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파리 아랍문화원, 빛의 기하학
심은록 감리교신학대 객원교수, 미술비평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성당 등 중요 미술관과 건축물들은 파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센 강을 따라 세워졌다. 아랍문화원Institut du Monde Arabe(아랍세계 연구소, 이하 ‘IMA’)도 예외가 아니다. IMA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문화예술을 통해 프랑스와 아랍 19개 국가(이후 3개국 추가)의 우호를 증진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어 1987년에 완공됐다. 이러한 원래 의도를 상기시키듯, “우리는 모두 샤를리다”라는 붉은색 문장이 IMA 건물 정면에 과격할 만큼 큰 글씨로 쓰여져 있다. 올해 1월 7일, 시사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한 데 대한 보복 테러로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붉은색 문장은 테러에 반대하는 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아랍의 봄을 예술적으로 재현한 <모로코 현대미술전>(2014.10.15~3.1)을 계기로 IMA광장에는 건축가 타릭 우알랄루Tarik Oualalou가 기획한 서부 사하라식 텐트가 세워져 있다.
장 누벨, 질베르 레제네, 피에르 소리아와 아르쉬텍튀르 스튜디오의 공동 작업으로 건립된 IMA는 서구와 근동의 건축적 콘셉트를 조화시킨 알레고리적 종합이다. 현대식 재질인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건축된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IMA 건물의 외벽은 아랍의 전통 문양 마슈라비아mashrabiyya를 연상시키는 240여 개의 창문으로 꾸며졌다. 이들 창문은 정교한 장치에 의해 햇빛 강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카메라 조리개 같은 기능을 한다. 창문은 원, 사각형, 육각형 등의 형태와 수학적인 정확함, 빛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신비함을 내뿜는다. 섬세함과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퐁피두센터처럼 가설구조물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건축물 높이규정에 따라, IMA의 건물 높이도 주변 건물들과 같다. 좀 더 높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 퐁피두센터 앞 광장처럼 IMA의 광장 지대를 낮추었음에도, 층간 높이가 낮아 답답한 인상을 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인지, 유리 재질 특유의 투명한 느낌이 드는 건물 내부의 한가운데는 더운 지역의 내부 뜰인 파티오patio처럼 비워놓았다. 승강기 또한 4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IMA의 파티오를 오르내리며 투명함을 즐길 수 있다. 이 투명함과 반대되는 지하의 닫힌 공간은 수많은 기둥에 의해 천장이 지탱되는 고대 이집트의 히포스타일hypostyle을 연상시키며 무겁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IMA는 아랍권 국가의 문화와 예술을 보여주는 ‘상설 미술관’과 현대미술을 비롯 다양한 전시를 보여주는 ‘특별 전시장’으로 나뉜다. 1층에는 서점, 카페, 매표소가 있으며, 옥상에 올라가면 노트르담 성당, 유유히 흐르는 센 강, 파리의 정경이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테라스가 있고, 옥상 입구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현재 공사 중인 도서관에는 아랍 전문서적과 신문·잡지 등이 비치되었다. 특히 계단이 인상적인데, 바빌로니아, 수메르, 아시리아의 지구라트ziggourat에서 영감을 얻은 피라미드식 계단에 책장이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필요한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서구와 아랍은 교류가 늘고 서로간 이해가 충돌하는 등 점점 더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IMA 입구에 설치된 거리작가 콤보Combo의 작품 <공존하다COEXIST>는 서로 다른 세계와의 교류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IMA의 궁극적인 정신을 말해준다. 이 작품에는 이슬람의 초승달, 유대교의 별, 기독교의 십자가, 이렇게 세 개 유일신 종교의 상징이 한 단어(세계)에 공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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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국내 이슬람교도 인구는 3만5000명(한국이슬람교중앙회 홈페이지 참조)에 달한다. 우리에게 이슬람문화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웃 나라”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이슬람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의외로 제법 많다. 이태원에 있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은 무슬림의 예배공간이지만 모스크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호기심이 동한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태원의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방문에 제한은 없으나 이슬람법에 따라 사원2층의 예배실은 여자의 출입이 금지된다. 서울중앙성원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모스크로 1976년 개원했다. 현재 국내 이슬람 사원은 부산, 전주, 경기도 광주, 안산, 파주, 제주 등 전국 14곳에 있다.
음식을 맛보는 것은 이슬람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좀 더 간단하고 직접적인 방법이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국내 무슬림 가족이 할랄 인증 식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할랄음식점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할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꽤 많지만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공식인증을 받은 할랄 식당은 전국 5곳에 불과하다. 그 중 전통 터키 음식을 판매하는‘케르반Kervan’은 국내 최초로 할랄인증서를 발급받은 레스토랑이다. 여기서는 터키의 피자, 피데와 각종 케밥 등을 맛볼 수 있다.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하얀 마녀가 건네는 달콤한 유혹의 젤리로 알려진 로쿰, 직접 구운 바클라바 등 터키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베이커리도 운영하고 있다. ‘케르반’을 관리하는 (주)투트라 비디엠의 황은하 부장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할랄인증서를 받으려면 점검받을 사항이 40여가지가 넘는다. 조리 시 국내외에서 이슬람법에 따라 도살되지 않은 고기, 알코올 사용을 금하다 보니 식재료부터 각종 소스나 향신료까지 예민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까다로운 할랄인증서 발급과정을 설명했다.
한편 이슬람문화를 시각적으로 접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강남구 역삼동 주한이스탄불문화원은 1998년에 설립된 민간 문화원이다. 이곳은 ‘이슬람’에 방점이 찍혀 있기보다는 이슬람문화권인 ‘터키의 문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터키어, 터키요리 강좌를 비롯해 한국·터키 간 문화적 이해를 돕는 다양한 강의와 행사를 진행한다. 터키 관광지에 대한 자료와 터키 관련 서적을 700여 권 보유하여 열람 및 대출이 가능하고 소규모 전시실이 있어 터기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예나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단체 신청자에 한해 터키 전통의상을 입어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문화체험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이슬람문화 관련 외부 행사를 주최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한국-아랍소사이어티(KAS)를 들 수 있다. 한국 및 아랍 22개국 정부(왕실), 기업,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으로 한국과 아랍국가간 문화, 학문, 비즈니스 교류를 목표로 세워진 기관이다. 매년 진행되는 ‘아랍문화제’는 이곳의 대표적인 문화사업이다. 아랍국가의 공연팀을 초청하고 아랍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전시를 열 뿐 아니라 아랍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도 개최한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