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제371호

특집

한국건축예찬 – 땅의 깨달음
삼성미술관 Leeum의 기획전시실 ‘블랙박스’에서 처음으로 건축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11월 19일부터 2016년 2월 6일까지 열리는 <한국건축예찬 – 땅의 깨달음전>은 한국 전통건축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조망하는 전시이자,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삼성미술관 Leeum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와 이상해 문화재위원장, 김봉열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에게 자문해 한국 전통건축을 대표하는 건축물 10곳(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을 선정했다. 그리고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김재경, 서헌강, 김도균 등 6인의 사진가가 그곳을 촬영했고, 그 결과물은 11권의 사진집으로 출간됐다.
<한국건축예찬 – 땅의 깨달음전>은 건축물 10곳을 크게 세 개의 개념, 즉 天·地·人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눠 구성됐다. 먼저 ‘天-침묵과 장엄의 세계’ 섹션은 종교적, 정신적 세계관과 관련된 불교사찰과 궁궐건축을 비롯해 왕실의 사당인 종묘가 중심이 된다. 두 번째 ‘地-터의 경영, 질서의 세계’는 궁궐건축과 성곽, 관아건축을 포함한 지배 권력에 의한 통치 이면과 터의 경영을 되돌아본다. 마지막으로 서원과 정원, 민가를 하나로 엮은 ‘人-삶과 어울림의 공간’은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 등을 중심으로 사대부와 서민의 삶과 공동체가 어울린 한국 전통건축의 의미를 음미해본다. 한편 이 전시에는 건축물 사진 외에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와 <경기감영도>를 비롯한 평소 보기 힘든 고미술품이 함께 선보인다. 이밖에도 석굴암의 축조과정을 3D로 재현한 영상과 디지털 확대기술 등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역동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월간미술》은 화보를 실어 전시장의 현장감을 전달하는 동시에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삼성미술관 Leeum 이준 부관장과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과의 대담을 통해 융합형 전시를 표방하는 이 전시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방법 |이강근
융합의 방법론으로 구현한 한국전통건축의 미학과 정신 |이준  김홍희

편집실에서56

모니터 광장 58

열혈 독자·도움을 주신 분들  60

칼럼62
작가 P에게 부치는 편지 : 2015년 한국 청년미술을 되돌아보며 |임근준 AKA 임범묵

사이트 앤 이슈64
예술의 열기 불태우는 부천 폐소각장 |백기영

핫 아트 스페이스 66

특집  한국건축예찬 – 땅의 깨달음 72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방법 |이강근
융합의 방법론으로 구현한 한국전통건축의 미학과 정신 |이준  김홍희

화제의 전시 100
<무현금?전통과 현대의 조우>  전통은 현재의 가능성이다 |손진우

테마 기획  프랭크 스텔라 & 미니멀리즘 106
미니멀리즘의 살아있는 전설과의 대담 |안희경
“미니멀리즘에서 맥시멀리즘으로 가는 길”  | 서상숙
춤추는 금속, 음악적 덩어리 : 프랑크 스텔라의 역사성과 법칙 |진휘연
미니멀리즘 :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교차점 혹은 양다리 |조주연

스페셜 아티스트130
김주현‘단순하게 복잡한’ 김주현의 프랙탈 구조 | 윤난지

작가 리뷰138
김택상 극미(極微)한 차이들의 알움다움 |케이트 림
최기석 태도를 고백하는 시간 |전수연

월드 리포트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리뷰150
프랑스검은 대륙을 위한 비엔날레? | 심은록
미국 전 세계의 긴박한 상황이란? |서상숙
영국모든 세계의 미래? 모든 세계의 상처 | 지가은
오스트리아 해프닝과 총감독의 미적취향 사이 |박진아
중국장르 간 경계 허물기 | 권은영
일본 일본관 작가 선정방식과 과정에 대한 마찰음 |마정연
독일 네트워크 속에서 변화하는 이미지에 대한 단상 |최정미

크리틱158
댄싱 마마·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이세현·류준화·박영균·거시와 미시·이호인·2015 경기 크로스 뮤지엄

리뷰 168

프리뷰 170

전시표 174

아트포럼178
‘화가 이대원 별세 10주년 기념 평론상’ 당선작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의 변증법적 초월 | 김이순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3 184
그림 걸 자리|최예선

아트북186

아트저널 188

독자선물 194

편집후기 196

[separator][/separator]

Editor’s Letter 56

Monitor’s Letters58

Devoted Reader · Contributors60

Column62
To Artist P: Look back Korean Young Artist Scene|Lim Geunjun

Sight & Issue 64
2015 AR Towns|Peik Kiyoung

Hot Art Space66

SPECIAL FEATURE72
A Homage to Korean Architecture – Wisdom of the Earth
Lee Ganggeun, Lee Jun & Kim Honghee

Exhibition Topic 100
Muhyungeum|Son Zinoo

Theme Feature106
Frank Stella & Minimalism
Ahn Heekyung, Suh Sangsuk, Jin Whuiyeon, Jo Juyoun

Special Artist 130
Kim Joohyun|Yun Nanjie

Artist Review 138
Kim Taeksang | Kate YK Lim
Choi Kiseog|Joun Sooyoun

World Report 150
The 56th Venice Biennale Review
Sim Eunlog, Suh Sangsuk, Ji Gaeun, Park Jina, Ma Jungyeon, Kwon Eunyoung, Choi Jungmi

Critic158

Review 168

Preview170

Exhibition guide 174

Art Forum178
Lee Daiwon|Kim Yisoon

Choi Yesun’s Sweet Workroom 3  184

art book 186

art journal188

readers gift194

postscript 196

2015년 11월 제370호

특집

중고교 미술교과서, 미술교육을 말하다
지난 9월 교육부는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을 고시했다. 발표와 동시에 많은 사람이 개정안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논란이 되며 새삼 교과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미술교과서로 눈을 돌려보자. 미술교과서와 미술교과 현황에 관한 관심은 국영수 등 대학입시를 위해 필요한 과목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미술수업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고취시키고 삶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교양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청소년기 미술수업은 학생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교과과정의 주 교재로 사용되는미술교과서는 과연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을까?
《월간미술》은 공교육의 기본 교재인 교과서를 중심으로 중고교 미술교육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미술교육의 중요성을 돌아보고 교육현장의 실태를 주목한다. 우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미술교과서 구성과 디자인의 변천사를 알아본다. 또한 현직 교사의 생생한 수업현장 이야기를 통해 현재 중고등학교 미술수업의 현실을 살펴본다. 나아가 미술교과서의 활용방안, 문제점 그리고 중고등학교 미술교육의 대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 72

모니터 광장 74

칼럼 76
고귀한 고통의 승리, 그 벽화의 부활을 | 이반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공공성 | 김소연

핫 피플 80
김영나 용산 시대 10년, 국립중앙박물관은 변화 중 | 황석권

사이트 앤 이슈 82
<굿-즈> 지속가능한 구조를 위한 작은 움직임, 그리고… | 신혜영

핫 아트 스페이스 86

이태호 교수의 진경산수화 톺아보기4  90
서울이 아름답다 19세기 도성도, 삶의 공간을 담다 | 이태호

특집 중고교 미술 교과서, 미술교육을 말하다 96
중고등학교 미술교육 현장 | 김인규
미술교과서의 시대적 흐름 | 박주영
미술교과서의 어제와 오늘 | 김달진
좌담 :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의 실태 | 박만용 윤동천 윤희수
풍경과 면역력 | 김규항

스페셜 아티스트 114
이승택 점과 선이 묶어낸 실험적 드로잉 | 임수영

작가 리뷰 122
이명미 그녀의 허밍, 말해주세요 | 남인숙
이기칠 이 남자가 피아노를 치는 이유 | 이준희

전시초점 134
<안규철 개인전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나’와‘너’는 그렇게 만난다 | 안규철 함성호

전시와 테마 142
<고대불교조각대전-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피안으로 인도하는 금빛 불상의 미소 | 강희정

월드 토픽 152
<볼프강 틸만스展> 동시대란 무엇인가 | 마정연

크리틱 158
소리공동체·김신일·이형구·노충현·연기백·이우성·이소영

리뷰 166

프리뷰 168

전시표 174

뉴페이스 178
황민희 왜곡된 타인의 취향, 감정 그리고 상황 | 황석권
박창식 부조리한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 이슬비
이채영 당신이 지나고 남은 자리 | 임승현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2 184
평상이라는 우주 | 최예선

아트북 186

아트저널 188

독자선물 194

편집후기 196

[separator][/separator]

Editor’s Letter 72

Monitor’s Letters 74

Column 76
Reinstate the Mural at Dorasan Station | Lee Ban
Art vs. Censorship | Kim Soyeon

Hot People 80
Kim Youngna | Hwang Sukkwon

Sight & Issue 82
GOODS | Shin Hyeyoung

Hot Art Space 86

LEE TAEHO’S JINKYUNGSANSU SKETCH 4 90
Seoul is Beautiful_Dosungdo | Lee Taeho

SPECIAL FEATURE 96
State of Secondary School Art Coursebook & Education |
Kim Ingyu, Park Jooyoung, Kim Daljin, Park Manyong, Yoon Dongchun, Yoon Heesu, Kim Kyuhang

Special Artist 114
Lee Seungtaek | Leam Sooyoung

Artist Re view 122
Lee Myungmi | Nam Ihnsook
Yi Geechil | Lee Junhee

Exhibition Focus 134
<Invisible Land of Love> | Ahn Kyuchul, Haam Seongho

Exhibition & Theme 142
<Masterpieces of Early Buddhist Sculpture, 100BCE-700CE> | Kang Heejung

World Topic 152
<Wolfgang Tillmans> | Ma Jungyeon

Critic 158

Review 166

Preview 168

Exhibition guide 174

new face 178
Hwang Minhee | Hwang Sukkwon
Park Changsik | Lee Seulbi
Lee Chaeyoung | Lim Seunghyun

Choi Yesun’s Swee t Workroom 2 184

art book 186

art journal 188

readers gift 194

postscript 196

2015년 10월 제369호

특집

가을 미술여행을 위한 전시가이드
좌풍우경(左風右景)이라 했다. 왼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오른편의 경치를 보라는 말이다.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계절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답답한 일상이 주는 중압감을 벗어던지기에는 나들이만한 것이 없다. 스스로 익숙한 것과 떨어져 낯선 곳에 머무는 여행의 감흥은 작품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제안컨대, 이 가을 독자 여러분께서 계획한방문지 리스트에 인근의 전시장을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
《월간미술》이 전국에서 열리는 전시를 소개한다. 전주 대전 부산 춘천 천안 담양 강화 영천 이천 그리고 마을미술이 열리는 화순과 영천, 영월이다. 기획전을 비롯해 작가 개인전, 그리고 미술을 매개로 한 프로젝트를 망라한다. 때로는 화이트 큐브 안에서, 때로는 열린 공간에서 만나는 작품은 그곳을 방문하는 독자 여러분의 예술적 공복감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여정의 중간에 먼지 묻은 신발 털듯 본지가 추천하는 전시장을 방문해 잠깐의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

편집실에서 76

모니터 광장 78

열혈독자·도움주신 분 80

칼럼 82
‘고양이의 날’에 만나는 행운 | 고경원

핫 아트 스페이스 84

특집 가을, 미술여행을 위한 전시가이드 90
부산·전주·대전·춘천·천안·담양·강화·영천·이천
우리에게 현대아시아는 무엇인가? | 김찬동
환영의 귀환, 주관적 리얼리즘으로 진화한 21세기 하이퍼리얼리즘 | 유현주

전시초점 112
공예의 제작과정이 말하는 것들 | 박남희

스페셜 아티스트 120
조덕현 유크로니아의 조덕현과 예술행위 | 강수미

작가 리뷰 128
송필용 땅과 물의 인문적 정신세계를 담다 | 변길현
손진아 실체의 상징으로서 선과 패턴들 | 조관용

월드 토픽 140
<아니쉬 카푸어展> 아시쉬 카푸어, 베르사유 정원에 에로스와 카오스를 초대하다 | 심은록

월드 리포트 146
예술을 무기로 한 명품 브랜드의 대 중국 공략기 | 권은영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 2015>예미술에서 제3의 눈 뜨기 | 최효준

뉴페이스 154
기슬기 주변의 익숙함에서 낯섦을 발견하기 | 황석권
서원 모순을 확장시킨 나만의 공간 | 이슬비
강호연 그럴 줄 알면서도 | 임승현

크리틱 160
동아시아 페미니즘 : 판타시아·김구림&김영성·김은진·고정수·김동규·연결고리·유쥬쥬마C

리뷰 168

프리뷰 170

전시표 176

강성원의 인문학미술觀 9  180
만들어진 전통의 가치? | 강성원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1 184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사이 | 최예선

아트북 186

아트저널 188

독자선물 194

편집후기 196

[separator][/separator]

Editor’s Letter 76

Monitor’s Letters 78

Devoted Re ader·Contributors 80

Column 82
Lucky Cat | Ko Kyoungwon

Hot Art Space 84

SPECIAL FEATURE 90
The Grand Tour of Korea in Autumn | Kim Chandong, Yu Hyunju

Exhibition Focus 112
<The 2015 Cheongju International Craft Biennale>  | Park Namhee

Special Artist 120
Cho Duckhyun | Kang Sumi

Artist Re view 128
Song Philyong | Byun Gilhyun
Sohn Jinah | Cho Kwanyong

World Topic 140
<Anish Kapoor> | Sim Eunlog

World Report 146
<Beyond-the Walls>  | Kwon Eunyoung
<the 6th Echigo-Tsumari Art Triennale> | Choi Hyojoon

New face 154
Ki Seulki | Hwang Sukkwon
Seo Won | Lee Seulbi
Kang Hoyeon | Lim Seunghyun

Critic 160

Review 168

Preview 170

Exhibition guide 176

Kang Sungweon’s Art & Humanities 9 180
Tradition | Kang Sungweon

Choi Yesun’s Sweet Workroom 1 184

art book 186

art journal 188

readers gift 194

postscript 196

EDITOR’S LETTER

잡지의 숙명?

청명한 가을하늘이 반가운 요즘이다. 대기도 뽀송뽀송, 상쾌한 기분을 부추긴다. 이런 계절 감각에 걸맞게 이번호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다. 앞선 7, 8월호가 국립현대미술관 문제나 광복 70주년처럼 첨예하고 시의성 있는 주제로 숨 가쁘게 내달렸다면, 이번 9월호는 숨 고르며 한 템포 쉬어가듯 완급을 조절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여느 때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형식이 헐렁해진 건 아니다. 예컨대 은둔 생활을 하는 작가 김명숙과 요즘 보기 드물게 목판화 작업에 외길을 걸어온 정비파 작가의 작가론은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깊이 있는 글이다. 그리고 법고창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문봉선 교수의 개인전 소식과 국립현대미술관 <2015 올해의 작가상> 후보 4인 인터뷰, <都城圖>를 테마로 한 이태호 교수의 연재와 현장감 있는 구보다 시케코 추모 기사 등 무엇 하나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특집 또한 신선한 시도로 봐주길 바란다. 미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중문화 현상을 참신하게 풀어낸 기획이라고 자평한다. 물론 마감직전까지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난관에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우리 편집부 막내 기자와 동갑내기 디자인 팀장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기사다. 맛깔난 요리 한 접시를 독자들에게 대접하게 된 것 같아 기특하고 덩달아 흐뭇하다.
한편, 이번호는 광고 지면이 부쩍 늘었다. 솔직히 말해 이 대목에서 표정관리가 쉽지 않다. 회사 수익 면에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런 내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광고 많은 잡지를 싫어하는 독자가 적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 독자는 잡지에 광고가 많으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는다. 상대적으로 책의 내용이 빈약하다거나 원치 않는 광고를 일방적으로 접하게 되는 상황을 불편해 한다. 나 역시도 한때 명품광고 일색인 멤버십 매거진이나 온갖 요란한 상업광고로 도배된 여성지를 보면서 짜증을 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다른 잡지나 신문, 방송을 보면서 광고가 많으면, ‘아~ 이 매체가 이렇게 인기 있고 영향력이 크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ARTFORUM》 《Art in America》 《ART》 같은 외국 유명 미술전문지는 광고가 엄청나게 많다. 특히 《ARTFORUM》은 3분의 2 이상을 광고가 차지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전 세계 독자는 이런 책에서 기사뿐 아니라 광고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국내 미술계에서 《월간미술》은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고 신뢰하는 매체다. 발행부수를 비롯해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크다. 그러니 광고주 입장에선 당연히 효과적인 홍보수단으로 《월간미술》을 선호한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회사 수익과 직결된 광고가 우선인지 책 본연의 목적인 기사가 우선인지는 처한 입장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편집장으로서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편집부 기자들은 광고를 목적으로 책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좋은 기사로 좋은 책을 만들면 광고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월간미술》에서 광고와 관련된 업무는 편집부와 상관없이 전적으로 광고담당 부서에서 전담한다.
정리하자면, 《월간미술》은 비영리 공익기관이나 자선단체가 아니다. 엄연히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출판기업이다. 따라서 광고 수주와 정기구독 유치를 통한 안정된 재정 조달이 회사존립의 최우선 전제 조건이다. 언젠가도 이 자리에서 밝혔듯이 《월간미술》은 모든 필자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한다. 지금까지 단 한차례 지연되거나 빠트린 적이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와 같은 배경엔 분명 광고료 수입이 큰 몫을 차지한다. 사정이 이러니 혹여라도 그동안 《월간미술》에 실린 광고를 무조건 미워(?)했거나 심지어 시기하고 질투했던 독자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잡지의 숙명’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기사 못지않게 광고 또한 정보취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관심 있게 봐주기 바란다고 말이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COLUMN

역사적 자료의 중요성과 아카이브의 힘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낯선 단어이던 ‘아카이브 (archive)’가 이제는 일반인도 알 정도로 친숙해졌다. 간단히 말해 기록된 자료를 의미하는 이 전문용어가 이처럼 친숙하게 된 이면에는 미술자료연구가 김달진의 노력이 크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예컨대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공미술관들이 나름의 자료실을 갖추고 있었으나,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순전히 아카이브 자료만의 전시로 발전한 것은 김달진미술자료 박물관에 이르러서이다.
최근 선보인 <한국미술 전시공간의 역사전>(7.24~10.24)은 순전히 전시 자료에 관한 전시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말만 들었지 실물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었던 희귀자료 250여 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일 게다. 가령 개성부립박물관 신축공사 설계도 3호(1931, 국가기록원 소장)는 이 역사적인 건물이 지어질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준다. 더군다나 이 박물관의 위치가 지금은 갈 수 없는 북한 땅 개성에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하다. 지금도 이 건물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무슨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우리는 이 설계도면 하나를 앞에 놓고 갖가지 상상을 할 수 있다. 특히 이 박물관이 미술인에게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고(故) 고유섭 선생 때문이다. 이 박물관은 1931년 개성의 유지들이 헌금을 모아 지은 것으로 고유섭 선생은 1933년에 이곳에 초대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한국근대미학 및 미술사의 선구자 고유섭 선생의 업적에 대해 논하기에는 지면이 짧아 생략하거니와, 아무튼 이 한 장의 도면이 이처럼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만 밝혀두고자 한다. 이야말로 미술자료가 지닌 힘이 아닌가. 대한민국이 문화 국가임을 자부하고 나아가서 문화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아카이브’에 대해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한 전시에는 조선총독부가 시정 5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조선물산공진회의 미술관 신축설계도(1915, 국가 기록원 소장)도 출품되었다. 오늘날의 엑스포에 해당하는 이 물산공진회는 일제가 조선을 강제 병합(1910)한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저간의 시정을 보여주려는 목적에서 꾸민 것이다. 말하자면 순전히 대국민 홍보용 전시로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전시였다. 이 건물은 행사가 끝난 후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사용되었다. 이 한 장의 설계도면은 1936년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한 덕수궁미술관 입면도와 함께 1930년대 당시 일제에 의해 서양풍의 건물이 이 땅에 많이 지어졌음을 입증해주는 시각적 자료물이다. 따라서 이런 자료들은 서양의 근대가 일제를 통해 어떻게 이땅에 수입되고 어떤 문화적 갈등과 충돌을 일으켰으며, 또 부분적으로는 어떻게 토착화했는가 하는 첨예한 문제들를 풀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비단 건축물의 설계도면에 그치지 않고 100여 년에 걸친 전시의 역사 속에서 한국미술이 어떤 도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점을 구체적인 실증자료를 통해 입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가령, 명동화랑에서 열린 전시 <한국 현대미술 1957~1972: 추상=상황 및 조형과 반조형> 도록은 당시 일개 상업화랑에 지나지 않은 명동화랑이 미술관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업 활동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국내 상업화랑들에 시사하는 바가 큰 자료이다. 명동화랑 사장이자 초대 한국화랑협회장을 역임한 고(故) 김문호 선생을 기리는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이 한 장의 자료가 생생히 말해준다.
윤진섭 시드니대 명예교수

SIGHT & ISSUE 백남준 선생 곁으로 간 부인 구보타 시게코를 생각하며

아직도 구보타 시게코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백남준 선생이 돌아가신 후에 혼자서 외롭지 않냐고 묻자 “나는 항상 남준과 같이 있는데 왜 그런 질문을 하나?” 하면서 그와 항상 함께 있다고 단호히 말씀하시던 모습이 뇌리에 선명하다.
1984년, 백남준 선생이 35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당시 서울 가회동에 있는 한국미술관을 방문하셨고, 필자가 부인 구보타 시게코를 김윤순 관장께 소개하며 두 사람이 일본어로 대화 가능할 테니 서로 친구로 지내면 좋겠다고 소개한 것이 첫 인연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임창렬 당시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에 백남준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추진위원이었던 김윤순 관장은 후보 부지 가운데 평소에 백남준 선생께서 큰 관심을 보이던 DMZ근처 초평도를 지지했으나 여러 여건상 현재의 용인시 자리로 결정됐다. 2006년 1월 29일 백남준 선생은 미술관 건립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해 봉은사에서 열린 49재 추모행사 참석자 명단에 부인 구보타 시게코가 없는 것을 보고 김 관장이 급히 미국에 연락해 추모행사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구보타 시게코는 김 관장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수시로 말씀하셨다. 2006년에는 필자 역시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거주하던 때라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한국 방문 후 미국으로 돌아오셨을 때에 찾아뵙고 위로해 드렸다. 백남준 선생 생전에 늘 함께 가셨다는 인근 식당에 가서 백 선생이 즐겨 드시던 음식을 시켜 같이 먹었다. 그는 선생과 함께 했던 흔적을 좇으면서 식당주인과 늘 주고받던 농담을 되 뇌이며 과거를 추억했다. 며칠 후 다시 구보타 시게코 여사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4월 26일 구겐하임에서 백남준 선생 추모식을 하니 꼭 오라고 하셨다. 백남준 선생 친구들의 회상 메시지와 오노 요코의 퍼포먼스가 이어지면서 구겐하임을 가득 메운 관객은 백남준을 추모했다.
한국미술관은 백남준 선생 추모 1주기 전시(2007.1.29)에 이용우 선생과 방송인 조영남을 모시고 구보타 시게코 여사와 토크 쇼를 진행했다. 2주기(2008.1.29)에는 무속인 김금화를 초대해 진혼굿을 했고, 3주기(2009.1.29)에는 백남준 문화 콘텐츠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처럼 모든 행사에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참석했다.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면담도 하고, 용인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증도 받았다.
2012년 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행사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사이 심해진 지병으로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로 이동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못하였다. 그는 백남준을 사랑하면서 남편의 나라 한국도 사랑했다. 지난 3월 초 뉴욕의 구보타 시게코 여사를 방문해서 내년 백남준 10주기 추모행사에 꼭 오시라고 하니 여사는 수술부위를 내보이며 이제 힘들어 더 이상 한국에 가지 못할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 하셨다.
몇 달 지나 6월 30일자 소인이 찍힌 구보타 시게코 여사의 편지가 김윤순 관장 앞으로 왔다. 한국미술관의 발전을 기원하고 김 관장과 나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김 관장은 반가운 마음에 미국에 전화를 했는데 정작 구보타 시게코의 목소리가 힘이 없고 통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김 관장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감지했다. 과거에도 수시로 입원했다가도 몇 주 후 다시 연락되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통화한 경우가 많아 위안을 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7월 30일 오후 뉴욕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필자는 백남준 선생의 집이 있는 머서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Greenwich Village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장례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유족과 하객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도예가 박영숙 선생께서 백자 유골함을 유족에게 드릴 선물로 주셨기에 장례위원에게 말씀 드리니 꺼내서 곁에 진열하자고 했다. 일본에서 큰언니 호소 게이코와 여동생 구보타 유코, 조카 호소 레이코 씨가 유족으로 참석했고, 백남준 선생 생전에 구보타 시게코 여사와 함께 선생의 작업을 돕고 우정을 쌓았던 친구들이 참석했다. 노먼 발라드와 요한 자우라커가 장례진행을 담당했고 Streaming Museum의 니나 콜로시, EAI의 노라, MoMA의 바바라 런던,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 등 유명 인사들이 저녁 6시에서 9시까지 이어진 장례식을 지켜봤다. 백 선생 곁으로 가는 시게코 여사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조문객들은 모두 구보타 시게코 여사의 얼굴을 보며 “이제 백남준 곁으로 가니 행복한가봐요. 그지없이 편안해 보이네요” 하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엿새 후 8월 5일 백남준아트센터와 한국미술관에서 구보타 시게코 여사 추모행사를 준비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 마련된 빈소에서 각계 인사들의 조문사로 추도식을 갖고 뒤이어 한국미술관에서는 구보타 시게코 여사 관련 사진자료와 영상, 성우 고은정 선생이 직접 지으신 추모시 낭송이 있었다. 그리고 뉴욕에서 백남준 선생 부부와 인연을 맺고 끈끈한 정을 나누던 무용가 홍신자 선생께서 특별히 추모 퍼포먼스를 헌정했다.
한국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여기 오면 집 같아. 마음도 몸도 편해지네” 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펼쳐 놓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날도 분명 의자에 앉아 우리의 추모식을 지켜보고 계셨음에 틀림없다.
안연민 경기도 박물관협회 회장, 한국미술관 공동관장

8월 5일 저녁 한국미술관에서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현대무용가 홍신자의 추모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8월 5일 저녁 한국미술관에서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현대무용가 홍신자의 추모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HOT PEOPLE 김이삭 헬로우뮤지엄 관장

오유경, 움직이는 도시

아이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가 오유경의 〈움직이는 도시〉

“어린이에게 예술은 놀이다”

2007년 11월 국내 최초의 사립 어린이미술관으로 개관한 헬로우뮤지움. 이곳은 오직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시각미술을 보고 경험하며 예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서 사랑받아왔다. 그로부터 약 8년이 흐른 올해 8월, ‘동네미술관’이란 친근한 이름으로 헬로우미술관이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새롭게 인사를 건넸다. ‘동네미술관’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은 어린이뿐 아니라 동네 주민으로 확장됐다. 개관전 〈놀이시작〉(8.8~9.30)에 참여한 오유경 작가는 종이 박스를 활용해 성동구 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돌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장난감 블록처럼 종이상자를 쌓으며 지역의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역민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어 ‘동네미술관’의 취지에 잘 부합된 모습이다. 이외에도 이번 개관전에는 강영민, 오유경, 홍순명, 홍장오가 참여했다.
기존 어린이미술관이 강남 역삼동에 위치해 다소 진입 문턱이 높다는 한계를 고민해온 김이삭 관장은 이를 뛰어넘기 위해 지역 문화기반 시설이 취약한 곳, 교육비 지출이 적고, 어린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오랜 기간 조사한 끝에 성동구에 새로운 미술관을 세웠다. 지역의 문화적 갈증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네미술관’ 개관 열흘 만에 1,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며 무더운 여름을 아이들의 열기로 더 뜨겁게 달궜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로 미술관 관객의 폭을 확장하고 미래의 관객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인 김이삭 관장은 국내 국공립미술관 에듀케이터 직함을 받은 1호 에듀케이터이자 전시기획자다. 김 관장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녀는 우연히 일하게 된 스미소니언 자연사미술관에서 주변의 권유로 ‘뮤지엄 에듀케이션’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생소한 미술관·박물관 부서에서 근무 하게 됐다. ‘에듀케이터’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전공을 미술관교육학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에듀케이터’의 길을 걷게 됐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개관 준비를 도우며 본격적으로 에듀케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어린이미술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시발하던 시점이었기에 그는 시작단계의 많은 미술관에서 건립을 위한 제반 업무를 담당했다. 그녀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지금의 그녀와 헬로우뮤지움을 있게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 조직을 거느리는 기관의 특수성에서 오는 단점을 보완하고 자신이 직접 꾸린 창작적 콘텐츠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대안적인 공간 건립을 이끌어냈다. 김이삭 관장은 “헬로우뮤지움은 사립미술관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대안적 성격’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적 권력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탄생한 박물관·미술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적 공간”으로 나아가려는 ‘동네미술관’의 방향성을 내비쳤다. 미술 전문가가 만들고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수를 위한 공간이 ‘동네미술관’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 관장은 “3~5년 안에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미술관을 접으려고 한다”고 이야기할 만큼 ‘동네미술관’ 운영에 열정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거대자본 없이 소자본으로 개인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새로운 형태의 벤처기부펀드인 씨프로그램(C program)과 서울문화재단 등이 재정을 후원한다. 한편 ‘동네미술관’을 둘러싸고 체험프로그램 2만 원, 전시 관람료 5천 원이란 금액이 무리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서 김 관장은 “도서관처럼 무료로 와서 보고 빌려가는 공간이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한편으로 문화는 무료가 아니기 때문에 유상의 콘텐츠라는 인식은 갖되 최대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라고 답했다.
‘동네미술관’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미성년자는 관람불가한 영화가 있듯이 전시에서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방식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믿는 김이삭 관장의 비전이 금호동을 넘어서 ‘동네미술관’이라는 고유한 형태의 전시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승현 기자

김 이 삭 Kim Ysaac
1974년 태어났다.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관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이화여대 대학원 디자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미국 국립건축박물관 등에서 근무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김종영미술관에서 근무했다. 2005년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을 개관하고 이끌어가고 있으며 올해 8월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을 개관했다.

SIGHT & ISSUE 〈공간의 탐닉전〉 부천시 舊삼전동소각장 7.15~8.17

IMG_2551

위 강영민 <조는 하트 무지개>(풍선 작업) 애드벌룬, 현수막 400×400×30cm, 90×700cm 2015 이수진 (사진 앞) 사견막, 나무 프레임,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4  아래 한석경 <형상기억-부천> 소각장의 먼지, 풍선, 물 가변설치 2015

소각된 기억, 지역민과 함께 소생하다

부천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은 1995년 가동을 시작, 2010년까지 생활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던 곳이다. 환경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대함에 따라 2010년 가동을 중단했으나 이후 재활용 방안을 놓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며 철거를 미루고 빈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이곳에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공간의 탐닉전>(7.15~8.17)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20여 명(팀)의 작가가 참여, 공간의 역사와 주변 주거 생태와 관련한 작품을 출품했다. 대규모 플랜트 공간이었던 이곳은 소각 장비 등이 완전히 철거되지 않아 어수선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상태였다. 작가들은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 이곳에서 발견한 재료와 사라진 것들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다.
관리동 지하에 설치된 조형섭의 <There was no Shelter>. 빗물이 고인 지하를 바다로 해석하여 나뭇배를 설치함으로써 사방이 막힌 음침한 공간이 확장되었다. 여여(如如)는 이곳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으며, 박상덕의 <고물상, 고철나무>는 이곳에서 발견한 각종 재료를 이용하여 오브제 작업으로 풀어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한석경은 <형상기억-부천>을 출품했다. 김치앤칩스의 <Luna-01>은 소각 대상 폐기물이 쌓여 있던 대규모 벙커(높이 29.5m) 벽면을 활용하여 선보인 영상작업으로 앞으로 이 공간 쓰임새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층고가 7m에 달하는 벙커 옆 반입실에 설치된 김기철의 사운드작업 <Mixed One>은 공간을 어떻게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되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훈희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디렉터는 “이곳에서 진행될 사업이 다른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관 주도로 진행되는 리모델링에 시민과 예술가들이 참여해 소통을 ‘프로세스화’ 한다는 것”이라며 “부천은 미술전시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데 지역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벌인 이러한 사업을 통해 문화 향유에 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한편 삼정동 소각장은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각종 예술장르의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양산하면서, 지역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부천=황석권 수석기자

위 강영민 <조는 하트 무지개>(풍선 작업) 애드벌룬, 현수막 400×400×30cm, 90×700cm 2015
이수진 <The Deep Stay>(사진 앞) 사견막, 나무 프레임,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4
아래 왼쪽 한석경 <형상기억-부천>
소각장의 먼지, 풍선, 물 가변설치 2015
오른쪽 박상덕 <고물상(古物商) 고철나무(古鐵-)> 버려진 것들 가변설치 2015

왼쪽 김기철 <Mixed One> 음향장치, 종소리 583×400×400cm 2015
오른쪽 조형섭 <There was no shelter>

HOT ART SPACE

광복 70주년 특별전
서대문형무소/서울시청 시민청갤러리 8.1~23/8.11~30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와 서울시청 시민청갤러리에서는 뜻깊은 전시가 열렸다. <돌아온 이름들전>(위, 아래 왼쪽)과 <24시간전>이 바로 그것. 먼저 <돌아온 이름들전>은 잊혀진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현재에 호출하는 퍼포먼스를 사운드 아트로 펼쳐냈다. 또한 <24시간전>은 광복 당일 라디오를 통해 퍼진 광복의 소리를 재생하여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사운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동엽 (2)

이동엽 개인전
학고재갤러리 7.17~8.30

최근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의 1세대 작가로 평가받는 故 이동엽(1946~2013)의 개인전. 작가는 40여 년 화업을 이어가면서 흰색과 회색을 주로 이용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 전시는 타계 후 비교적 덜 부각된 작가와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데 의의가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더페이지 (1)

최명영 개인전
더페이지갤러리 8.12~9.20

<평면조건-몸을 드리다>로 명명된 작가의 개인전은 40여 년에 이르는 그의 작업세계를 일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홍익대 명예교수인 작가의 ‘평면’이라는 공간 탐구를 통해 단색화의 또 다른 영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컬러스터디_사비나 (13)

컬러 스터디
사비나미술관 7.29~10.23

다양한 색에 대해 탐구하는 10명(팀)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 시각예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색은 이 전시를 통해 그 자체로 조형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기존의 색에 대한 뿌리박힌 인식을 깨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용한점집_자하미술관 (2)

용한점집
자하미술관 8.13~9.20

한국인의 정신적 유산으로 샤머니즘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시는 바로 우리 소통의 바탕에 샤머니즘이 내재해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나 미신으로서 샤머니즘의 비문명성을 극복하고 그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곽이브

곽이브 개인전
갤러리 조선 8.12~25

시스템과 환경에 대해 건축적인 해석을 해온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평평한 것은 동시에 생긴다>로 명명됐다. 박스 작업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책을 절취하고 그것이 영상으로 보여지는 작업 등을 선보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종영 (5)

김종영과 그의 빛
김종영미술관 8.6~28

김종영 탄신 100주년을 맞아 <불각의 아름다움,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전>의 2부 격에 해당하는 전시다. 김종영의 조각세계가 후배들에게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그 양상을 살펴보는 전시로, 미술관이 주관하는 ‘김종영조각상’ 수상작가와 ‘오늘의 작가’ 선정 작가들이 참여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성남아트센터 (1)

유럽현대미술전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7.29~10.11

프랑스 현대작가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작품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니키 드 생팔, 오를랑 등 22명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현대미술의 맥락을 살펴보는 전시.

[section_title][/section_title]

허산 (2)

허산 개인전
일주&선화갤러리 7.24~9.25

전시 타이틀 <벽을 깨다>가 암시하듯, 전시장을 실재와 환영이 공존하는 장소로 꾸민 전시. 건축적으로 매우 위험해 보이지만, 모두 작가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또한 벽면 뒤에 숨어 있는 숲을 통해 상상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공간을 재현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우양 (2)

실재와 가상의 틈: 한국_러시아 미디어아트의 오늘
우양미술관 7.25~9.30

한·러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한국의 김영호 중앙대 교수와 러시아의 안드레이 마티노브 <모스크바비엔날레> 제너럴 디렉터가 아트디렉터를 맡았다. 한국에서는 뮌 박준범 유현미 이명호 천경우 한성필이, 러시아에서는 막심 코홀로디린, 라우프 마메도브, 블라드미르 마르티노브, 알렉산드라 미틀얀스카야, 비탈리 푸쉬니츠키, 레오니드 티슈코브가 총 53점을 출품했다. 전시 타이틀처럼 미디어작업이 주로 출품된 가운데 사진과 평면, 설치작업 등도 선보여 다양한 매체의 활용을 보여준다. 전시는 실재와 가상의 맥락을 함께 보여주면서 그것들이 조우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파장을 살펴본다. 비교적 접하기 힘들었던 러시아 현대미술을 근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

SPECIAL FEATURE 먹고, 요리하고, 예술하라

Food in Art History
서양미술사에서 음식은 주제나 소재, 매체 때론 개념적 의미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뤄졌다. 음식물이 자주 등장하는 17~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는 다양한 알레고리와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성스러운 ‘일용할 양식’에서, ‘관계’를 맺는 도구의 매개체로 자리 잡기까지 미술과 음식의 ‘맛있는’ 만남의 과정을 살펴본다.

미각의 반격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식사는 식욕의 결과일 뿐 아니라, 몸과 정신을 지탱하는 살과 피가 되므로 삶의 주된 동력원(動力源)이다. 먹은 음식과 남은 음식은 곧 소화되거나 부패할 것이므로 소멸과 죽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알레고리적인 그림이나 종교적인 도상 속에 나타난 날것의 식재료나 조리된 음식은 삶의 유한함을 명심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의미뿐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을 포함한 삶의 다양한 층위들을 드러낸다.

미각의 관능성
프로이트는 식욕과 성욕을 비슷한 본능적 욕구로 보았다. 구강 만족과 성적 만족 사이에는 끊어질 수 없는 연관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는 것과 섹슈얼리티의 관련성은 ‘미각(味覺)’을 의인화한 그림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정물화가는 인간의 본성을 알레고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오감을 풀이하는 그림을 자주 그렸다. 오감이란 사람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통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본능의 충동에 빠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얀 브뤼헐의 오감 연작은 오감을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여 그린 예이다. 이중 〈미각〉은 식탁 에 앉은 여인이 그리스로마신화 속 반인반수이자 성적 방종의 소유자 사투르누스가 따라주는 포도주를 받으면서 음식을 맛보고 있다. 화면의 앞쪽에는 고기가 될, 사냥한 온갖 날짐승들이 무질서하게 널려있고, 식탁 위에는 사치스러운 연회에 주로 등장하는 백조와 공작고기로 만든 파이, 석화, 그리고 생선과 과일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미각은 풍요 가운데 리비도가 넘실대는 이미지다.
미각은 후각과 더불어 오감의 체계 중 가장 하위의 감각으로 치부되어 왔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각과 청각을 이성적이고 남성적인 감각으로 여긴 반면, 후각과 미각은 촉각과 한데 묶어 동물적이고 여성적인 감각으로 여겼다. 후각과 미각, 촉각은 육체의 쾌락과 고통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명료한 생각의 작동을 방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식탐은 성욕에의 탐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이성의 통제를 받아야 하며, 엄격하게 다루어져야 할 절제의 대상이었다.
교회는 식욕과 성욕을 절제해야 하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느슨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카니발이다. 카니발의 기원은 고대 로마의 사투르누스 제의라고 말해지는데, 사투르누스 제의는 축제 대부분이 그러하듯 무질서와 과잉이 특징이다. 교회에서 카니발은 사순절 기간에는 특히 육류 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전에 술과 고기를 과하도록 먹어두는 관행으로 정착하였다.
카니발 중에는 마음껏 먹어 몸에 기름을 넘치게 한 후 토하거나 배설하여 깨끗이 비워내고, 억압된 본능의 찌꺼기까지 모두 발산하여 몸과 영혼을 단정하게 준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는 사순절로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는데, 엄격한 교회가 무질서한 카니발을 제도적으로 허용한 것은 욕망을 모두 발산하여 비워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카니발 기간의 ‘기름진 식탁’과 사순절 동안의 ‘마른 식탁’의 대비는 미술작품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특히 카니발에 즐겨먹는 소시지와 사순절에 먹는 절인 청어의 다툼 장면은 사람들이 식탐과 성욕을 이겨내기 위해 분투하는 것을 풍자한 이미지로서 중세 유럽의 민담에서 기원하였다. 가장 잘 알려진 〈카니발과 사순절의 전투〉로는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카니발’은 고기를 꼬치에 꿰어 창처럼 들고, 머리에는 파이를 얹었으며, 둥그런 맥주통에 걸터앉은 배불뚝이 남자로 형상화되어 있는 반면, ‘사순절’은 꿀벌통 왕관을 쓴 깡마른 수사로 형상화되어 청어 굽는 석쇠를 무기로 들고 있다. 이들은 꼬치구이와 청어라는 각각 육욕과 절제를 대표하는 음식을 무기삼아 상대방을 겨누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 속에서도 축제의 신은 절제하지 않고 실컷 먹고 마신다. 바로 술과 축제의 신 바쿠스(디오니소스)인데, 그는 이성의 통제에서 벗어나 충동에 따라 사는 존재이다. 화가들은 바쿠스를 한껏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카라바조(Caravaggio)는 〈바쿠스〉를 청년의 모습으로 그렸는데, 이 청년은 오감을 묘사한 그림들 못지않게 감각적인 요소들로 형상화되어 있다. 청년의 게슴츠레 쳐다보는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앞에 앉으라고 유혹하는 듯하며, 잔을 들어 한잔 하고 가라고 권하는 듯하다. 살이 적당히 붙은 그의 피부는 만져보고 싶을 만큼 촉각적이며, 잔에 가득 채워진 포도주는 후각을 자극하여 취하게 만들 뿐 아니라, 혀끝의 미각을 마취하는 것 같다. 〈바쿠스〉의 섹슈얼리티는 보는 이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감각의 통로를 열게 하고, 막혀있던 리비도가 그림 속 인물과 관람자 사이에 흐르게 한다.

Jan_Brueghel_I_&_Peter_Paul_Rubens_-_Taste_(Museo_del_Prado) 1미각

얀 브뤼겔, 피터 폴 루벤스 〈미각(Allegory of Taste)〉 나무에 유채 64×108cm 1618 (프라도 미술관 소장)

peter brueghel_ 2

피터 브뤼겔 〈카니발과 사순절의 전투〉 목판에 유채 118×164.5cm 1559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음식을 통한 관계맺기
그리스도교 문화를 그 뿌리로 하는 유럽사회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식사의 이미지를 꼽으라면 〈최후의 만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성서에서 빵과 포도주는 몸과 피의 나눔이고, 이로써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베푸는 최후의 만찬이란 구약에서 제시된 피의 희생을 통한 구원의 의식을 몸소 실행하는 식사이다. 〈최후의 만찬〉 도상은 로마식 연회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로마식 연회 이미지는 초기기독교 시기 지하묘지인 카타콤 벽화나 석관에 새긴 부조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여 고인과 더불어 먹고 마시면서 일체감을 경험하려는 로마인의 장례 및 추모 풍습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 이미지들은 후에 그리스도교적인 도상으로 흡수되어 성스러운 만찬으로 표현된다.
실제로 요리를 나누어 먹는 만찬이 미술관에 등장한 것은 20세기이다. 예를 들어 태국의 리크리트 티라바니자는 1990년 첫 개인전 〈팟타이〉를 필두로 음식 접대하기 시리즈를 선보였다. 예술가가 직접 요리해서 관람객이라면 누구에게나 음식을 대접했고 전시기간 내내 화랑은 식사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시장에는 음식 냄새는 물론 가스통, 요리기구, 갖가지 식재료와 소스, 술병 등이 어지럽게 널렸고, 먹다 흘린 음식물과 설거지가 안 된 그릇들과 요리하다 튄 얼룩까지 보였다. 아무리 미술관 측의 허락을 받았어도, 조리와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반항적인 행위였다. 미술관은 항온항습과 무향무취, 그리고 새하얀 벽과 묵언이라는 엄숙한 금기들을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라바니자의 작품은 개별화된 관람이라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사람들에게 연회나 축제에서처럼 음식을 통한 관계 맺기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에서 식재료는 다듬어 썰어지고 양념에 절여지고 불에 익혀지면서 물질적으로 변성하게 된다. 사람의 몸 역시 그 요리를 먹는 행위를 통해, 음식을 잘게 부수고 삼키며 소화시키는 동안 물질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먹는 몸’은 미하일 바흐친이 말하는 ‘몸의 그로테스크 이미지(the grotesque image of the body)’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1
먹는 행위는 신체가 그 자체의 한계를 넘도록 침범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삼키고 토하고 세상을 물어뜯고, 즉 세상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 풍요해지고 성장하게 된다.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일은 자르고 조각내고 씹는 벌어진 입 속에서 일어나는데, 이는 인간의 생각과 이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것이다. 인간은 세상을 맛보고 그것을 자신의 몸속에 집어넣어 일부로 만든다.2
즉 연회에서 먹는 행위는 입이라고 하는 열린 구멍을 통해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먹고 마시는 육체는 열려 있어야 하며, 그럼으로써 닫혀있고 단절된 개별 육체는 소통 가능한 육체로 변성한다. 닫힌 몸은 그저 하나의 양태로서만 존재할 뿐이고, 그 육체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이 단일한 의미만을 획득할 뿐이다. 가령 죽음은 죽음일 뿐, 탄생과 연결되지도 않고 탄생을 도와주지도 않는다.3그러나 열린 몸은 자신의 한계를 침범하고 능가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닌다. 열리고 축축한 구멍들을 통해 신체와 세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몸과 몸이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함께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시작과 끝, 새것과 옛것, 탄생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동시성으로 이해되는 것이다.4
미술작품에 등장하는 요리는 구성원끼리의 감정과 갈등, 상호작용과 그것의 사회적인 맥락들을 식재료로 한다. 예술가들은 요리를 통해 감각적이고 감정적이며 육체적인 것을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정신과 관념 중심의 경직된 것들에 대해 저항하는 입장에 선다. 음식체험은 오감에 작용하여 인간의 감각적인 요소들을 열고 확장시켜 몸과 마음을 소통 가능한 열린 상태로 만든다. 즉 음식체험을 통해 미술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구속하는 비인간적인 원칙들에 저항하는 잠재적 파워를 갖게 되는 것이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회벽에 유채, 템페라 460×880cm 1494~1499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회벽에 유채, 템페라 460×880cm 1494~1499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밀라노)

1 몸의 그로테스크 이미지는 바흐친의 논문 5장을 참조할 것. Mikhail Bakhtin, trans. Helene Iswolsky, 《Rablais and
His World》 (Bloomington: Indiana Univ. Press, 1984), pp. 303~367.
2 Mikhail Bakhtin, p. 281.
3 미하일 바흐친, 이덕형 외 역,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 아카넷: 2001, p. 733. 바흐친에 대한 이덕형의 해설에 의하면, 카니발에는 인간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회복시키는 요소가 있다. 현실은 비현실 속에서 뒤얽히고, 육체들은 자유롭게 뒤섞이며, 육체들이 외부 세계의 사물과 자유롭게 상호 교감하게 된다. 하나의 육체 속에 두 개의 육체가 존재하고, 죽어가는 육체 속에 탄생하는 육체가 존재하게 된다.
4 Mikhail Bakhtin, p.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