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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

2021.12.11 – 4.1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옥의〉 대나무 가변설치 2015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벽지설치, 가변설치 2015
제공: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리손갤러리, 베를린 노이거리엠슈나이더 사진: 박홍순

〈검은 샹들리에(Black Chandelier)〉 무라노 유리 185cm(지름)×240cm(높이) 2017~2021
제공: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리손갤러리, 베를린 노이거리엠슈나이더, 무라노 베렌고 공방에서 제작

〈2003년 베이징〉영상스틸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0시간 2003

〈원근법 연구, 1995-2011 (Study of Perspective)〉 흑백 및 컬러 프린트, 가변설치, 25점의 에디션 +5AP 2014

재난의 시대, 미래를 위한 예술적 실천을 말하다

전쟁, 전염병, 테러와 같은 전 지구적 재난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어 왔다. 이 위기의 틈새를 파고들며 살아남았기에 인류의 문명이 이만큼이나 성장했다지만 오늘날 우리는 끓는점을 한참 넘긴 물처럼 넘쳐흐르는 온갖 재난을 목도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에 들어선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미래를 점칠 수 없어 주저하는 동안 베트남에서 온 난민들은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몰살당하고,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덩치를 불려가는 동안 정치인들은 여전히 자신의 치부를 덮고 치적을 세우기에 급급하다. 불안과 무력감이 속수무책 쌓여갈수록 우리는 예술의 역할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예술은 무용한 것일까? 재난 앞에서 예술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작가, 영화감독, 건축가, 행동가 등 수많은 이름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아이 웨이웨이는 작업을 시작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예술의 역할과 표현의 자유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회화, 사진, 영상, 건축, 공공미술, 온라인 미디어 등, 그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소통의 방식이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고 난민 문제나 문화예술 검열 등이 사회적 재난에 대한 예술적 실천을 공유해왔다.

아이 웨이웨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기획전 〈인간미래〉의 제목은 ‘인간’과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결합시킨 것이다. 즉 〈인간미래〉는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담보하는 예술적 실천을 치열하게 고민해 온 그가 미래세대가 누려야 하는 인간다운 삶의 모습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아이 웨이웨이의 대표 사진 연작 〈원근법 연구, 1995~2011〉(2014), 〈검은 샹들리에〉(2017~2021), 중국 도자기 생산지인 징더전(景德鎭)의 도자기로 제작된 〈여의〉(2012), 대규모 설치작품〈옥의〉(2015)와 작가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에 위치했던 이도메니 난민캠프에서 수집한 물품으로 구성된 설치작품 〈빨래방〉(2016) 등 그의 대표작들을 총망라했다.

거대권력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이밀며 중국정부의 문화예술검열정책과 적극적으로 대치해 온 그는 작업 초기부터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되어 여권을 압수당하거나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야 했다. 심지어 얼마 전에도 홍콩의 M+박물관에서 아이 웨이웨이의 대표작 〈원근법 연구〉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하고 관내 전시에서 제외한 일이 있었다. 아이 웨이웨이는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홍콩 정부 산하의 문화기구가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앞으로 어느 수준의 검열을 받고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보편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국 미술계에 대해 “생존을 위해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의 추구’라는 입장을 포기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렇게 거대한 인류의 고난과 불안에 대한 예술의 반응은 미약하다. 이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를 위해 예술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표현의 자유는 곧 인간의 생존이자 예술의 존재 이유임을 말하는 아이 웨이웨이의 작업에 주목해야 할 때다. 전시는 2022년 4월 17일까지.

〈구명조끼 뱀(Life Vest Snake)〉 구명조끼 140벌 (각) 65×2,250×85cm 2019
제공: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리손갤러리, 베를린 노이거리엠슈나이더 사진: 김윤재 ©Kim Yoonjae

위 〈빨래방〉 이도메니 난민캠프에서 수집한 물품 가변설치 2016
아래 〈나무〉 은행나무, 녹나무, 삼나무 등 죽은 나무 가지와 뿌리, 그루터기 등6m 2015

염하연 기자
제공: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 Ai Weiwei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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