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하룬 미르자 회로와 시퀀스

백남준아트센터 2015.10.29~2.7

오경은 미술사

하얀 전시장 벽면, 닫힌 하얀 문 옆에는 ‘아담, 이브, 다른 것들 그리고 UFO’라는 전시 제목뿐 내가 무엇을 ‘보게’ 될 지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없다. 기이한 제목에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며 문 안쪽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쿵쿵대는 소리, 삐우삐우거리는 소리, 지지직거리는 소리, 소음, 그리곤 침묵. 이 문을 열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 때쯤 전시장 도우미가 다가와 문을 열고 들어가 체험하는 작품이라고 알려준다. 문을 열면 음향기기가 설치된 작은 방이 나타난다. 소리설치라면 한가운데서 음향을 감상해야 할 것 같은데 바닥 한복판에는 회로판을 얹은 기둥과 그에 연결된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회로판에서부터 LED전구들이 여덟 갈래로 나뉘어 줄지어있고 케이블들은 가운데의 기둥을 둘러싸듯 포진한 스피커들에 연결되어 있다. LED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의 전류를 소리로 바꾸어 각각의 스피커에서 고유의 소리를 들려준다. 전자회로에서 발생하는 빛과 소리를 이용하여 시각의 장인 전시(展示)공간은 소리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2014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현재 동 기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작가 하룬 미르자의 첫 국내전에 대한 내 첫인상이다. 그는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독일 카를스루에 ZKM에서의 <Sound Art, Sound as a Medium of Art전>, 2013년 뉴욕 MoMA의 <SOUNDINGS전> 등 동시대 주요 음향관련 전시에 초대되는 등 과학기술 중재를 활용하여 시각과 음향 재료를 매치하는 사운드 설치 작가로 국제적 명성을 갖고 있다. 백남준의 작업관을 이어받은 이들에게 수상되는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이 미르자에게 주어진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이 전시는 백남준 작업과의 연계성에 중점을 두어 작품을 선정하였다는 인상을 주었다. 예를 들어 백남준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메모라빌리아와 나란히 설치한 미르자의 작품은 <테스코 열차(기 셔윈에 대한 오마주)>인 다른 크기의 모니터 3대가 탑처럼 쌓여있고 모니터에서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으며 이는 연결된 LED전구의 점등?점멸과 동시에 다양한 소음을 만들어 유쾌한 음악 연주처럼 느껴지니, 그야말로 테크놀로지를 예술에 도입하고 소음과 음악 간의 위계질서를 전복한 백남준의 정신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작가로 인지된다. 마치 바로 옆의 메모라빌리아에 있는 백남준의 작업물을 가져다 만들었대도 이상할 게 없을 듯 느껴진다. 이 3대의 모니터는 ‘기 셔윈에 대한 오마주’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백남준이 샬롯 무어맨을 위해 텔레비전 수상기 3대를 쌓아 만든 <TV 첼로>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도록 주최 측이 세심하게 고려하여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색의 LED전구가 설치된 작은 협탁 위에 구형 라디오를 얹고, 여기서 나오는 소리가 연결된 두 스피커 간에 방해를 일으켜 독특한 소음이 일어나 다양한 음향체험과 이와 연계된 빛의 효과를 감상할 수 있게 한 <폴링레이브>에 다다르면 백남준 작업과의 강력한 연관성으로 인해 2015년의 미르자는 1960년대 백남준의 실험 그 이상의 무엇을 성취하였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사실 하룬 미르자의 작업 전반을 살펴보면 설치공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조사를 바탕으로 전자기기 조작 및 설치조각물을 활용하여 주어진 공간을 어떠한 빛과 소리 체험의 장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강하게 드러나, 사운드스케이프 작가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이 전시에서는 이러한 면보다 백남준의 자취를 느낄 작품 위주로 선정된 듯한 인상을 받아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아쉬움을 <태양 교향곡>에서 씻어낼 수가 있었는데 이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구성물로 여기에 LED전구와 스피커를 연결해 패널에 잡히는 빛의 양에 따라 다른 양의 전기가 채집되고 이것이 다양한 소리로 변하여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즉 테크놀로지를 통해 자연에너지 그 자체를 음향화한 작품이다. 존 케이지 등의 신음악가들이 일상의 소음과 같은 구체물을 음악의 영역에 안착시켰던 것에서 나아가 소리가 아닌 구체물에서 음가를 발견하고, 이를 공간 형태를 바탕으로 스피커를 이용해 감상자가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제시한 이 작품에서 미르자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자연광의 따스함과 인공조명의 날카로움을 시각적, 촉각적 으로 동시에 대비시킨 감상자의 오감을 두드린다. 그가 작업시 어떤 점을 고민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미르자의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은 단순히 백남준 작업과 일대일 대응을 이루는 작업을 한다는 점을 넘어 시각예술분야의 지평을 확장하려는 실험정신에 대한 인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위 하룬 미르자 <태양 교향곡_코르브 B> 태양 전지판, 스피커, LED, 전자장치 2014

REVIEW

김정욱 개인전
갤러리 스케이프 2015.12.3~1.15

독특한 초상화로 자신만의 고유한 심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개인전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형태의 존재와 우주적 풍경을 담은 회화작품 50여 점과 도예작품 10여 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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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섭2

신형섭 개인전
살롱 아터테인 2015.12.11~28

<Object Matter>로 명명된 작가의 개인전은 현대 오브제 아트의 흐름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만 작가는 그 흐름에 편승하기보다 이를 자신의 손을 통해 해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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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림_마크 (3)

차혜림 개인전
갤러리 마크 2015.11.10~2015.12.12

한 화면에 다양한 시공간을 개입시켜 삶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작용성을 언급하는 작가의 개인전 <Birthmark:Benandanti trail>. 본인의 소설과 헝가리 여행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조합하고 해체하며 시각적 유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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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60

더 서울 프로젝트
가회동60/갤러리 그림손 2015.12.9~15

권인경 박능생 박영길 조풍류 네 작가가 서울의 실경을 펼쳐보였다. 이들은 수락산 등을 돌며 사생하고 작업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이번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 결과물이 2군데 전시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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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카이스트 (2)

사물의 이치를 배우다
카이스트 K1 2015.12.3~20

카이스트 사이언스 휴머니티 뮤지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4회째를 맞은 전시. 물리학에 대한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접근을 주제로 열렸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에 있어 과학과 예술의 시각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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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랑

박성민 개인전
노화랑 2015.12.9~19

언뜻 극사실을 추구한 듯 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구상과 비구상의 요소가 동시에 읽힌다. 양립할 수 없는 대상이 한 캔버스에 놓여 구체적 사물을 확장시키고 추상의 의미로 변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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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_LIG (1)

박지현 개인전
LIG 아트스페이스 한남 2015.12.3~31

<말장난Ⅱ>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언어를 분리, 재조합하며 언어가 지닌 익숙한 의미에 재치 있는 교란을 펼쳤다. 무게감 있는 심각한 메시지보다 가볍지만 진지한 언어 유희를 통해 일상의 성찰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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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백지혜

백지혜 개인전
갤러리 한옥 2015.12.9~16

〈문득 바라보다〉란 제목으로 열린 작가의 6번째 개인전. 작가는 비단 위에 천연 물감으로 전통 채색 방식을 고수한다. 은은한 색채로 여백에 표현된 아이들과 소녀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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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박태룡

박태홍 개인전
미부아트센터 2015.12.5~20

나무 본연의 물성이 지닌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작가 박태홍이 ‘나무의 결, 바람결, 숨결’을 주제로 가구, 공예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는 용도적 기능을 벗어나 사용자에 의해 의미규정 짓는 새로운 생활미술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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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김연화

김연화 개인전
가가갤러리 2015.12.2~13

자작나무를 주제로 페인팅 작업을 하는 작가의 개인전. 자작나무를 중심으로 산과 별, 강 등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를 통해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현대인이 잊고 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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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양해웅 (2)

양해웅 개인전
전남대아트센터 2015.11.20~30/아르블루갤러리 2015.12.1~23

1973년 작 〈정물〉부터 〈Combination-푸른 꿈을 위하여〉, 〈Combination-새로운 탄생〉 등 최근작까지 총 70여 점을 선보였다. 초기 평면추상, 입체회화, 야외 설치작 등 작가의 변화하는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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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박영미

박영미 개인전
Sun&Fun 갤러리 2015.12.17~23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숲의 모습을 다양한 색상과 감정으로 나타낸 박영미의 개인전. 작가는 “모든 나무의 숲은 쉼을 가져다 준다”며 “메마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숲”을 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PREVIEW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15
부산시립미술관 2015.12.18~2.14

부산시립미술관이 지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여 지역미술의 잠재력을 키우고 장기적인 비전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기획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전>. 젊은 작가를 통해 새로운 시대적, 시각적 예술언어의 방향성을 모색하여 부산미술의 미래가치를 정립해 나가기 위해 기획되었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15> 참여작가 4인은 미술관 학예연구실이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유의미한 창작활동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를 토대로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하였다. 선정된 작가는 박상은 송기철 송진희 이은영. 이번 전시는 작가의 삶 속에 파편처럼 혼재하는 모순, 기이함, 욕망을 끄집어 내어, 예술 혹은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문답하는 식으로 예술에 대한 반성을 하고 사회와 소통하려 한다.
송기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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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양

주도양
사비나미술관 1.15~3.18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비틀거나 왜곡시켜 다차원적 표현을 시도하는 주도양의 개인전. 작가는 곤충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낯설게 한 사진, 이른바 충감도(蟲瞰圖)를 선보인다. 인간의 눈과 카메라 렌즈, 그리고 곤충의 눈을 중심으로 ‘보는 것’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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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욱,_무제-12041(Untitled-12041),_Mixed_Media_on_Canvas,_180_x_300cm,_2012

이강욱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7~3.6

‘보이지 않는 추상공간’을 탐구해 제스처의 반복적 흔적과 기하학적 형상들로 구성, 발전시킨 이강욱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인 ‘지오메트릭 폼(Geometric Form) 시리즈’와 더불어 신작 ‘제스처(Gesture)’ 시리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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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전시전경

미술관이 된 舊벨기에영사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 2015.12.15~2.21

현재 남서울생활미술관으로 사용 중인 옛벨기에영사관 건물 건립 1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건축과 미술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로 구벨기에영사관 건축물의 역사와 특징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현재적 시점에서 예술적으로 재해석한다. 건축부문에 안창모 초청큐레이터, 전시공간디자인에 원오원 아키텍스의 최욱건축가, 문화재모형 복원에 고주환 소장 등 건축 및 문화재전문가와 협업하여 이루어졌다. 역사, 건축, 문화재 협업 전시로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구벨기에영사관의 역사와 건축적 특징을 최초로 본격 조명한다. 미술부문에선 김상돈 노상호 임흥순 장화진 허산 남서울예술인마을 그룹이 참여하여 남서울생활미술관과 주변 환경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 ,남서울생활미술관의 현재적 의의를 역사, 사회, 문화적 각도애서 조명한다.
임흥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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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데니스-수원시립

보는 것,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 2015.12.30~3.20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하였던 하이퍼리얼리즘 경향의 회화, 조각, 설치를 총망라하여 선보인다. 이상, 현실, 내면의 세계를 의미하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재현의 즐거움 이면에 존재하는 삶의 다양한 교차점이 투영된다.
마크 데니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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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휩커(한미)

Magnum Contact Sheets
한미사진미술관 1.16~4.16

국제적인 보도사진가 단체인 매그넘 포토스의 대표작가 65명의 밀착인화지 70여 점과 그 가운데 세상에 공개된 사진 94점을 소개한다. 사진과 함께 현장노트, 동시대 잡지, 엽서, 전단지 등 인쇄물 30여 점도 전시한다.
토마스휩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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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진

최대진
소마드로잉센터 2015.12.24~1.10

전시 공간 안에서 드로잉과 오브제, 텍스트를 이용한 설치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최대진의 개인전 <악한 목동>. 작가는 이번전시에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끝’에 나오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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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나(두산)

현실활용가
두산갤러리 1.13~2.20

현실을 독자적인 시선으로 인식하고, 예술을 위한 도구로 흡수하는 작가들의 태도를 탐구한다.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어려움들에 대한 답을 예술로 풀어내는 작가 박보나 유목연 윤지영 윤지원의 작업을 통해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박보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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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영-oci

2016 Cre8tive Report
OCI미술관 1.8~ 2.25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강상우, 권인경, 박경종, 반주영, 범진용, 윤성필, 조현익, 최수진, 유시동의 2015년 한 해를 결산하는 성과 보고전. 미공개 신작 중심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여점을 볼 수 있다.
반주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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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훈(박여숙)

Encounter; the story begins with
박여숙화랑 2015.12.11~1.22

영국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온 신미경 권대훈 배찬효 작가의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세 작가 모두 해외유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받은 충격과 색다른 셩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권대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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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욱

고재욱
송은아트큐브 2015.12.15~1.20

인간의 내면과 타인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공간 및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난 작업에서 진행한 관객과의 만남이나 참여형 프로젝트 대신 인간의 내면과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이동식 큐브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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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우손)

최병소
대구 우손갤러리 2015.12.3~2.7

작가는 신문지 위에 볼펜과 연필로 선을 긋고 또 그어 전면이 까맣게 그은 선들로 덮이고 마찰로 얇아져서 군데군데 찢어질 때까지 몰두한다. 반복적 노동과 시간의 축적을 통해 기다림과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며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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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가장자리 힌부분-누끼)

김상균
갤러리 바톤 2015.12.11~1.20

20세기 초반 전체주의 열강의 침략 역사와 수탈의 아픈 기억을 환기시키는 당대의 상징적 건물에 주목하는 작가 김상균의 개인전. 일제강점기에 현재의 서울인 경성에 들어선 식민지풍 건축물의 외형적 특질에 기반을 둔 조각과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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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조선)

구자현
갤러리 조선 1.6~26

판화계의 원로로 197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하며 작업을 발표해 온 판화가 구자현의 개인전 <현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판화에대한 열정과 끝없는 탐구정신을 담은 스크린 프린트와 목판화, 판화모음집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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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하상림
갤러리 2 2015.12.10~1.16

식물의 형상을 빌려 생명의 의미를 표현하는 하상림의 사진전. ‘테이프 드로잉’ 기법을 통해 식물의 형상을 캔버스에 담아온 작가는 자신의 회화에 근간을 이루는 사진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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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hh(오픈배)(흰부분누끼따주세요)

KKHH
오픈스페이스배 2015.12.19~1.24

강지윤, 장근희 작가로 구성된 팀 KKHH의 전시 <제 몫>. 이번 전시는 분리의 과정, 자기 자신의 안위를 고민한 작업들로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들을 훼방 놓기, 끼워넣기, 밀거나 당기기 등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 충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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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식-이응노

얼굴 초상 군상
이응노의 집 2015.11.14~3.6

‘홍성’, ‘얼굴’, ‘위인’, ‘군상’, ‘거울’ 그리고 ‘나’를 주요 키워드로 삼아 기획한 전시로 1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각 작가들의 개념을 이응노의 작품 <군상>으로 연결하며 개인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문성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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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환

서기환
충무아트홀갤러리 2015.12.18~1.24

인물과 동·식물이 함께 등장하는 유쾌한 화면을 구성하는 서기환의 개인전 <사람풍경>. 작가는 익숙한 인물과 사물을 통해 ‘가족의 일상’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재구성하여 관람객들의 시각과 감정을 자극한다.

PREVIEW 2

기억 속에 피어난 白花 ? 봄날 오는가
갤러리 조은 1.15~2.26

김덕용 전병현 두 작가가 한국적 정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 40여점을 소개한다. 개관 초대전인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한 나무, 한지 등을 소재로 한국적 정서가 가미된 작품세계를 펼친다.
김덕용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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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순_ 랩소디인안산

랩소디 인 안산
안산 단원미술관 2015.12.10~1.24

2016년 안산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여 안산을 빛낸 원로작가 4인 성백주 신성희 장성순 정문규가 참여하는 전시. 한국 근현대미술의 중흥기를 걸어온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안산 지역미술과 더불어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해본다.
장성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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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복

강행복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2015.12.12~1.31

목판화의 매력을 ‘겹겹이 쌓인 감정의 겹을 벗겨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 강행복의 개인전. 작가는 <길위의 길>이라고 명명된 이번 전시에서 자유로는 선과 구성의 작품 139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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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영_허물어진_장지에채색_100x80_2014

강아영
갤러리 파비욘드 1.5~16

‘관계’에 대한 고민을 돌에 함축하여 표현하는 작가 강아영의 개인전. 돌이 쌓여 있거나 놓여있는 풍경을 단색 화면으로 표현함으로써 사람과 사람이 만남, 관계를 통해 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감정적 상황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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팤히얼 -김현규

PARK Here
스페이스 오뉴월 2015.12.18~1.17

사진,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 퍼포먼스가 합쳐진 다원예술전시로 용산미군기지 이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현규 문성식 서찬석 성의석 이승연이 참여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용산기지가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역사, 사회, 문화 그리고 개인적 가치를 사유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김현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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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김은숙
갤러리 아트셀시 2015.12.16~3.15

생명의 역사를 주제로 꾸준한 작업을 해 온 김은숙이 ‘SATIN’이라는 타이틀로 삶을 조망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재료인 장지, 석채, 분채 등을 사용해 무수한 얼룩을 만들어 쌓은 화면을 통해 또다른 생명의 역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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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김은기
부산 갤러리 아인 1.4~2.3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과 에세이, 컬러링북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김은기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 <Sweet Winter>에서 대표작 스노우맨 시리즈를 선보이며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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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

박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2015.12.15~3.12

서양화가 박돈의 기증작품 13점과 다수의 자료를 바탕으로 박돈의 작품 세계를 다채롭게 조명한다. <박돈 작품&아카이브: 고향의 정서, 추억 속의 편린>이라는 타이트의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 단행본, 작가의 인터뷰 영상 전시물 등도 전시돼 작가에 대해 입체적인 조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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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링)구민정

PT&Critic – 2013 Reunion
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5.12.22~1.17

회화작업을 기반으로 전통적 회화, 회화의 공간적 확장, 신체적 한계와 회화의 관계 등을 연구하며 작업을 발전시켜 온 구민정 김영민 노은주 한성우의 그룹전. 현대미술에서 회화의 기능, 동시대 작가들의 회화에 대한 태도, 공간성과 회화의 관계 등을 이야기한다.
구민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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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영(하얀부문-누끼)

서수영
영은미술관 2015.12.26~1.24

‘금박’을 주 질료로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절제된 동양적 미감을 선보이는 서수영의 개인전 <황실의 품위 2015>. 작가는 황실을 둘러싼 왕좌, 서책, 모란, 궁궐 등의 상징물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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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_포일_서울_독산동,_oil_on_canvas,_97_x_130cm,_2015

존포일
갤러리 담 2015.12.22~1.12

2004년 한국에 온 이후 줄곧 한국의 풍광을 주제로 작업하는 존 포일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작업한 사대문 안팎의 풍경들과 강원도 철원 지역 등을 방문해 작업한 드로잉과 유화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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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한명일

동서양의 만남;예술로 가까워지다
군산 예깊미술관 1.14~29

일본인 시인 다로 아이주의 <My Fukushima> 시집에서 영감을 얻은 19개국 105명의 작가가 환경 문제를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선보이는 환경프로젝트. 이번 전시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국내외 작가가 함께 고민하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자한다.
한명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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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레섹스쿠르스키

레섹 스쿠르스키
갤러리 JJ 2015.12.18~1.31

삶의 장면을 단색조의 화면으로 무심하게 드러내는 레섹 스쿠르스키의 개인전.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폴란드 출신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존재감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듯한 작고 분명치 않은 형상들의 내러티브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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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경

손유경
마산 롯데백화점 더갤러리 1.13~26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꽃비’를 그리는 작가 손유경의 17번째 개인전 <꽃비내리다>. 작가는 민화 특유의 표현과 상징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행복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축복을 염원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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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영

정택영
갤러리 두 1.7~22

<파리, 파리지앵>이란 주제로 파리와 파리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표정을 화폭에 담은 40여 점을 전시한다. 삶 속에 스민 일상의 표정들과 고색창연한 파리시내의 명소들을 포착해 아크릴 컬러와 과슈, 수채 등 다양한 미디엄을 사용해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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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쌩피엘
가회동60 2015.12.27~1.9

캐나다 출신의 작가 매튜 쌩피엘이 Glitch Art 작업을 선보인다. 컴퓨터에서 이미지를 저장, 변환할 때 픽셀이 변형되는 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는 고해상도 이미지에 길든 우리에게 픽셀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생소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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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트렁크)

한영수
갤러리 트렁크 1.19~2.29

국내 최초의 리얼리즘 사진 연구단체인 ‘신선회’의 창립 멤버로,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빼어난 조형성을 바탕으로 우아하게 담아냈으며, 이후 이러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광고사진가로 변신하여 초기 한국 광고계를 이끌었던 故 한영수의 작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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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혜

전신혜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 1.14~20

우리의 삶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꽃의 모습을 담담한 수묵화로 그려내는 전신혜의 개인전. 작가는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의 꽃의 모습을 통해 강한 생명력을 나타내며 숨 가쁜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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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_살-Flesh-_116.8_x91.0cm_oil_on_canvas

박주호
부산 갤러리 마레 1.1~15

한 그릇의 따뜻한 밥에 따뜻한 인정을 표현하는 작가 박주호의 개인전 <살>. 작가는 작은 밥 한 그릇을 통해 사람들이 위로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쌀알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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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이 정영모

함께 걸어서 좋은 길
부산 갤러리 조이 2015.12.23~2.28

갤러리조이가 개관 3주년을 기념하여 그간의 초대작가 13명이 함께 하는 전시를 마련한다. 회화, 조각, 목공예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로 작가들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영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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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명

황종명
유나이티트갤러리 1.20~27

현대인의 모호한 불안감, 소통의 단절을 대형 인물화 연작을 통해 담론화해온 황종명의 개인전. 16세기 바니타스 정물화의 대표적 상징물인 해골을 재해석하여 죽음마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 물질주의의 모순성을 3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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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상

임무상
장은선갤러리 1.4~23

우리의 자연을 통해 정신을 표현하는 임무상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느끼는 삶의 신비를 선적인 요소와 강한 색으로 구성해 화면에 나타내 강인한 삶의 의지를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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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아(신한)

우현아
신한갤러리 광화문점 1.15~3.5

신한갤러리 광화문과 우현아 작가의 미술재능기부 프로젝트로 2012년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캐릭터 저작권을 취득한 우현아의 캐릭터 ‘람이’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따뜻한 웃음과 위로를 주는 밝은 캐릭터들을 마음껏 만져보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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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찌엔유(금산)

호시탐탐 – 중국 청년 작가전
금산갤러리 1.13~2.4

중국의 발전상과 이면의 갈등이 자아내는 사회적 심리적 불안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하는 9명의 중국작가를 모았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중국의 오늘을 짐작해 보고 우리의 현재모습을 비춰본다.
한찌엔유 작

SIGHT & ISSUE 〈공간의 탐닉전〉 부천시 舊삼전동소각장 7.1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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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강영민 <조는 하트 무지개>(풍선 작업) 애드벌룬, 현수막 400×400×30cm, 90×700cm 2015 이수진 (사진 앞) 사견막, 나무 프레임,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4  아래 한석경 <형상기억-부천> 소각장의 먼지, 풍선, 물 가변설치 2015

소각된 기억, 지역민과 함께 소생하다

부천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은 1995년 가동을 시작, 2010년까지 생활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던 곳이다. 환경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대함에 따라 2010년 가동을 중단했으나 이후 재활용 방안을 놓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며 철거를 미루고 빈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이곳에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공간의 탐닉전>(7.15~8.17)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20여 명(팀)의 작가가 참여, 공간의 역사와 주변 주거 생태와 관련한 작품을 출품했다. 대규모 플랜트 공간이었던 이곳은 소각 장비 등이 완전히 철거되지 않아 어수선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상태였다. 작가들은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 이곳에서 발견한 재료와 사라진 것들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다.
관리동 지하에 설치된 조형섭의 <There was no Shelter>. 빗물이 고인 지하를 바다로 해석하여 나뭇배를 설치함으로써 사방이 막힌 음침한 공간이 확장되었다. 여여(如如)는 이곳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으며, 박상덕의 <고물상, 고철나무>는 이곳에서 발견한 각종 재료를 이용하여 오브제 작업으로 풀어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한석경은 <형상기억-부천>을 출품했다. 김치앤칩스의 <Luna-01>은 소각 대상 폐기물이 쌓여 있던 대규모 벙커(높이 29.5m) 벽면을 활용하여 선보인 영상작업으로 앞으로 이 공간 쓰임새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층고가 7m에 달하는 벙커 옆 반입실에 설치된 김기철의 사운드작업 <Mixed One>은 공간을 어떻게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되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훈희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디렉터는 “이곳에서 진행될 사업이 다른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관 주도로 진행되는 리모델링에 시민과 예술가들이 참여해 소통을 ‘프로세스화’ 한다는 것”이라며 “부천은 미술전시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데 지역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벌인 이러한 사업을 통해 문화 향유에 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한편 삼정동 소각장은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각종 예술장르의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양산하면서, 지역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부천=황석권 수석기자

위 강영민 <조는 하트 무지개>(풍선 작업) 애드벌룬, 현수막 400×400×30cm, 90×700cm 2015
이수진 <The Deep Stay>(사진 앞) 사견막, 나무 프레임,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4
아래 왼쪽 한석경 <형상기억-부천>
소각장의 먼지, 풍선, 물 가변설치 2015
오른쪽 박상덕 <고물상(古物商) 고철나무(古鐵-)> 버려진 것들 가변설치 2015

왼쪽 김기철 <Mixed One> 음향장치, 종소리 583×400×400cm 2015
오른쪽 조형섭 <There was no shelter>

HOT ART SPACE

광복 70주년 특별전
서대문형무소/서울시청 시민청갤러리 8.1~23/8.11~30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와 서울시청 시민청갤러리에서는 뜻깊은 전시가 열렸다. <돌아온 이름들전>(위, 아래 왼쪽)과 <24시간전>이 바로 그것. 먼저 <돌아온 이름들전>은 잊혀진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현재에 호출하는 퍼포먼스를 사운드 아트로 펼쳐냈다. 또한 <24시간전>은 광복 당일 라디오를 통해 퍼진 광복의 소리를 재생하여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사운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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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엽 (2)

이동엽 개인전
학고재갤러리 7.17~8.30

최근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의 1세대 작가로 평가받는 故 이동엽(1946~2013)의 개인전. 작가는 40여 년 화업을 이어가면서 흰색과 회색을 주로 이용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 전시는 타계 후 비교적 덜 부각된 작가와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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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지 (1)

최명영 개인전
더페이지갤러리 8.12~9.20

<평면조건-몸을 드리다>로 명명된 작가의 개인전은 40여 년에 이르는 그의 작업세계를 일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홍익대 명예교수인 작가의 ‘평면’이라는 공간 탐구를 통해 단색화의 또 다른 영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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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스터디_사비나 (13)

컬러 스터디
사비나미술관 7.29~10.23

다양한 색에 대해 탐구하는 10명(팀)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 시각예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색은 이 전시를 통해 그 자체로 조형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기존의 색에 대한 뿌리박힌 인식을 깨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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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한점집_자하미술관 (2)

용한점집
자하미술관 8.13~9.20

한국인의 정신적 유산으로 샤머니즘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시는 바로 우리 소통의 바탕에 샤머니즘이 내재해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나 미신으로서 샤머니즘의 비문명성을 극복하고 그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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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이브

곽이브 개인전
갤러리 조선 8.12~25

시스템과 환경에 대해 건축적인 해석을 해온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평평한 것은 동시에 생긴다>로 명명됐다. 박스 작업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책을 절취하고 그것이 영상으로 보여지는 작업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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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5)

김종영과 그의 빛
김종영미술관 8.6~28

김종영 탄신 100주년을 맞아 <불각의 아름다움,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전>의 2부 격에 해당하는 전시다. 김종영의 조각세계가 후배들에게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그 양상을 살펴보는 전시로, 미술관이 주관하는 ‘김종영조각상’ 수상작가와 ‘오늘의 작가’ 선정 작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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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1)

유럽현대미술전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7.29~10.11

프랑스 현대작가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작품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니키 드 생팔, 오를랑 등 22명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현대미술의 맥락을 살펴보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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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산 (2)

허산 개인전
일주&선화갤러리 7.24~9.25

전시 타이틀 <벽을 깨다>가 암시하듯, 전시장을 실재와 환영이 공존하는 장소로 꾸민 전시. 건축적으로 매우 위험해 보이지만, 모두 작가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또한 벽면 뒤에 숨어 있는 숲을 통해 상상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공간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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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양 (2)

실재와 가상의 틈: 한국_러시아 미디어아트의 오늘
우양미술관 7.25~9.30

한·러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한국의 김영호 중앙대 교수와 러시아의 안드레이 마티노브 <모스크바비엔날레> 제너럴 디렉터가 아트디렉터를 맡았다. 한국에서는 뮌 박준범 유현미 이명호 천경우 한성필이, 러시아에서는 막심 코홀로디린, 라우프 마메도브, 블라드미르 마르티노브, 알렉산드라 미틀얀스카야, 비탈리 푸쉬니츠키, 레오니드 티슈코브가 총 53점을 출품했다. 전시 타이틀처럼 미디어작업이 주로 출품된 가운데 사진과 평면, 설치작업 등도 선보여 다양한 매체의 활용을 보여준다. 전시는 실재와 가상의 맥락을 함께 보여주면서 그것들이 조우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파장을 살펴본다. 비교적 접하기 힘들었던 러시아 현대미술을 근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

ARTIST REVIEW 정비파

판화를 일러 ‘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한다. 판면(版面)에 밑그림을 그리고, 깎고, 찍어내는 고단한 수고가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정비파는 이러한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우리 국토의 광경을 대형 판화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그의 개인전 <국토>(7.15~8.20)를 통해 우리 땅의 장대한 면모를 확인하기 바란다.

국토미학-정비파 판화의 모국어

김종길 미술비평

시인 조태일은 《국토 서시》에서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는 것이 국토라고 노래했다. 시인만이 아니라 근대 이후의 우리 예술가들은 국토에서 미학적 모국어의 뿌리를 열망했다. 그것은 그들이 궁구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세계어였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우리 근대미학의 체계와 정립을 위한 근대성의 탐색에서 혼란을 초래하는 이중구조는 일본을 통한 서구화와 식민지 강제체험일 것이다. 18세기 바움가르텐의 ‘미학’을 동아시아의 문자언어로 번역해 유포시킨 일본이라는 통로는 대동아공영권의 식민정책과 세계전쟁, 그리고 잔혹한 학살의 주범이라는 구조 속에서 동시에 살펴야만 제대로 보인다.
근대국가 형성기에 우리는 국가를 상실했고 해방된 뒤에는 미군정(남한)과 소군정(북한)으로 분할되더니 결국 두 개의 정부를 수립하고 이데올로기 전쟁을 벌여야 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분단은 고착되었고, 한반도 내에서 완전한 독립국으로서의 통일 대한민국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이러한 역사의 비정상적인 분절과 분단은 ‘민족과 국가’에 대한 근대성의 인식을 완전히 다른 구조 속에 놓이게 했다.
유럽의 우파 정책과 정신이 보수적 관점에서 옹호하는 ‘민족’의 개념이 우리에게는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중앙아시아, 하와이, 쿠바 등 제3세계로 이어진 디아스포라의 상처로 인해 진보적 정신과 미의식으로 계승되었고, 예술가들에게 그것은 이념의 잣대를 극복하는 ‘저항의 신념’이자 심연의 깊은 뿌리로서 근대미학의 실체를 추궁하는 슬픈 단서이기도 했다.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우리 민족의 근대미학과 근대성을 찾아 접근할 때 자주 민족미학의 본질과 마주하는 것은 이산과 이주와 분단이 그 내부에서 뜨겁게 부글거리면서 그려낸 예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 민족문학작가회의는 한국작가회의로 개명하면서 ‘민족주의 담론을 넘어서자’고 했으나 그것은 한민족의 탈영토적 개념으로서의 ‘민족담론’을 남한에 고립시키는 영토적 개념으로 협소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민족주의 담론은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치열한 현실의제이면서 전 세계에 걸쳐서 흩어져 있는 민족의 디아스포라와 심지어는 해외 입양, 파견 노동을 포괄하는 문제이다.
광복 70주년(그것은 동시에 분단 70주년이기도 하다)을 맞아 기획된 정비파의 <국토>는 그런 상실의 카오스가 여전히 우리 삶을 뒤흔들고 있는 역사적 근대와, 꿋꿋하게 살아서 민족의 현재를 성취해낸 국토의 옹골찬 풍경을 형상화한 전시다. 그는 1994년 이십일세기 화랑에서 연 첫 <국토기행>을 시작으로 20여 년 동안 오롯이 ‘국토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목판화를 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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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사진 왼쪽) 한지에 다색목판화 140×600cm(각) 2015 <지리산 천왕봉>(사진 오른쪽) 한지에 다색목판화 140×310cm(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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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한국근대사>(사진 왼쪽) <국토-한국현대사> 한지에 다색목판화 180×366cm(각) 2015

참된 실재로서 국토의 의미
2004년 <우리 꽃 우리 그림 판화초대전> 이후 11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개인전은 그가 작품을 시작한 1980년대 초반의 문제의식을 정점으로 밀어 올리는 미의식의 강밀도를 보여준다. 그는 1983년 ‘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때의 ‘인간’은 1985년의 ‘지금 우리는’(<지금 우리는전>)과 1986년의 ‘여기는 한국’(<여기는 한국전>)이 지시하듯 당대 한국의 현실을 사는 민중의 모습이었다. <한국미술 85년전>(1985)과 <젊은 세대 신선한 발언전>(1986), <미술대동잔치>(1987), <민족미술 큰잔치>(1992)를 거치면서 그는 자신이 궁구해야 할 민족미학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그는 계명대에서 양화를 전공했으나 목판을 만난 뒤로 양화를 버리고 줄곧 목판에 매진했다. 목판에 대한 천착은 오래된 우리 미의식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었으나 그것은 그에게 ‘몸이 받는’ 미적 형식이기도 했던 것 같다. 10년 전 경주 작업실을 찾았을 때 그는 “양화를 했지만 나와 맞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판각(板刻)’에 주목하게 되었고 “칼 맛, 칼의 선이 나와 맞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덧붙여서 양화로는 겸재 정선의 회화적 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붓을 놓고 칼을 들었다고도 했다.
전통적인 판각을 변용하되 그것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창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판각이라는 형식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을 터. 그가 현대인의 자기정체성 상실을 다룬 인간 군상과 역사적 변동의 주체로서의 민중, 노동자, 농민의 삶터인 마을 부락을 주제 삼거나 석굴암의 뛰어난 부조 작품들-팔부신중(八部神衆), 인왕(仁王), 사천왕, 천부(天部), 보살, 나한(羅漢), 감불(龕佛)-을 목판화로 재해석하기, 전통화의 기법을 차용해서 지금 여기의 풍경을 새기기, 옛 지도의 산수지리 기호를 차용해 화면구도를 혁신하기 등은 미적 주제로 미적 형식을 실험하는 과정이었다. 그는 새로운 주제에 부합하는 판각의 기법과 구도, 양식, 색을 창조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른 정비파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첫째는 이미 언급했듯이 국토기행을 통한 ‘국토의 미학’이 그 하나다. 1994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작업은 국토를 이루는 산하의 응축된 산세와 지세를 바탕으로 우리 국토의 빼어난 실경을 ‘덜어내기’의 판각미학으로 완성하고 있다. 시인 조태일이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듯이 그는 발로 누빈 산하의 풍경을 판각으로 옮겨 ‘사(事)’의 현상에서 ‘이(理)’의 참된 실재를 찾는 목판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사형취상화(捨形取象化)’다.
산수에 있어 상과 형을 두고 중국의 옛 화가와 학자들은 다른 해석을 남겼다. 형호는 “산수의 상은 기세가 상생하는 것”이라 했고, 왕원기는 “기세를 좇아 위치를 정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며, 종병은 “질박함이 있으면서 취령함”, 왕유는 “산수에서 먼저 기상을 살펴보고 나중에 청탁을 가리고 위치를 정한다”고 했다. 왕리는 그림이 비록 형상(形狀)으로 나타나지만 의가 중요하며, 의가 부족하면 이를 비형(非形)이라 함은 옳다고 했다. 의가 충일한 산수! 정비파의 국토는 그런 동아시아의 미학적 핵심에 민족미학 의제로서의 국토를 동시에 사유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가로 6m의 장대한 국토 <백두대간>을 보면 남한만이 아니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아니 그 너머의 바이칼 시원까지 가 닿는 굽이치듯 흐르는 산하의 힘찬 맥을 펼쳐내고 있다. 정비파가 사유한 참된 실재로서 국토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산하에 새겨진 ‘역사의 궤적’이라고 생각한다. 민족미학의 관점에서 국토를 사유하는 것은 상실의 근대성을 회복하고 극복하는 새로운 민족해방의 상징투쟁일 것이다. <국토-한국 근대사>, <국토-한국 현대사>에서 그는 설악산 암봉(巖峰)을 주봉으로 활달하게 산세를 드넓게 펼쳐 놓은 뒤, 거대한 일곱 마리 흰꼬리수리가 하늘에서 다투는 장면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새겨 놓았다. 일곱 마리, 70년, 다툼, 투쟁….
둘째는 그 스스로 불교판화라고 부르는 불교 유적지의 풍경이다. 문경 봉암사 백운대, 운주사 천불 천탑, 경주 남산, 팔공산 선보사 갓바위, 서산 마애삼존불을 비롯한 여러 곳을 새겼다. 잡다한 풍경의 세목들을 덜어낸 자리에서 칼 맛의 간략한 선으로 남은 이 땅의 불국토는 명징하다. 10년 전 그가 대구에서 경주로 작업실을 옮긴 것은 천년 신라의 불국토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경주 남산 때문이었다. 그는 판각을 통해 시간을 초월하는 풍경의 미학을 곧잘 추궁하는데, 불교판화의 미감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이번 전시의 <동해바다>, <서해바다>, <남해바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불상을 새기지 않고 풍경 하나만으로 불국토를 완성했다고 해야 할까? 그 세계는 하나의 풍경으로 이뤄진 세계이지만 현실과 초현실과 비현실이 오버랩된 듯한, 그러니까 정신으로서의 비경을 자아낸다. <태백산맥>(1994)과 <백두대간>이 우리 민족의 역사를 켜켜이 쌓아서 물결처럼 뻗어 올린 풍경이라면, ‘바다’ 연작은 봉우리 하나하나가 정신의 푯대로 선 듯한 풍경인 것이다.
셋째는 삶터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다. 생태적 영성에 관한 인간과 자연의 이치를 사유한 시적 판화들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서 세 번째와 두 번째의 구체적 실경들은 배제했다. 1956년생인 그는, 50대의 10년을 ‘국토미학의 고갱이’를 새기는 데 완전히 바침으로써 목판화가 성취할 수 있는 판각미학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작품의 크기에서, 그 풍경의 밀도에서, 산세와 지세를 드러내는 기법에서, 새와 나무와 산과 강을 동시에 표현하는 수묵의 미감에서, 그리고 시간 수행의 천착과 판화의 상징성과 근대사 및 현대사에 이르는 역사인식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러한 시도는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모순의 근대성이 여전한 현실에서 모순 극복의 민족미학이라는 새 화두를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세기를 횡단하는 디지털 아방가르드의 상대축에서 느린 목판화가 보여주는 이 아름다운 힘은 얼마나 황홀한가! ●

정 비 파 Jung Bipa
1956년 태어났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한국을 비롯 뉴욕 등지에서 총 1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과 기획전에 출품했다. 현재 경주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지에 다색목판화 182×280cm 2015

<당산나무 위를 나는 까마귀> 한지에 다색목판화 182×280cm 2015

 

EXHIBITION FOCUS 포스코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작가 문봉선은 “전통을 확실히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전통을 넘어설 수 없다”고 말한다. 9월 1일부터 10월 6일까지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청풍고절(淸風高節)>은 작가의 23번째 개인전이다. 이 전시에는 대나무와 돌을 그린 수묵화 신작이 대거 선보인다. 그는 오래 전부터 구례와 하동 섬진강변을 비롯해 담양 영산상, 진주 남강, 울산 태화강 등 전국의 유명한 대숲을 두루 돌아다니며 대나무를 관찰하고 사생했다. 이와 같은 문봉선의 대나무 그림은 대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기에 다시 주관적 심회를 투사한 뒤, 묵죽 본연의 사의적(寫意的) 세계를 표출한다.

청풍고절 그리고 뭉툭한 돌 하나

류철하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묵화운동이 배출한 기재(奇才)인 문봉선이 전 벽면을 대나무 그림으로 채워 서슬한 대숲으로 만들었다. 문봉선은 일찍이 중국화보를 일소하고 청신한 조선의 사군자를 그리고자 뜻을 세운 화가다. 문봉선이 여행과 사생으로 확인한 실제의 대나무와 국립박물관과 간송미술관에 있는 진적들을 비교확인한 후 자신이 그리고자 한 대나무가 무엇인지 고심한 것은 누구보다도 자주성 강한 화가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문봉선은 대나무를 직접 보고 기르며 계절과 날씨에 따른 참모습을 파악하는 화가로서 대나무에 대한 식견과 화가로서의 지향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오랫동안 대나무를 관찰하여 이미 눈과 마음에 대나무의 생태를 알고 있어야 하고, 손보다 마음이 앞서서 그림 속에 자신의 의지가 나타나야 하며 또한 화폭에 그려진 대나무는 더 이상 가슴속의 대나무나 손에 익숙한 자연 속의 대나무가 아닌 그림 즉 대나무도 묵죽화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그림 속의 대나무(紙中之竹)’의 세계를 지향했다.”
눈과 손으로 대나무의 생태를 익히고 마음과 정신으로 대나무의 의지를 그리고자 한 것은 앞선 화가들의 지향이었으나 문봉선은 이보다 더 나아가 ‘그림 속의 대나무(紙中之竹)’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마음속의 대나무(胸中成竹)나 손안의 대나무(手中之竹)도 어려운 데 그림속 대나무라니…? 문봉선에게 대나무는 마음이라는 주관의 의지도 아니고 묵죽화(墨竹畵)라는 대상화도 아닌 독자적인 세계로서 감상되는 그림 자체를 의미한다. 이 점에서 문봉선은 과거와 절연했다고 말할 수 있다. 회화로서의 독립과 화가로서의 의지, 그리고 현대성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石竹圖_비단에 수묵담채_143×368cm_2014

〈石竹圖〉비단에 수묵담채 143×368cm 2014

문봉선은 수묵으로 한정되는 특정한 과목으로서의 전통과 이념의 과잉이 아닌 수묵으로 표현되는 세계, 그 정경의 일단을 그린다. 수묵으로 표현 가능한 세계와 그 한계는 “반은 배우고 반은 버린다(學一半廢一半)”는 청대의 기걸(奇傑) 정판교(鄭板橋)의 말처럼 여하한 장점이라도 그 기질과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고 특단의 일점만을 취한다. 실제 강가의 풍죽을 관찰 참조하며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풍죽(風竹)을 떠올린 것도, 눈이 그친 후 잎눈이 반쯤 가려진 설죽이 가장 보기가 좋다는 것도 이러한 참조의 결과이지만 이러한 실례들을 확인한 후 문봉선 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탄은의 풍격을 가졌으되 문봉선으로 해석된 “그림 속의 대나무”를 그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봉선이 피하고자 하는 것은 회화적 고식(古式)과 관습의 일단이지만 서예가 갖고 있는 간고하고 깊은 먹의 운용과 서체의 힘은 문봉선에게 유효한 것으로 남아있다. 문봉선이 현대적 화면과 회화적 정경으로, 전체 화면을 운용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서체와 필법이 가지고 있는 기본 요소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비수(肥瘦) 장단(長短), 그리고 비백(飛白)에서 오는 조형과 필력은 문봉선 회화의 바탕을 이룬다. 서체로 단련된 필선과 적절한 감필(減筆), 먹과 먹을 부딪치는 과감한 번짐과 깨짐은 천연의 효과를 내며 생기를 더하고 있다.
<청풍고절淸風高節>은 문봉선 특유의 신속한 붓질과 장중한 먹, 강력한 기세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고한 대나무와 둔탁한 돌이 이루는 조화는 요란하거나 과장되어 있지 않지만 활물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언젠가 보았음직한, 그리고 마주했던 산야의 돌과 대나무의 모습이다. 평범한 돌과 대나무가 그림이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상징이 필요하다. 문봉선은 고식인 주름과 그 표현법을 대신해 보다 현실감 있는 표현으로 주름지게하고 문지르며 바위를 과감하게 표현해낸다. 계절과 기상, 그리고 성정이 대나무와 바위에 함께 있어 우죽과 풍죽, 그리고 설죽의 모습이 생생하며 그윽하고, 맑고 화탕하며, 냉엄하고 적막하다.
확실히 사물을 활물의 정경으로 만드는 것은 특기이자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변하지 않는 어떤 이념이 떠오르는 것은 막강한 고법의 작용이 여전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비바람을 맞고 있는 듯한 돌의 표현적인 요소와 준법을 넘어선 파격적 바위표현과 비백(飛白)은 압도적인 것이지만 이념은 현상을 압도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문봉선에게는 여전히 요청되는 것이 있다.
정판교 가슴속에 10만 그루의 대나무가 있듯 문봉선도 그만한 뜻이 일어 대나무를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가슴속 대나무를 감당하는 바위 몇 점이 10만 그루의 대나무를 지탱하듯 전체 그림의 요체는 흉중의 일기(逸氣)와 대나무의 변상(變相), 그리고 그 뜻이다. 자연의 생태와 조건에 근접한 바위 주름과 양감의 표현이 강렬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돌과 바위는 천고(千古)라는 시간의 축적이기도 하다. 문봉선의 그림이 그 자체로 회화적 공간감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만 대나무라는 공간의 힘과 천고가 합친 시간의 축적이 대비되는 모습은 기대할 수 없었다. 문봉선은 그러한 수많은 생멸의 변상(變相)을 그리는 데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고 진보적이다. 그 변상의 일단을 볼 수 있는 것이 우죽도(雨竹圖)이다. 압도적 크기의 우죽도는 수직으로 내리는 비와 흘러넘치는 빗줄기, 희뿌연 대지의 이내(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와 안개 속에 홀연히 떠오른 댓잎 등이 실감나게 묘사된 파격적인 작품이다. 이러한 격정과 정취를 다른 그림에서 본 적이 없기에 문봉선은 여전히 다른 그림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현무암과 죽림이 그의 그림의 모태가 되었던 문봉선에게 대나무와 돌은 천생 탐구대상 일 수밖에 없다. 고법을 배우고 고법을 버린 결과 설죽은 유덕장을 닮았고 풍죽은 탄은의 소리를 낸다. 그러나 문봉선 식이다. 판교가 그랬듯 고법은 그의 스승이 아니다 그가 마주한 강변의 대숲과 바람이 그의 스승인 셈이다. 맑은 바람과 높은 뜻이 있으려면 뭉툭하고 장중한 돌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준법을 지우고 표현력을 가미한 문봉선의 돌은 아직 낯설다. 나에게서 돌은 천년이 한 살인 까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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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竹圖 VII〉(왼쪽) 비단에 수묵담채 143×369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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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竹圖〉 연작 한지에 수묵담채 191×96cm(각) 2014

 

WORLD TOPIC CODY CHOI. Culture Cuts

세계적 미술관 중 하나인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Kunsthalle Dusseldorf) 에서 한국인 작가 최초로 코디 최 개인전(5.9~8.2)이 열렸다. <Culture Cuts>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80점의 작품을 전관에 걸쳐 3구역으로 나눠 선보였다. 이 전시를 통해 코디 최는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에 속해 있어 이방인 같은 삶을 살았던 자신의 자아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콘셉트가 주를 이루는 그간의 작업 활동을 드러내 관람객을 만났다.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에 초대된 고뇌하는 이방인

최정미 미술사

국적 불문하고 작가들의 로망인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에서 <Culture Cuts>라는 타이틀로 코디 최 회고전(5.9~8.2)이 열린다.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작가 회고전을 열면서 대표작 외에 신작까지 포함하여 80점을 선보였다. 간간이 한국 작가를 소개하기는 했지만, 한 작가에게 미술관 전체를 내어주며 정성을 들인 것은 처음이다.
<CODY CHOI. Culture Cuts(CCCC)>, ‘C’가 네 번이다. ‘C’는 외국어나 라틴어에서 기원한 단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철자로 독어에 그다지 많이 사용되는 알파벳이 아니다. CODY CHOI라는 작가 이름도 익숙하지 않고 전시 제목에는 ‘C’가 많고, 어쨌든 문화이질감은 아니더라도, 현지인에게 다소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뒤셀도르프 시민은 높은 밀집도의 미술관, 쿤스트 아카데미 등을 통해 현대미술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지나가다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시뻘건 벼슬과 육수의 수탉을 배경으로 두건을 쓴 젊은 동양 남자가 무슨 병을 들고 있는 거대한 포스터를 힐끗 때로는 유심히 쳐다보기도 한다. 이 젊은 남자가 들고 있는 병은 펩토비스몰이다. 독일에는 펩토비스몰 같은 위장질환용 만병통치약은 없으며 독일인에게는 그저 어떤 핑크와 노란색 병일 뿐이다. 관람객은 전시를 보며 포스터가 내포한 의미에 대한 궁금증이 다소 풀렸다는 듯 미소 짓거나, 더욱 미궁에 빠지거나, 아니면 전시작품 중의 하나인 <The Thinker>처럼 고뇌하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전시장은 크게 3곳으로 나뉘어 있다. 천장이 높고 가장 큰 전시장인 메인 전시실은 공간 규모에 맞게 조형물이나, 설치·평면작업이 잘 어울리는 장소이다. 메인전시실 옆 공간은 회화나 드로잉 등 평면작품이 주로 전시되며 소규모의 개인전이 열리기도 한다. 위층 공간은 자체 공간 외에 메인 전시실을 내려다볼 수 있어 두 전시공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메인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칸트, 후설, 하이데거 등 수많은 서양 철학자가 자기 반사(self-reflection)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거나 명제를 확립하고자 했다. 코디 최는 이민자, 동양인 그리고 작가로서 그들 시스템에 자아를 끊임없이 투영, 반사한다. 그의 시도는 역반사로 인해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철학적 질문에 이어 전시실 중앙에는 오귀스트 로댕부터 게르하르트 리히터까지 서구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Cody Choi Installationsansicht [6]

< Culture Cuts > 전시광경. < The Thinker >(사진 가운데) 화장지, 펩토비스몰, 나무 110×90×277.5cm(높이) Photo: Katja Ill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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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y’s Legend vs. Freud’s Shit Box > 브론즈, 나무, 철 96.5×96.5×264.2cm 1994~1995 Courtesy of PKM Gallery Photo: Katja Illner

상호 몰이해의 증거
특히 강렬한 핑크의 <The Thinker>가 마법처럼 발길을 당긴다. 주위에는 비교적 작은 조형물들이 크레이트 위나 군용담요처럼 보이는 천 위에 무심한 듯, 작정한 듯 설치되어 있다. 전시 포스터로 사용된 <Golden boy poster>는 다른 작업들에 비하여 크기는 작지만, 넓고 높은 전시장에서 여전히 그 포스를 내뿜고 있다. 펩토비스몰로 시작된 빨간색, 핑크, 노란색은 <The Thinker>와 따듯한 나무 크레이트 색을 통해 그 정점을 이루는 듯 보인다. <The Thinker>를 둘러싼 벽에는 회화, 사진, 드로잉 등 다양한 미디어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서로 다른 예술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쉽게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시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마도 작가가 도미 시절 겪은 문화 충격과 적응, 정체성의 혼란 등 과정에 있지 않나 싶다. 코디 최는 한 독일 방송사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서로 알고 있을 뿐이다. 마치 많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소화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전시실은 작가의 콘셉트가 극대화된 평면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마네의 <올랭피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Abstraktes Bild> 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2015년 초에 소더비 경매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Abstraktes Bild>가 41억 유로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일까, 피카소의 <우는 여자> 아래 찢어진 듯한 천에 ‘코니 아일랜드’라는 다소 냉소적인 문구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다소 작은 벽에는 영어를 한국어로 풀어쓴 네온 사인 작품이 차가운 하얀색으로 발광하고 있다. 관장 그레고르 얀젠 씨는 필자에게 한국어 글귀가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어보는데 네임택을 본 후에야 무슨 말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미술관 위층은 남근중심주의와 코디 최식 해체주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보인다. <Cody’s Legend vs. Freud’s Shit Box>는 작가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모습으로 서 있는데 왼쪽 발은 큰 그릇에 담겨 있다. 이 작품 아래에는 작가의 두상이 어린이용 의자인 듯 보이는 구조물 위에 얹혀 있다. 그레고르 얀젠 씨는 인터뷰 후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Cody’s Legend vs. Freud’s Shit Box>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경에 나오는 다비드와 골리앗에서는 다비드가 약자로 간주된다. 미켈란젤로를 통해 다비드는 근육질 남자가 되어버렸는데 코디가 뉴욕에 와서 보니 다비드는 동성연애자의 상징이었다. 서양에 와서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작가의 모습이 다비드에서 엿보였을 것이다. 코디는 다비드와 골리앗에서 다비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Ego Shop>은 나무상자 여러 개를 마치 탑처럼 쌓고 노란 운반용 벨트로 묶어 놓았다. 각기 다른 크기의 페니스와 고환의 단면 형태 혹은 작은 원형으로 상자에 구멍을 뚫었다. 묶어 놓은 형태도 남근을 연상하게 하고 그 팔루스에는 성기가 들어갈 수 있는 남자 성기 모양의 구멍이 나 있다. 그야말로 반복, 해체 그리고 분산의 연속이다.
《짝퉁: 중국식 해체론(Shanzhai: Dekonstruktion auf Chinesisch)》에서 한병철 교수는 중국에서 위조(Shanzhai)는 또 다른 창조행위로 분류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 예로 독일 함부르크 민족박물관에서 진시황릉의 병마용 순회전이 열렸었다. 전시 기간 중 이 중 8점이 복제품(?)으로 확인됐다. 독일 입장에서는 짝퉁이고 중국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인에게는 전시된 병마용이 진품인 것이다. 한 현상에 대하여 다각도의 관점과 해석을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 특히 문화적 헤게모니, (탈)문화식민주의 현상과 괴리감에 대해 코디 최식 해체방법과 기호시스템을 이용하여 또 다른 질문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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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gh Heel Neurosis: Study of Female Energy Balance against Gravity > 나무 91.2×37.5×65(높이)cm 1994~1995 Courtesy of PKM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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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코디의 작품세계 저변에는 심리학, 철학이 깔려있다”

코디 최와는 오래 알았나?
알고 지낸 지는 약 16년 정도 되었다.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는 1996년 다이치 프로젝트(Jeffrey Deitch)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작은 도록을 통해서였다. 당시 코디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스타였다. 그러다 나는 2000년 5월부터 9월까지 개최된 대형 국제 프로젝트인 컨티넨탈 시프트(Continental Shift)에 참여해 한국, 일본을 맡았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의 아흔,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고 남아메리카에서 개최되었으며 당시 25명 작가와 함께 코디도 초대했다. 당시 그는 데이터/디지털 베이스 페인팅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독 국제교류 프로그램인 ‘트란스페어 한국 독일’ 때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으며 이때 다시 만났다. 재밌던 것은 한국에 갔을 때 코디 최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이름을 보여주었더니 “아, 최현주!”라며 알아봤다.
전시를 결정한 주요 동기는 무엇인가?
언젠가 한국 작가와 개인전 혹은 회고전을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코디와 이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불은 유럽에서도 워낙 유명한 작가고 도록도 수두룩하다. 독일에서는 코디 최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난 항상 코디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믿는 부분이 있었고 관심도 많았다. 또한, 1983년 미국에 이민 후 1986년 예술 전공 그리고 한국,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거친 점 등 그의 삶의 여정도 흥미로웠다. 코디는 미국에서 ‘아시아 남자(Der Asiate)’ 였고 귀국 후 한국에서는 ‘미국인’이었다. 이름도 ‘최현주’이자 ‘코디 최’다. 이민 전까지 그에게 금발여자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 가서 본 금발녀는 자존감이 상당해 보이는 데다 거구에 튼튼해 보였으며 음식도 그의 거의 두 배 정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러한 금발녀의 모습이 무서웠다고 한다. 그가 경험한 문화충격, 이방인, 정체성 찾기 등 공감이 가는 부분이 꽤 되었다. 회고전 기획에 약 2년이 걸렸으며, 본격적인 준비는 1년 전부터 했다. 마르셸 뒤샹, 미켈란젤로, 오귀스트 로댕 등 연관 작업이 많은데 난 게르하르트 리히터와의 연계성에 관심이 갔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뒤셀도르프와 깊은 인연이 있으며 코디와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약 20여 년 전 이우환 전이 열렸었으며 2012년에는 소규모의 구정아 개인전도 했으나 회고전은 없었다. 서울예술재단, PKM갤러리 등 한국 측에서 협조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원했다. 마이크 켈리 미술재단(Mike Kelley Foundation for the Arts)을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존 웰치먼(John Welchman)은 작품 선정과 이해에 대하여 많은 도움을 줬다. 이 전시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코디 최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는 신진 작가보다는 가령 토마스 루프, 쑹둥처럼 커리어 중반에 들어섰거나, 뒤셀도르프 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그리고 실험예술을 하는 작가들에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디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소화, 배설, 성에 관련된 주제가 많다. “Liebe geht durch den Magen.”(직역: 사랑은 위장을 통한다/ 필자 은역: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맛있는 음식은 사랑도 강하게 한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코디의 경우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도 위장을 통한다(Kultur geht durch den Magen) 자기 아들 태변을 한국산 종이에 포장 후 2년 동안 땅에 묻었다. 배내똥은 발효, 숙성되었으며 작품으로 승화해 이번 전시에서도 볼 수 있다. 코디의 작품세계 저변에는 심리학, 철학이 깔려있다. 지그문드 프로이트, 프리드리히 니체, 마르틴 하이데거 같은 서양 석학들의 명제를 중앙 유럽적 시각이 아닌 외각에서 관찰하는 그의 관점은 매우 흥미롭다. 가령 화장지가 기본 재료인 <The Thinker>, 펩토비스몰을 들고 있는 <Golden boy poster> 등을 들을 수 있다. 탈식민주의 이론과 문화의 차이와 정체성에 대하여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마이크 켈리와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코디에게 마이크 켈리는 멘토이자 친구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이크 켈리 또한 뒤셀도르프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코디는 마이크 켈리 작품과 공통점이 많다.
독일 현지 전시 반응은 어떤가?
언론 측 반응은 상당히 좋다. 코디 최는 독일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이 전시를 계기로 코디 최를 많이 알리고 싶다. 좋은 기사도 제법 많이 나오고 관람객들은 개념예술과 유머, 진실 등이 함축된 전시를 재밌어한다.
뒤셀도르프=최정미 통신원

DSC02566 jm그레고르 얀젠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관장
그레고르 얀젠(Gregor Jansen, 1965)은 독일의 미술사가이자 큐레이터이다. RWTH 아헨에서 미술사, 건축사와 철학을 전공했으며 오이겐 쉐네벡(Eugen Schonebeck)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카를 스루에 시 Museum fur Neue Kunst의 관장으로 재직했다. 1998년에 한국, 일본 단체전 <Continental Shift>를 독일, 벨기에 등지에 소개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미디어시티 서울> 공동 큐레이터였다. 2010년부터 쿤스트 할레 뒤셀도르프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CRITIC 신지도제작자

송원아트센터 8.5~26

채은영 독립큐레이터

현대미술에서 공간과 장소성에 관한 작업은 인간과 자연을 소재로 한 것만큼 흔하다. 도시 일상 공간의 규범과 제도를 일탈하고 표류하는 심리지도 방법론은 다른 장소성으로 우리의 실재를 재배치하며 재인식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신지도제작자(New Cartographers)>는 이러한 방법론에 근거해 비가시적 영역과 관계들을 14명의 작가, 디자이너가 심리적 개인적 조형 방법론에 따라 가시적 매핑으로 엮은 전시다.
1층에는 세밀한 드로잉으로 여러 도시 지도를 중첩하여 새로운 지도를 만들고, 1880년에서 1960년대 세계지도를 재구성해 드로잉을 만든 줄리앙 코와네, 에코 세대의 통계를 다이어그램으로 보여준 옵티컬레이스(박재현, 김형재), 2차원의 지도를 잘라내 3차원 공간으로 만든 임선이, 도시의 공감각적 풍경을 소리지형도로 선보인 백정기,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을 매핑하는 카토그래피 작업을 하는 부로 데튜드, 사회의 불안, 공포 등의 흔적과 드로잉을 만든 유창창이 신지도 제작자로 소개된다. 1층 일부와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서구의 당대 사회와 욕망을 보여주는 옛지도와 관련 서적들이 지도 아카이브로 소개된다.
지하층에는 자신의 일상적 공간 기록을 지도로 만든 김정은, 한강을 따라 수집한 개인의 물건과 사연을 보여준 자우녕, 근현대 서울의 도시 변천사를 슬라이드 프로젝트로 보여준 전진열+안창모, 구룡마을과 송도신도시 등 여러 지역을 GPS로 찾아 만보객이 되어 읖조리는 비디오프로젝션을 선보인 린다 하벤슈타인, 자전거 공유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핑하는 심규하, 오래된 골목길의 색들을 색면들로 재구성한 김태현, 도시 공간의 자연-인공 사이 관계성을 설치와 드로잉으로 보여준 심윤선이 신지도제작자다.
전시는 작가, 디자이너, 도시 연구가들의 드로잉, 회화, 사진, 비디오, 사운드, 설치, 다이어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는데, 이점에서 작가 리서치를 폭넓게 한 기획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기획자는 이렇듯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 지도가 우리에게 강요했던 세계와 삶에 대한 인식틀을 벗어나, 우리가 알고 이해해야 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려 한다. 그리하여 삶정치를 회복하는 새로운 장소성을 위한 희망의 공간을 구축해가는 신지도제작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도시 일상 공간에 관련된 적잖은 작업과 전시가 심리지도 방법론의 만보객을 표피적으로 동어반복하며 일상성에 기대거나, 여러 방법론의 종합선물세트식 전시 구성에 기댄다면, 이번 전시는 그러한 전형성을 갖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비가시적 영역을 가시적으로 매핑하는 것보다 매핑의 과정을 통해 다른 맵을 만드는 지도제작자들에 주목한 것은 공간과 장소성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지도 제작자인 작가, 디자이너, 도시 연구가를 내세운 기획의 관점에 대한 기대에 비해 실제 전시는 왜 신지도제작자에 무게 중심을 두었는지에 대한 핵심 근거가 약간 모호하다. 다양한 제작자들이 각각의 방법론으로 다른 가시성의 지도를 제작하는 것은 개인적이고 심리적 방법론에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에 있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작자들을 내세운 기획의 킥이 구체적이지 않아 14명(팀)의 신지도제작자 사이의 관계와 매핑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야 했는데, 최근 신지도제작자들의 유행(?)에 대한 기획자의 배경 설명이 있었다면 기획의 결이 좀 더 섬세하지 않았을까. 미술 쪽 작가와 달리, 디자이너와 도시 연구가의 참여 혹은 협력도 단순히 구성을 위한 수적 다양성의 방편일 것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선 참여에 대한 기획의 근거가 좀 더 분명해야 한다. 물론 기획의 근거나 킥이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이론적일 필요도 없고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면 되는데, ‘왜’라는 질문에 기획의 답이 열려있는 탓에 다소 전형적이거나 모호한 작업들은 기획에 힘을 주기엔 역부족이고, 상대적으로 서구 중심의 세계나 서울 중심적 매핑은 미시 영역을 자본과 제도로 내밀화화는 신자유주의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전시장의 공간적 제약 탓이겠지만 전시 구성은 언어화된 기획 글과 14개의 새로운 지도 그리고 지도 아카이브들을 물리적 공간에 매핑하기엔 조금 아쉽다. 현재 공간(전시 공간)에 여러 지도와 자료들의 시공간적 매핑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소성이 기획의 의도를 경험하게 하는데, 공간 제약과 많은 작가와 작업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배치가 작업들과 제작자들 사이의 관계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야심차게 준비했을 지도 아카이브는 1층 작업들 사이에 커다란 지도와 박물관 유리케이스 속 고서들처럼 놓여있고, 1층과 지하층 연결 계단에 아무런 설명없이 아트 포스터처럼 걸려 있어 세계의 가시성을 위한 다른 안내서라기보단, 앤틱한 지도 이미지로 비친다. 최근 여러 전시에서 간과하는 부분인,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을 위한 최소한의 번역이나 설명은 공공기금을 받는 전시나 프로젝트에서 최대한 소통을 위한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상업갤러리에서 일한 기획자가 독립 큐레이터로서 공공 영역에서 여는 본격적 전시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적잖은 기획자가 물리적인 자기 공간의 힘을 받아 이력과 네트워크를 쌓거나, 일반인이 공무원 시험에 붙거나 대기업 취직을 원하듯 공공기관에서 자본과 제도의 기반을 얻고자 한다. 그런 이유인지, 최근 기획전시는 공공미술관과 거대 상업갤러리의 기획전 그리고 정책적 의도와 자생적 시도가 맞물린 미술시장 관련 행사로 집중된다. 소규모 공간의 전시는 파편화와 자기복제 그리고 다른 공동체적 연대 속에 있다면, 자기 공간이 없이 재원 조성을 위한 시도를 통해 자본과 제도적 긴장을 조율하며 예술 기획을 하는 독립 큐레이터들을 만나기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은 기획자 개인 의지나 욕망에 빗대어 탓할 현상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미 우리 미술계도 자본과 제도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창작기획자들 그리고 공간들의 각자도생 속에 미술의 삶정치성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기 힘든 탓이다. 이런 제도적 상황에서 건강한 자기조직화를 시도하며 자본과 제도 사이를, 중앙과 지역 사이를 넘나드는 독립 큐레이터들이 지치지 않고 오래 버틴다는 것이 심신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서 전시에 대한 아쉬움은 다음 행보를 위한 조언의 의미이며, 전시를 준비하고 기획하고 진행하며 노력과 열정을 보여준 기획자에게 미술이 다른 희망의 공간을 안내하는 지도로써 의미를 회복하는 데 자산이 될 것이라 격려의 말과 함께 응원을 보낸다.

위 심윤선 <Constructed Island>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