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의 장면을 ‘재구성’하는 사람들 ②

조준용 사진가
이종철 소농지 대표

4월 특집기사 ②

조준용
사진가

《양유연: 그 사이에서 빛난 후》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전시 전경 촬영 스틸 컷 2023

전시 전경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공기와 공간의 분위기가 사진이라는 시각 데이터로 기록된다. 이때 사진가의 관점에서 전시는 촬영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된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전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현장을 관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메라와 렌즈라는 광학 장치를 통해 기록되는 이미지는 어느 정도 왜곡과 변형을 수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과 전시를 보이는 그대로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바로 그 지점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직접 보는 방식과는 달리 사진은 특정 요소를 선택하고 집중시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촬영을 할 때 우선 실제 전시 현장에서 작품과 공간을 함께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가능한 한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하면서도 작품과 전시 공간의 관계가 사진이라는 형식 안에서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시는 기록을 넘어, 사진이라는 매체 안에서 작품과 공간의 관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미지로 정리되어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전시 전경 촬영은 물리적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를 하나의 이미지로 번역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공간의 경험 가운데 사진 속에서 탈락되는 요소가 있는가 하면, 구도나 프레이밍 등을 통해 치환되거나 새롭게 의미도 생겨나는 것 같다. 전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롭게 만들어진다고 느끼는지 듣고 싶다. 전시 사진은 어디까지 기록이고 어디부터 해석인가?
보통 기획자나 작가의 요청을 받아 촬영을 진행하기 때문에 어떤 사진을 추가하거나 제외하는 선택을 직접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촬영한 사진은 모두 수정해서 전달하려고 한다. 그 이후 기획자나 작가가 이미지 선택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촬영 과정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시가 사진을 통해 어떻게 더 잘 드러날 수 있을지에 대해 기획자나 작가와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 전시 공간의 환경이 사진 촬영에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사진으로 보다 잘 기록될 수 있는 임시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조정은 전시 공간의 분위기나 기획 의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전시를 새롭게 해석하거나 번역하기보다는 전시가 이후 출판이나 아카이브의 형태의 플랫폼에서 어떤 이미지들이 필요할지를 염두에 두고 최대한 많이 촬영하는 편이다.

《이혜인: L.Practice》 뮤지엄헤드 전시 전경 촬영 스틸 컷 2022

전시 전경 촬영은 도큐멘테이션뿐만 아니라 전시의 인상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촬영할 때 특히 고민하는 지점이나, 스스로 지키려고 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경계하는 지점이 있다면 알려달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전시는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는 가능한 한 다양한 앵글과 충분한 컷 수를 확보하려고 한다. 나는 전시 전경 촬영을 오래 해 왔지만 특히 대안공간의 전시를 많이 촬영했다. 그런 전시들은 작품과 공간이 실험적으로 변형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촬영할 때 놓치는 부분이 없기 위해 나름의 순서를 두고 진행한다. 먼저 관람객이 전시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점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그다음에는 전혀 다른 시점에서 앵글을 잡아 촬영한다. 이렇게 하면 기본적인 관람 시점과 함께 보다 특이한 시점의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흥미로운 장면이나 예상하지 못한 좋은 이미지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작품과 공간의 관계가 사진 안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 하는 점이다. 전시는 개별 작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배치와 동선, 공간의 구조가 함께 기획되고 설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작품을 강조하기보다는 전시 전체의 구조나 흐름이 사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둔다.

또 전시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연출하거나 과장하는 방식은 경계하려고 한다. 사진이 전시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실제 전시가 가진 인상과는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전시가 가진 빛과 공간의 조건 안에서 그 인상이 잘 드러나는 순간을 찾으려고 한다. 결국 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미리 정해진다기보다는 촬영 과정에서 다양한 시점을 확보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CJY ART STUDIO 인스타그램

전시는 폐막과 함께 물리적으로 사라지지만, 전경 사진과 아카이브 이미지는 이후 기사, SNS, 도록,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계속 유통된다. 사진을 통해 유사 관람의 경험이 만들어진다면, 전시의 소비기한은 언제까지라고 생각하는가?
나 역시 작가로서 개인 작업과 전시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많은 미술 작가들과 전시가 끝났을 때 느끼는 허무함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시 이후 사진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대안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경우가 있다.

보통 전시 전경 사진은 전시가 시작되면 홍보 이미지로 사용되고,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도록이나 출판물의 형태로 남는 경우가 많다. 내 작업실 외장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전경 사진의 용량만 해도 약 20TB 정도 된다. 원본과 수정본을 모두 포함한 양인데, 현실적으로 전시가 끝난 이후 이 사진들이 다시 사용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원서를 위한 포트폴리오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끔 작가가 사진을 분실했을 때 다시 요청하는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 기록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시는 물리적으로는 기간의 종료와 함께 사라지지만 사진은 그 전시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가장 구체적인 시각적 단서로 남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연구나 출판, 혹은 작가의 작업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에서 전경 사진은 전시의 구조와 작품의 배치, 공간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시 사진이 전시의 시간을 직접 연장한다기보다는 전시가 존재했던 시간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기록의 형태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전시는 끝나지만 사진은 그 전시의 장면과 구조를 이후의 시간 속에서 다시 참조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가 된다고 본다.

*조준용
미술 전문 촬영 스튜디오 CJY ART STUDIO 대표이자 
사진가. 서울예대 사진과 및 골드스미스 파인아츠 석사를 졸업했다. 개인전 《Holy Motors》(더 소소, 2024) 외 다수 전시를 개최했으며, 2015년 아마도사진상을 수상했다


이종철
소농지 대표

안규철 스튜디오 방문 영상 스틸 컷
https://www.youtube.com/watch?v=zg9f_3eX3RU

전시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재구성된다고 생각하는가?
전시 자체에 대한 소개나 감상은 리플렛이나 도록, 전경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 제공되고 있다. 그래서 영상 작업을 할 때는 전시장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작가가 어떤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혹은 전시가 설치되는 과정 같은 장면들이다. 관람객은 보통 완성된 전시만 보지만,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작가의 작업 환경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이면의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줄 때 관람객은 전시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영상은 전시를 기록하는 데서 그치기보다는, 전시 주변의 맥락이나 과정까지 함께 보여주는 방향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영상은 전시를 단순한 기록 이미지가 아니라 또 다른 서사와 맥락을 가진 콘텐츠로 확장시키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SeMA 옴니버스 전시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티저 영상 스틸 컷 2024

전시를 영상 콘텐츠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사진이 비교적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매체라면, 영상은 개입의 정도가 훨씬 큰 매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을 쓰는지, 컷을 어떤 속도로 편집하는지, 어떤 장면을 강조하는지에 따라 전시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할 때 먼저 기획자나 큐레이터와 영상의 전체 방향을 상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전시는 힙합 음악을 사용해 빠른 컷 편집으로 구성하기도 하고, 어떤 전시는 클래식 음악을 사용해 작품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음악과 편집 방식이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영상의 리듬과 장면 선택도 달라진다. 그런 요소들이 전시의 인상을 영상 안에서 새롭게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상에서는 많은 요소가 탈락하기도 한다. 모든 작품을 동일한 비중으로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작품은 짧게 지나가고 어떤 장면은 더 길게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 영상이 전시의 완전한 아카이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사진이나 도록, 글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영상은 그 사이에서 전시의 분위기와 흐름을 전달하는 또 다른 방식의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의 수명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고수하는 원칙이나 경계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영상 속에서 작가나 전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감정적인 연결이 생기기를 바란다. 사람이 등장하거나 작가의 목소리와 행동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으면 관객이 그 인물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터뷰 영상이나 작가를 촬영하는 작업에서는 가능한 한 그 사람의 매력이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도록 편집하려고 한다.

사실 관객은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 작가의 태도나 말하는 방식 같은 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상을 본 사람들이 ‘이 작가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그 이후 전시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상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작가와 관객 사이에 작은 호감이나 연결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의 소비기한은 언제까지라고 생각하는가?
전시 영상이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는다고 느끼는 편이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제작한 영상을 보고 연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영상은 제작된 지 오래됐는데도 그 영상을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에 한 번 올라간 영상은 특정 시기에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누군가는 작업을 의뢰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찾다가 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특정 작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영상을 보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전시 영상이 임의의 시점에 다시 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상이 전시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연장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온라인에 남아 있는 이상 언제든 다시 발견되고 참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은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매체라기보다, 전시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기록이라고 본다.

이종철
소농지 대표. 소농지는 ‘작은 밭’이라는 의미처럼, 작가와 관객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영상으로 만들어내며,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페어 등 다양한 예술기관의 영상 제작을 하고 있다

2026년 4월호 (VOL.495)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