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S

월간미술 11월호

다시 그린 세계다시 그린 세계한국화의 단절과 연속10.28~2023.1.8 일민미술관

일민미술관, 일민문화재단, 동아일보의 소장품과 참여 작가 13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과거의 회화와 현재의 작품을 엮으며 한국화의 동시대적 의미를 찾아본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한국화’의 정체성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또한, 동시대 한국화가 말하는 한국성이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이번 전시의 도전이자 근본적 전제인 동시에, 소실되고 단절된 전통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발단이 된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은 한국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여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한국화를 계보화하고 범주화하려는 시도가 선행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화’의 실체 및 용어에 관한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시점에, 추사 김정희, 겸재 정선의 작품과 박소현 손동현 이은실 최해리 등의 작품을 한데 모아둔 전시는 그러한 개념화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자 탐구 방식이 된다. 조선 후기 제작된 미술관의 소장품은 1층부터 3층까지 연대순으로 배치되었고, 참여 작가의 작품은 연령순으로 연소한 작가의 작품이 1층 전시실부터 놓여 작품 간의 시대적 간극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진품 여부가 확실치 않은) 옛 작품과 근래의 작품을 한곳에 배치했다 한들, 그 작품들이 엮이며 생성하는 의미가 관람자에게 확실하게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관람자는 전시가 표방하는 한국화에 관한 관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전시장을 떠날 확률이 높다. 조금 더 자세한 전시 읽기의 방식을 제시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10.21~2023.3.12 국립현대미술관

40여 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는 작가가 걸어온 땅의 형세가 기록된 물증이다. 이번 전시와 동명인 신작 〈여기, 일어서는 땅〉은 36개의 패널로 구성되었다. 작품은 땅에서 퍼 올린, ‘정제되지 않은’ 흙을 모태로 하여 거대하게 우뚝 서서 인간을 굽어본다.

홍순명
우아한 풍경 - 재난
9.23~11.20 사비나미술관

자연적으로 일어난 재난은 인간에게는 ‘피해’를 주는 현상으로 각인되어 있으나,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면 경외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전한다. 픽셀처럼 분할된 캔버스가 거대한 면적의 화폭으로 떠오를 때, 화재와 홍수와 태풍은 순간 정지한 숭고한 이미지로서 감상자를 압도한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2
10.18~30 아트스페이스 이색

9월 탑골미술관에서 열린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1〉이 노인과 그 주변이 붙잡아둔 지난 삶에 주목했다면, 두 번째 전시는 내일로 나아가는 신체와 기억에 주의를 기울인다. 우박 스튜디오와 아르동(남기륭)은 두 전시에서 인체의 오감과, 나아가는 시간 속에 남겨진 물품을 살피는 작품을 시연했다.

PACK WEEK 2022
10.26~30 플랫폼엘

작가와 감상자, 즉 잠재적인 컬렉터들이 어울리는 아트페어 〈PACK〉(2017~2019)이 올해 ‘PACK WEEK’으로 개편되어 돌아왔다. 이번 행사는 라이브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돼 방문객이 창작자와 만나고, 그들이 제작한 오브제이자 작품을 감상할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드러냈다.

양승원
Overwrite
10.13~11.12 N/A

디지털 이미지는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것이 ‘사진처럼’ 인쇄되어 걸리면 다수는 일말의 의심조차 품지 않고 그것이 ‘진짜’라고 믿어버린다. 작가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매일 사진을 찍는 우리에게 익숙한 16:9 비율로 조작된 자연 풍광의 이미지로 매체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정현
시간의 초상
10.5~12.4 성북구립미술관

인간의 형상을 토대로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작업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 조각 및 설치작 84점과 드로잉을 선보였다. 그중 전형적인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인체를 철근과 나무, 마닐라삼을 사용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1989년 미공개작 〈무제〉는 뼈대와 근육을 쪼개어 탐색한 정현의 과감한 시도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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