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월간미술대상
성곡미술관 2025.12.1
황수진 기자
Sight&Issue

제21회 월간미술대상 시상자·수상자 및 운영위원
심의 기준과 시상 구조 재정비
월간미술(대표 이기영)은 2025년 12월 1일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제21회 월간미술대상 시상식에서 작가 부문에 김범, 비평 부문에 안진국, 전시 부문 최우수 전시로 아트선재센터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2025)를 비롯한 우수 전시 10개를 시상했다. 아울러 ‘널 위한 문화예술’ 과 협업해 ‘관람객이 선정한 화제의 전시’ 부문을 신설하고,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의 ‘ACC 미래상: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 등 ‘Top 5’ 전시를 함께 호명했다. 새해 『월간미술』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시상 시기와 심의 기준을 재정비하는 한편, 전문가 심사와 관람객 참여를 병행하는 구조를 도입한 점이 이번 시상식의 주요 변화다.
제21회 월간미술대상에서는 각 부문별 심의 기준을 보다 선명하게 조정했다. 작가 부문은 중진 이상 작가 가운데 이미 일정한 성취를 축적했으며 그 성과가 일회적 조명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의 전개와 행보가 지속적으로 기대되는 작가에 무게를 두었다. 비평 부문 역시 동시대 미술 담론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글쓰기와 활동의 지속성에 주목했다.
『월간미술』 지면 안팎에서 일관된 주제의식과 비평적 언어를 장기적으로 형성한 비평가의 행보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고려됐다. 전시 부문은 추천 단계부터 국공립·사립미술관은 물론 소규모 공간과 지역 전시까지 폭넓게 포괄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전시의 규모나 관람객 수보다 시의성에 부합하는 문제의식과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기획력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자리했다.
시상 시기와 심의 대상 기간을 조정한 점도 이번 회차의 변화다. 그간 8월에 개최되던 시상식은 전년도 4월부터 당해 연도 6월까지의 전시를 대상으로 삼아 한 해의 흐름을 온전히 아우르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녀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21회부터 시상식을 연말로 옮기고, 9월까지 개최된 전시로 심의 대상을 확대했다. 한 해 동안 가장 두드러진 활동과 파급력을 보여준 작가, 비평가, 전시를 보다 적확하게 호명하려는 조정이다.
제21회 월간미술대상 심사는 추천과 심의의 두 단계로 진행됐다. 추천위원회에는 2024년 전시 부문 최우수 전시를 수상한 최상호 부산현대 미술관 학예연구사를 비롯해 고원석 남선우 이문정 정헌기 현시원이 참여했으며, 심의위원회는 기혜경 안소연 심상용 심지언 변종필 으로 구성됐다. 작가와 비평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 원이, 전시 부문 최우수 전시에는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작가 부문 수상에 김범
작가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범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출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미술과 이를 둘러싼 관념과 규범을 유머러스하게 반문하는 개념 미술 작업을 이어왔다. 1990년대부터 한국 동시대 미술의 주축으로 활동해 온 그는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 13년 만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을 열어 그간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한 바 있다. 심사위원단은 김범이 오랜 시간 자신만의 개념적 언어를 유지하며 사회 제도와 규범, 인간의 습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유머와 진중함을 교차시키는 작업 태도와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간극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비평적 시선은 그의 작업을 한국 동시대 미술 안에서 독자적인 위치에 놓이게 한다는 평가다. 이미 성취를 축적한 중견 작가이면서도 여전히 동시대 담론을 촉발하고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비평 부문 수상에 안진국
비평 부문 수상자인 안진국은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불타는 유토피아』(2020),『한국현대판화 1981–1996』(2019), 『투 유: 당신의 방향』(공저, 2022) 등 다수의 저술과 기고를 통해 변화하는 기술·미디어 환경과 예술의 관계를 꾸준히 논의해 왔다. 심사위원단은 안진국이 동시대 미술의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매체 환경의 변화와 기술, 제도, 시각문화전반을 교차하는 주제를 꾸준한 글쓰기와 활동으로 제시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최근 발표한 글들에서 드러난 매체 변화에 대한 감수성과 제도 비판의 현실성, 이를 뒷받침하는 안정된 문장력은 장기적인 호흡 속에서 자신만의 비평적 언어와 관점을 구축했음을 보여주어, 이번 선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시 부문 최우수 전시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외 9건 선정
2025년은 아트선재센터의 첫 전시 《싹》(1995)이 열린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전시 부문 최우수 전시로 선정된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는 개관 초기부터 이어져 온 공간 실험의 계보 위에서 동시대의 환경 속에서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물었다. 심사위원단은 미술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시뮬레이션 장치로 전환하며, 관객의 감각과 서사를 통째로 끌어들이는 파격적 형식을 구현한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특히 건물 자체를 ‘폐허’로 설정하고 전시장에 불을 끌어들이는 등 도전적인 실험을 통해, 위기의 시대 이후를 상상하는 환경을 생생하게 구축함으로써 작가의 작업 세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다. 동시에 이 전시는 동시대 전시가 어디까지 실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기관의 용기 있는 지원이 결합된 결과로 강조됐다.
‘관람객이 선정한 화제의 전시’
제21회에 새롭게 신설된 ‘관람객이 선정한 화제의 전시’ 부문은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심사 구조에 대중의 시선을 접목하려는 시도다. ‘널 위한 문화예술’과의 공동 기획으로 마련된 이 부문은 관람객 참여를 기반으로 전문적 평가와 대중적 확산력을 병행하는 새로운 시상 구조를 실험했다. 이를 통해 연말 시상식의 주목도를 높이는 한편, 우수 전시를 보다 폭넓은 층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창구를 마련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ACC 미래상: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비롯한 Top 5 전시는 전문가 선정 우수 전시와 나란히 호명되며, 한 해 미술계의 주요 장면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조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2026년 창간 50주년을 앞둔 월간미술이 월간미술대상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다시 점검하고, 미술 현장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월간미술은 앞으로도 동시대 미술의 주요 장면과 담론을 기록하고 확산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며, 창간 50주년을 맞아 준비 중인 월간미술대상 시상식에도 이러한 방향성이 반영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