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 SAN FRANCISCO

“새로 개관한 샌프란시스코 전시공간 베스트3”

샌프란시스코는 LA에 이어 미국 서부 제2의 도시이자 대표적인 아트 허브다. 이곳은 ‘미국의 유럽’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빅토리아시대 건물이 즐비하고, 케이블카가 다니는 고전적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최첨단 기술산업이 발달한 실리콘밸리가 공존하는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도시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현대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클래식한 도시에 모던한 감성을 입히는 중이다. 미국 서부의 어느 도시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트신에서 최근 1년 이내에 개관 혹은 재개관한 ‘핫 플레이스’를 직접 방문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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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iu Zhijie 〈 Sketch of The World Garden 〉(오른쪽)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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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ler Scofidio+Renfro가 건축한 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외관(2016) Aerial view from the UC Berkeley campus. Photo by Iwan Baan. Courtesy of Diller Scofidio+Renfro; EHDD; and 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BAMPFA)

버클리대학교 미술관
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BAMPFA)

미술관을 확장 이전하는 경우는 있어도 규모를 줄여 재개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난 1월 31일, UC 버클리 대학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BAMPFA(이하 밤프파)가 이전보다 실면적을 줄이면서 건물을 신축해 재개관했다. 밤프파는 1997년 내진설계 기준 미달 판정을 받은 후부터 신축 논의가 있었다. 2010년 뉴욕 하이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사무소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Diller Scofidio+Renfro)’는 대학의 프린팅 공장 건물을 유지하면서 증축하는 독특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기존의 공장 위에 삼각형 구조를 2층으로 테트리스처럼 쌓아놓은 형태를 띤다. 미술관을 이전하면서 기존 건물보다 실면적은 줄였지만 창의적인 공간구획으로 영화관, 전시장, 카페테리아 등의 공간을 확보했다. 개관전 〈삶의 건축 (Architecture of life)〉은 밤프파의 디렉터 로렌스 린더(Lawrence Rinder)가 직접 기획했다. 미술관 신축에 맞춰 기획된 이번 전시는 건축 드로잉과 모델을 나열하기보다 간학문적 시각 매체를 통해 건축과 삶의 유기적 연결지점을 찾고자 한 독특한 개념의 전시다. 전시 못지않게 눈에 띄는 작품은 로비에 있는 대형 벽화다. 중국 작가 추즈제(Qiu Zhijie)의 〈세계정원의 스케치(Sketch of The World Garden)〉인데 이 작업은 통유리를 통해 밖에서도 누구나 볼 수 있다. 이 벽화 프로젝트의 시작을 중국인 작가에게 맡겼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밤프파는 아시아 미술에 어느 곳보다 애정을 쏟는다. 버클리대는 권위있는 중국미술사학자 제임스 케일(James Cahill)(1926~2014)이 학생을 가르치던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재개관에 맞춰 미술관 한 켠에 그의 이름을 딴 ‘제임스 케일 아시아 아트 스터디 센터’를 마련해 누구나 그가 남긴 연구업적을 포함한 방대한 양의 아시아 미술 자료를 조회하고 리서치할 수 있도록 했다. 밤프파는 영화 분야에도 특화되어 있다. 특히 일본, 소비에트 영화의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17,500여 편의 영화와 비디오는 미술관의 자랑이다. 새 건물에는 232석과 33석이 겸비된 두 영화 상영관이 마련되어 다양한 영화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이닝룸 전경 photo: Henrik Kam, taken November 2015, courtesy 500 Capp Street Foundation

< David Ireland House >다이닝룸 전경 photo: Henrik Kam, taken November 2015, courtesy 500 Capp Street Foundation

데이비드 아일랜드의 집
David Ireland House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지 않을 때 진정한 예술이 된다.” 일상의 오브제를 작업으로 승화한 개념미술 작가 데이비드 케네스 아일랜드(David Kenneth Ireland, 1930~2009)의 말이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한 이 작가의 대표작은 ‘500 Capp Street’에 위치한 〈데이비드 아일랜드의 집> 자체다. 1975년, 그는 1886년에 세워진 빅토리안식 집을 구매했다. 창문의 몰딩을 제거하고, 벽체를 벗기고, 노란색 폴리우레탄으로 바니시 칠을 해서 집을 개조했다. 또한 30년간 생활하면서 생활도구부터 가구까지 점차 그의 작품으로 채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4년 그가 건강 악화로 집을 떠난 후 가족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이 소식을 들은 지역 컬렉터이자 후원자인 칼리 윌리엄스(Carlie Williams)는 집을 구매하고 작품의 보존을 위해 거리 이름을 딴 ‘The 500 Capp Street 재단’을 설립했다. 여기에 데이비드 아일랜드의 오랜 동료인 안 해치(Ann Hatch)와 예일대 아트갤러리의 디렉터인 조크 레이놀드(Jock Reynolds)가 협력해 작품 보존 및 복원에 참여했다. 2014년 시작된 복원작업은 2년의 시간을 거쳐 올해 1월 15일 드디어 대중에 공개됐다. 의외의 공간에 놓인 책, 가구, 서신을 포함한 그의 일상 속 작업은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데이비드의 정신은 일상과 지역 공동체에 깊이 뿌리박혀있다. 그런 그의 삶이 기록된 공간을 유지하고 동시에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그의 유산을 확대하는 일에 참여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칼리 윌리엄스의 말은 미술 후원자의 태도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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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esota Street Project의 '1275 Minesota Street' 외관과 전시장 전경

Minesota Street Project의 ‘1275 Minesota Street’ 외관과 전시장 전경

미네소타 스트리트 프로젝트
Minnesota Street Project

지난해 여름,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위치한 산업단지 도그패치(Dogpatch)에 2층 창고형 건물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미네소타 스트리트 프로젝트가 들어섰다. 이 프로젝트는 비영리 예술공동체와 상업 갤러리 간 지속가능한 문화적 연대를 목표로 한다. ‘1275 미네소타 스트리트’는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으로 현재 10개의 상설 갤러리를 포함해 2곳의 순환 갤러리, 다목적 미디어룸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에도 한 건물에 여러 개의 상업 갤러리가 모인 경우는 있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비영리적 성격을 띤 공간이 포함된 경우는 드물다. 이곳의 설립자인 앤디 라파포트(Andy Rappaport)와 그의 아내 데보라 라파포트 (Deborah Rappaport)는 실리콘밸리 사업가 출신의 열렬한 아트컬렉터다. 이들은 3년 전 그들이 자주 가던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몇몇 갤러리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갤러리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후원자의 도움을 통해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예술 기업의 대안 모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설립 배경을 말했다. 미네소타 스트리트 프로젝트는 계속 확장 중이다. 6월부터 작가 스튜디오 건물인 ‘1240 미네소타 스트리트’를 오픈하고 매년 70명의 작가를 수용할 예정이다. 3번째 공간인 ‘1150 25번가 스트리트’는 최근 떠오르는 해안 지역(Bay Area) 작가들의 작업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운영할 전망이다. 워낙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이 지역은 짧은 시간 안에 샌프란시스코 미술계의 새로운 아트밸리로 부상하고있다. 데보라는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다”라며 “작가와 갤러리가 보다 더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임승현 기자

* 샌프란시스코관광청 www.sanfrancisco.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