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₂ & H₂O

2020.9.29 – 2021.2.28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서울박스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복합적인 조각과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서사와 추사의 관계성, 가사성(domesticity), 이주, 경계 등과 같은 주제를 다뤄왔다.

이번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전에서 작가는 생명 유지의 필수 조건인 공기와 물을 화학기호인 ‘O2 ’,‘H2O’로 특정하게 추상화하며 과학적 사시로가 지식이 구성하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오롯이 인지할 수 없는 우리의 경험과 감각계를 은유적으로 함의한다.

《O2 & H2O》는 오늘날 대면하고 있는 문제들 – 물질과 상징, 에너지와 기술, 기후와 사회적 양극화, 재해와 국경 등-로 점철된 현 문명에 대한 나름의 현실적 통찰의 결과로, 작가만의 방법으로 확장, 병치, 생성, 재현하며 현상계에 사유를 촉구한다.

전시전경

에디터의 PICK 3

1.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 2017, 알루미늄 블라인드, 분체도장 알루미늄 및 강철 천장 구조물, 강선, 회전 무대, LED 등, 전선, 1654 x 780 x 780 cm

서울박스 위치한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는 공간을 압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일단 1654cm에 달하는 높이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올려다 보게하고, 780cm의 폭은 수 걸음을 둘러 작품의 겉을 걷게 한다. 층고를 가득 채운 154개의 블라인드 더미 안으로 들어가면 블라인드의 배열을 따라 여러 단에 설치된 조명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작가는 블라인드의 물리적 속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투명하고도 견고한 세계를 구성했다. 거대한 외피와 그 속에 회전하는 속심, 두 구조의 블라인드 날개 틈사이로 교차하는 패턴이 만들어지고 관람객의 시선은 블라인드를 통해 응시하기도, 엿보기도 하며 두 구조 사이의 관계를 그려본다. 교차하는 물리적 접점에서 작가가 암시한 세계를 감각하게 될 때, 침묵은 찾아온다.

2. 소리 나는 가물家物

낯설고도 익숙한 조각이 일렬로 서있다. 무성한 짚과 방울로 뒤덮인 작품들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 익숙한 일상적 가물家物의 이미지가 읽힌다. 다리미, 마우스, 헤어드라이어, 냄비의 생김새를 기본으로 복제하고 뒤집고 변형해 혼종 피조물이 되었다. 본래 기능에서 멀어진 가물들은 간단한 이동 조작을 통해 방울 소리를 내며 집家에서 떠나 유랑하는 형상으로 탄생한다.

<소리 나는 가물家物>, 2020, 분체도장 스테인리스강 프레임, 분체도장 격자망, 분체도장 손잡이, 바퀴, 검정색 놋쇠 도금된 방울, 놋쇠 도금된 방울, 빨간색 스테인리스강 방울, 스테인리스강 방울, 금속 고리, 플라스틱 끈.

목우공방, <나무 숟가락>, 2020

3. 목우공방, <나무 숟가락>

글 쓰는 목수 김우희가 만든 108개의 숟가락이 글과 함께 구성되었다. 구멍 숟가락, 뿌리숟가락, 서 있는 숟가락 등으로 분류된, 상상할 수 있는 이상적 숟가락의 형태에서 멀어진 나무 조각들이 저마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숟가락의 원형은 과연 진실 되다 말할 수 있을까? 비틀린 숟가락은 기형이 됨으로 자유를 얻었다. ‘전시 속 전시’로 구성된 목우공방전의 오브제와 사연 담긴 글은 양혜규 전시 속에서 그들만의 서사를 써나간다.

양혜규 작가는,

세계적인 설치작가 양혜규는 특정한 역사적 인물이나 구체적인 일상의 환경 등을 설치, 조각, 영상, 사진,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교하고 추상적인 조형 언어로 번역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13 등 저명한 국제 미술행사에 소개되었으며,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 권위 있는 미술기관에서 초대전을 개최한 바 있다. 또한 세계 여러 유수 기관에서 양혜규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2018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독일의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수상했으며, 현재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순수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 사진: 문혜인
자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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