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노순택 Dance of Order/Really Good, Murder

NohSuntag_Fitzrovia_05

위 43 인버네스 스트리트 갤러리에서 열린 노순택 개인전 광경 아래 피츠로비아 갤러리에서 열린 노순택 개인전 광경

런던 43 Inverness Street 1.28~3.12/The Fitzrovia Gallery 1.21~2.26

임근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2013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절정에 달하던 당시, 영국 BBC의 한 시사프로그램 기자가 대학생 방북단의 지도교수로 위장한 채 평양을 취재하여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취재가 발각될 경우 학생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었기에 거센 항의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논란만큼이나 시청률도 높아서 평소보다 약 70% 상승한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텅 빈 공장과 병원, 기아 상태의 어린이들의 모습과 신으로 추앙받는 김일성과 후계자들의 모습 그리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장면을 남한의 부유하고 자유로운 모습과 번갈아 보여준 30분짜리 프로그램은 서구 언론이 북한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재현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지극히 제한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은 ‘잠입 취재’ 등 약간의 흥미 요소를 곁들인 채 센세이셔널리즘으로 소비되곤 한다.
재영(在英) 큐레이터 이정은의 기획으로 런던시내 두 개의 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린 노순택 사진전은 이처럼 제한된 정보와 검열로 왜곡되고 변질된 채 인식되는 북한의 이미지와 남한 속의 일상화된 정치적 폭력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남북한이 “두 개의 무대에서 공연되는 하나의 무용처럼 상호 공존을 반영”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전시는 이미 한국과 독일 그리고 스페인에서 선보인 바 있는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 중 일부를 선별하여 소개한다.
43 인버네스 스트리트 갤러리는 북한이 대외 선전용으로 자랑하는 호화롭고 일사불란한 매스게임과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주체사상탑을 담은 <붉은틀>과 미군 주둔을 둘러싼 공권력과 주민 간의 대치상황을 군사시설인 레이돔과 정찰헬기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얄읏한 공>과 <블랙후크다운>로 구성된 한편, 피츠로비아 갤러리 전시는 살인 기계를 자랑스럽게 과시하는 남한의 국군의날 행사를 다룬 <좋은, 살인> 및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화제가 되었던 안상수의 발언에 관한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로 구성되었다. 남북한이 서로를 의식하고 자신을 표상하는 방식은 상호 유사하며, 극한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군사 대치 상황 속에서도 체제 유지를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아름다우면서도 블랙코미디적인 이미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전달했다.
이처럼 파편화된 기억을 정치적 역사적 맥락으로 엮어내는 작가의 통찰력은 언어보다 강력한 이미지의 힘으로 한국의 상황에 익숙지 않은 영국인들을 매료시켰다. 갤러리와 런던대 SOAS에서 열린 아티스트토크에서는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분단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지배하는 한반도의 일상과 남북한의 관계처럼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테러와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과도 통하기 때문이다.

 

REVIEW

영상과 물질
경기도미술관 2.2~4.3

이 전시의 부제는 ‘1970년대 일본의 판화’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14명의 작품을 선보이고 특히 판화를 통해 일본 아방가르드의 한 줄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당시 이미 국제적인 양식을 구축한 일본 판화를 일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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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돈_송은아트큐브 (1)

정영돈 개인전
송은아트큐브 1.26~3.9

작가는 이번 전시 <의아한 산책>에서 지난 5년간 거주지인 파주 부근에서 발견한 다양한 사물 및 인물을 다룬 사진작업을 통해 군사지역이자 재개발 지역으로 규정된 파주의 특수성보다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과 변화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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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강

전채강 개인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2.19~3.19

‘밤의 아리아’로 명명된 부제가 아니더라도 조명탄 터지는 바다 이미지가 2014년 세월호 사고의 아품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고와 관련한 이미지와 영상을 채집하여 망각 속으로 침잠하려는 당시의 상황을 현재로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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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조혜진 개인전
자하미술관 옆 터 2015.12.24~2.28

작가는 철거지역에서 수집한 나무 창틀에 홈을 파고 벽돌무늬를 새겼다가 태우기를 반복해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지운다. 평창동이 내려다보이는 공터에 지워진 삶의 흔적을 복원하고 새로운 생명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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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_플레이스막 (2)

박정원 개인전
플레이스막 2.12~22

여성의 은밀한 장소 탈의실 또는 남녀가 부둥켜안고 춤추는 장면 속에서 여성의 몸을 주목한다. ‘슬픈 몸’으로 명명된 이번 전시는 여성의 다양한 몸짓에 내재된 욕망과 좌절, 분출 등의 미묘한 감정이 특유의 필치와 뒤섞여 애잔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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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_메타포 (1)

신현림 개인전
갤러리 메타포 2.11~18

시인이자 사진가로 활동해 온 작가는 신간 《미술관에서 읽은 시》을 내고, 여행하면서 틈틈이 찍은 미술관 속 작가의 흔적과 사과로 <미술관 사과전>을 열었다. 사진을 통해 예술의 의미를 생각하고 그 근본을 성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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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2016 예감
선갤러리 2.25~3.17

갤러리가 발굴해 올해 주목받을 6명의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남재현 문선미 문호 오상열 이상원 이영지가 참여했다. 이 전시는 올해 4번째를 맞이했다. 특히 올해는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한 작가의 작품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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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중

김범중 개인전
자하미술관 1.27~2.29

두꺼운 장지에 정교한 필체로 선을 그어 최소한의 재료에 집중하는 작가 김범중의 개인전. 연필로 그은선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시간의 중첩 속에서 한지 특유의 질감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촉각적인 시선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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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국

수평이동
탈영역 우정국 2.12~24

남민지 이슬기 임유정 허연화 4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반지하와 옥상에 작업실을 잡았던 작가들이 동일한 공간에 모여 일으키는 파열음을 담으려 했다. 각 작가가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받은 영향이 보이지 않을 듯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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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전 (1)

문화적 대화
갤러리 LVS 2.16~3.5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14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작품과 더불어, 그들의 심도있는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 모두 자국에서 근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바 있는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3월부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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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은 (2)

심정은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17~23

2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꿈꾸는 방’으로 명명된 바, 나무 위에 채색된 다양한 부조작업과 설치작업이 출품됐다. 작가는 불확실성과 불안에 사로잡힌 현대인이 꿈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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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김강자

박소영 개인전
갤러리 아띠 2.2~15

작가에 의하면 전시의 부제인 ‘아홉 혹은 아홉아닌(九不像)-려(麗)’은 작가의 첫 개인전 주제인 ‘사불상(四佛像)’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전통신앙에 기반을 둔 사불상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이상적 인간성을 발현하는 새로운 상(像)을 마련한 셈이다.

PRIVIEW

김태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19~6.6

한국 현대미술작가시리즈 건축분야 두 번째 전시로 김태수 개인전을 개최한다. 과천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태수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으로 한국 현대건축 흐름을 짚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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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

누구에게나 시선은 열려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3.4~5.15

최근 몇 년 동안 미술현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거나 창작에 눈뜬 젊은 작가 권빛샘 김희연 류민지 배윤환 이은새 전병구 전채강 정지현 최수진 최지원이 참여해 젊은 작가가 겪는 성장통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어떤 시선’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선을 공고히 해나가는 10명의 작가가 ‘어떤 시선’에 근거해 펼쳐나가는 내면의 지속적인 실험을 선보인다. 기억과 망각, 의식과 무의식이 엇갈리는 속에서 자기만의 조형언어로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들은 각자 성향과 취향에 따라 보여주는 가능태가 다르지만 시선의 차이보다는 ‘누구에게나 시선은 열려있다’는 가정아래 다양하고 신선한 시각을 보여준다.
배윤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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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룡

변월룡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3.3~5.8

<백년의 신화>라는 제목 아래 변월룡의 삶과 예술을 소개한다. 연해주에서 태어난 변월룡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직접 겪은 역사의 증인으로 소수자이자 경계에 선 자로서 세상과 자기 내면을 향한 시선을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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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익_지물

SOMA Insight : 지독한 노동
소마미술관 3.18~5.29

2016년, 소마미술관은 “‘몸’을 매개로 하여 예술과 삶의 관계를 조망하는 미술관”이란 미션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자 사유와 행위의 주체이자 객체인 ‘몸’과 그에 투영된 동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 <지독한 노동>은 예술에서 ‘노동’, 특히 신체적 반복성, 수행성, 비합리적 목적성 등을 지닌 예술적 행위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배윤환 서해영 송광익 유봉상 이세경 임선이 정원철 정재철 한영욱이 참여해 오랜 시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결과물인 작품과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준비하고 조사, 수집, 기록하는 등 지난한 작업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과 삶’을 다각적으로 통찰하고 예술이 갖는 노동의 힘과 몸이 갖는 예술적 움직임을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송광익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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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균

오치균
금호미술관 3.4~4.10

손가락을 이용해 아크릴 물감을 두껍게 쌓아올리는 기법의 풍경화로 잘 알려진 작가 오치균의 개인전. 물감의 텍스처가 주는 촉각적 감각과 풍성한 색감, 작가의 심리가 반영된 작품을 통해 30년에 걸친 작가의 인생 여로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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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대구

10 YEARS OF PASSION LEEAHN GALLERY 2016
리안갤러리 대구 3.2~4.15

2007년 3월 앤디워홀 추모 20주년 기념전으로 개관한 리안갤러리는 10년차가 되는 오는 3월 그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리안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작가들의 작품들과 갤러리 소장품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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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이은숙
블루메미술관 3.12~6.19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퍼져나간 이산가족, 남과 북 등의 이야기들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실과 빛으로 풀어내는 이은숙의 개인전. 작가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처럼 맺거나 풀어야 할 관계의 여러 형태를 통해 삶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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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염지혜

언더 마이 스킨
하이트갤러리 2.26~5.21

양희아 염지혜 윤형민 이동근 이솝 이혜인 전혜림 함혜경이 참여해 젊은 세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서사와 작가들이 구축하고 있는 개인적 신화들을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소개한다.
염지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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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민

정희민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3.2~31

정희민의 개인전 <어제의 파랑>.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생산, 소비되는 이미지가 오늘날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대상을 향한 욕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미지의 조형성을 통해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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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익

조용익
성곡미술관 2.26~4.24

한국 현대추상회화의 시작과 진행 과정을 한 자리에서,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 <조용익, 지움의 비움>은 조용익 화백의 일생을 아우르는 작품세계로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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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공원-김혜나

처음보는 공원
원앤제이갤러리 3.4~5.15

풍경이 가진 익숙함과 생경함을 각각의 캔버스에 칠하거나 지우는 작가 김혜나 박민하 이정민의 그룹전. 3명의 작가는 페인팅 속 확장, 축소되는 공간에서 선과 색을 마주하며 새로운 풍경을 환기 시킨다.
김혜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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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이한구
전주 서학동사진관 3.5~27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에 자연스레 산, 물, 바람과 나뭇가지, 거미줄 같은 것들을 오래,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는 이한구의 사진전. 작가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며 체득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언어인 사진으로 풀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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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기

박선기
313아트프로젝트 3.10~4.8

형태와 이미지에 내재하는 존재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설치미술가 박선기의 개인전 . 이번 전시는 전시 공간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소재에 대한 작가의 고심이 반영된 작품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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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민_Gray_Moments_oil_on_canvas_227.3x363.6cm_2014

LAND.IN.SIGHT
스페이스K_과천 3.14~4.29

익숙한 듯 낯선 풍경들에서 모티프를 얻는 두 작가 심우현과 장재민의 2인전. 두작가의 통찰이 내면화 된 풍경의 단편을 통해 일상의 스펙터클을 환기시키며 일상과 풍경을 재인식하고 사유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장재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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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식

문성식
두산갤러리 3.9~4.2

세상과 그 안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과 애정을 화면에 담는 문성식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인물드로잉과 4m내외의 풍경화등을 통해 좋은 일들과 싫은 일들이 뒤섞여 돌아가는 알 수 없는 세계의 풍경과 그 안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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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환

주재환
학고재갤러리 3.4~4.6

일상의 사물들과 현상들을 자신의 미학적 공간인 밤의 세계에 옮겨와 그것들을 새로운 감각적 환경에서 재구성하는 주재환의 개인전 <어둠속의 변신>. 이번 전시에서 매일 반복되는 순환의 시간이 단순한 물리적 시간이 아닌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밤의 시간임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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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

스텝 드리센
갤러리 바톤 3.11~4.12

시간의 흐름과 낮과 밤의 교차, 계절의 변화 등이 빚어내는 유동적인 상황을 포착해 그려내는 벨기에 작가 스텝 드리센의 개인전. 자유분방하고 과감하며, 주관적 조형 의지에 대한 작가의 이론적 토대가 고히 반영된 신작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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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

박혜수
송은아트스페이스 2.23~4.9

자본주의에서 사라지는 개인 삶의 가치에 대해 통찰하는 박혜수의 개인전. 이번 전시 에서는 경쟁사회 속에서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의 심리적, 사회적 풍경에 대한 조형적 해석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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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COLOR YOUR LIFE
대림미술관 2.25~8.21

‘색’을 주제로 동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세계적인 브랜드를 소개하는 . 이번 전시에서는 색이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창의적인 디자인과 접목되어 일상을 특별하게 변화시키는 오브제로 탄생되는 과정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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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림

최봉림
갤러리 룩스 3.10~27

사진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그리고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최봉림의 네 번째 개인전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 이번 전시는 풍경 사진의 시간적 내러티브와 존 케이지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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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이혜성
신한갤러리 광화문 3.17~4.21

화려하게 피어났던 꽃이 시들어가는 건초더미로 변하고 다시 그 자리에서 새로운 꽃이 자라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이라는 끊임없이 반복하는 시간을 묘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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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이재욱

Neue Empiriker 2016
자하미술관 3.4~27

물리적 공간이 가상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예술의 의미는 감상에서 참여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미디어의 예술적 가능성을 알아본다. 김정한 이재욱 임노아 폴주커가 참여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들에 관한 실험을 펼쳐낸다.
이재욱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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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윤석남

김혜순브릿지
트렁크갤러리 3.3~29

시와 미술의 장르간 연계를 통해 여성 존재의 내면세계를 깊이 파고들어 여성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한다. 윤석남 박영숙 정정엽 권은선 윤희수 류준화 방정아 김정욱 이피 김미루가 참여해 김혜순의 시를 조형언어로 풀어낸다.
윤석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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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Practice Series 2016
갤러리팩토리 2.20~3.20

남이 신경 쓰지 않는 작은 부분에 오랜 시간 에너지를 쏟으며 자신만의 방법론과 태도를 발전시켜 온 세 명의 장인 김형식 이경수 김대균이 저마다의 키워드를 가지고 사진, 디자인, 건축영역의 구분을 넘는 작업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김형식 작

PREVIEW 2

강용석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2.27~5.4

6·25전쟁 이후에 파생된 한국사회의 문제에 천착해온 사진가 강용석의 개인전 <부산을 사수하라>. 이번 전시는 6·25전쟁과 분단이라는 상황이 부산이라는 장소 곳곳에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풍경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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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끼부탁드려요)이유진

회화 그리고 회화
이유진갤러리 3.18~4.22

독일 신표현주의의 살아있는 두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와 A.R.펭크의 2인전. 1960년대 이후 추상미술과 미니멀리즘이 주류를 이루던 분위기 속에서 반추상적 형상을 구축하며 신표현주의라는 미술사의 큰 흐름을 주도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일 현대미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마르쿠스 뤼페르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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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광

조태광
갤러리 파비욘드 3.15~26

작가는 패턴화된 나무로 이색적인 숲과 자연을 구성함으로써 자연과 인공, 원초적 시각과 인간이 만든 시각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며, 이를 통해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시각을 경계하면서도 유토피아적 풍경에 다다르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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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1

권순철
대구미술관 2.16~5.22

일상에서 흔히 간과하는 역사적 맥락과 추이를 살펴보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연속되는 한국 근현대사의 이면을 기억하고자 마련한 전시. 권순철의 60여년 작품세계를 한눈에 관람할 수 있도록 초기 습작부터 최신작까지 폭넓게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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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정희승
페리지갤러리 3.11~5.7

대상이 지니는 본질에 대한 연구를 다양한 형태로 작업하는 정희승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어떤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며 언어와 텍스트가 주는 고정된 관념의 한계 극복 방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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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서현

Ways of Seeing
LIG아트스페이스 3.3~31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포착해 캔버스에 재창조하는 손서현 신창용 작가의 2인전. 평면회화에 현실적으로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이미지를 입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손서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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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박영숙
거제 유경미술관/사천 리미술관 3.1~30

박영숙 작가의 개인전 <꿈, 피어나다>.이번 전시에 목화꽃을 몽환적으로 그려낸 ‘내 영혼의 에피슈라’ 연작 21점을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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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욱

류현욱
대구 갤러리 분도 2.29~3.19

류현욱의 개인전 <애도의 숲>. 이번 전시는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재현을 하던 작가는 모호한 추상이미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안으로부터, 바깥으로부터 받은 갈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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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우,IM GOONOO,cosmos-고고학적 기상도,2016,100F(162.2x130.3cm),Acrylic  on canvas,(160203-01-100F)

임근우
국립춘천박물관 3.7~4.3 외 4곳

사람이 중심이 되는 유토피아를 그리는 임근우가 <춘천 고고학적 기상도>라는 타이틀로 춘천지역 5곳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연다. 국립 춘천박물관을 중심으로 춘천문화예술회관과 춘천미술관 3.7~18, 갤러리4F와 춘천 상상마당갤러리에서 3.7~4.6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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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김민서
울산문화예술회관 3.16~21

청정의 상징인 연꽃과 연꽃잎을 소재로 맑고 깨끗한 세상를 그려내는 김민서의 개인전. 작가는 그림을 통한 경이로움의 발견은 마치 자연의 정화기능과 같이 경이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그 경험을 내면세계와 사회와의 소통으로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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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하태범

There,
리나 갤러리 3.8~4.29

실재하거나 실재했던 장소를 내면의 탐색을 통해 새로운 현장으로 재구성하는 신선주와 하태범의 2인전. 두 작가는 실재하는 풍경을 심리적 감성으로 재구성한 비현실적인 공간을 창조하여, 보는 이들에게 간접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태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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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채민-또_다른_풍경-새디퓨져._100.0x65.1cm_._oil_on_canvas._2015

류채민
아트팩토리 3.10~30

스냅사진처럼 일상의 풍경을 포착해 담담하게 그려내는 류채민의 개인전. 작가는 잔잔한 붓질로 일상과 대상세계를 캔버스에 녹여내고 시적 상상력으로 보는 이의 상상을 북돋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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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철

오만철
통인화랑 3.2~20

‘화가’이자 ‘도예가’인 오만철은 수묵만이 지닌 특유의 깊이와 무한한 여백을 통해 현대인에게 담백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에 내건 그의 작품들 역시 철저한 장인적인 역량과 심원한 예술정신이 결합된 진정한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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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이병훈
드웰 디카페 2.16~3.25

무쇠로 프라모델을 만드는 이병훈의 개인전. 장난감에 담긴 가볍고 유머스러운 이미지를 버리기위해 무쇠로 장난감을 만들며 장난감과 그를 토대로 한 만화에 담긴 심오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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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이우현
갤러리 일호 3.16~29

고요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그리는 이우현의 개인전. 작가는 긴 화면 속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듯 한 보라색 숲과 그 숲을 덮고 있는 몽환적인 하얀 안개 뒤편을 잔잔하게 그려내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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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CSC

이준일
군산 예깊미술관 3.2~29

이준일의 개인전<군산, 색을 입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누드작품을 비롯하여 군산의 낯익은 풍경에 여러 가지 색을 입혀 더욱 새롭게 선보이며 오프닝이벤트로 관람객과 함께하는 공개 누드크로키 시연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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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중성지대김선두_作_느린풍경-사이

중성지대-실재와 허상사이
대전 이공갤러리 3.10~23

김선두 민성식 서용인 이만우 이민호 임춘희 전형주 허미자 홍원석이 참여해 ‘실재와 허상’이란 주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되는 작품 속에서 그 의미를 확인하는 기회를 갖고자 기획되었다.
김선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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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황규응, 부산항 37.5x54.5cm 종이 위에 수채 1989

황규응
부산 미광화랑 3.18~4.18

자갈치시장, 남포동, 송도, 금정산, 을숙도 등 부산 근교의 다양한 정경을 화면에 옮긴 수채화작가 황규응의 회고전. 향토성에 바탕을 두고 자연스러운 구도로 소박하고 어눌한 필치로 그려낸 부산의 풍경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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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m-이상용

내가 보는 공간
UHM갤러리 3.10~31

젊은 새내기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기획된 신인작가 6인의 단체전 <내가 보는 공간>. 에너지 넘치는 20대 신인작가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공간에 대한 신선한 이해를 펼쳐낸다.
이상용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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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근2

전영근
부산 갤러리 조이 3.9~4.9

여행과 길, 그리고 자동차를 테마로 작업하는 전영근의 개인전. 일탈을 꿈꾸면서도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욕망과 목표에 쫓기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여유와 행복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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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중-에밀리영

봄마중
부산 갤러리 마레 3.3~19

서둘러, 마음으로 자연으로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여 화사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 봄꽃처럼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작품들 앞에서 관람객은 이미 봄을 맞이하는 봄처녀의 마음을 느낄 것이다.
에밀리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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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김민정

김민정
갤러리조은 3.3~4.2

‘도시 야경’을 동양화의 오랜 주제인 산수(山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김민정의 개인전 <강남도원(江南桃源) 2016, 서울>.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인공의 불빛으로 뒤덮인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강남도원(江南桃源)’으로 탈바꿈시킨 최근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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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_곽훈,_Untitled,_2016_(1)

곽훈
대구 갤러리 신라 2.25~3.25

눈앞에 당장 포착되지 않는 불가시의 세계와 현재의 전후에 걸친 과거, 미래를 관통하는 양상들을 표현하는 곽훈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라는 주제로 회화 작품 15점과 흙을 굽고 채색한 도자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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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식

안광식
부산 갤러리 아인 3.15~4.15

눈에 보이는 자연의 사실적인 형태로 시작해 추상적인 이미지까지 조형을 변주하는 작가 안광식의 개인전. 작가는 의식 속에 은폐된 순수성을 되살리며 각박한 현실 속에서 심신이 쉬어갈 수 있는 오아시스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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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

윤주헌
사이아트스페이스 3.15~21

빛과 어둠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를 화판에 구현하는 윤주헌의 개인전. 작가는 거친 붓질로 거침없이 화면을 채우며 과감한 색의 대비를 통해 빛과 어둠의 세계, 어둠 속에 움트는 빛, 빛 뒤에 웅크린 어둠을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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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하작가_지평-1611,__100x80cm,_acrylic_on_canvas

이장하
갤러리 시작 3.9~14

개인의 삶의 여정을 비정형적 형태의 조금은 낯선 공간으로 표현하는 이장하의 개인전 <지평너머-은유로서의 풍경>. 작가는 자연 안에서 변화하는 삶의 흐름을 추상화한 이미지로 화폭에 담아 <지평>연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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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mori_web

김선
대전 갤러리 쌍리 3.1~12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뜻을 지닌 메멘토모리를 타이틀로 하는 김선의 개인전. 작가는 삶 안의 죽음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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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영,_Fauna,_91x116.8cm,_Oil_on_canvas,_2016

이제영
갤러리 가비 3.15~27
친숙했던 주변 환경이 어느 찰나의 인식 변화로 인해서 기존과 전혀 다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경험한 작가는 이것이 대상을 바라보는 주관적 인식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대상을 해체, 재조합하여 유기적 형태를 가진 추상적인 형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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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아

서주아
갤러리 라메르 3.16~22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작가 서주아의 개인전. 작가는 물감을 칠하고 흘리는 기법을 활용하여 대상의 해체된 형상을 표현하며 내재된 슬픔과 고통을 행위로서 표출한다.

SIGHT & ISSUE

미리보는 2016년 주요 전시

임승현 기자

2015년 국내 미술계는 이제는 공식처럼 자리 잡은 ‘비엔날레 쉬는 해’를 어느 해보다 활발하게 보냈다. 우선 ‘광복 7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이슈가 비엔날레의 공백을 채우는 대규모 전시의 중추 역할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만 3개의 동일 주제 전시가 열렸으며 광복, 통일, 북한 등의 역사적 키워드가 대두했다. 또 다른 전시 흐름으로 ‘비미술의 미술관 유입’을 들 수 있다. K-pop 아이돌 스타 지-드래곤이 참여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서울시립미술관, 2015.6.9~2015.8.23)은 대중문화와 미술관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다. 포스트 뮤지엄을 지향하며 미술관의 문턱을 낮춘다는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조화된 전시 구성, 아이돌의 성급한 예술가 만들기 프로모션이라는 비판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중문화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공론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국내 패션 전시의 질적 향상으로 평가받은 〈디올 에스프리〉(DDP, 2015.06.20~2015.8.25) 역시 범시각문화의 미술관 진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시다. 허영만의 만화를 조명한 대규모 개인전, 스탠리 큐브릭, 필립 가렐 등의 영화도 줄줄이 전시장으로 들어왔다. 이 밖에도 건축가 조민석이 감독해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한반도 오감도전〉(아르코미술관, 2015.3.12~2015.5.10) 부터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조명한 〈한국건축예찬: 땅의 깨달음전〉(삼성미술관 리움, 2015.11.19~2.6) 등 건축 관련 전시가 지속적으로 이어진 점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었다. 이러한 미술관의 장르 확대는 ‘전시’라는 매개체가 미술계 내부에서 통용되는 문법에 국한되지 않고 범문화 장르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적극적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전시 활용 및 구성’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전시만큼이나 떠오른 이슈는 ‘미술시장’이었다. 〈KIAF〉의 경우 차별화된 VIP 관람방식, 페어 속 공공미술전 등 홍콩 아트바젤을 벤치마킹함으로써 국제적인 트렌드를 따르려는 시도가 있었다. 또한 국내외 시장에서 단색화가 미술시장의 키워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반면 새로운 시장의 등장도 눈에 띈다. 신생 공간을 중심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굿즈 2015〉(2015.10.14~18)는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미술 행사 중 하나였다. 기존 미술시장의 형태를 탈피하고 작업과 상품의 중간지대에서 작가들이 부스를 차리고 소비자를 직접 만났다. 이 행사는 관객-소비자, 예술가-생산자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써 시장에 새로운 층이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부풀었다.
새로 개관한 거대한 몸집의 국립기관도 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04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이 꾸려진 지 10년 만에 공식 개관했다. 오랜 기간 속 끓이던 문제에 종지부를 찍은 국립기관도 있다. 1년 반 이상 공석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직에 최초로 외국인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가 취임한 것이다. 마리 관장은 지난해 3월 바로셀로나 현대미술관장 재직 시 스페인 군주제를 풍자한 전시를 검열한 사실이 알려져, 그의 관장 취임을 반대하는 미술인들이 서명운동(국선즈)을 벌이기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자체검열에 따른 전시작품 철거 등으로 불거진 ‘검열’논란은 미술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을 맞이하는만큼 지난해 홍역을 치른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

2016년 전시 키워드
그렇다면 2016년에는 어떤 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현재까지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발표한 전시일정을 살펴보면 몇 가지 키워드가 눈에 띈다. 첫 번째는 ‘故 백남준’이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계속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열린 첫 추모전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그루브_흥〉(2015.11.13~1.29)이다. 이어서 갤러리 현대에서는 아카이브 형태로 백남준을 추모하는 전시를 연다. 백남준이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펼친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와 관련된 기록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퍼포먼스라는 현장성과 역사화된 자료를 같은 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백남준 작업의 의미를 되새긴다. 비슷한 기간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인문, 과학, 미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기획자로 참여하여 백남준과 그의 작업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비디오 신디사이저전〉, 백남준아트센터와 간송문화재단이 만나 고미술과 백남준을 연결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회고전은 새로운 담론 제시보다는 작품이나 자료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열리는 백남준의 추모전이 백남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다른 키워드는 ‘한불수교 130주년’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5~2016년을 ‘한불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지난해 9월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 데 이어 다가올 3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출신 작가의 전시가 다수 열려 관객을 맞이한다. 우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도시괴담〉(4.5~5.29)을 들 수 있다. 이 전시는 팔레 드 도쿄 국제 레지던시 파비옹과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협업으로 진행한다. 김아영을 포함한 6명의 젊은 작가가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공동 워크숍을 진행한 후 그 결과물을 발표하는 형태다. 의례적인 각국 작가 프로모션을 떠나, 함께 양국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주목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 밖에도 같은 기간, 롤랑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 담긴 사진론에 기반을 둔 현대 사진전을 서소문 본관과 일우스페이스에서 연다. 프랑스의 공공기관 CNAP와 FRAC의 주요 사진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관의 협조를 받아 열리는 또 다른 전시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프랑스 프리시 라 벨드 데 현대미술센터가 공공 주최하는 질 바비에 개인전, 프랑스 국립음악창작센터 GRAME의 전시를 초청해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초청전〉이 있다. 이외에도 에르메스 아뜰리에에서 〈Quoi ?-L’Eternite〉(5.10~7.10)란 타이틀로 열릴 사단 아피프의 개인전, 독특한 유리구슬 모양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장 미셸 오토니엘 개인전(국제갤러리, 2.2~3.27) 등 프랑스 출신 작가의 개인전이 다수 열릴 예정이다.
한편 2015년 미술시장뿐 아니라 전시에서도 중심축이었던 단색화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창섭 개인전>(국제갤러리, 2.26~3.27), 갤러리 현대에서 5월 26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릴 <한국 추상 드로잉(가제)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단색화의 입지가 흔들릴 만한 논란도 있다.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서 5억여 원에 낙찰된 이우환 작품, <점으로부터 No. 780217>의 감정서가 위조된 사실이 밝혀지며 위작 논란이 점화된 것이다. 위작논란의 대두는 단색화의 미술사적 의미는 물론 시장에서의 위치에도 적색신호등이 켜진 것과 같다.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역사성과 가치에 대한 신뢰는 최우선되어야 한다. 앞으로 ‘위작 유통’ 논란이 미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위작 유통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올해 눈여겨볼 만한 전시 흐름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저항의 미술, 한국적 리얼리즘으로 평가받는 민중미술을 들 수 있다. 그 첫 테이프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자문한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2-리얼리즘의 복권전〉이 끊는다. 가나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릴 이 전시는 1980년대의 한국적 시대 상황에서 등장한 민중미술의 미술사·역사적 의미를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다. 학고재는 3월에 <주재환>, 10월초에 <민중미술전(가제)>까지 민중미술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올해만 2차례 열 예정이다. 한편 주재환은 7월부터는 김동규 작가와 함께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김동규와 함께 〈2016타이틀 매치전〉을 선보일 예정이라 상·하반기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단색화를 이어 우리만의 고유한 미술사적 흐름으로 민중미술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지속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미술사의 흐름을 적립하고자 하는 시도가 잇따라 포착되는 가운데 지난해에 비해 고미술 부문에서는 주목할 만한 전시가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 아쉽다. 반면 젊은 작가를 주목하여 소개하는 전시는 각 기관에서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와 별개로 기존의 화이트 큐브를 떠나 2014~2015년에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신생 공간의 전시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그들의 단발성 전시 방식이 올해는 하나의 층으로 자리매김할지 혹은 이들의 전시 방식이 미술관으로 입장하면서 기존 범주에 합류할지도 지켜볼 만한 이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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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의 전환점에 서서

바야흐로 ‘비엔날레의 해’다. 짝수 해가 되면 미술계는 비엔날레라는 매가톤급 전시 준비로 분주해진다. 올해 열릴 대표적인 비엔날레 3인방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주제와 참여 작가 라인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시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해 못지않다. 스펙터클한 비엔날레를 지향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의 비엔날레는 전반적으로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는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담론 제시보다는 소통을 중심으로 한 전시 구조의 매개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인다.
우선 제11회를 맞이한 〈2016 광주비엔날레〉(9.2~11.6)의 경우, 지난해 6월 스웨덴 스톡홀름 텐스타 쿤스트홀(Tensta Konsthall) 디렉터 마리아 린드(Maria Lind)(사진왼쪽)를 예술총감독으로 선정했다. 스웨덴 출신인 그는 그동안 제도권 전시와 차별화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기존에 그가 선보인 전시가 기관의 역할과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의 긴밀한 연결을 이뤄내는 등 ‘과정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도 광주 지역민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최종 주제어 선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감독이 임의로 주제를 제시하기보다 키워드를 던진 오픈포럼, 국내외 리서치 등을 통해 주제어를 공개적으로 구체화해가는 과정부터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5년 12월 3일에는 오픈포럼을 개최하고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물음하에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이라는 3개의 키워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보조 기획자 4인(네덜란드 거점 큐레이터인 최빛나를 비롯해 미쉘 웡(Michelle Wong) 홍콩 아시아아트아카이브 연구원, 마르가리다 멘데스(Margarida Mendes) 큐레이터, 아자 마모우디언(Azar Mahmoudian) 아시아시각예술센터 공동 큐레이터)도 선임되어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한편 2014년 감독 선임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부산비엔날레는 9월 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리는 〈2016부산비엔날레〉감독을 일찌감치 선정했다.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 윤재갑(가운데)이 전시감독을 맡았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큐레이터로서 한·중·일 3국의 자생적 아방가르드를 다루는 내용이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 윤재갑 전시감독은 “1990년대 이전의 로컬 아방가르드 시스템과 1990년대 이후에 대두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 이 둘의 관계(연속-불연속-습합)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생각이다”라며 전시 얼개를 밝혔다. 특히 이번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 전체를 활용하여 역대 비엔날레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전시장 규모가 넓어진 것은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도 마찬가지다. 백지숙(오른쪽)이 예술감독을 맡아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릴 이번 비엔날레는 예년과 달리 전시공간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기존 전시공간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포함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까지 장소를 넓혔다. 광주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역시 프리비엔날레 행사를 열면서 본 전시 시작 전부터 예열을 가하고 있다. 앞으로 연속적인 워크숍과 학교를 운영하며 총 4번에 걸쳐 비정기 간행물을 제작 및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27일 열린 출판 회의로 출간할 간행물의 서두를 열기도 했다. 백지숙 감독이 밝힌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떠돌아다니는 지식의 꼴들에 반사되는 미래의 모습들”이다. 다시 말해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은 동시대 미디어들이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의 다양한 양상에 초점을 맞춰갈 예정이다. 백지숙 감독은 전시를 짚는 주요 내용으로 “아시아 지역에 집중했던 지난 회에 비해 남반구의 주요한 몇 가지 상상력을 견인하며, 여성, 청소년, 장애와 보철, 불확실성과 독창성 등을 토픽으로 한다”고 전했다.
올해 비엔날레는 전체적으로 전시장소를 분산하여 공간마다 전시의 차별성을 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기적인 관계항을 확장하는 방식을 취해 본 전시의 화려한 개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시 과정 자체를 비엔날레 행사로 포함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미술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비엔날레의 화려함을 걷어내고,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비엔날레의 앞길이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EXHIBITION TOPIC Magnum Contact Sheets

위 피터 말로

위 피터 말로 < Margaret Thatcher, Blackpool, U.K, 1981 > 아래 토마스 횝커 〈 9/11, New York, USA, 2001 〉

한미사진미술관에서 1월 16일부터 4월 16일까지 세계적인 보도사진가 단체인 매그넘 포토스의 속살을 파해치는 전시, 〈매그넘 컨택트 시트(Magnum Contact Sheets)〉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1년 전 세계 동시 출간된 동명의 사진집이 계기가 되었으며 전시로 컨택트 시트를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컨택트 시트는 최종 결정된 사진 이전의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로 특히 주목된다. 컨택트 시트의 의미는 무엇인지, 더 나아가 매그넘 포토스 사진가들이 들여다 본 시대의 거울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그 속살을 들여다보자.

훔쳐보는 즐거움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

2016년 새해 벽두에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매그넘 작가들의 밀착인화전시가 개최됐다. 전시 소식을 듣고 바로 든 생각은 “매우 ‘의아한/희귀한’전시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사실 ‘매그넘’ 하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진집단이다. 그 멤버 중 몇몇은 사진역사에 매우 뚜렷한 족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기도 하다. 이미 유명한 사진가들의 ‘사진적 속살’을 드러내는 전시이니, 한편으로는 희귀한 일일 것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의아한 전시라 생각했다. 동시에 고맙기도 하다.
2016년은 사진이 탄생한 지 명실공히 190년이 되는 해이다. 1839년 8월 19일 다게르가 프랑스 국가로부터 자신의 기술을 공인받기 13년 전 그의 동업자였던 발명가 조셉 니세포르 니엡스(Joseph Nicephore Niepce, 1765~1833)는 이미 인류 최초의 사진술(헬리오그래프(L’heliographs), 니엡스가 ‘태양이 써놓은 문자’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을 어느 정도 성공시킨 바 있다. 안타깝게도 이 사진술은 촬영된 상(Image)이 완벽하게 정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그 원본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의 사진술이 인류 최초의 것임이 분명하다. 언뜻 이 두 개의 사건은 전혀 관계 없을 듯하지만, 이번 한미사진미술관 전시의 근간이 ‘밀착’이기에 내게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니엡스가 처음으로 촬영하며 느꼈을 터이지만, 사진을 만드는 일은 대상에 밀착하는 일이다. 더욱이, 현상된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지 위에 포개놓고 확대기로 빛을 주어 대상의 본모습을 재현하는 일 역시 밀착해서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사진은 어쩔 수 없이,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그 대상 앞에 서는 것이다. 대상이 지닌 사회적 기호성이나 조형성은 그 앞에 선 작가의 카메라가 구획하는 대로 형성된다. 어떤 이들은 그래서 회화가 비어있는 타블로에 ‘더하는 작업’이라면, 사진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빼내는 작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판단은 맞다. 이미 구성된 세계 속에서 자신이 쥐고 있는 카메라의 파인더에 들어오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축소 복제해내는 사진술의 신묘함은 그 이론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러한 사진 구성의 기초적인 문제를 잘 아는 사진가는 그래서 자신이 구성할 화면의 안과 밖을 깊이 이해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한 컷의 사진 안에서 작가에 의해 재구성될 세계에는 그 작가의 의식세계가 그대로 반영된다. 이러한 우리의 사진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컨택트 시트(Contact Sheets)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밀착인화의 폭로
사진에 밀착인화(contact print)라는 개념은 매우 전-디지털리아(pre-digitalia)적이다. 이는 네거티브 필름(negative film)을 사용하여 촬영하는 방식에서 시작했다. 사진가들이 그동안 밀착인화를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밀착인화를 해야 바르게 볼 수 있어서인데, 19세기 중반부터 사용되어 온 유리건판 혹은 네거티브 필름 방식의 이미지는 대상이 가진 밝은 면은 어둡게 기록하고, 어두운 면은 밝게 기록했다. 따라서 보통의 시선으로는 그 네거티브필름을 보고 찍힌 사물이 어떠한 것인지를 확인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이 네거티브한 이미지를 다시 포지티브한 이미지로, 다시 말해 본래 사물이 가지고 있는 모습의 밝기로 전환하는 장치가 바로 인화(印畵, print)다. 우리가 보통 사용해 온 필름이 네거티브 재현 방식이기에 이를 다시금 네거티브 재현 방식을 가진 인화지에 옮겨 놓고 빛을 주면 그 이미지가 포지티브(positive)로 변환되는 까닭이다.
두 번째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한 필름에 여러 장이 촬영되는 경우 그중 잘된 것을 고르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매그넘 출신 사진가들이 주로 사용한 카메라는 라이카이다. 이는 독일인 기계공학자 오스카 바르낙(Oskar Barnac, 1879~1936)에 의해 설계되어 1925년부터 시판되었다. 라이카 (라이카라는 이름에 이미 카메라라는 뜻이 들어있다. 라이카(Leica)는 ‘Ernst Leitz’와 ‘Camera’의 합성어다)는 당시에 사용되던 세로가 70mm인 영화용 필름을 반으로 잘라서 35mm 크기의 필름을 만들고 그 안에 24mm×36mm 크기의 촬영사이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필름을 돌돌 말아 쇠로 된 통에 넣어 36번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최근까지 우리가 사용하던 소형(35mm) 카메라 필름이다. 이러한 형식의 필름이기에 이제 사진가들은 마치 전장(戰場)에서 기관총을 다루듯이, 카메라에 필름을 장전하고 동일한 대상을 향해 여러 번 셔터를 누를 수 있게 허락받은 것이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진은 단지 공간을 구획하며 시간의 단면을 고착하던 틀에서, 흐르는 시간의 차이를 함께 기록하는 가능성을 얻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야 1초에 수 컷 혹은 수십 컷을 찍는 디지털카메라가 있지만 말이다. 심지어 1초에 일 조 번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최근에 발명되기도 했다. 이렇게 촬영된 필름에서 자신이 원하는 한 컷의 장면을 얻는 일은 그간 사진가가 사물을 보며 추측했던 의미와는 사뭇 다른 일이 될 수도 있다. 소위 셀렉트(select)라는 의미로 작가의 밀착인화에서 잡지 혹은 신문에 게재할 한 컷을 선택하는 과정은 때로는 커다란 갈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사진가의 의도와 달리 전혀 다른 장면의 사진을 선택하는 편집자를 만나는 경우 신경전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이 한 말로 유명해진 “결정적 순간(Images a la sauvette)”이라는 표현이 한편으로는 사진 작업에 매우 소중한 방식이면서, 동시에 이루어지기 힘든 형식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즉, 여러 컷의 사진과 매우 많은 수의 필름을 사용한 사진가가 그것을 재확인하여 골라내는 작업을 할 때 촬영 당시의 역할보다 편집하는 능력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매그넘에서 카르티에 브레송의 역할도 그러했다. 르네 뷔리(Rene Burri, 1933~2014)의 회상에 의해 알려진 것처럼 매그넘 사무실에 있던 그의 책상 위에는 늘 다른 사진가들이 촬영한 밀착인화 더미가 놓여있었다. 그가 다른 사진가들의 밀착인화를 마음껏 살펴보는 특권을 누렸으며, 동시에 그는 다른 사진가의 “결정적 순간”을 ‘결정’하는 역할도 한 것이다. 바로 밀착을 통해서 말이다.
또한, 밀착인화는 폭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한 롤의 필름에 찍힌 것을 모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찍힌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으며, 작가가 한 대상에 어떻게 접근해 들어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집요한지 알 수 있으며, 어떠한 성격의 사진가인지도 대략 알아챌 수 있다. 나아가 사진가가 무슨 필름을 썼는지, 그 필름의 현상을 제대로 했는지까지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가 필자에게는 매우 희귀하며 의아하게 느껴진 것이다. ‘다 보여주겠다’고 하니 그렇다. 대체로 유명 작가의 경우 자신의 촬영방식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다. 사진가 강운구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기업비밀”이다. 기업비밀은 한번 노출되면 따라 하기가 너무도 쉽기에 가능한 한 자신만의 것으로 숨기고 싶어 한다. 나아가 어떤 작가들은 아예 촬영한 필름을 현상하여 네거티브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컷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선택된 몇몇 필름을 모아 밀착인화를 만들어 마치 자신의 촬영이 매우 철저한 통제 속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모든 비밀이 들어있는 곳이 바로 컨택트 시트이기에 전시를 살펴보는 내내 즐거웠다. ‘훔쳐보는 즐거움’이야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터. 벌써 수십 년이 지난 사건 혹은 사물들이기는 하지만 그 앞에서 흥분에 떨려 집념을 불살랐을 사진가들의 내밀한 면을 엿보는 일이 어찌 야릇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

매그넘 (19)

EXHIBITION FOCUS 2015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부산시립미술관이 1999년 지역의 청년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고자 기획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전>이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이같은 시도는 단순히 청년 작가를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미술의 잠재력을 확산시키고 부산 미술의 풍부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하겠다. 올해 선정 작가인 박상은 송기철 송진희 이은영 4인의 인터뷰와 함께 부산시립미술관의 행보를 짚어보고 향방을 모색하는 글을 통해 부산미술의 가능성을 주목해보자.

미래의 지역미술과 부산시립미술관의 행보

김만석 미술비평

반복된다는 것은 아직 이 세계가 완전한 파국으로 끝장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언가가 되돌아온다는 감각은 삶의 지속을 상상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바로 그 때문에 불투명하지만 모종의 희망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반복은 일종의 미래의 서식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이미 시작했지만, 항상 다시 시작하는 것이고 다르게 시작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반복은 형식적으로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출발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이 도착하는 지점 역시 같은 장소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연되고 연기될 따름이다. 설령, 어떤 존재가 같은 장소에 동일한 방식으로 도착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기왕의 영토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도착한 그 장소를 낯설게 만들고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도록 요청하고 촉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술 장 내에서 정기적인 반복을 정기전이라고 명명할 때, 그것은 그 단체가 지향하는 규범화된 의미나 고착화된 질서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복이 아직 현실화하지 못한 조형언어의 자리를 내부에 함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바로 그러한 사정이 정기전을 통해서 미래와 희망을 예감하게 하는 밑천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청년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지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가 2015년을 기준으로 13회째를 맞이했다. 1999년 출발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니, 16년간 지역미술의 ‘저변’에 대해 탐문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사고하는 데에 기여해왔다고 하겠다. 특히 미술관이 지역미술의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 1998년 이듬해부터 바로 청년 작가들 지원에 나섰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시립미술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역미술에 대한 상상은 ‘불모’ 담론을 통해서 이루어져왔는데, 이는 ‘지방’을 통치의 대상으로 구조화하려는 다종다양한 역사적 전략에 따른 내부 식민화의 결과였다. 이 때문에 지역 인력풀이 왜소화되는 구조를 피하기가 어려웠으며 이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부정이나 배타적 지역주의가 나타나는 일도 없지 않았다. 시립미술관의 등장은 이러한 대립적 구도를 비켜서 청년 작가들에게 지역미술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중심과의 매개 없이 다양한 조형적 실천 현장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이 IMF라는 전대미문의 ‘환란’으로 규정된 시기에 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환란’이라는 수사적 표현은 결코 과장일 수 없지만, ‘불모’ 담론이 횡행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축소된 것을 떠올리면, 그 한가운데서 탄생한 시립미술관과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젊은 작가 새로운 시선>과 같은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은 지역미술의 미래와 희망을 가늠하게 하는 표지라고 해도 과언일 수 없다. ‘작가’ 생산 자체가 위축되는 시기였고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일 자체가 힘겨운 상황에서 미술관이 청년 작가들의 작업을 연구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한국 사회 전체에 알리는 과정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작가로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뼈대의 하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을 현장으로 한 대안공간들의 활동 역시 청년 작가들에게 중요한 기반과 자산으로 받아들여졌음은 물론이다. 대안공간과 미술관 각자가 지향하는 활동과 역할이 일치할 수 없지만, 시립미술관은 이 전시를 통해 지역의 청년 작가들에게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자극과 힘을 준 것은 분명하다.

미술관의 도약을 기대하며
그렇지만 부산시립미술관의 이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기획을 단순히 지역 시립미술관의 기능 가운데 하나로 간주해선 안된다. 정치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 시립미술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이상, 이 기획은 단순히 새로운 조형언어를 소개 하는 데 머무르지 않으며 그 이상의 차원을 함의한다. 이 전시가 기본적으로 특정한 시간을 경유함으로써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반복 자체가 거꾸로 미술관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에 대한 규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청년 작가에 대한 지지와 응원의 반복이 미술관의 지속과 미래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작가 배출의 중요한 제도인 ‘미술대학’의 위축은 미술관이 경제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뛰어넘어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교육부의 예술대학에 대한 압박이 꾸준히 이루어져, 통폐합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역 미술대학은 실질적으로 미술학과의 ‘폐지’를 선고한 상황이어서 청년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을 연구하고 담론을 생산하는 일은 이전보다 그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기획 자체가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밑받침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창조경제의 광범위한 도입 역시 지역 청년 작가들의 창조적 역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지역 미술의 근간에 중요한 사안이다. ‘굴뚝 산업’에서 ‘굴뚝 없는 산업’으로의 전환에 예술의 창조성이 널리 요구되는 실정이고 지역의 산업이 ‘환란’을 통해서 ‘재구조화’된 이후 문화예술이 지역 산업의 한 뼈대로 구성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치경제적 동학의 핵심이 바로 청년 작가들의 인프라와 생산에 연결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물론 창조경제가 예술가들에게 신뢰할 만한 산업의 형식일 수는 없다. 다만 국가 차원의 이러한 요구가 왜곡된 방식(창조산업은 독려하되 창조적 인력을 생산하는 학문과 실천은 폐지)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기왕의 청년 작가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은 요식적인 차원을 넘어 심화된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청년 작가들의 예술적 창조성을 지역과 한국사회 그리고 글로벌한 맥락에서 구성하고 논의하고 알리는 작업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지역미술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고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차원에서 수행되어온 ‘부산학’의 성과와 시립미술관의 독자적인 연구 성과 축적을 통해서 지역미술이 주체화될 수 있는 새로운 맥락들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결코 짧은 시일 내에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국적 차원의 미학 생산 방식을 넘어서 ‘아시아’와 ‘글로벌’의 수준을 포괄하는 미학이나 문화연구는 시립미술관의 체제와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할뿐더러 활동 반경 역시 기존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식인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맥락만 살펴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왜관에서부터 식민지, 광복, 6?25전쟁으로부터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에서 부산이 항상 가시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교류와 만남의 장이었다는 사실 역시 부산시립미술관에 이러한 기반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기반의 중추가 예술을 생산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청년 작가들이고 이들이 부산 문화 전체의 미래가 될 것임은 두말할 나귀가 없을 것이다.
혹여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들을 호출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다만 기왕의 미술 장이 갖는 폐쇄성이나 한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차원의 용법 정도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기할 필요가 있다. 청년 작가에 대한 지지와 응원은 그들의 작업이 아직 미숙하고 부족하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15>에 참여한 송진희의 작업은 ‘아카이빙’ 작업이 갖는 형식을 전유하면서도 그것을 작가라는 위상으로 독점하고 편집하여 제시하는 차원을 뛰어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성매매 경험 여성’과 ‘일반시민’, ‘예술가’, ‘활동가’를 수신인으로 이들이 다시 완월동 ‘성매매 경험 여성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녀들로부터 발신된 편지들을 받아 전시장에 펼쳐 놓았지만, 그 사실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그녀들 스스로가 누구나가 다 보고 읽을 수 있도록 자신을 일종의 ‘문서고’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가시화되거나 왜곡된 형상화를 통해서만 드러났던 그녀들의 삶과 목소리가 누군가에 의해 대리되거나 대변되는 대신 능동적으로 문서고를 구축하도록 요청됨으로써 전통적인 의미의 작가의 자리를 그녀들과 나누는 데에 이른다는 것이다.
요컨대, 그녀들이 두런두런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을 작품화할 수 있는 것은 송진희 작가가 청년 작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에 없던, ‘작가’의 영역을 진정한 의미에서 확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이 바로 문서고(형상화의 가능성과 가시성의 자리)라면, 미술대학의 위축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은 자명하다. 송진희 작가가 취한 전략들이야말로 다른 의미에서의 동료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문가 체제나 탁월함의 기예는 그것대로, 이와 달리 시민들의 삶의 탁월함을 생산하는 작업은 또 다른 방식을 통해서 모두 응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미 시작되었지만, 매번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고 동일한 도착점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곳에 서 있는 청년미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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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범창살 철제대문 가변설치 2015 (왼쪽) 벚나무 설치 2015

<이미 여기에 늘 평화롭게 존재한다> 방범창살 철제대문 가변설치 2015 <자유를 위한 최소 소건>(왼쪽) 벚나무 설치 2015

송 기 철
1982년 태어났다. 동의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동의대학교 효민갤러리에서 석사학위 청구전을 열었으며 (구)백제병원에서 열린 해체둔벙전에 참여했다.

주로 개념적인 작업을 선보였는데, 최근 강조하고 있는 대립적/모순적 상황에서 ‘빼기’의 개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계선 흐리기>는 물고문을 하는 장면과 심폐 소생술을 하는 장면이 각각 A3용지 앞뒤에 인쇄된 작업이다. 소생 기술의 발달이 장기이식 기술의 발전과 동일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소생 기술은 장기 보존 기술이자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술이다. 마찬가지로 전쟁포로를 잔혹하게 고문해 얻은 정보는 많은 수의 아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술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혀 다르게만 보이던 두 행동 이면에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하나의 기저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대면하게 되는 대립적 상황에서의 선택은 거짓 선택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빼기’는 어떠한 선택을 하든 결과가 같을 것이라는, 거짓 선택의 종속에서 과감히 우리의 선택을 빼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설치, 영상, 사진작업을 한 공간에 선보였는데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궁금하다.
<이미 여기에 늘 평화롭게 존재한다>는 창살이라는 오브제를 공중에 매단 작업으로,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계급적 아파르트헤이트의 유령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 계급적 아파르트 헤이트의 유령은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맴돌며 사회-정치적으로 배제된 자를 무수히 생산한다. <자유를 위한 최소 조건>에서는 나무로 비유된 배제된 자들이 자신을 구속하는 내장으로써의 뿌리를 불태운다. 이것은 배제된 자에서 사회-정치적인 주체로 이행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벌거벗기는 공간>은 버스터 키튼 영화의 한 장면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그 사회-정치적 주체가 계급적 아파르트 헤이트를 가로지르는 장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우리가 다른 세계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창살 사이에 있는 철제 대문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벌거벗기는 공간>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작업들 또한 각자 다르게 작동하면서도 이러한 주제 맥락 안에서 이야기들을 채우며 이어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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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버스 위에 흑연 가변설치 2015

<망각은 없다> 캔버스 위에 흑연 가변설치 2015

이 은 영
1982년 태어났다. 영남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니스 국립고등미술원에서 학사, 석사 과정과 스위스 제네바고등미술원(HEAD) CERCCO 석사 연구과정을 마쳤다. 제네바 Milkshake Agency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상징성이 강한 드로잉 작업은 어떤 배경을 가지는지 궁금하다.
이미지들은 대부분 내가 일상생활에서 수집한 것들인데 나의 기억과 상상을 합친 결과물이다. 상징적인 이미지에서 출발한 것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중의적인 알레고리의 특성을 가지는 작업들이다. 개념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장소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작가가 제시하는 이야기가 있더라도 전시되는 장소에 따라 관람객은 이미지의 개념을 자신이 가진 복합적인 지식과 상황에 맞춰 변화시킨다. 나는 그 개념에 대한 정의의 자의적이고도 타의적인 변화 혹은 변질이 흥미롭다. 그것은 비단 작업의 해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 부분을 통해 우리가 지금 보고 믿는 것들의 근본에 대한 의문을 가졌으면 한다.

산과 물결의 일부를 표현한 작업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이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2015년 4월 개인전을 준비하며 제네바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때가 세월호 1주기 였다. 그리고 그 즈음 유럽으로 넘어오려던 수많은 난민선이 지중해에서 전복되었다. 네팔에서 지진이 일어나 8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에 작업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나는 어떠한 것을 할 수 있을까. 오랜 생각 끝에 내가 가장 잘 표현하는 언어로 사람들과 이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다만 단면적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며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관심을 갖게 하고 생각하게 하며 토의하게 하고 나누게 하는 것이 민주사회구성원이자 예술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넘쳐나는 비극에 담담해진 사람들의 감정을 조형적이고 시적인 표현으로 자극하고 예민하게 하는 것. 그 사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5년 5월 제네바 개인전 때 원래 하려고 했던 벽화 대신 그려넣은 작업이 <+4038m> 이다. 스위스인들에게 산이란 오직 스위스에만 존재하는 듯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스위스사람들은 내가 만약 그들의 공간 속에 산을 그려 놓는다면 당연히 스위스산이며 내가 그들의 자연에 심취하여 산을 그려놓다고 생각할 것이라 예상했다. 에베레스트 8,848m-몽블랑 4,810m=4,038m. 지구 반대편 네팔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없이 각자의 삶을 살고있는,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것과 우리에겐 멀고 낯선 것에 대한 차이, 그리고 눈앞에 놓인 신기루 같은 아름다움에 취해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곳과의 간극에 대해, 스스로 믿고 정의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세라믹으로 바다의 수면들을 재현한 연작은, 각기 하나하나의 작품에 붙여진 이 숫자들은 세월호와 난민선이 전복된 날짜들이다. 네모난 블록형태는 분절된, 그러나 결국 모두 연결되어 공공의 기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마치 이 세상 모든 바다가 이어져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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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프린트 80×145cm 2014 아래 (오른쪽) 비디오 3분30초 2015

< Anxiety-아스팔트 > 디지털 프린트 80×145cm 2014 아래 <누군가의 상처 1>(오른쪽) 비디오 3분30초 2015

박 상 은
1988년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2012년 효원문화회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 <Blue Whale>을 열었으며 대안공간 반디, 부산시립미술관 금련산갤러리,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14 <무빙트리엔날레-메이드인 부산>에 출품했다. 제7회 국제비디오페스티벌 우수상을 수상했다.

피부묘기증(피부를 긁거나 스치는 등의 경미한 외부 자극에도 붉게 부풀어 오르는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독특한 증상은 남과는 다른 특이점이다. 그동안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몸에 새기거나, 아스팔트, 매립지의 균열 현상과 개인의 상처를 교차시키기도 했다. 작가 자신과 외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설명해 달라.
작품을 봤다면 느껴지겠지만, 피부묘기증이 있다 해도 이렇게 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물리적인 아픔이 수반된다. 내 작품은 이 아픔을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느껴지는 촉각적인 아픔이 그들의 상처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한낱 이런 행위를 통해 나와 관람자가 공감하고 아픔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겪는 복합적인 상처를 시각적으로 전하는 효과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Anxiety>는 성과사회 속에서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매립지의 균열 이미지와 연결한 이야기다. 이전 작품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의 몸을 빌려 보여주는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은 현대인의 불안과 매립지의 균열 그리고 나의 몸 이렇게 새 개를 연결시킨 것이다. 갈라지는 땅과 부어오르는 내 몸, 그리고 현대인이 서로 다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영상작업과 사진 작업에는 특별한 내러티브가 엿보이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작품의 주제는 ‘세 젊은 여성의 상처’다. 이 세 명의 여성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주위에서 ‘걸레’, ‘남자 이용해먹는 나쁜 년’ 소리를 듣거나 혹은 ‘처지에 맞게 살라’는 얘기를 들으며 상처받는 여성들이다. 이들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중에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적인 사정을 발견했다. 비록 남과 공유되지 않는 특수한 경험, 즉 아버지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패턴이지만 그 아버지란 존재를 다른 것으로 치환하여 생각하면 이 문제는 단순히 이들만의 어떤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이 돌아가는 패턴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전 작업과의 연장선에서 이들의 상처를 공유하며 치유해 나가는 것도 작업의 과정으로 보고 싶었다. 이전엔 촉각적인 아픔이 느껴지는 불편함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 이야기가 들어가는 것은 이 패턴을 보여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몸을 통해 발언하는 방식, 특히 피부묘기증이라는 신체적 특징이 지금까지 작가로서 차별화된 지점이라 하겠다. 한편 이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내고 불합리한 지점들에 저항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어려움이 컸다. 개인적으로는 신체작업을 하면서 신체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었고 해체할 수 없었다. 노출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아마도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서였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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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봉투, 테이블, 의자 등 설치 2015

<완월동 편지> 종이, 봉투, 테이블, 의자 등 설치 2015

송 진 희
1982년 태어났다. 대안공간 반디, 요코하마 AAA갤러리, 아르코미술관, 김해 문화의전당, 미부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생활예술모임 ‘곳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은 부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이다. 이곳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을 말해 달라.
작년 5월 완월동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곳을 걷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완월동의 보이지 않는 역사와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들은 성매매 경험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기보다는 한국사회의 성산업과 여성의 삶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 현재 이곳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바깥으로 매개하는 통로, 사이-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완월동 편지>이다. 완월동이 성매매 집결지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배제되는 것, 사라지는 것, 기록에 남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갈증이 늘 있었고, 완월동이라는 장소와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서 이제는 응답해야 할 때라고 느꼈다.

일반인이 성매매 경험 여성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적이다. 그렇다 보니 일반인 참여자들이 그들에 대해 발언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완월동 편지>에 참여자 과반수는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언어를 담아서 답장을 보낸 것이라. 그 내용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성산업에 관해서 나눌 수 있는 대화의 방식은 추측, 낙인, 이슈화하기에서 끝나버린다. 추측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깐 성산업에 관해서 ‘생각’하는게 어렵다는 말과 같다.
왜 생각하지 않냐고 다그치기보다는 그 문제를 일상적인 차원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자들의 편지에서 ‘부담’이 느껴졌다면 ‘생각’하고 ‘언어화’하는 과정을 스스로가 수행해야 했기 때문일 거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주변의 성매매장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편지, 자신의 고통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 보는 편지, 재개발 풍경과 완월동을 연결하는 편지, 그 자체가 그 부담을 뚫고 나온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작업은 작가 개인의 시선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다. 완월동을 포함한 성산업,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응답하는 ‘공동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작가는 공동의 기록이 가능한 사이-공간을 가꾸는 매개자이자 안내자이다. 없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이슬비 기자

CRITIC 아티스트 파일 2015: 동행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15.11.10~2.14

 

정연심 홍익대 교수

국립현대미술관과 일본 국립신미술관이 함께 기획하는 큐레이션 프로젝트 ‘아티스트 파일’은 지난 여름 일본에서 먼저 전시된 이후 (일본 국립신미술관 2015.7.29~2015.10.11)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일본 국립신미술관은 보통 미술관과 달리 컬렉션을 하지 않고 주로 기획전 중심으로 일본 국내외의 동시대미술을 활발히 소개하는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최근 지어진 미술관답게 대형 조각 및 설치를 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영상, 설치 작가들에게는 좋은 전시공간을 제공한다. 지난 몇 년간 두 미술관은 공동으로 ‘아티스트 파일’을 진행하면서, 특정 주제를 제한해서 선정하지 않고 말 그대로 아티스트들의 개별적 작업을 ‘파일’이라는 제목 아래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에는 동시대 한일 작가들의 집단적 발언보다는, 개인적 육성과 반응을 더욱 강조하는 장점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여러 개의 퍼즐이나 콜라주를 나열하는 다소 병렬적이고 주제 면에서 취약한 일면을 보인다. 2015년 아티스트 파일 전시에는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12개의 개인전(총 200여 점)이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넓은 공간감을 지닌 신미술관에서는 개인전에 가까운 스케일을 자랑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전’과 같은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쿄, 뉴욕, 베를린, 런던 등을 베이스로 하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 동시대 미술가들에게는 그들 특유의 작업방식과 공통된 ‘의식’과 같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 여섯 명은 개인과 사회의 심리적 관계와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 공간이 일으키는 긴장 등을 여러 매체를 통해 되짚어 본다. 집단적인 ‘파일’이 아닌, 작가 개인이 취하는 섬세한 방법론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통분모를 도출하려는 시각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신미술관의 연구원인 요네다 나오키가 도록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일본 작가들은 예술 오브제의 사물성과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이미지의 역학 관계에 천착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나는 2015년 아티스트 파일의 주축을 이루는 기슬기, 이성미, 이원호, 이혜인, 임흥순, 양정욱의 작업에서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흔히 엿보이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혹은 보지만 볼 수 없는 다양한 이면들을 레이어드처럼 풀어낸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국에서 벌어지거나 동시대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적인 양상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일상의 민낯이다. 그것은 주변 공간과 불편하고 낯설게 관계를 맺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기슬기의 사진작업인 <Unfamiliar Corner>는 틈 사이의 공간이나 벽 등에 살짝 남겨진 신체의 일부를 보여준다. 이것은 마치 파편화된 신체(the body in pieces)처럼 불안정한 심리적 요소를 더한다. 사진 속에 있는 이의 긴장감은 보는 이에게 호기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기슬기의 익숙하지만 낯선 심리적 자극은 미국 볼티모어에서 경험한 이성미의 디아스포라적 시선과 마주한다. 이성미는, 교통사고로 깨진 자동차의 유리 파편들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 기억과 시간성을 작품 속에 구현하였다. 이성미의 작업은 ‘여성적 글쓰기’처럼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물리적 공간으로 치환되었다. 유리 자체에서 나오는 비색의 독특한 색감은 고려청자의 마티에르처럼 묘한 잔상을 남긴다. 작가는 향으로 연기 작업을 하거나 다양한 드로잉 작업을 통해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에 성공적으로 동화하지 못하고 주변화된 마이너리티의 정체성을 기록한다.
이성미의 작업이 깨진 유리라는 다루기 위험한 재료를 주요 속성으로 사용한다면, 이원호는 ‘냄새’라는 후각과 ‘박스’라는 아슬아슬한 집이라는 공간을 재료로 삼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신작인 <부(浮)부동산> (2015)은 한국과 일본의 노숙자들이 사용한 바 있는 종이박스로 제작한 것이다. 그는 노숙자들이 집으로 사용하는 종이박스를 직접 구입하면서 이러한 매매과정을 모두 기록해 공개하였다. 그 집은 우리 사회에서 직면한 ‘부동산’이 상징하는 여러 가치를 생각하게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숙자들을 만지기조차 꺼리는 세태 속에서 투명인간으로 남아있는 홈리스를 연상시킨다.
현재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이혜인은 여행과 야외 사생을 통해 밤에 그림을 그리거나 기억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이어나간다. 그는 작품 제목처럼 <수상한 야영객>(2013, 2015)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행위보다는 우연적 환경 속에서 장소의 기억을 더듬어 나간다. 어색한 붓 터치는 어눌한 말하기처럼 낯설다. 신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도중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은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비념>(2012)과 <다음 인생>(2015)을 통해 역사를 둘러싼 개인과 사회의 기억을 구현해냈다. 한편, 양정욱 작가는 자신이 느끼는 단상들을 먼저 텍스트로 쓰고 이를 키네틱한 조각으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 <너와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생각>을 제작하였다. 영상작업과 사진, 설치 등이 많은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동반한 양정욱의 작업은 음악적인 리듬감으로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본 작가들의 작업을 세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런던에 거주하는 요코미조 시즈카의 사진작업에서 소름끼치게 언캐니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직접 유령을 본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Phantom> 사진들은 관람자들을 관음증적인 관찰자로 변화시켜 타자성을 경험하게 한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도미 모토히로가 레디메이드를 이용해 오브제의 관계성을 탐색한다면, 고바야시 고헤이는 일상의 사물과 언어의 관계성을 개념적으로 다루고, 데즈카 아이코는 직물을 해체한다. 그리고 모모세 아야는 배우의 몸짓, 목소리, 편집 과정 등을 통해 영상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정치성을 폭로하고, 미나미카와 시몬은 신문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캔버스에서 추상으로 환원시키는 연작들을 선보인다. 이들 12명의 작가는 한국과 일본 태생이기는 하지만 여러 도시를 베이스로 활동하므로 다른 동시대전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아티스트 파일’은 “지역적인 것, 세대적인 것, 이산적인 것”이 묘하게 만나 한국과 일본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을 발언한다.

위 양정욱 <너와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생각> 가변설치 2015

CRITIC 이준 즉흥환상곡-漁

페리지갤러리 1.7~2.25

정수경 미학, 미술이론

갤러리의 아담한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관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조금은 몽환적인, 작품들이 내뿜는 소리들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뿌연 음향이다. 굳이 사운드아트라 할 것은 없지만, 이준은 소리를 이용한 작업을 유독 좋아한다. 그러나 그 음향은 조성음악처럼 편안하게 마음을 안정시키거나 혹은 격앙시키는 유가 아니다. ‘즉흥환상곡’이라고 해서 쇼팽류의 음악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미디어와 데이터를 주로 이용하는 그에게 즉흥은 랜덤 알고리듬에 가까우며, 환상은 머릿속에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 것보다는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의식과 질서를 헝클어뜨리고, 그래서 현실 감각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데 가깝다.
음향의 이 같은 탈의식 효과 속에서 눈이 공간을 더듬으며 작품에 다가가게 된다. 전체적으로 유난히 눈에 띄는 장치는 ‘회전판’들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회전판 위로 펜, 연필 등이 남기는 흔적 역시 인터넷 포털을 통해 전달되는 실시간?혹은 시간차-데이터에 따른 ‘즉흥’적인 것이다. 즉, 작가가 통제력을 상당부분 상실하는 것, 그것이 즉흥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것이 작가가 정교하게 고안하고 통제한 틀/형식과 호응하면서 특별한 울림과 의미를 발생시킨다. 즉흥은 작가의 통제력 상실과 이어져 있지만 그 상실 역시 작가의 의도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작가는 실은 작품과 공간을 장악한 보이지 않는 손이며, ‘즉흥’은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기획에 종속된 하나의 ‘의도된’ 효과이다. 과연 이준은 즉흥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을까?
세상이다. 선진자본주의의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지만 큰 세상인 대한민국, 서울. 그 세상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표면 뒤에 놓여 있는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은 비가시적인 힘들의 곡선과 불균형. 아파트 밀집도, 환율, 주식, 실업률 등등. 그러나 그는 그것을 찬찬한 관조의 대상으로, 의식에 각인되는 정적인 형식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그것이 원래 지닌, 쉽게 붙들리지 않는 속도감을 더한 동적인 미디어아트 설치의 형식으로 제시했다.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회전은 눈만큼이나 마음까지 어지럽게 흔들며 갑갑함을 더한다.
그 어지러움은 작품에서 시작하지만, 관람자들의 마음속에서 배가될 지도 모를 종류의 것이다.
안 그래도 사는 게 힘들고 어지러운데, 예술마저 어지러워야 할까 싶은 마음으로 곁으로 걸음을 옮기면, “러브 미 텐더~.” 느리고 낮은, 둔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의식을 더욱 끌어내린다. 다정하게 마음을 흔들기보다는 왠지 욕지기가 날 것 같은 그 템포, 그 울림. 다가가 유리진공관 속을 들여다보면, 거무튀튀해진 인간 피겨들이 음파의 진동에 따라 날카로운 압정과 뒤엉켜 오르락 내리락 튕긴다. 진공관 밖에 서 있는 피겨는 그 불편한 공간을 벗어나 우아하게 서 있다. 뭘까.
또 그 옆에는 연도들이 적혀 동심원으로 구획된 회전판 위에 무채색의 크고 작은 피겨들이 놓여 있고, 그것이 LP 판처럼 돌아가는 가운데, 금붕어가 들어있는 비커를 가운데 두고 스피커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의 곳곳에 물고기들이 등장하는데 대략 뭔가 매개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그들이 하는 일이 명확히 보이는 건 전시장 가운데 놓인, 물고기 두 마리가 물거품 대신 뻐끔거리며 내놓는 말풍선이 등장하는 TV 어항이다. 포털에서 전송된 검색어들이 그 출처를 알리는 단어와 함께 물고기가 말이라도 하듯 말풍선으로 전달된다. 세상에, 머리 나쁘기로 유명한 붕어들이 세상과 우리를 이어주고, 우리에게 세상에 관한 정보들을 전해준다. 믿어도 될까? 불편한데, 머리가 멍해서 깊이 생각하기도 어렵다. 어쩌면, 제대로 낚인 듯하다. 작가의 낚싯바늘에.
이준은 그간 미디어 포털의 메커니즘을 거리를 두고 보여주는, 대체적으로 유쾌한 시청각효과들을 산출하는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그에 비해 이번 전시에는 유쾌한 설치들 속에 불안과 불편을 심어두었다. 물고기와 피겨가 은근히 강한 비판적 힘을 발휘한다. 분명 인간 형상이고, 하여 인간세계의 압축판이지만, 바보라는 붕어들만큼의 활성도 갖지 못한 무기력한 존재들. 피겨들은 오직 작가가 미리 짜놓은 판 속에서 회전, 혹은 진동에 따라 수동적 움직임을 얻을 따름이다. 노이즈와 음악의 중간쯤 되는 음향 속에서 ‘저건 현실 속 우리와 다를 바 없어’라고 느끼게 되면 이준의 이번 작업은 꽤나 흥미로운 것이 된다. 이제 어쩔 것인가. 빙글 도는 회전판 같은, 다람쥐 쳇바퀴보다 더 납작해져버린, 수치를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폐쇄순환회로를 어떻게 벗어날까? 과연 벗어날 수는 있을까. 이준의 답이 궁금하다.

위 이준 <레치타티보: 물고기의 목소리_ZFB600>(앞) 투명 LCD 어항, 자작나무, 금붕어, 컴퓨터 비전 시스템, 인터넷연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뉴스헤드라인, 날씨정보 2015

CRITIC 이원호 진품명품전(傳)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PS333 2015.12.18~1.10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이원호는 독일 유학시절부터 사회의 규칙을 위반하거나 경계를 해체시켜 새롭게 재규정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테니스장이나 탁구대 위에서 경기장의 면적을 한정하는 가장자리 흰색 라인에 뿌려진 분말을 모아서 흔적도 없이 지운 후, 경기장 중간에 이 분말로 구성된 하얀색 단면을 만든다거나(<The White Field> 시리즈), 전시장 바닥을 잘라내서 만들어진 육면체가 세상을 떠돌다가 흔적을 돌아오게 하는 (<두 개의 큐브, 두 개의 공간>) 작업에서 이원호는 사회제도가 규정하는 기존의 질서를 해체해서 미궁에 빠지게 했다. 아니 오히려 그의 태도는 본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고행에 가까운 성찰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태도는 2006년 자기 스스로에게 감행했던 가학적인 퍼포먼스 작업 <ARTNOW>를 연상시킨다. 이 작업은 동시대예술 카탈로그 위에서 얼차려(원산폭격)를 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이었다. 책 위에 머리를 박고 있던 그의 신체는 2007년 제작한 <ARTNOW Ⅲ>에서는 머리와 발 부분만 남기고 지워졌다.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진품명품(傳)>은 한동안 TV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던 미술품 감정 프로그램을 다룬 작업이다. 이원호는 이 프로그램에서 위품(僞品)으로 판명 난 물건들을 사들여서 전시했는데, 작가는 진위 감정행위 전후에 드러나는 애장품 소장자들의 태도 변화에 주목했다.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자신의 애장품이 진품이라고 믿고 소중하게 관리하고 보관해 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에 얽힌 사연들이 이 애장품과 더불어 소개되었다. 사연은 남루해 보이는 사물들을 더욱 진품처럼 보이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감정을 통해서 위품(僞品)으로 판명 났을 때, 이 신화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사물들은 무가치한 쓰레기가 되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덕분에 작가는 싼값을 지불하고 이 사물들을 전시장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명품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유명인의 유품이나 글씨, 도자기, 공예품)은 감식안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신화적으로 작용한다. 이 프로그램에 감정을 의뢰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자신이 그동안 품어왔던 명품의 환상을 버리고 실망스럽게 돌아갔다. 순간 이 사물을 지탱해주던 명품으로서의 가치의 가장자리는 지워져버리고 텅빈 공허함으로 가득 찼다. 이원호는 가장자리가 지워져버린 이 공허한 사물들을 모아 전시를 만들었다. 본래 전시장이라는 가장자리는 어떤 사물이든 ‘예술’로 둔갑시키는 프레임 기능을 해왔다. 진위감정 프로그램에서 가짜로 혹은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사물로 판명난 사물들을 주목하는 행위는 경기장의 지워진 가장자리들이 모여 이룬 하얀색 부유하는 사각형을 닮았다.
이 영토는 보잘것없는 것들이 공존하는 유토피아적 피안의 세계다.

위 이원호 <진품명품傳>(왼쪽) 영상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