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 연세대 박물관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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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
2021.3.12 – 8.31 연세대 박물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서 “영혼의 메시지를 받았다”
도미야마 다에코는 지난 8월 18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향년 99세. 80여 년의 작가 인생에서 도미야마는 화가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많은 저작을 남기고 일본은 물론, 남미, 유럽, 그리고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활동한 트랜스내셔널한 운동가이기도 했다. 특히 한국은 도미야마가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다.
도미야마와 한국(조선)의 첫 만남은 1930년대 이루어졌다. 1921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도미야마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구(舊)만주로 건너가 하얼빈의 여학교에서 조선인 학생들과 공부했다. 만주 생활은 도미야마에게 제국주의의 만행을 인식하게 만들었고, 자신이 바로 그 제국주의자이자 식민지 지배자라는 자각은 일제에 대한 분노가 되어, 이후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후 도미야마는 1950년대에는 탄광을, 1960년대에는 제3세계를 취재하면서 화단과 거리를 두고 저항미술가의 길을 걸었다. 1970년 일본에서 저항시인 김지하 체포 소식이 보도되자 도미야마는 석방운동에 참여하고 한국 방문을 결심했다. 그는 서울에서 만주 시절 학우들과 재회하고 친구들이 겪은 고난의 역사를 들으며 제국주의가 야기한 비극을 다시 확인했다. 이듬해 한국을 재방문한 도미야마는 재일동포학생학원 침투간첩사건으로 체포된 서승을 면회했는데, 이후 한국은 도미야마에게 평생을 관통하는 큰 테마가 되었다. 1976년에는 《심야 - 김지하 · 도미야마 다에코 시화집》을 발간하고 ‘히다네(불씨) 공방’을 주재하며 새로운 예술운동으로 시, 그림, 음악에 의한 슬라이드 작품을 제작해 정치범 석방을 호소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미야마의 작품은 5 ·18판화일 것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중항쟁이 발생하자마자 도미야마는 투쟁하는 민중의 모습을 그린 판화 연작을 제작하고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일본에서 순회전을 열었다. 1982~1984년에는 윤동주의 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또 1986년에는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유화 시리즈를 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에 이미 그는 위안부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했던 것이다. 위안부 관련 작품은 윤범모 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1989년 《가나아트》 3, 4월호를 통해 한국에 소개했다. 이후 그는 1995년 동아갤러리에서 〈도미야마 다에코 - 전후 50주년 기념 종군위안부를 위한 진혼곡전〉을 기획했고, 이때 도미야마의 대표작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됐다. 2010년 도미야마는 ‘광주 5 ·18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89세였던 그는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10년 후 지난해 6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낯선 전쟁〉에 도미야마의 유화 2점이 전시되었으며 올해는 연세대에서 전시회가 실현되었다. 지난 1년간 한국에서 전시뿐Z만 아니라 심포지엄, 국민포상 수상 등 도미야마의 100년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듯 많은 행사가 있었던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현실과 마주하고 예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계속해서 고발했던 도미야마는 일본 미술계에서는 드문 존재였다. 생전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서 “영혼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던 도미야마에게 미술은 단순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투쟁이었을 것이다. 지금 도미야마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한국에 와 있을지 모른다. 현재 한일 관계는 도미야마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우리는 꾸준히 도미야마의 의지를 이어간다.
〈벽 안의 원한 -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시인 윤동주에게 바치다〉
캔버스에 유채 112×145cm 1984
〈양심수 I〉 종이에 석판화
38×26cm 1971
도미야마 다에코 〈남태평양 해저에서〉캔버스에 유채 162×130cm 1985
《월간미술》 2021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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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연세대 박물관
이나바(후지무라) 마이 광운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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