키는 서사가 되며, SNS 이미지는 그 감각을 압축해 전달한다. 전시는 고정된 형태라기보다 계속 변형되는 유기적인 구조에 가깝다.
PR은 이 변화의 과정에 개입하고 조율하는 일이다. 전시의 의미를 새로운 언어로 해석하고 더 넓은 층위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전시는 공간에서 시작되지만 미디어와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살아 움직이며, 전시장 밖에서 비로소 진짜 ‘몸’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메시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미술계 내부의 전문 언어와 대중이 이해하는 언어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틈이 있다. 작가나 큐레이터의 언어는 미술사적 맥락과 이론적 배경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밀도가 높다. 이것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시 설명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PR에서의 번역은 바로 그 간극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술적 표현은 다소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전시는 대중의 삶과 연결되는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어려운 담론 속에 있던 메시지가 보다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다가오는 지점을 풀어내는 것이다.
뮤지엄 산에서 열린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가 좋은 사례다. 건축 이론 중심의 접근 대신, 독학 건축가이자 복서 출신이라는 안도 타다오의 서사를 통해 한 인물이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확장했다. 그 결과 건축 전시임에도 일반 관람객과 학생들에게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전시의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 이렇듯 예술의 전문적인 언어를 사회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재서술해 더 넓은 세계와 연결하는 것, 그것이 예술 PR의 중요한 역할이다.
전시 홍보에서 고민하게 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관람을 유도하는 메시지와 전시 본래의 의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홍보는 사람들을 전시장으로 오게 만들어야 하기에 때로는 전시의 매력을 강조하는 표현이나 흥미로운 문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시의 의미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자극적으로 변주하면 본질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하나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언어는 명료하되, 사유는 가볍지 않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되,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적 깊이와 맥락은 유지하려 한다. 홍보 문장은 직관적이고 간결해야 하지만, 그 안에는 전시가 가진 사유의 밀도 또한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전시는 홍보 이후에도 살아남는가? 전시의 ‘소비기한’이 있다면 언제까지인가?
전시는 폐막과 함께 물리적으로 종료되지만, 기사, 인터뷰, 아카이브, SNS 같은 기록들은 이후에도 다시 공유되고 해석되며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모든 전시가 오래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메시지와 강한 경험을 남긴 전시만이 시간을 견뎌낸다. 결국 전시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관람객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남기는가에 달려 있다.
프리즈 서울 홍보 당시 아트페어를 미술 행사에 머물지 않고 ‘도시 문화의 플랫폼’으로 정의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갤러리와 컬렉터 중심의 이벤트를 넘어 서울이 아시아 문화 허브로 확장되는 계기임을 강조했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매체까지 커뮤니케이션 범위를 넓혀 도시경험 전반을 함께 이야기했다. 이처럼 전시가 한 시기의 이벤트로 휘발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도록 돕는 것, 전시가 남긴 경험을 사회적 언어로 번역해 더 오래 기억되도록 만드는 것이 예술 PR의 역할이며, 매그(MAG)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이영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했다. 문화·예술 및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분야 PR 에이전시 매그 피알 앤 이미지(MAG PR & Image) 대표로, 현재 프리즈 서울 홍보 총괄을 맡고 있다. 화이트 큐브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퐁피두센터 서울 등 주요 문화 기관과 LG 구겐하임 어워드, 디자인 마이애미 등 예술 프로젝트 홍보를 진행했다
이소영
미술 에세이스트, 미술 유튜버

이소영 인스타그램 @artsoyounh 게시물 스틸 이미지
전시는 어떤 ‘몸’으로 확장되는가?
전시는 결국 기억될 때 비로소 유효해진다. 전시장에 머무는 시간은 짧고, 그 공간의 공기나 빛, 작품 사이의 거리감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를 본 뒤 유의미하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기록을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에 산발적인 단상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 이를 정리해 블로그에 긴 글로 옮기며, 어떤 전시는 영상으로까지 기록한다.
글은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고, 영상은 그날의 시간과 분위기를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둔다. 나는 이것을 전시가 다른 ‘몸’을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는 전시장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과 영상이라는 몸, 그리고 그것을 읽고 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렇게 전시는 내 몸을 거쳐 기록되고, 시간이 지나도 언제든 불러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전시를 콘텐츠로 옮길 때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가?
전시의 구성이나 맥락, 공간의 분위기까지 상당 부분 설명이 가능하지만 끝내 전달되지 않는 것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의 실존적인 감각이다. 작품 앞에 서 있을 때 느끼는 크기나 공기, 긴장감이나 주변부의 소리 같은 것들은 결국 각자가 직접 경험해야 하는 영역이다. 아무리 많은 글과 콘텐츠가 있어도 실제 관람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세상의 모든 전시를 직접 볼 수는 없다.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며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하듯, 누군가 내 콘텐츠를 통해 전시를 접한다면 현장의 감각을 모두 담아내진 못하더라도 경험의 상당 부분은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콘텐츠에 달리는 댓글을 통해 서로의 감상을 나누다 보면 전시 콘텐츠는 감상 토론장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그래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평범한 포인트보다 독창적인 지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대중 미술 콘텐츠는 소위 ‘후킹 포인트’가 전혀 없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자극적이어도 채널의 색깔과 맞지 않기에 일종의 ‘재기획’ 과정을 거친다. 호암미술관 김윤신 회고전을 ‘태어나서 조각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전시’로 정의하는 식이다. 또 사진과 메모를 바탕으로 대본을 쓰되 어려운 용어는 되도록 제외한다. 생활 언어가 아닌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바로 관람객을 가로막는 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2026년 1–3월 전시 추천/ KYNE 키네 한국 첫 개인전/
신세계갤러리” 유튜브 채널 ‘아트메신저 이소영’ 영상 스틸 컷
전시를 소개하는 콘텐츠 제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세 가지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첫째는 ‘현장성’이다. 작품 앞에서 함께 수다를 늘어놓듯 그 공간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싶다. 가르치는 느낌 없이 관람의 감각을 나누는 방식은 미술에 대한 문턱을 낮춘다. 둘째는 감상에 집중하게 돕는 방식이다. 한때는 내 음성 설명이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했지만 운전하며 듣는 분들을 위해 음성을 넣고, 청각이 불편한 구독자의 요청으로 자막도 최대한 챙긴다. 셋째는 이해를 돕는 미니 강의다. 큰 기획전이나 회고전은 설명을 충분히 곁들인다. 2019년부터 세 차례 현장에서 소개한 베니스비엔날레 영상 동선을 따라 전시를 보았다는 후기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전시의 첫 번째 관람객은 결국 나 자신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가 보고 좋다고 느낀 전시를 먼저 소개하려 한다.
전시 경험은 어떻게 확장되는가? 전시의 ‘소비기한’이 있다면 언제까지인가?
실제로 방대한 양의 비엔날레나 아트페어를 요약해 포인트를 짚어주면 대중의 반응이 즉각 온다. 대부분 “나의 시행착오를 이소영 채널이줄여준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 영상을 보고 직접 전시장에 가서 작품 소장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론 뮤익을 설명하는 50분짜리 긴 영상이 전시 전후로 유익했다는 댓글도 많았다.
좋은 전시의 소비기한은 결국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며 깨달은 것은 미술사가 결국 ‘전시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조선미술전람회부터 광주비엔날레에 이르기까지 지나간 중요한 전시들은 기록과 연구, 다양한 해석을 통해 끊임없이 다시 읽힌다. 전시는 물리적으로는 끝나지만 누군가의 기억과 기록 속에서 더 긴 시간으로 이어진다. ‘아트메신저’로서 전시를 소개해 온 나의 일 역시 전시의 소비기한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붙잡아 두기 위한 나름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이소영
한양대 미술교육 석사, 홍익대 미술사 석사를 졸업했다. 조이뮤지엄 및 현대미술교육연구소 빅피쉬아트 대표로, 유튜브 채널 ‘아트메신저 이소영’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하루 한 장 인생 그림』(2022), 『그림 읽는 밤』(2021),『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2020),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2018)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