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웃들: Somewhere over the Yellow Sea》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8.30~10.31 목포시, 진도군, 해남군 등 전남 일원
강재영 기자
Preview
정선〈인왕제색도〉(영인본) 지본수묵 79.2×138.2cm 1751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수묵(水墨)은 전라남도라는 지정학적 조건 아래에서 전통의 혁신과 재료의 확장으로 기존 인식의 한계를 넘고 새로운 부흥을 맞이할 수 있을까? ‘문명의 이웃들’이란 주제로 8월 30일 개막을 앞둔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미리 본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지난해 10월 윤재갑 전시 기획자를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남, 진도, 목포에서 펼쳐지는 이번 비엔날레는 전라남도를 ‘황해문화’라는 해양문화, 즉 바다의 시작에 두고 바라보는 가운데 고정관념 속 수묵의 경계를 탈피하고 질적, 양적 전환을 꾀하고 있다. 윤재갑 총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품은 주제의식과 관람 포인트를 들어보았다.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8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해남, 진도, 목포를 무대로 펼쳐진다. 4회차를 맞이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동아시아 예술 전통인 수묵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시도다. 총 20개국 83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제목 아래, 대륙 중심의 문명 서사에서 벗어나 황해를 둘러싼 해양 문명권의 교류와 상호성을 조명한다. ‘황해를 둘러싼 감각의 문명사’를 수묵이라는 매체로 탐색하는 기획이다.
올해 비엔날레의 핵심은 ‘수묵의 확장과 실험’이다. 전통 회화 기법에 머물지 않고, 수묵을 동아시아 고유의 존재론과 조형 감각을 담은 예술 언어로 재조명한다. 전통 수묵의 정신성과 동시대 예술의 실험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수묵을 통해 아시아의 정신성과 철학을 담아내는 경계를 넘어선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다.
전시는 해남–진도–목포 세 지역의 지리적·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나팔관 구조로 이어진다. 해남은 수묵의 ‘뿌리’를 탐색하는 공간이다. 고산윤선도박물관에서는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1710),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1751)를 비롯해 다산 정약용, 김환기 등의 대표작이 함께 전시된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 수묵화가 지닌 사실성과 철학적 기반을 보여준다.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서는 구성연, 로랑 그라소, 린타로 하시구치 등의 작품을 통해 전통 수묵 정신을 현대적 매체로 확장하는 실험이 펼쳐진다. 다도·향도·화도 등 동양 전통의 예술 개념이 다양한 시각 언어로 재구성된다. 특히 로랑 그라소의 〈과거에 대한 고찰〉(2021)과 린타로 하시구치의 〈The Disk Shoot Me〉(2024)는 동양적 사유를 시각화한 대표작으로 주목받는다.
윤두서〈자화상〉(영인본) 지본수묵 38.5×20.5cm 1710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진도는 수묵의 ‘줄기’로서, 남종화의 맥을 이은 허련의 운림산방이 자리한 지역이다. 소전미술관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1844), 석파 이하응의 〈묵란도〉(1891), 소전 손재형의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탁본〉(1956) 등을 통해 문자의 조형성과 필획의 감각을 중심으로 수묵과 서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가 마련된다. 남도전통미술관은 수묵의 색채 실험과 추상성을 다룬다. 고암 이응노의 〈군상〉(1986), 박생광의 〈무속 5〉(1982), 소정 황창배의〈무제〉(1987) 등은 전통 수묵이 감성적 추상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강렬한 색채 대비와 표현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공간 연출이 인상적이다.
목포는 수묵의 ‘세계화’를 주제로 한 실험의 장이다.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일본 미디어아트 콜렉티브 팀랩(teamLab)의〈Memory of Waves〉(2024)가 주목된다.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은 수묵의 여백과 흐름, 기운생동의 개념을 빛과 영상, 공간의 흐름으로 번역한다. 수묵의 유동성과 무상성이 테크놀로지를 통해 감각적으로 구현된다. 파라스투 포로우하르의 〈Written Room〉(2012~)은 전시 공간 전체를 페르시아어 파시(Farsi)로 써넣는 설치작업이다. 작가가 현장에서 손수 그려 넣는 이 작업은 전시 종료와 함께 소멸되며, 수묵이 가진 여백의 긴장감과 무상성, 행위예술로서의 본질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읽히지 않는 문자들이 공간을 지배하며 정치적 기억과 권력의 잔존을 시각화한다.
목포실내체육관 전시는 수묵을 통해 동시대 이슈를 다룬다. 기후 위기, 젠더, 이주, 정체성 등의 현대 담론이 수묵이라는 전통적 매체 안에서 재해석된다. 대표 참여작가인 사와무라 수미코는 종이와 붓, 먹과의 관계를 신체를 통해 매개하여 평면적 해석에서 나아가 시간 공간을 작품에 의미에 수행적으로 결합한다. 동시대 미술로서 서예의 가능성을 내면성과 수행성 탐구로 이어가는 그의 작업을 비롯하여, 미디어, 오브제, 사운드로 확장된 작업들은 수묵이 오늘을 감지하는 감각적 예술 언어로 확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사와무라 수미코〈I Always Wonder〉종이에 수묵 180×288cm 2023
제공: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동양의 조형 언어를 기반으로 한 세계 유이한 비엔날레다. 이번 비엔날레는 동아시아 수묵의 철학이 서구 중심 시각예술 문법을 어떻게 교차·전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실험장이 될 것이다. 2025년 가을, 전남의 산과 바다, 도시가 수묵이라는 존재론적 예술 언어를 통해 ‘문명의 이웃들’을 다시 상상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한편 전라남도는 수묵비엔날레의 지속성과 국제화를 위한 기반으로 ‘전남수묵비엔날레아트센터’를 목포 용해동에 건립 추진 중이다. 2027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중인 이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수묵 중심의 K-컬처 확산과 창작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단발성 행사를 넘어 전통의 기억 위에 새로운 감각과 언어를 생산하는 학술·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하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윤재갑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
1968년 출생,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중국 베이징 CAFA 미술사학, 인도 타고르대 인도미술 수학. 뉴욕 아라리오 갤러리 총괄 디렉터(200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2011),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2016), 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관장(2012~2024) 역임. 대전 이응노미술관 국제전 《산수–억압된 자연》 공동기획(2019)
국내외 비엔날레와 구별되는 전남수묵비엔날레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그간의 평가가 부담일 것 같다.
전 세계에 수백 개의 비엔날레가 있지만, 수묵을 주제로 한 비엔날레는 전남과 중국 선전 두 곳에서 진행중이다.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공산당이 주도하여 폐쇄적이다. 작가들도 그 경력을 공식 프로필에서 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큐레이터 주도의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비엔날레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잠재력이 크다.
이번에는 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고 봤다. 전시기획뿐 아니라, 수묵 전문 미술관 설립도 제안했다. 거기서 학술 연구와 전시, 레지던시가 함께 간다면 ‘수묵’을 확장하고 현대화하는 세계 유일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감독께서 생각하시는 ‘수묵화’의 정의가 궁금하다.
수묵은 본질적으로 ‘물에 녹는 안료’를 사용하는 매체다. 유화가 기름과 섞이는 안료를 사용하는 것처럼. 그래서 흑백 수묵화뿐 아니라 채색화도 수묵에 당연히 포함된다. 예를 들어 박생광의 작품도 수묵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수묵을 너무 ‘관념화’해 왔다는 거다. 석도의 일획론, 삼원법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데, 사실 이건 칸트의 선험적 상상력보다도 더 관념적이다. 나는 관념에서 벗어나서 생각하고 싶다.
서양 미술은 종교화 중심으로 발전했다. 완전한 신을 대상화하여, 불완전한 인간과 신의 관계로 올바른 정신을 규정하려 했다. 동양은 달랐다. 신 대신 자연을 대상화했다. 도교의 노장사상은 인간 중심에서 벗어난 자연 중심의 사유를 강조했다.
그렇다고 동양이 꼭 자연만 중심에 두었다 하기도 어렵다. 수묵이 동양적 ‘자연 중심주의’의 표현이라는 통념도 의심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수묵산수화는 자연을 ‘해체하고 조립해서 다시 그리는’ 회화다. 이건 입체파와 다를 바 없다. 진경산수라는 개념도 실경이 아니라, 기억과 구조에 기반한 재현이다. 그러니까 수묵은 단순히 여백의 미라든지, 정신성이라든지, 그런 관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수묵은 매우 분석적이고 현대적인 회화일 수 있다.
지금은 팬데믹, AI, 비인간 행위자들이 등장하면서 인간 중심주의 철학은 벽에 부딪혔다. 이 상황에서 수묵 정신이란, 오히려 기존의 중심주의와 구분 짓기보다는 관념의 잔재들을 지우고 새로운 사유의 틀을 열어주는 방법론일 수 있다. 나는 수묵을 ‘새로운 감각의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팀랩〈Memory of Waves〉6채널 디지털 작업 2024 ©teamLab
제공: Ikkan Art LLC,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수묵화에 대한 이와 같은 재해석이 작가와 작품 선정에도 반영되었나?
수묵이란 게 과거에는 지배계급 중심의 유일한 회화 양식이었다. 선비 문화, 봉건 사회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다르다. 정선이나 윤두서 같은 이들이 오늘날에 살아 있었다면 분명히 설치작업도 하고 미디어아트도 했을 거다.
이번 작가 선정에서는 ‘수묵 정신’을 지금 시대의 언어로 확장하고 있는 이들에 주목했다.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수묵의 미학과 사유 구조를 계승하고 있는 작가들을 포함시켰다. 재료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확장된 수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수묵을 상상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주제를 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
‘문명의 이웃들’은 1997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주제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해외를 누비던 2000년대 초반,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북한,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지목했다. 그에 맞서 ‘평화의 축(Axis of Peace)’을 타이틀로 전시를 기획했고, 그 전시의 부제목이 바로 ‘문명의 이웃들’이었다.
비록 전시는 무산됐지만, 그 개념은 계속 나에게 남아있었다. 아시아에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타자로 인식하는가? 서구만을 타자로 설정하는 게 아니라 중국 역시 타자로 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황해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다양한 민족과 문명의 교류, 바로 그 유동성 속에서 새로운 아시아적 상상력, 새로운 수묵의 가능성이 열린다. ‘문명의 이웃들’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함축하고 있는 메타포다.
황창배〈무제〉한지에 혼합재료 183×425cm 1987
제공: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타자로서의 중국’이라는 개념을 더 자세히 듣고 싶다.
포스트콜로니얼 담론에선 늘 서구를 ‘타자’로 지목해 비판한다. 인도에 있을 때 느낀 건, 인도 안에서도 또 다른 식민성이 작동한다는 거다. 방글라데시, 네팔, 부탄 같은 주변 국가들은 인도 내에서 또 다른 ‘타자’ 취급을 받는다. 즉, 지배-피지배 구조가 다층적이다. 우리가 중국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면, 동아시아 담론 자체가 중국 중심주의에 종속될 수 있다. 중화주의는 ‘원중국’과 ‘대중국’으로 나뉜다. 순수한 한족 중심의 문명과, 몽골·만주족 같은 이민족이 세운 확장된 제국이 있다. 지금의 중국은 이 둘을 결합한 ‘중국몽’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전통을 고수하고, 정치적으로는 대륙을 확장하려는 이중 전략이다. 이런 시각에서 수묵을 중국의 전유물로 보려는 경향도 있다. 문화는 공유재다. 중국도 타자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아시아의 다핵 구조, 새로운 수묵이 시작될 수 있다.
수묵의 중심으로서 ‘남도’라는 장소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까?
먼저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 후기 수묵 정신의 뿌리가 남도에 있다. 해남은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장소에 공식 포함됐다. 공재 윤두서가 일가를 이루고 정주했던 해남 녹우당,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했던 다산초당, 강진 백자, 한옥 건축, 가사문학까지, 종합적인 예술과 학문이 함께 꽃핀 곳이다. 윤두서 〈자화상〉,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등을 보면, 조선 후기 회화의 결정적인 지점이 이곳에서 형성됐다. 정약용이 500권이 넘는 책을 남긴 것도, 그 배경엔 윤씨 가문의 지원이 있었다. 녹우당 하인들이 책을 짊어지고 유배지까지 오갔다고 한다. 지금도 녹우당에는 7800점이 넘는 문서와 지도, 지류가 남아 있다. 제대로 정리되면 한국학의 지형이 바뀔 거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이곳의 사유가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도를 대륙 중심이 아닌, 바다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 목포가 배꼽에 있다. ‘상하이에서 닭이 울면 목포에서 들린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황해와 연결돼 있다. 남도는 단지 수묵의 고향이 아니라, 아시아의 예술적 상상력이 물결치던 출발점이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장소적 사유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흔히 ‘문명’ 하면 대륙 중심으로 생각한다. 나는 지중해 문명처럼 ‘바다를 매개로 한 유동적 문명’을 상상했다. 유럽의 지중해 문명이 기독교, 정교, 이슬람을 모두 품었듯, ‘황해문명’도 그렇다.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까지 다양한 민족과 종교, 언어, 예술이 이 바다를 통해 교류했다.
‘황해문명’ 혹은 ‘동북아지중해문명’이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황해는 지질학적으로도 흥미로운 곳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해빙기가 오면서, 황하, 양쯔강, 압록강, 영산강 등 모든 강이 황해로 흘러들었고, 수많은 퇴적물이 이곳에 쌓였다. 그 퇴적 속에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흔적이 어려있다. 이건 단순한 지리적 의미를 넘어, 아시아 문명의 유동성과 다핵성을 설명하는 기반이다.
이번 전시의 부제를 ‘황해 너머 어느곳(Somewhere over the Yellow Sea)’으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륙문명이 아니라 해양문명으로서의 동아시아를 보자는 거다. 이것이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주제를 떠받치는 핵심 개념이다. 하나의 중심이 아닌, 여러 개의 중심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하는 구조. 이게 내가 구상하는 ‘황해문명’의 사유다.
전시가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추천하는 관람 동선이 있다면?
이번 전시는 하나의 울림통에서 시작해서 퍼져나가는 ‘나팔관’ 형태로 구성되었다. 해남-진도-목포를 따라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 구성했다. 조선 후기 수묵 정신의 뿌리인 해남 녹우당에서 출발하여, 진도에서는 박생광 서세옥 이응노 송수남 황창배 등 근현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줄기로서 수묵의 현대적 맥락을 조명한다. 목포에선 수묵 정신을 세계로 확장한다. 글로벌 수묵 작가들을 초청해, 남도에서 출발한 사유가 황해문명을 매개로 세계와 연결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외국 작가 비중도 의도적으로 늘렸다. 수묵은 한국, 중국,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이제는 글로벌한 감각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다양한 지역의 작가들이 수묵 정신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문을 넓혔다. 전통이라는 건 닫힌 문이 아니라 열려 있는 문이어야 한다.
세 지역은 각기 다른 시공간적 층위를 가지고 있다. 관람은 한쪽 방향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시대와 지역 간의 울림을 느끼며 여정을 따라가듯 보는 걸 추천한다.
월간미술 독자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월간미술은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전통 있는 매체다.『계간미술』시절부터 탐독해왔다. 이런 매체가 계속 존재해야 한다. 빠르게 사라지는 정보 속에서 천천히 읽고 곱씹는 언어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이번 비엔날레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수묵은 단지 동양화의 일부가 아니다. 하나의 사유이자, 문명에 대한 성찰이고 존재에 대한 언어다. 월간미술 독자라면 이 부분에서 큰 흥미를 느끼실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가 한국미술 담론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여러분이 이 흐름을 함께 만들어주시길 기대한다.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