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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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는 공유지

2017.11.17~1.8 오픈스페이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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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는 공유지〉 전시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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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린 〈유영하는 공유지 (Floating COMMONS)전〉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이 해운대라는 특정 공간을 무대로 어떤 사유를 이끌어낼 것인지 고민한 결과물을 선보인 전시다. 2016년 기장에서 해운대로 거점을 옮긴 오픈스페이스 배는 이번 전시에서 “지역과 사회가 안고 있는 이슈들을 예술가의 사회적 개입을 통해 개인 혹은 협업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 이슈로 결정됐다. 전시에서 특기할 점은 이른바 “비물리적 레지던시”를 시도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설명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수반되지 않은 개인 작업 위주의 레지던시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란다.

이처럼 〈유영하는 공유지전〉은 레지던시 운영 주체가 안고 있는 두 가지 트랙의 고민이 배어있다. 하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온전히 작가 개인의 예술적 성과를 내기 위해 수단화된 상황을 달리 생각해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가 자신이 임시로 속한 커뮤니티의 상황과 작가로서의 고민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전시를 되돌아보니 레지던시 운영이라는 사업적 측면과 전시에 출품된 작가의 결과물에 대해 언급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알려졌다시피 화이트 큐브의 권위를 해체하는 시도는 미술계 전방위에서 벌어졌던 바, 레지던시도 하나의 시도로 읽힌다. 그 시도가 인식으로, 다시 제도로 정착되면서 최근에는 대중과 환경, 그리고 공공과의 관계 짓기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일상 그 자체가 예술과 등가관계를 성립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는데 이는 레지던시 운영 주체와 작가가 공공에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정립되는 것 같다. 〈유영하는 공유지전〉은 그 당위론의 범주에 벗어나는 것에 실패했지만, 역으로 보면 그 탈출은 애당초 불가능함을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작업실 문을 걸어 잠그고 궁극적인 미학적 성과에 몰두하는 기존 레지던시의 유미주의 심취 양상에 비판적 행위를 감행했다.

이러한 증거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가 행위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에 있다. 한국의 이한솔 김교진 정아람과 아시아권(대만, 홍콩, 중국) 작가 Yuhsin u chang, Brandon, Li hong hong이 벌인 일종의 프로젝트는 좀처럼 교집합을 발견할 수 없이 다채롭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홍콩, 대만 등지에서 온 작가들의 수만큼 각기 상이한 삶과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해운대’라는 단일한 공간이 읽혔음을 알 수 있다. 실재한 이의 일기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픽션 형식으로 추적하고(김교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복개천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평가받는 현대 인간의 삶을 다룬 작업(이한솔)도 보인다. 내륙 출신으로 바다가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작가(Li hong hong)는 낯선 그곳에서 목격한 이들의 반복적 행위가 경험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바다에서 만난 이들 사이에 이뤄지는 즉각적인 심적 상황을 자국의 언어로 재빨리 기록한 작업(Yuhsin u chang)과 해운대 곳곳에 숨겨놓은 다육식물을 찾을 수 있는 단서로 지도를 제공한 작업(Brandon), 해운대 공공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피하기 위한 행위(여성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의 흔적을 수집하는 작업(정아람)도 전시장을 채웠다.

작가들은 개인이 처한 상황이든 일반적 견해의 시각이든 일상적 공간에서 벌인 과정을 꾸밈없이 담아내려 했다. 누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깊이 있는 고민이 아닌 표면을 건드린 것이라고. 그러나 세상의 변화는 머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서 비롯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가들의 행위를 ‘가볍다’는 수식어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대안적’이라는 또 하나의 시각으로 살핀다면 이슈에 접근하는 또 한 갈래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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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황석권 |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