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진흥정책과
진흥사업

심지언 편집장

미술진흥법의 제정과 더불어 미술진흥정책과 지원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물론 미술진흥법 이전에도 미술진흥정책과 지원사업은 존재했다. 성공적이건 아니건 간에 인상적이었던 몇몇 정책과 사업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예술정책과 미술진흥정책의 흐름을 통해 미술진흥법의 출현 배경과 맥락을 살펴보려고 한다. 법과 제도, 정책이 어떻게 흘러오며 미술 현장과 상호작용해왔는지 살펴보자.

문화예술 정책의 변천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은 1948년 정부조직법 및 직제의 공식 출범과 함께 공보처가 신설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공보처는 문화정책보다는 국정 홍보를 위한 부서로, 문화는 전 국민 반공의식화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1968년 문화행정을 담당하는 문화공보부가 발족하며 처음으로 부처 이름에 ‘문화’가 포함된 전담부서가 탄생했다. 문화공보부는 문화정책 추진 보장을 위한 최초의 법인 ‘문화예술진흥법’을 제정하며 문화예술행정의 뼈대를 마련했다. 1973년 문예진흥기금의 모금을 시작하고 진흥업무를 담당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설립되었다. 또한 1974년 ‘제1차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이 수립되며 문화시설 확충, 박물관 기능 강화, 민족문화복원사업 등이 전개되었다. 1990년에 이르러서야 문화 전담 독립행정부처인 ‘문화부’가 발족하고, 초대 장관으로 이어령이 취임했다. 이 장관은 ‘모든 국민에게 문화를’ 이라는 정책 슬로건을 바탕으로 한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통해 초대 문화부의 비전으로 문화복지국가를 제시했다. 1 1993년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의 통합으로 문화체육부로 개편되고, 1994년 관광국을 인수, 1998년 문화관광부로 개편 후,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로 명칭이 변경되며 지금의 문체부가 탄생했다.

문화부는 출범 이후 문민정부(~1997년)까지는 국가 성장 동력으로서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0년을 준비하는 성장산업으로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쳤다. 또한 문화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의 역할을 강화하고 문화 ·체육 공간의 확충과 활용을 위한 여건 조성에 주력했다. 현재 문체부는 문화 ·예술 ·영상· 광고· 출판·간행물 ·체육 · 관광· 국정에 대한 홍보 및 정부 발표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있다.2

국민의 정부(1998~2002)에 이르러 문화예술정책은 체계와 구체성을 갖추게 되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문화정책의 기조로 확립하고, 통제 위주에서 진흥 위주 정책으로 전환하며 문화 ·예술 활동에 대한 여러 규제를 철폐· 완화했다. 또한 문화산업을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는 국가 기간 사업으로 집중 육성했다. 2000년 문화예산을 전년 대비 45% 증액하여 정부 총예산 대비 문화예산 1%, 총액 1조 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정부 내에서 문화정책의 중요성이 크게 신장했음을 의미한다.

참여 정부(2003~2007)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났음에도 실질적 수혜자는 문화산업과 대중문화 분야에 집중되는 등 기초예술의 위기에 대한 우려와 반성을 바탕으로 한 ‘새예술정책’을 발표했다. 새예술정책에서 제시한 기본 방향에 따라 ①예술정책의 대상 범위를 전통적인 장르 중심에서 탈장르 및 대안적 장르 실험 등으로 확대하고, ②정책 추진방향은 창작활동 중심에서 창작과 매개, 향유 부문의 균형있는 발전 지원 정책으로, 주류 및 기성 작가 중심에서 비주류, 신진작가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고, ③추진체계는 민간정책 결정 역할을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 정부, 민간 사이의 분권과 협력을 중시하며, ④국고와 기금에의 과도한 의존을 탈피하여 민간 기부 등 재원 다각화로 예술재원의 안정적 확충 기반을 마련, ⑤예술지원시스템을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여 정부는 기획, 조정, 평가자의 역할로 변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예술인 중심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로 개편하며 민간 중심의 예술영역 지원구조로 전환했다.3 또한 문화예술교육지원 제정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며 문화예술교육정책이 시작되고, 미술은행, 문화접대비 제도 등이 도입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로 명칭을 변경한 이명박 정부(2008~2012)의 문화행정 기조는 ‘공공성의 원칙’과 ‘효율적 운영’이었다. 이에 따라 국제교류 분야의 전략적 지원 등은 ‘선택과 집중’을, 실연심사나 평가를 통한 ‘사후지원’, 창작 집필실 제공 등 ‘간접지원’, 국민 모두가 ‘생활 속에서 문화적 삶과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지원정책의 4대 원칙을 수립했다. 이 시기 국립중앙박물관, 지방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무료 관람이 시행되었고, 산업시대 유산을 활용한 창의적 문화공간 조성과 박물관 콤플렉스 조성, 문화거리 조성 사업을 통해 구서울역사와 기무사 터의 미술관화, 덕수궁 동관의 미술관 조성 등 근대화의 상징적 건물을 예술 공간화하는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또한 예술인복지법 등 법·제도 정비를 통해 예술 창작 여건을 개선하고 국가적인 콘텐츠 산업 지원체계를 마련하여 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박근혜 정부(2013~2017.3)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문화가 있는 날’을 시행하는 등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의 하나로 설정하는 등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화기본법 및 지역문화진흥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권에 비우호적인 문화 ·예술인을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작성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문화 ·예술인의 정치적 표현 및 예술의 자유와 평등권,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 등을 침해하고 공공지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2017~2022)는 문화예술정책을 재정비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 추체가 참여한 ‘문화비전 2030-사람이 있는 문화’를 제시하며 전통적 국가 중심의 ‘진흥육성’에서 민간 현장 중심의 자율적 ‘지원 조성’ 체계로의 전환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문화비전 2030’은 예술 분야의 특수성을 반영한 분야별 중장기 계획으로 연결되어 미술분야에도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이 마련되었다. 예술 표현의 자유와 예술인의 인권 보호, 예술행정의 독립성 확보, 공정한 예술시장 환경 조성의 과제를 제시하고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 표준계약서 개발·보급과 문화비 소득공제, 근로자 휴가지원제도를 도입했다.4

지금까지 살펴본 바 초기의 문화정책은 입법과 조직 정비 등 제도적 기반 착수에 집중했으며,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과 1974년 문예중흥 5개년계획의 수립과 더불어 초기의 진흥책이 마련되었다. 문화정책 부서를 신설하고 전통문화와 예술을 지원하기 시작하여 문화예술의 창작, 국민의 문화 향수 기회 제공, 지방문화의 활성화, 문화산업의 발전, 문화예술교육, 문화복지, 국제교류 등 문화예술의 진흥을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과 연결하며 그 범위를 확대해 왔다.

1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은 그동안의 문화정책이 문화예술의 진흥과 창조역량의 제고를 위한 기반조성 및 그 기반의 확산에 치중했다면, 1990년대는 문화예술의 수용자인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출처: 국가기록원 누리집 https://www.archives.go.kr/ next/new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3618&sitePage=
2 문체부 누리집에 게시된 문체부 주요업무 https://www.mcst.go.kr/kor/s_about/intro/mainTask.jsp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문화예술진흥원이 그 전신으로, 2005년 민간합의제 행정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변경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조성·운영과 문화예술 사업 지원을 위해 출발하였다
4 정권별 문화정책은 『문화정책백서 2021』 참조

최초의 미술진흥 중장기 정책, 문화융성을 꿈꾸다

미술 분야의 체계적인 중장기 정책은 2014년에 최초로 등장한다. 그동안의 미술 정책은 단편적인 지원사업 위주로 추진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이 부재했다는 진단 하에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이 마련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미술시장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정책과 대안을 개발할 것을 요청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있었다.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2014~2018)의 수립에 앞서 분석한 그간 정책의 한계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창작지원 확대에 정책 주안점을 두어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보장과 매개인력(큐레이터, 비평가, 감정인력 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지원 또한 미비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부재했고, 해외 미술시장 개척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부족한 점이다. 마지막은 미술의 사회적 가치 실현 및 국민의 미술 문화 향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부응하는 미술 감상 교육과 미술을 통한 사회 통합 및 지역재생 등에 대한 체계적 추진의 미흡함이다. 따라서 창작 – 유통 – 향유 간 선순환 미술 환경을 조성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진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미술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미술문화 확산을 통한 문화융성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3대 추진 전략과 10대 핵심과제로 발표되었다.

추진 전략 및 핵심 과제

1.창작 활성화 여건 조성

1. 창작자의 자생력 강화
2. 창작 공간에 대한 지원 확대
3. 국제 전시/교류 활성화
4. 미술 전문인력 양성

2.미술시장 전략적 육성

5. 미술시장 유통체계 선진화
6. 미술시장 활성화 여건 조성
7. 해외 미술시장 개척 지원

3.미술 문화 향유 증진

8. 미술관을 핵심기반시설로 육성
9. 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
10. 미술진흥 기반 구축

추진 전략별 주요 핵심과제를 통해 미술 중장기 계획에서 제시한 진흥 방안을 살펴보자. 첫 번째 ‘창작 활성화 여건 조성’의 핵심과제는 창작자의 권리 신장 및 자생력 강화이다. 이를 위해 작가 ·기획자의 창작활동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여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는 ‘작가보수제도(Artists’ Fees)’와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미술분야 표준계약서‘ 보급이 제시되었다. 이 과제는 2차 중장기 계획에서 ‘미술 창작에 관한 정당한 대가 체계 형성’이라는 과제로 이어져 기준안과 산출식, 양식 등을 연구 ·개발하여 제공하였다.

창작 여건 개선의 두 번째 과제는 경력 단계별 작가 지원으로, 작가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작가의 경력 단계별 지원방식과 내용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자 한 시도이다. 신진· 유망작가는 가능성을 기준으로 레지던시, 전시공간 지원, 실험적 창작활동 등의 소액다건 지원을, 중견·원로작가의 경우 선택과 집중의 방향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전시 참가 지원, 해외 비평가 협업 프로그램 지원, 국제적 네트워크 확장 등을 집중 지원하고, 원로작가는 작품의 전작에 대한 정리와 연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사업을 재설계했다. 이는 이후 작가 지원의 기본 틀로 지속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 외 주목할만한 부분은 국제 전시나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자료의 외국어 번역을 지원하고, 최초의 매개자 양성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양질의 외국어 자료를 제작하고, 국제적 프로젝트를 매개할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은 간접적일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었다. 이는 국제 프로젝트 진작을 위한 자료와 사전 조사의 필요성, 매개자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단의 이해를 바탕으로 설계된 것으로, 즉각적인 성과 도출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전의 정책과 차별화된다.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의 김해주 선임 큐레이터, 2024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이설희 감독 등 현재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기획자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바 있으니, 당시의 멀리 보고 뿌린 씨앗이었다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추진 전략은 미술시장의 전략적 육성으로, 미술품 거래 정보 제공을 통해 미술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작품의 이력 관리(프로비넌스), 부당거래 근절을 위한 자체 윤리 강령 강화 등 미술계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며 시장에 대한 신뢰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작가들에겐 시장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은 중저가의 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는 ‘작가미술장터’ 등의 사업을 바탕으로 미술품 소장문화 확산과 시장 활성화를 시도했다. 더불어 해외 아트페어 참가지원과 마케팅 지원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을 독려하는 등 최초의 미술시장 육성 계획이 마련되었다.

세 번째 전략인 미술문화 향유 증진을 위한 중심에는 미술관을 두었다. 국가대표 미술관으로서의 국립현대미술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공립미술관 건립 및 소장품 확충 지원, 사립미술관의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미술관이 미술문화 향유의 핵심 기반시설로 역할 하게 하는 방향성이다.

미술진흥 기반 구축을 위한 계획 중 미완으로 남은 것들도 있다. 미술진흥 정책과제 발굴 및 추진을 위한 ‘미술발전위원회’ 운영, 미술은행의 재단법인화는 추진되지 못했고,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건립과 남한강 예술 특구 조성은 추진 중이나 지지부진하거나 오락가락하고 있다. 1차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은 창작-유통-향유의 미술 생태계 전체를 조망한 최초의 정책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으며, 미술시장의 전략적 육성과 체계적 진흥을 담당할 기구의 설치 등 기반 구축의 과제는 이후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주요 과제로 자리 잡았다.

5 매개자의 해외 리서치, 워크숍, 펠로십 지원사업인 ‘프로젝트 비아’는 최초 기획자의 글로벌 역량 함양을 위한 프로젝트로 기획자, 아키비스트, 홍보 담당 등 다양한 매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2차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 ‘미술로 행복한 삶’은 구현되었나?

2차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2018~2022)은 2017년 새 정부 문화기조인 ‘문화비전 2030-사람이 있는 문화’를 담은 미술 분야 5년간의 정책구상으로 ①미술 창작자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②미술 향유자는 일상 속(지역)에서 미술품을 쉽게 향유할 수 있고, ③미술 매개자는 공정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④중앙과 지방,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을 표방했다. 2차 중장기 계획은 ‘미술로 행복한 삶’이라는 비전 아래 선순환 미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4대 추진 전략, 16개 핵심과제와 44개 세부 과제가 포함된 보다 조밀한 계획으로 발표되었다.

추진 전략 및 핵심 과제

1.자생력을 높이는 창작환경

1. 미술 창작에 관한 정당한 대가 체계 형성
2. 미술계 일자리 창출
3. 창작단계별 체계적 지원 강화
4. 미술 기초역량 강화를 위한 출판, 연구개발(R&D) 지원

2.일상에서 누리는 미술문화

1. 전시콘텐츠의 공유와 지역 확산
2. 중저가 미술품 소비 및 대여 확대
3. 일상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공공미술
4. 생활미술 교육 확대와 인식 개선

3.지속가능한 미술시장

1. 미술은행 기능 확대를 통한 시장 기반 구축
2. 미술품 기반 금융제도 활성화
3. 투명하고 공정한 미술품 시장 육성
4. 한국 미술 교류 활성화

4.미래를 위한 미술 기반

1. 미술 관련 법령 제정(미술진흥법, 미술품 유통법)
2. 미술 소비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선
3. 창작·전시를 위한 공간 확대 및 운영 전문화
4. 공모사업 지원방식 개선

목표
선순환의 미술 생태계 조성

청년에게 희망이 되는 미술
미술 일자리 (’19∼’22년) 신규
1,000개 창출

삶속에서 누리는 미술
미술전시 관람률 (’16년) 12.8%
(’22년) 25%

함께 성장해나가는 미술
시장 규모 (’16년) 3964억 원
(’22년) 6000억 원

비전

미술로 행복한 삶

2차 중장기 계획은 창작 – 향유 -시장 -기반의 4분야를 나누어 각각의 핵심과제를 설정하였다. 창작 분야자생력을 높이는 창작환경 조성을 위한 과제인 미술 창작 대가기준과 표준계약서는 1차 계획에 이어 그 기준과 양식 등을 제시하고, 국 · 공립미술관을 대상으로 한 시범 적용과 간담회를 통해 현장과 논의를 이어 갔다. 2019년 ‘미술창작 대가 기준’ 및 ‘미술분야 표준계약서’ 11종을 문체부 고시로 제정하며 공정한 계약문화를 조성하고 창작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고자 했다. 현재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국 · 공립 기관과 지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적용해 제도화를 추진 중이며, 미술진흥법의 표준계약서 고시 의무 규정을 통해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더불어 미술품 재판매 보상청구권 도입을 처음으로 정책과제로 제시하여 법적 근거 마련과 단계적 도입을 예고했다.

두 번째 추진 전략은 일상에서 누리는 미술문화로, 지역에 전시 콘텐츠 보급을 위한 우수 전시의 유휴 전시 공간 순회와 중저가 미술품 소비 확산과 미술품 대여시장 활성화, 그리고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개선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다. 특히 그동안 작품의 수준 논란, 관리부실과 복잡한 행정으로 인한 업체 중심의 구조 등 문제가 불거졌던 공공미술 제도를 작가 중심으로 전환하고 작가와 주민이 소통하고 주민 수요에 맞는 공공미술 사업으로 개편하는 등의 공공미술 개선안을 제시했다.

세 번째 추진 전략은 지속가능한 미술시장으로, 미술은행의 기능 확대와 미술품 기반 금융제도 활성화(미술품 담보 및 담보보증 지원), 미술품 유통업·감정업의 등록제 도입을 통한 중소화랑 육성과 감정기반 구축을 통한 투명하고 공정한 미술시장 육성을 위한 과감한 정책들이 제시되었다. 이를 위해 2018년 하반기 ‘미술진흥법’과 ‘미술픔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여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계획은 그간 여러 논의와 다양한 버전의 안을 거쳐 2022년 6월 ‘미술진흥법’으로 구현되었다.

마지막 전략 과제인 미래를 위한 기반 마련은 미술진흥을 위한 개별법의 부재와 미술품 유통 관련 제도 부족을 근거로 미술 관련 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미술품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그림이다. 같은 목적으로 문화접대비 내 소액미술품을 추가하고, 상속세의 미술품 물납을 도입하는 등 세제 개선안이 제시되었고, 물납제는 2021년 12월 21일 ‘문화재 및 미술품에 대한 물납 허용 규정’을 신설하여 2023년 1월 1일 이후 상속 개시부터 적용되고 있다. 2차 중장기 계획은 미술시장에 대한 법제화와 제도화의 의지를 강력히 반영한 것으로,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강조,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술계에서는 2차 중장기 계획이 현장의 요구와 현실적 맥락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정책과제라기보다 문체부가 달성해야 할 사업에 대한 ‘성과’, 혹은 ‘실적’을 위한 것으로,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정책이라는6 비판과 더불어 시장 견인에 치우친 정책으로 미술이라는 예술적 특성을 도외시하고 지나치게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차 계획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고도화를 추진했고, 변화하는 생태계의 환경과 현장 의견을 반영하고자 한 측면과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동시에 진흥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 배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겠다.7

그사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시기를 겪었으며, 정부는 문화예술계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추경을 통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조성하고, 비대면으로 전환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했다. 대면 활동이 재개되자 공연장과 전시장의 임대료 지원과 관람료 지원 등을 통해 문화예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견인책을 펼쳤다. 전세계의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의 긴급한 제시를 목도하며 국가별 문화예술 정책 철학과 접근 방식에 대한 차이를 통해 문화정책의 역할과 한계 또한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체부는 미술진흥법의 제정 배경으로 ① 미술진흥을 위한 개별법의 부재, ② 성장한 미술시장의 규모에 따른 공정한 유통질서 조성과 소비자 보호, ③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술업계가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어 지원 근간이 부족했던 부분, 그리고 ④ 미술품 특성에 맞는 창작자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들었다. 코로나 시기 미술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하기에 그 근거로 제시할 통계와 업에 대한 파악이 미흡했고, 정책적으로 산업을 보호하거나 육성시키기에 한계 상황임을 인식하여 미술진흥법 내에 실태조사, 미술서비스업 등록제, 통합미술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이 반영되었다.

6 박신의 「성과 목표치가 아니라 새로운 정책적 전망을 제시했어야 했다」『월간미술』 2018.5 pp. 92~93
7 문체부는 2차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해 ‘미술진흥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를 추진했으며, 12회의 TFT 회의, 11회의 분야별 전문가 토론, 장관 주재 토론회, 10회의 자문회의, 종합토론회와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 공청회 등 현장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미술진흥법에 따른 새로운 진흥 방향성: 시장중심, 다년 프로젝트, 제도적 기반 마련

지난해 12월 ‘미술진흥법과 2024년 미술진흥사업 설명회’를 통해 문체부가 제시한 미술진흥사업의 방향성은 시장중심, 다년도 프로젝트 지원, 제도적 기반 마련이다. 첫 번째 시장 중심은 미술 창작·향유 중심 지원과 미술의 시장화,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지원을 구분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창작지원은 문예위 등 기존의 창작지원 전문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펼치고, 시장 활성화와 해외 진출 지원 관련 사업은 미술진흥 전담기관으로 지정 예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에서 견인하며 그 규모와 내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년도 프로젝트 지원으로, 매년 공모를 통해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모 단계에서부터 다년 계획을 바탕으로 선정하고, 매해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지속 지원함으로써 행정부담을 줄이고 확실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지원하는 방향성이다. 세 번째는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타 콘텐츠 대비 취약한 미술분야 저작권 보호 및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미술 유통 생태계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미술품 감정 분야 사업을 강화한다.

이러한 기조 2024년 예경의 미술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액되었으며, 작가지원, 시장정보제공 및 담론형성, 시장 유통 활성화, 향유 활성화, 한국미술 해외 시장 진출 관련 사업이 개편 또는 신설되었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 부분은 유통 주체를 중심으로 기존의 지원사업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2년부터 키아프-프리즈를 통해 국제화된 한국 미술시장이 그 경쟁력을 홈그라운드에서 확인했다면, 이제 해외 현지 시장개척을 가열차게 진행하고자 하는 그림이다.

예술의 대내외적 환경 변화와 정책의 방향성은 지원사업으로 반영되어 변화와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동일한 목적일지라도 지원의 방식과 대상을 달리하는 등 미술 생태계 전체의 균형과 상호 작용을 고려하며 재설정되거나, 새로운 환경을 반영하는 신규 사업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개별 사업으로만 살피면 보이지 않는 정책의 큰 그림이 그 배경이 되는 정책과 함께 살피며 지원사업 전체를 조망하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이제 문화산업으로의 전략적 성장과 육성을 목적으로 단계적이고 촘촘하게 설정된 지원사업을 살펴보며 정책이 지원사업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파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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