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토픽] 아름다운 케이오스, 21세기의 앗상블라주

contents 2014.2. world topic | 아름다운 케이오스, 21세기의 앗상블라주
서상숙│미술사
“이제 더는 다른 사람의 예술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아니면 다른 사람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끓었다고 할까요. 그저 제 작품만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더 이상 그런 일들로 나 자신을 버겁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원하질 않아요. 난 지금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를 앞두고 독일관 큐레이터인 니콜라스 샤프하우젠 (Nicolaus Schafhausen)이 선정작가인 이사 겐즈켄(Isa Genzken, 1948~)을 상대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21세기에 들면서 급격하게 변화한 작업에 대한
겐즈켄 자신의 대답이다. 당시 59세였던 겐즈켄이 이제 다른 작가들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확언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을 넘어선 작가, 그리고 세계 미술계에 잘 알려진, 영향력 있는 이 작가의 놀랍도록 솔직한 고백을 독일관 카탈로그를 통해 읽으면서 무더운 날씨에 들이켜는 차가운 한잔의 얼음물처럼 시원함이 느껴졌다. 그 후 6년이 지난 올해 뉴욕의 근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에서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의 겐즈켄 회고전(2013.11.23~3.10)이 열리고 있다. 초기의 포스트 미니멀리즘 작업부터 최근의 앗상블라주까지 150여 점이 연대기 순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사 겐즈켄은 독일 출신의 조각가이다. 비중있는 미술관에서의 전시는 물론 베니스비엔날레(2007)와 세 번의 도쿠멘타에 선정되는 등 유럽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작가지만 미국인에겐 비교적 낯선 작가이다. 아마 겐즈켄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장미 한 송이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높이 90미터가 넘는 조각품, <장미Ⅱ> 정도일 것이다. 1993년 작을 2007년 다시 만든 것으로 2010년부터 뉴욕 뉴뮤지엄 건물 앞에 3년 가까이 전시되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리우는 겐즈켄을 미국에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로타주 페인팅 등 초기 작품들도 다수 전시되고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겐즈켄은 독일이 나치와 히틀러 그리고 유대인 학살이라는, 결코 잊힐 수 없는 오욕과 상처를 남긴 2차 세계대전(1939~1945) 직후인 1948년에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가 나치였으며 전쟁으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폐허를 복구하
려던 전후 독일에서 성장했다. 몇몇 대학을 거치며 미술에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된 겐즈켄은 당시 남자친구이자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가르치던 벤자민 부흘로 (Benjamin Buchloh, 1941~)의 소개로 1973년부터 1977년까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의 문하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의 인생과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현재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부흘로는 1945년 이후의 전후 현대미술을 논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가 중 하나다. 겐즈켄의 전남편이며 지금까지 생존하는 작가 중 최고의 가격으로 그림이 거래된 바 있는 게하르트 리히터 작품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결정적 인물이며 겐즈켄에 관한 책 《그라운드 제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당시 뒤셀도르프 대학에서는 독일의 통념, 인습, 주류를 타파하는 급진적인 사고를 가진 교수들을 중심으로 개념주의에 기초한 사진과 퍼포먼스 아트 등이 실행되고 있었다.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 동독 출신의 리히터를 비롯 개념주의 작가 마르셀 브루타스(Marcel Broodthaers, 1924~1976) 등이 교수로 재직했다. 겐즈켄이 태어난 1948년은 전후 독일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보이스가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전쟁에서 돌아와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뒤셀도르프 미술대학(Kunstakademie Dusseldorf)에서 공부하던 시기다. 보이스는 1961년 이 대학의 조각과 교수가 되어 겐즈켄이 입학하기 한 해 전인 1972년 낙방한 학생들을 위한 시위를 벌이다 해임되었으나 겐즈켄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겐즈켄은 도시건축과 환경, 사진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으며 1990년대까지 테크놀로지에 바탕을 둔 포스트 미니멀리즘, 개념주의, 비디오, 사진, 필름 등 여러 분야에서 조심스러운 탐구를 이어가던 아카데믹한 작업을 지속하다가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 현장을 직접 목격한 후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테러 이후 변화한 도시풍경, 미국이 이란·이라크등 중동에서 벌이는 전쟁이 야기한 긴장이 흐르는 앗상블라주 작업들이다.
<엠파이어/벰파이어(Empire/Vampire)>(2003~2004) 시리즈,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2007~2008) 시리즈, <오일(Oil)>(2007) 시리즈, <배우들(Schauspieler)>(2013) 시리즈 등이 테러 목격 이후의 대표적인 작업이다. <엠파이어/뱀파이어> 시리즈는 2001년 뉴욕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그룹에 의해 공격당한 현장을 소재로 한 시리즈다. 미니어처 장난감 병정들이 총을 겨누고 어린아이들이 무너진 건물더미 위에 쓰러져 있으며 피로 범벅이 된 여성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사적이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이 같은 끔찍한 이야기의 전개가 실제 현대인의 도시 생활 주변에서 구한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을 조합해 만든 사실적 조각작품인 앗상블라주라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으로 시작한 21세기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그린 이 타블로(Tablau)들은 갠즈켄을 통해 재생산되면서 절망이나 위협을 넘어선 따뜻한 연민으로 승화돼 보는 이들과 소통한다. 그 소통을 통해 피로 얼룩진 전쟁터는 복구를 희망하는 아름다운 폐허로 변화하는 것이다.
겐즈켄의 미국, 특히 뉴욕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교시절 뉴욕을 처음 방문한 후 작업실을 얻어 장기적으로 머무는 등 지속적으로 방문했고 많은 작가와 교류해왔다.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열정이 넘치는 도시(I love New York/Crazy City)>(1995~1996)라는 사진책 형식의 작품을 만들기도 했고 시카고에서 스카이스크래퍼를 본 후 창문과 고층빌딩을 연상케 하는, 수지와 철 그리고 콘크리트로 만든 일련의 작품, <X>(1992), <창문(Fenster)>(1994) 시리즈가 나왔다.
2000년에 만든 <개 같은 바우하우스(Fuck the Bauhaus)> 시리즈는 뉴욕 등 미국의 견고한 건축물을 독일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기능만을 강조한 ‘싸구려 건축물’인 바우하우스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겐즈켄의
본격적인 앗상블라주 조각의 시대를 예고한다. 예를 들어 <개같은 바우하우스 2>는 합판으로 박스를 대충 만들어 건축물을 상징하고 차이나타운에서 구한 “동성 팬시 (Dong Sung Fancy)”라는 상호가 선명한 종이 쇼핑백, 오렌지색의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트, 피자박스, 조화 등이 테이프로 얼기설기 붙어있고 돌, 플라스틱 인조나무, 노란 장난감 뉴욕택시 등이 바닥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바우하우스 3>과 <바우하우스 4>에는 합판으로 급조한 구조물 표면에 조개껍데기를 붙였다. 나이 40이 넘은 가난한 시인이 미술가가 되기로 작정했던 마르셀 부르타스를 연상케 해 미소를 짓게 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조개와 텍스트를 즐겨 사용했던 대선배에 대한 존경의 제스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여성작가의 삶의 기록
모마의 6층 특별전시장 입구에는 겐즈켄의 최근작 <배우들> 시리즈가 전시되고 있다. 마네킹에 로큰롤 스타일의 자유분방한 패션을 입혀 놓은 작품들로 전시장 입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옷과 장신구들로 치장된 마네킹들은 분주한 주말의 도시풍경을 연상케 한다. 게이나 레즈비언, 혹은 클럽에 가려고 재미있게 한껏 드레스업한 사람들처럼 흥분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벽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로큰롤 스타일의 패션이 눈길을 끄는 겐즈켄의 대형 사진과 마이클 잭슨이 포함된 그의 사진콜라주 등이 붙어있는데 한때 앤디 워홀에게 전화를 걸어 마이클 잭슨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자는 제의를 했던 작가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화려한 <배우들>이 설치된 모마의 전시장 입구를 지나 들어서게 되는 첫 번째 갤러리에는 겐즈켄의 초기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두 개의 가느다란 막대를 세워놓은 <무제>(1974), 112개의 각기 다른 색을 칠한 단색 종이작업을 차례로 늘어놓은 <평행사변형(Parallelogram)>(1975>, 당시 일반인에게는 생소했던 컴퓨터로 무게중심을 계산해 바닥에 떠있는듯 놓여지도록 만든 <평행면/쌍곡면(Ellipsoids/Hyperbolos)>((1976~1983) 시리즈, 그리고 뉴욕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귀만을 찍은 <귀(Ohr)>(1980)도 전시되어 있다.
두 번째 전시실에는 겐즈켄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플래스터와 콘크리트, 수지 작업들이 소개된다. 건축물, 특히 빌딩 이미지를 보이는 미니멀한 선과 형태를 지키면서 거친 표면을 실험한 것들이다. <밍 페이(Ming Pei)>(1985), <은행(Bank)>(1984) 등 콘크리트 작업과 <X>(1992), <창문(Fenster)>(1992) 등 수지와 철을 재료로 역시 빌딩을 연상케하는 한층 가벼워진 이미지의 모던한 추상작업들이다. 특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로타주 페인팅 등 1990년대 초반의 회화작업이 함께 소개되고 있다. 겐즈켄이 리히터와 이혼하기 직전의 작품들이다. 겐즈켄의 작업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평범한 오브제를 자유롭게 조합하고 변형한 사실주의 콜라주와 앗상블라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1993년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11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한 이후부터 마치 자신을 억누르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듯하다. 겐즈켄의 초기 막대작업을 리히터는 “뜨개질 바늘”이라고 불렀고 그에 대해 겐즈켄은 “무기”라고 반박한 일화는 그들의 예술적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혼 후 주거지를 콜론에서 베를린으로 옮기고 게이와 젊은 작가들과의 교류, 나이트 클럽을 통해 접한 테크노 음악의 세계 등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변화한 것도 큰 영향 중의 하나로 꼽힌다. 현재 겐즈켄의 작업이 그의 나이와 관계없이엘리자베스 페이튼 등 젊은 작가들과 함께 기획 전시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요셉 보이스의 유명한 발언은 당시 유럽의 많은 젊은이에게 영향을 끼쳤는데 겐즈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오일 XI>(2007)은 고양이, 렘브란트의 사진 등 콜라주가 붙여진 여러 개의 여행가방이 바닥에 놓여 있고 미국의 우주인 3명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작품으로 보이스의 <고통의 방(Schmerzraum)>(1984)을 연상하며 작업했다고 작가가 직접 밝힌 바 있다. <장미> 역시 보이스의 <직접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장미(Rose for Direct Democracy)>(1973)를 연상케 한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점은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1917)이 현대미술의 사고에 끼친 영향이 증명하고 있다. 겐즈켄의 2000년 이후의 작업은 이 두 가지의 개념을 동시에 실천한다. 전후 독일에서 성장했으며 자신의 스승이었던 유명 작가와의 결혼과 이혼, 알코올 중독,바이폴라 우울증 등 개인적인 아픔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찾아 이루어낸 갠즈켄의 작업들은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한 여성작가의 삶의 기록이기도 한다. 특히 겐즈켄의 조각은 1960년대 이후 잊혀졌던 아상블라주의 복귀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으며 그에 따르는 일련의 작가군이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그가 오브제를 찾아 모으고 붙이고 자르는 복잡한 작업과정을 보조작가를 두지 않고 직접 한다는 것도 아이디어만 내면 작업 자체는 보조작가들이나 테크놀로지가 대신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현대의 미술계 풍토에 수제작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것이다. ●

이번 이사 겐즈켄 회고전은 로라 합트먼(50)이 지난 2010년 10월 모마의 큐레이터(조각과 페인팅부)로 임명된 후 수석 큐레이터 사비나 브레트바이저(미디어와 퍼포먼스부 Sabine Breitwieser)와 함께 2년여에 걸쳐 준비한 야심작이다. 합트먼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모마 드로잉부의 부(副)큐레이터였으며 그 후 피츠버그 카네기미술관 현대미술부장을 거쳐 뉴욕의 뉴뮤지엄에서 일했다.
합트먼은 재능있는 작가를 유명해지기 전에 알아내는 ‘발굴자(picker)’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존 커린, 엘리자베스
페이튼, 뤽 튀망 등이 그가 발굴해낸 스타들이다. 이사 겐즈켄은 그가 뉴뮤
지엄에서 큐레이팅했던 <언모뉴멘털: 21세기의 오브제(Unmonumental:
The Object in the 21st Century)>에 젊은 작가들과 함께 초대했을 만큼
그가 “21세기에 주목할 만한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로 평가하는 작가다.
그는 겐즈켄에 대해 “지난 40년간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대담함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해온 작가”라며 “급진적인 사고방식과 창의력으로 일련의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힌다. <엠파이어/뱀파이어>, <그라운드 제로> 시리즈 등 뉴욕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량 전시된 것에 대해 “뉴욕 작업에 초점을 맞춘 전시는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 “2000년 이후의 작업은
대형작업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개 같은 바우하우스>를 포함, 주로 뉴욕을 소재로 한 것들이다”고 밝힌다. 그는 <그라운드 제로>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는 <오사마 패션스토어(Osama Fashion Store)>(2008)와 <디스코 순(Disco Soon)>(2008)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면서 <창문>, <귀>, <하이파이>, <월드 리시버> 시리즈처럼 초기 작품 이후 겐즈켄은 “현대사회
에서의 소통”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었으며 그가 그리는 것은 “절망보다는 희망이다”라고 말한다.

뉴욕=서상숙 통신원

[특별기획] 이 척박한 현실의 표층으로서의 젊은 작가들

contents 2013.11. Special Feature | 이 척박한 현실의 표층으로서의 젊은 작가들
이번호 《월간미술》에서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큐레이터 50인에게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작가를 각 4명씩
추천받아 그중에서 100명을 추려 소개한다. 미술대학과 대학원, 혹은 유학을 마치고 갓 돌아와 활동하는 연배
의 작가들인 셈이다. 아마 미술계에서 가장 젊고 신선한 얼굴들일 것이다. 물론 큐레이터들의 시각과 미술에 대한 입
장, 그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작가의 기준의 편차는 무척 클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추천을 받은 작가가 곧바로 한국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들을 추천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주체들의 시각이 어
떠한지, 또한 그들이 바라보는 젊은 작가들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데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사실
오늘날에는 이전과 달리 전시기획자, 평론가들이 거의 모든 공모전, 지원제도, 각종 심사에 빈번하게 참여하면서 작
가를 선정하고 그들을 모아 전시를 기획하는 주체들이기에 이들의 시선,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따라서 여기
에는 전문성과 안목, 그리고 나름의 윤리성이 요구된다. 나는 무엇보다도 작업을 잘 분별해서 보는 안목이 너무도 중
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특집은 다양한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을 한눈에 보여주면서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살펴보
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사실 오늘날 우리 미술계는 끊임없이 젊은 작가들을 주목해왔고 이들을 선
별해내면서 작업 기회를 부여하거나 언론에 소개하는 한편 각종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여러 종류의 지원제도를 통해
도움을 부여해왔다고 본다. 이전과 비교해서 현재 젊은 작가들의 작업환경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편이다. 지금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 다양한 지원제도에 힘입어 곧바로 화단에 진출하거나 여러 전시, 아트페어 등에 참여하기가 용
이해진 측면도 있고 미술시장이 젊은 작가, 새로운 상품을 열심히 찾아내고 있기에 이미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왕성
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자주 본다. 그런데 그것이 긍정적이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지원제도 등
에 맞춰 작품과 활동이 제약되거나 그 틀에 순종적인 작업이 양산되는가 하면 시장의 상품성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작업의 내용도 획일적인가 하면 특정 스타일들이 양산되고 미술에 대한
인식의 협소함이나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주제의식 등도 빈번하게 접한다. 작업환경이란 것도 좀 더 깊이 들어가 보
면 이 나라에서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기에 젊은 작가들의 작업환경이 이전과 비교해 좋다고만 말하기도 어렵다. 작
업 또한 이전과 비교해 좋아졌냐 하면(비교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선뜻 그렇다 말하기도 어렵다. 오늘날 젊은 작
가들의 작업환경과 작업수준, 나아가 이들의 삶과 작업 활동을 어떻게 볼 것이냐. 결론적으로 오늘날 젊은 세대 작가
들은 문제적이다. 그것은 미술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시대 한국 자본주의의 삶이 워낙 팍팍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현재 한국에서 삶이 가장 어려운 세대는 단연 노년 세대이다. 7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10만 명당 160명꼴이란다.
물론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도 힘든 세대이다. 문제는 이 세대가 “한국의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층”
(한윤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야흐로 후기자본주의의 문제가 불가피하게 파생시킨 인간형이 이들 젊은 세대
에 고스란히 낙인 찍혀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무한경쟁의 정글로 이루어졌고 이 한국적 특수성은 단 한 가지 룰에 입
각한 기이한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기실 경쟁이 아니라 사회 독점 계급을 생산해내고 정당화하는 도구
에 불과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학생들은 이전과는 달리 더욱 치열한 경쟁의 공간에 노출되었고 그럼에도 불구
하고 괜찮은 일자리의 숫자는 줄어드는 현실에서 산다. 따라서 학벌사회의 승자이면서도 잉여 인간이 되고 있다. 이
들의 열패감은 대단하다. 그러나 이 낭패감을 공론화하지 못하고 자기학대로 이어지거나 현실을 비참하게 바라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 루저문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냉소가 되고 보수화
되고 정치나 사회현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미술계를 예로 든다면
이전에는 유명 미술대학을 나오면 조교를 거쳐 대개 스승이 심사위원으로 포
진해 있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자연스레 시간강사를 거쳐 지방대에 취업
하거나 머지않아 서울에 있는 대학이나 운이 좋으면 모교의 교수가 되는 것
이 순리라고 여겼던 때가 있다. 유학을 갔다 오면 더 말할 나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학은 필수고 심지어 실기 박사학위까지 반드시 요구되고 있다. 그
러다보니 외국 유학의 매력은 줄어드는 대신 죄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고 있
다. 유학을 마친 이들도 다시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형편이다. 지방
대 출신들은 한결같이 서울에 있는 대학원을 거쳐 학벌세탁을 한다. 그렇다
고 대학에 자리 잡아 쉽게 전임이 되거나 좋은 작업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과도한 학벌 경쟁, 그로인한 경제적
지출을 무릅쓰고 그들은 이 한국 사회 못지않은, 더욱 심한 무한경쟁의 미술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 지위를 가
지려고 올인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열정과 욕망이 작업으로 귀결되지 못하고 경력 쌓기나 스펙 만들기라는
차원에서만 작동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미술적 활동이란 결국 작업을 한다기보다는 그것을
수단으로 삼아 화려하고 그럴듯한 경력을 만드는 알리바이에 머물고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라 할 것이다. 부모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 말이다. 혹은 자신의 청춘을 죄다 소진하면서다. 내 주변에는 40대 이상의 미혼 작가들이 넘쳐난
다.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결혼을 꿈꾸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잔인한
무한경쟁을 촉발시키는 한국 사회와 경력을 요구하는 미술계 제도의 문제이다.

불안의 세대와 파편화된 취향
결론적으로 세대의 특성은 사회가 만든 것이다. 따라서 청년세대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탐구하려면 한국 자
본주의의 현재에 대해 말해야 한다. 오늘날 청년세대의 특징, 즉 인터넷, 대중문화, 민족주의의 정치성, 취업난, 그리
고 파편화된 취향은 모두 한국의 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의 미술계 구조나 현실 역시 이 사회로
부터 강하게 견인되어 있다. 아울러 그것이 작업의 경향과 내용을 채우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늘날의 젊은 작가
들은 미술, 미술계가 현실과 무관하다고 봐서는 결코 안된다. 작업이 안풀리는 것은 삶이 풀리지 않아서이다. 사회를,
미래를 총체적으로, 전망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작가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총체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작업을 고민하고 미술계를, 자신의 작가로서의 삶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 청년문제에 대해 말하는 지식인들은 새로운 자기계발 담론을 통해 ‘멘토’
역할이나 가볍기 그지없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과연 그런 말이 위안이고 치유이며 대안일까? 그것은 더없이 보
수적인 언사들이다. 그리고 이는 삶에 지친 젊은 세대들이 듣고 싶은 조언을 소비하는 차원에서 작동된다. 요즈음에
스님들이 그 치유의 언사를 쏟아낸다. 머지않아 우리 미술계에서도 스님의 말씀이 미술평론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수사가 삶과 작업을 결코 대신해주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미술적 활동이란
결국 작업을 한다기보다는 그것을
수단으로 삼아 화려하고 그럴듯한
경력을 만드는 알리바이에 머물고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부모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 말이다. 혹은 자신의
청춘을 죄다 소진하면서다. 그리고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40대 이상의 미혼
작가들이 넘쳐난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잔인한 무한경쟁을
촉발시키는 한국 사회와 경력을
요구하는 미술계 제도의 문제이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각자의 고립된 공간에서 고립된 주체로 살아간다. 대
중문화와 인터넷은 파편화된 취향을 양산한다. 당연히 공동체의 공동 관심
사는 약화된다. 20~30대 작가들 역시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처럼 ‘파편화된
취향과 만성화된 불안의 세대’들이다. 이들은 미술계에서 인정받으며 작업
을 해야 한다는 비장한 욕망과 작업을 해서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욕
망, 그리고 부모세대가 요구하는 번듯한 직장인으로서 가족을 부양하는 사
람이 되어야 한다는 집요한 요구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그래
서 무기력증과 우울함이 결합한 어떤 정신 상태로 내몰린 젊은 세대들이기
도 하다. 향후 한국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갈지, 이 사회와 현실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과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 알 수가 없다는 느
낌은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욕망을 갉아 먹는다. 미래가 없는, 없다고 여기는 세대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젊
은 세대이다. 미술 역시 전망과 확신,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 권태로운 그리기, 강박적인 회화(일러스트 같은), 괴이하
고 음산한 상상력의 창궐, 작위적인 개념미술, 형식에 맞춘 작업의 (어거지 같은)담론들이 횡행한다. 심사를 하다보
면 젊은 작가들이 대부분 작업을 위한 설정을 너무 많이 두는 경향을 보게 된다.
개념미술의 잘못된 영향이라고 보는데 그 개념들이 한결같이 유사하고 상투적이다. 따라서 나는 심사에서 작가들
의 포트폴리오에 실린 작업노트를 읽는 것이 너무나 괴롭고 곤혹스럽다. 차라리 “그냥 그렸다”거나 “그리는 게 너무
좋아서 그렸다”라고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새로운 작가, 새로운 미술운동이란 새로운 미적 환경을 창조함으로써 ‘사회를 정신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재
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런 경우에 그것을 새로운 미술이라고 말하며 이를 주도해나가는 작가를
젊은 작가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미술운동을 추동해나가는 젊은 작가들은 매 시기 기성의
언어와 관습을 가로질러가는 자리에 피어났다. 그래서 그들에게 신세대, 혹은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미의식, 새로운
미술 등의 수사를 붙여주었다. 그들은 이미 제도화된 미술언어를 구사하는 어른들과는 다른 감수성의 소유자들이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술운동과 소통방법의 확장에 대한 시도를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에게 나름의 기대를 걸게 된다. 1990년대 초반 한국미술계는 이른바 ‘신세대’ 논의로 뜨
거웠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곳 미술계는 여전히 젊은 작가들에게 환호한다. 젊은 작가의 작품만이 가득하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현재의 흐름은 이전의 ‘신세대미술운동’과는 어딘지 다르다. 기존 미술언어
와 제도에 저항하는 나름의 감수성과 미의식의 공유성도 없지는 않으나 오늘날 대다수 젊은 작가들의 작업은 이전으
로 되돌아가는 지극히 보수적 성향을 드러낸다. 더불어 달라진 삶의 환경, 자신이 살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작가로서
의 삶, 그리고 이전과 다른 현재의 미술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고민의 흔적이 너무 엷어 보인다. 지금 젊은 작가들
의 작업이 과연 기존 미술계의 주류 언어를 문제시하고 달라진 미술개념을 구사하며 미술문화의 지형도 자체를 새롭
게 짜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기 시대를 관통하고 극복해나가려는 의지 아래 작가로서의 삶을 펼치고 있는 것일
까? 그런 의미에서 그들과 그들의 작업을 진정으로 젊은 작가, 새로운 미술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특별기획] NEW FACE 100

contents 2014.02. Special Feature | NEW FACE 100

[전시프리뷰] 프리뷰

contents 2014.2. preview | 전시프리뷰
온(溫)·기(技)
문화역서울284 2.11~3.2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예페
스티발. ‘손’에서 시작되어 작품으로 마무리되는 순간과 과정 속에 담긴 작가의 직업관과 시선이 가지는 온기에 주목한다.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가지는 화두, 담론 등을 두루 살피며 디자인과 순수미술사이에 있던 공예의 영역에 대해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 공예전문갤러리, 장인, 디자이너, 건축가 등 100여명이 참여하는 공예, 회화, 영상,설치, 퍼포먼스 등의 복합장르로 구성된다. 전시장 1층에서는 한국공예의 현재를 보여주고. 2층은 공예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과 현대 예술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공예 워크숍, 그리고 시연프로그램 등 체험위주의 전시 및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수작업을 통해 예술 미학을 끌어낸 작품을 통해 일상의 공예적 물건과 행위를 살펴본다 .
신상호작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
서울시립미술관 1.28~3.23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선보이는 사진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 4개 국공립 미술관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개최하는 “미술관 속 사진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중적 정체성을 갖게 된 현대인의 자아를 주제로 다중적인 자아를 가지고 현실과 가상의 시공간을 유영하는 현대인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서로 부딪히며 작용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다양한 사진 및 영상, 설치작품들로 구성된다. 강영민 구상모 박종근 박찬민 백승우 원서용 이문호 이상현 장태원 정희승 조이경 차지량 하태범 한성필 작가 참여한다. 사진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들의 영상 및 설치작업, 현직 사진기자의 작업, 그리고 SNS에 업로드 되는 사진을 이용한 참여형 영상 설치작업까지 포함한다.
박종근 작
아트선재센터 2.15~3.30
오후 여섯시부터 여덟시까지 그동안전시장으로 사용된 적이 없거나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미술관 공간을 개방하는 프로젝트형 전시. 로와정 리경 이악 이원우 염중호가 참여해 미술관 관람에 대한 통상적인 인식을 깬다.
리경 작
종이에 실린 현대작가의 예술혼
갤러리 현대 2.5~3.9
한국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주도했던 작가들의 종이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예술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어 영상,설치작업이 성행하며 다양한 예술가치를 생성하는 시대에 회화의 시작점이 되었던 종이에 주목해 예술정신을 되짚어본다.
이중섭 작
조기주
금호미술관 2.27~3.9
원’이라는 조형 어법을 기반으로 융합, 통섭을 이야기하는 조기주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1998년부터 2014년까지의 작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시멘트, 흑연, 구리 등의 재료로 새로운 시도를 한 신작들도 소개한다.
이타미 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28~7.27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축과 예술의 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미술관에 기증된 자료와 유족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다. 일본에서 활동한 1970년대 작업부터 말년의 제주도 프로젝트까지 4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세계를 아우른다.
OCI CRE8TIVE REPORT
OCI미술관 1.23~2.23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3기 선정작가 권오신 김유정 김희연 박미경 박종호 이주은 조문희 허용성의 입주작가 보고전. 작가 8인의 회화, 판화, 입체, 미디어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창의적인 담론과 새로운 소통을 형성한다.
조문희 작
미쓰-플레이
인사미술공간 1.24~2.28
전시 제목 미쓰-플레이는 miscommunication과 play의 합성어로 오차에서 창의적인 움직임을 발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KKHH 장현준 강문식이 참여해 다양한 방법으로 ‘오차’를 재조명한다.
KKHH 작
Paint of View
갤러리 스케이프 1.22~3.9
이혜승 히데아쓰시바 제니조 최수정 에테르가 참여해 동시대회화에 대한 자신들의 비전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적 어법의 계승과 새로운 시도들 사이에서 동시대회화의 풍경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선보인다.
최수정 작
경계와 탈경계
포항시립미술관 1.16~3.23
동시대의 문제들을 예술적 언어로 다룸으로써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기획전이다. 다양한 경계 및 탈경계 현상에 주목하는 작가 오인환 이완 이태희 임민욱 전준호 하원식이 참여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태희 작
조형섭
오픈스페이스 배 1.25~2.23
작가는 평범한 일상의 경험에서 획득하는 작품의 모티프에 새로운 가공을 더해 익숙함으로부터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사물이나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의 역할에 대해 발상의 전환 기회를 제공한다.
지용호
가나아트센터 1.23~2.16
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지용호의 개인전. 작가는 근원 또는 기원의 의미로, 재현된 것이 아닌 ‘그것자체’라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조각의 본질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춘 근본적인 미적 가치를 표현한다.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
한미사진미술관 2.22~4.19
풍경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의 개인전. 한국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2004년부터 세계 각국의 오지를 여행하며 진행해온 결과물을 41점의 사진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미래가 끝났을 때
하이트컬렉션 2.7~5.10
김홍석 박찬경 안규철 오인환 정서영 정연두가 추천한 11명(팀)의 작가 강정석 김다움 김동규 김실비 로와정 서보경 이병수 이양정아 정승일 최윤 함정식이 참여해 사회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젊은 세대를 규정짓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정석 작
박노해
세종문화회관 2.5~3.3
티베트, 파키스탄, 인도 등 6개국을 다니며 기록한 7만 여 컷의 사진 중 120여 컷을 선별했다. 각국의 비슷하고도 다른 모습을 아시아라는 공통 속성으로 묶어낸 사진에서 흑백 아날로그 인화를 통한 깊이감과 대상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정배 작
배종헌
갤러리 분도 2.12~3.8
자연적 체험과 사회적 체험을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업의 범주를 넓혀가는 배종헌의 개인전. 대기오염으로 도시에서 예전처럼 볼 수 없는 별들에 대한 참신한 관점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미디어 영상과 사진, 설치 등으로 구성된다.
그래픽 노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7~2.20
한국, 중국, 일본의 그래픽 노블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개성과 시각, 그리고 목적의 차이를 통해 만화라는 흥미로운 대중 문화가 미술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되짚어본다. 이동기 쑨쉰 고이치에노모토가 참여해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고이치에노모토 작
그리 넓지도 않은 세상
앤드앤갤러리 2.4~22
사진전문 화랑 킵스갤러리가 앤드앤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하며 기념전을 마련했다. 알렉산더포포빅 루카코서 이길렬이 참여하해 사진, 회화, 드로잉, 설치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바탕으로 장르의 경계를 허문다.
알렉산더 포포빅 작
쟝 마리 해슬리
고려대학교박물관 2.25~3.30 
고려대학교박물관과 금산갤러리의 공동기획으로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추상표현주의 작가 쟝 마리 해슬리의 개인전. 작가의 최근작과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1980년대 이후 작품 등 총 70여점을 소개한다
고남수
갤러리 룩스 2.3~11
제주도의 돌담과 돌을 흑백사진으로 담았다. 작가는 제주의 조형적인 면을 사진에 담으며 예술의 목적이 심미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의 자리를 찾아내는 방법에 있음을 사진을 통해 들려준다.
보이지않는 사람들
서울시립미술관 2.7~3.2
서울시립미술관, 유엔난민기구, 제일기획이 공동 기획하여 국내외 난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 거주난민들과 아프리카 난민 캠프를 찍은 영상 3D 미니어처를 제작해 미술관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서혜영
갤러리 조선 2.12~3.5
사물과 환경의 관계에 주목하는 서혜영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작품이 전시장이라는 특별한 장소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하나의 소장품, 사물, 가구, 소품 역할을
대신하게 됐을 때 공간과 작품의 관계를 조명한다.
Han Q
아트스페이스 휴 2.7~3.7
작가와 비평가, 전시기획자로 활동해온 윤진섭의 개인전. 퍼포먼스 활동을 하며 쓰던 ‘왕치’라는 예명을 버리고 ‘Han Q’라는 예명을 내걸었다. 예명을 끊임없이 바꾸는 것은 아무리 미분화해도 찾아지지 않는 자아 정체성을 탐색한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박문희
송은아트큐브 1.16~2.22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재료를 조합해동물이나 인간, 자연의 이미지를 만들어 실재와 이미지의 편차와 간격을 생성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형성된 의미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새로운 이미지의 간극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이야기를 찾는다
미술, 人文의 길
갤러리 이배 1.16~2.15
인간의 역사, 종교, 철학 등에 전반적으로 관여해온 인문학을 미술과 연결한 전시. 잊혀져가는 인문의 정신을 미술을 통해 다시 고찰해 보고자기획되었다. 이우림, 이승희의 작품을 전시해 미술감상을 통한 인문학적 성찰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승희 작
마이클 웨슬리
더컬럼스갤러리 1.22~2.28
장(長)노출기법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대상을 사진으로 풀어내는 작가 마이클 웨슬리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특유의 기법으로 촬영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시각화한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그리다 & 느끼다
갤러리 JJ 2.18~3.10
장르가 세분화되고 소재가 다채로워지면서 예술의 영역이 확장되는 현대에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이번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며 사물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에 대한 차이를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
문주호 작
유민아
갤러리 가비 2.19~26 
돌에 대한 감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놓이다>라는 말로 전시를 풀어간다. 작가는 돌의 흥미로운 형성 과정을 탐구해 시각화하는데 돌의 물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인 작가의 해석이 더해져 구체화된 새로운 이미지의 돌로 표현된다.
시·공
갤러리 엘비스 2.13~3.8
공간을 모티프로 독특한 작업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권인경, 권오신, 전채강 작가의 단체전. 시야에 잡히는 공간이라는 한정된 범위를 넘어 다양한 차원을 지닌 가능성의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시공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한다.
권오신 작
강계정
롯데호텔갤러리 1.11~2.27 
대나무라는 대상을 통해 현대 산수와 전통적 문인화의 접점을 찾는 강계정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롯데갤러리와 리서울갤러리가 공동기획한 전시로 전통 동양화기법인 적묵법과 적채법으로 표현한 대나무 숲속 풍경을 선보인다.
다시, 그리기
갤러리3 2.12~3.7
시각예술의 출발이자 과정이고 결과이기도 한 드로잉의 매력을 보여주는 전시로 기획.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는 김호득 나점수 박미화 서용선 이수종 정상곤 정하응 존포일 허윤희의 드로잉작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
나점수 작
김동현
스페이스캔 1.27~2.20
미디어의 범람과 무분별한 소비문화풍토 속에서 젊은 세대들의 정체성은 바르게 형성되고 있을까? 작가는 젊은 세대들의 자아 형성과정을 살피며 표면과 내면의 이질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특유의 색채로 그려낸다.
Fallin’ 두 번째…
토포하우스 2.19~25
진정한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 강동균 김쥴리정인 박기덕 장명균 최승민 최지영 한아림 호리나오코 황수정 황재영이 몰입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아 정체성을 구성하는 환경 속에서 물아일체의 순간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인다.
한아림 작
Show House
G_Exhibition 1.22~5.13 
사물과 공간, 사람의 관계를 미술적 관점으로 플어내는 김정섭 위성범 장민경이 참여하는 G_Exhibition의 개관전. 조형성과 기능주의적 특성을 살린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의 오브제로서 현대미술에 새로운 구조적 해법을 제시한다.
임만혁
장은선갤러리 2.5~22 
전통이나 외래 사조에 얽매이지않고 자유로운 사유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는 임만혁의 개인전. 작가는 동서양화를 아우르는 재료와 소재의 사용으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하며 전통적 회화를 열린 사고를 통해 받아들이는 시각을 제시한다.
김인옥
해운대아트센터 1.17~2.23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발묵을 통해 표현하는 작가 김인옥의 개인전. 관계의 연장선에서 이념을 조형적으로 나타낼 방법을 탐구해온 작가는 발묵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전통회화의 기본적인 정서를 동시대적으로 표현한다.
ICEBREACKER
혜화아트센터 2.7~19 
쇄빙선 또는 긴장, 어색함을 풀어준다는 뜻을 가진 ICEBREACKER를 주제로 한 전시. 이혜승 서화숙 노준구 송재호가 자신의 경험이 담긴 노르웨이 이야기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 각자의 인식에 자리한 선입견에 대해 고찰한다 .
이혜승 작
2014 꽃피는 부산항
미광화랑 1.17~2.17
부산 근대미술 첫 세대와 두 번째 세대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 부산지역의 향토작가 23인의 작픔으로 구성된 이번전시는 세대를 뛰어넘는 예술의 본질을 되새기며 예술의 근본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김영덕 작
이현동
갤러리 예담 2.5~11
작가는 자연 속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흑백사진에 담아낸다. 작가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고된 상황 속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자연현상을 통해 일상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주목한다.
남군석
가나아트 스페이스 2.12~18 
거칠고 마른 붓을 사용해 자신만의 필법을 만들어나가는 남군석의 개인전. 작가는 현장의 느낌과 직접적인 체험을 중시하며 일상에서 대면하는 자연의 인상을 수묵으로 표현한다. 거친 붓의 자취에서 자연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 읽을 수 있다
이소영
평화화랑 2.5~11
민화를 재해석하고 현 시대의 욕망을 투명의자에 빗대어 표현하는 이소영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급속하게 변해가는 세계에 대응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평면과 드로잉, 설치 등으로 구성된다.
윤병주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7~28
윌링앤딜링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PT & Critic’의 선정작가 윤병주의 개인전. 작가는 우주의 ‘화성’ 탐사와 경기도 ‘화성’의 개발을 결부시켜 인류의 새로운 생존지역과 도시개발지역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장소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전시리뷰] 최은경_어스름

contents 2014.2. review | 최은경_어스름
최은경의 작업이 달라졌다. 약간은 어설픈 듯하지만, 열심히 그린 흔적이 매력인 최은경의 회화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좋게 보면 기회이고, 반대로 생각하면, 기존의 장점이 약해졌다 할수도 있다. 최근에 열린 작가의 개인전에서 보여준 신작들은 미세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나는 최은경의 작업을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았고, 변화의 과정을 잘 아는 편에 속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보여준 정물과 풍경화들, 2000년대 중반에 글자가 있는 실내 풍경, 2000년대 후반에 부모님의 귀향에 관한 서사가 있는 관청리 풍경들에서 보여주었던 한결같은 테마는 후미진 장소에 대한 애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이자 자기 고백과도 연관되어 있는 듯하다.
그것에 대한 연민과 에너지가 그를 끊임없이 그림 그리게 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작가는 그런 십 수년의 세월을 ‘오직 예수’가 아닌, ‘오직 회화’ 외길의 삶을 살아왔다. 지금부터 내가 얘기할 최은경 작품의 변화는 일반인은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난 요즘에 ‘감성변태’ 라는 말이 매우 흥미롭다. 감성의 미묘한 변화에 반응하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오감이 열려 있다고 해도 유사한 표현이다. 그런, 열린 감각으로 애정을 가지고 보면, 최은경의 회화는 중대한 변곡점 앞을 마주서 있다.
여태까지 최은경 회화의 차별성은 흉내 낼 수 없는 2%부족한 묘사력과 그 표현력에 부합된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감성은 애잔한 느낌의 추억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라보고 애정을 갖는 대상들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신작들에서 다른 느낌이 감지되고 있다. 뭔가 부족해서 매력이었던 묘사력에 테크닉이 붙었고, 그로 인해 애잔한 감성이 세련미로 바뀌고 있었다. 특히, 하늘과 같은 여백을 표현함에 있어 놀라울 정도의 세련미와 테크닉을 보여준다. 골목길의 야경을 그린 작품을 소개하자면, 야경을 소재로 회화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적지 않게 있다. 그중에서 가장 원근감이 약하고, 입체감도 부족하고 색채도 애매하지만, 음산한 저녁 하늘의 표현이 최고였고, 야경 작품들 중에 가장 매력적인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은경의 회화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확실히 열심히 하고 많이 그리면 느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표현력이 좋아졌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은경 회화의 매력이 반감되면서까지 좋아져서 되나 라는 의구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변화의 과정으로 작가는 감성변태자의 마음가짐으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선택은 작가의 몫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애잔한 감성과 시선은 유지하되, 부족한 느낌의 묘사력에서 조금 더 실체에 접근한다는 마음으로 한 단계 올라서길 기대한다. 작가 앞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도래해 있다. 한국미술계에서 10년 이상을 너무나도 잘 그리는 화가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구상하고 나아갈지에 관해 자신과 대화할 시간이다. 이것을 기회로 삼아 작품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화가로 거듭나길 바란다.
손성진・소마미술관 큐레이터

최은경 <실개천의 여름>(사진 왼쪽) 캔버스에 유채 130×162cm 2012
<골목 1>(사진 오른쪽) 캔버스에 유채 130×162cm 2013

[전시리뷰] 김동윤 이정배_Space is the place

contents 2014.2. review | 김동윤 이정배_Space is the place
갤러리 조선에서 1월 9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김동윤, 이정배 작가의 2인전 <Space is the place전>은 우리를 둘러싼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윤 작가는 교차로, 놀이터, 주차장과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에 주목한다. 그는 쉽게 인식되지 못하는 이와 같은 언저리 공간을 360도로 촬영하여 그 각각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쌓아 올린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다른 시각적 지점과 시간의 모멘트들은 서로 중첩되며 사라질 듯 남겨진 채,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특정 공간이 담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긴 기억과 시간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겹쳐진 사진들 위에 함께 찍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요소들을 인덱스(Index)라고 부르는데, 김동윤 작가는 그 인덱스들과 함께, 혹은 그 인덱스 너머에 존재하는 공간의 실재를 탐구함에 작품핵심을 두는 듯하다.
이정배 작가의 작품 또한 우리 주변의 풍경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에게 풍경화의 정의는 “실재로 그러한” 자연의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날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외관에 의해 가려지고 훼손되어 실재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이 변화되고 있다. 이정배 작가는 그 요인을 “자본주의”에 두고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가려지고 훼손된 풍경 ‘사진’과 그 사진 속에서 조각난 풍경을 ‘부조’의 형태로 제작함으로써, 자본의 욕망에 의해 ‘조각난’ 오늘의 풍경이 무엇인지를 관람객에게 직시하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특정 풍경, 혹은 장소를 소재로 삼으며, 그것 이면에 담긴 실재를 탐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두 작가는 동일한 관심사를 지닌다.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과 그들이 직시하는 실재는 서로 다르다. 김동윤 작가에게 공간은 시간과 기억들의 중첩지이며, 이정배 작가에게 공간은 자본의 논리와 인간의 욕망이 아로새겨진 현장이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살아가는 두 작가가 ‘공간’에 주목하며 풀어내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본 전시의 의미를 두고, 앞으로 이들 작가가 현재의 작품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을 또한 주목해볼 만하다.
주연화・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

김동윤 <Sentinel Bridge>(사진
맨 왼쪽) c-프린트 135×180cm 2013
이정배 <Play>(사진 맨 오른쪽) 레진
100×140×185(높이)cm 2012

[전시리뷰] 김성윤_athlete

contents 2014.2. review | 김성윤_athlete
이제 첫 번째 시리즈 작업 <athele>를 선보인 김성윤은 젊은 작가군 중 보기 드문 아카데믹 화가의 유형을 보여준다. 고전주의풍 초상화를 보는 듯한 리얼한 표현은 자칫 자신만의 그리기 기법에 승부를 거는 작가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초기 올림픽 선수들이라는 주제는 몇몇 작가에게 유행하는 ‘리스트를 채우기 위한’ 주제 선정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김성윤 작업이 흥미로운 지점은 그리기 기법과 주제 선정 배후에 분명하게 자리한 회화에 대한 고민의 깊이에 있다.
김성윤은 작업의 근간을 잡기 위해 회화의 가능성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고민했다. 이 질문에는 한 작가의 작업의 맥락을 이뤄가는 동력에 관한 것과 회화의 장 전체와 관련된 비평적인 성격이 포함되어 있었다. 독창성에 비롯한 스타일의 확립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미래의 작업의 가능성을 구속하는 폐쇄적인 회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독창성이라는 테제를 ‘조합하기’라는 룰로 치환한 작가는 별개의 카테고리에 담겨 묻혀있는 사건들과 작풍을 소환해 조합하여 그릴 수 있는 확장된 회화의 세계를 연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athele>시리즈는 존 싱어 사전트라는 19세기 초상화 작가와 초기 올림픽 선수들이라는 두 가지 다른 계열의 사건을 취합해 구성한 장면들이다. 사전트는 새로운 회화를 실험하던 동시대 작가들과는 다르게 순전한 초상화 작가로만 남은 작가이다. 외부 코드들과의 무리 없는 조합을 위해 회화사에 부각되지 않은 익명의 기법을 선택한 작가는 사전트의 생애 시기와 초기 올림픽의 시기가 맞아떨어진다는 데 착안해 사라진 운동종목의 선수들을 그렸다. 모델 섭외와 의상 및 소품 제작, 촬영을 거쳐 얻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방식이 뒤따랐는데, 이는 충실하게 사전트답게 그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자기 자신을 사전트에 용해시킴으로써 그의 회화가 도달하는 곳은 과거의 사건들에 대한 새로운 기시감의 세계이자, 회화로 여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한편 사전트 식 기법과 초기 올림픽 선수라는 주제의 결합은 필연적이지 않아 보이는데, 바로 그 독립성에 의미가 있다. 이는 아카이브의 논리와도 유사하다. 푸코는 아카이브를 말해질 수 있는 것의 법칙, 말들의 출현을 지배하는 체계라고 정의하면서, 말들이 상이한 도식들로 그룹화되고, 복수적인 관계에 따라 서로를 구성하도록 기능한다고 했다. 김성윤은 그려질 수 있는 것들을 소환하는 조합의 시스템을 구축했고, 앞으로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기법과 주제의 출현을 반기면서 다양한 시리즈를 구축해갈 것이다. 그가 앞으로 매 시리즈 작업을 통해 어떻게 이 조합의 물꼬를 터 나갈지, 아직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김성윤의 다음 번 시리즈 작업을 기대하는 이유다.
우아름・미술이

김성윤 <Skijoring, Jonathan Bennette>(사진 오른쪽) 캔버스에 유채 250×212cm 2013
<Cycle Polo, Kenneth Drenen>(사진 왼쪽) 캔버스에 유채 240×146cm 2013

[전시리뷰] 박수영_오름-그리다

contents 2014.2. review | 박수영_오름-그리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스페이스갤러리에서 박수영 작가의 7번째 개인전인 <오름-그리다>가 지난 12월 말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오름’은 제주도 방언이다. 큰 화산 옆에 붙어 생겨난 작은 화산, 일명 기생화산(寄生火山)을 지칭하는 용어가 오름이다. 370여 개의 오름이 존재하는 화산섬인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으로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박수영의 <오름-그리다전>은 아름다운 오름의 모습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신 제주를 상징하는 오름을 통해 67년 전의 제주의 아픈 역사 한 부분을 담아낸다.
본 전시에는 25점의 평면작품이 출품되었다. 한지로 마련된 화폭에혼합재료(수채, 유화, 크레용, 목탄 등)를 이용해 완성해낸 작품들은 서정적이고 명상적이다. 전체 작품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작은 집의 형상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집들은 창문이나 대문 혹은 지붕이 없다. 집을 상징하는 형상만으로 홀연히 큰 나무 아래 쓸쓸히 등장하거나, 때로는 황량해 보이는 대지 위에 줄지어 등장하기도 한다. 혹은 사발의 음식그릇 모양 안에 담겨져 등장하기도 한다.
중도와 겸손을 읽게 하는 모노톤의 바탕 위에 그려진 집의 형상들은 크기가 제각각 이다. 반(半)추상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집의 형상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지닌 ‘물질의 실재성’을 빌려, 실은 ‘정신의 실재성’을 시각화해낸다. 집을 삶으로 은유하면, 그 삶의 주체는 인간이다. 그래서 개개의 집 형상은 실재성이라는 규정하에 정신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떠난 자와 남겨진 자, 과거와 현재, 망각과 기억 그리고 진실과 진실의 그림자 등을 공간적인 물질을 통해 정신적인 실체로 옮겨놓는 것이다. 이를 박수영은 자신만의 반복적인 집 형상 속에 시간성을 그리고 존재를 시각화해낸다.
이 시각화가 보다 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집의 형상들이 모두 하얀색으로 처리된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늘과 땅을 뜻하는 구극(究極)의 색으로 또한 불멸의 색으로도 해석되는 백색은 또 존 로크(John Lock)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과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화이트 페이퍼(white paper)”로도 규정된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 공간”이기에 자유로운 사색이 가능하며, 또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삶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인 로크 식의 “화이트 페이퍼”는 “광활한 대우주”로도 표현된다. 박수영의 하얀 집은 역사와 기억을 등에 업고 로크 식의 자유로운 미래에 대한 또 다른 제시일 것이다.
인사 가나아트스페이스갤러리 전시공간에서 수많은 관람객을 맞이했던 작가의 작품들이 의미 있었던 것은, 기억에 의거한 현재와 미래의 의미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없는 부분 그래서 가시화될 수 없는 부분을 드러내며 예술창작의 의미를 더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은지・홍익대 교수

박수영 개인전 <오름-그리다> 전시 광경

[전시리뷰] 김지영_(주)김지영출판사

contents 2014.2. review | 김지영_(주)김지영출판사
마흔 살을 넘긴 한 늦깎이 신인작가가 개인전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출판사’를 차렸다. 물론 작가의 개념과 의도를 담은 미술전시지만, 작품들은 저마다 실제 출판물과 관련성을 띠고 있다. 대형마트의 총천연색 전단지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수산물도감인 <마트 어보(魚譜)>, 현실에서 기피 대상인 바퀴벌레를 소재로 작가가 직접 만든 색칠공부 책자<세계의 뒤편 색칠공부-바퀴벌레의 세계>(전시장에서 2000원에 실제 판매), 엄마의 부탁으로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를 한 글자씩 확대하여 드로잉으로 전환하고 다시 영상매체로 제작한 <엄마를 부탁해를 엄마가 부탁해>(총 282쪽 중 4쪽의 분량밖에 하지 못한 미완의 작업), 전시 기간에 관람객들이 임의로 옮겨놓는 바둑돌들의 형상을 매일 ‘기보(棋譜)’의 형태로 사진과 함께 기록하는 <생활바둑> 등이 대표적 작업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오브제나 매체로 제작되었으며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참조로 하여 특별한 예술적 재능보다는 오랜 노동의 축적으로 완성된 결과물들이다. 무엇보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하찮은 소재를 진지하고 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의도된 가벼움 이면에는 시각예술의 위기와 미술제도의 모순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관점이 담겨있다.
전시 설명문에서 작가는 전단지 수집이 취미라며 “선명하고 얇고 공짜인 그것들을 볼 때마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이유가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고 말한다. 원본이 복제에 의해 아우라를 상실하고 사본과의 차이조차 무너진 지 오래인 오늘날, 예술가의 ‘독창적인(original)’ 창작에 의한 유일무이한 작품으로서 시각예술이 지니는 힘은 사실상 미약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창작의 기회마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가 되는 것이, 또 설령 된다 하더라도 예술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한 회의가 작업의 계기라고 밝힌다. 그리고 출판물이라는 형식을 빌려, 다수에게 소비되는 대중예술이 오히려 저작권이라는 정당한 시스템을 통해 원작을 존중받는 것은 아닌지, 반면 여전히 많은 미술작가가 독창성과 원본의 신화를 떨치지 못하고 삶과 예술 사이의 간극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깊은 성찰은 한없이 가볍고 재기발랄하다. 무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할까. ‘김지영출판사’의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신혜영・미술비평

김지영 <생활 바둑>(사진 오른쪽) 가변설치 2013
사진・조영하

[전시리뷰] 박미나_Grey & 12

contents 2014.2. review | 박미나_Grey & 12
이번 박미나의 전시는 연필로 그린 드로잉, 추상유화작업, 유화물감작업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1층 전시장을 들어가면 왼쪽에 드로잉작업이 자리한다. 그의 색칠공부 연작과 연결된 작업이다. 50개의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Drawings>에서는 ‘해’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박미나는 해가 그려진 학습용 색칠공부의 낱장을 수집하고(여러 나라에서 모았기에 해의 모양이 조금씩 다름), 해를 제외한 부분을 연필로 색칠하였다.(여러 미술재료 회사가 만든 다양한 연필 사용) 이때 작가는 종이에 그려진 형상과 그 형상에 내포된 이야기를 감안하여 연필의 터치를 정했다고 한다. 달이 등장하는 <Greys>와 별이 돋보이는 <12 Colors Drawings>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1층 안쪽 전시실에는 0호부터 200호까지 총 22개의 그림이 걸려 있다. 제목은 <Figure>이다. 모두 인물형 캔버스 크기지만, 정작 화면에는 구체적 형태의 인물은 없다. 박미나는 자신이 겪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른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 그는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각각 떠올렸고, 다양한 유화의 표현기법으로 그 감정을 각각 시각화했다. 그의 감정이 다양했던 만큼 사용된 표현기법도 매우 다양하다.
2층에 설치된 <12 Colors>는 유화물감을 주목한 것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12색 유화물감 11종을 수집하고, 각각의 물감을 모두 캔버스에 칠했다. 회사마다 12색의 기본색을 뽑았지만, 그 색은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박미나는 물감, (색)연필, 캔버스, 교본 등 미술과 관련된 기본 도구와 재료를 다룬다. 사실 이것들은 그림을 그릴 때 기본적인 것이어서, 또 너무 쉽게 접하는 것이라서, 우리가 이것들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너무 기본적이어서 언제나 똑같을 것 같지만, 이것들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쉽게 달라진다. 그리고 그 이유를 살피다 보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통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박미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무엇을 수집했을까? 금세 눈에 띠는 것은 유화물감, (색)연필, 색칠공부 교본, 여러 크기의 캔버스이다. 또 무엇을 수집했을까? 유화와 연필의 표현기법, 다양한 형태의 해·달·별, 이야기 등도 수집했다. 수집한 것이 더 있다면? 12란 숫자도 있을 것 같다. 사람에 대한 감정.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방식.
류한승・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박미나 <Drawings> 종이에 연필 2011~2013 총5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