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this is being art-3

위 왼쪽 · 장님코끼리만지기 체험

위· 장님코끼리만지기 체험
아래 ·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열린 시각장애작가 김준범, 김영빈의 북촌사진전 <두 사람의 눈> 광경 2014

 

ANOTHER WAY OF SEEING 

우리들의 눈

미술은 시각이 아니라 오감이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우리들의 눈’은 (사)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를 중심으로 미술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예술 프로그램이다. ‘우리들의 눈’ 디렉터이자 작가 엄정순은 1996년부터 ‘본다’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시각장애를 또 다른 창의적 가능성으로 바라보며 시각장애인들이 미술을 만나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엄 디렉터는 “시각장애인들과 소통하면서 역으로 미술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시각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시각장애라기보다 시력장애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들의 눈’은 서울맹학교, 한빛맹학교 등에서 매주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특별 워크숍을 통해 살아있는 미술 체험 프로그램을 시도한다. 뮤지엄 투어는 다리 힘 기르기, 흙 작업은 손 힘 키우기, 요리하면서 입맛 키우기 등 일상의 경험을 미술로 풀어보면서 그 과정에서 내면의 힘을 발견한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중심 내용이다. 엄 디렉터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장애라는 이름 뒤에 숨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며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와 마주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일어서는 굉장한 힘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18년간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어느새 우리들의 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중에 자연스럽게 작가 활동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미술 수업을 통해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어릴 때부터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이 단순히 과목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친숙한 것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은 현재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엄 디렉터는 ‘우리들의 눈’을 통해 결국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 창의적 인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를 통한 고유한 시각이 발전되면서 장애가 단순히 결핍이 아니라 가 결핍이 아니라 하나의 창의적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들의 눈’은 다양한 전문 분야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력해 3D 프린터를 활용한 시각장애인 교재를 제작하고, 삼성애버랜드패션과 함께 패션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엄 디렉터는 “‘우리들의 눈’이라는 미술컨텐츠가 동시대에 혁신적인 기술과 만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시각장애와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미술의 가능성을 제안했다.
www.artblind.or.kr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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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아트센터스튜디오 광경

에이블아트센터스튜디오 광경

샘터갤러리에서 열린 에이블아트센터 소속작가의  전시광경

샘터갤러리에서 열린 에이블아트센터 소속작가의 <같이놀자> 전시광경

ABLE ART CENTER

에이블 아트센터

장애 예술, 가능성의 예술

2010년 설립된 에이블아트센터는 장병용 목사가 장애를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예술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원천으로 인식하고 장애예술가,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장애인문화예술 공간이다. 전문예술강사가 진행하는 미술, 도예, 음악,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의 표현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들의 작품이 전시, 공연 등의 통로를 통해 대중에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조민서, 박태현, 이찬규, 최봄이 등이 센터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혜정 에이블아트센터 실장은 장애 아이들이 성장해가면서 함께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공교육 안에서 지원이 없다. 발달장애인들은 스스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아트센터는 아트 교육기관인 동시에 장애 작가와 평생 같이 가는 개념으로 울타리가 되어야한다.”
이 실장은 센터의 슬로건이 “상상력은 장애를 넘어선다”라며, “현재 센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은 20대 초반으로 지금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관심을 받지만 10년 뒤에는 장애라는 딱지를 떼고 젊은 작가로서 미술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작업을 관심 있게 봐주는 젊은 기획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센터는 미국 오클랜드에 있는 장애 예술가 전문 스튜디오인 크리에이티브 그로스 아트센터처럼 작가들이 센터의 운영 주체로서 참여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www.ableart.or.kr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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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환  종이 위에 연필, 색연 21×29.7cm 2010

홍석환 <드로잉시리즈> 종이 위에 연필, 색연 21×29.7cm 2010

RAW+SIDE  

로사이드

날 것의 예술,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예술공동체

2008년 설립된 비영리 예술단체 로사이드는 한 작가가 자폐를 가진 소년의 노트에 그려진 낙서가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 단체는 미술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협업을 추구해 참여 예술가의 관심에 따라 정체성을 고민하는 열린 구조를 띠고 있다. 단체의 구성원은 크게 ‘운영 스태프’와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자’와 ‘후원자’, 그리고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독자적으로 창작하는 ‘날것의 아티스트’로 이뤄지며 곽규섭, 김동현, 홍석환 등 대부분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고재필 로사이드 공동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장애인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 작가 모두가 동등한 구조 아래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로사이드가 진행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서울시 북부병원과 협약을 맺고 작가들이 환자들의 얼굴을 그리는 ‘함께하는 풍경’, 성북문화재단 지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문화를 공유하는 경험을 나누는 ‘어떤 아트투어 프로젝트’ 등이 있다. 최선영 아트 스태프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도 중요하지만 출판, 영상, 퍼포먼스, 아트상품도 등 날것의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방식의  창의적인 활동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rawside.kr

이슬비 기자

 

[특별기획] this is being art-2

박대성 천지인 300x240종이에 수묵담체 2011년작

<천지인> 종이에 수묵담체 300×240cm 2011

Park Daesung  박대성

소산 박대성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게다가 자신의 팔 한쪽까지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예술의 속성은 고행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작가의 고통이 클수록, 또 그 고통을 잘 소화하면 할수록 예술은 싱싱해진다. 소산 예술의 특성은 바로 극한상황을 넘고 피어난 야생화와 같다. 그 꽃은 바람과 천둥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오래간다. … 소산 먹 그림의 특징은 무엇보다 선(線)을 중시한다는 점, 더불어 원(圓) 방(方) 각(角)의 묘체를 자유스럽게 구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각(圓角)의 원리, 곡선과 직선의 아름다운 조화 속에 우주의 원리는 숨어 있다. — 윤범모 박대성은 1945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를 마치고 자연을 스승삼아 그림을 그렸다. 1974년 대만 공작화랑 초대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쿄, 파리, 베이징 등지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1978년 제1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1979년 제2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2006 문신미술상, 2010 금복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장지에 채색 91×73cm 2012

<경종을 울리다> 장지에 채색 91×73cm 2012

Lee Universe 이우주

‘우물 안 개구리’를 소재로 현대사회 속에 개인의 존재가치가 무엇인지 표현한다. 또한, 자연의 다양한 실험적인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인간이 생각하는 생물은 어떤 의미인지, 같은 환경에 존재하고자 하는 인간에게 생물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 이우주 이우주는 1989년 태어났다. 조선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보문미술대전 우수상, 어등미술대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캔버스에 아크릴 65×50cm

<생각에 잠겨있는 삐에로> 캔버스에 아크릴 65×50cm

Dennis Han 데니스 한

그는 어디에서건 틈만 나면 스케치를 한다. 생각해보고, 다시 정리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지 못한 아이, 그가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서 일반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나는 그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의 그림은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여 연습한 숙련의 기미가 보이고 아름다운 색상 속에 불완전한 자유로움이 있어 바라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준다. — 심현지 데니스 한은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1999년부터 파리에 정착한 후 서울 피쉬갤러리, 파리 유네스코갤러리, 뉴욕 유엔본부, 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3 평창 동계 스폐셜 올림픽 개최기념 <아트링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종이 위에 색연필, 마카  25×36cm 2014

<베이터벤 타고 임진각까지 숨은그림 찾으세요> 종이 위에 색연필, 마카 25×36cm 2014

Kim Donghyun 김동현

발달장애인으로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동현은 열차, 기차역, 전철 노선 등을 주로 그리지만 그것을 외워서 그리는 것을 넘어 그림 속에 자신이 상상해낸 독특한 이야기를 넣는다. ‘벽 타고 친가집 가는 선수’, ‘만리장성 고속도로’, ‘바둑돌이 깔린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책상’, ‘수백 개의 재미있는 이름이 담긴 전철역’ 등 위트 넘치고 아기자기한 스토리가 그의 작품에 녹아 들어있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노트에 그려나갔고, 최근에는 노트의 스케치들을 바탕으로 하여 더욱 과감한 구도와 색감으로 공간을 구체화하고 있다. 김동현은 1993년에 태어났다. 2013년 서울시 북부병원에서 첫 개인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행>을 열었다. 그문화갤러리, 경기도미술관, 일본 하나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비영리 예술단체인 로사이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김태호  종이에 마카 38.5×52.5cm 2013

김태호 <지동시장> 종이에 마카 38.5×52.5cm 2013

Kim Taeho 김태호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김태호는 새, 물고기, 얼룩말과 같은 동물과 자전거 타는 사람, 주로 한 방향성을 가지고 무리지어 이동하거나 또는 그저 무리지어 한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다. 종이 한가득 여백 없이 펼쳐지는 이 무리의 풍경 속에서는 작가가 그만의 속도로 관찰한 개체들의 특유한 자태와 섬세한 표정 그리고 역시 그만의 속도로 마치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채색한 마카펜의 정렬된 얼룩을 발견할 수 있다. 김태호는 1987년 태어났다. 2014년 에프앤아트스페이스에서 4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안공간 눈, 경기도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과 <2013 뉴욕 아웃사이더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특별기획] this is being art-1

 (부분)

<머리가 알지못하는 마음ll> (부분)

Chun Yoonjo 전윤조

전윤조의 작업은 오래 걸리고 반복적이고 무엇보다 손이 많이 간다. 두꺼운 면사는 작업의 중요한 기본 재료이다. 일일이 실로 엮어 수도 없는 인물들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어려서부터 가진 청력장애로 인해, 지독하게 반복적인 훈련으로 습득한 언어는 작품의 구조와 닮아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시각보다는 작가의 몸이 많이 개입되고 그 노동의 반복 구조가 전윤조 작업의 근간을 이룬다. 끝없이 계속되는 손작업을 통해 미적 치유를 받는 것일까. 그것만이 자신의 언어인양, 작가는 집요하게 매달린다. 언어가 장애인 그에게는 몸을 통한 의사소통이 그만큼 절실한 것이다.
— 전영백

전윤조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고 몽클레어 주립대학교 석사학위를 마쳤으며,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 김종영 조각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김종영미술관에서 5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허진 유목동물 인간2010-10,162×130,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2010

<유목동물 인간2010-10>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162×130cm 2010

Hur Jin 허진

역사와 철학, 과학기술,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의 관계망이 복잡하게 뒤얽힌 다중복합체로서 현실인식을 토대로, 관계 내 존재라는 유한성을 극복하는 자율적 주체로서 인간, 그리고 다양한 개(성)체들의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그리고자 했다. 전통과 새로움, 형상과 서사라는 양날 사이에서, 도도하고 단단한 권위의 영역들 사이의 그 첨예한 경계에서, 나는 한결같이 세계를 구성하는 다원적이고 다각적이며 다층적인 힘들, 그들 간 길항적 세력관계의 역동적 에너지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왔다. — 허진

허진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동덕미술관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제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2001오늘의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목을 공1001  - copy

<空1001> 나무에 유채 117×65cm 2010

Lee Mokul 이목을

이목을은 생의 수행자이다. 누군들 허투루 생을 영위하겠는가마는, 그래도 이목을은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그는 극사실회화의 선두주자였다. 우리의 전통적 생활 매재인 소반이나 도마에 수저, 생선, 과일 등을 실체보다 더 실감나게 그렸다. 단순히 잘 그렸다기보다도 대상의 기운이 생동감 있게 와 닿는 그런 작업들이었다.
그런 그가 몇 년 전 작업의 큰 전환기를 맞았다. 불행하게도 첫째 이유는 사물을 겨우 분간할 정도로 나빠진 시력 때문이다. 그래서 그 돌파구로 택한 작업이 <스마일 시리즈>이다. 모든 화면은 그 웃음으로 다 채워져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웃음 속에서 다양한 생의 표정들을 본다. — 류석우

이목을은 1962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4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 뉴욕, 세네갈, 베이징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허욱 5

< 첨첨(添添) 사이 pierrot1> 캔버스에 아크릴 162×130cm 2013

Heo Wook  허욱

허욱은 듣지 못한다. 나는 이 말을 여기서 하기가 꽤 조심스럽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을 논할 때 작가의 신체적 한계조건을 밝힐 경우, 작품의 관람자(독자)는 우선 그 조건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러한 관심을 반영하여 허욱의 미술을 재단할 수 있기 때문이며, 반대로 이데올로기화된 정치적 올바름으로 ‘쿨하게’ 허욱의 작품이 내포한 특수성을 외면하는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왜곡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추상의 선, 원색, 덩어리, 이것들의 변주와 반복과 이합집산. 허욱은 자신의 들을 수 없는 세계 안에서 가촉성과 가청성과 가시성으로 충만한 세계를 구현하며, 말하지 않고 소리 내지 않는 것들(선, 색, 부피)의 촉각적이고 시각적인 현전(現前)을 토대로 그 고요한 ‘있음’을 작품으로 현재화한다. — 강수미

허욱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갤러리 퓨전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3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 뉴욕, 싱가포르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했으며, 2007 아시아 문화도시 거주 프로그램 광주 의재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

 

박경묵 무진풍

<무진풍> 한지에 먹, 채색 40×109cm 2013

Park Kyoungmug 박경묵

삶과 예술을 행함에 있어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으며, 바르다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묻는다. 삶과 예술의 진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상대적인 것에 대한 존중을 고려하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진리에 대한 사고는 만물이 무한히 변화하고 또 생성하는 원리를 깨닫는 것에서 싹튼다다. 조금 천천히 진행될 순 있어도 정지된 것은 없음을 인식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발자국이 없다 하여 걸음이 없었음이 아닌 진의(眞意)를 파악하는 것이다’. — 박경묵

박경묵은 198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동아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007년 꿈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4회의 개인전과 2014년 갤러리 AG에서 정희석과 2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삼청미술제 우수상, 겸재정선기념관 내일의 작가 한국화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잠실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Hot Art Space

영상 표현 위주의 미디어아트의 의미를 숙고하고 그 표현영역 확대를 표방하는 제 8회 2014이마프(EMAP)가 <Music and Video>란 주제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이화여대 교정에서 열렸다. 늦은 저녁(20시부터 22시30분까지) 야외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노랫소리와 가사 이미지, 팝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시적 감수성 등 11가지 섹션으로 나뉜 다양한 영상작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음악과 비디오아트의 공유지점을 생각해 보는 기획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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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3)

광고사진작가로 유명한 준초이가 지난 9년간 찍은 해녀사진을 모아 <바다가 된 어멍, 해녀>라는 제목으로 5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포스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5년 광고촬영차 찾은 제주에서 본 해녀의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꼈고 그들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후 꾸준히 해녀의 모습을 촬영해온 그는 이번 전시가 해녀문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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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리 (1)

주변 환경을 통해 유한한 시간과 이성적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 심정리의 개인전이 <The Image of Time>이라는 타이틀로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최정아 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의 영상은 본래의 사물과 환경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개발 속에서 상실되어가는 인간의 본질을 복원시키고 사람들의 이상을 순수한 자연의 세계로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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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2)

장터포토클럽이 주최하는 <2014 장터사진전>(5.14~20)이 세종문회화관 전시실에서 열렸다. 이태주, 한용외, 손기상, 김영재 등 총 14명의 작가가 전국의 장터를 돌면서 촬영한 우리네 장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생동감 있고 활기 넘치는 시장의 풍경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었다. 장터포토클럽은 사라질지 모르는 재래시장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1999년 창설된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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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5)

한국 극사실주의 회화의 대표 작가 고영훈이 8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연다. 5월 2일부터 6월 4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있음에의 경의>를 주제로 하며 도자기시리즈와 책 위에 꽃, 나비 등을 소재로 한 작품 등 약 35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실재의 재현을 넘어 환영과 실재, 존재하지 않음을 혼합하거나 순차적인 이미지로 보여주어 그 사이의 간극을 허무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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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조각가 김영원의 지난 40년간 걸어온 예술적 자취를 살펴 볼 수 있는 개인전 <그림자의 그림자>가 5월 9일부터 30일까지 표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사실주의적 구상 인체조각을 통해 현실과 가상, 실재와 부재의 경계를 나타내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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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17)

2004년 타계한 박이소의 전시 <박모, 박이소_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Something for Nothing)>이 4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다. 고인의 설치작업을 중심으로 ‘박모’로 활동했던 미국시절 작업부터 2002년 에르메스미술상 수상 기념전시 작업,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작업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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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1)

서울대 건축과 교수인 최두남의 개인전이 4월 18일부터 5월 9일까지 아산정책개발연구원 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UC버클리대 미술대학과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건축세계를 알 수 있는 조감도와 함께 회화작업을 선보여 건축가이자 작가인 그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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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범 (7)

작가 흑표범과 김태윤(왼쪽)이 운영하는 ‘공간 해방’에서 두 사람의 혼인전 <Wedding Shower>가 열렸다.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이번 전시는 신랑과 신부를 전시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두 작가와 관람객이 서로 안부와 담소를 나누는 소소한 대화의 장이었다. 전시장에는 그들의 조촐한 결혼사진과
함께 부모님의 결혼사진도 함께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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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랙 (2)

<네오랙(Neo-Lack)>이란 타이틀로 5월 16일부터 6월 8일까지 스페이스 매스에서 젊은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전시는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작가 지망생들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 이어 6월 13일부터 7월 5일까지는 <경고문:제발 사라지지 말아요, 은마>라는 제목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3 작가의 전시가 이어진다. 두 전시기간 동안 실기 및 이론전공 학생 22명의 현실적인 고민과 열정을 담은 인터뷰 영상이 함께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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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1000335

김해문화의전당이 올해 처음 주최하는 <한국현대미술 화제의 작가-신학철전>이 5월 13일 개막해 6월 29일까지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계속된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작가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에스키스 작품을 한데 모아 최초로 공개한다. 또한 가로 20m가 넘는 대작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2008~2012)가 출품되었다.
김해=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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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 (2)

<형상화된 일상의 낭만적 저항>이란 제목의 그룹전이 5월 9일부터 6월 27일까지 평창동에 위치한 키미아트에서 열린다. 강원제, 겐마 히사타카, 박미경, 염지현, 이채은, 채한리, 최윤희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기억과 관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를 반복하는 현대인에게 친숙한 주변 환경에 대한 유연한 시각적 체험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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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2)

가방에 대한 전시 프로젝트 <Bagstage展 by 0914>가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지하1층에 위치한 갤러리 0914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2년간 9개의 테마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그 세 번째 전시가 가방과 과학을 테마로 4월 8일부터 6월 29일까지 계속된다. 백정기의 설치미술과 안민정의 회화작품은 과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시도로 일상 사물에 예술적 변용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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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5)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갈등을 다루는 전시 <오, 마이 콤플렉스: 도시를 바라볼 때 밀려오는 불안에 대하여>가 4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토탈미술관에서 열린다. 2012년 독일 뷔어템베르기셔 쿤스트페어라인 슈투트가르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몇몇 도시에서 크고 작은 버전으로 소개되었던 전시를 토탈미술관에서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회, 정치, 경제적 갈등에 주목하는 13명(팀) 작가의 작품으로 재구성하여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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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 (4)

권치규의 개인전 <회복탄력성>이 5월 9일부터 6월 5일까지 갤러리 아트스페이스H에서 열린다. 물리학 용어인 ‘회복탄력성’은 원래대로 회복하고자 하는 힘을 의미하며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항력,
삶의 본원적 의지를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잠재된 에너지로서 긍정의 힘을 가진 작가의 욕망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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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스트 (3)

종이로 만든 전투기 모형이 속이 텅빈 모양으로 쿤스트독 갤러리 공간을 가득 메웠다.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작가 서해근의 개인전 <The skins_F-35>에 대한 묘사다. 작가는 “전시를 본 관객이 그 실체(실체가 아닌 껍데기일 수도 있는 것)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우리 주변을 바라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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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

김환기부터 현대미술에까지 이어지는 백자의 미와 가치를 조망하는 전시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가 4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근현대미술부터 오늘날 현대도예가들의 작품까지 선보인다. 전시에 맞춰 강연회,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함께 개최되어 전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 다양한 감흥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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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모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작가 양태모의 개인전 <Idleness>가 5월 16일부터 30일까지 충남 공주에 위치한 임립미술관에서 열렸다. 작가는 닥나무 껍질이나 버려진 산업폐기물 등을 혼합하여 자연적이면서도 인공적인 느낌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흘러 모습이 변하고 버려진 물건의 조각을 모아 만든 작품은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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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렬 (2)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작가 최성렬의 개인전이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토포하우스에서 열렸다. 자연에서 합치되는 음과 양의 조화처럼 작가는 다름과 차이보다는 상생과 화합에 초점을 맞춘 회화를 선보인다. 폭포, 강 등 끊임없이 흐르는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회화와 전시장 입구부터 뻗어있는 가시 모양의 설치는 문명의 이기에 반대하는 생태의 역설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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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_HJ(추가)

서로 다른 요소들을 통합 조율해 가는 모습을 그리는 작가 이정지의 개인전이 경기도 장흥에 위치한 안상철미술관에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작가의 회화에는 원이 등장하는데 이는 지고한 정신을 상징하기도 하도 시작과 끝이 모호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주를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화면의 깊이감과 행위의 표현에서 오는 시각적 세계와 그 초월적 세계에 몰두해 왔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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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생명의 존엄과 공존을 주제로 한 이인섭의 개인전이 열렸다. 꽃과 물고기 새의 이미지들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  잊기 쉬운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체들간의 어울림의 중요성을 표현했다. 밝은 색과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는 회화 30여 점이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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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3)

사진과 그림의 접목을 시도한 작가 전흥수의 개인전이 5월 14일부터 27일까지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렸다. 그의 작업은 재현을 위한 사진과는 거리를 두고있다. 화려하고 인위적인 색으로 인화된 사진은 마치 판화같다. 회화와 사진을 함께 전공한 작가의 30년간 작업 중 15점을 선별하여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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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주 (3)

오랜기간 한지 작업을 해온 작가 민은주가 20년 만의 첫 개인전을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었다. 그녀의 작품은 백골에 다양한 문양이 조각된 한지를 입히고, 옻칠을 입히고 자개나 금박을 더하는 등 전통적인 재료와 문양, 마감재를 사용하여 아름다움을 더했다.

 

[Sight & Issue] Art Basel in Hong Kong

Art Basel in Hong Kong

미술시장 경쟁력, 어떻게 가능한가?

아시아 최고 규모라 할 수 있는 ‘아트바젤홍콩’이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아트바젤홍콩은 2008년 시작된 ‘홍콩아트페어’가 전신으로, 지난해 아트바젤이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하면서 바젤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다시 말하면 아트바젤이 글로벌 프랜차이징으로 지역적 확산을 시도한 것이고, 따라서 2002년 미국의 ‘아트바젤마이애미비치’에 이어 홍콩이 아시아 거점으로 선택된 셈이다. 그 파급효과는 예상대로 놀라운 수준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유수 아트페어에 비해 역사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홍콩이라는 지정학적 조건과 함께 바젤 브랜드 효과가 한몫하면서 전 세계적인 이목을 단기간에 받게 된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사실이지만 이번 페어에서 중국 거부와 컬렉터들의 대규모 작품 구매가 두드러졌고, 또 유럽과 미국 컬렉터들의 고액 작품 구매로 많은 화랑이 ‘목표치를 능가하는 실적’을 달성했다는 말이 넘친다. 실제로 올해 참여한 학고재를 비롯 국제, PKM, 박여숙 등 10여 개의 한국 화랑 대표들도 예외 없이 한국에서의 위축된 분위기에 비해 홍콩에서는 구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흡족해 했다. 게다가 39개 국가에서 참여한 245개 화랑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화랑이라는 사실에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판매량에서도 약진을 보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페어를 보면서 필자는 지극히 새삼스럽지만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랄까, 그런 지점을 되새기게 되었다. 무엇이 아트바젤의 경쟁력을 제공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아트바젤은 시장에서 아직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 스테이트먼트(Art Statements)>나 대형 설치작품을 전시하는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 <아트 필름(Art Film)> 및 <아티스트 북스(Artist Books)> 코너 배치 등 작품의 상품적 가치의 의미를 현대미술의 실험과 성장이라는 맥락과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았다. 신생 화랑을 위한 공간 배분을 비롯하여 미술계의 모든 전문가가 패널로 참가하는 ‘컨버세이션’(Conversations)이나 ‘아트 살롱’과 같은 세미나 프로그램도 그러한 역할에 일익을 다하는 것이다.
홍콩에서도 이러한 구도가 연속되면서 동시에 지역적 맥락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컨벤션센터 두 개 층을 차지한 공간적 규모와 더불어 입구로 들어서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는 대형 설치작품들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전시된 양혜규의 설치작품에 버금가는 구웬다의 작품 등 다양한 설치작업이 전시된 <조우’(Encounters)>는 작년에 이어 유코 하세가와가 기획하였다. 이외에도 아트 필름, 아티스트 북스, 아트 살롱 등의 프로그램이 주어졌지만, 그 가운데 필자가 눈여겨본 것은 홍콩 지역에 기반을 둔 다양한 현대미술 기관들의 참여였다. 특히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가 주최한 오픈 플랫폼은 큐레이터와 비평 및 이론가, 시각예술기획자 등이 참여하여 다양한 시각예술을 주제로 논의를 주도하는 가운데 홍콩 미술시장의 기반을 만든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아트바젤홍콩의 경쟁력은 곧 미술시장의 구도를 총체적 관계 속에서 본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미술시장은 결코 홀로 커갈 수 없다는 사실, 미술시장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과 교류가 잠재력이라는 사실, 지역적 맥락을 강하게 부여하되 글로벌 맥락을 확산하는 전략, 그래서 미술시장에 내놓은 작품들의 다양성이 확인되고, 그로 인해 충성도 높은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외적 요인도 크다. 아트페어 기간을 전후해 전 세계 수집가들과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00여 개의 미술 관련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홍콩 전체가 면세 지역인데다가 중국과 동남아, 한국과 일본 등을 잇는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는 입지적 장점이 그것이다. 아트바젤의 글로벌 프랜차이징 전략은 그래서 전체 일정을 조정하기로 한 듯하다. 전해 듣기로 바젤이 6월, 마이애미가 12월인 가운데 홍콩을 지금의 5월에서 3월로 바꾸었다고 한다. 봄, 여름, 겨울로 포진한 것이다.

박신의・경희대 교수

아시아아트아카이브가 주최한 ‘Open Platform’ 토론 장면

아시아아트아카이브가 주최한 ‘Open Platform’ 토론 장면

 

[핫피플] 미국 조선미술협회장 신동훈

미국 조선미술협회장 신동훈

남과 북을 오가는 畵商

1988년부터 지금까지 100여 차례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서울과 베이징, 워싱턴, 뉴욕 등에서 북한 화가의 그림을 소개해온 이가 있다. 미국 조선미술협회 신동훈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사)남북문화예술원 주최로 5월 1일부터 11일까지 월전미술관 한벽원갤러리에서 월전 장우성(1912~2005)과 북한 미술계의 두 거장 정창모(1931~2010), 선우영(1946~2009)의 그림을 선보인 <남북한 유고작가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를 가능하게 한 인물이 바로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은 어떻게 분단된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자동차 정비 관련 일을 하다가, 1977년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현재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누구나 쉽게 북한을 방문하지는 못한다.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신 회장은 1988년 워싱턴에 처음 화랑을 열었다. 당시 한국화를 미국에 소개하다가 우연히 북한에도 우리 그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이후 베이징, 연해주 등 중국을 돌아다니며 북한 그림을 열심히 사 모았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가짜 그림으로 밝혀졌다. 수업료를 톡톡히 낸 셈. 그래서 그는 직접 북한을 방문해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북한화가의 진품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평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에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북측이 비자를 쉽게 내주지 않았죠. 중국에서 쌓은 인맥을 총동원해 어렵게 첫 방북(訪北)에 성공했습니다. 처음엔 북한 미술인을 전혀 만나지 못했죠.”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그는 결국 당시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정창모와 선우영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생전 ‘만수대창작사’에서도 유일하게 개인 작업실을 가질 만큼 각별한 대접을 받는 화가였다. 공훈예술가, 인민예술가로 불린 그들의 수많은 작품은 북한에서 국보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20여 년간 계속됐고, 그 사이 두 화가에게 그림을 직접 건네받아 소장하게 된 것이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의 그림은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국가의 재산이죠. 그럼에도 작품을 건넨 두 화가의 결단과 용기가 지금과 같은 엄청난 드라마를 연출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정창모, 선우영 두 화가야 말로 비운의 남북분단시대 미술사의 상징이죠. 그들의 그림이 남북이 하나 되는 길에 미흡하나마 기여하고, 한반도 미술을 뛰어넘어 세상에 널리 소개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 신 회장은 정창모와 선우영 외에도 김상직(1934~2010), 리석호(1904~1971)의 그림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북한 화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이제 사명이 됐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우리 민족의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서 한국이나 미국의 박물관이나 기관에 기부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중국도 북한 그림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데 정작 같은 민족인 한국에서는 북한 그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무엇보다 남북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남북한의 문화적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북쪽이나 남쪽 서로가 서로의 그림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슬비 기자   

신동훈은 1948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났다. 1977년 미국으로 이민가 1988년부터 북한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국과 중국, 서울에서 화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2001년 워싱턴과 뉴욕지역 한인을 중심으로 미국 조선미술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한벽원갤러리 전시광경. 정창모의 (오른쪽)

한벽원갤러리 전시광경. 정창모의 <향산계곡>(오른쪽)

[핫피플]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제시카 모건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제시카 모건

비엔날레를 불태우라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 이 확고한 선언은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다. 지난 5월 1일,   기자는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제시카 모건 <제 10회 광주 비엔날레>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제시카 모건은 유럽 각국의 기자들에게 자신이 리서치한 광주의 역사적 사건과 맥락을 설명했다. 외신들의 관심은 제시카 모건의 시선으로 본 광주에 모아졌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전시는  특히 ‘장소성’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장소는 그녀의 큐레이토리얼에 큰 역할을 한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타 도시와 달리 광주는 관광도시가 아니다. 광주의 강한 역사적 맥락은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데 부담이 되기보다는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하는 데 확실한 메시지를 갖게 한다.” 1년이 넘는 리서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국인 큐레이터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맥락(context)을 숨기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나에게는 새롭지만,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맥락, 잘 알려진 작가들을 어떻게 새롭게 보여주고 해석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한국의 맥락을 배제한 채 전적으로 외국인의 눈에 비친 모습만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서구인의 시선이 삽입되었음을 시원스레 인정했다.
지난 5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일간지와 전문지 기자를 상대로 열린 간담회에서 제시카 모건을 다시 만났다.  광주의 역사적 맥락만큼이나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도 확고하다. 일종의 선언으로 읽히는 ‘터전을 불태우라’란 주제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카는 “이 문구는 시공간에 따라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갖는다. ‘불태우다’는 표현은 한국이 지닌 상실의 역사, 파괴의 시간을 떠올리면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너머에서 우리 이웃들은 무엇인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앞을 향한 움직임이자 미래의 열쇠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무엇인가 다른 것을 성취하여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질문을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하우스(비엔날레)를 불태운 이번 비엔날레는 어떤 장소로 읽힐 수 있을까? 그녀는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나 유사할 것이다. 미술관의 경우는 기관의 비평이나 미술관 내의 해석에 기반을 둔 일련의 예술에 대한 통념적 흐름(계보)이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아이디어에 함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리뉴얼이 필요하다. 예술적인 부분을 포함해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새로운 기운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을 꾸몄던 작가 제레미 델러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장 전면 외벽에 화재가 나 벽을 뚫고 나오는 문어의 모습을 거대 실사 출력의 고화질 배너로 설치할 예정이다. 이 모습은 ‘리뉴얼’하는 비엔날레의 이미지를 시작부터 강화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규모 설치 신작을 선보일 얼스 피셔, 스페인 출신 듀요 엘 우티모 그리토 등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을 포함 참여작가의 90%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전시하는 작가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총 39개국 106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한국 작가는 전체의 약 20%인 20팀이다. 하우스는 신체, 기관, 체제 등 무한히 적용될 수 있는 메타포다.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는는 9월, 전시 관람자, 비엔날레라는 전시체제, 광주라는 공간 그리고 제시카 모건의 큐레이토리얼이란  하우스의 불씨가 어떻게 변화되어 퍼저나갈지 그 양상이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제시카 모건은 1968년 영국에서 출생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런던 커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에서 다수의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영국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2014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면에 전시될 제레미 델러의 대형 패널작품 예상도

2014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면에 전시될 제레미 델러의 대형 패널작품 예상도

 

 

[컬럼] 2014 부산비엔날레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년 11월 1일. 부산시청 앞마당에서는 보기 드문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형태를 벌이는 문화예술인들의 다양한 행동과 텍스트들이 지나가는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이다. 관련부서 그리고 시장 또한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사태의 발단은 무엇보다 부산비엔날레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규정에도 없고 합의도 되지 않은 공동감독제를 느닷없이 제안한 데 있다. 감독선정위 투표에서 과반수로 최다 득표 한 후보자(김성연, 한국)를 두고 2위(올리비에 캐플랭, 프랑스)에게 먼저 공동감독을 제안하여 수락(2013.10.10)받았고, 이후 1위에게 공동감독 수락 여부를 질문하여(10.17) 거부하자(11.21) 3위(한국) 득표자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 역시 거부하자 (11.27) 2순위를 단독 감독으로 선정했다. 어처구니없는 처사로 이 정도면 누가 봐도 막 가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절차는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정기 감사(2014.2.4) 후 발표된 감사소견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지면 관계상 하나만(짧게) 인용한다.
– 공동감독제를 결정함에 있어 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정관 제30조(임원회의 의결사항) 1.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 4. 총회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위배함.
-운영위원장은 자신과 자신을 운영위원장 후보로 추천한 인사 및 당연직 임원 그리고 전시감독 추천위원 2명을 포함한 9명으로 전시감독선정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구성함으로써 [정관 제32조(분과위원회)]를 위배하고, “당연직 이사”를 겸할 수 없도록 한 [정관 제33조 (겸직금지)]를 위배함(2013년 사업추진 및 회계 정기감사를 2014.2.4, 6 양일간 서류 및 실지, 대면감사를 통해 실시한 후 발표된 감사소견서에서 일부발췌).
이와 같이 감독선정 외에도 비엔날레 운영상 수많은 문제가 있음이 감사결과 드러났고 지역 최초로 20여 개의 문화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며 결집해 ‘부산문화연대’가 탄생되는 계기가 됐다. 문화연대가 주축이 되어 수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열었고 성명 발표 등을 통해 문화민주주의 회복을 꾀하고 있다. 작금의 문화권력에 만신창이가 된 부산비엔날레의 상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1981년 태동한 부산청년비엔날레가 여러 계층과 작가, 그리고 시민사회에 회자될 수 있었던 가치의 원천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발적 실천과 조직 운영 태도였다. 현재 부산비엔날레를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문화사대주의적 권력은 절대 용인하거나 방관해서도 안 될 것이다.  부산비엔날레 사태에 대해 타지역에서 SNS를 빌어 “힘내세요” “멀리서 응원 합니다“라는지지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진짜 멀리 있지 않은 사람들이 그래봤자 질 것이라는 냉소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결코 아님을 인식하고 다음 비엔날레 그리고 그 다음의 역사 앞에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부산문화연대는 비단 비엔날레의 문제만이 아니라 오늘날, 독선적 문화권력으로 병들고 침몰해가는 문화예술계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오만과 독선 앞에 다음과 같은 보이콧 선언을 했다.
부산문화연대는 ‘2014 부산비엔날레’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한다.(http://boycott2014.net 2014.5.1. 천명한  부산문화연대 ‘2014 부산비엔날레’에 대해 ‘보이콧’선언 관련 홈페이지 인용)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엄격하게 진행해야 할 감독선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심사를 해야 할 위원이 감독후보를 직접 추천하였고, 규정에도 없는 공동감독제를 제안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였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잘못된 결정을 수정하지 않았으며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대화도 거부하였다. 단지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유감을 표현한 것이 사과의 전부였다.
이에 부당한 절차로 선정된 감독이 진행하는 행사에 대해 문화예술인을 비롯하여 시민들이 참여하는 보이콧운동을 전개한다.
1. 부산비엔날레에서 개최하는 전시 및 행사, 스태프 및 자원봉사, 기부, 후원 등 참여 거부.
2. 오광수 운영위원장 및 전체 운영위원, 관련 책임자의 퇴진.
3. 2014년 부산비엔날레 파행 운영의 문제점과 과제의 공론화와 새로운 비엔날레를 위한 개혁 청사진 제시.
향후 대안적 비엔날레의 활동들을 통해 가난하지만 당당한 예술가의 대열에 동참하시길 바란다.

서상호·부산문화연대대표

 

Editor’s letter

차라리

여러모로 뒤숭숭한 요즘이다. 그래도 지구는 여전히 돈다. 어제와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돌고 있다. 여기에 발 딛고 사는 99.99%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도 마찬가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심히 지속된다. 미술판도 예외는 아니다.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처럼 크고 작은 전시가 끊임없이 열렸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이천십사년 유월, 유독 눈에 띄는 전시 세 개가 있다.

<간송문화(澗松文華)-문화로 나라를 지키다展>
1부:간송 전형필 3.21~6.15, 2부:보화각 7.2~9.28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오르세미술관展-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5.30~8.31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아트스펙트럼2014> 5.1~6.29 삼성미술관 Leeum

제목만 보더라도 화려하고 풍성하다. 그야말로 東西古今 미술의 ‘종합선물세트’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의 미술을 동시에 비교 관람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 뭔가 이상하다. 단추 구멍을 잘못 끼운 것처럼 편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로 장소 때문이었다. 각각의 전시성격과 전시장 조합이 어색했다.
우선 한국 전통문화의 명품이라 일컬어지는 간송 컬렉션. 사실 그동안 성북동 보화각의 낙후된 전시환경이나  지나치게 폐쇄적인 미술관 운영에 불만을 갖고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이제라도 최신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나와 대중과 거리 좁히기를 시도한 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그 파트너가 서울디자인재단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간송이 보유한 콘텐츠와 DDP 하드웨어의 만남은 좋게 말해 전위적이고 반대로는 쌩뚱 맞기 그지 없다. 실제로 동대문 주변과  DDP 현장은 이도저도 아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오르세미술관展-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의 시초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10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오르세미술관展-인상파와 근대미술>이 처음 열렸었다.  당시《 월간미술》도 여기에 호응해 인상주의 특집기사를 냈었다. 그래선지 전시는 대성공이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여파는 여전히 계속된다.  그후로 방학시즌만 되면 대형기획사가 언론사와 손잡고 인상주의 언저리 작품을 앞세운 블록버스터 전시를 유치하는 게 연례행사처럼 됐으니 말이다. 여하튼,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오르세미술관展>은 출품작 수준이나 전시구성 면에서 좋은 전시다. 그런데 전시 장소가 ‘박물관 Museum’이다. ‘미술관 Museum of Art’이 아니다.  이것 또한 이상하다. 굳이 따지자면 이상할 일도 아니지만, 단순히 생각하기엔 좀 그렇다는 얘기다. 하기야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미국미술 300년전>이 열린 전례가 있으니, 이걸 가지고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모양이 뒷북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양미술사 전공자인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은 서양의 명화(?)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당위성과 의미를 이미 여러 차례 피력했다. 이런 전시 개최가 정말로 합당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자상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아트스펙트럼2014>은 리움 큐레이터 5명과 외부 기획자 5명이 선정한 작가 10명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올해 처음 <아트스펙트럼 작가상>도 제정됐다. 수상자에겐 상금 3천만 원과 2016년 플라토에서 개인전 기회가 주어진다. 역시 삼성(미술관)! 통크고 파격적이다. ‘신진, 젊은, 발굴, 지원, 미래, 경쟁’이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대부분 작품이 의욕 넘쳐 보였다. 하지만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리움 블랙박스가 마치 무덤처럼 느껴졌다. 미술관이야말로 미술작품의 종착역이요 무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의 조로(早老)를 부추겼고, 조금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젊은 작가의 작품을 너무 일찍 박제로 만들어 한꺼번에 생매장해버린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세 전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목격했다. 겉모습은 그럴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뭔가 허술하고, 엉성하고, 아귀가 맞지 않는.  ‘고도 압축 성장’의 결과가 낳은 전형적인 한국    ‘짬뽕문화’의 민낯 말이다. 그러면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차라리 <간송문화展>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오르세미술관展>은 삼성미술관리움에서 그리고 <아트스펙트럼展>이 DDP에서 열렸다면 어땠을까.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Art Journal]

장욱진의 예술정신을 잇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개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장욱진의 예술세계와 정신을 기리는 미술관이 6월 13일 개관식을 갖고 경기도 양주시 장흥에 개관했다. 개관전은 이보다 이른 4월 29일에 개막했다.
현재 미술관은 유족과 장욱진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기증 받은 장욱진의 벽화, 유화, 판화, 먹그림 등 23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개관전은 장욱진의 대표작 60점을 전시하는 <장욱진 명작 60선>과 기증작 중 21점을 선보이는 <기증소장품전> 그리고 <건축자료전>이다. <장욱진 명작 60선>은 하늘, 나무, 집, 사람의 네 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장욱진의 대표작 <자화상>은 연미복을 입고 보리밭길을 걸어가는 신사 장욱진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작은 크기(14.8×10.8cm)에도 불구하고 주목된다. 전시실에 작은 보리밭을 조성하여 관람객이 이 보리밭을 지나 자화상과 대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구성이 눈에 띈다(오른쪽 사진).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에 영구 설치되어 이번에 일반 관람객에게 처음 소개되는 두 벽화(<동물가족> 과    <식탁>)은 인간 장욱진의 삶과 작가로서 그가 견지한  태도가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으로. 생전에 작가가 주로 작업하던 덕소 화실 벽과 부엌에 그려진 벽화로 벽 자체를 떼어내 전시되었다.
최페레이라 건축(최성희, 로랑 페레이라)이 설계하여 2014년 김수근건축상을 수상한 미술관 외관은 장욱진의 <호작도>에 그려진 호랑이 형상을 본땄다. 이 건물은  한국적 향토미와 서구적 모더니즘을 접목해 토속적이면서 계산적인 구조의 장욱진 그림과 주변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은 앞으로 장욱진의 예술정신을 이어가는 국내외 현대작가 주제기획전, 시민과 함께 하는 전시와 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양주시립 미술창작스튜디오를 산하 기관으로 두고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777레지던스와 중견작가를 조망하는 장흥조각레지던스를 운영하며, 기획전, 오픈스튜디오를 포함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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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인물

하모니즘, 완전한 합일의 세계

김흥수 화백 별세

하모니즘 창시자’ 김흥수 화백이 6월 9일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영결식은 6월 1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조강훈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정관모 전 이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한국미술협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박광진, 유희영, 허계 원로작가와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 김 화백이 생전 애착을 보였던 어린이 영재미술교실을 거쳐간 제자 60여 명 둥이 참석했다. 고인은 서울시립 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되었다.
고인은 여성의 누드와 기하학적 도형의 추상화를 대비해 그리는 등 상반된 두 면을 한 화면에 조화시켜 완전한 합일을 나타내는 독특한 조형주의(하모니즘) 화풍을 창시하여 국내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제지간으로 만난 부인 고 장수현(1962~2012) 김흥수미술관 관장과 43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1992년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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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

한국 조각과 미술이론의 발전을 위해

‘2014 김세중조각상’  수상자 선정

김세중기념사업회(이사장 김남조)가 주최하는 ‘2014 김세중조각상’ 수상자로 본상에 정현, 청년조각상에 최수앙, 한국미술 저작 출판상에 김달진이 선정됐다. 김세중조각상은 한국 현대조각 제1세대 작가인 김세중(1928~1986)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올해로 28회를 맞이했다. 심사위원으로 조각상 부분은 이종각, 김인겸, 정형민, 박숙영, 김복기가 맡았고 저작출판상 부분은 이어령, 오광수, 이기웅, 최열이 참여했다.
본상 수상자 정현은 철도 침목,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용도 폐기된 재료로 강한 생명력을 표현하며 문명과 인간실존의 문제를 다뤄왔다. 최수앙은 극사실적인 인체 조각으로 사회구조의 모순과 소모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김달진은 ‘김달진자료박물관’에서 간행한 출판 프로젝트로 학술적·공공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선정되었다. 시상식은 6월 23일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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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2)

‘광주정신’을 탐색하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

광주비엔날레 창립 20주년을 맞아 예술비엔날레 전시와 함께 대규모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그후>를 개최한다. ‘달콤한 이슬’은 망자에 대한 치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감로도에서 빌린 것이다. 1980년 광주의 상처를 기억하고 치유하면서 동시에 지금 우리의 현장을 시각미술로서 풀어낸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광주정신’을 탐색해 나가기 위해 전시, 강연 시리즈, 퍼포먼스의 3개 방식으로 다각적 접근을 시도한다. 전시는 8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계속되며 ‘국가 폭력’을 주제로 광주와 유사한 경험을 지닌 오키나와, 타이완, 제주의 작품을 연결한다. 또 저항미술 작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과 루쉰의 판화 100점을 선보인다. 강연 시리즈는 올해 1월부터 시작하여 10월까지 각 섹션의 해당 전문가와 시민이 활발한 토론을 진행하며 광주비엔날레 폐막식에 맞춰 광주발 매니페스토형태로 선포될 예정이다. 특별 프로젝트는 윤범모 책임큐레이터를 비롯해 총 8명의 협력 큐레이터 체계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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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1)

조각에 특화된 비엔날레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열려

창원시가 주체하고 창원조각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제2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9월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달그림자’라는 주제로 열린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11개국의 작가 42팀이 참여하여 창동지역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통적 조각의 의미를 넘어 퍼포먼스, 지역 아카이브, 시민참여형 작품을 선보여 조각 영역의 확장을 모색한다. 또한 창원에서 열리는 여러 지역 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전시 장소에 따라 차이를 주어 돝섬에서는 생태환경 복원 건축 조각을, 마산항 중앙부두에서는 공공조각과 시민참여미술을, 창원시립문신미술관에서는 예술성 높은 현대조각을, 창동 일대에서는 도시재생 및 공동체 미술 관련 작품을 각각 배치한다. 최태만 예술감독은 비엔날레 주제인 ‘달그림자’에 대해 “마산 합포구 영월대에서 착안한 것으로 일상 속에서 비치는 예술이라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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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2)

익살 속에서 고독을 이야기하다

윤길현 개인전 <남자들의 소소한 이야기>

조각가 윤길현의 10번째 개인전이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남자들의 소소한 이야기>(6.18~23)라는 주제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우리시대 남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은유적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남자하면 외로움, 고독, 눈물이란 단어가 연상된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금전적 궁핍과 사랑에 서툴렀던 젊은 시절의 모습과 서툰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에 등장하는 우산은 언제 거친 비바람에 찢어지고 망가져버릴지 모를 현실의 위태로운 상황을 이야기한다. 또한 책의 이미지는 힘겨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써내려간 과거의 일기처럼 일상 속에서 작가가 다져온 삶의 의지를 반영한다. 작품 속 남자들의 표정에는 외로움과 고단함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배어있다. 미묘한 시선과 웃음은 다소 익살스럽게도 보이지만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체득한 표정으로 이해된다. 이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이번 전시는 남자들의 삶의 여정에 대한 작가의 수다라 하겠다. 삶의 무게를 수용하고 극복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남자의 모습을 익살과 해학이 깃든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작가 윤길현은 전주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KIAF, 화랑미술제, 지붕전, 전주조각회전, 미술관은 놀이터전 등 다수의 기획 초대전에 참여하였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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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의 변화

오광수 운영위원장 사퇴

전시감독 선정 문제로 논란이 있어왔던 부산비엔날레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6월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오 위원장은 당시 전시감독 선정 투표에서 전시기획자 김성연이 1위로 나오자 2위 득표자인 프랑스 기획자 올리비에 케플랑과 공동감독을 하라고 김씨에게 요구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김성연의 공동감독체제 거부와 문화단체의 반발로 공동감독 진행은 무산되었고 미술계 및 부산의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오 위원장 사퇴 요구가 잇따랐다.
한편 부산비엔날레의 비민주적인 운영과 불공정한 감독 선정을 문제 삼으며 국내 및 세계적으로 보이콧 운동을 전개 중인 부산문화연대 측은 오광수 위원장 사의발표 이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혁신 의지를 분명히 하고 개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보이콧 운동을 철회할 생각이 있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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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3)

장애미술을 위한 신호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6월 6일부터 14일까지 문화역서울284 전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과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개선 및 대중화와 장애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이들 작품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88명의 장애작가의 작품이 22개 갤러리와 협력해 소개됐으며, 장애작가와 비장애작가의 콜라보레이션 전시도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는 총 1,577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아트페어를 통해 총 11점, 경매를 통해 총 27점이 판매됐다. 장애인창작아트페어는 이번 행사를 발판으로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된 성격을 견지해 미술분야의 다양성과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장애인 미술아티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역량있는 작가 발굴에 계속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다. 김최은영 예술감독은 “장애인 미술 사상 국내 최초로 개최된 이번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반작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문화역서울284의 틈새 공간 곳곳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자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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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3_민중미술심포지움

민중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열다

민중미술 2014 잠수함 속의 토끼전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현실 인식과 사회발언을 현재 우리 시대의 문제로 제기 한 기획전시가 열렸다. 2014 민중미술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민중미술 2014 잠수함 속의 토끼전>(6.10~7.20)이 그것으로 부산의 원도심 지역 일대 갤러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민주공원 기획전시실,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갤러리, 스페이스 닻, 미부아트센터 등에서 전시가 열리며 기획전시 외에도 민중미술 심포지엄, 홍성담 작가와의 만남, 미술관기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민주공원전시실에서는 홍성담 작가 특별전이 열렸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홍성담 기획전으로 작가는 동북아시아 역사문제를 오늘의 시각으로 다룬 <야스쿠니의 미망> 연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부산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에서는 강영민, 낸시랭 등 팝아트 작가들이 참여한 ‘팝아트와 친구들의 위장취업’,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갤러리와 스페이스 닻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순간에 알 수 있는 것들’이라는 타이틀로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여 민중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보여준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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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 (1)

한국과 이집트 여가수의 만남

광주시립미술관 중동현대미술특별전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은 한국과 이집트의 여가수 이난영과 움쿨숨(Oum Kulthoum)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만났다. 오는 7월 1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 아랍 주제 대형전시인 중동현대미술특별전 <상실과 사랑의 노래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두 여가수의 가상만남을 통해 ‘상실과 사랑’이라는 한국과 아랍의 공통된 정서를 현대미술로 표현했다. 이란 출신 세계적인 예술영화감독 쉬린 네샤트(Shirin Neshat), <2013 베니스 비엔날레> 아랍에미리트 대표작가 모하메드 카젬(Mohammed Kazem) 등을 비롯해 중동지역 작가 18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샘 바더윌(Sam Barda-ouil·레바논)과 틸 펠라스(Till Fellrath·독일)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지난 2010년 아랍의 재스민 혁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이난영과 이집트의 국민가수 움쿨숨을 불러들였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전시 중간 이난영과 움쿨숨 두 가수의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감동을 더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진 속 움쿨숨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려주는 <Ruins in Space>와 이난영과 움쿨숨의 노래 영상이 교차적으로 상영되는 전시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참여작가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는 이란 출신 쉬린 네샤트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쉬린 네샤트는 미술가 겸 영화감독으로 <1999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2000 광주비엔날레> 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2009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번 광주전에서 선보이는 비디오 설치작품 <격동(Turbluent)>(1998)은 명확하게 이분법적인 거대한 흑백 대비와 사운드를 통해 이슬람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젠더와 권력이라는 주제를 묵직하게 제시하고 있다. 베이루트 출신인 레이드 야신(Raed Yassin)의 <Ruins in Space>(2014)는 완전히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두 명의 무희를 ‘우주’라는 낡은 위성전파를 통해 연결시켜 공간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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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 (1)

페리지 홀 앤 갤러리(Perigee Hall&Gallery) 개관

음악과 미술로 거리를 좁히다

페리지갤러리가 5월 26일 서울 서초동의 KH바텍 사옥에  개관했다. 2013년 5월 음악연주공간 페리지홀을 오픈한 지 약 1년 만이다. 김종숙 KH바텍 사회공헌(CSR) 본부장은 “중견작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공간으로 전시장을 운영할 것”이라며 “40대 작가를 중심으로 중견작가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갤러리의 계획을 밝혔다. 페리지는 서로 다른 궤도를 돌고 있는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지는 근지점이란 뜻으로 음악, 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고자 이름 붙였다. 페리지 홀 앤 갤러리는 기존의 틀에 박힌 형식을 깨고 열린 예술공간을 추구한다. 개관전은 김기라의 개인전 <마지막 잎새>(아래 사진)로 7월 31일까지 열린다. 공연장에 비해 전시공간이 작은 편이라 1층 로비와 홀까지 전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 중이다. 이후에는 권오상,  홍경택 작가의 전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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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갤러리 (1)

갤러리 온유 개관

지역주민의 열린 사랑방

경기도 안양의 한 병원건물 지하에 갤러리온유가문을 열었다. 문화예술 기반이 취약한 지역사회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한다는 취지로  4월 10일 세워졌다. 임산희 대표는 두 달여간 갤러리를 운영하다보니 주민들이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갤러리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티 클라스, 벼룩시장 등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해왔으며 앞으로는 유아 교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보통 갤러리의 휴관일이 월요일 것과 달리 이곳은 화요일과 수요일 휴관한다. 월요일에 환자가 가장 많이 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병원에 들른 환자들이 전시를 통해 잠깐이나마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바라는 갤러리의 운영철학이 담겨있다. 현재 <송필용, 박성태, 최철의 3인 (6.19~7.28)이 열리고 있고, 8월에는 허명욱 작가의 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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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의 공익적 활용을 위한 첫걸음을 떼다

가나문화재단,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 사재로 출범

DF2B0143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사재 3억 원을 털어 가나문화재단(이사장 김형국)을 설립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20여 년간 수집한 230여 점의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을 기증하고 매년 3억~5억 원으로 추산되는 재단운영비도 출연키로 했다. 화랑주가 공익성을 바탕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해외에선 전례가 꽤 있다. 스위스 바젤에 있는 바이엘러미술관이나 프랑스의 매그미술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재단 측은 앞으로 레지던시, 전시, 출판, 교육 및 홍보, 그리고 기금마련과 후원회 구성을 위한 기타 부대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 사업으로 가나현대미술관(가칭)을 건립하기로 했다.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지낸 김형국 초대 이사장(사진)은 “이번에 기증된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중에는 우리 근현대미술사에 남을 정도의 가치를 가진 작품도 있다”며 “올해 연말쯤 기증작 중 일부와 오윤, 정종여 등의 미공개 작품을 발굴하여 전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재단설립이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구비되었으나 소프트웨어가 부재한  우리 공공미술관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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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원 (3)

예술원의 어제와 오늘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60주년 기념전 열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60년을 기념해 <어제와 오늘전>을 4월 17일부터 7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했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우리나라 예술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고 예술가를 우대하기 위해 1954년 문을 열었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예술원은 한국 미술계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우리 화단의 맥을 이어왔으며, 오늘날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1979년부터 매년 근현대미술사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전을 통해 한국미술 발전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왔다.
이번 전시는 예술원 미술분과 작고 회원 35명과 현 회원 22명의 대표작품 79점을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의 유서 깊은 전통을 계승하는 전시이자, 한국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이다. 또한, 대한민국예술원 60년사와 작가들을 예우하고 축하하는 미술계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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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3)

박서보의 삶을 파헤치다

《Park Seo-Bo: From Avant-garde to Ecriture》 발간

싱가포르 출판사 booksactually에서 작가 박서보의 삶과 예술을 연대기적으로 짚어낸 책,
《   Park Seo-Bo: From Avant-garde to Ecriture》(2013)를 발간했다.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1980년대 이후의 삶과 작업 일대기를 당시 있었던 굵직한 사건, 행사, 전시 이미지와 젊은시절의 인물사진과 함께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 케이트 림     (임연기)은 박서보와 심도있는 인터뷰를 수차 진행했으며 작가의 말을 바탕으로 그의 젊은시절을 독자에게 가감없이 전한다. 영문으로 발간되어 국제 미술시장에 박서보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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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5)

자금성의 레드를 말하다

사진가 송영숙, 《THE RED》 발간

자신만의 스타일로 폴라로이드 프로세스를 완성한 작가 송영숙이 1998년 갤러리 현대에서 열렸던    <송영숙 사진전> 전시작을 비롯해 당시에 촬영한 폴라로이드 원본을 중심으로 구성한 사진집         《    THE RED》가 출간되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자금성의 모습을 재해석한 53점의 이미지를 작가 주명덕이 선정해 기획 편집하고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문화비평가 홍가이의 글이 실렸다. 한편 이 책은 가현문화재단이 사진 출판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1979년부터 사진 출판을 선도해온 도서출판 시각을 인수한 후 발간한 첫 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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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술3

신미술회 창립 40주년 맞아

<제61회 신미술회전>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신미술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제61회 신미술회전>이 열렸다. 신미술회(회장 이승환)는 1974년 2월 설립된 한국신미술회를 모태로 하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창립전을 시작으로 한국 구상미술을 주도해왔다. 이러한 토대에는 당시 한국구상미술의 대표 작가인 박득순 김창락 김인승 안재후 등 창립회원의 역할이 컸다. 신미술회는 프랑스의 쇼몽시와 캐나다의 토론토 초대전을 비롯한 해외 초대전과 부산, 대구, 광주, 김천 등 각 지역의 미술관과 유명 갤러리 초대전을 통해 한국 구상미술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앞장서왔다. 현재 80명의 회원으로 구성되며 회원 각자가 왕성한 작품 활동에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