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이제-온기

이제  __  온기
갤러리 조선 3.12-4.18

회화는 그녀 자신이 거주하는 세계를 가장 간결하며 필연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자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이다. 이 세계는 폐쇄적이며 섬처럼 독립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고립된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세계는 그녀 자신과 그 밖의 존재들, 사물들, 운동들의 총합이다. 그럼에도 회화는 세계를 간략하게 스케치하고 있다. 마치 세계의 표면을 가볍고 부드럽게 쓰다듬듯. 통속적이며 일상적인 그러나 별 볼일 없는 풍경이 스냅사진처럼 툭툭 던져진다.
사물들, 사건들이 던져져 있다. 그것이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걸 듯, 그러나 자신의 말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의 대화방식처럼. 불가능한 대화 또는 말걸기. 버벅거리는 혼잣말.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벽을 더듬거리며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흔히 볼 법한 어둑하고 그늘진 애매모호한 풍경이 펼쳐진다. 평범한 일상에 편입되지 않은 또는 거부하는 사물들, 사건들이 연속되는데, 이는 무척이나 미시적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끝맺고 제한하지 않는다면 세계와 사물과 사건은 결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회화의 고유한 존재방식이기도 하다.
그림은 바람을 담고 있고, 사물과 사건을 담고 있다. 검은 새가 불길한 전조를 뿌리면서 세계를 가르면, 검은 인물이 빛 없는 거리에 누워 있으면, 제주도와 브루클린과 종로바닥에서, 해가 지는지 빛이 엷게 번지면, 그녀들은 지나쳐 가고 자동차는 달리기를 멈추고 세계는 불현듯 다가온다. 세계가 너무 갑자기 다가오기 때문에 결코 화합하지 못한다. 그 안에 온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삐져나온다. 회화는 그렇게 세계와 결코 만날 수 없는 순간을 담는다. 애초에 실패하는 사건이기에 세계를 담아내는 재료나 방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회화의 위태로운, 숭고할 정도로 불안한 존엄성이 드러난다.
회화는 단순한 재현의 기술, 눈속임 같은 것이 아니다. 무한히 열려있는 구멍들, 차원들의 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와 만나고 세계를 번역하는 불투명한 시선들, 언어들, 거의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는 마법적인 순간들. 회화는 그 순간에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 아주 미묘하게 흘러가는 공기의 흐름마저 이미지로 포착되는 것. 그 이미지는 투명하기도 하고 불투명하기도 하다. 빛이 있고 그림자가 있는 이미지들이 세계와의 불가능한 만남을 열어놓는다.
작가가 애써 묘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풍경이 곧 회화로 제시된다. 이렇게 엉성하고 구멍이 많은, 그리하여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어딘가로 흘러가버린 텅 빈 회화를 깊이 껴안는다. 몇 년 전 웃통을 벗고 정면을 바라보던 작가의 자화상처럼 회화는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누구에게나 가슴은 있다. 그녀는 가슴으로 말하고 가슴을 향해 말을 건다. 세계와 만나는 아주 단순한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을 전달한다. 나는 그녀를 통해 회화, 풍경, 세계와 사물이 분리되지 않는 어떤 순간, 어떤 장소를 확인한다. 아니 차라리 한 편의 시(詩)를 본다.

김노암 ・문화역서울284 전시감독

[Review]한효석-Crematorium-공중부양돼지

한효석  __  Crematorium-공중부양돼지
갤러리 아트사이드 4.10-5.1

전시장에는 얼굴 피부가 벗겨진 인물 초상화가 있고, 한켠에는 머리가 둘인 새끼돼지 형상이 금박이 된 채로 진열대 안에 설치되어 있으며, 아래층에는 덩치 큰 어미돼지와 새끼돼지들이 뒤엉킨 채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데, 이 형상들은 그 크기와 색이 실제와 완벽하리만큼 똑같이 재현되어 있어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다. 그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장면을 실제와 혼동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시장 입구에는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불덩이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이 열정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익명인이 잠시나마 욕망과 망각의 멍에를 내려놓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작가의 글이 쓰여 있다.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하기에는 작품을 처음 대할 때의 인상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고깃덩어리 초상과 돼지의 죽음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고깃덩어리로 묘사된 인물과 눈이 마주치면 마치 얼굴 피부가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약간의 감정이입이 가능한 정도이다.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니 그렇다면 저 끔직한 것들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갖게 하려고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자행한 결과라는 것을 눈앞에 던져놓고서 우리에게 죄의식을 갖도록 하려는 것일까.
이번 전시는 <검증되지 않은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의 개인전 이후 작가가 5년만에 연 전시이다. 말하자면, 5년 동안 준비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살덩어리 초상과 돼지 사체로 이루어진 전시는 그때와 구성이 비슷해 보인다. 다른 점은 이전 초상화가 동양인이 주를 이룬 반면, 이번은 서양인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고, 조각에서는 돼지형상과 본인의 두상을 결합한 작품이 아닌 온전히 돼지 사체 자체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얼굴의 피부를 벗겨낸 초상화에 대해 작가는 인종이나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얼굴의 본질에 대한 묘사이며, 이는 인간 존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얼굴의 골격이나 생김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한갓 고깃덩어리여서 동양이든 서양이든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조각에서 본인의 두상을 제거하고 오로지 돼지 사체로만 묘사한 점은 큰 변화로 보인다. 예전의 작품이 동물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나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 작품에선 죽음을 직시하는 작가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괴기스러울 정도로 생생한 돼지사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 시간 돼지농장에 작업장을 만들고, 번식을 위해 길러지는 모돈(母豚)이 죽거나 비좁은 우리에서 새끼돼지가 죽으면 바로 실제를 본떠서 작업을 했다. 모든 죽음은 인간이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최대이윤을 내기 위해 구축한 환경에 의한 것이다. 그는 돼지 사체를 통해 죽음을 얘기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자행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동물을 ‘살처분’하는 끔직한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먹거리의 풍족함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지 못한다. 고깃덩어리에 대한 연민에서 과잉생산의 욕망이 만들어낸 돼지사체라는 결과물은 우리에게 인간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육당하고 살처분당하는 동물로부터 우리가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는 홀로코스트나 테러 등을 목격하면서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이러한 재난들은 비록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그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대체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붕괴나 추락, 그리고 어떤 침몰 등 현대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잠재적인 것이 부분적으로 현실화되는 것이면서, 동물의 생매장과 홀로코스트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한효석의 작품은 지극히 혐오스럽고 끔직하다. 그는 “미술이나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없는 것들을 끌어오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현대예술은 아름다움이 예술의 고유한 미덕이라는 전제을 포기한지 오래다. 결국 자신의 피를 얼리거나, 동물을 산채로 절단해 박제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충격은 감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감상은 이제 이성이 아닌 감성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돼지 사육은 단지 거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가올 재난의 암시일지도 모른다. 재난을 재현하는 것은  현대예술에서 금기시되곤 한다. 끔직한 현실을 재현하기에 예술의 모방적인 방식은 본질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에 대한 암시는 예술이 해야 할 임무일 수도 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예언할 수 있는 힘은 상상력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고, 상상력은 여전히 예술의 고유한 덕이기 때문이다. 한효석의 작품을 보면서 예술에 있어 재현에 대한 윤리를 생각해 보게 된다.

박순영・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Review]이원철-Time

이원철  __  Time
스페이스22 4.3-29

1970년대 초,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와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던 세션 연주자들이 있었다. 앨런 파슨스와 에릭 울프슨인데, 그들이 1975년에 결성한 그룹이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The Alan Parsons Project)이다. 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진보적인 음악성과 세련된 사운드로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진작가 이원철과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술관에서 공원을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하였는데, 작가의 <The Starlight>시리즈 작품을 대면하는 계기가 되었다. 야간 촬영이지만, 생경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작품은 매우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그때부터, 이원철의 작품을 관심 있게 보았다. 그 보다 먼저 제작된<unfinished…>시리즈는 호주 유학시절에 묘지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는데, 역설적으로 삶의 마지막 의식을 치른 묘지를 ‘완결되지 않은’,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제목의 전시로 만들었다. 귀국 후에 전국의 고분을 소재로 <The Starlight> 때처럼, 야간 촬영 노출 정도에 맞춰서 생과 사가 공존하는 생경한 풍경을 특화된 감각과 공간적인 표현으로 연출하였다. <The Starlight>가 낮과 밤, 빛과 어두움, 시간성의 숨은 현상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unfinished…>는 삶과 죽음, 인간의 실존과 부재에 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시리즈의 미덕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화 같은 시각적 볼거리와 서정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원철이<Time>으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로 작품의 변화와 작가가 나아가려는 방향이 명확하게 보이는 듯하다. 우선, 좋았던 점부터 말하자면, 작가가 10여 년 전부터 일관되게 탐구하고 진행해온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주제는 <unfinished…>, <The Starlight>의 연장선상에서 결론에 가까울 정도로 정답이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는 시간과 영원성에 관한 내용이다. 화면 안에 움직이는 사물들은 장(長)노출기법에 의해 사라지듯 표현되고, 영원한 것은 시간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시곗 바늘도 영원으로 인도하는 도구로서 존재할 뿐이므로 그것이 제거됨 또한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London United Kingdom> 시리즈 중에 실내 기차역 같은 장면과 이름 모를 현대식 건물사이의 휴식 공간, HSBC은행 건물이 있는 담벼락 작품을 보면서 영국 출신의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가 1980년 발표한 <Time>이란 노래가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사진과 음악이라는 장르를 관통하며 다가오는 감흥(感興)은 분명히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예술이 지니는 확장성인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최상의 단계에 이르렀음이 통했다고 하겠다.
이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품의 배경으로 나오는 8개국 도시의 풍경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전시의 중요한 개념이 시간성에 있다. 바꾸어 말하면, 장소성에 큰 비중이 없다는 것이다. 나머지 작품들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문화와 건축양식의 장소성이 주제의식을 약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장소를 짐작하기 어려운 넓은 실내 공간의 시계들을 소재로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이국적인 풍경과 화려한 건축양식에 주제의식이 희석되지 않고, 움직이는 모든 사물이 실루엣의 잔상으로 존재와 부재를 넘나드는 여운을 보여주었을 때, 시간의 영속성(永續性)과 미학적인 깊이는 배가(倍加)되었을 것이다. 이런, 나의 판단이 오판이라는 가정도 해보았다. <The Starlight>, <unfinished…>에서 보여준 시각적인 볼거리를 위해 건축적인 장식미를 도입했다는 가정을 해보아도 주제의식을 약화시키는 선택이라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원철 사진의 시각적인 볼거리는 인간들이 구축해놓은 인공물이 아니라, 빛과 어두움인 자연현상에 적절한 사물과 결합된 개념 있는 노출의 미학에 의해 성립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도록에 쓴 필자의 말을 인용하여 ‘현상 너머의 실재에 대한 탐구’임을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접근해도, 이번 ‘Time’이라는 주제의 무게와 깊이를 담기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진작가 이원철에게서 받았던 첫인상, 즉 현실에서 보기 힘든 동화 같은 풍경(Atopia)이나 낯선 장소(Unfamiliar place)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 데 대한 만족과 그에 따른 기대가 커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성이란 주제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작가로서 평생을 매달려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Time>에 반복되는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to the sea”(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강이 바다가 되듯 계속 흐르고 있다.), Till it’s gone forever…(영원히 끝날 때까지…)Gone forever…(영원의 끝…) Gone forevermore(언제나의 끝…)
세월의 무상함과 시간의 영속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가사 내용이다.  끝.

손성진・소마미술관 큐레이터

 

[Review]방&리-Friendship is universal

방&리 __ Friendship is universal
대안공간 루프 3.28-4.29

각종 오브제들과 언어가 뒤섞인 방&리의 전시 작품들을 엮어주는 매체는 단연 ‘빛’이다. 전시장의 입구에서 관객의 발을 멈추게 하는 거대한 무대조명은 리드미컬한 음악처럼 전시장을 환하게 비추거나 어둡게 하는데, 밝혀지고 어두워지는 대상은 그 작품 앞에 서 있는 관객들이다. 작품이 말하고 관객이 듣는 고전적인 위치를 전복시키려는 듯 조명은 관객이 선 자리를 명료하거나 불명료하게 비춘다. 할로겐 조명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제목은 <Bury your head in the sand like an ostrich>. 이 제목은 작가의 의도를 밝히기도, 숨기기도, 회피하기도 한다. 명령문으로 이루어진 제목의 작품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각성이 일어날 지, 의미가 어긋나는 불편한 느낌을 감수할지는 개별적 시간 속에 있는 개별적 관객의 몫이다.
광섬유를 이용한 작업과 LED 조명을 이용한 그들의 작업은 대체로 언어를 이용한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 <Can’t take my eyes off you>, <Our daily bread>, <Friendship is universal>, <Cul-de-sac>, <Elephant in the living room> 등의 작업은, 빛을 기본으로 하는 뉴미디어를 이용해 실제 언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당혹스러운 점은 대개 언어를 이용한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딱 떨어지는 통쾌한 이유나 명확히 의도된 불일치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장과 ‘우리의 일용할 양식’의 관계,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는 문장과 동일한 작품에서 보이는 화면의 인터랙션, ‘elephant’와 ‘象’과 화면에서 보이는 흐린 영상들, 박제된 산양의 몸을 감싸고 있는 ‘죄’라는 글자의 네온 빛, ‘우정은 보편적이다’라는 문장에 연이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이 문장이나 단어들이 언어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해되어야 할 것 같은 기대를 지속적으로 저버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많은 매체와 많은 언어, 그것들이 기존의 좌표를 잃고, 혹은 본래의 의무를 벗어나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것 같은 혼란스러움은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거의 모든 작품에 내재되어 있다. 그것이 정서이든 메시지든, 그들은 수렴이 아닌 발산을 전략으로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선택한 매체의 은유, 그들이 선택한 명료한 언어의 불명료성, 이러한 특성들이 차후의 작품들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보고자 한다.

이윤희・미술비평

[Review]박미경-역사 없는 밤의 세계

박미경  __  역사 없는 밤의 세계
송은아트큐브 4.11-5.28

언뜻 보면, 태곳적 자연의 모습인 듯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웅장한 규모와 깊이, 중량감을 가진, 인간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언어와 야생의 규칙만으로 구성된 풍경. 그것이 박미경의 그림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면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현실의 시간, 현실의 공간을 채록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기억에서 연동하여 자동기술처럼 토사하고 쌓아올린 형상들로, 자연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풍경처럼 보이나 풍경이 아닌 그림인 것이다.
이처럼 기억의 재구성과 변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의 그리기는 독특한 공정(?)이 요구된다. 우선 그에게는 무엇을 그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빈 캔버스 위에 점이나 선과 같은 단편적인 조형 요소들이 단서가 되어 작가의 기억 속 편린들을 자극하고 그 감정의 부추김에 의해 다음 단계의 전개 방향이 무의식적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 속에서 작가의 의식으로부터 호출된 낱낱의 기억들, 무의식으로부터 연원된 무수한 우연과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돌발적으로 교차하고 상충하는 자가증식의 과정을 거쳐 낯선 풍경과 같이 전혀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무의식과 꿈에서 자신들의 리얼리티를 찾고자 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의 자동기술법과 어느 정도 유사해 보이기도 하나 박미경의 경우, 현실의 의식적 상황들을 부정하는 방편으로서의 ‘설정’이 아니라 현실의 경험과 기억을 의식하면서 초현실의 세계로 나아가는 중간 과정의 ‘소임’이라는 점에서 그와는 다른 지점의 수행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미경의 회화에서 두드러지는 표현적 특징은 거대 서사적인 화면 장악력과 캔버스의 배후로까지 넘어갈 듯한 디테일의 깊이라는 상극적인 감성 표현이 탁월하게 조우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작은 이전에 비해 풍경적 표현의 스케일이 장대하게 발전했는데, 그 까마득한 거리감으로 인해 심리적 공간이라는 정황마저 망각한 채 시각적 경외심에 설득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의 확장은 그의 기억과 심리에 근거한 감정이 어떤 식으로든 영역을 넓혀 발산된 것으로 이해된다. 무채색을 선호한 것이 한없이 가라앉는 어둡고 묵직한 심리의 표정인지, 나이프의 경직되고 날선 단선의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는 기억 속 상처와 예민한 정서를 들춘 것인지, 혹은 그 모든 것을 넘어서려는 단호한 의지의 선언인지는 여기서 부차시된다. 박미경에게 중요한 것은 그리기라는 행위 자체와 캔버스 위에 새롭게 나타난 과거 속 수많은 박미경과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끄집어내고 다시 곧추 세우며 나아가려는 그의 심리 풍경은 기억의 씻김과 의식의 안식을 위한 본능적 행위처럼 다가온다. 그의 예술적 진중함과 진득함은 당분간 이 지점에서 발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주・OCI미술관 수석큐레이터

[Review]선을 치다

선을 치다
우민아트센터 2.13-4.19

선을 ‘긋다’ 혹은 ‘그리다’가 아닌 ‘치다’라고 명명한 제목은 드로잉의 확장을 함축적으로 선언한다. 드로잉(drawing)이 단지 작품의 밑그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하나의 중요한 장르라는 아이디어에 근거한 전시는 많이 있었지만 대개는 그리기 기법에 충실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데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전시는 2차원의 평범한 드로잉을 넘어서 입체, 설치, 영상 등 다양하게 변주하는 드로잉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시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송진수의 작품은 마치 펜으로 빠르게 그려나간 스케치처럼 보이지만 실은 굵은 철사를 연결하여 만든 속이 텅 빈 입체 조형물로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3차원의 공간에 그려진 선이라는 점에서 드로잉의 고정관념을 깰 뿐 아니라 동시에 조각이란 본디 양감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개념도 뛰어넘고 있다. 곧이어 만나게 되는 김보민의 동양화는 선 하나에도 작가의 정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동양화의 전통을 꼬집기라도 하듯 라인테이프를 들여와 과장되게 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지는 김철유의 펜 드로잉은 컴퓨터로 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화면을 관찰하면 펜의 세밀한 번짐과 자연스러운 육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작품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로잉이라는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기존 관념의 해체를 통해 드로잉의 새 관점을 제시한다. 전시 동선과 상관없이 8명의 작가가 각각 송진수 김병주의 공간 입체 조각, 양연화 이정민의 애니메이션, 김보민 이승현이 보여주는 선의 확장과 재해석, 김정주 김철유의 세밀한 펜화 등으로 짝을 이루며 상호 소통하는 점도 흥미롭다.
본 전시는 개관 3년 만에 심도 있는 전시 기획으로 ‘이동석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중부권의 주요 미술관으로 자리 잡은 우민아트센터의 2014년 첫 기획전으로, 외부 큐레이터를 초청하여 확장된 시선을 보여주려는 시도에서 기획되었다. 전시를 맡은 큐레이터는 사회적 이슈를 진지하게 다루는 기존의 전시기획과 맥을 이으면서도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선보이기 위해 ‘드로잉’을 주제로 선택했다고 한다. 꾸준하게 젊은 한국 작가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선’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어낸 기획력이 돋보이며, 우민아트센터의 넓은 공간을 조화롭게 채워 시각적인 즐거움도 충만하다.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Review]최인선-날것의 빛

최인선  __  날것의 빛
갤러리3 4.4-25

전시장에 들어서면 백색의 색점들이 다채롭게 반짝거리며 나란히 놓인 3점의 <백색의 침실>(2013) 시리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왜 이런 작품을 그렸는지를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관람자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퍼져나가는 듯한 감각의 축제 속에 던져진다. 그러나 숨을 돌리고 찬찬히 살펴보면, 그 감각의 축제는 단순한 감각적 쾌락의 장면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물성이 짙게 드러나는 날것의 빛, 색으로 이루어진 점, 선, 면, 그리고 회화공간의 구성은 최인선이라는 작가가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회화와 인간 사유의 본성에 대해 얼마나 치밀하게 회화적 행위를 통해 사유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최인선은 타고난 모더니스트이다. 그는 자신의 회화에 대해 ‘감각논리’나 ‘색채질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감각은 세계의 사물들과 그 성질들을 우리 마음속에 질서지우는 통로이다. 미술가의 사유는 감각논리로 형상화된 색채질서로서 드러난다. 나는 이번 최인선의 전시를 통해 한 명의 포스트모던 모더니스트를 보았고, 최근 예술학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감성적 인식의 과학이 최인선만의 감각논리와 색채질서로서 육화되는 현장을 보았다고 해야 할까?
<백색의 침실>이 보여주는 눈부신 백색 점들로 구성된 화면은 숨쉴 틈을 만들 듯 사이사이에 올려진 원색의 두꺼운 색점들로 인해 더욱 다채롭고 경쾌한 빛의 향연을 선사한다. 빛을 만드는 것은 그림자이며, 그림자 없이는 빛이 없다. 빛과 그림자는 형상을 만든다. 최인선의 화면에 쏟아지는 무수한 백색 점은 화면에 바로 짜낸 두꺼운 물감덩어리의 색점 하나하나가 스스로 그림자를 품고 있기에 영롱한 빛으로 현현한다. 그것은 감각 속에서 육화되는 빛, 물감덩어리들이다. 백색점 하나하나가 서로 어우러져 반짝거리는 화면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은 작가의 치밀한 감각적 사유가 색채질서를 통제하고 있기에 가능한 즐거움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색점으로 이루어진 빛을 보면 인상파가 떠오른다. 언뜻 보면 ‘날것의 빛’이라는 용어는 인상파 화가들의 감각인상으로 파악된 빛과 유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상파의 빛이 자연 관찰과 광학적 사실주의를 드러내는 태양이 비추는 야외의 빛이라면, 최인선의 빛은 태양이 없는 실내로 들어온다. 그것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 마음속으로 들어온 ‘날것의 빛’이다. 인상파의 빛이 태양에 기원을 둔 ‘광학적 과학’의 빛이라면, 최인선의 빛은 세계의 물성을 감지하는 몸, 감각적 사유라는 ‘마음의 과학’이 창조하는 빛이다. 그의 빛은 감각의 총체로서 몸이 미술의 집인 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개념화로 걸러지지 않은 생생한 빛이다. 이것이 그가 <뮤지엄 실내-날것의 빛>이라는 제목을 사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날것의 빛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은 백색과 원색으로 구성된 질서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전시장 입구 왼편에 놓인 회색 톤의 <미술관 실내-날것의 빛>(2014)에서 보듯이, 이작품은 두꺼운 백색이나 원색 점들의 향연 대신, 겹겹이 쌓이고 축적된 평면적인 붓질의 흔적을 드러내는 회색톤의 실내공간이다. 수직과 수평으로 분할된 공간 속에서 중첩된 붓질의 면들만큼 묘사된 사물들도 중첩되고 있다. 작품 왼쪽의 화면에 수직으로 분할된 두 개의 화면은 각각 다른 시점의 분리된 공간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인이 그려진 오른쪽의 화면은 다르다. 오른쪽도 여전히 수직과 수평의 화면으로 구성돼 있으나, 그려진 사물들은 수직선에 의해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중첩되면서 공간적 깊이와 실재감을 주는 것이 흥미롭다. 팔걸이의자와 여인의 치마의 중첩, 소파테이블과 여인의 치마의 중첩, 여인의 가슴부위를 지나가는 책장의 수평선의 중첩이 있다.
이는 마치 사진을 찍을 때 전경과 후경 어디에 초점이 맞추어지느냐에 따라 전경의 물체가 드러나기도 하고 후경의 물체가 드러나기도 하는 것처럼 이러한 중첩은 화면 공간의 깊이를 전해준다. 수직의 구성에 의해 잘려나간 여인의 손목은 이 장면 속의 시간성까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여인이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움직임을 보고 있는 듯, 여인이 존재했던 순간의 공간과 여인이 사라진 공간을 중첩시키면서 시간의 경과를 화면 속에 담아낸다. 이처럼 이번 최인선의 전시 ‘날것의 빛’은 경쾌한 감각적 즐거움에서 출발하여 지각적 공간, 감각적으로 육화된 영성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비범한 감각과 작가적 욕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연희・미학

 

[Review]정수진-다차원 존재의 출현

정수진  __  다차원 존재의 출현
갤러리 스케이프 4.8-5.18

<입체·나선형 변증법>이란 제목을 세운 3년 전 개인전에도 허공에 둥둥 떠 있거나 가지런히 나열된 두상이 자주 보였지만, 정수진의 올해 개인전에선 유독 기호로 처리된 얼굴 형상이 크게 각인됐다. 유사성을 빌미로 도형들이 유기적으로 반복되고 나열된 화면들의 총합. 인간 두뇌를 닮은 호두의 나열(일부는 진짜 두뇌처럼 보인다), 게임 캐릭터 팩맨Pac Man처럼 생긴 도형, 팩맨과 유사한 토끼 두상의 출현, 토끼 두상은 다시금 오리처럼 보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현실’을 설명하려고 비트겐슈타인이 인용한 오리와 토끼를 나란히 닮은 ‘오리-토끼 환영’ 도상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줄넘기 소녀의 줄은 우연히 얼굴 형태를 구성하고 있으며, 마주한 거석 두 개 사이로 얼굴 윤곽이 보이는 듯도 하다. 이런 얼굴 형상은 ‘오리-토끼 환영’ 공식처럼, 필연적인 결실이기보다는 보는 사람에 따른 임의적인 발명품에 가깝다.
그래서 화면을 둥둥 떠다니는 두상은 어느 때보다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처럼 느껴졌고, 균질한 화면으로 기억되는 <뇌해> 이후 정수진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최소 단위들로 구현된 화면’이라는 제작 공식에 훨씬 역점을 둔 전시회라고나 할까. 때문에 <뇌해>처럼 화면 속으로 나른한 유영을 시도하게 되기보다는, 작가의 이론 앞에 얼어붙을 수도 있겠다. 경직된 불투명 채색 모자이크로 구성한 인물상의 출연도 그 이론을 따르는 것일 테다.
정수진의 이번 개인전은 신작과 더불어 <부도(符圖)이론>이라는 단행본을 함께 선보인 자리였다. ‘의식세계를 가시화하는 시각이론’으로 소개된 이 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의식을 그림을 통해 해독하려는 작가의 오랜 의지가 반영된 이론서다. 지문을 살펴보면 부도가 부호와 그림을 모두 의미하는 점, 신체 감각과 의식을 나란히 대상화시키는 점 등 시각정보 일반에 관해 답을 내줄 이른바 시각이론의 통합모델을 부도이론에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창작의 근간을 이론으로 정립하려 한 1세기 전 현대예술가를 우리는 안다. 칸딘스키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피라미드에 빗대어 피라미드의 정점에 도달하는 걸 예술가의 고차원적 임무로 믿은 그는 관련 이론을 세웠고, 그 후 화면을 구성하는 기하학적 요소를 분석한 이론서까지 집필했다. 그렇지만 칸딘스키의 이론은 객관적인 과학 이론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전적으로 주관적 사유의 산물’로 평가되기에 칸딘스키의 이론과 그의 작품이 유기적으로 일치한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시각예술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하려 한 그의 진정성과 학구열이 높게 평가받는 것이다.
연관성 낮은 파편들의 총합처럼 보이는 정수진의 고유한 화면에는 도형과 이와 어울리기 어려운 유기체가 나란히 마주보며 나타난다. 데페이즈망 기법이 자주 동원되는 이유다. 그렇지만 이런 화면이 사물의 우연적 배열이 아닌 부도이론에 입각한 결과라면 감상자의 태도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으리라. 부도이론이 전적으로 자의적 발명품은 아니어도 작가가 원하는 주장을 선취해서 구성한 자기이론화의 결실일 공산이 크다. 부도이론이 타당하다면 이론의 확산력은 커지고, 작품과 이론 사이의 유기성 때문에 감상의 질도 확장될 게다. 이론의 타당성이 낮다면 이론의 확산력은 감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되 작가의 창작 동력으로 한정될 게다. 칸딘스키의 경우도 그랬지만.

반이정・미술비평

 

[Review] 액체문명

액체문명
서울시립미술관 3.20-5.11

이 전시에서 가장 먼저 우리의 눈길을 잡아채는 작업은 ‘액체문명’이라는 전시 명명 자체이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모더니티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키워드 ‘liquid’에서 큐레이터가 착안했다는 이 전시 콘셉트는 관람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으면서 머릿속을 호기심으로 가득 채운다. 액체문명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증을 안고 다가간 전시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한국과 중국 현대작품들의 다양한 면면들이 그 ‘액체성’에 대해 조금씩 감을 잡게 해준다.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대체로 직설적이다. 표면에서 읽히는 의미들. 그에 비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 의미는 중층으로 결정되어 있거나 은유적이다. 이면 탐색을 요청한다. 이원호의 동냥그릇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할까. 한진수의 기계장치들의 그 기이함은 작품에 대한 이해 여부에 앞서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어두운 벽면을 동식물들의 빛나는 이미지들로 채워 우리의 눈을 잡아끄는 이창원의 작품은 멀리서 볼 때는 사뭇 아름답지만, 다가가 그 빛의 근원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그처럼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참담한 기사들로 우리의 마음을 묵직하게 한다.
단순하기 짝이 없었던 표면적 감상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꽃으로 중무장된 이용백의 탱크처럼 선명하게 말을 거는 작품도 있지만,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성조기 이미지가 구성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그 진의가 드러나는 한경우의 작품처럼 시간차를 두고 곱씹어야 한다. 작품들은 신형섭의 뿌리 형상들처럼 기묘하게 의미를 뻗어나가며 머릿속의 물음표를 지우기보다는 더해간다. 그러나 이 물음표야말로 액체성의 원동력이다.
그에 비하면 중국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들에 선명한 마침표를 찍어둔 듯 보인다. 물론 장샤오타오의 애니메이션처럼 시간을 들여 그 마침표를 찾아야 하는 작품도 있다. 그러나 흐릿해진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이 겪는 정체성 혼란의 문제를 드러낸 쉬융의 초상들, 바니타스나 바쿠스 등의 미술사 모티프들을 차용하고 변용하여 현대문명의 무상함을 지적하려는 먀오샤오춘의 회화와 영상작업들, 마구잡이로 유입된 서구문명에 압도된 우스꽝스러운 추종자들을 보여주는 왕칭쑹의 작품들에서 현대문명 비판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의식의 선명함이 작품의 매력을 앗아가는 것은 아니다. 전시장과 전시장 사이 공간이라는 절묘한 장소를 택한 쑹둥은 현대문명 속에서 사소하게 다루어지는 옛것들을 층층이 쌓고 그 위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장소특정성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실제 촬영한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매우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들을 얼려버린 리웨이의 거대한 사진들은 기묘한 희극성마저 자아내며 단숨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가 주도한 <액체문명>전의 오프닝 퍼포먼스는 마치 시뮬라크르처럼 보이는 리웨이의 작품들에 깃들인 나름의 진정성을 체감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화룡정점의 구실을 했다.
<액체문명>전에 참여한 한・중 작가들의 작품들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액체성’은 우리가 일견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액체의 자유롭게 유동하는 성질이기보다는 도리어 솔리드에 저항하는 몸부림, 그 견고함을 녹여내려는 액체화의 열망 같다. 어떤 액체는 언제나 액체 상태를 유지하지만, 또 어떤 액체는 열을 잃으면 고체로 굳어지기도 한다. 현대문명은 바우만이 보았듯 액체성을 통해 형성되었으나 어느덧 고체로 굳어져버렸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번 전시 참여 작가들은 고체화된 현대문명 사이로 액체화의 물꼬를 트려 애쓰고 있다. 그들은 언제까지 그 뜨거움을 간직할 수 있을까. 그들의 물길이 계속 흘러가기를. 그 흔적이 현대문명의 지형도에 의미 있게 남겨지기를.

정수경・미학

쉬융  연작 피그먼트프린트 80×60cm(각) 2013

쉬융 <초상사진> 연작 피그먼트프린트 80×60cm(각) 2013

 

Preview – 5월

아트스펙트럼 2014

삼성미술관 Leeum  5.1~ 6.29

삼성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작가를 선정해 격년제로 개최해온 아트스펙트럼展이 2014년 Leeum 개관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했다. 한국 미술계의 다양한 면모를 반영하기 위해 Leeum 큐레이터뿐 아니라 외부 평론가와 큐레이터를 섭외하여 작가 추천을 의뢰했다. 최종 선정된 작가는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김민애 박보나 송호준 심래정 이완 이은실 장현준 정희승 제니 조 천영미다. 참여작가들은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를 활용하여 각자 작업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부모와의 관계부터 전 세계 정치경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는 한편, 회화와 사진, 설치나 영상과 같이 잘 알려진 매체뿐 아니라 퍼포먼스와 관객 참여 프로그램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려 시도한다. 이들의 작업을 통해서 세계로 나아가는 21세기 작가들의 패기를 느껴 볼 수 있다.심래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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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이소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

아트선재센터 4.19~6.1

한국의 사회에 대한 냉소적 시선이 담긴 회화·설치작업으로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박이소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기획된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는 소개되기 어려웠던 설치작품들을 중심으로, 회화,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으로 구성되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출품했던 설치 작품을 비롯해 회화, 조각, 비디오 등 40여점을 1, 2층 공간에 구성하고 미국 뉴욕에서 박모라는 가명으로 대안공간을 운영하며 정체성을 고민했던 80~90년대와 박이소로 개명하고 귀국해 교수와 기획자, 작가로 활동했던 2000년대 이후로 작업 시기를 나누어 작품들을 배치했다. 예술과 일상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예술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에 큰획을 그은 작가의 작업을 통해 한국미술이 나아가야할 지향점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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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스퍼

예스퍼 유스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4.19~8.3

2013 베니스비엔날레 덴마크관 전시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예스퍼 유스트의 국내 최초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여성성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환경 사이의 미묘한 교감을 포착한 주요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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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용선

서용선

아트센터 화이트 블럭 5.2~7.27

갤러리에서 미술관으로 거듭난 화이트블럭이 특별전으로 서용선의 ‘역사적 상상-서용선의 단종이야기’를 소개한다. 작가는 비극적 사건을 기념하는 방식으로 특정 장소를 그리는 작업으로 풍경화이면서 동시에 역사화인 독특한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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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토퇄

Oh! My Complex

토탈미술관 4.25~6.29

2012년 이후 독일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개최했던 전시를 보완해 업데이트 된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실제적인 갈등 요소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제기하는 맥락에 따라서 재구성했다. 키릴 글로브첸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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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환기

어제와 오늘

덕수궁미술관 4.17~7.27

한국 미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예술원의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작고 회원과 현 회원의 작품 79점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57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의 좌표를 가늠해 본다.
김환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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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

모모! 논리와 미디어가 만나다

BSSM 백순실미술관 5.3~7.13

미디어아티스트들과 인문학 연구공동체인 생각실험실 연구원들로 구성된 ‘리즈닝 미디어’가 선보이는 논리학과 미디어아트의 결합 전시. 8점의 설치작품을 통해 개인의 생각, 체험의 한계를 넘어 모두의 생각을 연결하는 접점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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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배윤환_전시출품작 중 일부1(50m 거대 캔버스 롤)_혼합재료_2014

배윤환

인사미술공간 5.9~6.5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예술가로서 가지는 표현에 대한 욕망을 탐구하는 배윤환의 개인전. 작가는 경험에 상상과 이야기를 덧붙여 기승전결로 회화를 엮어내며 표면 자체에서 관찰되는 드로잉의 원시성, 표현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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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노세환

3D PRINTING & ART:예술가의 새로운 창작도구

사비나미술관 5.14~7.6

21세기의 연금술로 불리는 3D프린터가 예술가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또 어떻게 활용되고, 나아가 시각예술 및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살펴본다. 작가 20인이 현재 보급된 3D프린터를 활용해 제작된 작품 50여점을 선보이며 현시점의 3D프린터의 가능성과 한계점, 그리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적 시각을 보여주며 3D프린터의 활용범위를 살펴본다. 미래에 더욱 다양하고 완벽한 창작도구로 활용 가능성의 단서를 제공함과 동시에 예술 창작방식의 새로운 방향 및 가능성을 제시한다. 노세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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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염지현

형상화된 일상의 낭만적 저항

키미아트 5.9~6.27

친숙하고 대중적인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하는 작가 강원제 겐마 히사타카 박미경 염지현 이채은 채한리 최윤희가 모였다. 주어진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주체적인 시선으로 재고해 새로운 사유를 이끌어낸다. 염지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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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영원

김영원

표갤러리 5.9~30

인체라는 일관된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온 김영원의 개인전 ‘그림자의 그림자’.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20여 점을 선보이며 입체와 평면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시적 요소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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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8개의 제안서

갤러리 소소 5.13~6.15

드로잉의 개념과 형식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내고자 기획되었다. 김을 김태헌 송민규 이상홍 이승현 이주영 이해민선 홍원석 작가가 참여해 드로잉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각기 다른 작업을 통해 드로잉의 경계점을 확인한다. 이승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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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_장재민

장재민

사루비아다방 5.2~31

특정한 장소에서 환기되는 상실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재민의 개인전. 작가는 일상적인 공간과 개인의 감성이 만나면서 생성되는 특별함에 주목하고 관심 갖지 않았던 곳에서 보이지 않는 대상을 찾으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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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팩토리

로와정

갤러리 팩토리 4.30~5.25

주변의 사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또 다른 지각의 방법을 제시하는 로와정의 개인전. 중심이라 표명하는 무엇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사이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 구성 과정과 장치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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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지현

숨을 참는 법

두산갤러리 4.23~5.31

구동희 양정욱 정지현 세 작가가 획일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을 각자의 시선으로 그린다. 두산인문극장의 2014년 테마인 ‘불신시대’를 전시로 풀어낸 것으로 사회 속에서 개성을 잃고 소멸해 가는 개인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정지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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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박미나

3인의 목격자

신한갤러리 역삼 4.9~5.21

평범한 일상의 장면을 개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3명의 작가 박미라 서재민 이수진의 그룹전. 일상에서 포착한 사건을 직접 겪는 경험자나 관찰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당사자가 느끼는 불안, 음모, 균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미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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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정정주

정정주

갤러리 조선 4.30~5.29

‘암점’을 타이틀로 한 정정주의 개인전. 전시의 주제 ‘암점’은 응시에 의해 경험되는 ‘주체의 의식’ 으로서 내가 보고 있는 대상이 반대로 나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며 작가는 이 주제를 빔프로젝터와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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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미

홍영미

성산아트홀 5.6~11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을 작가만의 자유로운 느낌으로 그려내는 홍영미의 개인전. 작가는 물의 번짐을 이용해 산수화와 같은 수채화를 선보이며 자신의 토대가 되는 우리나라의 땅과 바다를 단순하지만 절제된 이미지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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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강상훈_뱃놀이-mudmixed_mideaW40×H25.5×D7.0cm2014

강상훈

갤러리 두 5.13~26

감정의 굴곡을 기록하는 강상훈의 개인전. 시멘트, 나무 등의 일상적 오브제를 활용해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재료의 보편적 특징과 일상의 사건을 결부시켜 현대사회에서 타인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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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신영호

2014 한마음

경북대학교미술관 5.15~6.20

경북대학교 개관 68주년 기념으로 ‘2014 한마음전’이 열린다. 학교 차원을 넘어 경북지역의 미술발전을 위한 전시로 기획되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 50여 명 의 대표작 8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신영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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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권지현

권지현

한미사진미술관 4.26~6.21

2009년부터 진행해 온 초상사진 시리즈 <THE GUILTY>. 사회가 제시하는 일반적인 답이나 인생이 아닌 예술가로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삶을 죄악시하는 사회의 시선을 다양한 문화권의 인물들의 은밀하고 진솔한 초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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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창겸

김창겸

갤러리 이배 4.25~6.8

미디어를 통해 실제와 허구, 물질과 비물질을 구연하는 김창겸의 개인전. 갤러리 이배의 이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미디어아트에 접목하여 현실(2D)과 환영(3D)의 미학을 몽환적인 유토피아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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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박방영_부안답사일기-2014_한지위에_혼합재료~

박방영

갤러리 담 5.7~18

특유의 힘있는 필치로 상형문자를 회화에 새롭게 적용시키고 있는 박방영의 개인전 <길을 가다가 너를 만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살고 있는 부암동 근처를 그린 <부암동 답사기>를 비롯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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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이현열

이현열

갤러리 이레 4.26~5.20

2년여간 스케치 여행을 다니며 준비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남도 南島– 자연으로 물들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며 극복의 대상과의 조화라는 관점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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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정연

이정연

루벤갤러리 5.14~20

주변 사람들과의 교감, 동물과의 교감 등 모든 대상과의 소통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정연의 개인전. 작가는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을 대상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해 모든 대상을 안아주듯 따뜻하고 정감어린 시선으로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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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김형률

김형률

리서울갤러리 4.23~5.6

우리 고유의 미적 요소를 탐색해 동양화의 시대적 조형성을 구현하는 김형률의 개인전. 여인, 공작, 풍경 등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에 내재된 자연미를 다루며 자유분방선과 강렬한 채색의 조화로 한국화만이 가진 독특한 미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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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현수

신현규

갤러리 예담 5.14~20

캄차카 반도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신현규의 사진전. 작가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한 채 자연 그대로 보존된 캄차카 반도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일반적인 풍경이 아닌 신비롭고 기이한 풍경을 생생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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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홍주혜

홍주혜

갤러리 조이 4.23~5.23

백자 흙을 사용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도예 전시. 백자로 빚어진 연꽃과 꽃살작업은 꽃의 낙화과정과 작업속의 시간성이 중첩된다.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창살의 모양을 한 작업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도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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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이상렬

이상렬

대구 이상숙갤러리 5.2~30

작가는 화려한 꽃들과 더불어 가을을 알리는 풍요로운 열매로 화면을 채운다. 오랜 시련과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맺힌 열매를 통해 삶을 은유하며 사람도 어려운 시절을 이기고 열매 맺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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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로베르두아노

로베르 두아노

KT&G상상마당 5.1~8.3

로베르 두아노의 국내 첫 회고전.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원본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순수, 사랑, 풍경, 인물 4개의 주제로 나뉜 로베르 두아노의 사진 70여 점과 밀착 인화본 3점이 함께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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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유카

야마모토 마유카

갤러리 제이원 4.22~5.11

미묘한 두려움, 아련한 슬픔이 충돌하는 공간을 그리는 마유카 야마모토의 개인전. 작가는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통해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유년기의 상처와 원초적인 두려움을 표현하며 우리의 잃어버린 자화상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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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롬 부트랭

Tome 2

아트사이드갤러리 서울 5.13~6.2

2015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프랑스 현대 추상미술 기획전. 다양한 상상력에 집중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6명의 한국과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 현대미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본다. 제롬 부트랭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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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유기은

유기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5.6~15

유토피아를 꿈꾸며 밝은 희망을 색으로 표현하는 작가 유기은의 개인전. 작가는 뿌리 없는 나무, 메아리 없는 골짜기, 음지 없는 양지 등 세상의 어두운 면을 외면한 밝은 면을 부각시켜 표현하며 부정이 결핍된 세상을 화려한 색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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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곽귀연

곽귀연

도도갤러리 5.13~20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곽귀연의 개인전. 작가는 일상에서 스치는 인연들을 놓치지 않고 탐구한다. 삶이라는 먼 길 속에서 그림에 대상이 되는 존재를 통해 살아있다는 근원적 생명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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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홍찬석

홍찬석

전주 교동아트스페이스 5.20~25

전통적 민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해 작업하는 홍찬석의 개인전. 동화적인 느낌과 함께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인 화법으로 하나같이 즐겁게 사는 것을 주제한 그의 작품에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낙천적인 여유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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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김애리

김애리

갤러리 M 5.14~20

자신이 가꾸는 꽃밭을 그리는 김애리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이 만들고 가꾼 꽃밭을 하나의 세계로 바라보고 옥황상제가 계신다는 자미원에 빗대 표현한다. 아름다움과 가치를 멀리서 찾지않고 가까운 곳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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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강순자

강순자

가나인사아트센터 5.28~6.2

비우는 것의 가치에 집중하는 작가 강순자의 개인전. 작가는 화면을 하나의 그릇으로 간주하여 대상의 해석과 재구성에 의미를 둔다. ‘허심’이라는 타이틀로 비움의 가치를 내면화하며 눈앞의 것에만 치중하는 현대인의 조급함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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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김명식

김명식

해운대아트센터 5.20~6.1

유학시절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다인종 사회의 모습을 담는 서양화가 김명식의 개인전. 작가는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라는 타이틀로 항상 해가 뜨는 동쪽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집, 사람, 풍경을 통해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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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작품이미지김성균(

김성균

전주 서학아트센터 5.8~27

작업을 통해 개인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을 주제로 조각 작업을 진행해 왔던 작가 김성균이 더 나아가 상처의 극복을 통한 치유를 이야기한다. 작업의 과정 속에서 느낀 나무라는 소재와의 소통을 통해 깨달은 상처 치유의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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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이종혁

이종혁

예일화랑 5.24~30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그리는 이종혁의 개인전. 작가는 단순히 밝은 미래를 소망하는 것이 아니라 세필로 염원을 담아 자신의 꿈과 소망을 종이위에 표현한다. 이번전시에서는 그의 화폭에서 나온 것 같은 도자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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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오태석

오태석

가나인사아트센터 4.30~5.5

땅이 아닌 시멘트 위를 걷고 나무 숲이 아닌 빌딩 숲을 지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자연에 집중하는 오태석의 개인전.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이 하찮은 가치로 전락하는 현상 속에서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